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4일 일요일

생각정리 386 (* Toshiba HDD, Storage Hierarchy)

도시바 증설과 관련된 개인적인 견해를 기록해둔다. 

Toshiba’s Expansion Is Not a Storage Glut


도시바가 AI 데이터센터용 HDD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eagate와 Western Digital 주가는 약 10% 하락했다.

시장은 이를 HDD 공급 부족의 종료, 더 나아가 NAND와 SSD를 포함한 저장장치 전체의 공급과잉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도시바의 증설은 저장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선두업체의 공급만으로는 AI가 만들어내는 저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증거에 가깝다.


도시바의 증설계획


도시바는 필리핀 Laguna Technopark의 기존 PC용 HDD 라인을 니어라인 HDD용으로 전환하고 새 라인에서 첫 제품을 출하했다.

목표는 2027회계연도까지 기억용량 기준 생산능력을 2025년 대비 약 두 배로 확대하는 것이다. 보도된 투자액은 약 600억 엔, 3억8,000만 달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생산대수가 아니라 기억용량, 즉 EB Capacity 기준이라는 것이다.

도시바는 현재의 24TB CMR·28TB SMR에서 30TB급 MAMR과 40TB급 12-platter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일한 수의 HDD를 생산하더라도 평균용량이 24TB에서 40TB로 높아지면 EB 생산능력은 약 67% 증가한다.

따라서 이번 계획의 핵심은 물리적인 HDD 생산대수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라인을 전환하고 제품당 용량을 높여 전체 EB 출하량을 두 배로 만드는 것이다.

출처: 도시바 필리핀 신라인 첫 출하 및 FY2027 생산능력 목표



2022년 증설계획과 무엇이 다른가


도시바는 2022년에도 2025년 니어라인 HDD 생산능력을 2020년 대비 약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해 하반기부터 클라우드 고객의 재고조정과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가 시작됐다. 도시바는 필리핀 공장 인력의 16%인 약 1,500명을 감축했고, 증산 및 교체설비의 투자 시점을 재검토했다.

2022회계연도 상반기 HDD 등 사업은 매출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135억 엔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따라서 2022년 계획을 공식적으로 ‘취소했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전방 수요 악화로 계획이 사실상 보류됐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Seagate는 2028년 니어라인 EB의 대부분이 이미 배정됐으며 고객과 2029년 이후 물량을 협의하고 있다. Western Digital도 향후 3~5년 EB 수요가 연평균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도시바의 새 라인도 이미 첫 출하를 마쳤다. 단순한 계획 발표가 아니라 일부 설비투자와 생산인증이 완료됐다는 의미다.

2022년에는 공급계획이 실제 수요를 앞서갔지만, 이번에는 장기계약과 고객의 물량 배정이 공급을 앞서가고 있다.


출처: Toshiba Group IR Day 2022, 2022년 수요 악화와 투자 재검토


도시바는 Seagate·Western Digital과 경쟁할 수 있는가


도시바는 HDD 설계와 조립에서 50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위 10개 CSP 가운데 8개사에 공급한 이력이 있다.

동일한 3.5인치 폼팩터에 12장의 얇은 glass platter를 넣는 기술도 도시바가 가진 분명한 경쟁력이다.

그러나 핵심부품과 기록기술에서는 선두업체와 격차가 존재한다.

Seagate와 Western Digital은 헤드와 미디어를 상당 부분 직접 개발·생산하는 수직통합 구조다. 반면 도시바는 Resonac의 미디어와 TDK의 헤드를 사용하는 수평분업 구조다.

도시바의 31TB급 HDD 시연도 Resonac 및 TDK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이뤄졌다.

수평분업은 도시바의 직접 CAPEX 부담을 낮춰준다. 하지만 실제 증산 속도가 외부업체의 glass substrate·미디어·헤드 공급능력에도 좌우된다는 약점이 있다.

도시바가 조립라인을 증설하더라도 핵심부품 공급업체가 함께 증설하지 않으면 EB 생산능력은 목표만큼 증가하지 않는다.

제품경쟁력에서도 Seagate가 앞서 있다.

Seagate는 HAMR 기반 Mozaic 제품을 이미 양산하고 있으며, 2026년 7월 기준 HAMR가 니어라인 EB 출하의 약 40%를 차지했다. 반면 도시바의 현재 주력제품은 24TB CMR·28TB SMR이고, 40TB급 MAMR 제품의 출시 목표가 2027년이다.

도시바는 platter 수를 12장까지 늘려 용량 격차를 줄이고 있지만, Seagate는 약 10장의 platter에서 장당 기록밀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앞서가고 있다.


Seagate의 FY2026 연간 gross margin은 45.6%, 4분기는 52.3%였다. Western Digital은 각각 48.9%, 54.1%였다. 도시바는 HDD 단독 gross margin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치 비교는 어렵다.

다만 도시바는 핵심부품을 외부에서 구매하고 있고 제품 세대도 뒤처져 있다. 현재 도시바가 선두업체와 같은 단위당 원가와 마진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적은 CAPEX로 EB를 두 배 늘릴 수 있는 이유


도시바는 3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EB Capacity를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Seagate와 Western Digital의 FY2027 합산 CAPEX 예상치는 약 17억 달러다.

표면적으로는 도시바의 CAPEX당 EB 증가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보인다.

그러나 비교범위가 다르다.

도시바의 투자액은 필리핀 조립라인 전환과 자동화에 대한 직접투자다. 외부 공급업체가 부담하는 glass substrate·미디어·헤드 CAPEX는 포함하지 않는다.

반면 수직통합 업체의 CAPEX에는 헤드와 미디어 생산, 공정 전환, 수율 개선 및 차세대 기록기술 투자가 포함된다.

또한 도시바의 목표는 unit가 아닌 EB 기준이다.

EB Capacity = HDD 생산대수 × HDD당 평균용량

평균용량이 24TB에서 40TB로 상승하고 HDD 생산대수가 20%만 증가해도 EB Capacity는 약 두 배가 된다.

1.20 × 40TB ÷ 24TB = 2.0배

따라서 도시바의 계획은 물리적 생산대수를 두 배로 늘리는 증설이라기보다 평균용량 상승에 의존하는 기술 중심 증설이다.

이는 동시에 계획의 가장 큰 위험이다.

40TB급 제품의 출시와 수율, 외부 부품 공급 및 CSP 인증이 모두 예정대로 진행돼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어느 하나라도 지연되면 설치된 조립라인과 실제 출하 가능한 EB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도시바의 EB 점유율을 약 11%로 놓고 도시바가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동안 경쟁사도 연 25%씩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도시바 점유율은 약 17%에 그친다.

EB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도시바가 제시한 30% 점유율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번 증설은 충분히 실행 가능한 계획이지만, 선두업체의 기술과 시장지위를 단기간에 뒤집을 규모는 아니다.


HDD 수요 25%는 상단이 아니라 현재 보이는 수요다


Seagate와 Western Digital은 중장기 EB 수요가 연평균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5%도 5년이면 시장이 약 3배가 되는 높은 성장률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고객의 데이터센터 건설계획과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한 전망이다.

기업은 아직 수주와 예산으로 확정되지 않은 Recursive Self-Improvement, continuous learning, Agent AI 및 Physical AI의 잠재수요를 공식 가이던스에 모두 반영하지 않는다.

25%는 AI 저장 수요의 장기적인 상단이 아니라,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수요에 가깝다.

앞으로 Agent는 대화 결과만 저장하지 않는다. 입력과 tool call, 중간결과, 실패기록, 사용자의 선호와 주변환경의 상태를 계속 생성한다.

Physical AI는 여기에 영상과 음성, 차량·로봇·공장의 센서 데이터를 추가한다. 생성된 데이터는 일부가 제거되더라도 학습과 감사, 복구 및 continuous learning을 위해 압축·복제돼 누적된다.

저장 수요는 다음과 같은 순환구조를 가진다.

Data Generation → State Retention → Compression·Replication → Training·RAG → New Data Generation

Agent의 실행량이 증가할수록 데이터는 한 번 저장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학습과 추론의 입력으로 반복 사용된다.


AI가 stateful system으로 진화한다면 HDD EB 수요는 장기적으로 40%+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현재 확정수주가 아니라 기술 발전경로에 기반한 전망이다. 실제 수요는 데이터 압축률과 보존기간, 중복제거 및 재학습 데이터의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관련 글: 생각정리 378 (* The Memory Behind Every Agent), 생각정리 335 (* Stateful AI Factory, Memory, MLCC)


HDD 증설과 QLC SSD 수요는 반대 논리가 아니다


도시바의 증설을 NAND와 SSD를 포함한 저장장치 전체의 공급과잉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HDD와 SSD는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점은 같지만, AI 데이터센터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다르다.

이 차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한 자료가 Everpure의 2026 Financial Analyst Meeting에서 공개된 다음 슬라이드다.

Everpure는 지난 10년간 하이퍼스케일 스토리지에서 발생한 변화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 AI·ML 확산으로 필요한 Performance per TB는 상승한다.

  • HDD는 용량은 커지지만 전체 IOPS가 비슷해 HDD가 제공하는 Performance per TB는 하락한다.

  • 두 지표의 격차를 채우기 위해 QLC Flash 도입이 증가한다.

Everpure는 공식 글 The Market Has Spoken: QLC’s Hyperscale Moment Has Arrived에서 Google·Microsoft와 CMU가 공동 분석한 하이퍼스케일 운영 데이터를 인용했다.

두 하이퍼스케일러의 43개 실제 workload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필요한 IOPS per TB는 약 25% 증가했고 전체 workload의 68%가 이전보다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반면 HDD 한 대의 IOPS는 크게 증가하지 않아 HDD의 IOPS per TB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연구 원문: TCO-driven Storage Provisioning for Exascale Data Centers

AI는 저장용량만 더 많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된 데이터에 더 자주 그리고 더 빠르게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HDD 수요 증가와 QLC SSD 수요 증가는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HDD는 낮은 비용으로 cold data를 장기간 저장하는 데 적합하다. 반면 QLC SSD는 Agent가 반복적으로 참조하는 warm data와 대규모 RAG, vector database에 적합하다.

도시바의 HDD 증설은 cold tier의 공급을 늘릴 뿐, AI가 요구하는 low-latency storage의 병목을 해결하지 못한다.

관련 글: 생각정리 189 (* HDD, eSSD), 생각정리 319 (* NAND, eSSD)

Everpure(P) 애널리스트 콜 중


HDD는 왜 용량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느려지는가


HDD를 거대한 도서관이라고 생각해보자.

Platter는 책장이며, actuator와 head는 책을 찾아 기록하는 사서다. 기술이 발전하면 같은 크기의 책장에 더 작은 글씨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문제는 책장이 커져도 사서의 수와 움직이는 속도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장용량은 24TB에서 40TB로 67% 증가하지만, 임의의 위치를 찾아 데이터를 쓰는 횟수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HDD가 random write를 하려면 head가 해당 track으로 이동하고, platter가 회전해 원하는 sector가 head 아래로 올 때까지 기다린 뒤 자기장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 과정은 모두 물리적인 움직임에 묶여 있다.

예를 들어 180 random IOPS를 내는 24TB HDD는 TB당 7.5 IOPS를 제공한다. 동일한 180 IOPS를 내는 40TB HDD는 TB당 4.5 IOPS밖에 제공하지 못한다.

HDD의 절대속도가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용량이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Performance per TB는 계속 낮아진다.

SMR은 track을 지붕기와처럼 겹쳐 기록한다. 하나의 track을 수정하려면 인접한 track까지 다시 써야 하므로 random write가 많을수록 write amplification과 tail latency가 커진다.

HAMR와 MAMR도 쓰기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라기보다, 더 작고 쓰기 어려워진 bit에 데이터를 기록하기 위한 기술이다.

반면 SSD에는 움직이는 platter와 head가 없다. Controller가 여러 NAND channel과 die에 작업을 나누고 병렬로 처리한다.

NAND 적층 수와 die당 용량이 증가하더라도 controller, firmware, cache, channel 수와 package-level parallelism을 함께 개선하면 읽기와 쓰기 성능을 높일 여지가 있다.

생각정리 196 (* NAND Controller) 

HDD는 용량이 증가할수록 성능/TB가 낮아지는 구조지만, SSD는 controller와 software를 통해 용량과 성능을 함께 확장할 수 있다.

QLC의 program latency와 endurance 문제는 남아 있지만, host-based flash management와 wear leveling, garbage collection 및 error correction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이것이 HDD와 NAND·SSD가 서로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각기 다른 저장계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생각정리 378 (* The Memory Behind Every Agent)


결론


도시바의 증설은 HDD 공급규율에 대한 경고이지만, 저장장치 전체의 공급과잉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시바는 수평분업과 평균용량 상승을 활용해 비교적 적은 직접 CAPEX로 EB 생산능력을 확대하려 한다. 그러나 핵심부품 조달과 40TB급 제품의 수율, 고객 인증이 동시에 이뤄져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기술과 원가, 공급망 통제력에서는 여전히 Seagate와 Western Digital이 앞서 있다.

도시바의 증설 성공 가능성과 선두업체의 구조적 경쟁력 훼손 가능성은 같은 질문이 아니다.

더 큰 변화는 저장장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AI는 cold data의 저장량을 늘리는 동시에, 저장된 데이터에 더 빠르고 자주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그 결과 HDD는 저비용 장기보존 계층으로, QLC SSD는 고성능 warm-data 계층으로 분화한다.

(eSSD, HDD시장은 점차 서로 분화될 것)

Agent와 Physical AI는 입력과 결과만이 아니라 수행과정과 환경의 상태를 계속 기록한다. 이 데이터는 압축된 뒤 다시 학습과 추론의 입력으로 사용된다.

(*저장장치 수요(=*지능의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

지능의 핵심은 계산능력만이 아니라 과거의 상태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불러와 다음 행동에 반영하는 능력이다.

AI가 stateless chatbot에서 stateful Agent로 이동할수록 메모리와 저장장치는 계산의 보조재가 아니라 지능을 유지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다.

(*길게 보면 HDD 시장은 점차 메모리 계층 시장에서 따로 분화될 것)

이번 도시바 뉴스에서 읽어야 할 핵심은 HDD 공급규율에 대한 경고보다는, 

가장 작은 업체까지 다시 CAPEX를 시작해야 할 만큼 AI가 저장해야 할 데이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지 않을까 한다. 

=끝

2026년 10월 3일 토요일

생각정리 385(* Oil Is Flowing Again, Diesel Is Not)


지난 생각정리 368 (* Crude Is Not Diesel, The Second Oil Shock)와 생각정리 369 (* Diesel, The Last Barrel Standing)에서는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병목이 원유 생산에서 운송과 정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당시에는 사우디 동서 송유관 피격과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의 운송 차질이 겹치면서 2027년까지 높은 유가가 이어질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봤다.

그러나 최근 확인된 데이터를 보면 원유 수급은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반면 경유를 비롯한 정제제품 시장은 여전히 정유설비와 제품재고 부족의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전망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원유가격의 고점은 지나고 있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디젤 부족과 높은 정제마진은 원유보다 늦게 정상화될 수 있다.

두바이유 선물은 이미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첨부 자료의 원출처는 CME Group의 Dubai Crude Oil (Platts) Financial Futures다.

화면에 표시된 가격은 현물 두바이유가 아니라 Platts Dubai 가격을 기준으로 현금 결제되는 월별 선물의 직전 정산가격이다. CME 계약명세에 따르면 거래 단위는 1,000배럴이며, 매월 Platts가 평가한 Dubai prompt-month 가격의 산술평균으로 최종 결제된다. www.cmegroup.com


2026년 10월물은 99.94달러, 2027년 1월물은 90.18달러다. 석 달 뒤 가격이 근월물보다 약 9.8% 낮다.

이는 단기 공급위험이 아직 가격에 반영돼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쟁·운송 프리미엄이 낮아질 것으로 시장이 보고 있다는 의미다. 두바이유가 구조적으로 계속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보다 단기 부족 이후 공급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선물곡선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다만 선물곡선은 현재의 기대이지 확정된 예측값은 아니다. 호르무즈나 사우디 수출시설에서 새로운 차질이 발생하면 곡선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중동 원유 수출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됐다


JPMorgan은 2026년 9월 중동 원유 수출량이 하루 약 1,750만 배럴, 전쟁 이전의 **98%**까지 회복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 차질에도 호르무즈 통항, 오만만 선박 간 환적과 셔틀 탱커를 활용해 수출을 확대했다. Kpler에 따르면 사우디의 호르무즈 경유 원유 수출은 8월 하루 약 90만 배럴에서 9월 360만 배럴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https://www.aljazeera.com/news/2026/8/25/iran-oman-discuss-temporary-shipping-lane-through-strait-of-hormuz

관련 기사: Middle East Oil Exports Stage a Remarkable Comeback www.baystreet.ca

전쟁이 끝나지 않더라도 높은 운임과 보험료를 감수하면 원유를 수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정학적 위험은 남아 있지만, 수출경로가 장기간 완전히 차단될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다만 오만만의 선박 간 환적능력은 이미 한계에 접근했고 운송기간과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수출량 회복을 저비용 물류 정상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레버리지를 잃은 이란에게 더 낮은 협상안을 가져오라는 트럼프

G7의 비축분 방출은 단기 부족을 완화한다


G7은 10월 2일 IEA를 통해 원유와 정제제품 1억 배럴을 앞으로 4개월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첫 20일 동안 경유를 집중적으로 방출하고, G7 국가 사이의 에너지 수출제한도 자제하기로 했다.

공식 원문: G7 Leaders’ Statement on Global Energy Security and Market Stability www.elysee.fr


IEA에 따르면 2026년 2월 이후 관측 가능한 글로벌 석유재고는 5억700만 배럴 감소했다. G7의 1억 배럴 방출은 이 감소분의 약 **20%**에 해당한다. www.iea.org

1억 배럴을 120일로 나누면 하루 약 83만 배럴의 공급 완충 효과가 발생한다. 가격 급등을 진정시키는 데에는 의미가 있지만, 지금까지 감소한 재고를 원상 복구하거나 새로운 생산능력을 만드는 규모는 아니다.

이번 조치는 원유보다 경유시장에 더 직접적이다. 완제품 경유를 바로 공급하면 손상된 정유설비를 거치지 않고 제품 부족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7년에는 공급 회복폭이 수요 반등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EIA는 2026년 글로벌 액체연료 생산량을 하루 1억60만 배럴, 소비량을 1억260만 배럴로 전망한다. 연간으로는 약 200만 배럴/일의 공급부족이다.

그러나 2027년에는 생산량이 1억990만 배럴, 소비량이 1억500만 배럴로 바뀐다. 대부분의 중동 생산이 복귀한다는 가정 아래 하루 약 490만 배럴의 공급잉여가 발생한다. www.eia.gov

IEA도 2026년 글로벌 공급이 하루 570만 배럴 감소한 뒤 2027년에는 중동 생산 재개로 800만 배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수요 반등 전망은 하루 260만 배럴에 그친다. www.iea.org



개인적인 기준 전망은 EIA·IEA보다 보수적이다. 중동의 생산·물류 복구가 일부 지연되고 OPEC+가 공급잉여를 흡수하기 위해 생산을 줄인다고 가정해 2027년 공급잉여를 하루 200만 배럴로 추정한다.

그럼에도 방향은 같다. 2027년은 공급부족이 지속되는 해라기보다 공급이 수요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가격은 이미 수요를 줄이고 있다


IEA는 2026년 세계 석유수요가 전년보다 하루 25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원유가격과 기록적인 경유가격이 운송·석유화학·산업수요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소분은 중간유분과 아시아 석유화학 원료에 집중됐다. 2027년 수요가 하루 260만 배럴 회복되더라도 2025년 수준을 소폭 웃도는 데 그친다. www.iea.org

높은 가격은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소비를 줄인다. 특히 이번 충격은 원유보다 경유와 항공유의 상승폭이 더 컸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수요파괴도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비OPEC 공급도 계속 증가한다


중동 생산이 회복되는 동안 가이아나와 브라질에서도 신규 공급이 추가된다.

ExxonMobil은 가이아나 Uaru 프로젝트를 2026년, Whiptail 프로젝트를 2027년에 가동할 계획이다. 기존 승인 프로젝트를 합치면 가이아나 생산능력은 약 130만 배럴/일까지 확대될 수 있다. corporate.exxonmobil.com

Petrobras도 2028년 원유 생산 목표를 하루 270만 배럴로 제시했다. 기존 유전의 자연감소를 감안해야 하지만, 중동 밖의 공급증가가 OPEC+의 가격 방어 부담을 키우는 방향은 분명하다. agencia.petrobras.com.br

결국 2027년 이후 유가는 물리적 생산능력 부족보다 OPEC+가 공급잉여를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더 민감해질 가능성이 높다.

2026~2028년 글로벌 원유 수급 전망


최근 중동 수출 회복과 G7 비축분 방출을 반영해 기존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



2026년은 이미 발생한 생산 차질 때문에 연간 공급부족이 남는다. 그러나 최근 수출 회복을 반영하면 4분기 수급은 부족과 균형 사이로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2027년에는 중동 생산 복귀와 비OPEC 증산이 수요 반등을 웃돌면서 재고가 다시 쌓이기 시작한다. 2028년에는 구조적인 공급부족보다 OPEC+의 생산조절이 유가의 핵심 변수가 된다.

2026~2028년 유가 전망





지난 글에서는 2027년 Brent 평균을 85~100달러로 전망했다. 이번에는 이를 75~90달러, 중심값 82달러로 낮춘다.

중동 원유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됐고, 비축분 방출이 단기 부족을 완화하며, 2027년 공급 회복이 수요 증가를 웃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회복되고 있는 중동 원유수출
Kpler


2028년 75달러 전망은 원유가 부족해서 유지되는 가격이 아니다. 공급잉여가 확대될 때 OPEC+가 일부 물량을 시장에서 제거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원유가격이 내려가도 디젤 부족은 바로 끝나지 않는다


2026년 8월 걸프와 러시아의 경유·가스오일 순수출은 전쟁 이전보다 하루 160만 배럴 감소했다. 두 지역은 전쟁 전 세계 해상 경유교역의 약 **45%**를 담당했다.

중동 원유 수출은 전쟁 이전의 98%까지 회복했지만 경유가격은 미국과 유럽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원유의 이동은 회복됐지만 정유와 제품수출 병목은 남아 있다는 증거다.

EIA도 미국 증류유 재고가 2026년 9월 1억 배럴 아래로 내려가고, 2027년 대부분 기간에 최근 5년의 낮은 범위를 밑돌 것으로 전망한다.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중단의 영향도 2027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www.eia.gov


2027년에는 원유가격 하락과 높은 경유 크랙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원유 생산과 수송은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지만 손상된 수첨분해·탈황설비를 복구하고 낮아진 제품재고를 다시 쌓는 데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G7의 경유 방출과 중국·인도의 제품수출 재개가 함께 나타나면 경유 부족도 예상보다 빠르게 끝날 수 있다. 현재의 높은 정제마진을 2028년 이후의 정상 이익으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원유의 문제와 디젤의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최근 데이터가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원유는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중동 원유 수출은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고, G7은 비축분을 추가로 공급하며, 2027년에는 중동과 비OPEC 생산이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CME의 두바이유 선물도 이러한 공급 정상화를 반영해 2027년 1월물 가격을 약 90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디젤은 정유설비 복구와 제품재고, 각국의 수출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원유가 충분해져도 필요한 지역에서 필요한 제품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경유 부족은 남는다.

원유는 먼저 정상화되고, 디젤은 뒤늦게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유가 하나가 아니다. 중동의 실제 생산량과 원유 수출, 걸프·러시아의 경유 순수출, 글로벌 제품재고, G7 비축분 방출 이행, OPEC+의 감산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원유가 다시 흐르는 속도와 그 원유가 디젤로 전환돼 필요한 지역에 도착하는 속도 사이의 차이가 남은 사이클의 길이를 결정할 것이다.


미국 쿠싱재고 증가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9일 이란 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대규모 "경제적 D-데이" 작전을 발표
수십 척의 이란 선박이 표류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들을 지원하는 국가나 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9일 이란 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대규모 "경제적 D-데이" 작전을 발표
수십 척의 이란 선박이 표류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들을 지원하는 국가나 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9일 이란 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대규모 "경제적 D-데이" 작전을 발표
수십 척의 이란 선박이 표류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들을 지원하는 국가나 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9일 이란 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대규모 "경제적 D-데이" 작전을 발표
수십 척의 이란 선박이 표류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들을 지원하는 국가나 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9일 이란 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대규모 "경제적 D-데이" 작전을 발표
수십 척의 이란 선박이 표류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들을 지원하는 국가나 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9일 이란 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대규모 "경제적 D-데이" 작전을 발표
수십 척의 이란 선박이 표류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들을 지원하는 국가나 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


원유 공급병목은 곧 풀릴 예정..
승기는 이란에서 미국(*트럼프)로 넘어옴..
 

=끝

2026년 10월 1일 목요일

생각정리 384 (* Korea, end-of-war declaration)


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6/10/01/2026100100401.html

이전 회사 대표님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은건 세상에 나타나는 현상을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가
전후 맥락을 놓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며,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 들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은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사의 표명,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전 대표의 4시간 만찬, 송영길 의원의 평화외교특보 임명, DMZ 지뢰 사고, 북한의 유엔총회 핵보유국 발언, 11월 중국 선전 APEC, 그리고 2027년 교황 방한까지.

각각 떼어놓고 보면 서로 다른 국내 정치·외교 뉴스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의 정치 일정 위에 올려놓으면 어느 정도 연결된 그림이 보인다.

국내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역할 분담이 시작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11월 APEC을 출발점으로 북한 핵 동결과 종전·평화체제 협상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다만 최근 인사와 회동,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가 우연히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는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1.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의 역할 분담


2026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는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졌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선호투표제가 적용됐고, 3위였던 송영길 후보의 2순위 표가 재배분되면서 김민석 후보가 최종 **54.08%**를 얻어 당대표에 당선됐다.

송영길 후보의 표 6만6,872표 가운데 4만6,869표가 김민석 후보에게, 2만3표가 정청래 후보에게 이동했다. 송영길 후보 지지표의 약 **70%**가 김민석 후보에게 향한 셈이다.

송영길, 선호투표제로 김민석 당선 도운 ‘킹메이커’|조선일보

이를 공식적인 후보 단일화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송영길 후보가 중도 사퇴해 김민석 후보와 합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당대회 내내 송영길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강하게 견제했고, 실제 선호투표에서도 송영길 표의 대부분이 김민석 후보에게 이동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반정청래 선거연합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김민석 대표의 당선 이후 송영길 의원에게 어떤 역할이 부여될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송영길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문재인 정부 대통령 러시아 특사,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지냈다. 당내에서는 외교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송 의원을 외교부 장관이 아니라 새로 만든 평화외교특별보좌관에 위촉했다.

외교장관 거론되던 송영길, 평화외교특보에|동아일보

송 의원은 임명 직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고 다시 대화의 문을 여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평화외교특보는 비상근으로 겸직이 가능한 자리다. 외교부 장관처럼 정부 조직 전체를 운영하는 직책은 아니지만, 대통령에게 직접 대북·평화외교 전략을 조언할 수 있다.

형식적인 권한보다 역할의 상징성이 더 중요해 보인다.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대표의 당선에 결과적으로 힘을 보탠 송영길 의원에게 ‘평화외교’라는 별도의 정치적 역할을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과 대통령실의 역할 분담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송영길 의원의 평화외교특보 임명을 단순한 전당대회 논공행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11월 APEC을 앞둔 시점에 외교통일위원장과 러시아 특사 경력이 있는 중진 정치인을 신설된 평화외교특보에 배치했다는 것은, 대통령실이 대북 평화외교를 별도의 정치적 프로젝트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2. 강훈식 사의는 서울시장 후보 결정의 신호일까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 9월 2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공식적으로는 장관 후보자들의 연이은 낙마와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성격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사의 표명 이후 열흘이 넘도록 이재명 대통령은 수리와 유임 가운데 어느 쪽도 결정하지 않았다. 청와대 역시 10월 1일 “인사권자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강훈식 후임 인선이냐 유임이냐, 인사권자 고민 중”|연합뉴스

단순히 인사 실패의 책임을 묻는 문제라면 결정을 이렇게 오래 미룰 이유가 크지 않다. 강훈식 비서실장의 향후 역할과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구도를 함께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민석 대표의 수첩에는 이미 서울시장 후보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적혀 있었다.

  •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 우원식 전 국회의장

  •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 김민석 민주당 대표

김민석 대표는 오세훈 시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릴 가능성을 **“99.99%”**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 “서울시장 보선 가능성 99.99%…수첩 속 후보는 강훈식·우원식·정청래”|동아일보

내가 보는 핵심 분기점은 강훈식 비서실장의 사의 수리 여부다.


사의가 받아들여지면 강훈식,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청래.

아직은 개인적인 추론이지만 현재 민주당 내부 역학을 가장 간결하게 설명하는 가설이다.

강훈식은 대통령과 정부의 후보에 가깝고, 정청래는 권리당원과 당 조직의 후보에 가깝다.

결국 강훈식의 거취는 단순한 청와대 인사가 아니라 차기 서울시장 후보를 대통령 중심으로 정할 것인지, 당 중심으로 정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3. 이재명·정청래·강훈식의 4시간 만찬


10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은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약 4시간 동안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사의를 표명한 강훈식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청와대는 세 사람이 다양한 국정 현안과 당내 사안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정청래 전 대표와 4시간 만찬…강훈식 비서실장 배석|뉴스핌

공식 발표만 놓고 보면 당내 갈등을 해소하고 정청래 전 대표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회동이다.

그러나 시점과 참석자 구성이 묘하다.

  • 강훈식 비서실장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수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 정청래 전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은 두 사람을 함께 앉혀 4시간 동안 국정과 당내 사안을 논의했다.

  • 하루 뒤 송영길 의원은 평화외교특보에 임명됐다.

이 자리가 서울시장 후보를 직접 결정하기 위한 회동이었다는 증거는 없다. 청와대도 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청래와 강훈식, 그리고 최종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에는 정치적 상징성이 있다.

강훈식의 사의를 수리해 서울시장 후보로 보낼 것인지, 강훈식을 대통령실에 남기고 정청래에게 서울시장 출마의 공간을 열어줄 것인지, 또는 두 사람 사이의 경쟁과 역할을 사전에 조정할 것인지 논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강훈식이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된다면 정청래 전 대표의 협조가 필요하다. 반대로 정청래가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된다면 강훈식 비서실장과 대통령실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4시간 만찬은 단순한 화해의 식사라기보다 서울시장 후보 결정 이전의 정치적 교통정리였을 가능성이 있다.


4. DMZ 지뢰 사고와 정부의 억제된 대응


지난 9월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들이 부상을 입었다.

초기 조사 과정에서는 지뢰의 종류와 매설 경위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과 현장조사를 통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군사령부도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북한 대인지뢰가 발견됐다며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엔사 “DMZ 폭발, 정전협정 위반 발생한 것으로 판단”|조선일보

정부와 여당이 끝까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합참은 조사 결과에 따라 북한에 책임을 묻고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며,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9월 30일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김민석 “DMZ 지뢰 사고는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반드시 사과해야”|연합뉴스

다만 주목할 부분은 초기 대응의 강도와 속도다.

정부와 여당은 북한의 책임을 곧바로 단정하기보다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북한을 직접 강하게 비판하기보다 장병의 부상에 유감을 표시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무게를 뒀다.

이는 증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하게 대응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충돌 수위를 관리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DMZ 지뢰 사고 자체가 종전협정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보다 정확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정부가 종전과 평화체제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DMZ 지뢰 사고를 남북 간 대결 이슈로 확대하기보다 조사와 책임 규명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사건 자체보다 정부의 반응 함수가 더 중요한 이유다.


5.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미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기존보다 현실적인 단계론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북한의 즉각적인 핵 폐기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순서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핵·ICBM 추가 개발 중단 → 핵 능력 축소 → 국제 감시와 검증 → 장기적인 핵 폐기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ICBM 개발 중단을 대가로 실효성이 낮아진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정부는 최종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협상 출발점은 이미 비핵화 선행에서 핵 동결과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북핵 폐기 아닌 동결부터…제재 완화와 맞교환”|서울신문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보다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대화를 통해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 남·북·미·중 4자 대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제안

단어의 변화가 중요하다.

‘선 비핵화’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반면 ‘핵 없는 한반도’와 단계적 접근은 북한의 기존 핵 능력을 당분간 인정한 상태에서 동결과 축소부터 협상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공식적인 핵보유국 인정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의 핵을 당장 제거할 수 없는 관리 대상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6. 북한의 유엔 발언: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 인정이 목표다


북한도 같은 시기 유엔총회에서 자신의 협상 목표를 분명하게 밝혔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은 9월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상은 북한의 핵 억제력을 외부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안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절대적인 힘으로 규정했다.

또한 북한이 앞으로도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북한 김선경 외무성 부상 유엔총회 연설 영상·요약|유엔

북한 “핵보유국 지위는 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되돌릴 수 없다”|조선일보

이 발언은 북한이 향후 협상에서 무엇을 요구할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핵 폐기를 전제로 협상장에 나오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미국과 핵 동결, 군비통제, 제재 완화, 체제보장 문제를 협상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목표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비핵화 협상 → 핵보유국 간 군비통제 협상으로 전환

북한이 말하는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는 표현도 중요하다.

이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동시에, 자신을 무조건적인 위협이 아니라 핵무기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묘사하려는 시도다.

향후 북한이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NPT 체제상의 공식 핵보유국으로 승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실적인 타협은 법적인 핵보유국 승인보다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현실을 전제로 동결·감축·감시 협상을 시작하는 사실상의 인정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단계적 비핵화와 북한이 주장하는 핵보유국 지위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협상이 성립할 수 있는 교집합도 존재한다.

  • 북한은 기존 핵무기의 즉각적인 폐기를 거부한다.

  • 한국과 미국은 핵과 ICBM의 추가 확대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 양측 모두 국제적 감시와 단계적 제재 완화를 거래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협상의 출발점은 ‘핵무기 0개’가 아니라 다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늘리지 못하게 하고, 사용할 가능성을 낮추고, 국제 감시 아래 두는 것이다.


7. 11월 중국 선전 APEC이 첫 번째 확인 시점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은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다.

한국 정부는 이 회의를 계기로 남·북·미·중 정상들이 참여하는 4자 평화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중국 선전 APEC 계기 남·북·미·중 4자 평화회담 추진|파이낸셜뉴스

국정원도 APEC 전후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을 약 **50%**로 평가한 것으로 보도됐다.

국정원 “APEC 때 미북 회담 가능성 50%”|조선일보

여기에 트럼프·시진핑·푸틴의 3자 회동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 측도 APEC을 계기로 한 미·중·러 정상회동이 논의됐다고 확인했다.

트럼프·시진핑·푸틴, 11월 중국 APEC 3자회담 가능성|머니투데이

각국 정상은 서로 다른 이유로 북한 문제에 관여할 유인이 있다.

트럼프


트럼프에게 북한과의 합의는 전쟁을 끝낸 대통령이라는 외교적 유산이 될 수 있다.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 동결과 ICBM 통제를 얻어내고 이를 역사적 합의로 포장하는 방식이 정치적으로 더 현실적이다.

(*이란 중동전쟁 문제를 북한 종전협정 이슈로 덮으려는 것 일수도)

시진핑


중국에서 개최되는 APEC에서 북미 대화나 다자 평화회담이 성사되면 시진핑은 한반도 문제의 핵심 중재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동시에 북한이 미국이나 러시아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것도 견제할 수 있다.

푸틴


북한과 군사적으로 밀착한 러시아는 이제 한반도 협상에서 제외하기 어려운 당사자가 됐다.

푸틴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협상 자산으로 활용하고, 러시아가 동북아 질서에서도 배제할 수 없는 강대국이라는 점을 인정받으려 할 것이다.

다카이치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북한을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따라서 이를 일본이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카이치 총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납북자 문제 해결 촉구”|일본 총리관저

다만 일본도 납북자 문제와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 테이블에 참여할 유인이 있다.

4자회담이 남·북·미·중 중심으로 출발하더라도 러시아와 일본의 이해관계가 결합하면 과거의 6자회담과 비슷한 구조로 확대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이재명 정부에도 한반도 종전과 평화체제 구축은 대표적인 역사적 치적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세제, 인사 문제로 국내 정치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북 평화 이벤트는 정권의 의제를 단번에 전환할 수 있는 카드다.

결국 종전협정은 이상적인 평화주의만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는 제재 완화와 체제보장, 미국에는 핵과 ICBM 동결, 중국과 러시아에는 동북아 영향력, 일본에는 납북자 문제 해결의 기회, 이재명 정부에는 역사적 치적이 돌아가는 국제정치적 거래다.


8. 교황 방북과 남북 평화 이벤트


APEC 이후의 두 번째 주요 일정은 **2027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다.

이는 단순한 청년 기독교 행사가 아니라 전 세계 가톨릭 청년과 성직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정확한 참가 규모는 최종 등록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국내외 청년 수십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가량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공식 일정

레오 14세 교황도 전 세계 청년들이 2027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 모일 것이라고 직접 발표했다. 공식 일정에는 교황 환영행사와 교황이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 파견미사가 포함돼 있다.

레오 14세 교황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초청 메시지|교황청

이 행사가 남북관계와 연결되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미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할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26년 6월 바티칸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를 논의하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공식 초청했다.

교황과 이재명 대통령, 한반도 평화와 서울 세계청년대회 논의|가톨릭평화방송

이 과정에서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도 실제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 레오 14세 교황에게 방한 초청…방북 가능성도 논의|서울신문

다만 교황의 방북은 아직 확정된 일정이 아니다.

유흥식 추기경도 교황의 방북 여부는 결국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교황을 공식 초청하고, 종교 활동에 대한 최소한의 조건을 수용해야 실제 방문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유흥식 추기경 “교황 방북 여부는 북한의 자세에 달려”|동아일보

그럼에도 교황 방북이 성사될 경우 그 정치적 의미는 상당히 크다.

교황의 북한 방문은 단순한 종교행사를 넘어 한반도의 휴전 체제를 종전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국제적 이벤트로 활용될 수 있다.

가능한 일정은 다음과 같다.

2026년 11월 APEC 미북·다자대화 개시
→ 핵 동결과 제재 완화 실무협상
→ 남북 간 긴장 완화 조치
→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교황 방한
→ 교황 방북 또는 남북 평화 메시지 발표
→ 종전선언·평화협정 논의의 정치적 정점

교황은 군사적 이해관계가 없는 종교 지도자이기 때문에 남·북·미·중 어느 국가도 공개적으로 거부하기 부담스러운 중재자가 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교황의 방문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정상국가 이미지를 보여줄 기회가 된다. 미국과 유럽에 제재 완화의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는 종전과 남북 평화를 정권의 대표적인 정치적 성과로 부각할 수 있는 상징적 무대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교황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는 장면까지 정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는 것은 교황 방북 제안과 한반도 평화 역할 요청까지다. 대통령과 교황의 동반 방북이 구체적으로 합의됐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9. 인사와 정치 일정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의 인사와 회동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들을 모두 하나의 사전 계획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당내 주요 인물에게 각자의 정치적 역할을 배분하고 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 김민석에게는 당대표와 선거 관리

  • 송영길에게는 평화외교

  • 강훈식과 정청래 가운데 한 사람에게는 서울시장 후보

  • 나머지 한 사람에게는 대통령실 또는 당내 역할

특히 송영길이 외교부 장관이 아니라 비상근 평화외교특보에 임명된 것은, 기존 국회의원 신분과 정치적 활동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대북 평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 인사다.

이 구조가 맞다면 강훈식의 사의 수리 여부와 정청래의 향후 행보도 개별 사건이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와 대북 평화 일정에 맞춘 역할 재배치로 볼 수 있다.

결론: 11월 APEC에서 2027년 교황 방한까지


현재까지 공개된 사실만으로 종전협정이 이미 합의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의 인사와 발언을 연결하면 정부가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즉각적인 북한 비핵화보다 핵 동결과 축소, 제재 완화와 국제 감시를 교환하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은 유엔총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되돌릴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보유 현실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군비통제와 제재 완화를 협상하려 한다는 의미다.

두 입장 사이의 간극은 크지만 교집합은 존재한다.

북한은 기존 핵을 당장 포기하지 않고,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핵과 ICBM이 더 늘어나는 것을 막는다. 그 대가로 제재 완화와 체제보장, 국제 감시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그 첫 번째 확인 시점이 2026년 11월 중국 선전 APEC이다.

두 번째 확인 시점은 2027년 8월 서울 세계청년대회와 교황의 방한이다.

APEC에서 시작된 대북협상이 2027년까지 이어지고 교황의 방북까지 성사된다면, 이는 종교행사를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국제적으로 선언하는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국내 정치에서도 역할 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은 당대표가 됐고, 그의 당선에 결과적으로 힘을 보탠 송영길은 평화외교특보가 됐다. 강훈식은 사의를 표명했고, 정청래는 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비서실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4시간 동안 만찬을 가졌다.

여기서 내가 보는 가설은 여전히 단순하다.

강훈식의 사의가 수리되면 강훈식이 서울시장 후보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유임된다면 정청래가 당 중심의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김민석은 당을 관리하고, 송영길은 평화외교를 맡으며, 강훈식과 정청래 가운데 한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로 이동하는 구조다.

결국 이번 종전 논의의 본질은 평화에 대한 선언만이 아니다.

북한의 핵을 현실로 받아들이되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게 관리하고, 그 대가로 제재 완화와 체제보장을 제공하는 국제정치적 거래다.

트럼프와 시진핑, 푸틴과 다카이치, 이재명 대통령과 교황까지 각자의 이해관계와 역할은 다르다.

그러나 모두가 한반도의 오랜 전쟁을 끝내는 역사적 장면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유인은 충분하다.

2026년 11월 APEC은 협상의 시작 여부를 확인하는 첫 번째 분기점이고, 2027년 8월 교황 방한은 그 협상을 국제적 평화 이벤트로 완성할 수 있는 두 번째 분기점이다.

그 과정에서 송영길의 평화외교특보 활동, 강훈식의 거취, 정청래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 북한의 핵 동결 수용 여부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930010010806


근데.. 이거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 맞아요..?
아무도 관심을 안갖는거 같은데..
오히려 대통령 지지율에 역효과 날 것 같은건 내 착각인가..
감다뒤..

= 끝

생각정리 383 (* Hyundai’s Slump, Korea’s Warning)


현대차의 최근 판매량을 살펴보다가, 이번 부진을 개별 기업의 경쟁력 문제로만 봐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국내와 유럽에서는 테슬라·BYD뿐 아니라 같은 그룹의 기아에도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동시에 부품 공급 중단과 자체 노조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었고, 차량용 반도체·전력반도체·에너지·노동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상품과 기술 경쟁력이 약해지고, 국내에서는 생산비와 조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현대차만의 문제와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겹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서 생각을 정리해 글로 남겨본다.


과거 글에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는가


2025년 5월 「생각정리 24 — 좌파정부, 포퓰리즘, 제조업위기, 부동산가격」을 작성하며, 한국 제조업의 비용 경쟁력이 점차 약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당시에는 제조업 국가의 경쟁력을 낮은 물가, 낮은 에너지비용, 낮은 인건비라는 세 가지 조건으로 단순화했다. 지금 다시 정리해보면 중요한 것은 비용의 절대 수준보다 기업이 높아진 비용을 생산성과 기술, 품질과 가격으로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는가에 있다.


한국은 이미 저임금 제조업 국가가 아니다. 앞으로는 임금과 에너지비용이 올라가더라도 더 높은 생산성과 기술력으로 이를 상쇄해야 한다.

문제는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동안 부품·에너지·노동비용이 동시에 오르고, 파업으로 납기 안정성까지 약해지는 경우다.


현대차의 최근 실적은 위 세 가지 경로가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아/현대

국내 부진은 내수시장 둔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26년 1~8월 국내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사실상 시장 규모가 유지된 것에 가깝다.

그러나 같은 기간 현대차 판매는 15.0% 감소했다. 반면 기아는 7.0% 증가, 테슬라는 122.3% 증가, BYD는 800.0% 증가했다.




현대차가 전년의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전체 시장 감소로 설명되는 판매 감소분은 약 3,100대다. 실제 감소분 약 7만 대 가운데 시장 자체의 둔화로 설명되는 비중은 약 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생산 차질과 신차 교체 시점, 상품 구성, 경쟁사의 성장 등 상대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원인을 정확히 분해한 수치가 아니라, 시장 규모 이외의 요인이 훨씬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산이다.

테슬라와 BYD의 합산 증가분은 약 5만 8,000대로, 현대차 감소분의 약 82%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이 물량을 모두 현대차 고객이 테슬라와 BYD로 이동한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규 전기차 수요와 다른 브랜드 고객의 이동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현대차가 감소하는 동안 테슬라·BYD·기아가 성장했다는 방향까지다.

유럽에서도 시장보다 현대차가 더 부진하다


유럽 역시 시장 둔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2026년 1~8월 EU 신차 등록은 5.3% 증가했다. 그러나 현대차 판매는 12.7% 감소했고 점유율은 4.0%에서 3.3%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9.1% 증가했고, 폭스바겐그룹은 1.3%, BMW그룹은 4.8% 증가했다. BYD는 163.0% 성장했다.




현대차 경영진도 유럽 부진의 원인으로 코나·투싼 등 주요 내연기관 모델의 노후화와 소형 전기차 라인업 부족을 언급했다. 중국 업체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전기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는 동안 대응할 B세그먼트 전기차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그룹의 기아가 성장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동일한 한국의 임금·에너지·노사 환경에 노출된 기업 사이에서도 신차 출시와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성과가 달라졌다.

따라서 국내와 유럽의 판매 부진에는 분명히 현대차 자체의 상품 주기와 전기차 대응 문제가 포함돼 있다.

그렇다고 현대차 전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북미와 인도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난다.

2026년 상반기 현대차의 북미 판매는 3%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판매도 3% 증가했고, 인도는 10%, 중남미는 11% 성장했다.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는 25% 증가했다. 3분기 미국 판매 역시 3% 증가하며 역대 최대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 전체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붕괴했다면 북미·인도·하이브리드에서도 동시에 판매가 감소해야 한다. 현재 자료는 그런 상황을 보여주지 않는다.

보다 정확한 진단은 다음과 같다.

생각정리 184 (* Hyudai motor. Alpamayo)

현대차의 부진은 전사적인 브랜드 붕괴보다 지역별 상품 경쟁력과 공급능력의 격차가 커진 현상에 가깝다.


판매 감소보다 이익 감소가 더 크다


2026년 2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도매판매는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매출액은 우호적인 환율과 하이브리드 판매 덕분에 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5.8%**로 내려갔다. 회사는 원재료비 상승과 부품사 화재에 따른 생산 차질을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다.


판매가격과 환율로 매출은 방어했지만 생산량 감소와 원가 상승을 막지 못하면서 이익이 더 크게 줄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현대차의 문제는 판매량 감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물량을 회복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하고, 높아진 부품·노동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수익성이 이중으로 압박받을 수 있다.

자동차 공급망은 가장 약한 부품 하나에서 멈춘다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을 동시에 조달해야 완성된다. 중요한 것은 전체 부품의 개수보다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부품과 단일 공급 공정이 얼마나 많은가다.

전체 부품을 확보했더라도 특정 모듈 하나가 공급되지 않으면 조립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 재고를 최소화한 적시생산 방식은 평상시 효율적이지만 부품사 파업과 사고에는 취약하다.

https://www.yna.co.kr/view/AKR20260826116700057

2026년 8월 현대모비스 생산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가 부분파업에 들어가자 현대차 울산공장 대부분의 생산라인 가동률이 하락했고 일부 라인은 중단됐다. 부품사 노사 갈등이 완성차 생산에 즉시 전이된 구체적인 사례다.

현대차 자체 노조의 전면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도 약 5만 대로 추정됐다. 다만 회사가 이후 증산을 통해 상당 부분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으므로 5만 대 전체를 최종 판매 손실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201644001

생산 차질의 최종 영향은 고객이 기다려주는지에 달려 있다.

고객이 기다리면 판매 시점이 뒤로 밀릴 뿐이다. 그러나 테슬라·BYD·기아 등 다른 선택지를 구매하면 일시적인 생산 문제가 영구적인 시장점유율 손실로 바뀐다.

신차의 초기 공급이 부족하면 출시 효과도 약해진다. 차질 물량을 만회하기 위해 잔업과 특근을 늘리거나 판매 인센티브를 확대하면 생산량은 회복하더라도 이익률은 이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

프리드먼이 경고했던 조직된 내부자


이 문제는 「생각정리 259 — 노란봉투법, 밀턴 프리드먼, 병든사회」에서 다뤘던 밀턴 프리드먼의 노동조합 비판과 연결된다.

프리드먼의 핵심은 노동조합원 개인을 비난하는 데 있지 않았다. 조직된 일부가 자신의 임금과 고용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비조합원과 신규 구직자, 소비자와 협력업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는 강한 협상력을 가진다.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와 청년 구직자, 미래에 입사할 사람은 현재의 성과급 협상에 참여하지 못한다.

내가 우려하는 대기업 노조의 횡포는 임금 인상 요구 자체를 뜻하지 않는다. 생산 중단이 협력업체와 고객, 미래 투자와 고용에 미칠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 조합원의 배분 몫을 우선하는 협상력의 남용을 말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요구하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기업 이익은 근로자나 주주 중 어느 한쪽의 몫으로만 볼 수 없다. 세금과 이자, 배당,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경기 하락에 대비한 유동성의 재원이다.


자동차·반도체·조선·방산처럼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면 미래 경쟁력에 사용할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

노란봉투법이 모든 파업의 원인은 아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가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시행 약 100일 동안 다수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사실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도 9월 3일 지침에서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에 연동한 성과급 요구를 의무적 교섭 및 보호되는 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이 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법 시행 이후의 변화는 다음처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다 정확한 위험은 기존 대기업 노조의 임금협상과 확대된 하청노조의 원청교섭이 같은 시기에 겹칠 가능성이다.

완성차 노조의 파업이 끝나도 핵심 부품사 파업이 계속되면 생산은 정상화되지 않는다. 원청과 다수 협력업체의 교섭 일정이 중첩될수록 다단계 공급망의 조업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다.

자동차에서 조선·방산으로 퍼질 수 있는 위험


이러한 위험은 자동차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지만 조선과 방산에도 다른 형태로 전이될 수 있다.


자동차는 고객이 다른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어 생산 차질이 점유율 손실로 빠르게 이어진다. 조선은 당장 수주가 취소되지 않더라도 공정 만회비용과 예정원가가 상승한다.

방산은 인증받은 부품의 교체가 어렵고 시험과 검수 절차가 복잡하다. 특정 부품이나 시험공정이 지연되면 납품과 매출 인식, 대금 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

현재 조선에서는 성과급 갈등과 부분파업이 확인됐지만 대규모 인도 지연과 지체상금이 발생했다는 정량자료는 부족하다. 방산 전반에서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확산됐다는 증거도 아직 없다.

따라서 자동차는 현재 발생한 위험, 조선은 관찰할 위험, 방산은 잠재적인 위험으로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와 에너지비용도 올라가고 있다


노동비용 외에도 차량용 반도체와 전력반도체, 에너지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onsemi는 원재료와 제조·에너지비용 상승을 이유로 10월부터 광범위한 제품의 가격을 조정한다고 고객에게 통보했다. Renesas도 추가 가격 조정을 예고했다. 실제 현대차 구매가격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품목과 장기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2024년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9.7%, 대용량 고객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력은 10.2% 인상됐다. 자동차 조립공장의 직접 전력비뿐 아니라 소재·주조·단조·열처리·가공 협력업체를 통해 완성차 원가에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2025년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의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은 5.0% 증가했다. 300인 이상 기업은 6.9%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 기업은 1.4% 증가했다.


원청이 납품가격 인상을 수용하면 완성품 원가가 올라간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력사의 수익성과 설비투자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

원청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비용을 직접 부담하거나, 약해진 협력사의 공급 위험을 나중에 부담하게 된다.


부동산가격도 제조업 비용과 무관하지 않다


「생각정리 24」에서는 부동산가격 상승이 제조업 경쟁력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높은 주거비는 노동자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하는 명목임금의 하단을 높인다. 기업과 가계의 자본이 생산적 투자보다 토지와 주택으로 몰리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수도권에 산업과 일자리가 집중된 상태에서 주거비가 오르면 청년과 숙련인력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비용도 커진다. OECD도 주택시장의 비효율이 주거와 노동 이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집값 상승과 제조업 임금 상승 사이의 관계를 단순한 상관계수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높은 주거비가 노동비용과 인력 배치, 자본 배분에 부담을 준다는 경로는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포퓰리즘의 문제는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쓰는가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모두 비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전력망과 항만, 연구개발과 교육, 산업 인프라와 주택 공급에 자금을 투입하면 미래의 생산능력을 높일 수 있다. 경기침체기에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재정정책도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재정이 생산능력을 늘리기보다 현재의 소비와 자산가격, 조직된 이해집단의 소득을 보호하는 데 장기간 집중되는 경우다.


좌파정부의 분배정책이 언제나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고 원·하청 간 불공정한 비용 전가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분배정책이 생산성 향상과 투자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의 소득과 자산가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면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가 역시 기업의 CFO와 비슷한 자본 배분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의 선의만큼 투입한 재정이 미래의 공급능력과 고용을 얼마나 늘렸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독일 제조업의 약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독일은 한국이 경계해야 할 가까운 사례다.

독일 제조업의 약화는 높은 에너지비용 하나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다. 에너지 충격과 숙련인력 부족, 단위노동비용 상승, 규제와 투자 부진, 중국의 자동차·기계·전기산업 추격이 함께 작용했다.

독일 중앙은행은 2021~2023년 독일 수출시장 점유율 손실의 4분의 3 이상이 제품군별 경쟁력 악화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기계·전기·화학 등 독일의 전통적인 주력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독일 자동차·부품 생산은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2023년까지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 승용차 생산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전기차 생산 증가는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했다.

2022년 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독일 에너지 집약 산업의 생산은 15.2% 감소했고 고용은 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생산은 9.5% 감소했다.


자동차·부품 생산은 2017~2023년, 전체 및 에너지 집약 산업과 관련 고용은 2022년 2월~2026년 3월 변화다. 비교 기간은 다르지만 독일의 전통적인 제조 기반이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약해진 방향을 보여준다.

독일 제조업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독일은 여전히 대규모 자동차·기계 생산기반과 연구개발 역량을 갖고 있고 전기차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독일이 보여준 것은 비용 하나가 제조업을 무너뜨린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노동·규제 비용이 오르는 동안 생산성과 상품 경쟁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제조업 중심 국가도 수년간 시장점유율과 고용을 잃을 수 있다.

한국도 중국을 거대한 수요처와 저가 생산기지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 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기계 등 한국과 독일이 강점을 가졌던 산업에서 중국은 가장 강한 경쟁자로 바뀌고 있다.

한국 제조업 전체가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아직 독일과 같은 상황에 도달하지 않았다.

반도체 수출과 AI 관련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있고, 금속가공·전기장비·기계장비 생산도 비교적 양호하다. 조선 역시 높은 수주잔고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KDI는 2026년 9월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제조업 생산의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 제조업은 전면적인 몰락보다 반도체 호황 아래 자동차·석유화학·철강 일부의 취약성이 가려지는 양극화 국면에 가깝다.

현대차의 부진은 한국 제조업의 쇠퇴가 확정됐다는 증거가 아니다. 비용 상승과 공급 불안이 기술·생산성 향상보다 빨라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먼저 보여주는 경고 사례에 가깝다.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보다 미래의 수익성 문제다


현대차의 2026년 판매 감소를 자율주행 기술 부족으로 직접 설명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미국 판매와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자율주행 경쟁력이 현재 자동차 구매를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격과 차종, 연비, 보조금, 금융조건과 납기도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중장기 위험은 존재한다.

이전에 작성한 「생각정리 184 — Hyundai Motor, Alpamayo」에서는 NVIDIA와의 협력을 현대차가 자율주행 개발 속도를 높일 기회로 봤다. 현대차의 차량 생산과 실제 운행 기반을 NVIDIA의 AI·컴퓨팅 기술과 결합하면 시행착오와 개발기간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생각정리 222 — NVIDIA AI Empire」에서 다뤘듯 NVIDIA의 경쟁력은 개별 반도체와 모델에 머물지 않는다. 학습과 데이터 처리, 시뮬레이션, 검증과 차량용 컴퓨팅이 연결된 개발환경 전체가 핵심이다.


현대차가 이 개발환경에 깊게 맞춰지면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할 때 모델만 교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차량 시스템을 다시 통합하고 안전성을 재검증해야 하므로 전환 비용이 커질 수 있다.

NVIDIA는 Alpamayo를 모델·데이터셋·시뮬레이터가 포함된 공개 생태계로 제시하고 있다. 공개 모델을 사용한다고 기술 종속이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현대차·기아와 NVIDIA의 협력은 DRIVE Hyperion을 기반으로 레벨 2 이상 시스템과 Motional의 레벨 4 로보택시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공개자료만으로 Alpamayo의 전면 양산 적용이나 데이터 권리, 수익 배분과 독점 조건을 알 수는 없다.


현대차가 자체 모델과 데이터를 개선할 능력을 확보한다면 NVIDIA 협력은 기술 축적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차량과 운행데이터를 제공하면서 핵심 소프트웨어와 경제성을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면 미래 자율주행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현대차가 직면한 비용의 사면초가


현대차가 앞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부품 공급을 유지하려면 납품가격 인상을 수용해야 할 수 있다. 생산 차질을 피하려면 임금과 성과보상을 늘려야 할 수 있다.

테슬라·BYD와 경쟁하려면 차량가격을 낮추거나 사양을 높여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자체 R&D와 외부 플랫폼 비용을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

비용은 여러 방향에서 오르는데 판매가격은 경쟁 때문에 충분히 올리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판매량이 회복되더라도 과거의 높은 영업이익률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 현대차를 판단할 때 판매대수뿐 아니라 판매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현대차만의 문제인가, 한국 제조업의 문제인가


현재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차 부진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다.


현대차의 국내·유럽 부진에는 상품과 기술, 신차 주기 문제가 존재한다. 생산 차질과 에너지·노동·부품비 상승에는 한국 제조업이 함께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가 포함돼 있다.

두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면 개별 기업이 신차 한두 개를 성공시키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판매 감소로 이익과 투자 여력이 줄면 미래 기술과 신차에 대한 투자가 약해질 수 있다. 투자가 약해지면 다시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글을 마치며


현대차만의 문제라면 신차 출시와 경영전략의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국 제조업 공통의 비용과 제도 문제라면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두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현대차는 국내와 유럽에서 상품 주기와 전기차·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보완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 제조업은 높아지는 에너지·노동·주거비와 공급망 불확실성을 생산성과 기술로 상쇄해야 한다.

독일의 경험은 제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에너지와 노동비용이 오르고,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규제와 갈등으로 투자가 늦어지면서 수년간 조금씩 생산과 시장점유율을 잃는다.

한국도 아직 제조업 위기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반도체와 조선, 방산과 전력기기 등 경쟁력이 강해지는 산업도 존재한다.

그러나 강한 산업의 호황이 다른 제조업의 구조적 약화를 가리고 있을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생산성과 기술이 따라오지 못한 상태에서 비용과 분배 요구만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이 한국 제조업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다.

기업의 성과를 배분하려면 그 성과를 계속 만들어낼 생산 기반이 유지돼야 한다. 국가도 현재의 소득과 자산가격을 보호하는 데 자원을 우선할수록 미래의 생산과 고용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든다.

현대차의 최근 부진은 한국 제조업 몰락의 결론은 아니다.

다만 비용 상승, 공급망 불안, 조직된 내부자의 배분 요구, 중국의 기술 추격과 미래 소프트웨어 기술 의존이 한꺼번에 겹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등이라고 생각한다.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시 영업익 '최대 5%' 과징금…산안법 국회 통과(종합)
자본 투자자들이여..떠나자.. 해외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