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중국에 관한 부정적인 이야기만 계속 기록하는 것 같아, 나 스스로도 어느새 편향된 시각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비슷한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는 증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저렴한 금융과 빠른 시공을 앞세워 제3국의 발전소·댐·항만·철도 등 핵심 인프라에 진입한 뒤, 부채와 하자, 추가 유지보수비, 기술인력과 부품 의존을 통해 장기간 영향력을 유지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 일대일로의 위험 요인 |
물론 이를 근거로 중국이 참여한 모든 사업을 같은 방식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일대일로’와 개발협력이라는 명분 아래 확장된 중국의 인프라 사업이 실제로는 어떻게 발주국의 재정과 운영주권을 제약하고, 처음의 낮은 건설비보다 훨씬 가혹한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는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 기업이 건설한 발전소와 수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하자·가동 중단·유지보수 의존 사례를 종합해, 중국의 인프라 장악 방식이 어떤 구조로 작동하며 발주국이 최종적으로 어떤 대가를 부담하게 되는지 기록해보려 한다.
값싼 전력 인프라가 보내는 두 번째 청구서
미국은 왜 중국산 전력망 장비를 신규 조달에서 배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설치된 설비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나
OVERVIEW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8월 26일 미국 대규모 전력망(Bulk-Power System, BPS)에 대한 외국의 공급망·사이버 위협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했다. 첨단 제조업과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방산 생산이 전력망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지면서, 변압기와 발전기 같은 물리적 장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펌웨어·원격 유지보수 권한까지 국가안보의 일부로 보겠다는 선언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중국산 장비를 더 이상 사지 않겠다”는 조달 규제가 아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위험하다고 판단한 기설치 장비에 대해 식별·격리·모니터링·접속 차단·교체·철거를 요구할 수 있다. 준공이 끝났더라도 공급업체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핵심 부품 공급과 원격 유지보수를 장악하고 있다면 그 설비는 여전히 외국 공급망 안에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 기업이 건설한 발전소와 댐에서 반복된 하자와 가동 중단, 동일 시공업체에 대한 유지보수 의존, 전력 수입과 비상발전 비용을 살펴보면 미국이 왜 전력 장비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장기간 존속하는 외국의 접근 권한으로 보기 시작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2026/08/declaring-a-national-emergency-to-secure-the-united-states-bulk-power-system/ |
1. 발전소의 가격은 준공식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대규모 인프라 입찰은 대개 초기 EPC 가격과 금융조건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중국 기업은 중국 국유은행의 정책금융과 건설·장비·인력을 결합해 비교적 낮은 초기비용과 빠른 공기를 제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발전소와 송전망의 실제 비용에는 건설비와 금융비용뿐 아니라 하자보수비, 장기 O&M 비용, 가동 중단 손실, 대체 전력 구입비와 운영주권 상실 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발주국은 통상 세 번의 청구서를 받는다.
첫 번째는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받은 원금과 이자
두 번째는 하자보수와 운영을 위한 추가 O&M 비용
세 번째는 설비가 멈춘 동안 발생하는 전력 수입·비상발전·보조금·산업생산 차질
실제로 가장 큰 청구서는 시공업체가 제출하는 수리 견적서가 아닐 수 있다. 발전소가 멈추면서 발생하는 전력 수입비와 정전 손실, 전기요금 인상, 정부 보조금과 전력공기업의 재무 부실이 훨씬 클 수 있다.
2. 중국 시공 전력 인프라의 두 번째 청구서
2-1. 우간다 카루마댐: 준공 이후 다시 나온 4,000만 달러 제안서
중국 Sinohydro가 건설한 우간다의 600MW 카루마 수력발전소에는 약 14억 달러가 투입됐다. 그러나 나일강을 따라 유입되는 수초와 부유물이 취수구 스크린과 냉각수 계통을 막으면서 출력 제한과 발전기 정지가 반복됐다.
2026년 8월 현지 의회 조사 당시 6개 발전 유닛 가운데 2개가 두 달 넘게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발전소를 건설한 Sinohydro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비용으로 4,000만 달러, 약 1,479억 우간다실링의 추가 사업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우간다 측은 부유물 차단시설인 로그붐이 원래 설계에 포함돼 있었고 2019년 유실된 뒤 재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반면 Sinohydro는 수초가 수백 킬로미터 상류에서 유입되는 등 실제 문제가 당초 설계조건보다 복잡해졌기 때문에 하자보수 범위를 벗어난 추가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4,000만 달러가 확정된 하자보수 청구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간다 정부도 기술위원회를 구성해 책임 소재와 가격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사건이 보여주는 구조는 분명하다. 발전소가 충분한 출력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술적 원인과 해결방법, 추가 사업비를 가장 잘 아는 주체가 원래 시공사라면, 발주국은 설비를 소유하고도 문제를 진단하고 고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다.
카루마 수력발전소 일자별 경과
카루마 수력발전소 금액별 정리
출처: Daily Monitor – Karuma dam contractor wants additional Shs148b to fix defects
| https://www.independent.co.ug/chinese-ugandans-fight-over-karuma-dam/ |
2-2. 우간다 이심바댐: 776개 보완사항과 끝나지 않은 구조적 하자
같은 우간다의 183.2MW 이심바 수력발전소는 중국국제수전공사(CIWE)가 건설했다. 총사업비는 5억6,800만 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85%를 중국수출입은행 대출로 조달했다.
우간다 감사원에 따르면 시공사에 통보된 776개 보완사항 가운데 763개는 처리됐지만, 주요 13개 항목은 2019년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았다. 미처리 항목에는 방수로와 콘크리트 구조, 부유물 차단시설 등 발전소 안전과 직접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
2022년 8월에는 발전소가 침수돼 설비와 현장인력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 가동 중단이 실시됐다. 하자책임기간이 2023년 3월 종료됐음에도 주요 결함이 해결되지 않았고, 2025년 말에도 균열·부식과 추가 방수로 건설 문제가 제기됐다.
감사원은 하자 시정 지연이 사업비를 증가시키고 발전소 가동률과 정부의 전력 판매수입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부채는 남아 있는데, 하자 때문에 발생하는 유지보수와 발전손실 비용이 다시 쌓이는 구조다.
이심바 수력발전소 일자별 경과
이심바 수력발전소 금액별 정리
출처: ChimpReports – Isimba Dam’s Major Defects Unrectified Since 2019
추가 자료: UG Standard – Cracks, corrosion and costly delays
| Isimba dam: why does Uganda settle for less? |
2-3. 보츠와나 모루풀레 B: 발전소 사업비보다 커진 사후 비용
보츠와나 전력공사(BPC)는 중국 CNEEC–SBW 컨소시엄과 600MW 모루풀레 B 석탄발전소 EPC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에는 중국공상은행(ICBC)의 8억2,500만 달러 대출이 투입됐으며, 송전 인프라를 포함한 총사업비는 약 120억 풀라였다.
하지만 BPC가 규제기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발전소는 30년간 600MW의 안정적인 출력을 제공한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BPC는 시공사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발전소를 멈추겠다고 압박해, 2014년 6월 설비를 조기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인수 후 실시한 기술조사에서는 건설 및 장비 하자가 확인됐고, BPC와 시공사는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하자개선협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2019/20 회계연도 발전소 가동률은 **32%**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전력 수입 비용은 예산보다 15억4,200만 풀라, 비율로는 231% 초과했다.
2025년 보츠와나 에너지장관의 의회 설명을 인용한 현지 보도에 따르면, 가동 이후 발생한 추가 직접비용은 O&M을 포함해 54억 풀라, 전력 수입과 발주자 기술자문을 포함한 간접비용은 189억 풀라로 제시됐다.
직접·간접비용을 합치면 243억 풀라로, 원래 사업비 120억 풀라의 두 배를 넘는다. 모든 비용을 중국 시공사가 청구한 것은 아니지만, 발전소의 낮은 가동률이 국가와 전력공사에 남긴 경제적 청구서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모루풀레 B 발전소 일자별 경과
모루풀레 B 발전소 금액별 정리
출처: Botswana Power Corporation 2021/22 Tariff Application, PDF
추가 자료: YourBotswana – 에너지장관 의회 설명 정리
2-4. 스리랑카 락비자야: 13억5,000만 달러를 지불하고도 이어진 O&M 의존
스리랑카의 900MW 락비자야·노로촌촐라이 석탄발전소는 중국기계설비공정공사(CMEC)가 약 13억5,000만 달러를 들여 건설했다. 2011년 첫 호기가 가동된 이후 2023년 초까지 20차례가 넘는 고장이 발생했다.
발전소가 고장 날 때마다 스리랑카는 출력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비싼 유류발전을 늘리거나 순환정전을 시행해야 했다. 2022년 8월 고장 때는 정전 시간이 하루 3시간까지 확대됐다.
더 주목할 부분은 준공 이후의 인력·유지보수 의존이다. 스리랑카 전력청(CEB)은 발전소 준공 후 10년 동안 CMEC와 약 6,700만 달러 규모의 운영·유지보수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첫 6개월 계약부터 인수 후에도 남아 있던 결함과 반복적인 고장을 이유로 체결됐다.
CEB 기술자들이 해외교육을 받았음에도 중국 기술자들은 약 10년간 현장 운영과 유지보수를 지원했다. 일부 계약은 사전 내각 승인 없이 체결돼 약 2,000만 달러의 지급 문제까지 발생했다.
스리랑카는 발전소를 완공하면서 자산의 소유권을 얻었다. 그러나 고장이 발생했을 때 누구를 불러야 하고 어떤 부품을 사용해야 하며 누가 설비를 재가동할 수 있는지까지 독립하지 못했다면, 운영주권은 완전히 이전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락비자야 발전소 일자별 경과
락비자야 발전소 금액별 정리
출처: Sunday Times Sri Lanka – CEB의 CMEC O&M 계약 조사
추가 자료: Daily Mirror – China-built Norochcholai Plant continues to suffer breakdowns
| A Dark Side: Report on Norochcholai Power plant |
2-5. 파키스탄 닐룸–젤룸: 무너진 터널을 원래 시공사가 다시 수리했다
파키스탄의 969MW 닐룸–젤룸 수력발전소는 중국 Gezhouba Group과 CMEC 컨소시엄이 건설했다. 약 52km의 지하 수로와 터널을 이용하는 고난도 프로젝트였지만, 완공 이후 핵심 터널에서 문제가 반복됐다.
2022년 7월 배수터널에서 이상 수압과 누수가 발생하면서 발전소 전체가 멈췄다. 당시 추정된 직접 복구비는 25억 파키스탄루피, 영업손실은 200억 루피였다. 복구공사는 원래 토목 시공사였던 중국 Gezhouba Group이 다시 맡았다.
2024년 5월에는 도수터널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해 발전소가 장기간 가동을 중단했다. 파키스탄 감사원은 5,070억 루피가 투입된 사업이 계획과 집행 측면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터널 결함과 붕괴가 설계 및 시공 품질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2026년 공개된 추가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2/23~2024/25 회계연도의 영업중단 손실은 991억8,000만 루피로 추정됐다. 2024년 5월 이후 발전소는 계속 가동하지 못했고, 터널 붕괴에 대한 최종 책임도 확정되지 않았다.
복잡한 지질조건과 설계변경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중국 시공사에 귀속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준공 후 핵심 구조물에 문제가 생겼고, 원래 시공사를 다시 불러야 했으며, 발전소가 생산하지 못한 전력의 가치가 국가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닐룸–젤룸 발전소 일자별 경과
닐룸–젤룸 발전소 금액별 정리
출처: Neelum Jhelum Hydropower Company – 공식 프로젝트 이력
Energy Update – 터널 붕괴 손실 및 복구계약
Dawn – Neelum-Jhelum project ‘a failure of planning, execution’
Profit by Pakistan Today – 2026년 추가 감사 결과
| 젤룸 수력발전소 |
2-6. 에콰도르 코카 코도 싱클레어: 계약과 보증이 강하면 청구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중국 Sinohydro가 건설한 에콰도르의 1,500MW 코카 코도 싱클레어 수력발전소에서는 준공 전부터 구조물 균열과 계약 위반 문제가 제기됐다.
에콰도르 감사원은 분배관 구조물에서 7,648개의 균열을 확인했으며, 계약 위반과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국가 손실을 1억6,500만 달러로 산정했다. Sinohydro에 부과해야 할 8,000만 달러의 벌금이 징수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 사례의 결론은 발주국에 대한 일방적인 비용 전가가 아니었다. 2026년 국제중재 합의에 따라 에콰도르는 현금과 재생에너지 투자를 합쳐 4억 달러의 보상을 받게 됐다. 운영·유지보수와 운영위험도 PowerChina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이는 중요한 반례다. 중국 기업이 참여한 모든 프로젝트가 발주국의 일방적 손실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독립적인 감리, 장기간 유지되는 성능보증, 집행 가능한 이행보증금과 국제중재 조항을 확보하면 하자와 운영위험을 시공사에 되돌릴 수 있다.
코카 코도 싱클레어 발전소 일자별 경과
코카 코도 싱클레어 발전소 금액별 정리
출처: 에콰도르 감사원 – Sinohydro 관련 감사 결과
에콰도르 감사원 자료 – 사업비와 계약 구조
CELEC – 국제중재 합의 및 운영위험 이전
| Ecuador: State files arbitration claim against Sinohydro over cracks in Coca Codo Sinclair hydroelectric dam, which caused significant environmental damage |
3. 노스볼트에서 확인된 것은 ‘사보타주’가 아니라 ‘기술 의존’이다
유럽 배터리업체 노스볼트의 파산 원인을 설명하는 법원 문서에 중국 장비업체 엔지니어들의 고의적인 방해가 적시됐다는 주장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미국 파산법원 제출자료와 스웨덴 파산관재인 관련 보도에서는 고의적 사보타주가 파산 원인으로 공식 인정됐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확인되는 사실은 노스볼트가 코로나19 기간에 중국산 생산장비를 완전한 공장인수시험(FAT) 없이 받아들였고, 이후 중국 Wuxi Lead 소속 기술자 수백 명이 현장에서 설치·보정·소프트웨어 설정과 직원교육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파산관재인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는 노스볼트 내부에도 배터리 양산 경험이 부족해 중국 공급업체 의존도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중국 업체에 대한 미지급 송장도 약 5억 스웨덴크로나에 달했다.
따라서 노스볼트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확인되지 않은 고의적 방해가 아니다. 핵심 공정의 설치·보정·소프트웨어 설정을 공급업체 기술자에게 맡긴 상태에서 내부 엔지니어링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을 소유하고도 생산라인을 독립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노스볼트 중국 장비 의존 일자별 경과
노스볼트 금액별 정리
출처: Evertiq – Northvolt의 중국 장비업체 의존과 미완료 FAT
참고: Northvolt – 2025년 3월 스웨덴 파산 발표문, PDF
| Northvolt Bankruptcy |
4. 미국이 차단하려는 것은 장비가 아니라 외국의 잔존 권한이다
2026년 8월 26일 백악관이 공개한 전력망 안보 행정명령은 외국산 장비에 디지털 백도어가 내장되거나 외국 정부가 원격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다. 국제분쟁이나 무역 중단으로 부품과 유지보수 서비스가 끊기는 상황도 국가안보 위험으로 규정한다.
적용 범위는 69kV 이상 송전망을 중심으로 하며 변압기, 발전기, 터빈, 고압차단기, 계통연계 인버터, BESS, UPS, 보호계전기, PLC·RTU·IED, 분산제어시스템과 안전계장시스템을 포함한다.
특히 장비 본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핵심 부품·소프트웨어·펌웨어·디지털 서비스·유지보수 서비스·원격접속 기능·생애주기 업데이트 체계까지 심사 대상이다.
다만 이번 조치를 모든 외국산 전력 장비의 일률적 금지라고 표현하면 범위가 과장된다. 금지 대상이 되려면 대상 외국 주체와 관련된 장비·서비스이면서 에너지부가 사보타주, 무단접속, 공급망 중단 또는 국가안보상 수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해야 한다.
‘대상 외국 주체’에는 ITAR §126.1에 따른 미국의 무기금수·제재 대상국이 포함된다. 이 조항에는 중국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관할이나 통제를 받는 장비업체는 실질적인 핵심 심사 대상이 된다.
가장 강력한 부분은 기설치 장비다. 물리적으로 정상 작동하는 장비라도 공급업체·펌웨어·원격접속 위험이 확인되면 격리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 안보 분류 하나로 기존 전력자산이 조기 퇴출되는 규제적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전력망 안보 행정명령 일자별 이행계획
행정명령의 수치·적용범위 정리
출처: 백악관 – 미국 대규모 전력망 안보 국가비상사태 행정명령
백악관 Fact Sheet
미국 전자연방규정집 – 22 CFR §126.1
5. AI 시대에는 전력망의 작은 취약점이 거대한 손실로 확대된다
과거에는 발전소 한 곳의 고장이 지역 정전과 전력회사의 손실로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 방산시설이 전력망에 연결되면서 전력중단의 피해 규모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AI 데이터센터는 전력품질 저하나 짧은 계통 장애에도 연산작업이 중단될 수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 역시 순간정전만으로 재공정과 웨이퍼 폐기 손실이 발생한다. 발전·송전 장비의 신뢰성은 이제 전기요금의 문제가 아니라 AI 경쟁력·첨단 제조능력·국방 생산능력의 문제가 됐다.
미국의 판단은 명확하다. 중국산 장비의 초기 구매가격이 낮더라도 장비 안에 확인하기 어려운 펌웨어가 존재하고, 원격 유지보수 권한이 외국 공급업체에 남으며, 부품 공급까지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면 그 장비는 충분히 싸지 않다.
앞으로 전력 장비를 구매할 때는 가격과 효율뿐 아니라 공급업체의 소유구조, 소프트웨어 출처, 원격접속 권한, 부품 재고, 유지보수 인력과 지정학적 단절 가능성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이는 전력장비 시장의 경쟁 기준이 단순한 제조원가에서 검증 가능한 공급망·사이버 보안·장기 서비스 독립성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북미 현지 생산기반을 갖춘 변압기·스위치기어·계통자동화·BESS·산업제어 보안업체에는 구조적인 교체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중국산 핵심 부품을 제3국에서 단순 조립하거나, 중국 본사의 펌웨어와 원격 유지보수 체계에 의존하는 업체는 미국 현지 생산을 표방하더라도 최종 시행규칙의 심사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6. ‘중국 기업은 모두 부실하다’는 주장도 경계해야 한다
개별 사례만으로 모든 중국 시공업체가 다른 국가의 기업보다 품질이 낮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국제개발센터(CGD)가 2000~2023년 세계은행 지원사업 2,687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중국 업체의 계약금액 비중과 전체 사업 성과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정적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출처: CGD – Chinese Contractors and Development Project Quality, PDF
그러나 국가기간시설의 조달은 평균적인 품질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 발전소나 송전망에서는 낮은 확률의 사고라도 피해가 국가 전체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이 관리해야 하는 것은 평균 고장률이 아니라 파국적 Tail-Risk이다. 공급국과 외교관계가 악화되거나 원격 지원과 핵심 부품이 중단됐을 때 자체적으로 설비를 운영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중국 기업이 건설한 수많은 발전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과, 핵심 전력망에서 중국 공급망 의존을 제한해야 한다는 판단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7. 앞으로 인프라 계약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
중국 기업과의 EPC 계약 자체를 금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다만 초기 건설가격을 평가하기 전에 발주국은 최소한 다음 조건을 계약으로 확보해야 한다.
출하 전 독립기관이 참여하는 공장인수시험(FAT)과 현장인수시험(SAT)
소프트웨어 구성명세서와 펌웨어 검증권, 원격접속 기록 및 발주자 차단권
핵심 예비부품의 현지 의무비축과 복수 공급원
현지 기술자가 외국 인력 없이 운전·정비할 수 있을 때까지의 인수 유예
출력·가동률·열효율에 연동된 장기 성능보증과 지체상금
하자보증금과 모회사 지급보증, 국제중재 판정의 집행 가능성
시공업체와 독립된 발주자 기술자문 및 설계검증 기관
계약 종료 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소스코드·매뉴얼·설계도면의 에스크로
이 조건이 없다면 턴키 계약은 발전소를 완성된 상태로 넘겨받는 계약이 아니라, 시공업체에 장기간 운영을 의존하는 계약이 될 수 있다.
CONCLUSION
우간다 카루마댐의 4,000만 달러 추가 제안, 보츠와나 모루풀레 B의 243억 풀라 추가 직·간접비용, 스리랑카 락비자야의 6,700만 달러 O&M 계약, 파키스탄 닐룸–젤룸의 991억8,000만 루피 영업중단 손실은 서로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개별 사건이다.
모든 책임이 시공사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모든 중국산 설비가 위험하다는 증거도 아니다. 그러나 이 사례들은 핵심 인프라의 진짜 비용이 준공 시점의 EPC 가격이 아니라, 설비가 고장 난 뒤 외국 기술자와 부품, 소프트웨어 지원 없이도 계속 운영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의 새로운 전력망 행정명령은 조달 기준을 최저가격에서 운영주권을 포함한 생애주기 위험으로 이동시킨다. 신규 장비만이 아니라 이미 설치된 장비, 소프트웨어, 펌웨어, 유지보수 서비스와 원격접속 권한까지 규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력망 장비를 구매한다는 것은 변압기나 터빈 한 대를 사는 일이 아니다. 향후 수십 년 동안 누가 그 장비를 진단하고, 수리하고, 업데이트하며, 필요할 때 외부 연결을 끊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인프라의 진짜 가격은 얼마에 지었는가가 아니라, 공급업체의 허락 없이도 멈추지 않을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전체 사례 종합 비교
아래 금액은 초기 EPC 사업비, 추가 보수 제안액, O&M 계약, 전력 수입비, 영업중단 손실 및 중재보상 등 성격이 서로 다른 수치다. 따라서 단순 합산보다는 각 프로젝트에서 초기 건설비 외에 어떤 형태의 두 번째 청구서가 발생했는지를 비교하는 용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글을 마치며
몇 달 전 신차를 구입할 무렵,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BYD의 신형 전기차 광고를 자주 봤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주행성능과 편의사양은 기존 완성차에 뒤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으로 빠르게 수출되며 전통 완성차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었다. 국내 자동차 전문 유튜브에서도 중국 전기차의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는 영상을 여러 차례 접하다 보니, 나 역시 잠시 BYD 차량을 사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기아차를 선택했다. (중국 불신)
최근에는 BYD 차량을 구입한 일부 국내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높은 수리비와 부품비, 유지보수 비용을 부담했다는 경험담이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 https://www.threads.com/@jooni_moorook_oppa/post/DcVvaRSCRpz/media |
| https://www.threads.com/@jooni_moorook_oppa/post/DcVvaRSCRpz/media |
| https://www.threads.com/@jooni_moorook_oppa/post/DcVvaRSCRpz/media |
그외 여러 사례 모음
https://arca.live/b/vehicle/173962379
개별 사례만으로 중국 기업이 의도적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과잉 청구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앞서 살펴본 발전소와 수력발전소 사례가 겹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낮은 가격과 빠른 공급능력을 앞세우지만, 제품이나 시설을 도입한 이후에는 부품·소프트웨어·전문인력과 유지보수 체계가 원래 공급업체에 종속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두 번째 청구서가 발생하는 구조다. 개인이 구매하는 자동차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우려된다면, 수십 년간 국가경제와 국민의 일상을 떠받쳐야 하는 발전소와 송전망에서는 그 위험을 훨씬 엄격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의 확대로 전력망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공급망의 신뢰도는 단순한 가격이나 제품 성능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고장이 발생했을 때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리할 수 있는지, 외국 기술자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공급업체가 지원을 중단하더라도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확보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결국 자동차든 발전소든 구매 당시 얼마나 저렴했는가보다, 문제가 생긴 이후에도 공급업체에 끌려다니지 않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개인의 자동차 선택에서도 고민되는 문제라면, 국가의 전력과 사회기반시설을 중국 기업에 맡길 때는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경계와 검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중국산 장비들로 라인을 쫙 깔아놓은 이차전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라인이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