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 일요일

자문사,증권사,운용사

2017.10월 대학교3학년 학기 중 투자자문사 인턴 시작..

지금와 돌이켜보면 정말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였었다.  매일매일 눈 뜨는게 즐거웠었고 대학교 수업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 당시 팀장님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주식투자에 대한 '틀'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였었고, 어디서부터 무엇을 봐야할지 도대체 분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잡힌 상태였었다.

어느날 날 옆에 앉혀놓고 팀장님이 처음부터 어디서 어떻게 기업을 바라봐야 하는지 or 분석해야 하는지 쭉 보여주셨었다.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

그 후 두, 세달 간 대략 10~12개 정도의 기업을 분석했었고 매번 혼났었다. 택시를 타고 외부일정을 나갈 떄마다 팀장님과 같이 가곤 했는데.. 택시 안에서도 계속 혼나서  나는 최대한 팀장님과 멀리 떨어져서 앉아 택시 문가쪽에 딱 달라붙어서 가곤 했었다.

그 당시 팀장님의 논리(?)에 짓눌려서(?) 매번 말을 할 때마다 곁눈치로 한 마디 끝내고 한번 바라보고, 한 마디 끝내고 다시 바라보고 하면서 꿋꿋히 의견을 말했었던 것 같다.

이건 이래서 논리가 부족하고 이건 이래서 숫자가 엉터리고 이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생각의 깊이가 부족하다 등등.. 너무나 허접한 내 모습이 기억난다.

3달의 체험형인턴이 끝나고 대학 4학년 학기 중 증권사 RA에 합격을 했었다.

별로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읽지도 않았었고 읽어도 별 내용이 없는것 같아 큰 관심도 두지 않았었다. (첫 자문사의 팀장님의 영향이 너무 컸었던 모양이다.. )

증권사는 너무 뭐랄까.. 나랑은 안맞았었다. 누군가를 특정지어 비방하거나 섣부르게 판단하고 싶지는 않기 떄문에 특정인 대신 증권사 '사람들, 그분들'로 일반화시켜서 언급해야지..
(그 중 분명 능력이 출중하시고, 인격도 좋으신분들도 많이 계셨었다.. 조직사회다보니 능력과 인격보다는 정치가 중요한 집단일 수도.. 잘 모르겠다  )

모든 증권사 사람들이 그런건 절대 아니지만, 증권사 사람들은 너무 Naive한 건지, 너무 긍정적인건지, 깊게 생각하기가 싫으신건지, 다 알지만 sell side 입장으로서 사실을 말 못하시는건지, 그냥 직장인으로  insight를 발휘할 필요성을 못느끼는 건지, 애널리스트로서의 타이틀에 집착해서 그러는건지, 상사로서의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으신건지, 분석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신 건지, 자신이 맡은 섹터 및 회사를 분석하고 싶지 않으신건지, 게으른건지, 책임감이 부족한 건지 모르겠다.

자문사 팀장님에게 혼날 때는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고 오히려 혼나고 나면 더 공부하고 고민하고, 분석할 것이 계속 생겼어서 즐거웠었다. (혼날 당시에는 너무 부족한 자신이 민망했었지만.. )

증권사에서 혼날 때는 기분이 엄청 나빴었다. 배추장사나 하로 가라고 하질 않나.. 맨날 짜르겠다고 협박만 하질 않나.. 반발심만 계속 생겨났었다.

같이 있기만 해도 머리가 너무 지끈거리는 사람들도 여럿있었고, 너무 넘처(?)나는 쓸모없는 정보들도 나를 너무 지치게하는데 한 몫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웃으면서 지내려고 노력했었는데 그것마저 힘든 업무로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여기저기서 돈돈돈.. 속물로 보이는 사람들도 여럿있었고, 술,담배,여자 등등 나랑은 너무 안맞았었다

이전엔 그런적이 없지만 출근전 아침 눈뜨는게 싫었었다. 자문사,운용사 합격을 취소하고 증권사를 선택했었던 그 당시의 선택을 매시간 후회하며 근무했었다.

결국 6개월 정도 근무하고 자산운용사로 이직을 했었다. 분명 증권사보다 운용사 주식운용팀에서 기업을 분석하는일은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너무 나에겐 차가웠었다.

먼저 다가갔어야 했는데, 내성적인 성격으로 살갑게 먼저 다가서질 못했었다. 운용사 첫출근날 "페이스북 분석해보세요." (딱 컴퓨터 한대와 모니터 두대 배정해주시고..). 다음으로는 "아마존 분석해오세요". 그 외 어려운 해외기업들을 차례로 분석해보라고 하셨었다. (한달간..)

삼성전기는 원래 여럿에서 같이 분석하기로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혼자만하게 됐었고, 매번 자료를 갖다 드릴때마다 같이분석하기로 했었던 윗분들이 한번 쓰윽 보고 별다른 피드백을 주시지 않으셨었다. 결국 대표님에게 까지 자료는 도달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달 뒤 나에 대한 평가를 윗분들(?)께서 내 앞에서 직설적으로 말씀해주셨었다. 이 후 나는 무릎을 탁 치고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으니 제가 이 회사를 나가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해버렸었다.

순간 정적이 흘렀었다. 이후 운용사 이사님이 투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바라보는 긴 여정과 같다면서 담금질을 하듯이 계속 연마해나가라고 조언을 해주시며 정적을 꺠뜨렸었다. 이사님과 말은 별로 안해봤지만, 운용사 사람들 중에 가장 나를 위해주셨었던 분 같았다.

네번째 운용사에 취직을 했었다. IPO업무를 위주로 맡았었다. IPO 기업은 분석이랄 것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냥 눈치게임정도 였었으며 분석의 의미도 없었다. 분명, 운용팀으로 입사를 했는데 Back office 업무를 주로 맡었었다. 지금와 생각해보니 운용업이 필요가 없어보였었다.. IPO 시장은 그냥 분석이 별 필요가 없으니 ..

네번째 운용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했었던 것은 바로 '영업'이였었다. 내가 원하는 업이 아니였기에 그냥 제발로 걸어나왔었다. 마지막에 대표님이 "후회없겠니?"라고 물어보셔서 "네!"라고 대답하고 나왔었다.

마지막 운용사를 발견하기 전 다른 증권사 RA 면접을 봤었었다. 첫 1:1 면접 당시 질문이 반도체 업황이 언제 돌아설건지 어떤 선행지표를 봐야하는지 물어보셨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었었다. 그 당시 했었던 답변이, 수출입통계데이터, D램, NAND 가격, 전방사 데이터 센터사들의 CAPEX 계획, 데이터센터 관련 해외업체들 CAPEX 향 후 계획 등 답변했었는데 다 후행지표라고 하셨었다.

후행지표의 의미란 발표된 통계데이터를 모두 다 후행지표로 판단하고 계시는건지.. 일단 RA지원자에게 무엇을 바라시는건지 알 수 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증권사 직원들은 깊게 분석하기보다 누구보다 빠르게 내부정보를 습득해서 투기거래, 차익거래를 목적으로 트레이딩을 전략을 주로 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었다. or 매니저들에게 그런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시키던지.. 잘 모르겠다.

애초에 증권사 서류를 합격하고 면접일자를 깜빡해서 참석을 못했었었다.

마지막 다섯번째 운용사는 그동안 내가 찾던 회사였다. 아침에 눈 뜨는게 너무 즐거우며, 빨리 회사에 가고 싶다. 추석 전날 12시 퇴근을 대표님이 권장하셨었다.. 별로 집에가고 싶지 않아 분석업무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상무님이 다가와 "집에 안가요?" 라고 하셔서 "조금만 더 하다 가려고요!" 라고 하니 상무님이 웃으시면서 "그럼, 좀 더 놀다가 가세요~"라고 하시면 상무님도 사무실로 들어가셨었다.

"놀다가세요~" 증권사나 앞선 회사에서는 상상도 못할 단어였었다. 사람들은 빨리 퇴근하고 싶어서 안달이나 있었으며, 나 또한 그랬었다. 분석업무 뿐만아니라 마케팅업무도 간간히 도와드리며 투자자분들을 직접 대면하는 귀중한 경험도 하고있다. 다들 이런저런 사연을 말씀해주시며 돈을 맡기신다.. 그럴때마다 직업의식(?), 책임감 등을 느낀다. 이전까지는 분석투자하는 일이 즐거워 오직 나를위해 했었다면, 이번에는 피땀흘려 모은 돈을 맡기시는 고객분들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낀다.. (물론 지금은 주니어 사원으로 운용업을 직접 맡고 있진 않지만..)

이제껏 쌓아왔던 투자에 대한 자신감이 두려움으로 느껴질 떄고 있지만, 동시에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이전 투자자문사 전무님이 말씀해주셨었다. "금융업은 잘 못하면 절대 하면안되요! 제조업 생산직은 자신이 능력이 부족해도 적어도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 회사에 가치를 창출하지만, 금융업은 자신이 부족하면 가치창출은 커녕 바로 손실로 직결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어요!"

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투자자자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