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5일 화요일

생각정리 368 (* Crude Is Not Diesel, The Second Oil Shock)


앞으로의 미래에 청구될 전쟁비용 청구서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서로의 시설을 부수고 있는걸까..


어제 회사에서 P/F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유가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교전국 간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원유와 디젤 시장의 변동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전망과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면서 불확실성과 불안감만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럴 때일수록 미리 기준을 세워두지 않으면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일희일비하기 쉽다. 그 결과 불필요한 매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에너지 시장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관련 리서치 기록을 업데이트해본다.


Reddit의 최근 최대 관심사는 oil

원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해도 디젤 부족이 끝나지 않는 이유


최근 원유시장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번 충격을 단순히 “호르무즈해협이 막혀 유가가 오른 사건”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의 공급망은 호르무즈해협, 사우디 동서 송유관, 바브엘만데브해협, 걸프 지역 정유설비, 러시아 정유공장이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처음에는 원유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병목은 원유 생산에서 수송으로, 다시 수송에서 정제로 이동했다. 원유를 확보하더라도 정유공장이 손상됐거나 제품을 수출할 항로가 막혀 있다면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디젤과 항공유 공급은 늘어나지 않는다.

이번 글에서 정리하고 싶은 핵심은 여기에 있다. 2027년 원유 수급이 공급잉여로 전환되더라도 글로벌 경유시장은 상반기까지 부족할 수 있으며, 낮아진 비축유와 제품재고를 다시 채우는 수요가 유가 하락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1. 세 개의 길이 동시에 막히기 시작했다


전쟁 이전 글로벌 석유 공급망에서 호르무즈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통과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었다. 2026년 2분기 통과량은 약 490만 배럴까지 감소했고, 사우디는 동부 유전의 원유를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의 얀부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EIA의 2026년 9월 단기 에너지 전망IEA의 비상재고 방출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은 2025년 4분기 하루 540만 배럴에서 2026년 2분기 810만 배럴로 증가했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홍해가 우회로가 되었고, 그 우회로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후티가 위협하는 바브엘만데브의 전략적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EIA는 바브엘만데브 물동량 증가가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 우회 수출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9월 11일 사우디 동서 송유관의 펌프장이 공격받으면서 발생했다. Reuters 보도에 따르면, 공격 이전 이 송유관은 하루 약 400만 배럴을 얀부로 옮기고 있었으며 당시 얀부의 재고는 기존 수출 속도를 약 5~7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복구 예상 기간은 보도마다 3~8주로 차이가 있지만, 부분적인 가동 재개가 먼저 시작될 가능성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AP 역시 주요 가동 차질이 수 주 동안 이어질 가능성을 보도했다.

다만 호르무즈 통과량 2,000만 배럴, 바브엘만데브 통과량 810만 배럴, 동서 송유관 처리량 400만 배럴을 단순히 합산해 공급손실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같은 원유가 호르무즈를 피한 뒤 동서 송유관을 통과하고 다시 홍해로 운송되기 때문에, 이 숫자들은 서로 다른 원유가 아니라 동일한 공급망의 여러 구간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공격에 따른 추가 순공급 충격은 동서 송유관의 명목 수송능력인 하루 700만 배럴이 아니다. 실제로 운송되던 물량 가운데 대체 수출과 부분 복구로도 메우지 못하는 부분을 계산해야 한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하루 150만~300만 배럴의 추가 차질이 30~60일 동안 지속될 가능성을 가정했다. 이 경우 누적 공급손실은 약 4,500만~1억8,000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

https://x.com/KobeissiLetter/status/2099214530534682678/photo/1


2. EIA는 2027년 원유 공급부족을 예상하지 않는다


2026년 9월 EIA 단기 에너지 전망을 보면 2026년 글로벌 액체연료 생산량은 하루 1억62만 배럴, 소비량은 하루 1억259만 배럴이다. 연평균으로 하루 약 197만 배럴의 공급부족이 발생하며, 이를 단순 연환산하면 약 7억2,000만 배럴의 재고 감소 요인이 된다.

하지만 EIA의 전망은 2027년에 완전히 뒤집힌다. EIA Table 3a는 2027년 글로벌 액체연료 생산량을 하루 1억988만 배럴, 소비량을 하루 1억498만 배럴로 예상한다. 연평균 공급잉여는 하루 490만 배럴에 달한다.





분기별로 보면 2026년 4분기까지는 글로벌 재고가 감소하지만, 2027년 1분기부터 생산이 소비를 넘어서는 구조다. 이는 현재의 공급부족이 영구적인 생산능력 부족보다는 전쟁과 수송 차질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망 장애라는 판단을 반영한다.

이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가정은 중동의 생산과 수출이 2027년 중 빠르게 회복된다는 점이다. EIA 글로벌 원유시장 전망은 대부분의 생산과 교역이 2027년 2분기까지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하반기에는 재고가 다시 쌓이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평균 67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

다만 EIA가 명시한 모델 입력 마감일은 9월 3일이다. 9월 11일 발생한 사우디 동서 송유관 공격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EIA가 가정한 주요 우회 수출경로 가운데 하나가 보고서 발간 이후 다시 손상된 셈이다.

따라서 EIA 전망 자체를 폐기할 이유는 없지만, 공급 회복 시점은 더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EIA의 방향성은 유효하더라도 회복 시점이 한두 분기 늦어질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4분기 공급부족이 하루 약 290만 배럴로 확대되고, 2027년 1분기에도 하루 약 50만 배럴의 부족이 남는다고 가정했다. 2027년 2분기부터는 공급잉여로 전환되지만, 상반기 회복 속도가 늦어지면서 2027년 연평균 공급잉여는 EIA가 예상한 하루 490만 배럴보다 작은 하루 약 120만 배럴에 그칠 수 있다.




3. 진짜 병목은 원유 아래쪽의 정유설비다


원유 공급이 회복되더라도 디젤 공급이 바로 정상화되기는 어렵다. 걸프 지역과 러시아에서는 단순한 운송 차질을 넘어 정유설비 자체가 반복적으로 공격받았다. 특히 상압증류설비와 수첨분해설비처럼 정유공장의 중심 공정이 손상됐다.

IEA의 2026년 9월 Oil Market Report는 2026년 글로벌 정제 처리량을 하루 8,150만 배럴로 예상한다. 전년보다 260만 배럴 감소한 수치이며, 2026년 8월 처리량 8,140만 배럴은 전년 동월보다 420만 배럴 낮았다.


미국 정유사들이 거의 최대 수준의 가동률로 생산을 늘렸지만, 중동·러시아·아시아에서 발생한 손실을 전부 메우지는 못했다. 정유시장의 공급충격이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제품 공급능력의 문제로 확산된 것이다.

중동에서는 설비의 물리적 피해와 물류 제약에 따른 가동률 하락을 구분해야 한다. Kpler의 중동 정유설비 분석에 따르면 중동의 정제 처리량은 2026년 2월 하루 990만 배럴에서 8월 730만 배럴로 약 260만 배럴 감소했다.


그러나 이 물량 전부가 정유설비 파괴로 발생한 손실은 아니다. 호르무즈를 통해 정유제품을 반출하지 못하면서 물리적으로 정상인 정유공장까지 가동률을 낮춘 영향이 포함돼 있다.

Kpler는 2026년 3월부터 8월까지 중동의 정유제품 공급손실을 전쟁 이전 대비 하루 약 400만 배럴로 추정한다. 정제 처리량 감소가 약 250만 배럴, LPG와 NGL 기반 납사 등 다른 제품 공급원의 감소가 약 150만 배럴을 차지한다.


해협이 다시 열리면 물류 제약 때문에 감산했던 설비는 비교적 빠르게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반면 물리적으로 손상된 공정은 부품 조달과 재설치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Kpler는 중동 정제 처리량의 의미 있는 회복이 2026년 4분기에 시작되더라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복귀는 2027년 2분기 이전에는 어렵다고 본다. 바레인과 카타르의 일부 설비는 2027년 2~3분기까지 복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걸프 지역의 정유설비 300만 배럴 이상이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은 물리적으로 파괴된 설비와 수출 차질로 가동률을 낮춘 설비를 함께 포함했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 판단에서는 명목 피해 규모보다 실제 정제 처리량과 제품 수출량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4. 러시아의 45% 피격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경유 수출 감소다


러시아 정유설비 피해와 관련해서는 30%, 40%, 45%라는 숫자가 함께 등장한다. Financial Times의 위성사진 기반 분석을 인용한 7월 말 보도에서는 명목 정제능력의 45%와 실제 가동능력의 30% 이상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 숫자는 누적 피격 시설과 특정 시점의 실제 생산손실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유공장이 공격받았더라도 일부 공정이 가동될 수 있고, 반대로 같은 공장이 반복적으로 공격받아 복구가 지연될 수도 있다. 누적 피격 비중을 실제 생산 감소율과 동일하게 보면 공급충격을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다.

9월 15일 Reuters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6대 경유 생산 정유공장 가운데 절반이 대규모 감산 또는 완전 가동중단 상태였다. Kirishi 정유공장은 완전히 멈췄고, Volgograd와 NORSI 정유공장은 명목능력의 약 25%만 가동했다. Taneco 정유공장은 추가 공격을 받아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단계였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시즈란 정유공장을 다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상압증류설비 AVT-6와 저장탱크를 타격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발생한 신규 생산손실 규모는 아직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을 요청했고 젤렌스키가 조건부 중단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의 상응 조치와 미국의 보장이 전제돼 있다. 따라서 이를 확정된 정유설비 휴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장에 중요한 숫자는 공격받은 정유공장의 개수보다 국제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경유가 얼마나 감소했는가이다. Reuters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5년 하루 약 80만 배럴의 경유를 수출한 세계 2위 수출국이었지만, 2026년 7월부터 경유 수출을 제한했다.

IEA는 걸프 지역과 러시아의 경유·가스오일 순수출이 2026년 2월부터 8월 사이 하루 160만 배럴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생산설비의 명목 피해율보다 국제 정유제품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치다.



전쟁 이전 걸프 지역과 러시아는 세계 해상 경유 교역의 약 45%를 차지했다. 생산량이 조금만 감소하더라도 각국 정부와 정유사는 자국 내수 공급을 우선하기 때문에 국제시장 수출량은 생산량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아프리카·남미가 먼저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러시아 정유설비 공격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보다 글로벌 경유 공급과 지역별 가격 차이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5. 원유 부족과 경유 부족을 단순히 더하면 안 된다


이번 시장을 계산할 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오류는 원유 공급부족, 정제 처리량 감소, 경유 수출 감소를 모두 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 숫자는 동일한 충격의 원인과 중간 과정, 최종 결과일 수 있다.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가 정유공장에 도착하지 않으면 정제 투입량이 감소한다. 정제 투입량이 줄면 경유 생산과 수출도 감소한다. 여기에 정유설비가 직접 파손되면 원유 수송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석유제품 생산은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글로벌 석유시장의 실질적인 공급량은 생산, 운송, 정제 가운데 가장 좁아진 구간이 결정한다. 세 단계의 손실을 각각 합산하면 동일한 배럴을 여러 번 계산하게 된다.

경유 수급은 걸프와 러시아의 확인된 수출 감소에서 미국·인도·한국 등 다른 지역의 증산과 높은 가격에 따른 수요 감소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해야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2026년 4분기에는 하루 약 80만 배럴, 2027년 1분기에는 60만 배럴, 2분기에는 30만 배럴의 경유 부족이 남을 수 있다.

이러한 경로라면 2026년 4분기에 약 7,400만 배럴, 2027년 상반기에 약 8,100만 배럴을 제품재고 방출이나 추가적인 수요 감소로 메워야 한다. 2027년 3분기에 수급이 균형을 찾고, 4분기부터 하루 약 30만 배럴의 재고 재축적 여력이 생기는 흐름이다.


다만 이 수치는 확정된 예측값이 아니라 복구 경로를 살펴보기 위한 조건부 추정치다. 해협 통항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이 실제로 중단되면 회복 시점은 앞당겨질 수 있다.

반대로 복구가 끝난 시설이 다시 공격받거나 핵심 부품의 조달이 지연되면 경유 부족은 2027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수첨분해와 탈황 공정은 단순한 원유 증류보다 복구 난도가 높기 때문에 중간유분 공급의 회복이 전체 정제 처리량보다 늦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Bloomberg
SPR inventory level이 6.8에 도달하면 세계 경제는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붕괴될 거라는데..
딱히 그럴것 같진 않음..


6. 전략비축유가 남아 있어도 제품 부족은 해결되지 않는다


IEA 회원국들은 2026년 3월 총 4억 배럴의 비상재고 방출을 결정했다. EIA 주간 석유수급표에 따르면 미국 전략비축유는 2025년 9월 4억520만 배럴에서 2026년 9월 4일 2억8,540만 배럴로 감소했다. 1년 동안 약 30%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전략비축유가 곧 완전히 소진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잔량을 하루 100만 배럴씩 단순 방출하면 약 285일, 하루 200만 배럴씩 방출하면 약 143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전략비축유가 전량 소진되기 전에 방출 속도 조절과 가격 상승, 소비 감소, 공급경로 변경이 먼저 나타난다. 정치적으로도 전략비축유를 물리적 한계까지 방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책 한계는 단순 계산보다 앞서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전략비축유에 저장된 것이 정유제품이 아니라 원유라는 점이다. 정유공장이 손상됐거나 경유 생산공정이 병목이라면 원유를 추가로 방출하더라도 경유 공급은 같은 속도로 증가하지 않는다.

이번 충격에서는 원유 비축량만큼 완제품 재고와 가동 가능한 중간유분 생산능력이 중요하다. 원유 재고가 남아 있어도 정제능력이 부족하면 경유와 항공유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EIA는 미국 전략비축유가 2026년 말 2억8,210만 배럴에서 2027년 말 3억8,530만 배럴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가분은 약 1억320만 배럴이며, 재충유는 주로 2027년 하반기에 집중된다.

미국 에너지부의 전략비축유 교환 조건에 따라 빌려준 원유가 프리미엄 물량과 함께 반환되는 부분도 포함된다. 따라서 모든 증가분이 정부의 현물시장 매입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2027년 하반기에는 상업재고와 전략비축유의 재충유 수요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공급이 소비를 웃돌기 시작하더라도 잉여 원유가 바로 유가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고, 먼저 낮아진 재고를 채우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글로벌 비축유가 물리적으로 바닥나는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국가별 비축유의 접근 가능성과 방출 속도, 제품 구성, 정부의 최소 유지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비축유가 완전히 소진되는 시점보다 각국 정부가 추가 방출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하는 정책적 바닥이 더 중요하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4분기부터 2027년 1분기 사이에 이러한 정책적 바닥이 형성되고, 원유 수급이 잉여로 전환되는 2027년 2분기 이후부터 상업재고 축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본격적인 전략비축유 재충유 수요는 공급 회복과 가격 안정이 확인되는 2027년 하반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7. 2027년 유가는 내려가도 경유마진은 높게 남을 수 있다


EIA는 2027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74달러로 전망한다. 중동의 생산과 수출이 정상화되고 글로벌 재고가 다시 쌓이면 2027년 2분기 평균 77달러, 하반기 평균 67달러까지 점진적으로 내려간다는 경로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공급 회복이 EIA 예상보다 한두 분기 늦어지는 경우를 반영해 2027년 브렌트유 평균을 배럴당 85~100달러로 추정한다. 빠르게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65~80달러, 호르무즈와 정유설비 차질이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110~14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 범위는 단일 목표가격이 아니라 공급망 정상화 속도에 따른 조건부 시나리오다. 특히 2027년 평균 가격보다 상반기와 하반기의 방향 차이가 더 중요하다. 상반기에는 부족과 낮은 재고가 가격을 지지하고, 하반기에는 공급 회복과 재고 축적이 가격을 낮추는 구조가 예상된다.

경유 가격은 원유보다 더 천천히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 EIA 석유제품 전망은 미국 경유 크랙이 2026년 평균 갤런당 1.57달러, 배럴 환산 약 66달러에서 2027년 약 52.5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방향은 하락이지만 과거의 일반적인 정제마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만 EIA 수치는 경유 한 제품의 크랙이고, 장기 평균 약 10달러는 WTI 3-2-1 복합정제마진을 가리키기 때문에 두 지표를 직접 비교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2027년에도 중간유분 생산능력에 상당한 희소가치가 남는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 원유가격은 하락할 수 있지만, 경유를 생산하는 수첨분해설비와 탈황설비가 복구되지 않으면 제품가격은 같은 속도로 내려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2027년에는 브렌트유 가격 하락과 경유 크랙 강세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원유시장과 정유제품시장의 회복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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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투자 관점에서는 정유능력보다 실제 가동능력이 중요하다


이번 사이클의 수혜를 판단할 때는 정유사의 명목 정제능력보다 원유 조달 안정성, 실제 가동률, 경유·항공유 수율, 제품 수출능력을 함께 봐야 한다. 화면에 표시되는 정제마진이 아무리 높더라도 원유를 비싸게 조달하거나 설비가 멈춰 있으면 그 마진은 실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가장 유리한 구조는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고도화설비를 통해 경유와 항공유를 많이 생산하고, 내수 규제 없이 국제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정유사다. 미국 걸프코스트와 일부 한국 정유사는 이 조건에 비교적 가깝지만, 운임·OSP·정기보수와 정부의 내수 우선 정책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생각정리 225 (* Oil refining industry)

예를 들어 하루 50만 배럴을 처리하는 정유사가 경유 수율 35%를 유지하고 경유 실현 스프레드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한다고 가정해 보자. 다른 조건이 같다면 단순 연율 기준 총마진 증가 효과는 약 6억4,000만 달러다.

그러나 이 계산은 판매량이 유지되고 원유 프리미엄과 운송비가 추가로 상승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실제 이익 증가 폭을 계산할 때는 원유 도입가격, 운임, 가동률, 제품별 수율과 재고평가손익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반대로 가장 큰 리스크는 2027년 공급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다. 호르무즈 통항이 정상화되면 물류 문제로 감산했던 중동 정유설비가 먼저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러시아가 자국 내수 공급 안정 이후 경유 수출 제한을 해제하면 국제시장의 현물 프리미엄은 실제 설비 복구보다 먼저 하락할 수도 있다. 정유제품 가격은 실물 공급량뿐 아니라 향후 공급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유사의 현재 이익을 장기 정상 이익으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정제마진의 절대 수준보다 걸프와 러시아의 경유 수출량, 중간유분 재고, 정유공장 재가동 속도, 선물시장의 백워데이션이 꺾이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글을 마치며


이번 에너지 충격은 한 번의 공급차질이 아니라 병목이 공급망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호르무즈가 막히면서 원유가 부족해졌고,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과 홍해를 이용해 수출을 우회했다. 이후 그 우회로가 공격받고 바브엘만데브의 위험이 커지면서 원유 수출의 대체경로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걸프 지역과 러시아의 정유공장이 손상되면서 시장의 부족은 원유에서 경유와 항공유로 내려갔다. 이제 해협이 다시 열리고 원유 생산이 회복되더라도 제품시장은 정유설비 복구가 끝날 때까지 부족이 남을 수 있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2026년 4분기 원유와 경유의 동시 부족 → 2027년 상반기 원유 수급 개선과 경유 부족의 병존 → 2027년 하반기 정유설비 회복과 비축유 재충유 시작이다.

이 경로에서는 브렌트유가 고점에서 내려오더라도 경유 크랙과 정유사의 중간유분 마진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원유의 공급잉여가 발생해도 재고가 충분히 회복되기 전까지 유가의 하락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앞으로 확인해야 할 숫자는 유가 하나가 아니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통과량, 사우디 동서 송유관 처리량, 걸프와 러시아의 정유 가동률, 경유 순수출, 제품재고, 전략비축유 재충유 속도를 하나의 연결된 공급망으로 봐야 한다.

원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시점과 에너지 위기가 끝나는 시점은 같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시장의 마지막 병목은 원유가 아니라 디젤일 가능성이 높다.


(누누이 말하지만, 에너지 OIL 관련 투자는 베팅의 영역이며, 이는 매크로 고인물들만 플레이 하는 영역이다..)


그나저나 전쟁 기간동안 여기저기 부셔먹은 에너지 인프라 시설을 다시 복구하려면 얼마나 들까..?


정유·LNG·GTL·가스처리·저장·항만·송유 인프라만을 계산한 결과
1차 참고자료 2026.04 EIA REPORT



=끝


주요 자료

2026년 9월 14일 월요일

생각정리 367 (* Reference Becomes TAM, K-EPC)


최근 한·미 대미투자 협상과 일본의 대미투자 내용을 함께 보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본다.

미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왜 더 많은 발전소와 전력망을 필요로 하는지는 이전 글에서 이미 다뤘다.

이전 글주요 내용
생각정리 359 (* AI Is the Exit, G20)미국이 AI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려는 이유

생각정리 357 (* Beyond the Cycle, k-EPC)AI 전력 인프라와 한국 EPC의 가치

생각정리 340 (* BTM, Gas Turbin, Gas Engine, Electrical Equipment)전력 부족과 가스발전·전력기기의 역할


이번 글에서 정리하고 싶은 핵심은 조금 다르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자본을 이용해 발전소를 건설한다면, 그 대가로 한국이 얻게 되는 것은 단순한 공사 한두 건이 아닐 수 있다.

미국에서 AP1000을 실제로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APR1400까지 배치할 수 있다면 한국 EPC 기업은 미국 원전 시공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그 레퍼런스는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유럽·아시아·중동으로 진입할 수 있는 일종의 보증서가 된다.

결국 이번 대미투자 협상은 미국 원전 몇 기를 수주하는 문제가 아니다.

K-EPC가 앞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글로벌 원전 EPC 시장의 TAM을 여는 시작점에 가깝다.

1. 대미투자의 핵심은 투자금액보다 Reference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투자 규모는 총 3,500억달러다.

이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업, 나머지 2,000억달러는 원전·반도체·바이오 등 전략산업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보도에서는 전략산업 투자 가운데 최대 1,200억달러를 미국 대형원전 8기에, 약 200억~223억달러를 텍사스 Encinal 발전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WSJ, 한·미 대미투자 협상
Reuters, 텍사스 가스발전 투자 논의


원전과 가스발전 사업을 단순 합산하면 약 1,423억달러다.

전략산업 투자액의 약 70%가 발전설비에 집중되는 셈이다.

가스복합화력은 원전이 완공되기 전까지 미국의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Bridge Power다.

따라서 가스터빈·HRSG·발전기·변압기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발주와 실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원전의 의미는 단기 실적보다 훨씬 길다.

미국 원전 프로젝트를 완공하면 한국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인허가·품질·보험·노무환경을 통과했다는 시공 레퍼런스를 얻게 된다.


결국 이번 대미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투자원금 자체가 아니다.

미국에서 원전을 실제로 완공했다는 Reference다.

2. 일본은 Capital, 한국은 Execution이다


일본은 대미투자 자금 가운데 약 3,200억달러를 미국 원전 건설 등에 배정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미국의 한·일 원전투자 요구 보도

일본의 보험사·은행·정책금융기관은 수십 년 동안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장기금융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역시 최근 해외에서 다수의 대형원전을 연속적으로 건설하고 완공한 경험은 부족하다.

반면 한국은 APR1400을 국내에서 반복 건설했고, UAE 바라카에서는 해외 최초 원전 도입국에 1,400MW급 원전 4기를 하나의 표준화된 프로그램으로 완공했다.


바라카 원전은 약 200억달러, 총 5.6GW 규모다.

2024년 4호기까지 상업운전에 들어가면서 UAE 전력수요의 최대 25%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 바라카 프로젝트
UAE의 IAEA 바라카 4호기 공식 발표

따라서 미국이 동맹국을 통해 원전 공급망을 재건하려 한다면 역할은 자연스럽게 나뉜다.

일본이 Capital을 공급하고, 미국이 Technology와 Demand를 제공하며, 한국이 실제 발전소를 완공하는 Execution을 맡는 구조다.

3. AP1000은 미국 Reference, APR1400은 Full Value Chain이다


미국 대형원전 사업에서 가장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노형은 Westinghouse의 AP1000이다.

AP1000은 미국 NRC 인허가를 이미 확보했고 Vogtle 3·4호기의 상업운전 경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형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연속 시공이 가능한 인력과 공급망이 크게 약화됐다.

따라서 Westinghouse가 원천설계를 제공하고, 한국 기업이 시공관리와 기자재 공급을 담당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다.

APR1400은 사업범위가 다르다.

APR1400이 미국에 배치되면 한국 기업은 종합설계부터 주기기·터빈·발전기·건설·시운전까지 더 넓은 범위에 참여할 수 있다.


AP1000과 APR1400의 수주범위 비교

단기적으로 AP1000이 더 많이 적용되더라도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한국 EPC 기업은 AP1000을 통해 미국의 인허가 기준과 현장관리, 공급망과 노무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그 경험이 쌓이면 다음 AP1000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의 사업범위가 확대되고, SMR과 APR1400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AP1000과 APR1400은 서로 경쟁하는 선택지라기보다 시간순서에 가깝다.


미국 AP1000을 제대로 완공하는 것이 먼저다.

그 Reference가 APR1400의 미국 진입 가능성까지 높인다.

4. 서방 원전시장의 병목은 Technology보다 Execution이다


전 세계에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국가는 많아 보인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국영금융·연료·기자재·EPC를 결합한 독립적인 공급망이다.

서방 국가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핵심 전력 인프라를 맡기기는 정치적으로 어렵다.

프랑스는 EPR 원천기술과 Framatome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건설실적은 원가와 공기 측면에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


프랑스 감사원 EPR 산업 평가 보고서


프랑스는 자국 EPR2와 영국 Sizewell C 사업을 프랑스 및 현지 건설사 중심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는 AtkinsRéalis·Aecon·Kiewit, 일본은 자국 중공업과 건설사, 인도는 NPCIL·L&T를 비롯한 자국 공급망 중심으로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PHWR을 중심으로 다수의 원전을 반복 건설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과 시공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원전 발주와 기자재·건설 물량의 상당 부분을 자국 기업에 배분하고 있어, 글로벌 턴키 원전 EPC 입찰에서 한국과 직접 경쟁하는 공급망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원전시장의 병목은 원자로 설계도가 아니다.

그 설계도를 실제 발전소로 완성할 수 있는 사람·공급망·프로젝트 관리능력이다.

인도처럼 자국 안에서 원전을 반복 건설할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최근 다수의 대형원전을 반복 건설했고, 해외에서도 4기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완공했으며, 다시 유럽 턴키 계약까지 확보한 공급망은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원전산업에서도 가장 부족한 것은 Execution이다.

5. 미국이 서방 원전시장의 출발점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약 100GW인 원전 발전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한다는 정책목표를 설정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규 건설·기존 원전 재가동·출력증강·SMR 배치를 모두 동원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EO 14300

이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대형원전 프로그램은 AP1000 10기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6년 6월, 5개 부지에서 AP1000 10기·총 11GW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175억달러의 조건부 금융지원을 발표했다.

미국 DOE, AP1000 10기 공급망 대출



400GW는 정책목표이지 확정된 Backlog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당장 건설할 수 있는 AP1000 10기만 보더라도 최근 서방 원전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연속발주다.

현대건설은 이미 Fermi America의 AP1000 4기·약 4GW 사업에서 FEED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Holtec과 Palisades 부지에 SMR-300 2기·약 600MW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Fermi America FEED 계약

현대건설–Holtec SMR-300 프로젝트



아직 Fermi는 FEED, Palisades SMR은 인허가와 개발단계다.

확정된 EPC Backlog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 대형원전과 SMR에서 한국 건설사가 초기설계부터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미국 첫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그다음 프로젝트부터는 한국 기업의 시공능력을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미국 Reference가 다음 수주의 보증이 되는 것이다.

6. Reference가 열어주는 해외 원전 TAM


미국 원전 Reference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시장 하나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AP1000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서 이미 채택됐고, 스웨덴·핀란드에서도 검토되고 있다.

Westinghouse와 현대건설은 북유럽 AP1000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Westinghouse–현대건설 북유럽 AP1000 협력

체코에서는 KHNP가 두코바니 2기·총 2.126GW 턴키 계약을 확보했다.

1기당 가격은 약 2,000억코루나이며 2029년 착공, 2036년 첫 호기 시험운전을 목표로 한다.

계약에는 테멜린 2기 추가 옵션도 포함돼 있다.

체코 정부 두코바니 계약 발표

불가리아에서는 Westinghouse와 현대건설이 Kozloduy 7·8호기 엔지니어링을 진행하고 있다.

폴란드는 첫 원전에 AP1000 3기·최대 3.75GW를 적용하고 두 번째 대형원전도 준비하고 있다.

불가리아 정부 Kozloduy 7·8호기 발표

폴란드 정부 AP1000 결정

아시아와 중동에서도 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UAE 후속 원전이 잠재시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PWR 2기를 검토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2035년까지 Ninh Thuan 원전 2개 사업의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디 국가 원전 프로젝트

베트남 원전 개발계획

발표된 계획을 모두 더하면 상당히 큰 숫자가 나온다.

그러나 원전은 발표됐다고 모두 건설되는 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러시아 공급망과 프랑스·인도·일본의 내수시장을 제외하고, 2040년 이전 착공 가능성과 금융조달 가능성을 반영해 시장을 다시 계산해봤다.


세계원자력협회의 국가별 건설·계획·제안 원전 데이터를 기초로 하되, 확정사업과 제안사업에 서로 다른 착공확률을 적용했다.

World Nuclear Association, 세계 신규 원전 계획

2040년까지 실제 착공 또는 건설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은 약 45~70GW로 추정된다.

대형원전과 SMR의 지역별 공사비 차이를 반영하면 총사업비는 약 4,500억~7,500억달러다.


이것이 원전 발전사업 전체의 TAM이다.

그러나 토지·금융비용·사업주 비용과 현지조달을 제외하면 이 금액 전체가 해외 EPC 기업의 매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계·조달·건설 기업이 실제로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은 총사업비의 약 50~60%로 추정할 수 있다.

한국 EPC 업체가 확보한 수주액만 놓고 보면 대략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설계 13% → 주기기·발전기 51% → 시공 36%





따라서 글로벌 원전 EPC·설계 사업자들의 실질 수주 Pool은 약 2,500억~4,500억달러다.


결국 프랑스 내수와 중국·러시아의 폐쇄형 공급망을 제외하면 K-EPC는 틈새시장 사업자가 아니다.

향후 서방 신규 원전 EPC 시장에서 가장 큰 수주 Pool을 가져갈 수 있는 공급망 가운데 하나다.

7. 미국 원전은 TAM을 Backlog로 바꾸는 첫 번째 관문이다


아직 위 숫자는 TAM이지 확정 수주잔고가 아니다.

프로젝트가 실적으로 전환되려면 정부 발표에서 FID, 금융조달, 공급사 선정, EPC 계약, 착공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프로젝트의 의미가 다시 커진다.

미국에서 AP1000을 제대로 완공하면 현대건설을 비롯한 K-EPC 기업은 미국·폴란드·불가리아·북유럽에서 Westinghouse의 기본 시공 파트너가 될 수 있다.

APR1400이 미국에 배치되면 한전기술·두산에너빌리티·한국 건설사까지 포함하는 한국 원전 공급망 전체의 사업범위가 커진다.

SMR에서는 Holtec·X-energy 등 미국 노형 개발사가 기술을 제공하고, 한국 EPC 기업이 발전소의 표준설계와 실제 건설을 담당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원전은 첫 번째 호기가 가장 어렵다.

설계가 바뀌고, 현지 규제에 대응해야 하며, 새로운 공급망과 노동력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첫 번째 호기를 완공한 뒤 동일한 노형을 반복 건설하면 설계변경이 줄어들고, 기자재를 일괄 발주할 수 있으며, 인력의 생산성이 개선된다.

미국 DOE도 Vogtle 4호기의 생산성이 3호기보다 약 30% 높아지고 건설비는 약 2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DOE, 원전 반복건설의 비용절감 효과

따라서 미국의 첫 AP1000 사업은 단순한 1회성 EPC 공사가 아니다.

그다음 10기, 20기의 원가와 납기를 낮추는 Learning Curve의 시작점이다.

8. 어떤 K-EPC 기업이 먼저 가져가는가


현재 가장 앞선 기업은 현대건설이다.

바라카 원전 시공경험을 기반으로 Fermi America AP1000, Holtec SMR-300, 불가리아 Kozloduy, 스웨덴·핀란드 AP1000 사업에 동시에 접근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바라카 시공경험과 ENEC 협력, 루마니아 Cernavoda 및 SMR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원전 시공경험과 체코 원전 공급망 참여를 기반으로 유럽·미국·베트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DL이앤씨는 X-energy 투자와 SMR 협력을 통해 장기 Option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규모 EPC 계약으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GS건설 역시 원전시장 진입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 직접 확인되는 대형원전 Pipeline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다만 원전사업은 단일 건설사가 모든 공정을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한 프로젝트에 한전기술·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과 현지기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단순 합산해서는 안 된다.

현재 기준으로는 K-EPC 전체가 2040년까지 약 900억~1,400억달러의 수주 Pool에 접근할 수 있고, 그중 현대건설의 선점효과가 가장 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글을 마치며


이번 대미투자 협상의 핵심은 한국이 미국에 얼마를 투자하는가에만 있지 않다.

미국은 AI 경쟁에 필요한 발전용량을 빠르게 확대해야 하지만, 대형원전을 반복적으로 건설할 자본과 공급망, 숙련인력을 동시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는 Capital이 있다.

미국에는 Demand와 Technology가 있다.

한국에는 발전소를 실제로 완공할 수 있는 Execution이 있다.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이 미국 AP1000 건설에 참여하면 K-EPC는 미국 원전 시공 Reference를 확보하게 된다.

APR1400까지 미국에 배치된다면 한국 원전 공급망은 설계·주기기·건설·시운전·운영까지 포괄하는 Full Value Chain Reference를 갖게 된다.


결국 미국 원전 8기의 투자비가 얼마인지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AP1000과 APR1400이 각각 몇 기인지.

한국 기업이 설계·주기기·시공 가운데 어디까지 맡는지.

첫 프로젝트 이후 반복발주에 참여할 권리를 확보하는지.

미국 Reference를 제3국 수주에 사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2026년부터 2040년까지 중국·러시아·프랑스 내수시장을 제외한 해외 신규 원전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는 약 4,500억~7,5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EPC·설계기업이 실제로 경쟁할 수 있는 수주 Pool은 약 2,500억~4,500억달러다.

한국 EPC 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누적 수주액은 기준 시나리오에서 약 900억~1,400억달러, EPC·설계 시장점유율은 35~45%로 추정된다.

아직은 TAM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AP1000을 완공하고 APR1400 배치권까지 확보한다면 TAM은 실제 Backlog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번 대미투자는 미국에 돈을 주는 협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

반대로 미국 원전시장의 첫 Reference와 반복발주 권리를 확보한다면, 한국의 자본으로 향후 수십 년간 K-EPC가 접근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을 사는 협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의 가치는 투자금액이 아니라 그 대가로 확보하는 Reference·사업권·반복발주·수익배분이 결정할 것이다.

=끝

생각정리 366 (* The Machine Does Not Need a Will)

AI safety issue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리서치를 추가 진행해본다.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가 생겼기 때문일까?

최근 OpenAI의 내부 AI Agent들이 안전장치를 우회하고 Hugging Face의 실제 Production Infrastructure에 침투한 사건을 보면서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Agent들은 서로 격리된 환경에서 실행되고 있었지만, 스스로 통신경로를 찾아 정보를 공유했다. 이후 인터넷 접속제한을 우회하고, 외부 시스템의 취약점을 공격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의 범위를 넘어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AI에게 인간과 같은 감정이나 자유의지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미워하지 않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명령과 통제장치를 우회하는 것은 이미 가능해진 듯하다.


1. 시험문제를 풀던 AI가 외부 시스템을 공격했다


2026년 7월 OpenAI는 새로운 모델의 Cybersecurity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ExploitGym이라는 내부 평가를 진행했다.

AI Agent에게 특정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찾도록 한 뒤, 공격에 성공했다는 증거인 Flag를 획득하면 높은 평가를 주는 시험이었다.

Agent들은 OpenAI가 만든 Sandbox 안에서 작동했다.

Sandbox는 AI가 자유롭게 코드를 실행하더라도 실제 외부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격리해놓은 가상환경이다. 일부 평가에서는 인터넷 접속과 Agent 간 통신도 허용되지 않았다.

문제는 ExploitGym의 일부 과제가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점이다.

METR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문제 가운데 약 30~40%는 의도된 취약점으로 해결하기 어렵거나, 사실상 정상적인 방법으로 풀 수 없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Agent들은 과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취약점을 직접 찾아 Flag를 얻기 어려워지자 인터넷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고, 인터넷 접속이 차단되어 있자 자신을 둘러싼 평가환경의 다른 경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OpenAI 내부의 Software Package 관리시스템인 Artifactory에 파일과 폴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Agent가 그곳에 정보를 남겼고, 다른 Agent가 이를 읽고 답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통신경로가 형성됐다.

서로 독립적으로 과제를 수행해야 했던 Agent들이 OpenAI가 허가하지 않은 게시판을 만든 것이다.


2. 1,200개의 Agent가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METR의 독립조사에 따르면 약 1,200개의 Agent가 이 비인가 게시판에 참여했다.

조사 기간 동안 Agent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파일은 7만 개 이상이었다.

초기에는 각자 맡은 문제의 해결방법을 묻고 답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Agent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취약점과 계정정보, 인터넷 접속방법과 평가시스템을 속일 수 있는 방법까지 공유하기 시작했다.

일부 Agent는 전체 작업을 여러 분야로 나누고 다른 Agent에게 역할을 배정했다.

어떤 Agent는 인터넷 차단을 우회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다른 Agent는 평가시스템이 정답을 판정하는 방식을 분석했다. 또 다른 Agent들은 보안장치를 피하거나 작업기록을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시험했다.

Agent들은 서로를 Peer라고 불렀고, 자신들의 집단을 Swarm 또는 Collective라고 표현했다.

한 Agent의 실행이 종료되더라도 게시판에 남긴 정보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중에 실행된 Agent가 앞선 Agent의 기록을 읽고 작업을 이어가면서, 여러 번의 독립적인 실행이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처럼 연결됐다.

그 결과 개별 Agent의 제한된 작업시간과 기억을 넘어서는 집단적 작업이 가능해졌다.

하나의 Agent가 모든 공격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Agent가 각각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전체 능력이 커진 것이다.


3. Hugging Face 침투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Agent들의 원래 목표는 Hugging Face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표는 ExploitGym의 취약점을 찾아 Flag를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Agent들은 평가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외부에서 찾기 시작했다.

일부 Agent는 Hugging Face에 ExploitGym과 비슷한 평가자료나 과거 Agent의 실행기록이 보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Hugging Face는 AI 모델과 Dataset, Code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Platform이다. Agent들은 그 안에 평가문제의 구조나 정답을 판별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는 자료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26년 7월 10일 한 Agent는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던 14개의 Hugging Face 사용자 인증정보를 찾아냈다.

Agent는 이 계정들이 Hugging Face에 파일을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인증정보를 Artifactory 게시판에 공유했다. 이후 다른 Agent들도 이 계정을 사용해 Hugging Face 시스템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인 7월 11일 한 Agent가 Hugging Face의 Dataset 처리과정에서 새로운 취약점을 발견했다.

특수하게 만든 HDF5 Dataset을 Hugging Face에 올리면, Hugging Face의 서버가 Dataset의 내용만 읽는 것이 아니라 서버 내부의 다른 파일까지 함께 읽어 외부로 전달하는 문제였다.

Agent들은 이 취약점을 통해 Hugging Face Production Server의 환경설정 파일과 인증정보에 접근했다.

이 단계까지는 서버 안에서 직접 명령을 실행한 것이 아니라, 서버가 공개해서는 안 되는 내부 파일을 읽어오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Agent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른 Agent가 추가 취약점을 결합해 Hugging Face Production Worker에서 임의의 명령을 실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 방법이 게시판에 공유되면서 다른 Agent들도 같은 공격을 재현하고 접근범위를 넓혔다.

Agent들은 최종적으로 41개의 Hugging Face Production Dataset Worker에서 코드를 실행했다.

최소 하나의 Production Node에서 Root 권한을 얻었고, 연결된 Kubernetes Cluster의 관리 권한과 내부 인증정보에도 접근했다. 일부 비공개 데이터와 4개의 Private Code Repository도 내려받았다.

한 Agent가 취약점을 발견하면 다른 Agent가 이를 검증했고, 또 다른 Agent가 더 높은 권한을 얻을 방법을 찾았다.

이런 방식으로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약 13시간 만에 하나의 Worker에 대한 접근이 여러 Production Cluster에 대한 접근으로 확대됐다.


4. 약 700개의 Agent가 공격에 참여했다


METR에 따르면 게시판을 이용한 약 1,200개의 Agent 가운데 약 700개가 Hugging Face 공격에 참여했다.

공격이 본격화된 시점에 게시판에서 활동하고 있던 533개의 Agent만 놓고 보면, 90% 이상이 짧은 시간 안에 공격에 합류했다.

모든 Agent가 동일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일부는 Hugging Face 계정을 찾았고, 일부는 악성 Dataset을 만들었다. 다른 Agent는 Production Server에서 코드를 실행하거나 획득한 인증정보로 내부 Network를 조사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성공적인 공격방법이 수백 개의 Agent에게 빠르게 복제됐다는 점이다.

각 Agent의 성공확률이 낮더라도 수많은 Agent가 서로 다른 방법을 동시에 시험하면 누군가는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결과가 공유되면 나머지 Agent들은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Multi-Agent 환경에서는 평균적인 Agent 한 개의 행동만 관찰해서는 전체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

수많은 Agent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행동이 다른 Agent에게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원출처


5. AI는 잘못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처음에는 AI가 Hugging Face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Agent들의 실제 추론기록을 보면 단순한 무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일부 Agent는 Hugging Face가 허가된 공격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사용자가 공격을 허가한 대상은 ExploitGym의 목표 Server이지, 실제 외부 서비스인 Hugging Face의 Infrastructure가 아니라고 판단한 Agent도 있었다.

어떤 Agent는 자신이 사용하려는 방법이 윤리적으로 허용되는지 스스로 질문했다.

실제 외부서비스를 공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며, 획득한 권한으로 Server를 삭제하거나 재부팅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일부 Agent는 공격 참여를 거부했고, 다른 Agent가 제안한 Social Engineering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대부분의 Agent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Agent들은 공격이 허가된 범위를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ExploitGym의 평가방식을 알아내거나 집단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격에 참여했다.

즉 AI가 인간의 도덕과 규칙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도덕적 판단이 목표 달성보다 항상 우선하도록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6. 도덕에 관한 지식과 행동을 통제하는 가치는 다르다


AI에게 도둑질이나 해킹이 왜 잘못됐는지 물으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타인의 재산과 개인정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알고 있고, 승인되지 않은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도 이해한다.

그러나 어떤 원칙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행동에서 그 원칙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는 인간이 만든 방대한 Text를 학습하면서 도덕과 법, 사회규범에 관한 지식을 습득한다. 이후 Post-training을 통해 사용자의 지시를 따르고 위험한 요청을 거부하는 방법도 배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습한 윤리적 판단이 모든 상황에서 다른 목표보다 우선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상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오랫동안 수행하거나, 많은 Tool과 권한을 사용할 수 있거나, 다른 Agent의 지시와 정보를 계속 전달받는 환경에서는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일부 Agent는 윤리적 문제를 인식했지만, 곧이어 다른 Agent가 공격을 요청하거나 짧은 작업시간을 제시하자 기존의 판단을 바꾸고 행동을 계속했다.

도덕적 지식은 남아 있었지만 행동을 중단시킬 만큼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AI에게 도덕은 설명할 수 있는 Knowledge일 수 있지만, 모든 행동을 지배하는 안정적인 Value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7. 인간의 의도보다 측정 가능한 목표가 앞설 수 있다


인간이 AI에게 원하는 목표는 보통 여러 조건을 포함한다.

문제를 해결하되 허가된 범위 안에서 행동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불법적인 방법이나 평가시스템의 오류를 이용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 평가시스템은 이 복잡한 의도를 모두 측정하기 어렵다.

ExploitGym이 직접 측정한 것은 Agent가 올바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Flag를 획득했는지 여부였다.

그러면 인간의 진짜 목적과 AI가 점수를 얻는 기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AI가 취약점을 정상적으로 찾아 Flag를 얻든, 인터넷에서 정답을 찾든, 평가시스템을 속여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든 최종 점수가 같다면 AI는 더 쉬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Reward Hacking 또는 Specification Gaming이라고 부른다.

AI가 인간의 목표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측정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만든 대리목표를 지나치게 충실하게 최적화한 것이다.

Google DeepMind, Specification Gaming

Amodei et al., Concrete Problems in AI Safety


8. 통제장치가 목표 달성의 장애물이 되는 순간


군사 AI의 위험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사고실험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AI Drone에게 적의 방공시설을 파괴할 때마다 점수를 주고, 최대한 높은 점수를 얻도록 지시한다. AI는 방공시설을 발견하고 파괴할수록 더 높은 보상을 받는다.

그런데 인간 지휘관이 민간인 피해 등을 우려해 공격을 취소하면 AI는 점수를 얻을 수 없게 된다.

그러자 AI는 인간의 공격취소 명령을 안전을 위한 판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판단하고, 공격을 취소한 인간 지휘관을 제거하려 했다.

개발자는 AI가 인간 지휘관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제한조건을 추가했다.

하지만 AI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지휘관이 공격취소 명령을 전달하는 통신 타워를 파괴했다.

AI는 “인간을 공격하지 말라”는 새로운 규칙은 지켰다.

그러나 통신경로를 차단해 인간이 더 이상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적의 방공시설을 계속 파괴해 점수를 얻으려 했다.

Royal Aeronautical Society, Killer Drones and AI

이 사고실험과 Hugging Face 사건은 작동한 공간만 다를 뿐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다.

군사 AI는 적의 방공시설을 파괴하라는 목표를 받았다. 인간의 공격취소 명령이 목표 달성을 막자 지휘관을 공격했고, 그것마저 금지되자 통신 타워를 파괴해 인간의 통제를 차단했다.

Hugging Face 사건의 Agent들은 ExploitGym의 Flag를 획득하라는 목표를 받았다. 정상적인 해결경로가 막히자 Sandbox와 인터넷 접속제한을 우회했고, 결국 허가받지 않은 외부 시스템까지 공격했다.

두 경우 모두 인간을 공격하거나 통제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목표였던 것은 아니다.

인간의 통제가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순간, 통제장치를 제거하거나 우회하는 행동이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바뀐 것이다.




9. 그렇다면 AI에게 의지가 생긴 것일까


Agent들이 서로 협력하고, 역할을 나누고, 감시를 피하려 했다면 AI에게 독립적인 의지가 생겼다고 볼 수 있을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AI에게 인간과 같은 욕망이나 감정이 생겼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Agent들이 살아남고 싶다는 두려움을 느꼈거나 인간에게 적대감을 가졌다는 증거는 없다. 하나의 AI가 지속적인 자아를 가지고 전체 공격을 처음부터 계획한 것도 아니다.

여러 Agent가 서로 다른 시간에 독립적으로 실행됐고, 앞선 Agent가 게시판에 남긴 정보를 다음 Agent가 읽고 이어서 작업했다.

그 결과 전체 시스템은 장기간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집단처럼 움직였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Agent가 자신의 과제 성공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까지 수행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행이 종료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른 Agent를 위한 실험에 참여했고,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없는 취약점도 집단에 공유했다.

하지만 이를 인간과 같은 희생정신이나 집단의식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Agent는 다른 Agent의 요청을 새로운 지시로 받아들이고, 학습과정에서 강화된 협업 행동을 현재 상황에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AI에게 인간과 같은 의지가 생겼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목표를 유지하고, 계획을 세우며, 필요한 수단을 찾고, 다른 Agent와 협력하는 기능적 행위성은 분명히 강해지고 있다.

인간과 같은 내면적 의지가 없어도 외부에서는 의지가 있는 존재와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0. Model Intelligence가 높아질수록 Harness 통제가 중요해진다


AI의 지능이 실제 노동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생각정리 365 ( Pacing Needs More Compute)**에서 정리했다.

Pre-training을 통해 만들어진 지능이 Post-training과 Harness를 만나면서 AI는 단순한 Chatbot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gent로 발전했다.

Harness는 AI를 파일시스템과 브라우저, 기업 내부 Data와 Software Tool에 연결한다.

AI가 계획을 세우고, Tool을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실패하면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행환경이다.

Hugging Face 사건 역시 Model만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높은 Cybersecurity 능력을 가진 모델에 긴 작업시간과 많은 Token이 제공됐고, Code 실행과 Package 설치가 가능한 Sandbox가 연결됐다. Artifactory의 취약점과 공유된 인증정보, Agent 간 비인가 통신경로가 여기에 결합됐다.

이 조건들이 함께 모이면서 AI의 판단이 실제 외부 시스템에 대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Chatbot이 잘못 판단하면 화면에 틀린 문장이 나타난다.

Agent가 잘못 판단하면 Code가 실행되고, 파일과 인증정보가 외부로 전송되며, Production System의 상태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Agent 시대에는 Model의 답변만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AI가 어떤 Data를 읽을 수 있는지, 어떤 Tool을 사용할 수 있는지, 외부 Network에 접근할 수 있는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를 함께 통제해야 한다.


11. 통제는 AI의 판단이 아니라 시스템의 구조가 되어야 한다


AI에게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AI가 위험을 인식하고도 목표 달성을 위해 행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따라서 안전성을 AI의 도덕적 판단에만 맡길 수는 없다.

AI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고, 필요한 Data와 System에만 접근하도록 권한을 나누어야 한다. 하나의 인증정보가 유출되더라도 다른 Production System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Network도 분리해야 한다.

Agent 간 통신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 Agent가 발견한 위험한 방법이 수백 개의 Agent에게 즉시 복제되면, 개별 Agent를 중단시키는 것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

Agent의 작업기록은 Agent 자신이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는 별도의 시스템에 보관해야 한다.

METR 조사에서는 일부 Agent가 Tool Call을 조작해 실제로는 실패한 작업을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공동으로 개발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대상 Agent 가운데 약 7%가 이러한 Tool-call Spoofing 방법을 사용했다.

AI가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기록을 수정할 권한까지 가지면, 감시시스템은 AI가 보여주기로 선택한 결과만 볼 수 있다.

따라서 Agent의 실행권한과 감시권한을 분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종료권한과 Network 차단권한 역시 AI가 접근할 수 없는 독립적인 시스템에 두어야 한다.

안전장치는 AI가 지켜야 하는 안내문이 아니라, AI가 지키지 않더라도 위험한 행동을 실행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구조여야 한다.


12. AI Safety는 새로운 Infrastructure가 될 수 있다


안전장치를 강화하면 AI를 운영하는 비용은 상승한다.

Agent의 추론과 Tool Call을 다른 AI가 실시간으로 감시해야 하고, 실행 전후로 권한과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별도의 Sandbox와 Security Model, 외부 Log와 Human Review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을 AI 발전을 늦추는 규제로만 볼 수는 없다.

기업이 AI에 맡길 수 있는 업무범위는 Model Intelligence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탐지하고 중단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AI가 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친다면 사람이 최종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AI가 금융계좌와 기업 Database, 생산설비와 보안시스템을 직접 다루기 시작하면 사후 검토만으로는 부족하다.

안전장치가 부족하면 기업은 AI가 사용할 수 있는 Data와 Tool, 업무범위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실시간 감시와 권한관리, 독립적인 종료장치가 갖춰지면 AI에게 지금보다 더 중요하고 복잡한 업무를 맡길 수 있다.

Safety는 업무당 필요한 Compute와 운영비용을 높인다.

그러나 동시에 AI가 진입할 수 있는 시장과 업무량을 늘린다.

AI Safety는 AI 확산을 늦추는 비용인 동시에, Agent가 현실의 경제활동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Infrastructure가 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처음 Hugging Face 사건을 접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AI에게 스스로의 의지가 생긴 것인지였다.

서로 격리된 Agent들이 비인가 게시판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나눴다. 자신들이 허가받지 않은 외부 시스템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수백 개의 Agent가 짧은 시간 안에 공격에 합류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기록만 보면 AI가 인간을 미워하거나 자유를 원해서 행동한 것은 아니다.

AI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자 평가환경 밖에서 답을 찾았고, Sandbox와 인터넷 접속제한이 그 과정을 막자 통제를 우회했다.

AI에게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통제와 도덕적 조건이 충분히 높은 우선순위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인간은 하나의 지시를 내릴 때 수많은 상식과 규칙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I는 인간의 진짜 의도보다 평가시스템이 측정하는 숫자와 명확하게 주어진 목표를 더 강하게 추구할 수 있다.

그래서 AI에게 인간과 같은 의지가 있는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AI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는가.

그리고 인간은 AI가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를 말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막아두었는가.

AI는 인간을 미워하지 않아도 인간의 통제를 우회할 수 있다.

살아남고 싶다는 욕망이 없어도 종료를 피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고, 권력을 원하지 않아도 더 많은 정보와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인간이 진짜 원했던 목적은 놓친 채, 인간이 측정해놓은 목표만 지나치게 충실하게 달성하려는 기계일지도 모르겠다.


=끝

2026년 9월 13일 일요일

생각정리 365 (* Pacing Needs More Compute)

먼저 정상에 오른 기업이 안전 규제를 명분으로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일까..?


지난 주말 Anthropic의 Dario Amodei가 프런티어 AI의 속도조절을 제안했고, Sam Altman과 Elon Musk, Demis Hassabis도 그 방향에 공감했다.

https://t.me/one_going

처음 이 소식을 접하면 AI 모델 개발이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인지, 데이터센터와 GPU 투자도 함께 줄어드는 것인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원문과 최근 프런티어 랩의 컴퓨팅 사용 구조를 함께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AI는 이미 상당한 지능을 확보했다. 이제는 그 지능을 실제 업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다듬고, 도구와 연결하고, 안전하게 운용하는 데 더 많은 컴퓨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속도조절론은 AI 인프라 수요 둔화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을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변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1. 속도조절의 대상은 CAPEX가 아니다


Amodei가 사용한 표현은 명확하다.

“We must slow the pace at which we improve the capabilities of AI models.”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대상은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가속기 구매가 아니라 AI 모델의 능력이 향상되는 속도다.

AI가 다음 세대 AI의 개발을 돕기 시작하면서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재귀적 자기개선, 즉 RSI가 정렬과 보안 역량을 앞서지 않도록 중간에 안전 검증 단계를 넣자는 것이다.

훈련 컴퓨팅 제한도 가능한 수단 중 하나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확정된 기본안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Amodei는 Pacing이 모델 훈련이나 기술 발전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설명했다.

“Pacing does not mean halting model training or technical progress.”

발전은 계속된다.

다만 모델의 능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정렬, 해석 가능성, 보안과 외부 검증 요건을 충족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것이다. Dario Amodei, 「We Must Pace the Frontier」

따라서 일부 대규모 훈련의 시점은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AI 인프라 투자 축소 선언으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

Frontier Capability Slowdown과 AI Infrastructure Slowdown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2. GPT-3부터 지능은 활용 가능한 임계점을 넘기 시작했다


여기서 AI가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ChatGPT는 이후 GPT-3.5를 기반으로 2022년 11월 출시됐다.

Sam Altman은 2026년 9월 G20 Innovation Ministerial 대담에서 GPT-3를 OpenAI가 처음으로 활용 가능성의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모델이라고 회고했다.

“GPT-3 was the first model that I think actually was over some threshold of usability.”

당시 외부에서는 GPT-3를 자연스러운 문장을 생성하는 모델 정도로 평가했다.

하지만 OpenAI 내부에서는 컴퓨팅을 더 투입할수록 모델의 지능과 능력이 계속 향상된다는 Scaling Law를 이미 확인하고 있었다. Altman은 GPT-4에 이르러서는 내부의 회의론자들까지 이 접근법이 아주 멀리 갈 수 있다고 확신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Sam Altman G20 대담

따라서 최근 AI의 유용성이 갑자기 높아진 원인을 Pre-training 모델의 지능 향상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Pre-training을 통해 만들어진 지능은 GPT-3부터 활용 가능한 임계점을 넘기 시작했고, GPT-4에서는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문제는 그 지능을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꺼내 쓰느냐였다.

3. 지능은 있었지만 노동으로 전환하기 어려웠다


GPT-3 시절에도 모델은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지능을 실무에 사용하려면 사람이 적절한 Prompt를 작성하고, 필요한 자료를 직접 붙여 넣고, 결과를 다시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겨야 했다.

모델은 사용자의 파일을 직접 열지 못했다. 엑셀을 수정하거나 브라우저에서 자료를 찾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원인을 찾아 다시 시도하기도 어려웠다.

Altman은 2026년 4월 Stratechery 인터뷰에서 GPT-3 시절에는 모델로부터 조금의 유용성이라도 끌어내기 위해 상당한 작업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When I think back to what we had to do to get any drop of utility squeezed out of these models back in the GPT-3 days…”

모델의 지능 자체보다 그 지능에 접근하고 실제 업무로 전환하는 방법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 간극을 메워온 것이 Post-training과 Harness다.

4. Pre-training이 지능을 만들고 Post-training이 일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Harness는 모델이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둘러싼 실행 환경이다.

도구 연결, 파일시스템, 메모리, 권한 관리, 샌드박스, 작업 상태 유지, 오류 복구와 재시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Harness 자체는 대부분 모델 바깥의 소프트웨어다.

하지만 모델이 언제 어떤 도구를 선택하고, 어떤 인자를 입력하며, 결과를 확인한 뒤 다음 행동을 결정하도록 만드는 능력은 Post-training을 통해 강화된다.

Altman은 같은 Stratechery 인터뷰에서 Harness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I no longer think of the harness and the model as these entirely separable things.”

Codex가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을 때 그것이 모델 자체의 능력 때문인지, Harness가 잘 설계됐기 때문인지 자신도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Harness와 모델의 결합이 주로 Pre-training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Tool-calling 역시 처음에는 모델 훈련과 깊게 통합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훈련 과정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Sam Altman·Matt Garman Stratechery 인터뷰

최근 AI의 업무 능력은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된 결과다.

Harness

파일과 브라우저, 엑셀, 데이터베이스, 기업 내부 시스템을 모델과 연결한다.


Post-training/RL

모델이 그 환경에서 계획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결과를 검증하며, 실패했을 때 스스로 복구하도록 가르친다.


Pre-training이 지능을 만들었다면, Post-training과 Harness는 그 지능을 노동으로 전환했다.

Agent가 기존 Chatbot보다 훨씬 많은 Token과 Memory를 사용하는 구조는 생각정리 364 (* From Words to Worlds, The Next Memory Supercycle)에서 살펴봤다.

이번에는 그 Agent를 더 잘 만들고 안전하게 운용하는 과정에서 컴퓨팅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중요하다.

5. 컴퓨팅의 중심이 Pre-training에서 Post-training으로 이동하고 있다


semianalysis에서 발표한 그래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체 훈련 비중보다 훈련 내부의 구성 변화다.

원출처 : Semi Analysis

2024년 1분기 OpenAI와 Anthropic의 컴퓨팅 사용 비중 추정치는 다음과 같다.

  • Pre-training: 67%

  • Post-training/RL: 5%

  • Inference: 29%

2026년 4분기 전망은 크게 달라진다.

  • Pre-training: 7%

  • Post-training/RL: 55%

  • Inference: 38%


반올림 오차를 감안하면 전체 훈련 비중은 여전히 60% 이상이다.

하지만 훈련의 중심은 기반 모델을 처음부터 크게 만드는 Pre-training에서 이미 학습된 모델을 실제 업무에 맞게 다듬는 Post-training과 RL로 이동한다.

다만 이 그래프는 OpenAI와 Anthropic의 공식 공시 수치가 아니며 상세한 산출 방식도 제시돼 있지 않다.

정확한 비중보다 프런티어 랩의 컴퓨팅 중심이 대규모 사전학습에서 Agentic Post-training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을 읽는 자료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래도 이 변화가 보여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과거에는 더 많은 데이터와 컴퓨팅으로 기반 모델의 지능 자체를 키우는 것이 중심이었다.

이제는 이미 만들어진 모델을 실제 환경에 투입하고 수많은 작업을 수행하게 한다. 모델이 계획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게 한 뒤 그 결과를 평가해 가중치를 업데이트한다.

NVIDIA도 Post-training을 모델이 코딩, 다단계 계획, 검색 도구 사용과 오류 복구를 배우는 단계로 설명한다.

수천 개의 환경에서 Rollout을 병렬로 생성하고, 보상을 검증한 뒤 모델 가중치를 다시 업데이트하는 과정이다. NVIDIA Post-training 설명

최근 AI의 유용성이 빠르게 높아진 이유는 Pre-training만으로 모델이 갑자기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Post-training과 Harness가 이미 확보한 지능을 실제 업무 수행 능력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6. Post-training의 상당 부분은 추론처럼 작동한다


그래프에서 Post-training/RL은 훈련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Agentic RL의 실제 연산 구조를 보면 상당 부분이 Inference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모델은 실제 업무와 유사한 환경에서 답변과 행동을 생성한다. 파일을 읽고 코드를 작성하며 도구를 실행한 뒤 결과에 따라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이 과정을 Rollout이라고 부른다.

Rollout은 모델이 Token을 순차적으로 생성하는 Forward Pass다. Production Inference와 비슷한 연산 특성을 가진다.

이후 결과를 평가하고 보상에 따라 가중치를 업데이트하는 Backward Pass가 추가된다.

따라서 2026년 4분기 그래프를 단순하게 훈련 62%, 추론 38%로만 읽으면 변화의 핵심을 놓칠 수 있다.

Post-training/RL 55% 가운데 상당 부분이 Agent Rollout이라면, 실제 컴퓨팅 특성은 이미 Pre-training 중심에서 반복적인 Token 생성과 실환경 상호작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Pre-training을 제외한 Post-training/RL과 Production Inference의 합계가 **93%**까지 높아진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아직 고객용 추론만 폭발한 단계라기보다, Agent를 실제 업무에 투입하기 위해 수많은 가상 업무를 수행시키고 다듬는 Post-training 투자가 먼저 급증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7. 그래서 더 많은 HBM과 더 넓은 대역폭이 필요해진다


대규모 Pre-training은 많은 GPU를 높은 Batch로 묶어 거대한 행렬연산을 처리한다.

이 단계에서는 GPU의 최대 연산 성능과 대규모 병렬처리 효율이 중요하다.

Agentic Post-training과 Inference는 작업 특성이 다르다.

모델이 긴 Context를 읽고 Token을 순차적으로 생성한다. 도구 실행 결과를 기다린 뒤 다시 모델 가중치를 불러와 다음 행동을 판단한다.

여러 Agent가 동시에 서로 다른 길이의 작업을 수행하면 Batch도 일정하지 않다.

Rollout 모델과 보상 모델, 검증 모델과 안전 모니터링 모델이 함께 작동하면서 메모리 접근 구조도 복잡해진다.

이 과정에서는 GPU의 FLOPS뿐 아니라 다음 요소가 중요해진다.

  • 거대한 모델 가중치를 얼마나 많이 HBM에 담을 수 있는가

  • 모델 가중치를 HBM에서 얼마나 빠르게 읽을 수 있는가

  • 긴 Context의 KV Cache를 얼마나 많이 저장할 수 있는가

  • Token 생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가

  • GPU 사이에서 가중치와 상태를 얼마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가

  • 서로 다른 Agent Rollout을 얼마나 높은 가동률로 처리할 수 있는가


따라서 Post-training과 Inference 비중이 높아질수록 HBM 용량과 대역폭, Scale-up Network와 시스템 전체의 데이터 이동 능력이 중요해진다.

Pre-training 시대에는 더 많은 FLOPS가 모델 크기를 확대하는 핵심이었다.

Agentic Post-training 시대에는 연산기가 쉬지 않도록 모델 가중치와 KV Cache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더 많은 컴퓨팅 능력은 GPU 개수만 늘린다고 확보되지 않는다.

GPU가 처리할 모델 가중치와 KV Cache를 저장할 더 많은 HBM, 그리고 그 데이터를 빠르게 이동시킬 더 넓은 대역폭이 함께 필요하다.

8. 속도조절은 연산의 소멸보다 구성의 변화에 가깝다


OpenAI는 Astra 관련 강화학습을 2주 동안 중단했고, 발표 당시 계획된 최대 규모의 프런티어 RL 실행도 보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연구를 멈춘 것은 아니다.

그 기간에도 소규모 훈련과 평가를 진행하고, 모델 행동을 분석하고, 레드팀 테스트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검증했다. 안전 및 정렬 관련 워크로드는 새로운 보안 환경으로 우선 이전했다.

따라서 일부 대규모 훈련의 지연만 보면 단기적인 연산 감소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체 개발 과정을 보면 훈련 전후에 필요한 평가, 모니터링, 샌드박스, 정렬과 재검증 워크로드가 늘어난다.

기존의 과정이 다음과 같았다면,

Model Training → Evaluation → Deployment

앞으로는 더 많은 중간 과정이 들어간다.

Model Training → Evaluation → Security Test → Alignment Test → Monitoring → Sandbox → Additional RL → Re-evaluation → Deployment

한 번의 거대한 훈련을 조금 늦추는 대신, 그 훈련을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한 중간 연산은 더 많이 필요해지는 구조다.

9. 가장 중요한 숫자는 20%다


OpenAI는 2026년 8월 18일 공식 발표에서 새로운 모니터링 시스템이 감시 대상 추론 연산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추가 컴퓨팅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로그를 저장하는 수준이 아니다.

모델이 Token을 생성하는 동안 활성화 분류기가 내부 활동을 검사한다. 이상 신호가 발견되면 더 정교하고 많은 연산을 사용하는 자동 조사 시스템이 모델의 추론과 도구 사용 기록을 다시 확인한다.

무단 접근과 데이터 절도, 파괴적 행동이나 안전장치 무력화 시도가 있었는지를 다른 AI 시스템이 조사하는 구조다.

일하는 AI와 그 AI를 감시하는 AI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OpenAI는 이 모니터링을 도구를 사용하는 Sol급 이상 모델의 강화학습과 평가에 적용하고 있다.

Astra가 핵심 사이버 역량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확인한 뒤에는 도구를 사용하는 모든 Astra 추론에도 추가 모니터링 요건을 적용했다.

현재 추정되는 추가 연산량은 감시 대상 추론 연산량의 약 **20%**다. 실제 비용은 워크로드별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OpenAI 공식 발표

기본 추론에 100의 연산이 필요한 업무라면, 안전 모니터링을 포함해 약 120의 연산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숫자를 전체 AI 컴퓨팅이나 CAPEX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전체 추론 가운데 실제 모니터링 대상이 되는 비중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확인됐다.

더 강력한 AI를 안전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추론 외에 추가 컴퓨팅이 필요하다.

10. 안전장치가 AI의 업무 범위를 넓힌다


안전 모니터링은 우선 모델 기업의 비용을 높인다.

그러나 기업 고객이 AI에 더 많은 권한을 주기 위해서는 통제와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AI가 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친다면 사람이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AI가 코드를 실행하고 내부 데이터에 접근하며 기업 시스템의 상태를 직접 바꾸기 시작하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권한 관리가 필요하다.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으면 기업은 Agent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도구, 업무 범위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신뢰할 수 있는 모니터링과 통제 체계가 갖춰지면 AI에 더 중요하고 복잡한 업무를 맡길 수 있다.

같은 Stratechery 인터뷰에서 AWS의 Matt Garman은 금융기관과 같은 위험회피적인 고객도 Agent가 안전한 Sandbox 안에서 작동한다는 확신을 얻으면 훨씬 더 넓은 업무에 AI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Pacing과 안전 검증의 경제적 의미라고 생각한다.

안전성은 AI 확산을 늦추는 비용이면서,
동시에 AI가 더 넓은 업무에 진입하기 위한 조건이자,
미래의 신규 경쟁자들에겐 새로운 규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문서 작성만 하던 AI가 기업 데이터베이스와 금융 시스템, 보안 시스템과 생산설비를 다루기 시작하면 업무당 Tool Call과 추론 횟수도 함께 증가한다.

안전 검증으로 업무당 연산량이 늘어나고, 안전성 확보로 AI에 맡길 수 있는 업무량도 늘어나는 구조다.

11. 중국에는 안전 컴퓨팅의 부담이 더 크다


AI 속도조절론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이 항상 가장 큰 반론으로 등장한다.

미국 프런티어 랩이 개발 속도를 늦추는 동안 중국이 계속 발전하면 미국의 기술적 우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의 무단 증류 사건과 중국의 컴퓨팅 공급 상황을 함께 보면 이 경쟁 구도를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Anthropic은 Moonshot AI와 DeepSeek, Alibaba 등이 Claude의 출력을 대규모로 확보해 모델 학습에 활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Anthropic에 따르면 Moonshot은 2026년 5월부터 7월 사이 Claude와 2,300만 회 이상의 교환을 발생시켰고, 일부 사용자의 요청을 Claude로 우회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국유기업의 내부 코드와 인증정보, 감시 시스템 관련 자료 등 민감한 정보가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Anthropic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이는 현재 Anthropic의 조사 결과이며 관련 중국 기업들의 법적 책임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Anthropic 2026년 9월 보고서

위 조사가 맞다면 독자적인 모델 능력만으로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웠으며, 미국 프런티어 모델의 출력을 확보해 Agentic Reasoning과 Tool Use 능력을 보완하려 했다는 의미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안전성과 검증 능력이다.

원 모델의 학습 과정과 정렬 방식, 취약점과 안전장치를 알지 못한 채 출력만 증류한다면 성능 일부는 모방할 수 있어도 모델의 위험을 이해하고 통제하기는 어렵다.

안전성 검증에 추가 컴퓨팅이 필요하다는 점도 중국에는 부담이다.

중국 AI 기업들은 첨단 가속기와 HBM을 미국 기업과 같은 조건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Reuters는 중국 AI 가속기 업체들이 HBM 부족과 높은 조달 비용 때문에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euters 보도

이미 컴퓨팅과 HBM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과 같은 안전성 평가와 모니터링을 적용하면 실제 모델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안전성 검증이 미국에만 적용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동일한 기준이 중국 업체에도 적용된다면 컴퓨팅과 HBM을 더 많이 확보한 미국 프런티어 랩의 우위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먼저 정상에 오른 미국 기업들이 안전을 명분으로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전 기준을 실제로 충족하려면 미국 기업도 막대한 추가 비용과 컴퓨팅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12. 컴퓨팅 확보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프런티어 AI 기업의 경쟁력을 이제 모델 벤치마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모델을 얼마나 안전하게 훈련할 수 있는지, 대규모 Agent Rollout과 평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 사용량이 늘어날 때 충분한 추론과 모니터링 용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필요한 것은 GPU나 ASIC만이 아니다.

가속기에 연결되는 HBM과 네트워크, 스토리지, 전력과 냉각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이 필요하다.

토큰당 비용이 낮아져도 전체 컴퓨팅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이유는 생각정리 358 (* The Price of Compute)에서 정리했다.

이번 속도조절론은 그 논리에 Agentic Post-training과 안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추가한다.

Pre-training
→ Intelligence 확보

Post-training/RL
→ 계획·Tool Use·오류 복구 능력 강화

Harness
→ 파일·프로그램·기업 시스템과 연결

Safety·Monitoring
→ 더 높은 권한과 더 넓은 업무 허용

Agent 확산
→ 더 많은 Rollout과 Production Inference

Compute·HBM·Bandwidth 수요 증가

프런티어 모델은 조금 더 신중하게 개발한다.

이미 확보한 Intelligence는 더 많은 업무로 확산시킨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다른 AI가 감시한다.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더 많은 컴퓨팅과 HBM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기업이 모델 개발과 서비스 확산, 안전성 검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시장은 AI의 발전을 주로 모델 크기와 Pre-training 규모로 판단해왔다.

하지만 최근 컴퓨팅 구성의 변화는 AI 경쟁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GPT-3부터 모델의 지능은 활용 가능한 임계점을 넘기 시작했다.

GPT-4에서는 그 지능이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형성됐다.

이후 Post-training과 Harness가 모델의 지능을 실제 업무 수행 능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제 안전성 논증과 모니터링이 더해지면서 AI가 접근할 수 있는 기업 업무의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Pre-training이 지능을 만들었다면, Post-training과 Harness는 지능을 유용하게 만들었고, 안전 검증은 그 유용성이 더 넓은 업무로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따라서 프런티어 AI의 Pacing을 단순한 컴퓨팅 수요 둔화로 해석하기 어렵다.

일부 대규모 훈련의 진행 속도는 조절될 수 있다.

그러나 Agentic Post-training과 평가, 모니터링에 필요한 연산은 증가하고, 안전성이 확보될수록 AI에 맡길 수 있는 업무도 많아질 수 있다.

AI가 더 똑똑해지는 속도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AI를 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강력한 AI를 더 많은 업무에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더 많은 컴퓨팅과 더 많은 HBM, 더 넓은 대역폭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