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8일 토요일

복기(feat, 한국카본)



2020.05월 Corona가 촉발한 여러 변화 중 나의 눈길을 이끈 것은 화학 원재료 가격의 떡락이었다.

 

여러 기업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중 한국카본을 갖고 복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직 기간 중 인근 카페에서 달콤한 카페모카를 마시며 분석했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


투자 아이디어는 매우 심플 했었다. 

1. LNGC 본격 수주 -> 한국카본 보냉재 과점 -> 원재료 MDI, PPG 가격 떡락

2. margin gap이 급격히 벌어질 것.

3. 시장은 이를 읽지 못하고 있다.


#탑라인 분석

한국카본은 여러 사업부가 있지만 매출/영업이익 대부분이 LNG 보냉재 사업에서 나오기 때문에 LNG 사업부에 focus를 맞춰야 했었다.

다시 LNG사업부는 LNG 보냉재 + 트리플렉스 2차방벽으로 매출이 이루어져 있던걸로 추정됐었다.

LNG보냉재와 트리플렉스 매출 비중은 회사에서 따로 Breakdown해주지는 않지만, 추정은 해볼 수 있었다.










 - 한국카본 2019년 Capa는 15척. LNG 매출은 약 2,063억원으로 한척당 약 137.5억원을 추정해볼 수 있었고

 - 트리플렉스가 한 척당 약 30억원 수준이라고 하니 보냉재 R-PUF는 약 107.5억원. 비중으로 가시 계산해주면 트리플렉스/ R-PUF 는 21.8% / 78.2%정도가 될 것으로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원가분석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수지(MDI)가 전체 원재료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그 Volatility도 상당했었다.







역시나 MDI 비용에 따라 동사의 GPM마진도 약 3개월의 시차를 두고 흔들렸었고 내가 한국카본에 눈독을 들였던 첫 번째 이유도 MDI가격 폭락이 시작됐었던 초입 국면에서 동사의 GPM이 급격히 개선될 것을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MDI 가격추이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LNG 보냉제에 사용되는 폴리우레탄폼의 화학비중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모든 변수를 그대로 가정한 체 MDI 가격 변수만 조정해서 20년 GPM 실적을 대략 추정해봤었다.














PPG 가격은 상대적으로 일정했던 반면, MDI가격 변동이 상당했었다. 

MDI는 지난 2년간 BASF 폭발사고로 중국 Wuhan 등 글로벌 수급 이슈로 떡상했었지만 금방 정상화 됐었고 2020.02월부터 다시 엄청난 떡락이 시작됐었다. 


2020.02월부터 시작된 유가 폭락으로 인해 MDI 가격 또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MDI, PPG 과거 평균가격*수지비중으로 계산한 '수지추정치'와  실제 한국카본이 지난 6년간 공시한 '수지가격'과의 오차는 -122원정도(첨가재, 실제구입가, 환율 등의 가격변동으로 인한 차이로 추정됨)

지난 6년간의 평균오차를 반영, 조정하여 2020E MDI, PPG로부터의 가격을 통해 2020E 수지가격 추정 -> 2020년 capa +33% 반영해 -->수지매입액 추정했었다.







전체 매출에서 매출원가 비중은 약 82%

그 중에서 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2%*23% = 18.86% --> 2019년대비 2020E 수지가격은 MDI, PPG 가격 하락으로 인해 -31% 하락할 것으로 추정

18.86% * 31% = 5.84%정도로 2020년 원재료 하락분으로 인해 GPM는 2019년대비 약 5.84%정도 개선될 것을 기대했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언제부터 본격적인 Margin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인가?


#분기별 추정



예정된 4Q19 CAPA증설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서  원재료/ 재공품을 2Q19부터 급격히 늘리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 됐었고

재고 lagging 효과가 3~6개월 정도로 가늠했었으며

4Q19에 매입해뒀던 수지 가격이 2Q20부터 반영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했었다.

과거 재무상태 / 재고를 상당히 타이트하게 가져갔었던 걸로 지례 짐작(?)되는 기업이 갑자기 CAPA를 확 늘리고 재고를 저렇게나 쌓아뒀다는 것은 어지간한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 전체 매출에 R-PUF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9%며 2019년 평균 R-PUF 가격은 약 762,748원. 4Q19 CAPA증설분이 2020E 한 해 동안 Fully 돌아간다고 가정하면

 - 가격단에서 4Q19 대비 2020년 GPM 상승률은 약 (762,748/750,094-1) = 1.7% * 59% = +1% 추가 상승을 가정

 - 이전 추정값인 19년은 매입원가비중 82%* 수지원재료 비중 23% = 18.86%이었지만

 - 1Q20 비중이 많이 바뀜.. 매입원가비중 77%  * 수지원재료 비중 40% = 30.80% 

 - 2Q20 GPM 개선분은 0.308* 0.13 = 4% 개선될 것으로 기대

 - 같은 논리로 3Q20 GPM 개선분은 0.308*0.25 = 7.7% 개선될 것을 기대

 - 20.4.17 기준 MDI가격은 계속 우하향을 하고 있지만, 보수적으로 추정하기 위해 4Q20 GPM은 3Q20 GPM과 동일하게 추정


그 때가 아직 2Q20 실적이 발표되기 직전이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4Q19 한번 나왔던 서프라이즈 실적이 일시적인 효과라고 믿는 분위기였었다. 

이상했었다. 20.02월부터 떡락했었던 MDI가 본격 투입되기 시작하는 2Q20에는 4Q19 이상의 서프가 나오는거 너무 당연했었는데 ..

위의 내 계산이 맞다면 한국카본은 적어도 2개 분기 동안은 실적 서프라이즈를 충분히 더 낼 수 있었는데 말이다.


#수주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국카본은 현중, 삼중에 보냉재, 트리플렉스 2차방벽, 보냉재(폴리우레탄폼)을 납품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국내 조선3사의 LNGC 싹쓸이 가능성이 꽤 높았었다.

글로벌  LNG Projects으로부터의 LNG Carriers 수주 본격화로 인해 적어도 향후 3~4년간 수주 잔고는 full로 채워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했었고

운이 좋게 바로 카타르 LNGC 수주가 터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 모잠비크, 러시아 아틱, 즈베다 LNGC수주가 터지기 시작했었다.

한 동안 시장에서 매우 소외되어 있었던 기업이라 그런지 시장에서 누구도 한국카본에 대한 실적추정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었다.

4Q19부터 지난3개분기 동안 계속 엄청난 실적 서프라이즈를 냈지만, 그 누구도 일시적인 실적 개선이라며 다음 분기에는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추정치만 내놓았을 뿐이었다.

당연히 주가는 과거 대비 불을 뿜었었으며, 정확한 분석이 뒷받침 된 채 투자를 했었더라면 지난 3개분기 동안 의심 가득한 시장을 상대로 Trading만 제대로 했다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종목이었었다.


(과거 해놨었던 4Q20E 실적추정은 많이 틀릴 수 있으니 주의)








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바둑과 투자

 


상하이 대첩을 나서는 이창호9단

바둑의 명언에는 참 배울점이 많은 것 같다..


1. 

"순류에 역류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거기에 휘말리면 나를 잃고 상대방의 흐름에 이끌려 

순식간에 국면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그러니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방어수단이자 공격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창호 9단


이번 과거 1Q20~3Q20 동안 운송 섹터에서는 많은 여러 이슈로 인해 역류가 많이 발생했었다.


1-1) 현대글로비스


먼저, 현대글로비스는 신사업 발표 및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인해 급등해버렸었다.

회사의 Fundamental & 실적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위의 두 이슈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해버렸었다.

지금이라도 시장의 역류에 즉각 반응해 편승해야 하는지 머리가 아파왔었다.

옆에 부사장님께 여쭤봤었다. 

부사장님께서는 지배구조 이슈는 항상 +a가 되어야지 절대 투자의 주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씀해주셨었다. 

펀더멘탈이 받쳐지지 않는다면 지배구조 전망은 손바닥 뒤집듯 언제나 쉽게 바뀔 수 있으므로 역류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던 판단은 옳은 판단이었지 않았나 싶다


1-2) HMM


COVID19이 촉발한 해운운송 대란 조짐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아직 모든 컨테이너선이 투입되지 않고 항구에 정박 되어 있는 컨테이너선의 약 10-12%정도로 가늠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임의 급등은 제한적이며 단기 반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모든 컨선이 투입되고도 운임이 끝없이 치솟았었고, HMM 주가도 끝 없이 치솟기 시작했었다.

마찬가지 시장의 역류에 반응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순류(?)를 유지하기로 했었다.

 

1) 희석물량 고려시 현 valuation은 x2.5정도로 급등하게 되며 적정 밸류(?)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붙어버리게 되며

2) 현 수준의 해운 운임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아 보이며, 지속된다 손 치더라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보였고.. 

3) 불황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매각했었던 자산들을 추가 부채를 늘리며 호황 초입 국면에 부랴부랴 재 매입하는 모습도 좋지 않아 보였었다.

 

1-3) 대한항공

해운운임이 튀기 시작한다면, 다음 타자는 항공운임이었다. (백신 운송은 덤)

마침,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있었고, Last survivor로서 더욱 강력해진 경쟁 우위로 Post-corona 이후 과실을 챙길 수 있는 기업으로 대한항공을 pick했었다.

하지만, 1) 1:1 유상증자 2)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로 valuation 희석 및 불확실성 risk가 발생해버렸어서 투자 매력도가 반감되어 버려 position을 청산해야 하는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발표 이후 주가는 천정 부지로 치솟았고 내 입장에서는 시장은 다시 역류를 일으켰었다.

고민에 다시 빠지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생각을 할 수록 position을 청산하는 판단이 옳다라는 생각만 굳혀질 뿐이었고 순류를 유지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1-4) 제주항공

이제 정말 곧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할 것이며 그동안 억눌린 여행수요는 폭발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타자는 제주항공이다.

이번에도 나는 시장의 역류에 반응할 것인지 순류를 유지할 것인지 또 한번의 선택의 기로에 놓이지 않을까 싶다..


2.

"바둑에는 양면이 있다.

빠르면 엷고 느리면 두텁다.

참고 기다리는 건 나 역시 괴롭지만 

그래도 참는 편이 승부의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창호 9단


2-1)

그동안 주가 반응이 없었던 지누스가 최근 좋은 주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지누스는 바둑으로 치면 이창호 9단이 말씀하신 느리지만(?) 두터운 기업으로 사료 된다.

철저한 fundamental research가 동반된 bottom up 투자는 Macro Sector view를 후순위에 두고 기업의 fundamental을 최우선순위에 두는 참고 기다리는 무거운 산(?)과 같은 투자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롯데케미칼 / POSCO / S-oil와 같은 화학 / 철강 /에너지 산업소재 Sector 기업들도 좋은 주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위의 같은 Cyclical 기업투자는 Macro Sector view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기업의 fundametal bottom research를 후순위에 두는 top-down 투자로 발 빠른 재비(?)와 같이 재치 있는(?) 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몰라서 둬버린 실수는 별 느낌이 없지만

경솔하게 불쑥 손이 나간 실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몰라서 한 실수는 발전의 계기가 되지만

경솔한 실수는 되돌리기 어려운 타격이 되는 셈이다"

-이창호 9단


3-1) 

3Q20 실적을 추정함에 있어 예측할 수 없었던 변수들로 인해 & 회사의 소통 부재로 인해 실적 추정을 크게 Miss했던 기업이 있었다.

실적을 추정함에 있어 새로운 변수 가능성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부끄럽지 않았고 별 느낌 없이 지나 갔었다.


반면, 최근 어이없는 숫자 실수를 한번 한 적이 있다.

다행이 발표하기 전에 누군가 지적해주셔서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어이없는 숫자 실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치부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러한 경솔한 숫자 실수가 누적된다면 애널리스트로서의 신뢰를 잃는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아마도 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을 것이다.

자신의 치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파도 뚫어지게 봐라 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바라보자.

날마다 뼈아프게 그날의 바둑을 복기하자.

그것이 나를 프로로 만들어주며, 

내면적으로도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켜줄 것이다."


 - 조훈현 9단


이창호9단, 조훈현9단, 이세돌9단과 같은 분들이 주식투자를 했다면 어떘었을까?

우리나라에도 워렌버핏과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았었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