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1일 토요일

일기장

과거 대형자산운용사 재직 시절 개인적으로 많이 따랐던 상무님이 한 분 계셨었다.

아침에 정시에 출근하셔서 정시에 퇴근하시는 

가끔 사무실 밖으로 나오셔서 한 마디씩 넌지시 건내주시는 그런 분이셨었다.

회사 탐방도 안다니시고

만나는 애널리스트도 없으시고

혼자서 아침에 출근하시고 단 한번 주문만 내시고

하루종일 이런저런 생각만 하다가 퇴근하시는 그런 분이 셨었던 걸로 기억한다.

산업과 매크로경기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던 시절 

"저렇게 아무것도 안하시고 어떻게 저렇게 펀드수익률을 잘 유지하실 수 있으실까?" 

궁금해 했지만, 이제는 과거 상무님의 투자운용 스타일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어느날

상무님이 개인 사무실 밖으로 나오셔서 

"xx씨, 오늘 일정 있어요?

"네, 오후에 판교 xx기업에 탐방 갈 예정입니다."

"제가 태워드릴까요?"

"아..아..네? 네.."

그렇게 상무님의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판교까지 같이 갔었다. 

가는길에 상무님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최근 산업 현황, 기술 트렌드, 경기전망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계셔서 깜짝 놀랐었었다.

차 안에서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려주셨었고 

(지금 와 생각해보면 굳이 같이 가실 이유도 없지 않으셨었나 싶다.)

회사 인근에 도착해서 근처 백화점에서 꼬마김밥도 먹고

백화점 내부를 같이 둘러도 보고 하다가 

기업 미팅 시간이 되서 들렸다가 회사 현황 업데이트 정도만 간략히 받고 

나왔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인근 점심도 몇 번씩 같이 먹으로 가고

아기자기한 카페, 빵집에 대려다 주시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나한테 잘해주셨었는데, 

결국 회사 정치놀음에 못 이겨 이직을 상무님께 통보드렸었 때, 

상무님은 실망한 표정으로 배신이라는 단어를 장난스럽게 던지셨었다..

마음이 무거웠었다.

이직 후 몇 달 뒤 결국 상무님도 회사를 나오셨다는 기사를 읽게되었다.

안부 인사라도 한번 드렸었어야 했는데, 먼저 연락 드릴 용기(?)가 참 나질 않는다..

최근 주식시장이 어렵고 주식으로부터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아서 사람 인간관계를 좀 소홀이 하는 경향이 없지 않나 싶은 느낌이 있다.

이럴 때 일 수록 현재의 주식시장으로부터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마음을 다 잡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 


댓글 2개:

  1. 맞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하지 못한 일은 분명 나중에 후회로 다가오더라구요. 용기를 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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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가끔 생각나는 소중한 인연에게 연락하고 싶지만 마음 속 그 무언가 걸림이 되는,,, 이 인연도 현명하게 풀어내실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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