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5일 화요일

생각정리 351 (* Europe’s Structural Decline)

 Europe은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게끔하는 최근 생각을 정리해본다.

유럽의 성장 엔진은 왜 멈췄는가


고령화·인재 유출·재정 분열·에너지 문제가 AI 시대 유럽의 상대적 후퇴를 가속하는 방식


이전 글에서 앞으로의 세계를 Public Debt는 사회 전체가 부담하지만, AI가 만들어내는 성장의 과실은 일부 국가와 기업에 집중되는 시대라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이 구조에 가장 취약한 지역은 어디일까.

현재로서는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프랑스·이탈리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세 나라는 서로 다른 경제구조를 갖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낮은 성장률과 고령화, 높은 사회지출, 정치적 분열에 직면해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에 투자해야 할 시점에 연금·의료·국방·에너지 보조금과 이자비용까지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유럽은 낮은 성장률로도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대한 전력·컴퓨트·자본과 고급인재를 선제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AI 경쟁에서는 느린 성장과 느린 의사결정 자체가 누적적인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국가별 생산성과 재정상태가 크게 다른 경제를 하나의 통화로 묶은 유로화의 구조적 긴장도 다시 커지고 있다.

유로는 국가별 환율 차이를 없앴지만, 각국의 인구구조·산업경쟁력·재정규율·정치문화를 하나로 만들지는 못했다.


1. 문제는 낮은 성장률이 아니라 성장 엔진의 고장이다


2026년 봄 유럽위원회 전망을 보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향후 성장률은 모두 1% 안팎에 머문다.

참고자료: European Commission–Germany, France, Italy, 21 May 2026.

세 나라가 처한 상황은 같지 않다.

독일은 아직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제조업과 수출이라는 성장 엔진이 약해지고 있다.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전력 기반을 갖고 있지만 재정적자와 정치적 교착이 심각하다. 이탈리아는 이미 높은 부채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생산성과 인구가 함께 정체돼 있다.

따라서 유럽의 문제를 단순히 정부부채가 많거나 복지가 지나치다는 문장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더 정확한 문제는 기존 사회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데, 그 비용을 부담할 새로운 성장산업과 생산성 향상은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사회지출이 많더라도 생산성과 세수가 빠르게 증가한다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연금·의료·국방·에너지·이자비용이 동시에 증가하면 미래 투자를 위한 재정공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Low Growth → Weak Tax Base → Fiscal Pressure → Tax·Contribution Increase → Private Investment Weakness → Lower Productivity

유럽의 저성장은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다음 저성장을 만들어내는 원인으로 바뀌고 있다.


2. 유럽을 지탱했던 세 가지 배당이 동시에 끝났다


전후 유럽경제는 세 가지 구조적 배당을 누렸다.


첫 번째는 생산연령인구가 증가하면서 노동력과 납세자가 함께 늘어난 Demographic Dividend였다. 두 번째는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국방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Peace Dividend였으며, 세 번째는 러시아의 저렴한 에너지와 중국의 수요를 동시에 이용한 Globalisation Dividend였다.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를 제조업의 값싼 투입비용으로 사용하고, 중국에는 자동차·화학·기계류를 수출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단일시장과 낮은 금리, 세계화가 제공한 안정적인 환경에서 복지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세 가지 조건이 모두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Working-age Population ↓ + Defence Spending ↑ + Energy Cost ↑ + China Competition ↑

Mario Draghi는 유럽의 생산가능인구가 2040년까지 매년 약 200만 명씩 감소할 수 있으며, 최근의 생산성 추세가 이어진다면 유럽은 2050년까지 GDP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디지털 전환·탈탄소·국방력 확충을 위해 유럽의 투자율을 GDP 대비 약 5%p 높여야 한다고 추정했다. 복지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성장해야 하지만, 성장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선행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참고자료: 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 – Part A, September 2024.

고령화 관련 지출의 절대 수준도 이미 높다. 유럽위원회의 2024 Ageing Report에 따르면 2022년 연금·의료·장기요양·교육을 합한 지출은 독일이 GDP의 24.3%, 프랑스가 29.9%, 이탈리아가 27.3%였다.

특히 공적연금 지출은 프랑스가 GDP의 14.4%, 이탈리아가 15.6%에 달했다. 장기전망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총고령화 비용이 반드시 계속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이미 시행된 연금개혁과 급여조건 조정이 유지된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참고자료: European Commission, 2024 Ageing Report.

따라서 중요한 것은 향후 지출의 증가폭만이 아니다.

이미 높은 사회지출을 유지하면서 국방·전력망·AI 인프라라는 새로운 비용까지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3. 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약해지고 있다


독일: 제조업 성장모델의 균열


독일의 현재 위기를 노동문화나 노동시간 문제만으로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독일 제조업 모델은 오랫동안 다음과 같은 구조에 기반했다.

Cheap Russian Gas + Chinese Final Demand + European Supply Chain + US Security

그러나 러시아산 가스의 단절은 화학·철강·유리·비료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비용구조를 바꿨고, 중국은 독일의 최대 고객에서 자동차·기계·산업장비의 직접 경쟁자로 변했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전환에 늦은 자동차산업은 중국 현지 판매와 유럽 내 점유율을 동시에 압박받고 있다.

독일은 코로나 이후 선진국 중 가장 약한 회복세를 보였으며, 2025년에도 성장률이 **0.2%**에 그쳤다. 재정준칙 개혁을 통해 국방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지만, 재정적자는 2027년 GDP의 **4.1%**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재정을 확대해도 성장률이 1%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독일의 문제가 단순한 수요 부족보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가깝다는 의미다.

더구나 AI 시대의 제조업은 과거보다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산업용 AI·데이터센터 모두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을 요구하지만, 독일은 원전 폐쇄와 러시아 가스 단절 이후 전력가격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독일이 앞으로 더 많은 부채를 인프라와 국방에 투입하더라도, 그 자본이 값싼 전력·그리드·디지털 인프라와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결과는 성장회복보다 정부지출 의존도가 높아진 저성장 경제에 가까울 수 있다.


프랑스: 전력은 강하지만 재정과 정치가 약하다


프랑스는 독일·이탈리아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원전 중심의 전력시스템은 프랑스가 유럽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를 유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RTE에 따르면 2025년 프랑스 전력의 95% 이상이 저탄소 전원에서 생산됐고, 생산량의 약 20%가 주변 국가로 수출됐다.

2026년 프랑스에는 약 300개의 데이터센터가 존재하며 전력소비량은 약 10TWh로 전체 소비의 2% 수준이다. 그러나 2026년 5월 기준 데이터센터 관련 계통연결 신청은 약 18GW에 달했다.

이는 프랑스가 유럽 AI 인프라의 중심지가 될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발전량보다 특정 지역의 송전망과 접속용량이 새로운 병목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참고자료: RTE, Les data centers en chiffres clés, 2026.

문제는 재정이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2026년에도 GDP의 **5.1%**에 머물고, 현행 정책이 유지되면 2027년에는 **5.7%**로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부채는 같은 해 GDP의 120.2%, 이자비용은 2.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개혁과 재정긴축은 강한 정치적 저항에 직면하고, 정부가 의회에서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하기도 어려워졌다. 프랑스의 문제는 개혁의 필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누가 현재의 소득과 혜택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어렵다는 데 있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가운데 AI 전력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이를 장기적인 자국 기업·클라우드·모델 경쟁력으로 전환할 재정과 정치적 실행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에는 전력이 있지만 그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미국 클라우드와 모델기업의 유럽 거점에 머문다면, 전력수요는 프랑스에 남아도 AI의 초과이익은 해외로 이전될 수 있다.


이탈리아: 높은 부채보다 더 큰 문제는 낮은 생산성이다


이탈리아는 이미 GDP의 **137%**를 넘는 정부부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2026년과 2027년 성장률은 각각 **0.5%와 0.6%**에 그칠 전망이다.

현재 투자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은 EU 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다. 그러나 관련 사업이 종료되는 2027년부터 건설과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는 중소·가족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강하고 자본시장보다 은행대출과 내부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러한 구조는 전통적인 제조업에는 적합했지만, 대규모 무형자산·컴퓨트·소프트웨어·인재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AI 산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2026년 ECB 연구에서도 유로지역 기업의 약 70%가 어떤 형태로든 AI를 사용한다고 응답했지만, AI를 기업운영에 깊이 통합한 기업은 **7%**에 불과했다. 이탈리아는 조사 대상국 가운데 AI 도입률이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했다.

참고자료: ECB, Adoption and Investment in AI across the Euro Area, July 2026.

이탈리아의 낮은 실업률 역시 반드시 강한 경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면 노동수요가 약해도 실업률은 낮아질 수 있다.

Population ↓ → Firm Scale ↓ → Investment ↓ → Productivity ↓ → Nominal Growth < Interest Cost → Debt/GDP ↑

성장이 낮은 상태에서 이자비용과 연금지출이 재정을 먼저 점유하면 전력망·데이터센터·연구개발에 투자할 공간은 더욱 줄어든다.


4. 인재 유출은 유럽의 성장기반을 안에서부터 약화시킨다


고령화로 노동력이 감소하는 지역이라면 해외의 젊은 인재를 유치하는 것만큼 기존의 고급인재와 창업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고급인재가 단순히 개인 자격으로 이주하는 것을 넘어, 창업기업의 본사·경영진·지식재산·자본조달 기능이 함께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Draghi Report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1년 사이 유럽에서 설립된 유니콘 147개 가운데 40개가 해외로 본사를 옮겼고, 대부분이 미국으로 이동했다. 2026년 EIB 연구는 EU Scale-up의 약 10%가 해외로 이전하며, 그중 약 85%가 미국을 선택한다고 정리했다.

참고자료: Draghi Report – Part A; EIB, Drivers of Relocation by Innovative EU Startups and Scaleups, 12 January 2026.

기업들이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세율 하나 때문이 아니다.

미국에는 더 큰 단일시장과 깊은 Venture Capital, 높은 Stock-based Compensation, 빠른 고객확보, 단순한 규제체계, 고급 상업·영업인력이 함께 존재한다. 기업이 미국으로 이동하면 창업자와 핵심 경영진, 연구인력과 후속 인재도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유럽은 양질의 대학과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대기업과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이 약하다. 유럽에는 매년 인구 100만 명당 약 850명의 STEM 졸업자가 배출되는 반면 미국은 1,100명을 넘고, 유럽 기업의 약 60%가 기술 부족을 투자 장애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연구자와 기술인력이 부족한데 기존 인재까지 해외로 이동하면 고령화의 충격은 더욱 커진다.

Ageing ↑ → Tax·Social Contribution Burden ↑ → After-tax Reward ↓ → Talent·Company Exit ↑ → Tax Base ↓ → Remaining Workers’ Burden ↑

이 구조가 위험한 이유는 인재 유출이 평균적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이동성이 높은 사람은 대체로 창업가·엔지니어·연구자·금융인력처럼 생산성과 소득, 미래 세수기여도가 높은 계층이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인구는 소폭 줄어도 혁신역량과 세수 기반은 그보다 훨씬 크게 약해질 수 있다.

유럽에서 교육받은 인재가 미국 기업에서 AI 모델을 개발하고, 유럽에서 시작된 기업이 미국 자본시장에서 성장하며, 그 기업의 지식재산과 시장가치가 미국에 귀속된다면 유럽은 교육비와 초기 연구비를 부담하고 상업화의 과실은 해외에 넘기는 셈이다.

Brain Drain은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니라 미래의 Profit·Tax Revenue·Intellectual Property가 함께 이동하는 현상이다.

 


 


5. AI 경쟁에서 전력은 비용이 아니라 생산능력이다


과거의 디지털경제에서는 전력비가 중요한 비용이기는 했지만 산업의 절대적인 진입장벽은 아니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비교적 적은 유형자산으로 전 세계 시장에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는 다르다.

Firm Power + Grid Connection + Compute + Cooling + Capital → AI Capacity → Model·Cloud Revenue → Productivity·Tax Base

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4년 약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AI 최적화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같은 기간 네 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EU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도 2024년 약 70TWh에서 2030년 115TWh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연간 발전량 전체보다 데이터센터가 원하는 위치에 수백MW에서 수GW의 전력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느냐다.

참고자료: IEA, Energy and AI, 10 April 2025; European Commission, Data Centres, 17 November 2025.

Draghi Report에 따르면 유럽 기업이 부담하는 전력가격은 여전히 미국의 2~3배, 천연가스 가격은 4~5배에 달한다. 여기에 국가별로 분절된 에너지시장, 긴 인허가 기간, 송전망 부족, 높은 세금과 규제비용이 더해진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해결할 수는 없다. 데이터센터는 평균적으로 저렴한 전력보다 특정 장소에서 24시간 공급되는 전력과 신속한 계통연결을 필요로 한다.

AI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실제 가동 가능한 전력과 계통접속권을 먼저 확보하고, 이를 컴퓨트·클라우드·모델·기업 생산성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이다.

프랑스는 원전을 통해 이 경쟁에서 유럽 내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 반면 독일과 이탈리아는 높은 전력비와 산업용 전력수요, 탈탄소 목표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6. 유럽은 AI를 사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소유하지 못해서 뒤처질 수 있다


유럽 기업의 AI 도입 자체가 매우 느린 것은 아니다.

EIB 조사에서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 비중이 EU 77%, 미국 78%로 비슷했고, 생성형 AI 사용률도 EU 37%, 미국 36%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AI를 두 개 이상의 업무영역에 통합한 기업은 미국이 81%, EU가 55%였다.

참고자료: European Investment Bank, How are EU firms faring with AI?, 8 December 2025.

유럽 기업도 미국산 AI 모델과 클라우드를 사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컴퓨트·클라우드·모델·데이터센터의 소유권이 미국 기업에 있다면, 생산성 향상의 일부는 클라우드 사용료와 AI 구독료의 형태로 다시 미국에 지급된다.

European AI Adoption ↑ → Productivity Benefit ↑ → Foreign Cloud·Model Payments ↑ → Overseas Profit·Market Value ↑

유럽은 AI의 소비자와 응용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핵심 인프라와 플랫폼을 소유하지 못하면 초과이익·고급일자리·시장가치·세수는 제한적으로만 가져갈 수 있다.

2026 Stanford AI Index에 따르면 미국에는 5,427개의 데이터센터가 존재하며, 이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2025년 미국의 민간 AI 투자는 2,859억 달러였고, 주목할 만한 Frontier Model의 90% 이상은 민간기업에서 개발됐다.

참고자료: Stanford HAI, 2026 AI Index Report.

EU도 최대 5개의 AI Gigafactory와 19개의 AI Factory를 구축하고 데이터센터 용량을 5~7년 안에 세 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공식 일정상 첫 AI Gigafactory의 착공은 2027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참고자료: European Commission, AI Continent Action Plan, AI Gigafactories.

미국 기업들이 이미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장기 전력계약을 집행하는 동안 유럽은 이제 공동투자 구조와 입지를 결정하고 있다.

AI 경쟁에서는 이러한 몇 년의 차이가 단순한 시간차로 끝나지 않는다.

Compute·Talent·Users·Cash Flow ↑ → Better Models·Services ↑ → More Investment ↑ → Market Power ↑

선두기업이 확보한 고객·데이터·현금흐름이 다음 투자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때문에 초기의 인프라와 인재 격차는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스럽게 축소되지 않는다.



7. 재정적자가 커질수록 유로화 내부의 균열이 드러난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재정문제는 각 국가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 나라는 독립적인 통화와 중앙은행을 갖고 있지 않고 하나의 유로와 ECB 통화정책을 공유한다.

만약 각국이 독자적인 통화를 사용했다면 낮은 생산성·높은 재정적자·약한 경상수지를 가진 국가의 통화는 독일 통화에 비해 절하됐을 가능성이 높다. 통화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높이지만, 임금과 수출가격을 상대적으로 낮추면서 경쟁력 조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유로존에서는 이러한 조정경로가 차단돼 있다.

유로는 국가별 환율을 하나로 묶었지만 국가별 생산성과 재정상태까지 하나로 묶지는 못했다.

따라서 경제력의 차이는 환율이 아니라 다른 가격을 통해 나타난다.

  • 독일 국채와 프랑스·이탈리아 국채의 금리 차이

  • 국가별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

  • 기업대출 금리와 신용공급 격차

  • 임금 억제와 실업을 통한 Internal Devaluation

  • EU 재정준칙과 긴축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

  • ECB의 국채매입과 공동부채를 둘러싼 국가 간 분쟁

경제가 안정적이고 금리가 낮을 때는 하나의 통화가 제공하는 편익이 이러한 차이를 가릴 수 있다. 그러나 공공부채와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장기금리가 높아지면 시장은 다시 국가별 상환능력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유럽위원회의 2025 Debt Sustainability Monitor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단기 자금조달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현행 정책이 유지될 경우 향후 10년 동안 EU 부채비율은 상승하며, 12개 회원국이 중기적으로 높은 재정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참고자료: European Commission, Debt Sustainability Monitor 2025, 12 February 2026.

이때 ECB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다.

프랑스·이탈리아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것을 방치하면 은행과 기업의 조달비용이 상승하고 유로존 금융시장이 분절될 수 있다. 반대로 ECB가 특정 국가의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면 재정규율이 약한 국가의 비용을 유로존 전체가 부담한다는 반발이 커질 수 있다.

ECB가 2022년 도입한 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 자체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ECB는 정당화되지 않은 시장불안으로 특정 국가의 조달여건이 악화될 경우 국채를 매입할 수 있지만, 지원 대상국의 재정건전성과 EU 재정규율 준수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참고자료: ECB, The 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 21 July 2022.

따라서 앞으로 유로존의 균열은 반드시 유로화의 즉각적인 해체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겉으로는 하나의 환율을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국채금리·은행 신용·성장률·실업률의 격차가 벌어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One Currency + Divergent Fiscal Paths → Sovereign Spread ↑ → Financial Fragmentation ↑ → ECB Intervention Pressure ↑ → Political Conflict ↑

결국 유럽은 두 가지 방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공동부채·공동재정·재정이전을 확대해 통화통합을 재정통합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별 재정규율을 강화하고 고부채 국가에 더 강한 지출조정과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전자는 독일과 북유럽 납세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후자는 프랑스·이탈리아를 비롯한 고부채 국가의 정치적 저항을 확대할 수 있다.

고령화·국방·에너지·AI 투자로 모든 국가의 재정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는 환경에서는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8. 리콴유가 오래전에 지적했던 유로화의 근본 문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시기에 유로화의 근본 문제를 매우 직관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유로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국가들을 같은 드러머에 맞춰 행진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리스가 독일과 같은 속도와 규율로 움직일 수 없는데도 하나의 통화와 통화정책을 적용하면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또한 저축성향과 지출습관, 재정규율이 서로 다른 국가들을 하나의 단일한 유럽으로 묶는 것은 지나치게 어렵고, 결국 2단계 또는 3단계로 나뉜 유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참고자료: Lee Kuan Yew School of Public Policy, Lee Kuan Yew Reflects on Europe, 26 December 2011.

리콴유는 유로화가 붕괴할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그 전망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유럽은 ESM과 은행감독체계, ECB의 OMT·PEPP·TPI, 코로나 이후 공동부채를 도입하며 제도를 보완했다.

그러나 유로가 생존했다는 사실이 그가 지적한 문제가 해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유럽은 통화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더 많은 중앙은행 개입과 공동보증, 재정이전 장치를 추가해 왔다. 통합된 것은 각국의 경제구조가 아니라, 경제구조의 차이에서 발생한 위험을 처리하는 제도에 가까웠다.

리콴유의 통찰은 유로화 자체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유럽이 높은 생활수준과 교육을 유지하더라도 미국·중국과 같은 거대한 단일국가에 비해 점차 작은 행위자로 밀려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유럽이 이민을 필요로 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Catch-22에 빠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가 바라본 핵심은 유럽의 즉각적인 빈곤화가 아니었다.

각국이 여전히 비교적 잘사는 사회로 남더라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통합하지 못하면 세계의 규칙과 기술을 결정하는 주체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AI 경쟁은 이 경고를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국가 단위에서 전력·컴퓨트·국방·산업정책과 자본시장을 연결할 수 있다. 반면 유럽은 공동의 AI 전략을 발표하더라도 실제 전력정책·인허가·조세·재정·노동법은 상당 부분 국가별로 분절돼 있다.

리콴유가 지적했던 다른 속도와 규율을 가진 국가들을 하나의 체제로 움직이게 하는 어려움이 이제는 국채와 환율을 넘어 데이터센터·전력망·AI 투자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9. 극우정당의 부상은 원인이라기보다 분배갈등의 증상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서 우파와 극우정당이 성장한 현상도 이러한 경제구조와 분리해 보기 어렵다.

독일 AfD의 정당득표율은 2021년 **10.4%**에서 2025년 **20.8%**로 두 배가 됐다. 프랑스에서는 2024년 총선 1차 투표에서 국민연합이 **29.3%**를 얻었고, 국민연합과 우파연합을 합하면 약 3분의 1의 득표를 기록했다.

참고자료: German Federal Returning Officer, 2025 Election; France Ministry of the Interior, 2024 Legislative Election.

물론 이를 경제적 불만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민·치안·문화적 정체성·EU 통합에 대한 반발도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저성장 환경에서는 이 모든 갈등이 더욱 격해진다. 성장할 때는 고령층의 복지, 노동자의 임금, 기업의 이윤, 이민자의 사회통합을 어느 정도 함께 충족시킬 수 있지만, 경제가 정체되면 모든 정책이 기존 소득을 둘러싼 제로섬 경쟁으로 바뀐다.

Low Growth → Distribution Conflict ↑ → Political Fragmentation ↑ → Reform Difficulty ↑ → Lower Investment → Lower Growth

고령화로 이민자가 필요하지만 이민 확대는 극우정당의 지지를 높일 수 있다. 복지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복지축소는 좌우 양쪽의 정치적 반발을 부른다. 기업과 인재를 붙잡기 위해 세금을 낮춰야 하지만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세수 확보가 더 중요해진다.

유럽은 서로 충돌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극우정당의 부상은 유럽 경제를 망가뜨린 최초의 원인이라기보다 기존 정치가 성장과 분배, 이민과 고령화의 균형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결론: 유럽은 무너지기보다 상대적으로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이 곧 붕괴하거나 AI 경쟁에서 완전히 탈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럽에는 ASML을 비롯한 반도체 장비기업, Siemens와 Schneider Electric 같은 산업자동화·전력기업, 강한 제조업 기반, 우수한 연구인력과 높은 가계저축이 존재한다. 프랑스의 원전과 저탄소 전력은 AI 데이터센터 유치에서 분명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은 산업용 AI·로보틱스·자동차·에너지 관리·제약과 과학 분야에서 상당한 생산성 향상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와 투자속도가 유지된다는 Base Case에서는 유럽이 Frontier Model과 Cloud·Compute를 지배하는 지역으로 부상하기보다, 미국산 AI 인프라를 활용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방어하는 지역에 머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유럽의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는 붕괴보다 상대적 후퇴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더 많은 자본을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AI 모델에 투입하고 그 투자에서 발생한 이익을 다시 다음 인프라에 투입한다. 반면 유럽은 연금·의료·국방·에너지 보조금과 이자비용을 부담한 뒤 남은 재정공간 안에서 AI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US·China: Capital → Power·Compute → AI Growth → Profit·Tax Base → Reinvestment

Europe: Welfare·Interest·Defence ↑ → Fiscal Space ↓ → AI Investment Delay → Talent·Technology Outflow ↑ → Growth Leakage

재정적자가 확대될수록 국가별 경제력의 차이는 유로화라는 단일 환율 아래에서 국채금리와 신용비용, 긴축부담의 차이로 나타날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더 강한 공동재정과 부채의 공동부담이 필요하지만, 이는 다시 국가 간 정치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유럽의 근본적인 문제는 복지국가를 선택했다는 데 있지 않다.

복지국가를 유지하려면 더 높은 생산성이 필요한데, 기존 복지체제를 지키는 데 자본과 정치적 역량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면서 그 생산성을 만들어낼 전력·AI·기업·인재 투자가 늦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모순을 장기간 가릴 수 없다.

AI는 소프트웨어처럼 국경을 넘어 확산되지만, 그 AI를 생산하는 전력·컴퓨트·데이터센터·클라우드·자본과 고급인재는 특정 국가와 기업에 귀속된다.

유럽 국민과 기업도 AI를 사용하겠지만 핵심 인프라와 기업을 소유하지 못한다면 생산성 향상의 과실 중 상당 부분을 해외 플랫폼에 지불하게 된다. 여기에 유럽에서 교육받은 인재와 유럽에서 시작된 기업마저 미국으로 이동한다면, 미래의 기업이익과 시장가치·세수까지 함께 이전된다.

유럽은 AI를 사용하지 못해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AI를 사용하는 시대에도 전력·컴퓨트·클라우드·모델과 인재를 충분히 소유하지 못함으로써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유럽에 남는 것은 높은 사회비용과 공공부채, 국가별 재정갈등, 값비싼 에너지와 수입한 AI 서비스가 되고, AI가 만들어내는 초과이익과 미래 세수는 미국과 일부 선도기업에 더욱 집중될 수 있다.

리콴유가 오래전에 예상한 것처럼 유럽은 여전히 교육수준이 높고 상당히 풍요로운 지역으로 남을 수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기술과 산업질서를 결정하는 동안, 유럽은 그 질서를 만드는 주체가 아니라 규제하고 수입하며 비용을 분담하는 지역으로 점차 밀려날 수 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Public Debt의 사회화와 AI 성장 과실의 집중화가 가장 선명하게 나타날 수 있는 지역이 바로 유럽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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