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6일 수요일
의류 OEM
보통 제대로 사전 공부를 하지 않은채 상장 기업 IR담당자와 미팅을 갖게되면 앞으로 회사가 나아갈 방향, 개선될 요인에 대해서만 듣다가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지 않은채 설득만 되서 나오기 일쑤이다.
일부 매니저, 애널리스트, 개인투자자 누가 됐든간에 이렇게 회사에서 흘려주는 정보만 그대로 듣고 받아쓰기(?)만으로 분석(?)을 끝내는 사람도 참 많은것 같다.
xx자산운용사 입사 후 몇일 뒤 누군가가 사석에서 나에게 그랬었다
"우리가 하는일이 회사가 하는말 받아다가 적어서 그냥 회의시간에 전달해주는게 전부 아니겠어요? 내가 해보니까 느끼는건데, 이 일이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
흠.. 농담이었는지 진담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순간 작게나마
"맙소사.."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였었던 기억이 난다.
상사의 지시로 의류 OEM 기업들에 대해 리서치를 했었었다.
내가 보기에 (잘 몰라서 그런걸 수도 있지만) 아래의 이유들로 인해 의류 OEM비즈니스에 대해서는 투자 Merit가 그렇게 있어보이지 않았었다.
Implication
- 일반 제조업의경우 업력이 장기화되고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업계내에서 가격협상력이 경쟁우위가 생기지만, 의류 OEM 비즈니스 특히, 저가의 의류제품을 만드는 기업 일 수록 경쟁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였었다
- 인건비가 저렴한 방글라데시/베트남 등에서 제품을 생산,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 생산성을 높여 제품 단가를 낮추더라도 오랜기간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고있는 이유는 Bargaining power가 전혀없기 때문이다.
- 그 이유는 마진 및 가격을 바이어가 조정하기 때문에 아무리 제품을 싸고 질 좋게 만들어 봤자 모두 이익은 Brand 고객사에게 귀결되는 것으로 추정됐었다
- 심지어, 원부자재 조달처 및 가격&마진까지 Brand 고객사가 정해주기 때문에 bargaining power가 완전히 바이어(Brand 고객사)에게 있었다.
- 하지만, 납기를 잘지키고 싸고 질 좋게 제품을 장기간 납품하면 전방사로부터 향 후 수주물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여기서 바로 의류 OEM 비즈니스의 한계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였었다.
- Capa증설 기준은 성수기기준이라고 한다. Capa를 성수기 기준에 맞춰 계속해서 유형자산을 늘리다보면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자산비효율성은 점점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비성수기에는 공장을 fully 못돌리므로)
- 이에 더해, 의류산업 자체도 cycle이 있기 때문에 시즌별로 up cycle 늘려놓은 자산이 down cycle에는 다 유휴자산이 되버리기도 하기에 더욱이 Cycle을 심하게 탈 수 밖에없다.
- 의류 OEM 사업이 납기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Capa를 사전에 증설하지 않게 되면 up cycle에 가동률을 100%이상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over cost(ex, 추가인력 고용, air delivery)가 상당히 잡히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의류 OEM 비즈니스의 경우 유형자산이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매출 및 이익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었다.
- 아래는 국내 대표 의류 OEM 비즈니스를 하는 '영원무역'의 의류 OEM사업부 실적을 정리한 Table인데, 유형자산이 증가해도 수익이 전혀 증가하지 않고 일정이하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년도 업데이트 귀찮,,)
다음은 인건비, 인플레이션 등 '비용'의 관점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매출, 수익개선 요소들만 찝어내 '더하기'만 하지.. '비용'증가 요소들은 뺴먹고 '뺴기'를 안한다.
의류 OEM 비즈니스의 경우 노동집약 산업으로써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계속되는 고객사들의 요청으로 capa를 계속계속해서 늘려나가다가
회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성장률은 점점 둔화될 수 밖에 없어 성장 한계의 순간을 피해갈 순 없다.
이러한 성장이 제한된 비즈니스 구조에서 증대된 유형자산은 매년 상당한 비용증가분을 수반 할 수밖에 없다.
의류 OEM 생산공장들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률이 높은 지역들에 위치해있다.
기본 임금상승에 대한 압박이 상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해 계속해서 유형자산이 증가하기 때문에 감가상각비도 매년 누적해서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면 의류 OEM공장들은 '메뚜기 때(?)' 처럼 기존 지역의 생산공장을 버리고 인건비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가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이전비용이 또 다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모든 비용증가분을 Brand 고객사들이 마진을 조정해줘가며 일부 share해 줄순 있지만, 글쎄.. 언제까지?
season별로 수천 수만가지의 Design이 매번 바뀌는 의류 사업 특성상 자동화도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한계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business의 적정가치는 도대체 어떻게 구하는 것이며 뭘 보고 투자결정을 내리는 걸까?
대략 위의 logic을 갖고 국내 대형 의류 OEM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과 IR미팅을 가졌었는데.. 글쎄 내귀에는 그들이 어필하는 회사의 장점/ 개선방향들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들같아보이지 않았었어서 물어봤었다.
"왜, 뭘 보고, 어떤 point를 갖고 의류 OEM 사업에 투자하고 계신걸까요?
"그건 xx씨가 경험이 없어서 잘 몰라서 그러나본대, 매출성장이 없어도 매년 일정하게 수익만내도 ROE가 xx%로 유지될거잖아? 그리고 약간 배당만 챙겨주는 회사가 xx가격이면 싼거지!"
과연 그럴까?
일단, 매출성장이 없는데 무슨수로 ROE가 유지될 수 있을까? 매년 숨만 쉬어도 상당한 비용증가분이 발생할텐데..
그 몇푼 배당금 얻자고 ROE가 내릭막길을 걸음에 따라 발생하는 주가 Re-rating 떡락의 가능성도 꽤 높아 보였었다.
(물론, 내가 부족해서 이것밖에 안보이는 걸 수도..)
다음으로 의류 OEM에 대해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안좋은 것 같으니 지금이라도 처분해야 되지 않을지.. 라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비췄었다.
위의 사업구조보다 훨씬 좋은 사업구조와 성장성을 갖췄지만, 주가가 이를 반영하지 하고있지 않아 저평가된 XX기업들을 동시에 발표했었다
그러자, "최근 주가가 너무 떨어져서 팔기 곤란한데, XX기업들은 최근에 너무 올라서 안돼. 그리고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일부 경기소비재(?)를 가지고 있어야 해"라고 하셨었다.
흠..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안된다.
먼저, 과거 매입단가가 얼마가 됐든 그게 왜 지금, 현시점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냉철하게 매순간 투자판단을 내림에 앞서 지금의 내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새로이 편입 예정인 기업보다 더 매력적인지, 덜 매력적인지 이것만 고려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가는 것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왜 특정 종목, 산업이 다른 종목 산업과 음의 상관관게를 가지고 있어 '분신효과'를 기대하며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지?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만 집중하기도 벅찬대, 알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는 '분산효과'를 기대하며 포트를 구성하는 것이 내 눈엔 비상식적으로 비춰진다..
내심 답답해 이전 회사 팀장님에게 무심코 위의 상황을 말씀드렸었다
"그정도 하면 xx씨가 할일은 다한거야. 꼭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xx씨가 한말이 맞고 자신들이 한말이 틀리면 다시 찾아와서 물어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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