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9일 금요일

주식투자자(feat, 장사꾼)




(Bottom up vs Top down research)

나의 어머님은 내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할 무렵 여성복 옷 장사를 시작하셨었다.

금요일 밤 누나와 함께 부모님을 따라나가 동대문 도매상가를 돌아다니며 같이 밤을 지새웠었던 기억도 있고, 

방과 후 or 방학 때 어머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옷 가게에서 어머님 옆에 붙어있었던 기억도 있다.

어머님은 옷 장사에 수완이 꽤 좋으셨었던 분이셨었다. 

작은 몸으로 밤 새 분주히 1) 최근 가장 유행하는 2) 가장 예쁜 옷을 3) 가장 저렴하게 파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시고 새벽 5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와 쪽 잠을 주무시고 다시 옷 가게에 출근하셨었다. 

내 기억에는 같은 상가 안에서 어머니와 같은 옷 장사를 하시는 다른 분들 중에는 어머님만큼 부지런하게 직접 두발로 매일 저렇게 옷을 찾아다니셨었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았다. 

당연 어머님 옷 가게가 가장 수완이 좋았었고 다른 옷 가게 아주머니들은 우리 집 옷가게를 기웃거리며 어떤 옷이 가장 잘 팔리는지 염탐하기 일쑤였었고, 어느 도매상에서 물건을 가져오는지 어머님을 뒤따라 다니기 일쑤였었다. 

비단, 옷 장사 뿐이랴.. 

과일 장사도 같은 과일이라도 당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매일 여러 도매 과일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어느 과일 가게 계절 과일이 가장 당도가 높은지(=맛있는지)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곳이 장사가 가장 잘된다고 한다. 

최근 들어 내가 느끼는 주식투자도 일종에 '장사'이다.

부지런해야 한다.. 

부지런하기 위해선 열정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경기가 흘러 갈지, 산업 트랜드는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나갈지, 메가 트랜드는 무엇일지, 그 중에서 어떤 Sector가 각광을 받을지, 그 중에서 어떤 기업이 shinning star로 주도주가 될 건지, Value는 비싼지, 적당한지, 싼지.. 끝 없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Bottom up으로 시장에서 소외받는 기업을 하나하나 샅샅히 뒤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순 있겠지만.. 내 경험상 (투자 경험이 길진 않지만..) Bottom up Research는 Top down Research 대비 타율이 상당히 낮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투자 세계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Bottom up research를 먼저 익혀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기업 수 십 곳을 완벽히 철저하게 Bottom up research로  숙지해놔야  나중에 특정 섹터에 속한 특정 기업을 위(?)에서 아래로 바라볼 때 특정 기업의 특성(?), 본질(?) 산업 안에서의 Position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 (안 해본 사람은 평생 모름..)

어정쩡하게 Bottom up research를 해 놓는다면, 괜한 쓸 때 없는 고정관념만 생겨 투자기회를 많이 잃는 사람도 숱하다..

이렇게 특정 산업섹터, 기업들을 적어도 한 번씩은 훑어봐야 Top-down으로 전 Sector을 훑을 수 있게 되고 이후 기업간의 비교가 가능해져 투자 타율을 높힐 수가 있는 것 같다..

(가치투자)

최근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국내 자산운용사 수익률이 시장을 못 따라가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Bottom up research의 한계를 보여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버핏 할아버지는 1) 변화가 상대적으로 부재하고 2) 예측 가능한 3) 시간 흐름에 편승할 수 있는 4) 경제적 해자를 갖춘 5) 마음이 편한 전통 산업에 속한 6) value가 싼 기업을 좋아하셨었다. 

나도 그렇지만, 과거 소위 가치투자자들은 위의 버핏 할아버지가 선호하는 특성을 갖춘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을 가치투자의 범위로 한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Top down research로  1) 급변하는, 2) 예측하기 쉽지 않은, 3) 아직 경제적 해자를 완벽히 갖추지 못한 (기술주), 4) 마음이 불편한, 5) 이제 막 태동해 급성장하는 기술주에 속한 6) Value가 비싼 기업에 risk taking하고 투자를 하지 않고 서야 시장 수익률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Bottom up research에 극단(?)에 서 있는 곳이 버크셔해셔웨이의 버핏이라면 최근 Top-down research에 극단에 서 있는 곳이 Ark investment의 캐시우드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가치투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는 개인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가치투자의 범위를 넓히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은 분명한 흐름인 것 같다..


나를 처음 주식투자 세계로 이끌어주신 분이 계신다..

"처음 그분을 뵙을 때는 어떻게 매일 일이 끝나고 집에서도, 주말에도 저렇게 공부를 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했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내가 그 모습과 비슷해지고 있다..

퇴근 후 집에서도, 주말에도 계속 뭔가를 검색하고, 찾아보고, 전화해서 물어보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주워듣고.. 계속 생각해보고.. 

매일 눈에 들어오는 여러 기업을 가치를 이리저리 비교해보고 .. 

확실히.. 투자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부지런할 수 없고 부지런하지 않고 지적 게으름(?)에 빠지기 시작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

-끝

댓글 2개:

  1. 막연했던 공부에 이렇게나마 관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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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솔직히,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콕에도 연재를 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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