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6일 토요일
주(퍼) 식(즐) 투(맞) 자(춤) 게임
최근 헤지펀드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10일간의 연휴가 주어졌었다.
평소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을 읽기 딱 좋은 시간인 것 같아 매일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곤했었다.
그러던 중, 이번 코로나, 유가폭락 등등 여러 사태로 인해 1Q20, 2Q20 실적 희비가 엇갈릴 것 같은 산업, 기업 몇 곳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읽던 책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기업분석을 하기 시작했었다.. (하지말걸.. )
내 눈에 들어왔던 기업은 한국카본, 화승엔터프라이즈, 한독크린텍 등등이었고, 숫자로 이러쿵저러쿵 계산해보니 시장에서 바라보는 컨센과 내가 계산했던 값과의 차이가 크게 나서 Betting하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외로 현재 추가로 리서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과 머릿속으로 "해야지 해야지"하는 기업이 몇개 더 있긴 한데, 손이 머리를 못따라가는 느낌이다..
분석에 앞서 대충 '~이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갖고 리서치를 시작하는데.. 이걸 숫자로 증명하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통계자료도 찾아보고, 재무숫자도 정리하고, 미래실적도 추정하고.. (긔차니즘도 있고.. ㅠㅠ)
암튼, 최근에 기업을 분석하면서 느끼는데.. 이건 마치.... 어렸을 적 했었던 퍼즐맞추기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든다.. 좀 더 자세히 묘사해보자면 퍼즐맞추기 게임과 틀린그림찾기 게임을 오묘히 조합해 놓은 느낌이다.
숫자를 쭉 나열해놓으면 이상해보이거나, 내 눈에 톡톡(?) 들어오는 숫자들이 몇몇 보인다..나는 이걸 틀린그림이라고 부르곤 한다..
평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주워들은 정보, 인터넷 기사에서 우연치 않게 봤던 정보, 잠들기전 인터넷에서 봤었던 이런저런 통계자료, 이런저런 기업을 분석하다 알게된 정보, 평소에 빠져있던 망상속에서 떠올랐었던 아이디어, 등등을 이리섞고 저리섞고 이리맞줘보고 저리 맞춰보고 하다가 결국 숫자 추정 놀이(?)를 엑셀로 하다가 짠(?)하고 나오는 그런 식이다..
문제는 퍼즐맞추기 게임(기업분석)이 머릿속에서 한번 시작되면 잠들기 전까지 멈추지 않는다.. ㅠㅠ
일이 끝나 집에가는 길에도, 지인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잠들기전 유튜브를 보는 도중에도, 집 앞 공원 산책로를 걷는 도중에도 계속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고 있어서 너무 피곤하다..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는 도중에는 식욕도 떨어지고, 가끔 두통도 찾아온다.. 그래도 왜일까? 나는 이런 퍼즐맞추기 게임이 재미있다..
분석자료를 보고 칭찬 받는것도 좋고 놀라워 하시는 분들을 보는것도 좋다.. 한 마디로 인정받는 느낌이 좋다..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올라가는 느낌도 좋다. 애널리스트, 시장 컨센, 수익률 등 무언가의 standard를 beat하는것도 재미있다.
가끔은 이 모든게 게임처럼 느껴진다..
확실한건 1~2년전의 나와는 다르게 이제 돈,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이 일을 즐기는 건 아니다.
이번 이직을 할 때도, 기본급여를 낮춰서 들어왔으며, 연봉협상 이런걸 아예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었다. 연봉 얘기가 나왔을 때도 그냥 무조건 "Yes, Yes"만 했었던걸로 기억난다..
이번 이직의 가장 큰 동기는 내가 게임을 할 수는 환경 조성의 여부였지 돈의 문제가 아니였다. 아마 이전 회사에서는 모든 걸 돈으로만 보상하려고 했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지 못하신걸 수도..
이전회사에서 받았던 돈은 솔직히 너무 부담스러웠었다.
그러고 보면 내 눈엔 희안한 광경들이 비춰지곤 한다..
투자의 대가, 가치투자 전도사, 투자의 현인, 재야의 고수 등등 별별 호칭이 많은데.. 주식 게임을 잘하는 것이 그렇게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우상화되는게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도 계속 이 즐거운 퍼즐맞추기 게임을 이어나가고 싶다..
나에게 있어 이 게임을 계속 즐기기 위해선 지켜야할 '선'이 있는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친철하게.. 너무 부담을 주지 않는 선을 지키고.. 내 모든 생각을 말하는걸 자제하며, 상대방의 권위, 사회적 지위, 명성(?) 등을 존중해드려야 하는 '사회적인 선'을 지켜야 하는것 같다..
투자에 대해 말하다보면 가끔 너무 분석적으로, 따지고 드는 식으로, 냉소적으로, 격식을 따지지 않고 말해버리는 경향이 짙어지는것 같다..
과거 증권사 시절 내 사수가 나에게 종종 말하곤 했었다ㅎㅎ
"으이구 인간아, 너무 싹퉁머리 없게 말하지말고 ㅋㅋ"
갑자기 생각이 문뜩 떠올랐는데?
과거 내 사수가 술을 마시고 내 머리를 물었었다(bite).. 깜짝놀랐었는데 내가 너무 싹퉁머리 없게 말했어서 그러셨었던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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