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테이블코인의 부각 배경
스테이블코인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보호무역,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와 해외 국채 수요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등장하였다. 미국과의 무역흑자국들은 과거처럼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 국채에 재투자하며 미국의 부채를 간접 부담해왔으나, 관세 부과와 공급망 재편으로 달러 유입이 줄고 수요도 위축되었다.
실제 중국·일본·사우디 등 주요 보유국은 최근 몇 년간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꾸준히 축소해왔으며, 입찰 수요 또한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가계·민간 유동성을 국채 수요로 전환하는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고, 그 대안으로 국채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추진되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국채 유통 구조를 민간에 이관하는 새로운 채널이었다.
한편, 2025년 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미국뿐 아니라 일본·독일·영국·호주 등 주요국 모두 장기채 수요가 급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30년물 금리는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장기물 대신 단기물 위주로 조달구조를 전환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을 국채 수요 기반의 디지털 유통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흐름은 미국 외에도 EU, 일본, 영국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 기능과 역할
스테이블코인은 1:1 환매가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서, 국채를 담보로 가계 자금을 흡수하는 정책적 수단이다. 동시에 블록체인 기반의 즉시 결제, DeFi 연계 금융 서비스 활용, 예치 수익 창출 기능 등을 통해 디지털 금융자산으로서의 실용성도 갖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단순한 민간 기술 상품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 운용과 직결된 정책금융 장치라는 사실이다.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한다는 행위는 사실상 미국 국채를 간접 인수하는 구조를 뜻하며, 이는 재정적자를 민간이 떠안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3. 구조적 리스크
그러나 이 구조는 시장금리 상승과 국채 가격 하락에 매우 취약하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가 지속되면 국채 발행은 증가하고, 수요는 줄어 시장금리는 오르게 된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시장은 이를 선반영하며, 스테이블코인 담보자산의 실질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담보자산의 실질가치가 계속 하락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수록 대규모 환매 압력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고, 발행사는 보유 채권을 시장에 투매해야 할 가능성도 동시에 높아진다. 이는 곧 디페깅(depegging) 및 디지털 뱅크런(bank-run) 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도, 예금자 보호 장치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구제 수단이 없다.
일부 발행사는 초과담보, 환매속도 제한, 준비금 공시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담보인 국채의 실질가치가 구조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시장의 공포가 앞서기 때문에, 실전에서 이러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낮다.
4. 법정통화와의 근본적 차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가 아닌 민간 발행 디지털 토큰이며, 법적 강제력과 지급보장이 없다. 달러는 연준이 최종 대부자 역할을 수행하며 위기 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민간 계약 상품이다.
즉, 위기 상황에서 신뢰가 무너진다면 회복 수단은 없고,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가 감당해야 하는 구조이다.
5. 정치 리스크와 시장 전망
현재의 암호화폐 및 스테이블코인 랠리는 트럼프 2기 공화당 정권의 친암호화폐 정책과 제도적 수용 흐름에 기반한다. 공화당은 디지털 달러와 민간 주도의 금융실험에 대해 우호적 규제환경을 조성해 왔고, 이는 시장에 정책 프리미엄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재정적자·누적부채·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정부 신뢰가 흔들리게 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자산은 국채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더 나아가 202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정치적 기반을 상실하거나 제도적 우호 환경이 바뀌게 되면, 암호화폐 투기 심리는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
결론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를 디지털 방식으로 민간에 전가하는 정책 수단이며, 그 구조는 정치와 재정신뢰에 깊이 의존한다. 기술적 혁신이라기보다, 재정 불균형의 민간화 메커니즘이라는 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정책 신뢰가 흔들릴 경우, 가장 먼저 무너지는 자산은 화려한 기술로 포장된 국채 기반 스테이블코인일 수 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정부의 부채를 기술로 포장해 민간에 분산시키는 금융 장치이며, 결국 그 손실은 정부가 아닌 투자자 개인이 감당하게 되는 구조다."
믿을 사람이 아무리 없다 해도, 정치인만은 절대 믿지 말라는 조언이 다시 떠오른다. 이 조언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금융 구조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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