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3일 일요일

일기장







어렸을 적 우리 동네는 자연 경관이 꽤 예쁜 동네였었다.

동네 주민 중에 나무,꽃을 가꾸길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장미, 해바라기, 분꽃. 채송화 등이 항상 피어있었다.

나무 꽃과 함께 동네에는 곤충도 많이 있었는데, 나는 곤충들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했었고, 나무를 타는 것도 좋아했었던 아이였다.

개미, 귀뚜라미, 무당벌레, 메뚜기, 잠자리,나비 등 살아 움직이는 작은 곤충들은 죄다 잡으려고 했었던 것 같다. (가끔 두더지도 봤었다)

잡아 놓고 유심히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었던 적도 많고, 동네 친구들끼리 누가 더 많이 곤충을 잡나 경쟁도 많이 하며 시간을 보냈었던 것 같다.

그때는 항상 웃고 다녀서 주변 동네 어른들이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맨날 사줬었는데..
어느날 어머님은 날 데리고 에버랜드에 갔었는데, 못에 있는 금붕어를 관찰하다가 순간 금
붕어를 잡고 싶어 못에 뛰어들었던 적도 있었다.

어머님은 깜짝 놀라 달려오시며 나를 구해주셨는데 생각보다 못이 깊지 않아서 다행이었었다고 하신다.. (죽을뻔..)

그렇게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곤충을 갖고 노는 것에는 관심이 점점 멀어지고 학업 성적 등수라는 미친 Race에 동참하게 됐었다.

운이 좋게 첫 중학교 시험을 잘 봐서 욕심이 점점 나서 그랬는진 몰라도 학교 성적이라는 미친 Race에 참여하게 됐었다.

그 당시 나는 공부 뿐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여러 구기종목을 상당히 좋아했었고 가만히 앉아 수업을 듣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워 어머니께 자퇴를 구걸(?) 한 적도 여럿 있었지만, 결국 자퇴는 하지 못했었고 계속해서 시험 기간마다 미친 성적 Race에 동참하곤 했었다. 

학창 시절 나는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콤플렉스? 같은 것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시험 기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구기종목 스포츠, 게임을 자제했고 시험 공부에만 매진했었다..

그러다 한번은 중학교 2학년 여름 기말고사 시험기간 하교 길 중에 왠 낯선 닭 한 마리가 눈앞에 나타났었다.

다음날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빨리 집에 가서 쪽 잠을 자고 시험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나와 친구들은 그 닭 한 마리를 뒤쫒기 시작했었다.

막상 닭을 잡으려니까 닭이 좀 무섭게 보였었는데, 또 닭이 잡힐 듯 잡힐 듯 안 잡히니 오기가 나서 어느 산 비탈면까지 따라가 산속에 버려져있던 목장갑을 끼고 닭의 날개 움켜쥐어 결국 닭을 잡았었다.

막상 잡고 나니 이 닭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리둥절해 있던 찰나, 동네 닭을 잡아 주었던 가게(?)가 떠올랐었다.

닭의 날개를 꾹 잡고 큰 도로를 지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견딘 채(?) 그 닭 가게에 도착했는데, 닭 가게 아저씨가 닭이 도축(?)하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하셨었다.

다시 이 닭을 어떻게 할까 친구들과 고민하다가 인근 뒷산에 그냥 풀어줘 버렸었다.

뒷산에서 바라본 해는 뉘였뉘였해지고 있었고, 노을이 참 예뻤었다..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었고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집에 막상 도착하니 내일 있을 시험은 글러 먹겠구나.. 라고 생각 하고 저녁을 먹고 잠들기 전에 시험공부를 잠깐 했는데, 하는 내내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었다.

닭을 쫒지 말았어야 했는데.. 바로 집으로 달려와서 공부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밤새 졸며 시험공부를 했었는데 막상 다음날 생각보다 시험은 쉽게 출제 됐었고, 점수 또한 그리 나쁘지 않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런 미친 Race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계속되었었고 대학교 입시가 시작되는 2학년 때 어느 순간 나는 미친 성적 race의 끈을 놓기 시작했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미친 성적 Race를 그만둘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어느 순간 하기가 싫어졌었다.

내신성적, 수행평가 같은 평가 지표들이 다 부질없게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원하는 게임도 많이 하고, 내가 좋아하는 수영도 하러 다니고, 농구도 많이 하고, 그 동안 무서워서 피해 다녔던 여학우(?)들과도 이야기도 나눠보고, 어렸을 적 즐겨 치던 피아노도 손가락이 저려올 때까지 치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하고 그동안 까칠했던 내 성격도 점점 온화(?)해 져갔었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대학교에선 아예 학교 수업은 개나줘버라리라는 식으로 도서관에서 주구장창 책만 읽었었다.

학사경고를 면할 수 있을 만큼만 수업을 들었는데, 학교 캠퍼스를 가로질러 걷는 도중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대학 강의 시간 내내 따로 가져온 책만 읽었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도 내내 책을 읽으며 갔고 그냥 대학생 시절 내내 책만 읽었다.

대학교 시험 기간이 꽤 골치가 아팠는데, 시험 범위를 아예 모르거나 시험 일정을 아예 까먹었던 적도 여럿 있었다. F를 맞게 되면 이 지겨운 수업을 또 들어야 했었기 때문에 시험은 치뤘어야 했었다..

어느 날 대학교 학과장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여쭤보셨었다

"우리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니..? 너희들의 의견을 좀 말해줬으면 좋겠어"

속으로 생각했었다.

(날 좀 이제 그만 괴롭혀주세요.. 과제, 중간,기말고사, 쪽지 시험 등으로 날 귀찮게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공부를, 내가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끔 내 시간을 뺏지만 말아주세요..  왜 자꾸 저를 여기저기 끼고 다니면서 소중한 시간을 뺏죠?)

(난 그저 당신 내 졸업 증명서가 필요한 것 뿐인데..)

참 다행이었던 점은, 내 전공이 금융이었다는 것이다. 

원래 경영, 투자, 금융, 경제 쪽에 관심이 많아 이쪽 책을 이것저것 많이 읽어두고 귓등으로 주워들은 것이 많아서 따로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어느 정도(?) 시험 성적은 나왔던 것
으로 기억한다.

당황스러웠던 적은 대학교 과제 발표 시간이었었다.

다들 정해진 답변에 맞춰 PPT발표를 하곤 했지만, 나는 대학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고 혼자 공부했었기 때문에 혼자서만 별난 PPT발표를 하기 일쑤였었고, 교수도 처음 보는 PPT 발표 답변에 적잖이 당황하셨던 적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과 교수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서로 다른 적도 많았었고 
굳이 내 의견을 굽히지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회계는 학교 수업을 따로 듣지 않았었는데, 기업을 분석하던 도중 떠오르는 수많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CPA 회계 과정을 듣거나, 인터넷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니 딱히 학교 수업이 필요 없게 느껴졌었던것 같다..

재무도 자꾸 말도 안되는 상식에 벗어난 공식들이 눈에 거슬려서 자꾸 파고파고 파다보니 어느 순간 학교수업에서 중첩되는 내용들이 꽤 많아졌었고..

마케팅 수업을 어쩔 수 없이 듣게 된 적이 있었는데 나와는 정말 맞지 않는 수업이었었다.

 F만 안 맞으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학기말 마지막 대학교 강의었었다.

그 때, xx증권사 마지막 임원 면접을 앞두고 있었는데, 마케팅 담당 교수님이 xx증권사 대표랑 '친한'친구라며 수업 시간에 나에게 "내가 추천해줄까?"라고 하셨었다.

"괜찮습니다" 라고 짧게 대답했었다.

그러자 교수님이 "젊은 친구가 간절함이 부족하군. 이럴 땐 무조건 해 달라고 대답해야지"

"제가 부탁 드리면 해주실 껀가요?"

"아니, 됐어"

(-ㅅ- 뭐하로 애초에 말을 꺼내신 것 일까 )

그 마케팅 수업은 D를 맞았다.

관심 없는 교양 시험 공부를 했을 때는 정말 너무너무 괴로웠었다..  평소에 주구장창 즐겁게 읽던 글자들도 이상하게 시험 공부 준비로 읽는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괴로웠었다..

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토익시험을 봤었어야 했다.

난생 처음 토익 책을 펼쳤을 때도 너무 너무 괴로워서 정말 힘들었었다. 하루에 30분 토익공부를 하는데 정말 진이 다 빠졌었다.

(솔직히, 방학 때마다 날라왔던 학교 성적표는 국가장학금만 받으면 되는 수준(B-이상)만 되면 나에겐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성적만 확인하고 찢어서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버렸고 토익성적표를 받아 보고는 그 다음부턴 평생 쳐다도 안보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내가 받았던 공교육은 나에게 있어선 학대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 오랜 기간 동안 내 소중한 유년 시절(?)을 앗아간 '교육'이라는 폭력은 나에게 원치도 않는 지식을 억지로 강제하는..  자유를 억압하는 제대로 사고 할 수 없게 끔 나를 질식 시키는 그런 것(?)이었다..

내가 볼 때는 학창 시절 강압 받는 공부를 하지 않고 그 귀중한 시간에 차라리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소중한 유년 시절 추억을 쌓거나,(닭을 잡거나..) 자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 대해 알아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앞으로의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훨씬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반면, 학창 시절을 지나 대학교를 졸업해 사회에 나올 시기 동안 그 성적이라는 것에 목메며 공부만 했던 친구들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내가 바라볼 때 이들은 수동적인 태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며 주체성을 잃은 채 항상 자기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도움을 요청하곤 한다.. 

모든 행동에는 정답이 있는 것 마냥 Yes or No 이중적인 잣대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들면 안되는 것 같은데..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문제지 정답 맞추듯이 '옳다, 그르다' 단 두 가지 선택지만 놓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

모험을 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 하며, 안정적인 삶 만을 추구하는, 자신이 무엇을 할지 모르고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하게 되는, 누군가에게 쉽게 의지하려고 하며, 쉽게 포기해버리는, 주체성을 잃은 삶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댓글 1개:

  1. 반면, 학창 시절을 지나 대학교를 졸업해 사회에 나올 시기 동안 그 성적이라는 것에 목메며 공부만 했던 친구들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이 문장이 참 공감이 많이 되네요. 저 또한 그런 부류인 것 같아 서글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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