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5일 토요일

신뢰



과거 어느 운용사 재직시절 갓 대학을 졸업해 여의도에 입문했던 친구와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몇 년전 내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아 내심 도와주고는 싶었던 친구였었지만, 

결국 그 친구의 강렬한 한마디 말로 도와주지 못하게 됐었어서 아쉬움이 남았던 만남이였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그 한마디는 

"이 업계는 능력(실력)만 있으면 된다." 

였었다..

그 말을 듣고 당시 나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해서 내 나름의 조언을 해주었지만, 

그 친구가 별로 귀담아 듣는 것 같지 않아 나도 다른 화재로 말을 돌려 수다만 떨다 헤어졌던 기억이 있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개인의 능력도 어느정도 안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게 전부여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투자업은 사람간이 '신뢰와 믿음'이 밑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특정 단계 이상으로 절대 더 나아갈 수 없지 않나 싶다.

개별 기업을 분석하는 Bottom up Junior Analyst 수준 단계에서 

시야가 넓어져 산업을 바라보는 Top down Strategist 수준 단계까지 올라가려면

(개인능력이 정말 출중하지 않는한) 

주변 사람들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수불가결하다.

지속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그들과의 인간관계의 맺음(?)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들과의 관계의 밑바탕에는 '신뢰와 믿음'이 깔려 있어야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해보곤 한다.

다시, 신뢰와 믿음의 기초는 개개인의 '인품과 인격'이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나도 여의도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보곤 하지만,

1) 그때그때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만나고 헤어지는 일회적인 만남의 사람들이 있고

2) 무언가를 더 해주고 싶고, 그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어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1-1) 아무리 똑똑하고, 잘 났고, 돈도 많고, 알고지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일지언정,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과는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2-1) 반면, 지금은 부족한점이 있으며, 그 사람이 잘되길 바래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은 사람일지언정, 그 사람에게 믿음만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지속적인 관계가 맺어지는 것 같다. 

글을 이어나가 보니 과거 버핏할아버지의 인터뷰 중 인상깊어 따로 기록해놨던 내용이 떠오른다..

버핏과 캐서린그레이엄

Covid19 이후 어려움을 겪어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한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그들 중 한분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셨다.

"저는 오늘만 보며 생각하고 살아요. 왜냐하면 지옥같은 내일,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의 제가 못버틸것 같으니까요"

지금 현재를 살기도 숨이 벅차 갑갑한 분들에게 인격, 인품이라는 단어는 사치일까..?

과거의 그 친구에게 내가 했던 짧은 말(조언)이 그 친구 귀에는 '사치'로 들리지 않았을까..?

힘든 삶 속에서도 인격,인품을 지켜나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는 분들에게도 좋은 날이 오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