이스라엘-이란 전쟁 외에 뚜렷한 시장 이슈가 없는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과거 주식운용사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재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운용업이라는 업의 특성상 엄청난 초기 투자자금이 필요하거나 정형화된 시스템이 작동하는 산업은 아니다. 결국 ‘사람’이 전부인 업이며, 그래서 인재를 잘 모셔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생각한다.
인재만 잘 모셔오면 개인적으로도, 팀도, 그리고 회사도 엄청난 레버리지가 나는 업이 운용업이다.
그 인재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즉 관계 맺음의 방식에 대해서도 반드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글은 과거 여러 운용사를 전전하며 얻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주식투자에는 본질적으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기준과 방식만이 옳다고 생각하며 이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대개 조직 내에서의 인정 욕구와 과거 성공 경험에 기반해 후배를 ‘가르치려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새로운 인재를 선발하는 본질적 목적과 충돌한다. 새로운 인재에게 기존 팀의 색을 강하게 입히는 순간, 팀 내 의견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그 사람 고유의 내재된 성향과 성장 가능성, 잠재력까지 억눌리게 된다.
여러 운용사를 거치며 가장 안타깝게 느꼈던 점은, 자기 주관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외부의 지적에 쉽게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투자에 대한 고민이 충분치 않고 자신만의 관점이나 투자철학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외부의 피드백을 마치 객관식 문제의 정답처럼 받아들이게 되고, 존재하지 않는 정답을 억지로 만들어내려다 스스로 논리를 왜곡하며 자멸하는 경우를 수차례 목격해왔다.
따라서 바람직한 관계 설정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사내에서 일정한 틀의 뼈대만 제공하고, 그 안을 스스로 채워나가게 두는 자율성 기반의 구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려주면, 인재는 자연스럽게 의존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이는 결국 팀 전체의 관점이 획일화되고 편향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가 담긴 리포트라고 하더라도,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그 사람의 과거 단점이나 미흡했던 경험이 먼저 떠올라,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추었거나, 아니면 기존 팀이 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지닌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시각은 창의성과 직관력이다. 창의성과 직관력은 무언가 새롭고 신선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투자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해석력과 시각을 의미한다. 예컨대, 특정 종목은 이래서 안 되고, 특정 산업은 이래서 매수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무의식적 회피 논리들은 시간이 지나며 단단한 고정관념으로 굳어지고, 이는 기업과 산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점차 좁히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우리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굳어지기 전 단계에서, 그것을 깨뜨릴 수 있는 다른 결을 지닌 인물, 즉 새로운 해석과 상상력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한다. 특히 1) 시대에 뒤처졌다고 여겨지는 것, 2) 시장 참여자 모두가 알고 있어 특별하지 않다고 간주된 채 간과되는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포착할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
누가 봐도 전도유망하고, 성장성이 뚜렷한 산업에서는 초과수익을 얻기 어렵다. 모두가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시장에서 차별적인 통찰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신입 투자자들은 시장에 입문할 때, 빠른 성과를 기대하며 고성장 섹터부터 접근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에너지, 소재, 건설, 유틸리티, 금융, 자동차 등과 같은 전통적인 경기민감 산업은 후순위로 밀리거나 아예 회피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볼 때, 오히려 이러한 ‘진부해 보이는 영역’을 먼저 공부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장기적으로 투자 시야를 넓히는 탄탄한 기초체력이 된다.
개인적으론 과거에 화학 개별주의 어닝 모델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구축해본 경험들을 통해, 이후 대부분의 제조업 분석이 훨씬 수월해졌었던 경험이 있다.
더 나아가 화학, 철강, 에너지, 유틸리티, 금융 등 다양한 산업의 어닝 추정을 위해 원자 단위로 변수를 분해하고, 가장 기본적인 요소부터 논리를 쌓아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거시경제 전체로의 시야 확장이 이뤄졌던 경험도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단기 퍼포먼스가 크고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섹터, 예컨대 반도체, 게임주 등에서 커리어를 시작한다. 뉴스 헤드라인에 일희일비하고, 기초 없이 겉핥기식 흐름만을 좇다 보면 결국 표면적인 분석만 반복하는 수동적 투자자로 귀결되기 쉽다.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기본 분석 기반을 탄탄히 다진 채, 내적 동기에 의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한 투자자는 진정한 성장과 장기적인 역량 축적이 가능하다. 전후맥락 없이 외부 지시에 따라 분석하는 것과,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분석하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 차이는 시간이 흐르며 압도적인 실력 격차로 이어진다.
기본기를 충분히 다지고 시야를 넓힌 사람은, 보호무역이나 관세정책과 같은 외부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에도, 단기 이슈에 흔들리지 않고 전후맥락을 해석하며, 탑다운과 바텀업을 연결하는 입체적인 사고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인재를 데려오고, 특정 기업을 ‘분석하라’며 일방적으로 과제를 부여하거나 가르치려 드는 방식은, 그 사람의 성장에도, 조직의 건강한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관계 설정은 오히려 상호 간 기대와 신뢰를 왜곡시키고, 불편한 기억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모호한 기준에 적당히 타협해 부족해 보이는 부분을 가르치려는 생각으로 인재를 모셔와 소모하느니, 애초에 구체적인 기준을 높게 설정하고 시간을 들여 적합한 인재를 모셔오는 것이 훨씬 낫지 않나 싶다.
운용업은 결국 사람이 전부인 업이다. 사람에 대한 태도와 접근이 곧 성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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