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의 미래에 청구될 전쟁비용 청구서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서로의 시설을 부수고 있는걸까.. |
어제 회사에서 P/F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유가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교전국 간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원유와 디젤 시장의 변동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전망과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면서 불확실성과 불안감만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럴 때일수록 미리 기준을 세워두지 않으면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일희일비하기 쉽다. 그 결과 불필요한 매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에너지 시장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관련 리서치 기록을 업데이트해본다.
| Reddit의 최근 최대 관심사는 oil |
원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해도 디젤 부족이 끝나지 않는 이유
최근 원유시장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번 충격을 단순히 “호르무즈해협이 막혀 유가가 오른 사건”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의 공급망은 호르무즈해협, 사우디 동서 송유관, 바브엘만데브해협, 걸프 지역 정유설비, 러시아 정유공장이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처음에는 원유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병목은 원유 생산에서 수송으로, 다시 수송에서 정제로 이동했다. 원유를 확보하더라도 정유공장이 손상됐거나 제품을 수출할 항로가 막혀 있다면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디젤과 항공유 공급은 늘어나지 않는다.
이번 글에서 정리하고 싶은 핵심은 여기에 있다. 2027년 원유 수급이 공급잉여로 전환되더라도 글로벌 경유시장은 상반기까지 부족할 수 있으며, 낮아진 비축유와 제품재고를 다시 채우는 수요가 유가 하락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1. 세 개의 길이 동시에 막히기 시작했다
전쟁 이전 글로벌 석유 공급망에서 호르무즈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통과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었다. 2026년 2분기 통과량은 약 490만 배럴까지 감소했고, 사우디는 동부 유전의 원유를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의 얀부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EIA의 2026년 9월 단기 에너지 전망과 IEA의 비상재고 방출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은 2025년 4분기 하루 540만 배럴에서 2026년 2분기 810만 배럴로 증가했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홍해가 우회로가 되었고, 그 우회로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후티가 위협하는 바브엘만데브의 전략적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EIA는 바브엘만데브 물동량 증가가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 우회 수출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9월 11일 사우디 동서 송유관의 펌프장이 공격받으면서 발생했다. Reuters 보도에 따르면, 공격 이전 이 송유관은 하루 약 400만 배럴을 얀부로 옮기고 있었으며 당시 얀부의 재고는 기존 수출 속도를 약 5~7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복구 예상 기간은 보도마다 3~8주로 차이가 있지만, 부분적인 가동 재개가 먼저 시작될 가능성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AP 역시 주요 가동 차질이 수 주 동안 이어질 가능성을 보도했다.
다만 호르무즈 통과량 2,000만 배럴, 바브엘만데브 통과량 810만 배럴, 동서 송유관 처리량 400만 배럴을 단순히 합산해 공급손실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같은 원유가 호르무즈를 피한 뒤 동서 송유관을 통과하고 다시 홍해로 운송되기 때문에, 이 숫자들은 서로 다른 원유가 아니라 동일한 공급망의 여러 구간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공격에 따른 추가 순공급 충격은 동서 송유관의 명목 수송능력인 하루 700만 배럴이 아니다. 실제로 운송되던 물량 가운데 대체 수출과 부분 복구로도 메우지 못하는 부분을 계산해야 한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하루 150만~300만 배럴의 추가 차질이 30~60일 동안 지속될 가능성을 가정했다. 이 경우 누적 공급손실은 약 4,500만~1억8,000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
| https://x.com/KobeissiLetter/status/2099214530534682678/photo/1 |
2. EIA는 2027년 원유 공급부족을 예상하지 않는다
2026년 9월 EIA 단기 에너지 전망을 보면 2026년 글로벌 액체연료 생산량은 하루 1억62만 배럴, 소비량은 하루 1억259만 배럴이다. 연평균으로 하루 약 197만 배럴의 공급부족이 발생하며, 이를 단순 연환산하면 약 7억2,000만 배럴의 재고 감소 요인이 된다.
하지만 EIA의 전망은 2027년에 완전히 뒤집힌다. EIA Table 3a는 2027년 글로벌 액체연료 생산량을 하루 1억988만 배럴, 소비량을 하루 1억498만 배럴로 예상한다. 연평균 공급잉여는 하루 490만 배럴에 달한다.
분기별로 보면 2026년 4분기까지는 글로벌 재고가 감소하지만, 2027년 1분기부터 생산이 소비를 넘어서는 구조다. 이는 현재의 공급부족이 영구적인 생산능력 부족보다는 전쟁과 수송 차질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망 장애라는 판단을 반영한다.
이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가정은 중동의 생산과 수출이 2027년 중 빠르게 회복된다는 점이다. EIA 글로벌 원유시장 전망은 대부분의 생산과 교역이 2027년 2분기까지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하반기에는 재고가 다시 쌓이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평균 67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
다만 EIA가 명시한 모델 입력 마감일은 9월 3일이다. 9월 11일 발생한 사우디 동서 송유관 공격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EIA가 가정한 주요 우회 수출경로 가운데 하나가 보고서 발간 이후 다시 손상된 셈이다.
따라서 EIA 전망 자체를 폐기할 이유는 없지만, 공급 회복 시점은 더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EIA의 방향성은 유효하더라도 회복 시점이 한두 분기 늦어질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4분기 공급부족이 하루 약 290만 배럴로 확대되고, 2027년 1분기에도 하루 약 50만 배럴의 부족이 남는다고 가정했다. 2027년 2분기부터는 공급잉여로 전환되지만, 상반기 회복 속도가 늦어지면서 2027년 연평균 공급잉여는 EIA가 예상한 하루 490만 배럴보다 작은 하루 약 120만 배럴에 그칠 수 있다.
3. 진짜 병목은 원유 아래쪽의 정유설비다
원유 공급이 회복되더라도 디젤 공급이 바로 정상화되기는 어렵다. 걸프 지역과 러시아에서는 단순한 운송 차질을 넘어 정유설비 자체가 반복적으로 공격받았다. 특히 상압증류설비와 수첨분해설비처럼 정유공장의 중심 공정이 손상됐다.
IEA의 2026년 9월 Oil Market Report는 2026년 글로벌 정제 처리량을 하루 8,150만 배럴로 예상한다. 전년보다 260만 배럴 감소한 수치이며, 2026년 8월 처리량 8,140만 배럴은 전년 동월보다 420만 배럴 낮았다.
미국 정유사들이 거의 최대 수준의 가동률로 생산을 늘렸지만, 중동·러시아·아시아에서 발생한 손실을 전부 메우지는 못했다. 정유시장의 공급충격이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제품 공급능력의 문제로 확산된 것이다.
중동에서는 설비의 물리적 피해와 물류 제약에 따른 가동률 하락을 구분해야 한다. Kpler의 중동 정유설비 분석에 따르면 중동의 정제 처리량은 2026년 2월 하루 990만 배럴에서 8월 730만 배럴로 약 260만 배럴 감소했다.
그러나 이 물량 전부가 정유설비 파괴로 발생한 손실은 아니다. 호르무즈를 통해 정유제품을 반출하지 못하면서 물리적으로 정상인 정유공장까지 가동률을 낮춘 영향이 포함돼 있다.
Kpler는 2026년 3월부터 8월까지 중동의 정유제품 공급손실을 전쟁 이전 대비 하루 약 400만 배럴로 추정한다. 정제 처리량 감소가 약 250만 배럴, LPG와 NGL 기반 납사 등 다른 제품 공급원의 감소가 약 150만 배럴을 차지한다.
해협이 다시 열리면 물류 제약 때문에 감산했던 설비는 비교적 빠르게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반면 물리적으로 손상된 공정은 부품 조달과 재설치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Kpler는 중동 정제 처리량의 의미 있는 회복이 2026년 4분기에 시작되더라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복귀는 2027년 2분기 이전에는 어렵다고 본다. 바레인과 카타르의 일부 설비는 2027년 2~3분기까지 복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걸프 지역의 정유설비 300만 배럴 이상이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은 물리적으로 파괴된 설비와 수출 차질로 가동률을 낮춘 설비를 함께 포함했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 판단에서는 명목 피해 규모보다 실제 정제 처리량과 제품 수출량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4. 러시아의 45% 피격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경유 수출 감소다
러시아 정유설비 피해와 관련해서는 30%, 40%, 45%라는 숫자가 함께 등장한다. Financial Times의 위성사진 기반 분석을 인용한 7월 말 보도에서는 명목 정제능력의 45%와 실제 가동능력의 30% 이상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 숫자는 누적 피격 시설과 특정 시점의 실제 생산손실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유공장이 공격받았더라도 일부 공정이 가동될 수 있고, 반대로 같은 공장이 반복적으로 공격받아 복구가 지연될 수도 있다. 누적 피격 비중을 실제 생산 감소율과 동일하게 보면 공급충격을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다.
9월 15일 Reuters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6대 경유 생산 정유공장 가운데 절반이 대규모 감산 또는 완전 가동중단 상태였다. Kirishi 정유공장은 완전히 멈췄고, Volgograd와 NORSI 정유공장은 명목능력의 약 25%만 가동했다. Taneco 정유공장은 추가 공격을 받아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단계였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시즈란 정유공장을 다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상압증류설비 AVT-6와 저장탱크를 타격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발생한 신규 생산손실 규모는 아직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을 요청했고 젤렌스키가 조건부 중단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의 상응 조치와 미국의 보장이 전제돼 있다. 따라서 이를 확정된 정유설비 휴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장에 중요한 숫자는 공격받은 정유공장의 개수보다 국제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경유가 얼마나 감소했는가이다. Reuters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5년 하루 약 80만 배럴의 경유를 수출한 세계 2위 수출국이었지만, 2026년 7월부터 경유 수출을 제한했다.
IEA는 걸프 지역과 러시아의 경유·가스오일 순수출이 2026년 2월부터 8월 사이 하루 160만 배럴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생산설비의 명목 피해율보다 국제 정유제품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치다.
전쟁 이전 걸프 지역과 러시아는 세계 해상 경유 교역의 약 45%를 차지했다. 생산량이 조금만 감소하더라도 각국 정부와 정유사는 자국 내수 공급을 우선하기 때문에 국제시장 수출량은 생산량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아프리카·남미가 먼저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러시아 정유설비 공격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보다 글로벌 경유 공급과 지역별 가격 차이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5. 원유 부족과 경유 부족을 단순히 더하면 안 된다
이번 시장을 계산할 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오류는 원유 공급부족, 정제 처리량 감소, 경유 수출 감소를 모두 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 숫자는 동일한 충격의 원인과 중간 과정, 최종 결과일 수 있다.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가 정유공장에 도착하지 않으면 정제 투입량이 감소한다. 정제 투입량이 줄면 경유 생산과 수출도 감소한다. 여기에 정유설비가 직접 파손되면 원유 수송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석유제품 생산은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글로벌 석유시장의 실질적인 공급량은 생산, 운송, 정제 가운데 가장 좁아진 구간이 결정한다. 세 단계의 손실을 각각 합산하면 동일한 배럴을 여러 번 계산하게 된다.
경유 수급은 걸프와 러시아의 확인된 수출 감소에서 미국·인도·한국 등 다른 지역의 증산과 높은 가격에 따른 수요 감소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해야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2026년 4분기에는 하루 약 80만 배럴, 2027년 1분기에는 60만 배럴, 2분기에는 30만 배럴의 경유 부족이 남을 수 있다.
이러한 경로라면 2026년 4분기에 약 7,400만 배럴, 2027년 상반기에 약 8,100만 배럴을 제품재고 방출이나 추가적인 수요 감소로 메워야 한다. 2027년 3분기에 수급이 균형을 찾고, 4분기부터 하루 약 30만 배럴의 재고 재축적 여력이 생기는 흐름이다.
다만 이 수치는 확정된 예측값이 아니라 복구 경로를 살펴보기 위한 조건부 추정치다. 해협 통항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이 실제로 중단되면 회복 시점은 앞당겨질 수 있다.
반대로 복구가 끝난 시설이 다시 공격받거나 핵심 부품의 조달이 지연되면 경유 부족은 2027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수첨분해와 탈황 공정은 단순한 원유 증류보다 복구 난도가 높기 때문에 중간유분 공급의 회복이 전체 정제 처리량보다 늦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 Bloomberg SPR inventory level이 6.8에 도달하면 세계 경제는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붕괴될 거라는데.. 딱히 그럴것 같진 않음.. |
6. 전략비축유가 남아 있어도 제품 부족은 해결되지 않는다
IEA 회원국들은 2026년 3월 총 4억 배럴의 비상재고 방출을 결정했다. EIA 주간 석유수급표에 따르면 미국 전략비축유는 2025년 9월 4억520만 배럴에서 2026년 9월 4일 2억8,540만 배럴로 감소했다. 1년 동안 약 30%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전략비축유가 곧 완전히 소진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잔량을 하루 100만 배럴씩 단순 방출하면 약 285일, 하루 200만 배럴씩 방출하면 약 143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전략비축유가 전량 소진되기 전에 방출 속도 조절과 가격 상승, 소비 감소, 공급경로 변경이 먼저 나타난다. 정치적으로도 전략비축유를 물리적 한계까지 방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책 한계는 단순 계산보다 앞서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전략비축유에 저장된 것이 정유제품이 아니라 원유라는 점이다. 정유공장이 손상됐거나 경유 생산공정이 병목이라면 원유를 추가로 방출하더라도 경유 공급은 같은 속도로 증가하지 않는다.
이번 충격에서는 원유 비축량만큼 완제품 재고와 가동 가능한 중간유분 생산능력이 중요하다. 원유 재고가 남아 있어도 정제능력이 부족하면 경유와 항공유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EIA는 미국 전략비축유가 2026년 말 2억8,210만 배럴에서 2027년 말 3억8,530만 배럴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가분은 약 1억320만 배럴이며, 재충유는 주로 2027년 하반기에 집중된다.
미국 에너지부의 전략비축유 교환 조건에 따라 빌려준 원유가 프리미엄 물량과 함께 반환되는 부분도 포함된다. 따라서 모든 증가분이 정부의 현물시장 매입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2027년 하반기에는 상업재고와 전략비축유의 재충유 수요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공급이 소비를 웃돌기 시작하더라도 잉여 원유가 바로 유가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고, 먼저 낮아진 재고를 채우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글로벌 비축유가 물리적으로 바닥나는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국가별 비축유의 접근 가능성과 방출 속도, 제품 구성, 정부의 최소 유지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비축유가 완전히 소진되는 시점보다 각국 정부가 추가 방출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하는 정책적 바닥이 더 중요하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4분기부터 2027년 1분기 사이에 이러한 정책적 바닥이 형성되고, 원유 수급이 잉여로 전환되는 2027년 2분기 이후부터 상업재고 축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본격적인 전략비축유 재충유 수요는 공급 회복과 가격 안정이 확인되는 2027년 하반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7. 2027년 유가는 내려가도 경유마진은 높게 남을 수 있다
EIA는 2027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74달러로 전망한다. 중동의 생산과 수출이 정상화되고 글로벌 재고가 다시 쌓이면 2027년 2분기 평균 77달러, 하반기 평균 67달러까지 점진적으로 내려간다는 경로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공급 회복이 EIA 예상보다 한두 분기 늦어지는 경우를 반영해 2027년 브렌트유 평균을 배럴당 85~100달러로 추정한다. 빠르게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65~80달러, 호르무즈와 정유설비 차질이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110~14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 범위는 단일 목표가격이 아니라 공급망 정상화 속도에 따른 조건부 시나리오다. 특히 2027년 평균 가격보다 상반기와 하반기의 방향 차이가 더 중요하다. 상반기에는 부족과 낮은 재고가 가격을 지지하고, 하반기에는 공급 회복과 재고 축적이 가격을 낮추는 구조가 예상된다.
경유 가격은 원유보다 더 천천히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 EIA 석유제품 전망은 미국 경유 크랙이 2026년 평균 갤런당 1.57달러, 배럴 환산 약 66달러에서 2027년 약 52.5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방향은 하락이지만 과거의 일반적인 정제마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만 EIA 수치는 경유 한 제품의 크랙이고, 장기 평균 약 10달러는 WTI 3-2-1 복합정제마진을 가리키기 때문에 두 지표를 직접 비교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2027년에도 중간유분 생산능력에 상당한 희소가치가 남는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 원유가격은 하락할 수 있지만, 경유를 생산하는 수첨분해설비와 탈황설비가 복구되지 않으면 제품가격은 같은 속도로 내려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2027년에는 브렌트유 가격 하락과 경유 크랙 강세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원유시장과 정유제품시장의 회복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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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투자 관점에서는 정유능력보다 실제 가동능력이 중요하다
이번 사이클의 수혜를 판단할 때는 정유사의 명목 정제능력보다 원유 조달 안정성, 실제 가동률, 경유·항공유 수율, 제품 수출능력을 함께 봐야 한다. 화면에 표시되는 정제마진이 아무리 높더라도 원유를 비싸게 조달하거나 설비가 멈춰 있으면 그 마진은 실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가장 유리한 구조는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고도화설비를 통해 경유와 항공유를 많이 생산하고, 내수 규제 없이 국제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정유사다. 미국 걸프코스트와 일부 한국 정유사는 이 조건에 비교적 가깝지만, 운임·OSP·정기보수와 정부의 내수 우선 정책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생각정리 225 (* Oil refining industry)
예를 들어 하루 50만 배럴을 처리하는 정유사가 경유 수율 35%를 유지하고 경유 실현 스프레드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한다고 가정해 보자. 다른 조건이 같다면 단순 연율 기준 총마진 증가 효과는 약 6억4,000만 달러다.
그러나 이 계산은 판매량이 유지되고 원유 프리미엄과 운송비가 추가로 상승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실제 이익 증가 폭을 계산할 때는 원유 도입가격, 운임, 가동률, 제품별 수율과 재고평가손익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반대로 가장 큰 리스크는 2027년 공급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다. 호르무즈 통항이 정상화되면 물류 문제로 감산했던 중동 정유설비가 먼저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러시아가 자국 내수 공급 안정 이후 경유 수출 제한을 해제하면 국제시장의 현물 프리미엄은 실제 설비 복구보다 먼저 하락할 수도 있다. 정유제품 가격은 실물 공급량뿐 아니라 향후 공급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유사의 현재 이익을 장기 정상 이익으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정제마진의 절대 수준보다 걸프와 러시아의 경유 수출량, 중간유분 재고, 정유공장 재가동 속도, 선물시장의 백워데이션이 꺾이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글을 마치며
이번 에너지 충격은 한 번의 공급차질이 아니라 병목이 공급망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호르무즈가 막히면서 원유가 부족해졌고,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과 홍해를 이용해 수출을 우회했다. 이후 그 우회로가 공격받고 바브엘만데브의 위험이 커지면서 원유 수출의 대체경로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걸프 지역과 러시아의 정유공장이 손상되면서 시장의 부족은 원유에서 경유와 항공유로 내려갔다. 이제 해협이 다시 열리고 원유 생산이 회복되더라도 제품시장은 정유설비 복구가 끝날 때까지 부족이 남을 수 있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2026년 4분기 원유와 경유의 동시 부족 → 2027년 상반기 원유 수급 개선과 경유 부족의 병존 → 2027년 하반기 정유설비 회복과 비축유 재충유 시작이다.
이 경로에서는 브렌트유가 고점에서 내려오더라도 경유 크랙과 정유사의 중간유분 마진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원유의 공급잉여가 발생해도 재고가 충분히 회복되기 전까지 유가의 하락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앞으로 확인해야 할 숫자는 유가 하나가 아니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통과량, 사우디 동서 송유관 처리량, 걸프와 러시아의 정유 가동률, 경유 순수출, 제품재고, 전략비축유 재충유 속도를 하나의 연결된 공급망으로 봐야 한다.
원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시점과 에너지 위기가 끝나는 시점은 같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시장의 마지막 병목은 원유가 아니라 디젤일 가능성이 높다.
(누누이 말하지만, 에너지 OIL 관련 투자는 베팅의 영역이며, 이는 매크로 고인물들만 플레이 하는 영역이다..)
그나저나 전쟁 기간동안 여기저기 부셔먹은 에너지 인프라 시설을 다시 복구하려면 얼마나 들까..?
| 정유·LNG·GTL·가스처리·저장·항만·송유 인프라만을 계산한 결과 1차 참고자료 2026.04 EIA REPORT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