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요일

한밤 중에 전화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으로 힘든 사회 초년생 때의 일이다.

당시 내 곁에는 친하다고 생각했던 형님(?)이 한분 계셨었다.

장 마감후, 저녁도 자주 같이 먹고, 공부를 하는데에서도 서로 많은 정보를 주고받던 사이라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던 때이다.

주식시장의 작동원리, 각 산업/ 기업별 역학관계를 한참 공부하며 투자를 해온던 중 크게 손실이 난 적이 있었다.

정신적으로 힘듦을 느껴 위안(?)을 받고자 저녁 8시즘 처음으로 먼저 그 분께 전화를 걸어본 기억이 있다.

그분은 '당연' 내 전화를 받지 않으셨고, 다음날 만났을때엔 혹시 자신에게 힘듦을 토로할까봐 일부러 받지 않으셨다고 하셨다.

그때의 사회적으로 만난 인간관계에 대해 지켜야 할 선이 정립되었고, 이후에 나도 좀 더 정신적으로(?) 자립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지 않나 싶었다. 

이후에도 가끔 업계에서 만난 누군가로부터 한밤중에 전화가 몇번 오기는 했지만, 그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았고, 다음날 간단한 문자정도만 남겨두곤 했었다.

사회, 업계에서 만난 누군가와 사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여러방면에서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밤 10시쯤 그분께서 느닷없이 전화를 먼저 주셨었다.

나도 당연 받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 문자만 남겨뒀었다.

그 분께서는 전날 수익이 많이나서 같이 기분을 내고자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고 하셨다.

나는 축하한다는 답변만 남겨뒀었다.

이후에도 그분과는 계속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유익한 관계이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거나, 약속을 따로 잡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밤 같은 직종의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들 모임에 참석해 그 분을 뵙었었다. 

반가운 마음도 있었고, 술기운도 올라왔었다. 

처음으로 그 분께서 나에게 개인사 어려움에 대해 토로를 하셨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 분의 어려움을 경청해주기는 했지만, 마음속 어느 한켠에선 공감해드리기가 쉽지 않았었다.

이후에 밤 늦께 그분께서 어려움을 토로하고자 전화가 다시 한번 왔었지만, 나는 받지 않았었다. 

사회에서 만난 낯선 누군가가 나에게 어려움을 토로하고, 나에게 의지하고자 할때는 나는 거리를 둔다. 

단순,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해 의지할 대상을 찾을때 그 짐을 짊어질 만큼 나 자신 또한 여유롭지 못해서일까...?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으로 자립한다는게 이런 뜻일까..?  

인간관계는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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