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 원로 가운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와 정치의 흐름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하는 인물 중 한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김종인 원로의 인터뷰를 보던 중, 한국 양도소득세의 변천 과정과 부동산 세제개편이 이후 대통령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계기로 양도소득세가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만들어졌고, 역대 정부의 세제 변화가 부동산시장과 선거에 어떤 파급효과를 남겼는지 따로 정리해봤다.
돌이켜보면 나를 가르쳐주셨던 1세대 애널리스트와 오랜 기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지켜본 분들은 산업과 기업 이야기만 해주지 않았다. 세제개편안과 부동산가격, 법안의 입법절차와 국회 권력구도, 정당 내부의 인사권, 행정부 내 인사 청탁을 둘러싼 알력다툼, 정책 결정 과정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초기에는 이런 내용이 당장 투자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부차적인 문제처럼 보였다. 산업과 기업을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들은 내용을 제대로 복습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기업과 주식을 분석하는 나름의 틀이 잡히고 나니, 당시 주변부처럼 보였던 정치·제도적 변화가 산업의 방향과 기업가치,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였다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일방적인 무조건적인 가르침..감사합니다..)
아마 당시 나를 가르쳐주셨던 분들은 내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반신반의하면서도, 언젠가는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인내하며 설명해주셨던 것 같다. 뒤늦게나마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 공부하고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에서 한국 양도소득세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부동산 세제의 변화가 시장을 넘어 이후 선거와 정권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리해본다.
부동산 세금은 어떻게 선거를 움직이는가
최근 서울 부동산시장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정부는 다주택자와 초고가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집값을 안정시키려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서울 도심 아파트가격이 오르는 동시에 전세가 줄고 월세까지 상승하고 있다.
집주인은 세금 때문에 불만이고,
세입자는 주거비 때문에 불만이며,
무주택자는 집을 살 수 없어서 불만이다.
이 세 집단의 불만이 하나로 합쳐지면 부동산 세제는 경제정책을 넘어 정권의 문제가 된다.
서울 집값과 전월세 수급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글로 갈음한다.
이번 글에서는 양도세와 보유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부동산시장 조절 수단이 됐고, 그 정책 변화가 다음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양도소득세는 처음부터 부동산정책이었다
한국에서 양도차익 과세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51년이다. 한국전쟁 중 전비를 마련하기 위한 세금이었지만, 인플레이션에 따른 명목가격 상승까지 이익으로 과세한다는 문제가 발생해 1960년 폐지됐다.
현재 양도소득세의 직접적인 전신은 1967년 부동산투기억제세다.
경부고속도로와 산업단지, 도시개발을 앞두고 서울·부산과 고속도로 주변 토지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토지의 양도·보유이익에 **50%**의 세율을 부과했다.
정부가 만든 개발이익을 토지 소유자가 독점하는 것을 막고, 부동산으로 몰리는 자금을 공장과 생산설비로 돌리려는 목적이었다.
즉 한국의 양도소득세는 일반적인 자본이득세라기보다 처음부터 다음 목적을 가진 부동산정책이었다.
개발이익 환수
투기 억제
거래 조절
자금의 생산적 투자 유도
이후 양도세와 보유세는 집값이 오르면 강화되고 시장이 침체되면 완화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한국 부동산 세제의 핵심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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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정리 73 (* 대한민국 남성 정치성향) |
이 변천사를 보면 양도소득세는 일관된 조세철학에 따라 움직인 세금이 아니었다.
집값이 오르면 투기 억제를 이유로 높였고, 거래가 줄고 시장이 침체되면 경기 회복을 이유로 낮췄다.
그 결과 양도세는 소득세이면서 동시에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사용하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가 됐다.
생각정리 181 (* 강남의 탄생)
(*같이 읽어보면 이해가 더 잘 될지도..)
문제는 보유세와 양도세가 함께 높아질 때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높이는 이유는 매물을 시장에 유도하기 위해서다.
정책이 의도한 경로는 단순하다.
보유세 상승
→ 다주택자 매도
→ 매물 증가
→ 주택가격 안정
그러나 양도세까지 높으면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보유하면 보유세
매도하면 양도세
증여하면 증여세
새로 취득하면 취득세
어떤 선택을 해도 세금이 발생하면 소유자는 거래를 미룰 수 있다. 특히 장기적인 가격상승 기대가 높은 서울 핵심주택은 보유세를 부담하더라도 계속 보유하려는 유인이 강하다.
외곽이나 비선호 주택부터 처분하고, 서울의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다주택자 수는 줄어도 서울 핵심지의 매물 부족과 가격 양극화는 오히려 심해진다.
노무현 정부의 세금 강화와 2006~2007년 선거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8·31 대책을 통해 보유세와 양도세를 함께 강화했다.
종부세 과세기준은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아졌고, 과세방식은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바뀌었다. 과표적용률도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1가구 2주택 양도세는 일반 누진세율 대신 50% 단일세율로 강화됐다.
정책브리핑, 종부세 등 입법 완료…8·31 정책 원안대로 완성
정부는 세 부담이 높아지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고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서울 집값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 부담만 부각됐다.
그 결과 종부세의 실제 납부자는 전체 유권자의 일부였지만, ‘세금폭탄’이라는 인식은 수도권 중산층과 잠재적 과세대상자에게까지 확산됐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차지했고, 열린우리당은 전북 1곳에서만 승리했다.
이어진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48.7%, 정동영 후보가 **26.1%**를 얻었다. 격차는 22.6%포인트였다.
부동산세금만으로 선거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다. 정권 지지율과 경기 인식, 여권 분열도 중요했다.
그러나 종부세와 양도세는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를 유권자가 직접 체감하게 만드는 상징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도 서울 집값 상승에 대응해 다주택자의 취득세·보유세·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했다.
정책의 목표는 매물 증가와 가격안정이었다. 그러나 다주택자는 외곽주택을 먼저 매도하고 서울 핵심주택을 남겼다. 양도세 부담이 커지자 매도를 미루는 거래 잠김도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집값이 계속 오른 상태에서 세금까지 증가했다는 점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시장 안정에는 실패했고 세금 부담만 더 늘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는 57.50%, 박영선 후보는 **39.18%**를 얻었다. 격차는 18.32%포인트였다.
EAI의 2022년 대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1.1%**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선택했다. 1·2순위를 합치면 **38.9%**였다.
윤석열 후보 투표자의 **48.5%**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주요 이슈로 선택한 반면, 이재명 후보 투표자에서는 **13.0%**였다.
결국 2022년 대선은 윤석열 48.56%, 이재명 47.83%,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결정됐다.
집값 상승과 공급 부족, 대출규제, 종부세와 양도세가 하나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묶여 정권교체에 영향을 준 것이다.
세금 강화가 반드시 선거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례도 있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토지초과이득세·택지소유상한제·개발이익환수제를 도입했다. 상당히 강한 토지 규제였지만 여권은 1992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시에는 토지공개념과 함께 수도권 200만호 주택공급과 신도시 건설이 추진됐다.
세금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동시에 실제 공급도 늘렸기 때문에, 과세가 단순한 징벌보다 시장안정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었다.
결국 선거를 결정하는 것은 세율 자체가 아니다.
세금을 높인 뒤 집값과 주거비가 실제로 안정됐는가.
이 질문에 대한 유권자의 답이 중요하다.
후문에 따르면,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김종인 경제수석비서관에게 해당 세금 정책을 되돌릴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김종인 전 수석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김종인 전 수석은 대통령에게 경제처럼 충분한 이해와 확신이 없는 분야에서는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자주 조언했다고 한다. 특히 자본시장은 정책과 발언에 빠르게 반응하는 만큼, 관련 정책을 다루거나 입장을 밝힐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시쳇말로, 잘 모르는 사안을 국민 앞에서 아는 척하며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라는 조언이었다고 한다.
노태우 정부에서 부동산 증세와 정권유지가 동시에 이례적으로 양립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유능한 관료의 존재의 여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방향
2026년 9월 확정된 정부안은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고 초고가·비거주·다주택자의 부담을 높이는 구조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2026년 세제개편안 정부안 확정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거주 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 12억원 → 14억원
시가 40억~50억원 이상 초고가주택의 세 부담 가중화
종부세 세액공제 한도 도입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기간보다 거주기간 중심으로 개편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2028년 20억원, 2029년 10억원
3주택 이상 등의 공정시장가액비율: 현행 60%에서 최종 80%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27~2028년 완화한 뒤 2029년 본래 수준 복귀
다주택자의 양도세 추가세율도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정부가 보유세를 강화하면서도 일정 기간 낮은 양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과거의 거래 잠김을 의식한 설계다.
그러나 매도기회가 끝나는 2029년 이후에는 보유세와 양도세가 함께 높아질 수 있다. 2027~2028년에 충분한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후 거래량이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실 사례 예시)
가정: 2025년 시가 11억원·공시가격 7.7억원, 취득가격 6억원인 단독명의 실거주 1주택. 블로그 349번의 중앙 가격 전망을 적용.
현재는 세금과 전월세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금의 정책이 과거보다 정치적으로 위험한 이유는 서울 임대시장 상황이 이미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전세매물은 감소하고 있으며,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는 월세나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다주택자는 투기수요인 동시에 임대주택 공급자다.
세금으로 임대수익률이 낮아지면 일부 다주택자는 주택을 처분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보유세와 금융비용의 일부가 전월세로 이전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다주택 과세 강화
→ 임대수익률 하락
→ 임대주택 감소 또는 월세 전환
→ 전세 품귀
→ 월세 상승
→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세금의 직접적인 대상은 집주인이지만, 최종적인 부담은 세입자와 소비시장까지 확산될 수 있다.
2028년 총선이 첫 번째 심판대다
2028년은 국회의원 총선이 있는 해이다.
특별한 헌정 변화가 없다면 다음 정기 대통령선거는 2030년이다.
문제는 부동산 세제의 실제 부담이 2028년 전후로 집중된다는 점이다.
종부세 개편의 고지서 반영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도입
다주택자 양도세 추가세율 인상
서울 재건축·재개발 이주물량 급증
전세 부족과 월세 상승 누적
2028년에는 서울 정비사업 이주 예정 물량도 약 4.5만 가구로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세금이 오르는 시점과 전월세 수급이 가장 불안해지는 시점이 겹치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서로 다른 불만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집주인은 세금 때문에 불만이고,
세입자는 주거비 때문에 불만이며,
무주택자는 집을 살 수 없어서 불만이다.
이 세 집단이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정책에 반대하면 부동산 문제는 강력한 정권심판론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40~50대는 민주당의 중요한 지지기반이면서 동시에 주택 보유 비중이 높은 세대다. 이들의 자산가격은 올랐지만 대출·교육비·생활비 부담도 크다.
정부가 초고가주택에 대한 과세라고 설명하더라도,
이들은 자신을 미래의 잠재적 과세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결론: 부동산 세제는 다시 선거를 결정할 수 있다
양도소득세는 1967년 부동산투기억제세에서 시작해 집값이 오르면 강화되고 시장이 침체되면 완화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은 세금을 높인다고 반드시 매물이 늘고 가격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유세와 양도세가 함께 높아지면 거래가 잠길 수 있다.
다주택자가 감소하면 자가주택은 늘어날 수 있지만 임대주택은 줄어들 수 있다.
공급이 부족하면 집주인의 비용 일부가 전세와 월세로 이동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기의 선거도 같은 교훈을 남겼다.
집값은 오르고
전월세는 부족하며
세금까지 증가하면
부동산은 정권교체의 문제가 된다.
현재 이재명 정부의 세제는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고 다주택자에게 매도기간을 준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정교하다.
그러나 정책의 실제 성패는 설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2028년까지 집값과 전월세가 안정된다면 과세 강화에 대한 반발은 관리할 수 있다.
반대로 주거비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세금고지서까지 커진다면 부동산정책은 총선의 핵심 심판 사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 여권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린다면,
충격은 2028년 총선, 2030년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의 부동산정책이 차기 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더 이상 먼 가설로 보기 어렵다.
(*지금 이 기조로 가면 심화되면 심화됐지 안정화될리가 없음..)
차기 선거의 승패는 부동산 가격과 양도소득세 정책의 향방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정권교체 전후의 양도소득세 변화와 집값 흐름을 함께 살펴보면,
2027년 하반기에는 부동산 상승 국면의 초입에 진입할 기회가 다시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