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31일 일요일

자축



기존 공모펀드 자산운용에서 헤지펀드 자산운용사로 이직까지 10일간의 휴가가 주어졌었는데, 이 기간동안 분석한 후 입사하자마자 발표해 포트폴리오에 편입됬었던 종목들이 대박이났다..

입사 후 지난 3주간 발표했었던 종목들 한종목 한종목 다 운이 정말 좋았었던 것 같다.

축-하

주식운용업계에서 장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위 펀드들의 수익률을 따라잡고 싶고 그들을 이기고 싶다..

자금 성격에 따라 펀드별 성격 또한 상이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 수익률 /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성격도 다 다르지만, 그래도 펀드 수익률로 모두를 이기고 싶다.

펀드수익률이 상위 펀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라는 것이 '지고'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몰라도 계속 욕심이 나고 이것이 때로는 약간 불편한 감정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비록,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운용사에 재직중인 분들 중 대다수가 훌륭하신 분들이겠지만,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 그들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실재로 그들을 모두 이기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욕심일까? 자만일까?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자기자신을 믿고, 용기를 내며, 확신의 정도를 높여가며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싶다..

돌이켜 보면, 나는 어렸을적부터 경쟁심이 강한 아이였었던 것 같다.

학교 공부는 지독히 싫어했지만, 학급 친구들에게 성적등수가 밀리는걸 더 지독히 싫어해 밤새 공부해 높은 내신성적을 항상 유지했었고..

스타크래프트 게임이라든지, 농구라든지, 수영이라든지, 축구라든지 승패가 명확히 갈리는 스포츠 게임에서도 지는걸 지독히 싫어해 이 악물고 게임에 임해왔었던 것 같다..

주변에서는 이런 나의 모습이 성급해 보이셨었는지

"너 그렇게 하다 조만간 먼저 지쳐 떨어진다"라고 말씀해주시곤 한다..

피곤해서 그런건지.. 나는 최근 주말마다 14시간 이상을 잠만 자는 것 같다.. zZ

회사에서 분석을 할때는 하나도 안피곤한데, 이상하게 주말만 되면 너무 졸리다..

앞으로 1~2년 안에 우리 회사펀드가 헤지펀드 상위 리그 테이블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20년 5월 21일 목요일

망상


최근 헤지펀드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망상에 빠지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진것 같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취해  망상의 세계에 빠져있다가 퇴근하는 경향이 짙어지는것 같다..

기존에 공부를 안했었던 산업을 새로 공부하다보니, 좀 더 생각이 많아진 것도 있고, 최근 매력적인 기업 몇개를 추가로 발견해 기쁜 마음에 리서치 좀 서둘러 무리하게 한 면도 있어서 burn out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머리를 좀 식히고자(?) 망상에 세계로 다시 돌아고자 하는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돌이켜 보면, 초등학생때부터 나는 창가자리를 선호했었다.

수업시간 칠판이나, 대형스크린, 교과서를 쳐다보기 보다는 창밖에서 뛰어노는 친구들, 창밖으로 보이는 닭, 오리, 토끼, 새와 같은 동물,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나무 등을 보는걸 좋아했었다..

어렸을 적 방학마다 강원도 정선, 영월쪽에 가족끼리 놀러가곤 했었다.

그 때 내 머리위로 쏟아졌던 은하수를 바라보며 감자를 먹었던 기억도 그립고, 반딧불이를 잡으려고 쫒아다녔던 기억도 그립고, 땅에 떨어진 자두를 주워먹던 다람쥐를 관찰하던 기억도 그립다..

조용한 계곡물 사이로 혼자 수영하면서 주변 자연경치를 구경했었던 기억도 그립다..

방학이 끝나 다시 학기가 시작될때마다 나는 약간 우울해지곤 했었다..

재미없고 쓸모없는 학교 수업을 듣기보다는 차라리 눈을 감고 머릿속 나만의 망상의 세계에 빠져있는것이 훨씬 재미있었을 때도 많았었던 것 같다.

혼자서 생각에 빠져있는 시간도 많았고 멍하게 앉아있었던 시간도 꽤 많았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성격 탓에 기업을 분석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었던 것일까?

최근 느끼는 것인데, 이쪽 자산운용업에 종사하는 몇몇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크게 두 분류의 인상을 느끼곤 한다.

첫째, 자유분방하게 생각하는 사람
둘째, 형식적이고,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는 첫번쨰에 속하는 사람인것 같아.. 이러한 인상을 주는 사람에게 좀 더 '호감'을 느끼는 것 같다..


2020년 5월 16일 토요일

주(퍼) 식(즐) 투(맞) 자(춤) 게임




최근 헤지펀드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10일간의 연휴가 주어졌었다.

평소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을 읽기 딱 좋은 시간인 것 같아 매일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곤했었다.

그러던 중, 이번 코로나, 유가폭락 등등 여러 사태로 인해 1Q20, 2Q20 실적 희비가 엇갈릴 것 같은 산업, 기업 몇 곳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읽던 책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기업분석을 하기 시작했었다.. (하지말걸.. )

내 눈에 들어왔던 기업은 한국카본, 화승엔터프라이즈, 한독크린텍 등등이었고, 숫자로 이러쿵저러쿵 계산해보니 시장에서 바라보는 컨센과 내가 계산했던 값과의 차이가 크게 나서 Betting하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외로 현재 추가로 리서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과 머릿속으로 "해야지 해야지"하는 기업이 몇개 더 있긴 한데, 손이 머리를 못따라가는 느낌이다..

분석에 앞서 대충 '~이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갖고 리서치를 시작하는데.. 이걸 숫자로 증명하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통계자료도 찾아보고, 재무숫자도 정리하고, 미래실적도 추정하고.. (긔차니즘도 있고.. ㅠㅠ)

암튼, 최근에 기업을 분석하면서 느끼는데.. 이건 마치.... 어렸을 적 했었던 퍼즐맞추기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든다.. 좀 더 자세히 묘사해보자면 퍼즐맞추기 게임틀린그림찾기 게임을 오묘히 조합해 놓은 느낌이다.

숫자를 쭉 나열해놓으면 이상해보이거나, 내 눈에 톡톡(?) 들어오는 숫자들이 몇몇 보인다..나는 이걸 틀린그림이라고 부르곤 한다..

평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주워들은 정보, 인터넷 기사에서 우연치 않게 봤던 정보, 잠들기전 인터넷에서 봤었던 이런저런 통계자료, 이런저런 기업을 분석하다 알게된 정보, 평소에 빠져있던 망상속에서 떠올랐었던 아이디어, 등등을 이리섞고 저리섞고 이리맞줘보고 저리 맞춰보고 하다가 결국 숫자 추정 놀이(?)를 엑셀로 하다가 짠(?)하고 나오는 그런 식이다..

문제는 퍼즐맞추기 게임(기업분석)이 머릿속에서 한번 시작되면 잠들기 전까지 멈추지 않는다.. ㅠㅠ

일이 끝나 집에가는 길에도, 지인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잠들기전 유튜브를 보는 도중에도, 집 앞 공원 산책로를 걷는 도중에도 계속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고 있어서 너무 피곤하다..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는 도중에는 식욕도 떨어지고, 가끔 두통도 찾아온다.. 그래도 왜일까? 나는 이런 퍼즐맞추기 게임이 재미있다..

분석자료를 보고 칭찬 받는것도 좋고 놀라워 하시는 분들을 보는것도 좋다.. 한 마디로 인정받는 느낌이 좋다..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올라가는 느낌도 좋다. 애널리스트, 시장 컨센, 수익률 등 무언가의 standard를 beat하는것도 재미있다.

가끔은 이 모든게 게임처럼 느껴진다..

확실한건 1~2년전의 나와는 다르게 이제 돈,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이 일을 즐기는 건 아니다.
이번 이직을 할 때도, 기본급여를 낮춰서 들어왔으며, 연봉협상 이런걸 아예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었다. 연봉 얘기가 나왔을 때도 그냥 무조건 "Yes, Yes"만 했었던걸로 기억난다..

이번 이직의 가장 큰 동기는 내가 게임을 할 수는 환경 조성의 여부였지 돈의 문제가 아니였다. 아마 이전 회사에서는 모든 걸 돈으로만 보상하려고 했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지 못하신걸 수도..

이전회사에서 받았던 돈은 솔직히 너무 부담스러웠었다.

그러고 보면 내 눈엔 희안한 광경들이 비춰지곤 한다..

투자의 대가, 가치투자 전도사, 투자의 현인, 재야의 고수 등등 별별 호칭이 많은데.. 주식 게임을 잘하는 것이 그렇게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우상화되는게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도 계속 이 즐거운 퍼즐맞추기 게임을 이어나가고 싶다..

나에게 있어 이 게임을 계속 즐기기 위해선 지켜야할 '선'이 있는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친철하게.. 너무 부담을 주지 않는 선을 지키고.. 내 모든 생각을 말하는걸 자제하며, 상대방의 권위, 사회적 지위, 명성(?) 등을 존중해드려야 하는  '사회적인 선'을 지켜야 하는것 같다..

투자에 대해 말하다보면 가끔 너무 분석적으로, 따지고 드는 식으로, 냉소적으로, 격식을 따지지 않고 말해버리는 경향이 짙어지는것 같다..

과거 증권사 시절 내 사수가 나에게 종종 말하곤 했었다ㅎㅎ

"으이구 인간아, 너무 싹퉁머리 없게 말하지말고 ㅋㅋ"

갑자기 생각이 문뜩 떠올랐는데?

과거 내 사수가 술을 마시고 내 머리를 물었었다(bite).. 깜짝놀랐었는데 내가 너무 싹퉁머리 없게 말했어서 그러셨었던 것이었을까?



2020년 5월 6일 수요일

의류 OEM



보통 제대로 사전 공부를 하지 않은채 상장 기업 IR담당자와 미팅을 갖게되면 앞으로 회사가 나아갈 방향, 개선될 요인에 대해서만 듣다가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지 않은채 설득만 되서 나오기 일쑤이다.

일부 매니저, 애널리스트, 개인투자자 누가 됐든간에 이렇게 회사에서 흘려주는 정보만  그대로 듣고 받아쓰기(?)만으로 분석(?)을 끝내는 사람도 참 많은것 같다.

xx자산운용사 입사 후 몇일 뒤 누군가가 사석에서 나에게 그랬었다

"우리가 하는일이 회사가 하는말 받아다가 적어서 그냥 회의시간에 전달해주는게 전부 아니겠어요? 내가 해보니까 느끼는건데, 이 일이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

흠.. 농담이었는지 진담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순간 작게나마

"맙소사.."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였었던 기억이 난다.


상사의 지시로 의류 OEM 기업들에 대해 리서치를 했었었다.

내가 보기에 (잘 몰라서 그런걸 수도 있지만) 아래의 이유들로 인해 의류 OEM비즈니스에 대해서는 투자 Merit가 그렇게 있어보이지 않았었다.

Implication

-  일반 제조업의경우  업력이 장기화되고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업계내에서 가격협상력이 경쟁우위가 생기지만, 의류 OEM 비즈니스 특히, 저가의 의류제품을 만드는 기업 일 수록 경쟁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였었다

 - 인건비가 저렴한 방글라데시/베트남 등에서 제품을 생산,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 생산성을 높여 제품 단가를 낮추더라도 오랜기간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고있는 이유는 Bargaining power가 전혀없기 때문이다.

- 그 이유는  마진 및 가격을 바이어가 조정하기 때문에 아무리 제품을 싸고 질 좋게 만들어 봤자 모두 이익은 Brand 고객사에게 귀결되는 것으로 추정됐었다

- 심지어, 원부자재 조달처 및 가격&마진까지 Brand 고객사가 정해주기 때문에 bargaining power가 완전히 바이어(Brand 고객사)에게 있었다.

- 하지만, 납기를 잘지키고 싸고 질 좋게 제품을 장기간 납품하면 전방사로부터 향 후 수주물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여기서 바로 의류 OEM 비즈니스의 한계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였었다.

 - Capa증설 기준은 성수기기준이라고 한다. Capa를 성수기 기준에 맞춰 계속해서 유형자산을 늘리다보면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자산비효율성은 점점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비성수기에는 공장을 fully 못돌리므로)

- 이에 더해, 의류산업 자체도 cycle이 있기 때문에 시즌별로 up cycle 늘려놓은 자산이 down cycle에는 다 유휴자산이 되버리기도 하기에 더욱이 Cycle을 심하게 탈 수 밖에없다.

- 의류 OEM 사업이 납기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Capa를 사전에 증설하지 않게 되면 up cycle에 가동률을 100%이상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over cost(ex, 추가인력 고용, air delivery)가 상당히 잡히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의류 OEM 비즈니스의 경우 유형자산이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매출 및 이익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었다.

 - 아래는 국내 대표 의류 OEM 비즈니스를 하는 '영원무역'의 의류 OEM사업부 실적을 정리한 Table인데, 유형자산이 증가해도 수익이 전혀 증가하지 않고 일정이하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년도 업데이트 귀찮,,)



다음은 인건비, 인플레이션 등 '비용'의 관점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매출, 수익개선 요소들만 찝어내 '더하기'만 하지.. '비용'증가 요소들은 뺴먹고 '뺴기'를 안한다.

의류 OEM 비즈니스의 경우 노동집약 산업으로써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계속되는 고객사들의 요청으로 capa를 계속계속해서 늘려나가다가

회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성장률은 점점 둔화될 수 밖에 없어 성장 한계의 순간을 피해갈 순 없다.

이러한 성장이 제한된 비즈니스 구조에서 증대된 유형자산은 매년 상당한 비용증가분을 수반 할 수밖에 없다.

의류 OEM 생산공장들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률이 높은 지역들에 위치해있다.

기본 임금상승에 대한 압박이 상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해 계속해서 유형자산이 증가하기 때문에 감가상각비도 매년 누적해서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면 의류 OEM공장들은 '메뚜기 때(?)' 처럼 기존 지역의 생산공장을 버리고 인건비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가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이전비용이 또 다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모든 비용증가분을 Brand 고객사들이 마진을 조정해줘가며 일부 share해 줄순 있지만, 글쎄.. 언제까지?

season별로 수천 수만가지의 Design이 매번 바뀌는 의류 사업 특성상 자동화도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한계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business의 적정가치는 도대체 어떻게 구하는 것이며 뭘 보고 투자결정을 내리는 걸까?


대략 위의 logic을 갖고 국내 대형 의류 OEM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과 IR미팅을 가졌었는데.. 글쎄 내귀에는 그들이 어필하는 회사의 장점/ 개선방향들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들같아보이지 않았었어서 물어봤었다.

"왜, 뭘 보고, 어떤 point를 갖고 의류 OEM 사업에 투자하고 계신걸까요?

"그건 xx씨가 경험이 없어서 잘 몰라서 그러나본대, 매출성장이 없어도 매년 일정하게 수익만내도 ROE가 xx%로 유지될거잖아? 그리고 약간 배당만 챙겨주는 회사가 xx가격이면 싼거지!"

과연 그럴까?

일단, 매출성장이 없는데 무슨수로 ROE가 유지될 수 있을까? 매년 숨만 쉬어도 상당한 비용증가분이 발생할텐데..

그 몇푼 배당금 얻자고 ROE가 내릭막길을 걸음에 따라 발생하는 주가 Re-rating  떡락의 가능성도 꽤 높아 보였었다.

(물론, 내가 부족해서 이것밖에 안보이는 걸 수도..)

다음으로 의류 OEM에 대해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안좋은 것 같으니 지금이라도 처분해야 되지 않을지.. 라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비췄었다.

위의 사업구조보다 훨씬 좋은 사업구조와 성장성을 갖췄지만, 주가가 이를 반영하지 하고있지 않아 저평가된 XX기업들을 동시에 발표했었다

그러자, "최근 주가가 너무 떨어져서 팔기 곤란한데, XX기업들은 최근에 너무 올라서 안돼.  그리고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일부 경기소비재(?)를 가지고 있어야 해"라고 하셨었다.

흠..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안된다.

먼저, 과거 매입단가가 얼마가 됐든 그게 왜 지금, 현시점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냉철하게 매순간 투자판단을 내림에 앞서 지금의 내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새로이 편입 예정인 기업보다 더 매력적인지, 덜 매력적인지 이것만 고려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가는 것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왜 특정 종목, 산업이 다른 종목 산업과 음의 상관관게를 가지고 있어 '분신효과'를 기대하며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지?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만 집중하기도 벅찬대, 알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는 '분산효과'를 기대하며 포트를 구성하는 것이 내 눈엔 비상식적으로 비춰진다..

내심 답답해 이전 회사 팀장님에게 무심코 위의 상황을 말씀드렸었다

"그정도 하면 xx씨가 할일은 다한거야. 꼭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xx씨가 한말이 맞고 자신들이 한말이 틀리면 다시 찾아와서 물어본다니까."





2020년 5월 5일 화요일

공감



연휴 기간 화창한 날씨에 기분좋게 어머님과 함께 인근 시장에서 장을 보고 오는길에 어머님이 급작스럽게 고백(?)할게 있다고 하셨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었다. 

어머님이 친구에게 과거 상당한 금액의 돈을 덜컥(?) 빌려주셨었다는 것이었다. 

어머님은 은행으로부터 갚아야할 빛이 약간(?) 있으셨는데, 자신의 빛 청산에 돈을 쓰지 않고 친구에게 큰 금액의 돈을 빌려주셨었다니.. 나로선 이해해기 힘든 부분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그 친구분께서는 상당한 생활고에 시달리시는 분이셨으며, 빛도 있으셨고, 부양해야할 가족도 있었기에 빌려준 상당금액의 돈을 근시일내에 받긴 힘들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머님 친구분은 어머님이 빌려주신 돈을 기반으로 가족과 함께 거주할 작은 월세방을 얻으시고, 작은 중고차를 구입해 여기저기 일용직 청소일을 밤낮으로 열심히 하셔서 원금은 벌써 다 갚으셨고 이제는 이자까지 주신다는 것이였다. 

어머님은 이자를 안받으려고 하셨지만, 어머님 친구분께서는 이자를 안받아주면 친구의 연을 끊겠다며 기여코 안받겠다는 돈을 꾸역꾸역 주셨었다고 한다.

집에 도착 후 어머님이 요리를 하시는 동안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불쑥불쑥 떠올랐었다. 

어머님이 차려주신 저녁식탁에서 밥을 먹는 도중 다시 어머님께 여쭤봤었다.

"엄마, 그 친구분 뭘 믿고 그렇게 큰 돈을 덜컥 빌려줬었어? 엄마도 힘들게 모은 돈이잖아?"

"너가 뭐라고할까봐 말안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 엄청 성실하고, 정직하고 대단한 친구야. ~~~한 상황에서도 다 견뎌내고 자식들 잘 키우고, ~~~일도 해냈었던 대단한 친구거든. 내가 믿을 수 있는 친구이고 무엇보다 돈을 잃는 한이 있어도 도와주고 싶었던 친구였었어" 



나는 기업을 분석함에 있어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해 정량적인 분석을 해왔었었다. 

그러다, 이전 자문사 팀장을 통해 '지누스'라는 종목을 우연치 않게 듣게됐었고, 이 기업을 분석하는 동안 이 회사의 과거 역사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노력, 성공, 실패, 재기, 열정을 보면서 '약간' 그들(경영진)에게 '공감'하게 됐었고 정량적, 객관적으로 말하기 힘든 신뢰(?),믿음(?)라는 것이 생겨났었다.

숫자로 기업을 알아가는 정량적인 경험과는 달리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들을 알아가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또 다른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투자 통해 얻는 금전적인 이익 말고도 내가 투자한 회사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뿌듯한(?)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분석적 사고와 공감하는 사고를 동시에 못한다고 한다. 

분석적으로 "왜 그럴까?" 생각하는 순간 공감 능력이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고 한다. 

반면, 사람의 감정을 공유할 때는 분석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나도 어머님처럼 투자를 함에 있어서 공감하는 사고력이 조금씩 생겨나는 것일까? 

이러한 공감하는 사고력을 투자함에 있어서 경계해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좀 더 발전시켜야 하는 것일까?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2020년 5월 2일 토요일

서생과 상인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수많은 어록중에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라는 명언이 있다고 한다.

'서생의 문제의식'이란

'무엇이 옳으냐,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는 원리 원칙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판단해야 함을 의미하며

'상인적 현실감각'은

이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돈벌이를 하는데 지혜를 발휘하듯이 능숙한 실천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문구를 다시 투자에 빗대어 보면,

'서생의 문제의식'이란

'좋은기업인지 아닌지, 적당한 가격인지 아닌지를 판단함에 있어 가치 투자철학 원리 원칙에 근거해야 함을 의미하며

'상인적 현실감각'은

투자를 실천함에 있어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돈벌이를 하는데 지혜를 발휘하듯이 능숙한 매매를 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하면,

'서생의 문제의식' 가치투자에 너무 치중되어 있을 필요도 없으며 그렇다고 '상인적 현실감각'에 너무 치중되어 있을 필요도 없는 것 같다.

현재 나는 양 극단 사이 어딘가에서 나만의 중간지점을 찾아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서생의 문제의식'쪽에서부터 투자인생을 시작해서 그런지, 성격상 이쪽에 더 적합해서 그런지, 아직 '서생의 문제의식'에 많이 치중되어 있는 느낌이 강하며 점차 '상인적 현실감각'쪽으로 조금씩 이동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이전에 잠깐 근무했었던 운용사 회사 분류를 우연치 않게 보게됐었는데 '금융업'이 아니라 '판매/유통업'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었다.

과거 재직시절 나의 관점에서는 그들이 '서생의 문제의식'보다는 '상인의 현실감각'에 좀 더 기울어져보였었고, 그들의 관점에서는 내가 '상인의 현실감각'보다는 '서생의 문제의식' 에 좀 더 기울어져보여있었지 않았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