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9일 토요일

돈을 대하는 자세..


(안나 카레니나)


지난 주 증권사 재직 시절 가깝게 지냈었던 상사분이 급작스럽게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셨었다.

"너는 왜 그렇게 자주 회사를 옮겨 다니니?"

"잘 모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직을 할 때마다, 이 조직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마다 그 당시 나름의 다른 이유가 있었고, 단 한번도 같은 이유로 이직을 선택했었던 것 같진 않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도입부에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라는 문구가 있다. 

지금껏 내가 봐왔던 주식운용 자산운용사도 위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봐왔던 소위 잘 나가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닮은 점 하나를 꼽자면

그들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신뢰'&'평판'이지 않았었나 싶다.. 

비단 돈을 맡긴 고객과의 신뢰 뿐 아니라 동료, 임직원들간의 신뢰와 평판도 중시했었다. 

금번 내가 이 조직을 떠나야 겠다라고 마음먹은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의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 대표님이 

"성과급을 더 챙겨주고 싶은데 회사 사정이 좋지 못해 아쉽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임직원을 생각하고 챙겨주시는 모습에 이번에 떠난 회사로 이직 할 마음을 가졌었다.

하지만, 막상 회사 수익률이 급격히 올라가고 각 평가 부문에서 1등 or 상위권을 달리면서 회사로 추가 자금이 들어오고 회사 사정이 좋아지니 

생각이 바뀌셨는지, 자신들은 억대 성과급을 챙기면서 나에 대한 성과금은 거의 없다시피 돌아왔고 나는 이에 큰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비단 돈의 문제가 아니었지 않았나 싶다. 

내가 중시 했던 것은 신뢰(믿음)의 문제였다.

한번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하니 모든 회사의 급여 시스템과 업무 분장에 대한 모든 것이 의심스럽기 시작했고 과거 회사의 재무재표를 다 훑어볼 수 밖에 없었다.

비합리적인 부분이 분명 여럿 보였었고, 이들을 추가로 알아보니 꽤 심각하다고 고려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고 나는 다시 이직을 해야 겠다라는 마음을 갖게 됐었다.

이직을 회사에 통보 하니, 급여&성과급을 더 줄 수 있다라는 협상(?)을 제안 받았지만 듣지 않았었다.  

돈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기에

"이미 마음을 굳혔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나는 counter offer을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돈을 대하는 자세는 언제나 진실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한 만큼, 성과를 낸 만큼, 정정당당하게 보상 받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주식 운용업계의 윗 사람들은 자기 몫을 먼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챙기기 바쁘고

그 밑의 임직원들은 몫은 점점 줄어들어 이러한 불합리(?)를 못 견디고 하나 둘 씩 이 업계를 떠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업계 인력 부족 현상이 짙어지는 것 같고, 기존에 남아 있는 임직원들의 업무량은 점점 가중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당장 인력이 부족하다고 역량이 부족한 직원을 뽑자니, 키우기도 부담스럽고, 추 후의 성장 역량을 검증할 수단도 딱히 없어 다들 신입 채용을 매우 꺼려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나만 해도 지금도 혼자 일하기 바쁜데, 신입을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업무를 소화할 자신이 없을 것 같다..)

(이번 달에만 벌써 옆 동내 주식 운용사들의 구인난 소식만 적어도 4-5번은 들은 것 같다)

수탁고(AUM)가 줄어들고, 펀드 수익률이 저조해지고, 회사 수익도 줄어들거나 & 적자를 지속하는 자산운용사의 주된 특징 중 하나 바로 이런 불합리함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업계 진입 장벽은 매년 높아져만 가고, 급여 수준은 점점 후퇴하고, 기존의 남아있는 임직원들에 대한 업무 강도는 높아져만 가니

악순환이 연속이 지속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러한 악순환의 연속되는 분위기 속에서

과거에 비해 국내 운용업 전반적으로 분석 수준이나 Level도 점점 후퇴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시장의 경쟁자가 하나 둘 씩 사라지는게 나한테는 희소식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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