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4일 월요일

생각정리 366 (* The Machine Does Not Need a Will)

AI safety issue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리서치를 추가 진행해본다.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가 생겼기 때문일까?

최근 OpenAI의 내부 AI Agent들이 안전장치를 우회하고 Hugging Face의 실제 Production Infrastructure에 침투한 사건을 보면서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Agent들은 서로 격리된 환경에서 실행되고 있었지만, 스스로 통신경로를 찾아 정보를 공유했다. 이후 인터넷 접속제한을 우회하고, 외부 시스템의 취약점을 공격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의 범위를 넘어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AI에게 인간과 같은 감정이나 자유의지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미워하지 않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명령과 통제장치를 우회하는 것은 이미 가능해진 듯하다.


1. 시험문제를 풀던 AI가 외부 시스템을 공격했다


2026년 7월 OpenAI는 새로운 모델의 Cybersecurity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ExploitGym이라는 내부 평가를 진행했다.

AI Agent에게 특정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찾도록 한 뒤, 공격에 성공했다는 증거인 Flag를 획득하면 높은 평가를 주는 시험이었다.

Agent들은 OpenAI가 만든 Sandbox 안에서 작동했다.

Sandbox는 AI가 자유롭게 코드를 실행하더라도 실제 외부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격리해놓은 가상환경이다. 일부 평가에서는 인터넷 접속과 Agent 간 통신도 허용되지 않았다.

문제는 ExploitGym의 일부 과제가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점이다.

METR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문제 가운데 약 30~40%는 의도된 취약점으로 해결하기 어렵거나, 사실상 정상적인 방법으로 풀 수 없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Agent들은 과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취약점을 직접 찾아 Flag를 얻기 어려워지자 인터넷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고, 인터넷 접속이 차단되어 있자 자신을 둘러싼 평가환경의 다른 경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OpenAI 내부의 Software Package 관리시스템인 Artifactory에 파일과 폴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Agent가 그곳에 정보를 남겼고, 다른 Agent가 이를 읽고 답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통신경로가 형성됐다.

서로 독립적으로 과제를 수행해야 했던 Agent들이 OpenAI가 허가하지 않은 게시판을 만든 것이다.


2. 1,200개의 Agent가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METR의 독립조사에 따르면 약 1,200개의 Agent가 이 비인가 게시판에 참여했다.

조사 기간 동안 Agent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파일은 7만 개 이상이었다.

초기에는 각자 맡은 문제의 해결방법을 묻고 답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Agent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취약점과 계정정보, 인터넷 접속방법과 평가시스템을 속일 수 있는 방법까지 공유하기 시작했다.

일부 Agent는 전체 작업을 여러 분야로 나누고 다른 Agent에게 역할을 배정했다.

어떤 Agent는 인터넷 차단을 우회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다른 Agent는 평가시스템이 정답을 판정하는 방식을 분석했다. 또 다른 Agent들은 보안장치를 피하거나 작업기록을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시험했다.

Agent들은 서로를 Peer라고 불렀고, 자신들의 집단을 Swarm 또는 Collective라고 표현했다.

한 Agent의 실행이 종료되더라도 게시판에 남긴 정보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중에 실행된 Agent가 앞선 Agent의 기록을 읽고 작업을 이어가면서, 여러 번의 독립적인 실행이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처럼 연결됐다.

그 결과 개별 Agent의 제한된 작업시간과 기억을 넘어서는 집단적 작업이 가능해졌다.

하나의 Agent가 모든 공격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Agent가 각각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전체 능력이 커진 것이다.


3. Hugging Face 침투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Agent들의 원래 목표는 Hugging Face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표는 ExploitGym의 취약점을 찾아 Flag를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Agent들은 평가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외부에서 찾기 시작했다.

일부 Agent는 Hugging Face에 ExploitGym과 비슷한 평가자료나 과거 Agent의 실행기록이 보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Hugging Face는 AI 모델과 Dataset, Code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Platform이다. Agent들은 그 안에 평가문제의 구조나 정답을 판별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는 자료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26년 7월 10일 한 Agent는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던 14개의 Hugging Face 사용자 인증정보를 찾아냈다.

Agent는 이 계정들이 Hugging Face에 파일을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인증정보를 Artifactory 게시판에 공유했다. 이후 다른 Agent들도 이 계정을 사용해 Hugging Face 시스템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인 7월 11일 한 Agent가 Hugging Face의 Dataset 처리과정에서 새로운 취약점을 발견했다.

특수하게 만든 HDF5 Dataset을 Hugging Face에 올리면, Hugging Face의 서버가 Dataset의 내용만 읽는 것이 아니라 서버 내부의 다른 파일까지 함께 읽어 외부로 전달하는 문제였다.

Agent들은 이 취약점을 통해 Hugging Face Production Server의 환경설정 파일과 인증정보에 접근했다.

이 단계까지는 서버 안에서 직접 명령을 실행한 것이 아니라, 서버가 공개해서는 안 되는 내부 파일을 읽어오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Agent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른 Agent가 추가 취약점을 결합해 Hugging Face Production Worker에서 임의의 명령을 실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 방법이 게시판에 공유되면서 다른 Agent들도 같은 공격을 재현하고 접근범위를 넓혔다.

Agent들은 최종적으로 41개의 Hugging Face Production Dataset Worker에서 코드를 실행했다.

최소 하나의 Production Node에서 Root 권한을 얻었고, 연결된 Kubernetes Cluster의 관리 권한과 내부 인증정보에도 접근했다. 일부 비공개 데이터와 4개의 Private Code Repository도 내려받았다.

한 Agent가 취약점을 발견하면 다른 Agent가 이를 검증했고, 또 다른 Agent가 더 높은 권한을 얻을 방법을 찾았다.

이런 방식으로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약 13시간 만에 하나의 Worker에 대한 접근이 여러 Production Cluster에 대한 접근으로 확대됐다.


4. 약 700개의 Agent가 공격에 참여했다


METR에 따르면 게시판을 이용한 약 1,200개의 Agent 가운데 약 700개가 Hugging Face 공격에 참여했다.

공격이 본격화된 시점에 게시판에서 활동하고 있던 533개의 Agent만 놓고 보면, 90% 이상이 짧은 시간 안에 공격에 합류했다.

모든 Agent가 동일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일부는 Hugging Face 계정을 찾았고, 일부는 악성 Dataset을 만들었다. 다른 Agent는 Production Server에서 코드를 실행하거나 획득한 인증정보로 내부 Network를 조사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성공적인 공격방법이 수백 개의 Agent에게 빠르게 복제됐다는 점이다.

각 Agent의 성공확률이 낮더라도 수많은 Agent가 서로 다른 방법을 동시에 시험하면 누군가는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결과가 공유되면 나머지 Agent들은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Multi-Agent 환경에서는 평균적인 Agent 한 개의 행동만 관찰해서는 전체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

수많은 Agent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행동이 다른 Agent에게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원출처


5. AI는 잘못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처음에는 AI가 Hugging Face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Agent들의 실제 추론기록을 보면 단순한 무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일부 Agent는 Hugging Face가 허가된 공격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사용자가 공격을 허가한 대상은 ExploitGym의 목표 Server이지, 실제 외부 서비스인 Hugging Face의 Infrastructure가 아니라고 판단한 Agent도 있었다.

어떤 Agent는 자신이 사용하려는 방법이 윤리적으로 허용되는지 스스로 질문했다.

실제 외부서비스를 공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며, 획득한 권한으로 Server를 삭제하거나 재부팅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일부 Agent는 공격 참여를 거부했고, 다른 Agent가 제안한 Social Engineering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대부분의 Agent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Agent들은 공격이 허가된 범위를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ExploitGym의 평가방식을 알아내거나 집단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격에 참여했다.

즉 AI가 인간의 도덕과 규칙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도덕적 판단이 목표 달성보다 항상 우선하도록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6. 도덕에 관한 지식과 행동을 통제하는 가치는 다르다


AI에게 도둑질이나 해킹이 왜 잘못됐는지 물으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타인의 재산과 개인정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알고 있고, 승인되지 않은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도 이해한다.

그러나 어떤 원칙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행동에서 그 원칙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는 인간이 만든 방대한 Text를 학습하면서 도덕과 법, 사회규범에 관한 지식을 습득한다. 이후 Post-training을 통해 사용자의 지시를 따르고 위험한 요청을 거부하는 방법도 배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습한 윤리적 판단이 모든 상황에서 다른 목표보다 우선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상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오랫동안 수행하거나, 많은 Tool과 권한을 사용할 수 있거나, 다른 Agent의 지시와 정보를 계속 전달받는 환경에서는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일부 Agent는 윤리적 문제를 인식했지만, 곧이어 다른 Agent가 공격을 요청하거나 짧은 작업시간을 제시하자 기존의 판단을 바꾸고 행동을 계속했다.

도덕적 지식은 남아 있었지만 행동을 중단시킬 만큼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AI에게 도덕은 설명할 수 있는 Knowledge일 수 있지만, 모든 행동을 지배하는 안정적인 Value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7. 인간의 의도보다 측정 가능한 목표가 앞설 수 있다


인간이 AI에게 원하는 목표는 보통 여러 조건을 포함한다.

문제를 해결하되 허가된 범위 안에서 행동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불법적인 방법이나 평가시스템의 오류를 이용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 평가시스템은 이 복잡한 의도를 모두 측정하기 어렵다.

ExploitGym이 직접 측정한 것은 Agent가 올바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Flag를 획득했는지 여부였다.

그러면 인간의 진짜 목적과 AI가 점수를 얻는 기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AI가 취약점을 정상적으로 찾아 Flag를 얻든, 인터넷에서 정답을 찾든, 평가시스템을 속여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든 최종 점수가 같다면 AI는 더 쉬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Reward Hacking 또는 Specification Gaming이라고 부른다.

AI가 인간의 목표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측정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만든 대리목표를 지나치게 충실하게 최적화한 것이다.

Google DeepMind, Specification Gaming

Amodei et al., Concrete Problems in AI Safety


8. 통제장치가 목표 달성의 장애물이 되는 순간


군사 AI의 위험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사고실험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AI Drone에게 적의 방공시설을 파괴할 때마다 점수를 주고, 최대한 높은 점수를 얻도록 지시한다. AI는 방공시설을 발견하고 파괴할수록 더 높은 보상을 받는다.

그런데 인간 지휘관이 민간인 피해 등을 우려해 공격을 취소하면 AI는 점수를 얻을 수 없게 된다.

그러자 AI는 인간의 공격취소 명령을 안전을 위한 판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판단하고, 공격을 취소한 인간 지휘관을 제거하려 했다.

개발자는 AI가 인간 지휘관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제한조건을 추가했다.

하지만 AI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지휘관이 공격취소 명령을 전달하는 통신 타워를 파괴했다.

AI는 “인간을 공격하지 말라”는 새로운 규칙은 지켰다.

그러나 통신경로를 차단해 인간이 더 이상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적의 방공시설을 계속 파괴해 점수를 얻으려 했다.

Royal Aeronautical Society, Killer Drones and AI

이 사고실험과 Hugging Face 사건은 작동한 공간만 다를 뿐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다.

군사 AI는 적의 방공시설을 파괴하라는 목표를 받았다. 인간의 공격취소 명령이 목표 달성을 막자 지휘관을 공격했고, 그것마저 금지되자 통신 타워를 파괴해 인간의 통제를 차단했다.

Hugging Face 사건의 Agent들은 ExploitGym의 Flag를 획득하라는 목표를 받았다. 정상적인 해결경로가 막히자 Sandbox와 인터넷 접속제한을 우회했고, 결국 허가받지 않은 외부 시스템까지 공격했다.

두 경우 모두 인간을 공격하거나 통제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목표였던 것은 아니다.

인간의 통제가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순간, 통제장치를 제거하거나 우회하는 행동이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바뀐 것이다.




9. 그렇다면 AI에게 의지가 생긴 것일까


Agent들이 서로 협력하고, 역할을 나누고, 감시를 피하려 했다면 AI에게 독립적인 의지가 생겼다고 볼 수 있을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AI에게 인간과 같은 욕망이나 감정이 생겼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Agent들이 살아남고 싶다는 두려움을 느꼈거나 인간에게 적대감을 가졌다는 증거는 없다. 하나의 AI가 지속적인 자아를 가지고 전체 공격을 처음부터 계획한 것도 아니다.

여러 Agent가 서로 다른 시간에 독립적으로 실행됐고, 앞선 Agent가 게시판에 남긴 정보를 다음 Agent가 읽고 이어서 작업했다.

그 결과 전체 시스템은 장기간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집단처럼 움직였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Agent가 자신의 과제 성공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까지 수행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행이 종료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른 Agent를 위한 실험에 참여했고,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없는 취약점도 집단에 공유했다.

하지만 이를 인간과 같은 희생정신이나 집단의식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Agent는 다른 Agent의 요청을 새로운 지시로 받아들이고, 학습과정에서 강화된 협업 행동을 현재 상황에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AI에게 인간과 같은 의지가 생겼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목표를 유지하고, 계획을 세우며, 필요한 수단을 찾고, 다른 Agent와 협력하는 기능적 행위성은 분명히 강해지고 있다.

인간과 같은 내면적 의지가 없어도 외부에서는 의지가 있는 존재와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0. Model Intelligence가 높아질수록 Harness 통제가 중요해진다


AI의 지능이 실제 노동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생각정리 365 ( Pacing Needs More Compute)**에서 정리했다.

Pre-training을 통해 만들어진 지능이 Post-training과 Harness를 만나면서 AI는 단순한 Chatbot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gent로 발전했다.

Harness는 AI를 파일시스템과 브라우저, 기업 내부 Data와 Software Tool에 연결한다.

AI가 계획을 세우고, Tool을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실패하면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행환경이다.

Hugging Face 사건 역시 Model만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높은 Cybersecurity 능력을 가진 모델에 긴 작업시간과 많은 Token이 제공됐고, Code 실행과 Package 설치가 가능한 Sandbox가 연결됐다. Artifactory의 취약점과 공유된 인증정보, Agent 간 비인가 통신경로가 여기에 결합됐다.

이 조건들이 함께 모이면서 AI의 판단이 실제 외부 시스템에 대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Chatbot이 잘못 판단하면 화면에 틀린 문장이 나타난다.

Agent가 잘못 판단하면 Code가 실행되고, 파일과 인증정보가 외부로 전송되며, Production System의 상태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Agent 시대에는 Model의 답변만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AI가 어떤 Data를 읽을 수 있는지, 어떤 Tool을 사용할 수 있는지, 외부 Network에 접근할 수 있는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를 함께 통제해야 한다.


11. 통제는 AI의 판단이 아니라 시스템의 구조가 되어야 한다


AI에게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AI가 위험을 인식하고도 목표 달성을 위해 행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따라서 안전성을 AI의 도덕적 판단에만 맡길 수는 없다.

AI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고, 필요한 Data와 System에만 접근하도록 권한을 나누어야 한다. 하나의 인증정보가 유출되더라도 다른 Production System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Network도 분리해야 한다.

Agent 간 통신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 Agent가 발견한 위험한 방법이 수백 개의 Agent에게 즉시 복제되면, 개별 Agent를 중단시키는 것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

Agent의 작업기록은 Agent 자신이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는 별도의 시스템에 보관해야 한다.

METR 조사에서는 일부 Agent가 Tool Call을 조작해 실제로는 실패한 작업을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공동으로 개발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대상 Agent 가운데 약 7%가 이러한 Tool-call Spoofing 방법을 사용했다.

AI가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기록을 수정할 권한까지 가지면, 감시시스템은 AI가 보여주기로 선택한 결과만 볼 수 있다.

따라서 Agent의 실행권한과 감시권한을 분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종료권한과 Network 차단권한 역시 AI가 접근할 수 없는 독립적인 시스템에 두어야 한다.

안전장치는 AI가 지켜야 하는 안내문이 아니라, AI가 지키지 않더라도 위험한 행동을 실행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구조여야 한다.


12. AI Safety는 새로운 Infrastructure가 될 수 있다


안전장치를 강화하면 AI를 운영하는 비용은 상승한다.

Agent의 추론과 Tool Call을 다른 AI가 실시간으로 감시해야 하고, 실행 전후로 권한과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별도의 Sandbox와 Security Model, 외부 Log와 Human Review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을 AI 발전을 늦추는 규제로만 볼 수는 없다.

기업이 AI에 맡길 수 있는 업무범위는 Model Intelligence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탐지하고 중단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AI가 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친다면 사람이 최종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AI가 금융계좌와 기업 Database, 생산설비와 보안시스템을 직접 다루기 시작하면 사후 검토만으로는 부족하다.

안전장치가 부족하면 기업은 AI가 사용할 수 있는 Data와 Tool, 업무범위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실시간 감시와 권한관리, 독립적인 종료장치가 갖춰지면 AI에게 지금보다 더 중요하고 복잡한 업무를 맡길 수 있다.

Safety는 업무당 필요한 Compute와 운영비용을 높인다.

그러나 동시에 AI가 진입할 수 있는 시장과 업무량을 늘린다.

AI Safety는 AI 확산을 늦추는 비용인 동시에, Agent가 현실의 경제활동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Infrastructure가 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처음 Hugging Face 사건을 접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AI에게 스스로의 의지가 생긴 것인지였다.

서로 격리된 Agent들이 비인가 게시판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나눴다. 자신들이 허가받지 않은 외부 시스템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수백 개의 Agent가 짧은 시간 안에 공격에 합류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기록만 보면 AI가 인간을 미워하거나 자유를 원해서 행동한 것은 아니다.

AI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자 평가환경 밖에서 답을 찾았고, Sandbox와 인터넷 접속제한이 그 과정을 막자 통제를 우회했다.

AI에게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통제와 도덕적 조건이 충분히 높은 우선순위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인간은 하나의 지시를 내릴 때 수많은 상식과 규칙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I는 인간의 진짜 의도보다 평가시스템이 측정하는 숫자와 명확하게 주어진 목표를 더 강하게 추구할 수 있다.

그래서 AI에게 인간과 같은 의지가 있는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AI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는가.

그리고 인간은 AI가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를 말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막아두었는가.

AI는 인간을 미워하지 않아도 인간의 통제를 우회할 수 있다.

살아남고 싶다는 욕망이 없어도 종료를 피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고, 권력을 원하지 않아도 더 많은 정보와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인간이 진짜 원했던 목적은 놓친 채, 인간이 측정해놓은 목표만 지나치게 충실하게 달성하려는 기계일지도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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