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7일 수요일

자산운용사 면접




이번에는 기억에 남는 몇몇 과거 자산운용사 면접 얘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정확히 세보진 않았지만 2018-2019년까지 운용사, 증권사 면접을 아무리 못봐도 15번 이상은 봤었던 것 같다.

나는 보통 이력서는 최대한 간단하게 특징만 요약해서 써내고 그 뒤에 기업분석보고서를 따로 작성해 이력서와 함께 제출했었다. 

확실히 이력서만 작성해 제출했었을 때보다 서류합격률이 월등히 높았었던걸로 기억한다. 

그 외로 비록 현재 채용중이지 않은 자산운용사에도 추후 채용시 나에게 면접을 볼 수있는 기회를 달라며 이력서와 함께 기업분석보고서 몇개를 함께 첨부해 보낸적도 여럿있어 면접을 봤었던 기억도 있다.

여러 면접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재밌었던 몇몇 자산운용사 면접 에피소드를 잠깐 얘기해볼까 한다..

A

2018년 7월 한여름이었다.

생과일주스를 대학교 독서실에 몰래 반입해 한모금 한모금 홀짝이며 기업분석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보고서 형식도 아니였을 뿐더러 그냥 생각을 정리해놓은 노트수준..)

이왕 작성한김에 어디 보여줄때도 없고해서 취업을핑계로 기업분석보고서와 함께 이력서를 작성해 어느 자산운용사에 지원했었었다.  

다음날에도 대학 독서실에서 기업분석을 즐기는 도중 배가고파졌었다.

독서실에서 나와 핫도그를 사먹으로 가기 위해 학교캠퍼스를 가로질러 걷는 도중 어제 지원했었던 자산운용사로부터 이메일 답변을 받았었다.  

"~~한 점은 좋았으나, 실적추정이 아쉽다. ~~한 너의 생각이 궁금하니 답변 부탁드린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는 분석에 대해 미숙한 점이 너무 많았던 반면, 멍청할 정도로 너무 자신감&자만심이 가득차 있었던 시절이었다.

핫도그를 다먹고 다시 독서실로 달려가 

"~~~해서 ~~ 이렇게 추정했고 그 근거는 ~~하다!"라고 답변드렸었고 어찌어찌 그분들과 면접을 보게 됐었다 

(이런저런 일이 있어 이렇게 이메일을 주고 받은뒤 한 7개월 후에나 면접을 볼 수 있게 됐었다)

이력서 위주로 질문을 주고 받던중 

"혹시 몇억? 몇십억? 자본가세요?" 

순간 당황..

"아니요, 그정도는 아닙니다.."

이러쿵 저러쿵 투자관련, 철학관련 얘기를 주고받다가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있으세요?"

이때 내가 왜 이런말을 했는진 몰라도..

"제가 볼때 저를 채용하는것에 대해 걱정하실 요인이 하나도 없으세요. 왜냐면 만약 잠깐 같이 일해보고 회사가 혹은 제 스스로가 회사에 도움이 안된다 싶으면 제발로 스스로 걸어나갈테니까요"

그러자 면접관 중 한분이 웃으시면서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저기 종이 쌓아논거 보이시죠? 이번에 지원받은 이력서들이에요. xx씨를 채용하면 그만큼 우리는 다른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잃는거예요"

"그럴수 있겠네요.. 어딜가나 경쟁이 치열하네요 ~ ㅎ"

이렇게 면접이 끝나고 일주일 후 채용합격소식을 받아 이 회사에서 잠깐 일하게 됐었었다.

그렇게 인턴생활이 시작됐었는데, 나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내가 아직 부족한점이 많이 있는것 같아 처음했었던 약속대로 그 회사를 그대로 걸어나오게 됐었다.

면접을 저렇게 봐버려서 그런건진 몰라도 애초에 이 회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내가 부족하다고 해서 가르침을 받거나 사내에서 가르침을 줄 의향이 서로 별로 없었던것 같다

그냥 내가 쓸모없으면 그냥 내치거나 알아서 걸어나가겠지 뭐 이런 관계가 아니였나 싶기도 하고 ..

마지막 퇴사(?) 통보를 한 후 마지막날이 기억난다.

맨처음은 한 선임연구원님이 여쭤봤었다

"왜 나가세요? 전 같이 일하게 될줄 알았는데..?"

다음은 운용사 대표님이셨었다.

성큼성큼 내 자리로 다가오더니 그동안 분석했었던 자료를 인수인계하라고 하셨었다

속으로 뭐 한게있다고 인수인계까지 하라는건지..

애초에 내가 작성한 분석보고서가 마음에 안들어 했었으면서 굳이.. 이걸..

그렇게 3종목? 허접한 보고서를 옆 사람들에게 이러쿵저러쿵 인수인계를 후다닥 해드렸었다.

그 다음은 이사님이셨었다.

어깨를 툭툭 치시더니 밖으로 불러내서 그동안 나머지 급여는 이러쿵저러쿵 지급될 예정이라고 말씀해주셨었다

그리고 한마디 붙이셨었던 것이

"원래 우리회사가 이렇게 사람을 매정하게 내보내거나 하지 않는... "

웃으면서

"네~" 라고 대답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은 주식운용팀 팀장님과 다른 선임연구원님이셨었다.

따로 불러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눴었고 별로 할말이 없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다음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마지막 퇴근시간이 되어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이 회사를 나오게 됐었다

마지막에는 자산운용사 대표님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나오셨었는데 따로 인사나 말은 하지 않고 그냥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때까지 나를 뻔히 바라보셨었다

나도 최대한 시선을 피하려고 두리번거리는 척은 했지만 마지막 엘리베이터문이 닫히기전 눈이 마주쳐버려서 간단하게 인사정도는 하고 나왔었던 기억이 있다

묘한 기분이었다.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너무 힘들었어서 그런지 이 회사를 나오는 발걸음은 가벼웠었던 기억은 있다. 

B

여기는 자산운용사가 회사명을 알려주지 않고 면접을 시작했었어서 기억에 남는 곳 중에 한곳이다. 외관상으로 꾀 커보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XX씨, 이 기업분석보고서 작성하는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XX기업은 실적추정이 불가능하다고 써놓으셨는데, 나는 가능하던데?"

순간 비꼬는식으로 질문들이 자꾸 이어져서 나도 모르게 반문을 해버렸었다.

"어떻게 실적 추정을 하실수 있으셨나요?"
"어느 방법으로 Valuation을 하셨을까요?"
"어느지표를 중요하게 보셨을까요?"

한 마디 답변이 내게 돌아왔었다

"모든게 중요하니 다 봅니다"

그 이후로 나도 단답식으로 모든 질문에 답변을 드렸었고 서로 더이상 얼굴 붉히지 말자는 식으로 20분도 안돼서 면접이 끝났었걸로 기억한다..

그 외 여러 자산운용사 면접중에 학벌, 스펙, 학점, 경력, 자격증 등에 대해 딴지를 걸고 넘어지기 시작할 때, 나도 순간 면접 분위기를 바꿔 

"그런게 중요하다고 생각할꺼면 이력서에 다 써놨는데 굳이 왜 불러서 시간낭비하게 만드는거지?"라고 생각하며 빨리 면접을 끝내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지금도 그렇지만 2년전에도 나는 상당한 바보 멍청이였었던것 같다..



2020년 6월 11일 목요일

Role model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단 한번도 종교에 대한 믿음을 진실로 가져본 적이 없지만 나를 아는 주변사람들은 종종 나를 기독교인으로 착각하곤 한다..

왜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내 행실이나 말투가 약간 '진실한' 기독교인들과 비슷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뭐 어찌됐든..


내 마음속에는 role model이 3분정도 계신다..

한분은 전 노무현 대통령님이시고 다음 한분은 워렌버핏이고 또 다른 한 분은 내 주변에 계신다..

버핏할아버지는 내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정표를 제시해주신 분과 같다..

나는 어렸을적 어머니를 제외하고 썩 옳지 못한 어른들을 보며(?) 관찰(?)하며 자라왔었다..

또한 나는 제멋대로에 분명 주변 아이들과는 다른 이상한(?)점이 많은 자유로운(?)아이였던것으로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워렌버핏 할아버지에 대해 알아가면서 정직함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나눠주는 방법과 같은 삶의 지혜에 대해, 삶의 위트?에 대해 덤으로 투자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나는 버핏할아버지를 선망받는 투자자 그 이상의 위인으로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다음으로 나의 두번째 role model은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시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이전 영상자료나 관련 서적들을 읽고 그 분의 삶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때마다 나는 마음속 어디선가 깊은 감동의 울림을 받곤 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원치 않고, 옳지 못한일, 하지만 편안하고 안정적인 길 vs 내가 원하고 옳은 일 그러나 힘든 길을 사이에 두고 고민할때 전 노무현 대통령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상상해보기도 했었으며 그분의 지난 행적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곤 했었던 같다..

마지막으론 아는 지인 1분이 계신다..

최근 나는 이 지인이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신 분임을 깨닫곤 한다..

내가 원래 이분의 성향과 비슷한건지, 내가 role model로 삼고 있기에 점점 닮아지려는 경향이 있어 이렇게 된건지 정확히 파악은 잘 안되고 있지만, 나는 점점 어느방면으로는 이분과 많이 닮아져가는 것 같은느낌이 든다..

내가 만약 이분을 사회생활 초기에 뵙지 못했었더라면, 지금 내 인생은 안좋은쪽으로 많이 달라졌을거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나 자신도 많이 달라져있지 않았었을까 싶다..

(나라는 자신이 얼마나 가변적인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보곤 한다.. 한 사람의 영향이 나 자신의 자아형성에 이렇게나 큰 영향을 미치다니.. )

초기에 이분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나에겐 인생에서 손꼽을 운이였었던 것 같다.

한 사람으로서, 인격체로서 이분이 나에게 직접적으론 알려주시지 않으셨었지만,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배울 수 있는점들이 정말 한 두가지가 아니였었던 것 같다..

종전에 그분에게 위의 생각을 짧게 줄여 감사의 말씀드렸었는데 (숫기가 없어서..)

"길지 않은 시간에 내가 뭐 해준게 있다고~" 라고 말씀하시긴 하셨었다..

비록 만남(?)의 기간은 짧았었어도 난생처음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을 나에게 하게끔 만드셨었던 강렬한 인상을 주셨었던 분이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