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병원에서 대기 순번표를 뽑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다시 텔레그램 창을 열고 뉴스를 훑어봤다.
눈에 들어온 것은 CPO 수율 관련 부정적 리포트였다. 요지는 CPO 채용 시점이 기존 기대보다 1~2년가량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가 시장에 퍼지면서 전날 밤 미국장에서 광학 인터커넥팅 관련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는 소식도 함께 확인했다.
해당 리포트를 낸 곳은 과거에도 마이크론 HBM4 퀄테스트 이슈, SOCAMM2 LPDDR5 탑재량 감소 가능성과 같은 이야기를 유료 구독자들에게 먼저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진 기관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시장은 꽤 민감하게 반응했다. (*~카더라 통신을 극혐하는 1인..)
물론 정보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정보에는 언제나 의도가 섞일 수 있고, 그 정보를 전달하는 주체에게도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면 시장을 지나치게 순진하게 보는 것일 수 있다.
한 번이면 우연일 수 있다. 두 번이면 반복일 수 있다. 그런데 비슷한 방식으로 세 번 연속 시장에 큰 노이즈를 만든다면, 그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과 타이밍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광고, 유료 구독료, 후원금에 목메는 전문지 특성상 특정 이해관계에 목메여 있겠지않나 싶기도 하다.)
특히 검증이 어려운 내부정보성 이야기가 그럴듯한 산업 논리와 결합해 유료 리서치 형태로 유통될 때, 투자자는 더 조심해야 한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시장 가격은 그런 정보에 먼저 흔들린다. 그리고 주가가 흔들린 뒤에야 사람들은 뒤늦게 그 정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따지기 시작한다.
결국 이런 시장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은 하나다. 공부하는 것이다.
남들이 던지는 단기 정보에 휘둘리기보다, 산업의 방향과 구조를 직접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뉴스가 본질이고, 어떤 뉴스가 노이즈인지 구분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저런 노이즈만 만드는 뉴스를 볼 때마다 짜증이 먼저 올라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 보려는 것은 특정 종목의 하루 주가가 아니다. 일본, 중국, 미국이 왜 동시에 광통신망과 AI 백본 인프라에 투자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agentic AI 시대에 광통신 백본이 왜 다시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는지다.
CPO 채용 시점이 1년 밀리느냐, 2년 밀리느냐는 단기 주가에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질문은 따로 있다.
AI 시대의 컴퓨팅 자원을 누가, 어떤 광통신망으로, 얼마나 낮은 지연시간과 전력비로 연결할 것인가.
이 질문이 앞으로 광통신 산업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Agentic AI 시대의 신경망: 일본·중국·미국의 광통신 백본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AI 인프라의 다음 핵심은 ‘연결’이다.
앞으로의 AI는 단일 데이터센터 안에서만 답을 생성하는 구조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 시스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공장, 병원, 금융망, 로봇, 자율주행 인프라를 계속 호출하고 연결해야 한다. 이처럼 AI가 여러 시스템을 스스로 조합해 업무를 수행하는 흐름을 agentic AI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시대에는 컴퓨팅 자원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컴퓨팅 자원들을 하나의 신경망처럼 연결하는 광통신 백본이다. 일본, 중국, 미국이 동시에 광통신망과 데이터센터 간 연결망 투자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별 AI 인프라 경쟁은 데이터센터 구축을 넘어 ‘광통신 백본망 구축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본은 NTT의 IOWN/APN/AIOWN, 중국은 동수서산과 전국 AI 컴퓨팅 네트워크, 미국은 Lumen·Zayo·Corning·Microsoft·Meta·NVIDIA 중심의 AI 백본 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1. 왜 agentic AI 시대에는 광통신망이 중요해질까
Agentic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AI가 아니다.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찾고, 여러 소프트웨어를 호출하고, 결과를 비교하고, 다시 다음 행동을 실행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기업용 agentic AI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다음 과정이 필요하다.
고객 데이터 조회 → 내부 문서 검색 → 외부 데이터 호출 → 모델 추론 → 보안 검증 → 업무 시스템 입력 → 결과 보고
이 과정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데이터센터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와 기업망, 중앙 서버와 엣지 서버가 빠르게 연결돼야 한다. 특히 금융, 제조, 헬스케어, 로봇, 자율주행처럼 지연시간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품질이 곧 AI 서비스 품질이 된다.
그래서 광통신망은 단순한 통신 인프라가 아니라 AI 시대의 백본 신경망으로 재부각되고 있다.
2. 일본: NTT의 IOWN/APN/AIOWN이 가장 직접적인 사례
일본에서 가장 명확한 전략을 제시하는 기업은 NTT다. NTT는 IOWN 구상 안에서 APN, All-Photonics Network를 핵심 인프라로 제시하고 있다. APN은 네트워크부터 단말까지 광 기반 기술을 도입해 저전력, 고품질, 대용량, 저지연 전송을 구현하는 네트워크다. NTT EAST와 NTT WEST는 2023년 3월부터 APN IOWN1.0 서비스를 시작했다. (NTT)
| NTT |
NTT의 중기전략을 보면 방향은 더 명확하다. 회사는 FY2030 EBITDA 4조 엔 목표를 제시하면서, 기존 통신 인프라에 해당하는 Connectivity Areas를 AI-native infrastructure, 즉 AIOWN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성장 영역인 Value-added Areas에서는 AI, 데이터센터, NTT DATA, 금융, 기업 솔루션을 키우는 구조를 제시했다.
| NTT |
쉽게 말하면 NTT의 전략은 이렇다.
중요한 점은 NTT가 광망 투자를 단순한 내수 방어 투자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내 통신망을 광·APN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실증 데이터를 쌓고, 이 경험을 데이터센터 연결, AI inference, 기업용 AI 솔루션, 해외 인프라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구조다.
| NTT |
KDDI도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KDDI는 2026년 5월 상용 환경에서 Point-to-Multipoint형 APN을 활용한 광신호 전송 실증에 성공했다. 이 실증에서는 기존 광섬유를 활용해 여러 거점 간 총 400G급 대용량 통신을 확인했고, 전기 장비를 줄여 네트워크 전력 사용량을 약 60%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KDDI는 이를 데이터센터, 해저케이블, APN, 6G를 묶는 Digital Belt 구상으로 연결하고 있다. (KDDI Research)
| KDDI |
| KDDI |
SoftBank도 광망 투자를 진행 중이다. SoftBank는 Cisco와 협력해 일본 메트로 네트워크에 All Optical Network를 구축하고 있으며, 400GbE 지원 장비와 단순화된 IP·광 통합 구조를 통해 기존 구성 대비 에너지 소비를 약 9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SoftBank는 이 All Optical Network를 2027년까지 일본 전국 메트로망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ソフトバンク)
| SoftBank |
| SoftBank |
| SoftBank |
| SoftBank |
따라서 일본의 흐름은 명확하다. NTT가 IOWN/APN/AIOWN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KDDI와 SoftBank도 각자의 방식으로 광망 고도화와 AI 인프라 연결망 투자에 들어가고 있다.
| DC향 광섬유, 광케이블 호조로 가격인상을 공시하는 후지쿠라 |
3. 중국: 동수서산에서 전국 AI 컴퓨팅 네트워크로 진화
중국은 일본보다 더 국가 주도적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핵심은 동수서산, 东数西算이다. 말 그대로 동부의 데이터를 서부에서 계산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이미 8개 국가 컴퓨팅 허브와 10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추진해왔다. 베이징·톈진·허베이, 장강삼각주,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청두·충칭, 내몽골, 구이저우, 간쑤, 닝샤 등이 주요 거점이다. 이 8개 허브는 중국 컴퓨팅 네트워크의 백본 역할을 하며, 데이터센터·클라우드·빅데이터의 협동 구축과 동서부 컴퓨팅 자원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한다. (NCSTI)
동수서산의 배경은 이해하기 쉽다. 중국 동부는 데이터와 산업 수요가 많지만 토지와 전력이 부족하다. 반면 서부는 토지와 재생에너지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그래서 동부의 데이터 처리와 AI 연산 수요를 서부의 대형 데이터센터로 분산시키고, 이를 광통신망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8개 컴퓨팅 허브 건설에 직접 투자된 금액은 435억 위안, 관련 투자 유발액은 2,000억 위안 이상, 데이터센터 랙 수는 195만 개 이상이었다. 또한 동서 허브 간 네트워크 지연시간은 대체로 20ms 요구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언급됐다. (중국 국무원)
여기에 최근 보도된 2조 위안 AI 인프라 계획이 더해진다. 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5년간 약 2조 위안, 약 2,950억 달러를 투입해 전국 단위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NDRC 등 주요 기관이 청사진을 만들고 있으며, China Mobile과 China Telecom 같은 국유 통신사가 데이터센터 운영과 연결을 담당할 가능성이 언급됐다. (블룸버그 로우 뉴스)
이 계획의 핵심은 전국에 흩어진 컴퓨팅 자원을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묶는 것이다. 보도에서는 통합 컴퓨팅 네트워크가 기업의 고성능 컴퓨팅 접근성을 높이고, AI 모델 개발 속도와 agentic AI·physical AI 서비스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The Edge Singapore)
중국 전략의 또 다른 특징은 AI 자립이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AI 칩, 서버 등 핵심 기술의 최소 80%를 화웨이 등 현지 공급업체로 조달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와 AMD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과 연결된다. (The Edge Singapore)
중국의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다.
즉, 중국은 데이터센터를 단순히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광통신망·전력망·국산 AI 칩을 하나의 국가 단위 AI 신경망으로 묶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4. 미국: 민간 주도형 AI 백본 투자가 확대 중
미국은 일본·중국처럼 하나의 국가 프로젝트 이름으로 움직이기보다, hyperscaler와 통신망 사업자, 광섬유 제조사가 수요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대표 사례는 Microsoft와 Lumen이다. Microsoft는 AI 수요 증가로 데이터센터 간 연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Lumen을 전략적 네트워크 인프라 공급업체로 선택했다. Lumen의 Private Connectivity Fabric은 기존 광섬유 접근권, 신규 광섬유 설치, 디지털 네트워크 서비스를 포함하는 맞춤형 네트워크이며, Microsoft 데이터센터 간 연결의 용량, 성능, 안정성, 속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 (Source)
Lumen은 이후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광망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8년 말까지 3,400만 intercity fiber miles를 추가해 총 4,700만 intercity fiber miles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umen은 이 투자를 “AI economy의 backbone” 구축으로 설명했다. (Lumen)
| Lumen Technology |
Zayo도 유사한 흐름이다. Zayo는 AI 수요 증가에 맞춰 향후 5년간 5개 신규 장거리 광섬유 경로와 7개 기존 경로 증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경로들은 주요 데이터센터 허브와 성장 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저지연·고확장성 경로로 설계된다. (Zayo.com)
광섬유 공급망에서는 Corning이 핵심이다. Corning과 Meta는 미국 내 첨단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최대 60억 달러 규모의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Corning은 Meta에 광섬유, 케이블, 연결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Corning)
| Corning |
Corning과 NVIDIA의 협력도 중요하다. 양사는 차세대 AI 인프라에 필요한 광연결 솔루션의 미국 내 제조를 확대하기 위한 장기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Corning은 미국 내 광연결 제조능력을 10배, 광섬유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할 계획이며, NVIDIA 가속 컴퓨팅을 대규모로 배치하는 hyperscale 데이터센터에 광연결 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다. (Corning)
미국의 흐름은 다음처럼 볼 수 있다.
미국은 정책 주도형보다는 민간 수요 주도형이다. 그러나 방향은 같다. AI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데이터센터 내부 연결과 데이터센터 간 연결 모두 광통신망 투자를 요구한다.
5. 세 지역의 공통 결론: AI 인프라의 신경망은 광통신 백본이다
일본, 중국, 미국의 접근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결론은 동일하다. AI 시대의 인프라는 연산 자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연산 자원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Agentic AI가 확산되면 AI는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 더 많은 시스템을 호출하고, 더 많은 결정을 실시간에 가깝게 내려야 한다. 이때 광통신망은 단순한 통신망이 아니라 AI가 움직이는 경로, 즉 AI 인프라의 신경망이 된다.
6. 투자 관점에서 봐야 할 변화
이 흐름은 통신사, 광통신 장비, 광섬유,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를 보는 관점을 바꾼다.
첫째, 통신사의 백본망 투자는 AI 인프라 투자로 재해석될 수 있다.
NTT의 AIOWN, KDDI의 Digital Belt, SoftBank의 All Optical Network는 모두 통신망을 AI 시대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움직임이다.
둘째, 중국의 동수서산은 전국 단위 AI 컴퓨팅망의 선행 인프라다.
이번 2조 위안 AI 인프라 계획은 동수서산의 연장선에서, 컴퓨팅 자원을 더 촘촘하게 연결하고 국산 AI 칩 생태계까지 포함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미국은 hyperscaler 수요가 광망 투자를 밀어 올리고 있다.
Microsoft, Meta, NVIDIA 같은 기업의 AI 인프라 확대는 Lumen, Zayo, Corning 같은 광망·광섬유 밸류체인으로 연결되고 있다.
넷째, 광망 투자는 agentic AI와 physical AI 확산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있다.
기업 AI,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금융 AI가 확산될수록 저지연·고대역폭·고신뢰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커진다.
결론: 광통신 백본 투자는 AI 인프라의 다음 장이다
일본, 중국, 미국의 사례를 연결해서 보면 하나의 방향이 보인다.
AI 인프라 경쟁은 데이터센터를 짓는 단계에서,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자원을 하나의 거대한 신경망으로 연결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일본은 NTT의 IOWN/APN/AIOWN을 중심으로 광 기반 AI-native 인프라를 실증하고 있다. 중국은 동수서산과 전국 AI 컴퓨팅 네트워크를 통해 국가 단위 AI 신경망을 만들고 있다. 미국은 Lumen, Zayo, Corning, Microsoft, Meta, NVIDIA를 중심으로 민간 주도형 AI 광백본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AI 인프라를 볼 때는 데이터센터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센터들을 연결하는 광통신 백본, 장거리 광섬유, 광모듈, 광케이블, 포토닉스, 네트워크 장비까지 함께 봐야 한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Agentic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분산된 AI 컴퓨팅 자원을 하나의 신경망처럼 연결하는 광통신 백본이다. 일본, 중국, 미국의 최근 투자는 이 변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끝
(*SK텔레콤 이외의 다른 한국 통신사들은 광통신 백본투자 발표 안하고 뭐하고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