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증설과 관련된 개인적인 견해를 기록해둔다.
Toshiba’s Expansion Is Not a Storage Glut
도시바가 AI 데이터센터용 HDD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eagate와 Western Digital 주가는 약 10% 하락했다.
시장은 이를 HDD 공급 부족의 종료, 더 나아가 NAND와 SSD를 포함한 저장장치 전체의 공급과잉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도시바의 증설은 저장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선두업체의 공급만으로는 AI가 만들어내는 저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증거에 가깝다.
도시바의 증설계획
도시바는 필리핀 Laguna Technopark의 기존 PC용 HDD 라인을 니어라인 HDD용으로 전환하고 새 라인에서 첫 제품을 출하했다.
목표는 2027회계연도까지 기억용량 기준 생산능력을 2025년 대비 약 두 배로 확대하는 것이다. 보도된 투자액은 약 600억 엔, 3억8,000만 달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생산대수가 아니라 기억용량, 즉 EB Capacity 기준이라는 것이다.
도시바는 현재의 24TB CMR·28TB SMR에서 30TB급 MAMR과 40TB급 12-platter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일한 수의 HDD를 생산하더라도 평균용량이 24TB에서 40TB로 높아지면 EB 생산능력은 약 67% 증가한다.
따라서 이번 계획의 핵심은 물리적인 HDD 생산대수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라인을 전환하고 제품당 용량을 높여 전체 EB 출하량을 두 배로 만드는 것이다.
출처: 도시바 필리핀 신라인 첫 출하 및 FY2027 생산능력 목표
2022년 증설계획과 무엇이 다른가
도시바는 2022년에도 2025년 니어라인 HDD 생산능력을 2020년 대비 약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해 하반기부터 클라우드 고객의 재고조정과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가 시작됐다. 도시바는 필리핀 공장 인력의 16%인 약 1,500명을 감축했고, 증산 및 교체설비의 투자 시점을 재검토했다.
2022회계연도 상반기 HDD 등 사업은 매출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135억 엔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따라서 2022년 계획을 공식적으로 ‘취소했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전방 수요 악화로 계획이 사실상 보류됐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Seagate는 2028년 니어라인 EB의 대부분이 이미 배정됐으며 고객과 2029년 이후 물량을 협의하고 있다. Western Digital도 향후 3~5년 EB 수요가 연평균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도시바의 새 라인도 이미 첫 출하를 마쳤다. 단순한 계획 발표가 아니라 일부 설비투자와 생산인증이 완료됐다는 의미다.
2022년에는 공급계획이 실제 수요를 앞서갔지만, 이번에는 장기계약과 고객의 물량 배정이 공급을 앞서가고 있다.
출처: Toshiba Group IR Day 2022, 2022년 수요 악화와 투자 재검토
도시바는 Seagate·Western Digital과 경쟁할 수 있는가
도시바는 HDD 설계와 조립에서 50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위 10개 CSP 가운데 8개사에 공급한 이력이 있다.
동일한 3.5인치 폼팩터에 12장의 얇은 glass platter를 넣는 기술도 도시바가 가진 분명한 경쟁력이다.
그러나 핵심부품과 기록기술에서는 선두업체와 격차가 존재한다.
Seagate와 Western Digital은 헤드와 미디어를 상당 부분 직접 개발·생산하는 수직통합 구조다. 반면 도시바는 Resonac의 미디어와 TDK의 헤드를 사용하는 수평분업 구조다.
도시바의 31TB급 HDD 시연도 Resonac 및 TDK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이뤄졌다.
수평분업은 도시바의 직접 CAPEX 부담을 낮춰준다. 하지만 실제 증산 속도가 외부업체의 glass substrate·미디어·헤드 공급능력에도 좌우된다는 약점이 있다.
도시바가 조립라인을 증설하더라도 핵심부품 공급업체가 함께 증설하지 않으면 EB 생산능력은 목표만큼 증가하지 않는다.
제품경쟁력에서도 Seagate가 앞서 있다.
Seagate는 HAMR 기반 Mozaic 제품을 이미 양산하고 있으며, 2026년 7월 기준 HAMR가 니어라인 EB 출하의 약 40%를 차지했다. 반면 도시바의 현재 주력제품은 24TB CMR·28TB SMR이고, 40TB급 MAMR 제품의 출시 목표가 2027년이다.
도시바는 platter 수를 12장까지 늘려 용량 격차를 줄이고 있지만, Seagate는 약 10장의 platter에서 장당 기록밀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앞서가고 있다.
Seagate의 FY2026 연간 gross margin은 45.6%, 4분기는 52.3%였다. Western Digital은 각각 48.9%, 54.1%였다. 도시바는 HDD 단독 gross margin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치 비교는 어렵다.
다만 도시바는 핵심부품을 외부에서 구매하고 있고 제품 세대도 뒤처져 있다. 현재 도시바가 선두업체와 같은 단위당 원가와 마진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적은 CAPEX로 EB를 두 배 늘릴 수 있는 이유
도시바는 3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EB Capacity를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Seagate와 Western Digital의 FY2027 합산 CAPEX 예상치는 약 17억 달러다.
표면적으로는 도시바의 CAPEX당 EB 증가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보인다.
그러나 비교범위가 다르다.
도시바의 투자액은 필리핀 조립라인 전환과 자동화에 대한 직접투자다. 외부 공급업체가 부담하는 glass substrate·미디어·헤드 CAPEX는 포함하지 않는다.
반면 수직통합 업체의 CAPEX에는 헤드와 미디어 생산, 공정 전환, 수율 개선 및 차세대 기록기술 투자가 포함된다.
또한 도시바의 목표는 unit가 아닌 EB 기준이다.
EB Capacity = HDD 생산대수 × HDD당 평균용량
평균용량이 24TB에서 40TB로 상승하고 HDD 생산대수가 20%만 증가해도 EB Capacity는 약 두 배가 된다.
1.20 × 40TB ÷ 24TB = 2.0배
따라서 도시바의 계획은 물리적 생산대수를 두 배로 늘리는 증설이라기보다 평균용량 상승에 의존하는 기술 중심 증설이다.
이는 동시에 계획의 가장 큰 위험이다.
40TB급 제품의 출시와 수율, 외부 부품 공급 및 CSP 인증이 모두 예정대로 진행돼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어느 하나라도 지연되면 설치된 조립라인과 실제 출하 가능한 EB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도시바의 EB 점유율을 약 11%로 놓고 도시바가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동안 경쟁사도 연 25%씩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도시바 점유율은 약 17%에 그친다.
EB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도시바가 제시한 30% 점유율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번 증설은 충분히 실행 가능한 계획이지만, 선두업체의 기술과 시장지위를 단기간에 뒤집을 규모는 아니다.
HDD 수요 25%는 상단이 아니라 현재 보이는 수요다
Seagate와 Western Digital은 중장기 EB 수요가 연평균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5%도 5년이면 시장이 약 3배가 되는 높은 성장률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고객의 데이터센터 건설계획과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한 전망이다.
기업은 아직 수주와 예산으로 확정되지 않은 Recursive Self-Improvement, continuous learning, Agent AI 및 Physical AI의 잠재수요를 공식 가이던스에 모두 반영하지 않는다.
25%는 AI 저장 수요의 장기적인 상단이 아니라,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수요에 가깝다.
앞으로 Agent는 대화 결과만 저장하지 않는다. 입력과 tool call, 중간결과, 실패기록, 사용자의 선호와 주변환경의 상태를 계속 생성한다.
Physical AI는 여기에 영상과 음성, 차량·로봇·공장의 센서 데이터를 추가한다. 생성된 데이터는 일부가 제거되더라도 학습과 감사, 복구 및 continuous learning을 위해 압축·복제돼 누적된다.
저장 수요는 다음과 같은 순환구조를 가진다.
Data Generation → State Retention → Compression·Replication → Training·RAG → New Data Generation
Agent의 실행량이 증가할수록 데이터는 한 번 저장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학습과 추론의 입력으로 반복 사용된다.
AI가 stateful system으로 진화한다면 HDD EB 수요는 장기적으로 40%+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현재 확정수주가 아니라 기술 발전경로에 기반한 전망이다. 실제 수요는 데이터 압축률과 보존기간, 중복제거 및 재학습 데이터의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관련 글: 생각정리 378 (* The Memory Behind Every Agent), 생각정리 335 (* Stateful AI Factory, Memory, MLCC)
HDD 증설과 QLC SSD 수요는 반대 논리가 아니다
도시바의 증설을 NAND와 SSD를 포함한 저장장치 전체의 공급과잉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HDD와 SSD는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점은 같지만, AI 데이터센터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다르다.
이 차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한 자료가 Everpure의 2026 Financial Analyst Meeting에서 공개된 다음 슬라이드다.
Everpure는 지난 10년간 하이퍼스케일 스토리지에서 발생한 변화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AI·ML 확산으로 필요한 Performance per TB는 상승한다.
HDD는 용량은 커지지만 전체 IOPS가 비슷해 HDD가 제공하는 Performance per TB는 하락한다.
두 지표의 격차를 채우기 위해 QLC Flash 도입이 증가한다.
Everpure는 공식 글 The Market Has Spoken: QLC’s Hyperscale Moment Has Arrived에서 Google·Microsoft와 CMU가 공동 분석한 하이퍼스케일 운영 데이터를 인용했다.
두 하이퍼스케일러의 43개 실제 workload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필요한 IOPS per TB는 약 25% 증가했고 전체 workload의 68%가 이전보다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반면 HDD 한 대의 IOPS는 크게 증가하지 않아 HDD의 IOPS per TB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연구 원문: TCO-driven Storage Provisioning for Exascale Data Centers
AI는 저장용량만 더 많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된 데이터에 더 자주 그리고 더 빠르게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HDD 수요 증가와 QLC SSD 수요 증가는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HDD는 낮은 비용으로 cold data를 장기간 저장하는 데 적합하다. 반면 QLC SSD는 Agent가 반복적으로 참조하는 warm data와 대규모 RAG, vector database에 적합하다.
도시바의 HDD 증설은 cold tier의 공급을 늘릴 뿐, AI가 요구하는 low-latency storage의 병목을 해결하지 못한다.
관련 글: 생각정리 189 (* HDD, eSSD), 생각정리 319 (* NAND, eSSD)
| Everpure(P) 애널리스트 콜 중 |
HDD는 왜 용량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느려지는가
HDD를 거대한 도서관이라고 생각해보자.
Platter는 책장이며, actuator와 head는 책을 찾아 기록하는 사서다. 기술이 발전하면 같은 크기의 책장에 더 작은 글씨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문제는 책장이 커져도 사서의 수와 움직이는 속도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장용량은 24TB에서 40TB로 67% 증가하지만, 임의의 위치를 찾아 데이터를 쓰는 횟수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HDD가 random write를 하려면 head가 해당 track으로 이동하고, platter가 회전해 원하는 sector가 head 아래로 올 때까지 기다린 뒤 자기장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 과정은 모두 물리적인 움직임에 묶여 있다.
예를 들어 180 random IOPS를 내는 24TB HDD는 TB당 7.5 IOPS를 제공한다. 동일한 180 IOPS를 내는 40TB HDD는 TB당 4.5 IOPS밖에 제공하지 못한다.
HDD의 절대속도가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용량이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Performance per TB는 계속 낮아진다.
SMR은 track을 지붕기와처럼 겹쳐 기록한다. 하나의 track을 수정하려면 인접한 track까지 다시 써야 하므로 random write가 많을수록 write amplification과 tail latency가 커진다.
HAMR와 MAMR도 쓰기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라기보다, 더 작고 쓰기 어려워진 bit에 데이터를 기록하기 위한 기술이다.
반면 SSD에는 움직이는 platter와 head가 없다. Controller가 여러 NAND channel과 die에 작업을 나누고 병렬로 처리한다.
NAND 적층 수와 die당 용량이 증가하더라도 controller, firmware, cache, channel 수와 package-level parallelism을 함께 개선하면 읽기와 쓰기 성능을 높일 여지가 있다.
생각정리 196 (* NAND Controller)
HDD는 용량이 증가할수록 성능/TB가 낮아지는 구조지만, SSD는 controller와 software를 통해 용량과 성능을 함께 확장할 수 있다.
QLC의 program latency와 endurance 문제는 남아 있지만, host-based flash management와 wear leveling, garbage collection 및 error correction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이것이 HDD와 NAND·SSD가 서로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각기 다른 저장계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 생각정리 378 (* The Memory Behind Every Agent) |
결론
도시바의 증설은 HDD 공급규율에 대한 경고이지만, 저장장치 전체의 공급과잉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시바는 수평분업과 평균용량 상승을 활용해 비교적 적은 직접 CAPEX로 EB 생산능력을 확대하려 한다. 그러나 핵심부품 조달과 40TB급 제품의 수율, 고객 인증이 동시에 이뤄져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기술과 원가, 공급망 통제력에서는 여전히 Seagate와 Western Digital이 앞서 있다.
도시바의 증설 성공 가능성과 선두업체의 구조적 경쟁력 훼손 가능성은 같은 질문이 아니다.
더 큰 변화는 저장장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AI는 cold data의 저장량을 늘리는 동시에, 저장된 데이터에 더 빠르고 자주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그 결과 HDD는 저비용 장기보존 계층으로, QLC SSD는 고성능 warm-data 계층으로 분화한다.
(eSSD, HDD시장은 점차 서로 분화될 것)
Agent와 Physical AI는 입력과 결과만이 아니라 수행과정과 환경의 상태를 계속 기록한다. 이 데이터는 압축된 뒤 다시 학습과 추론의 입력으로 사용된다.
(*저장장치 수요(=*지능의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
지능의 핵심은 계산능력만이 아니라 과거의 상태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불러와 다음 행동에 반영하는 능력이다.
AI가 stateless chatbot에서 stateful Agent로 이동할수록 메모리와 저장장치는 계산의 보조재가 아니라 지능을 유지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다.
(*길게 보면 HDD 시장은 점차 메모리 계층 시장에서 따로 분화될 것)
이번 도시바 뉴스에서 읽어야 할 핵심은 HDD 공급규율에 대한 경고보다는,
가장 작은 업체까지 다시 CAPEX를 시작해야 할 만큼 AI가 저장해야 할 데이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지 않을까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