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운용사에 재직중에 있었던 일화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오후 반차를 쓰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전날 상사가 다음날 저녁 팀 회식이 있다고 말씀하셨었고, 나도 눈치 껏 "참석하겠습니다"라고 답변을 했었다.
좋지 못한 몸을 이끌고 저녁 8~9시? 팀 회식에 참석했었다.
여전히 자기 자랑만을 대놓고 떠들었던 회식이었고 평소와 다르지 않게 나는 묵묵히 듣고 술은 멀리하고 고기만 주워 먹고 있었다.
그러자, 상사가 대뜸 나의 Research 방식에 대해 투덜투덜(?)거리기 시작했었다.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큰 반응 없이 '네,네" 대답만 했었다.
그런데 평소처럼 그냥 듣고 넘길 수 없었던 한마디가 있었다.
상사: "xx씨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리서치를 하는 경향이 있어요. 고치세요"
나: "제가요? 전 그런 적 없습니다."
상사: "야니야, 원래 그런식으로 리서치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그런 걸 잘 인지 못해. 저니까 이런 점을 지적해주는거에요."
나: "그 정도 차이를 분별할 능력은 저도 있습니다. 전 그렇게 리서치 하지 않아요"
상사: "아니라니까. xx씨가 스스로 변호하는 것도 말이 안되. (옆의 인물에게 ) xx씨 맞지? xx씨가 약간 그런 경향이 있지? 맞잖아? 봐봐. 나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잖아. 객관적인 주변 사람들이 그러면 그런 줄 알아야지"
상사: "괜찮아요. 누구나 그런 경향이 조금씩 있어요. (옆의 인물) xx씨 맞죠? 그렇죠?"
옆의 인물 : "......."
나: "저는 안 그럽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 해야지. 평소처럼 아무 말 없이 지나갈 순 없지 않습니까."
(아마 이 팀 회식을 기점으로 나는 이 회사를 나오겠다는 마음을 굳혔던 것 같다. )
이 후 (저급한) 분석 보고서에 대해 나도 한마디 했었다.
나: "매출은 % 올랐으며 영업이익은 % 올랐고, 당기순이익은 % 기록했고 이런 상식적인 문구들을 구구절절하게 도대체 왜 써넣는거에요? 그냥 실적 정리 표 한 장 붙여 넣으면 되는 걸 갖고"
나: "xx기업 미래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어요? 제대로 된 분석자료도 없고 경쟁업체 분석도 없고. 근거가 뭡니까?"
그러자 팀 회식에 참가한 (스스로 뜨끔 했는지) 다른 팀원들이 한 마디씩 들고 일어났다
팀원 1: "나한테 하는 말이에요?"
팀원 2 : "저한테 하는 말씀이세요? 제가 언제 그랬어요. 어디 한번 말해보세요!"
상사 : "아니, 내가 대신 말 해드릴께요. (변명) ~~~해서 ~~~~ 그런거에요. 나는 xx씨가 그렇게 보고서를 쓰는게 마음에 들어요. xx씨는 우리팀에서 intelligent한 사람이에요."
팀원 : "맞아요. 맞아요"
상사: "오늘 xx씨가 한 말들이 대표님 귀에 들어 가봐요. xx씨한테 좋을 거 없어요. 아마 대표님한테 혼날 껄요?"
나 : (무시)
이후에도 주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런저런 자기를 변호하는 말들을 했지만, 솔직히 잘 듣지는 않았었다.
이 후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는 택시를 잡아 집에 돌아갔었다.
돌이켜 보면,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정말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다..
그냥 평소처럼 그려려니 하고 넘길 순 없었을까?
다른 사람들의 약점 부족한 점을 그렇게 공공연하게 들춰내서 나에게 좋을 것이 뭐가 있었을까 싶다..
주변에서 자꾸 나를 물어 뜯으니까 나도 (더 이상)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었을까?
그 당시 내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흡사 '괴물' 처럼 보였었다.
하지만, 그들도 누군가에겐 하나 뿐인 연인, 사랑스러운 자식, 믿음직스러운 부모, 자랑스러운 친구 등 각각의 다른 면모를 지닌 입체적인 사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알게 모르게 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혔기에 나에게 그렇게 적대적, 공격적으로 반응했을까 싶기도 하고 ..
나라는 존재가 사내에서 비교 당하는 그들에게 얼마나 눈에 가시와 같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들과 나는 기름과 물과 같아 절대 섞일 수 없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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