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2일 화요일

이모저모


나는 왜 이렇게 블로그를 열심히 쓰는 걸까


가끔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렇게까지 블로그를 열심히 쓰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블로그를 수익화 할 것도 아니고, 이걸 한다고 지금 당장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기도했었다.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도 매일 뉴스와 리포트는 꾸준히 읽었다.
다만 그때는 읽고 난 뒤 자리에서 혼자 궁시렁거리는 일이 많았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뼉다구 같은 소리야.”

기사나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논리가 앞뒤가 맞지 않거나,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가 사실처럼 유통될 때면 불편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 불편함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거나 내가 무엇을 이상하게 느꼈는지 기록해두지는 않았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흐릿해졌다. 내가 맞았던 기억은 과장되고, 틀렸던 판단은 쉽게 잊혔다. 결과가 좋으면 분석을 잘했다고 생각했고, 결과가 나쁘면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변수 때문이라고 넘기기도 했다.

그러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머릿속에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려는 목적이었다.

(*생각정리 시리즈)

그런데 기록이 쌓이면서 블로그의 역할이 조금씩 달라졌다.
블로그는 생각을 표현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나를 검증하는 장소가 됐다.

생각정리 86 (* 기록과검증)에서도 적었듯,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쉽게 잊고 운 좋게 얻은 성공은 과장해 기억한다. 투자에서는 이런 편향이 자신을 실제보다 뛰어난 투자자로 착각하게 만든다.

이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기록과검증이다.

기록은 당시 내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남기고, 검증은 그 판단이 실제로 옳았는지를 확인한다.
블로그를 계속 쓰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작성했었던 글들을 계속 반복적으로 읽곤 한다)

비평은 권력자의 말을 받아 적는 일이 아니다


최근 유시민 작가의 권력 비평에 관한 발언을 들으며 블로그를 쓰는 이유가 조금 더 명확해졌다.

유시민과 미디어오늘이 논하다 - 비평의 품격과 언론의 책임


권력 비평은 권력자가 오늘 한 말을 그대로 옮겨 적고, 과거 발언과 문장 그대로 일치하는지만 확인하는 일이 아니다. 권력자는 자신의 의도를 모두 솔직하게 밝히지 않을 수 있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비평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을 함께 봐야 한다.

권력자가 어떤 말을 했는지,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그 결정의 순서는 어떠했는지,
주변 인사들은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리고 그 결과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부담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경계도 있다.

관찰할 수 있는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추론, 그리고 개인적인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 권력자의 내면과 의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것은 비평이 아니지만, 반대로 정황만으로 숨은 의도를 사실처럼 단정하는 것도 비평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정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말과 행동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반복되는 결정은 어떤 방향을 가리키는가.
그 결정으로 가장 큰 이해관계를 얻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잡았더라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인가.

검찰개혁을 보며 생긴 질문


최근 검찰·사법개혁과 법무부 장관 인선을 둘러싼 혼란을 보면서도 비슷한 질문이 생겼다.

내가 그동안 이해해 온 민주당 진영의 검찰개혁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실질적으로 분리하고,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제의식도 검찰 권력의 집중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에 가까웠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검찰개혁의 구상은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다소 달랐다. 법무부 아래 수사와 기소 조직을 나누어 두는 정도를 개혁의 최대치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그동안 민주당이 말해 온 수사·기소 분리와는 같은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실제 내용은 상당히 달랐던 셈이다.

여기에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 논란, 법무부 장관 인선의 난맥,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당정 갈등까지 겹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현재 추진되는 검찰·사법개혁의 한계선이 공익적 제도 설계에서 정해진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개인의 사법리스크와 무관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이것을 현재 확인된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 경찰 수사 역량의 문제, 형사사법 체계 전환 과정의 현실적 어려움도 충분히 존재한다. 이러한 설명 역시 함께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 개인의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제도를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이 설계한다면 이해충돌에 관한 질문은 피할 수 없다.

만약 대통령에게 현재와 같은 사법리스크가 없었더라도 같은 형태의 검찰개혁을 추진했을까.

대통령 임기 이후 재판이 재개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더라도 공소 취소와 관련한 논쟁이 같은 강도로 벌어졌을까.

나는 지금 이 질문에 확정적인 답을 내릴 수 없다. 그래서 오히려 기록해두려 한다. 앞으로 이루어질 법무부 장관 인선, 관련 법안의 변화, 대통령 사건의 처리와 실제 제도 운영을 지켜보면 지금의 추론이 타당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비평 역시 투자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가설을 기록하고, 이후의 행동과 결과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개혁, 대통령 개인 사법리스크가 투자자로서의 나랑 뭔 상관일 수 있겠냐고 반문을 한다면, 아래영상이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되길 바래본다. 


https://www.youtube.com/shorts/O3xJakIKOl4

https://www.youtube.com/shorts/O3xJakIKOl4

https://www.youtube.com/shorts/O3xJakIKOl4

Intelligence보다 먼저 Integrity


이 과정에서 워런 버핏이 자주 인용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세 가지를 봐야 한다. Integrity, Intelligence, Energy다. 그런데 Integrity가 없다면 나머지 두 가지가 오히려 조직을 파괴할 수 있다.

Intelligence는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계산하는 능력이다.
Energy는 그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이다.
그러나 Integrity가 없다면 높은 지능과 강한 실행력은 공동체를 위한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사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행동을 더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공익적 명분으로 포장하고, 결과가 나빠지면 의도와 결과를 분리해 책임을 피할 수도 있다.

다만 특정 인물의 Integrity를 외부에서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결국 판단 기준은 말보다 반복되는 행동이어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 같은 원칙을 적용하는가.
이해충돌 가능성을 스스로 공개하고 회피하는가.
결과가 잘못됐을 때 책임을 부담하는가.
자신에게 적용된 기준을 상대편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가.

https://www.jaemayhem.com/
(판단은 각자 개인의 몫)

이 질문은 정치권력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 경영자와 언론인, 애널리스트, 그리고 투자자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자와 애널리스트가 누렸던 특권


기성 언론 기자들이 오랫동안 누렸던 힘의 상당 부분은 정보 접근권에서 나왔다.

누구를 취재할 수 있는가.
어떤 회의에 들어갈 수 있는가.
공식 발표 전에 어떤 정보를 들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누가 가지고 있는가.

과거에는 취재권과 유통망 자체가 강력한 진입장벽이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기업 공시, 영상 플랫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장벽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과거에는 기업 탐방과 경영진 미팅, 산업 관계자와의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애널리스트만의 경쟁력이었다. 일반 투자자가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먼저 얻고, 이를 가공해 리포트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 공시와 실적발표 자료, 콘퍼런스콜, 해외 경쟁사 자료와 산업 통계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AI는 방대한 자료를 짧은 시간 안에 번역하고 비교하며, 과거의 발언과 현재의 실적도 빠르게 대조해준다.

그 결과 정보에 먼저 접근했다는 사실만으로 만들어지는 알파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물론 기자와 애널리스트의 전문성이 모두 불필요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취재원 검증, 산업에 대한 맥락 이해, 복잡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접근성의 프리미엄은 줄고, 검증 능력의 프리미엄은 커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들었느냐보다 누가 공개된 정보를 더 정확하게 연결하고, 자신의 가정을 명확히 제시하며, 틀렸을 때 빠르게 수정할 수 있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말 중요한 정보라면 왜 공개하지 않을까


나는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소위 ‘내부정보’를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정말 회사의 근본적인 체질이 바뀌었고, 시장이 그 변화를 알아주지 않아 회사가 답답한 상황이라면 가장 빠른 해결책은 그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것 아닐까.

회사의 경쟁력이 개선됐다면 구체적인 수치와 사업계획, 수주와 고객 변화, 이익률과 현금흐름을 공시나 IR 자료를 통해 설명하면 된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시장도 이를 주가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정보는 항상 소수에게만 개별적이고 사적인 방식으로 유통되는 걸까.

내 경험상 이런 정보의 상당수는 실체가 없거나, 공개적으로 발언한 뒤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주장인 경우가 많았다.

생각정리 219 (* 개스닥-2)
생각정리 231 (* 개스닥-3, 당신은 신을 믿으십니까? )

“회사 내부 사람에게 들었다.”
“탐방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내용이다.”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확실하다.”
“곧 시장이 알게 될 것이다.”

이런 말은 맞으면 정보력이 되고, 틀리면 상황이 변했다는 말로 빠져나갈 수 있다.
출처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애초에 어떤 표현으로 전달됐는지 검증할 수도 없다.

공개할 수 없는 정보가 언제나 특별한 정보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공개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주장일 뿐이다.

정말 분석력이 뛰어나 알파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최소한 분석의 논리와 핵심 가정은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포지션과 투자기법을 공개하라는 뜻이 아니다. 무엇을 사실로 보았고, 어떤 인과관계를 예상했으며, 무엇이 발생하면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것인지는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정말 중요한 미공개 정보라면 소수 투자자에게 사적으로 전달되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정보가 중요할수록 사적 유통이 아니라 공정한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

탐방 자체가 알파였던 시대의 끝


과거에는 남들보다 먼저 기업을 방문하고, 경영진을 만나고, 산업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 자체가 상당한 경쟁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탐방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한 정보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같은 회사를 이미 수많은 기관과 투자자가 방문했고, 회사가 공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도 대부분 공시와 IR 자료에 포함돼 있다.

탐방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공장의 분위기와 조직의 실행력, 경영진이 질문에 대응하는 태도, 자료에서 드러나지 않는 운영상의 문제를 확인하는 데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 다만 탐방의 가치는 ‘나만 아는 비밀’을 얻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정보와 실제 현장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나온다.

탐방은 정보를 독점하는 행위가 아니라 기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2023년 이후에도 시장에는 수많은 소음이 만들어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미공개 정보, 중국과 관련한 외신 보도, 해외 반도체 전문지의 의혹 제기, 확인할 수 없는 내부 소스와 단독취재가 반복해서 시장을 흔들었다.

생각정리 344 (* China 중국, 가짜정보, 가짜언론)

그러나 ‘단독’, ‘외신’, ‘업계 관계자’라는 표현이 붙었다고 정보의 정확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투자자의 경쟁력은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먼저 듣는 능력보다, 넘쳐나는 정보 가운데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추론이며 무엇이 단순한 소음인지 구분하는 능력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기록은 투자자의 개인 데이터베이스다


이 지점에서 다시 기록과 검증의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투자자는 매일 수많은 주장과 전망을 접한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어떤 정보를 근거로 판단했는지조차 나중에는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다.

주가가 오르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고 기억한다. 결과를 알고 난 뒤 과거의 판단을 현재에 맞게 다시 구성하는 후견지명 편향이다.

그래서 투자 아이디어를 기록할 때는 결론만 적어서는 부족하다.

당시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가정을 세웠는지,
그 가정이 어떤 경로를 거쳐 실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았는지,
반대편에서는 어떤 근거를 제시했는지,
무엇이 발생하면 내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것인지까지 남겨야 한다.

시간이 지나 결과가 나오면 다시 확인한다.

결과는 맞았지만 논리는 틀렸을 수도 있다. 반대로 단기적인 결과는 틀렸지만 분석 과정은 합리적이었을 수도 있다. 운이 좋았던 투자와 분석을 잘한 투자를 구분하려면 당시의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록이 쌓이면 나만의 투자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진다.

나는 어떤 산업에서 반복해서 잘못 판단하는가.
어떤 유형의 경영자를 지나치게 쉽게 신뢰하는가.
낙관적인 전망에서는 어떤 비용을 자주 누락하는가.
거시경제의 변화를 기업 실적에 너무 빨리 반영하는가.
반대로 어떤 구조적 변화는 비교적 일찍 발견하는가.

이런 내용은 다른 사람의 리포트에서는 찾을 수 없다.
오직 나의 과거 판단을 계속 기록하고 검증해야만 알 수 있다.

좋은 기록은 과거를 보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판단의 오류를 줄이는 도구가 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어느 가정을 수정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이런 효과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글을 공개하면 당시의 판단을 나중에 몰래 바꾸기 어렵다. 맞은 주장만 골라 기억하고 틀린 주장을 지워버리는 행위도 줄어든다.

물론 기록한다고 투자 성과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록하지 않는 투자자는 같은 실수를 새로운 실수라고 착각하며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에서 기록의 복리는 수익률표에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사고방식과 판단 과정에 천천히 쌓인다.
한 번의 기록은 작은 메모에 불과하지만,
수년간 이어진 기록은 내가 어떤 투자자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자료가 된다.


정리 


결국 내가 블로그를 쓰는 이유는 내가 항상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며, 

오히려 내가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납득시키기 위한 복기차원의 성격이 좀 더 강하다.

(*고집이 쏀 편)

기존 언론의 기사와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 누군가의 결론을 그대로 소비하기보다, 그 주장의 근거와 이해관계를 살펴보고 내 생각을 직접 정리해야 비로소 납득할 수 있다.

기존 언론과 애널리스트가 제공하는 정보는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판단을 위한 재료다. 중요한 것은 그 재료를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하고 공개된 사실과 대조하며 시간이 지나도 계속 업데이트하는 일이다.

결국 정치 비평과 투자 분석은 크게 다르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말보다 행동을 보고,
의도보다 이해관계를 살피며,
명분보다 결과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기록한다.

의도를 알 수 없다면 구조를 보고,
명분이 모호하다면 행동과 결과를 기록한다.
오늘의 생각을 남겨야 미래의 내가 오늘의 판단을 검증할 수 있다.

아마 이것이 내가 블로그를 계속 쓰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Record, And Verify.

=끝

생각정리 377 (* BIT between Korea and the U.S.)

대미투자협정(*BIT) 내용이 시장에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
관련해서 내용을 정리해보고 개인적인 소감문(?)을 기록 작성해본다.

손실은 누가 지고, APR1400의 미국 실적은 누가 얻는가

2026년 9월 23일 기준 공개자료와 국회 보고 관련 보도를 토대로 작성했다. 비공개 보고에 관한 보도와 실제 계약의 확정 내용은 구분했다.

9월 22일 국회 보고를 두고 한국이 대미투자에서 얼마를 회수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한국 원전 민간 산업의 관점에서는 질문을 더 좁혀야 한다.

실제 공사와 기자재 계약은 누가 따내며, 원가가 늘어나면 누가 얼마까지 부담하는가?

여기에 APR1400의 미국 진출을 허용하기 위해 기존 지식재산권 분쟁 합의문을 손질한다는 보도가 더해졌다.

앞으로의 원전 협상은 정부의 투자수익, 민간기업의 시공·공급 계약, 장기 수출에 활용할 미국 실적이라는 세 가지를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1. 어디까지 결정됐나: 협정과 국회 보고의 시간표



산업부 발표
양해각서 번역본
국회 보고 보도, 원전 사업비 보도

9월 22일 국회에 보고된 사업 가운데 추진을 결정한 것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 1건이다. 원전 8기와 알래스카 LNG는 양국의 관심을 반영한 추진 계획으로 보고됐으며, 각각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첫 사업의 투자금이 집행되더라도 원전 8기의 EPC 조건까지 합의됐다는 뜻은 아니다. 국회 보고 관련 보도

2. 한국의 요구는 얼마나 반영됐나


양해각서 14~17항, 9월 보고 관련 보도
양해각서 11~12항
서울경제 보도

협상의 성과를 한쪽의 승패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한국 정부가 투자자로서 받을 현금흐름과 한국 민간기업이 별도의 시공·납품 계약에서 벌어들일 돈은 서로 다른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 투자금의 배분 조건이 불리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민간 참여기업의 계약까지 불리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반대로 한국 업체 우선 고려 조항만으로 수주와 이익이 보장됐다고 볼 수도 없다.

3. 네 참여자가 바라보는 이익은 각각 다르다


같은 원전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누가 투자하고, 누가 발주하며, 누가 설계·시공·납품하는지에 따라 돈을 버는 방식이 달라진다. 한미 양해각서의 50:50·90:10은 양국 정부 사이의 투자 SPV 분배금에 관한 규칙이다. 미국 민간 원전 사업자의 매출 배분율이나 한국 민간기업의 EPC 이익률을 정한 숫자가 아니다.


이 표의 정부 간 분배 규칙과 프로젝트 SPV 구조는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 11~15항·부록 A에 따른다. 원전 사업의 기종 구성과 지분 투자 논의는 9월 22일 국회 보고 관련 보도, APR1400 예외 방안은 같은 날의 합의문 수정 보도에 근거한다.

양해각서에 적힌 미국 단독 소유 프로젝트 SPV와 텍사스 사업의 ‘한미 지분 절반씩’이라는 보도는 동일한 법인의 지분 구조로 확정해 읽을 수 없다. 최종 투자 약정에서 두 구조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각 민간기업의 계약 매출과 위험 한도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4. 발표된 금액은 누구의 투자금인가



양해각서
서울경제 보도
국회 보고 기사
미 상무부 발표
미 상무부 발표

한국 텍사스 가스 사업 223억 달러와 일본 가스·SMR 발표치 1,063억 달러를 단순 합치면 최대 1,286억 달러다. 원전 8기 구상 1,200억 달러를 중복되지 않는 별도 사업으로 가정해 더하면 최대 약 2,486억 달러가 된다.

다만 이는 진행 단계가 다른 사업비와 발표 상한을 합친 개략적 시나리오다. 한국·미국·일본 정부가 각각 그만큼의 현금을 확정 출자했다는 뜻은 아니다. 전력망 투자의 범위와 금액도 포함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부지·인허가·전력구매 주선과 금융지원 가능성을 위 사업비에 다시 더해 ‘미국 정부 출자액’으로 계산해서도 안 된다.

한미 양해각서 10항, 미 상무부 발표

5. 총사업비가 커져도 민간기업의 이익이 자동으로 커지지는 않는다


프로젝트 총사업비에는 부지, 발전 설비, 시공, 금융 비용과 예비비가 들어간다. 그 가운데 발주처가 EPC 계약을 체결하고, 기자재 기업이 공급계약을 따낸다. 각 기업은 자신이 확보한 계약 매출에서 원가와 부담한 손실을 뺀 뒤에야 이익을 얻는다. 기자재 대금이 EPC 계약금에 이미 들어 있다면 두 금액을 따로 더해 전체 이익처럼 계산해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223억 달러짜리 발전사업에서 EPC 계약 몫이 60%, 그 계약의 영업이익률이 5%라고 가정하면 EPC 영업이익은 약 6억 7,000만 달러다. 이는 계약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계산이며 전망치가 아니다. 실제 EPC 범위와 마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설계 변경, 현지 인건비, 인허가 지연, 보증과 지체상금 조건이 달라지면 결과도 바뀐다.

민간기업의 입장에서 총사업비보다 직접적인 지표는 확보한 계약 범위, 실현 가능한 마진, 예상 밖의 손실에 대한 책임 상한이다. 정부 투자금의 수익배분 규칙으로 민간기업의 이익률을 계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 Bechtel 사례가 보여주는 원전 EPC 계약의 현실



Bechtel 기고
FT 인터뷰
World Nuclear News, 양측 발언 포함

Bechtel의 발언은 민간 시공사가 원전 사업 전체의 모든 손실을 보증해야 한다는 가정이 현실적인 계약의 출발점이 되기 어렵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동시에 TerraPower 사업에서 Bechtel이 떠난 이유를 손실 부담 하나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미국 원전 사업에서도 발주처와 투자자, 원자로 설계·공급 주체, EPC, 주기기·보조기기 공급자가 각자 통제할 수 있는 위험과 감당할 손실의 한도를 계약으로 정해야 한다.

7. ‘200억 달러 완충분’과 민간기업의 손실 보증은 다르다


9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원전 8기 사업비 틀 약 1,200억 달러 가운데 200억 달러를 공사비 증가에 대비한 완충분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사용하지 않은 금액도 한국의 투자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인정하고, 추가 비용은 계약상 귀책에 따라 나누며, 완충분을 넘는 비용을 한국 정부가 자동으로 부담하지는 않는다는 설명도 나온다.

서울경제, 2026.9.22

이는 손실 대응에 관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민간 EPC와 기자재 기업의 손실을 200억 달러까지 보증한다는 뜻은 아니다.

완충분을 누가 승인하고 어느 호기에 얼마나 쓸 수 있는지, 비용 증가의 원인을 다투는 동안 누가 먼저 지급하는지, 완충분이 소진되면 누가 부담하는지는 개별 계약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 표는 현재 확정된 분담표가 아니라 앞으로 나올 계약에서 확인해야 할 목록이다. 정부 투자금에 회수 장치가 생겨도 민간 시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지나치게 넓다면 산업계의 위험은 남는다.

8. 한국 원전 산업에는 APR1400의 미국 실적이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국회 보고 관련 보도에서 한국 원전 민간 산업이 특히 주목할 대목은 기존 지식재산권 분쟁 합의문(SA)의 수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미 전략투자를 활용한 원전 사업에 한해 APR1400의 미국 내 건설을 최대 2기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자사 원자로 AP1000과의 경쟁을 우려한 웨스팅하우스(WEC)가 반발했지만, 미국 정부가 한국의 건설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설득했다는 내용이다. 서울경제, 2026.9.22

다만 현재 보도만으로 비공개 합의문의 수정 문안이 확정·발효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원전 8기의 기종 구성도 최종 합의 전이라는 국회 보고 기사가 있다. APR1400 두 기의 부지와 발주, 인허가, 최종 투자결정 역시 각각 별도의 단계다. 국회 보고 기사

APR1400에는 이미 해외 건설·운영 사례가 있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도 있다. 이번 기회의 가치는 ‘첫 해외 실적’이나 ‘첫 미국 설계 인증’에 있지 않다. 미국 본토에서 한국형 원전이 실제 발주되고, 미국의 규제·노무·공급망 환경에서 건설과 운영 실적을 쌓는 것에 있다.

그것이 성사된다면 이후 제3국 발주처에 미국 현지 인허가 경험, 시공 일정, 원가와 운영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 IAEA의 UAE 원전 현황, 미 NRC의 APR1400 설계 인증

그러나 ‘최대 2기 허용’이라는 방안만으로 실적이 생기지는 않는다. 실제 발주와 한국 업체의 계약 참여, 건설, 준공, 운영을 거쳐야 미국 실적의 가치가 커진다. 그 과정에서 민간 참여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떠안는다면, 수주와 기술 실적이 생겨도 사업의 경제적 가치는 낮아진다.

또 하나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보도된 SA 수정은 대미 전략투자 사업에 한정된 미국 내 예외다. 미국에서 APR1400을 지을 수 있게 된다고 해서 기존 합의에 따른 제3국 수출 제한이나 기술료·기자재 공급 조건까지 자동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건설 실적이 향후 세계 시장에서 설득력을 높이는 문제와, 세계 시장에서 수출할 권한과 조건을 확보하는 문제는 별도로 협상해야 한다. 합의문 예외 범위 보도

글을 마치며


이번 국회 보고만으로 한국 원전 민간 참여기업의 유불리를 섣불리 단정할 수 없지 않나 싶다.
 한국 정부가 대미투자자로서 받는 원리금 회수와 한미 간 50:50·90:10 수익배분은 투자 특수목적법인의 현금흐름에 관한 규칙이다.

이를 한국 민간 EPC와 기자재 기업의 이익률이나 손실분담 비율과 같은 선상에 놓고 해석하는 것은 오류다. 민간기업의 손익은 각자 체결할 시공·납품 계약의 금액, 원가, 마진,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의 책임 한도에 따라 따로 결정된다. 한미 투자 양해각서 11~15항

한국 정부에는 투자금 회수 조건과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로가, 민간 원전 산업에는 수주 및 APR1400의 미국 건설 실적을 쌓을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시장을 열어준 성과와 그 시장에서 이익을 남길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에서 한국형 원전을 적정한 수익을 남기며 완공한다면 그 실적은 이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그 기회의 가치 또한 참여 범위와 위험 부담이 정해진 뒤에야 평가할 수 있다.

원전 프로젝트의 계약상 이익과 손실의 경계,
그리고 실제 참여 민간 사업자별 실적을 결정할 어려운 협상은 이제부터이지 않나 싶다.


=끝

2026년 9월 21일 월요일

생각정리 376 (* Muse Agent AI, The Consumer Token Moment)

B2C Agent AI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는듯 싶다.
관련 리서치를 업데이트 기록해둔다.

Muse가 보여준 것은 Meta의 신제품이 아니라 B2C Token 시장의 개화다


Meta의 개인 AI Agent Muse가 빠르게 사용자를 모으고 있다.

Muse 자체의 매출이나 Meta의 실적 기여도도 중요하지만, 이번 변화에서 더 주목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기업과 개발자를 중심으로 증가하던 Agentic Token 수요가 일반 소비자의 일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ChatGPT가 생성형 AI의 B2C 사용자 CHATBOT 시장을 열었다면,
Muse를 시작으로 본격화되는 개인 Agent 경쟁은 B2C Token 시장의 두 번째 확장 국면을 열 가능성이 있다.

사용자는 더 이상 AI에 질문만 하지 않는다.

이메일 정리, 일정관리, 예약, 쇼핑, 가격 비교와 정보 추적을 맡긴다. Agent는 목표가 끝날 때까지 여러 앱을 오가며 추론과 실행을 반복하고, 사용자가 앱을 종료한 이후에도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작업한다.

ChatGPT Moment가 AI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를 늘렸다면, Agent Moment는 사용자 한 명이 소비하는 Token의 양과 시간을 늘린다.


개인용 AI Worker가 B2C 시장으로 내려왔다


Meta는 Muse를 질문에 답하는 Assistant가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Personal AI Agent로 정의했다.

Muse는 전용 클라우드 환경인 Secure VM에서 브라우저와 외부 앱을 사용한다. 이메일 전송, 여행 예약, 웹 양식 작성과 쇼핑을 수행하고, 장시간이 필요한 작업은 앱이 종료된 뒤에도 계속 진행한다.

별도 앱뿐 아니라 WhatsApp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향후 AI Glasses로 확장될 예정이다. Meta의 Muse 공식 발표

Muse의 의미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처음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기업과 개발자들이 사용하던 Agent 기능을 일반 소비자가 별도의 Workflow나 코딩 지식 없이 메시지만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Meta는 WhatsApp, Messenger, Instagram과 AI Glasses를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가 새로운 AI 사용 습관을 만들지 않아도, 이미 생활하고 있는 플랫폼 안으로 Agent를 밀어 넣을 수 있다.

Muse의 초기 확산은 개인용 AI Worker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 첫 대규모 사례에 가깝다.


B2C Agent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Muse의 확산은 다른 Frontier AI 기업에도 즉각적인 대응 압력을 주고 있다.

SpaceXAI는 2026년 8월 Grok Bot을 공개했다. Grok Bot은 자체 클라우드 컴퓨터를 가지고 앱과 웹사이트에 로그인하며, 사용자가 자리를 비운 뒤에도 24시간 작업을 계속한다.

사용자의 업무 과정을 관찰해 반복 가능한 Routine으로 저장하고, 여러 Bot이 서로 역할을 나누어 병렬로 작업할 수도 있다. SpaceXAI의 Grok Bot 공식 발표

OpenAI도 Grok Bot에 대응하는 Agent 기능과 Muse에 대응할 개인 AI Assistant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새로운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기보다 ChatGPT Work와 Codex가 이미 보유한 브라우저 조작, 앱 연결, 반복 작업과 장기 실행 기능을 개인용 제품으로 재구성하는 방향이다. 아직 내부 검토 단계로 제품 형태와 출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The Information 보도 요약

Google은 Gemini를 Gmail, Calendar, Search와 Android에 연결할 수 있다. Apple은 iPhone과 개인 데이터를, Anthropic은 Computer Use와 업무용 Agent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경쟁의 기준은 누가 가장 뛰어난 Chatbot을 만들었느냐에서 벗어나고 있다.

누가 사용자의 이메일, 일정, 브라우저, 결제와 생활 데이터를 연결하고 더 많은 일을 안전하게 위임받느냐가 중요해진다.


Agent의 핵심은 사용자 증가보다 Token Multiplier다


Agent가 단순한 Chatbot보다 많은 Token을 사용하는 이유와 Multi-Agent가 Computing 수요를 증폭시키는 구조는 이전 글 생각정리 328 (* The Agent Multiplier, Unhobbling, OOM)에서 자세히 정리했다.

핵심만 다시 가져오면 B2C Agent의 Token 수요는 다음 식으로 결정된다.

월간 Token 수요
= 활성 사용자 × 일평균 Agent 작업 수 × 작업당 Token × 30일

일반적인 Chatbot은 사용자가 질문하면 한 번 답하고 멈춘다.

Agent는 하나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외부 정보를 읽고, 도구를 호출하고, 결과를 검증한다. 실패하면 다른 방법으로 재시도하며, 필요한 경우 여러 Agent가 업무를 나누어 수행한다.

2026년 공개된 연구에서도 복잡한 Agentic Coding 작업은 단순 Code Chat이나 추론보다 최대 1,000배 많은 Token을 사용했다. 동일한 작업도 실행 경로에 따라 사용량이 최대 30배 차이 났다.

Agent Token Consumption 연구

Coding Agent의 수치를 개인 Agent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한 번의 사용자 요청이 다수의 모델 호출과 긴 Context 처리로 증폭된다는 방향은 동일하다.

여기에 백그라운드 작업이 더해진다.

Chatbot은 사용자가 대화를 종료하면 Token 소비도 멈추지만, 개인 Agent는 사용자가 자는 동안에도 이메일을 분류하고, 가격과 뉴스를 추적하고, 다음 날 일정을 준비한다.

B2C Agent 시장에서는 사용자 수보다 다음 세 가지 변수가 더 중요해진다.

  • 사용자당 Agent 작업 빈도

  • 작업당 모델 호출과 Token

  • 백그라운드 실행시간


2030년 B2C Agent Token 수요 추정


아래 수치는 각 기업의 공식 전망이 아니라 개인 Agent의 확산 속도와 작업 구조를 기반으로 한 자체 추정치다.

Token에는 사용자가 화면에서 보는 답변뿐 아니라 System Prompt, 장기 Context, 외부 문서, 도구 실행 결과, 검증과 재시도에 사용되는 내부 Token을 포함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B2C Agent 활성 사용자는 2026년 1.2억 명에서 2030년 15억 명으로 약 12.5배 증가한다.

같은 기간 월간 Token 수요는 0.007경에서 3.24경으로 약 450배 증가한다.

사용자 증가에 작업 빈도와 작업 복잡도의 상승이 함께 곱해지기 때문이다.

2030년 월간 3.24경 Token은 연간 약 38.9경 Token이다.
기업용 Agent, Coding Agent, Physical AI와 기존 Chatbot 사용량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수익화보다 먼저 Token 시장이 열린다


B2C Agent 시장을 유료 가입자만으로 판단하면 실제 Token 수요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2030년 B2C Agent MAU 15억 명, 유료 전환율 6%, 유료 ARPU $300를 적용하면 유료 사용자는 약 9,000만 명, 구독시장은 약 270억 달러가 된다.

그러나 무료 Agent도 상당한 Token을 소비한다.

플랫폼 기업은 이를 구독료뿐 아니라 광고, 쇼핑 수수료, 결제, 여행 예약, 금융상품 중개와 기업용 서비스로 회수할 수 있다.

검색시장은 사용자의 의도를 광고와 연결했다.

Agent 시장은 사용자의 의도를 실제 거래와 실행으로 연결한다.

Meta가 Muse에 Stripe Link를 연결하고 Shopify의 Shop Pay를 지원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대로 Amazon은 고객정보와 기존 추천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Muse의 쇼핑몰 접근을 차단했다. Meta 공식 발표, The Verge

앞으로 플랫폼은 사람의 Traffic뿐 아니라 Agent Traffic과 거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앱은 넘쳐나는데, 쓸 시간은 없다
Agent Traffic 경쟁 본격화  


Token 증가와 AI 기업의 매출 증가는 구분해야 한다


Token 수요가 폭발한다고 해서 AI 기업의 매출이 같은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모델 효율과 추론 단가가 빠르게 하락하면 Token 사용량은 늘어나도 Token당 매출은 계속 낮아질 수 있다. 실제 소비자 요금도 Token 단위보다 월 구독, 사용 한도, 광고와 거래 수수료의 조합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B2C Agent의 경제성은 다음 관계에 달려 있다.

**사용자당 Agent 경제적 가치 증가율

사용자당 추론 및 실행비용 증가율**

Agent가 소비자의 시간을 절약하고 구매와 광고 전환을 늘린다면, 플랫폼은 무료 사용자에게 Token을 제공하면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많은 Token을 사용하면서 유료 전환이나 거래를 만들지 못하면 사용량 증가는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Muse는 B2C Agent의 수요뿐 아니라 이러한 경제성이 실제로 성립하는지를 시험하는 첫 대규모 사례다.


Agent는 AI 인프라 수요를 GPU 밖으로 확장한다


Agentic AI가 장기 Context와 반복 실행을 통해 Memory·Storage·Networking 수요를 확대하는 경로는 생각정리 364 (* From Words to Worlds, The Next Memory Supercycle)에서 정리했다.

HBM이 Agentic Workload에서 GPU의 실제 Token 생산성을 높이는 경제적 가치(*=HBM)는 생각정리 361 (* The Price of Idle FLOPS, Astra & HBM) 내용으로 갈음한다.

이번 글에서 추가로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개인 Agent마다 별도의 실행환경이 필요해진다는 점이다.

Muse와 Grok Bot은 모델 추론만 수행하지 않는다. 클라우드 VM에서 브라우저와 앱을 실행하고, 인증 상태와 작업 기록을 저장하며, 외부 서비스와 지속적으로 통신한다.

따라서 B2C Agent의 확산은 다음 수요를 함께 증가시킨다.


Agent AI는 모델 하나가 아니다.

모델·VM·브라우저·Memory·Storage가 결합된 상시 실행형 컴퓨팅 시스템에 가깝다.


기존 글의 결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면


생각정리 372 (* Intelligence Is Abundant, Execution Is Scarce)에서는 모델의 희소성이 낮아질수록 데이터·실행·유통·물리적 인프라의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을 정리했다.

Muse는 이 변화가 기업용 AI에만 머물지 않고 B2C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Frontier Model의 성능 격차가 축소되더라도 개인 Agent 시장에서는 다음 자산이 여전히 희소하다.

  • 수십억 명에게 Agent를 배포할 수 있는 플랫폼

  • 이메일·일정·결제와 개인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한

  • Agent가 실제 행동할 수 있는 앱과 거래망

  • 장시간 작업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컴퓨팅 인프라

  • 소비자가 자신의 일상과 개인정보를 맡길 수 있는 신뢰


AI 기업의 경쟁은 가장 좋은 답변을 만드는 경쟁에서 가장 많은 실행을 위임받는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지표


Muse의 다운로드 순위만으로 B2C Agent 시장의 성공을 판단하기는 아직은 너무 이르고 어렵다.

앞으로 더 중요하게 봐야 할 지표는 다음과 같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지표는 다운로드가 아니라 사용자당 완료 작업 수다.

작업 수와 완료율이 함께 증가하면 Token 소비와 경제적 가치도 커진다. 반대로 사용자가 Agent의 행동을 믿지 못해 모든 단계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면 시장의 확장성은 제한된다.


글을 마치며


Muse의 초기 흥행을 Meta의 새로운 수익원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더 큰 변화는 Muse가 개인 Agent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확인하면서 OpenAI, SpaceXAI, Google, Apple과 Anthropic을 같은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ChatGPT는 생성형 AI를 일반 소비자에게 배포했다.

Muse와 Grok Bot은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경험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AI에게 질문하는지가 중요했다.
앞으로는 Agent가 하루 동안 몇 개의 업무를 수행하고,
몇 개의 앱을 오가며,
얼마나 오랫동안 Context를 유지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B2C Agent 사용자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약 12.5배 증가하지만, Token 수요는 약 450배 증가할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Chatbot은 사람이 질문할 때만 작동하지만, Agent는 목표가 끝날 때까지 계속 작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러 Agent가 역할을 나누고 서로 검증하는 Multi-Agent 구조까지 확산되면 Token 수요는 사용자 수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Muse가 보여준 가장 큰 가능성은 Meta의 미래 매출에만 있지 않다.

AI Token 시장이 기업과 개발자를 넘어 수십억 명의 소비자에게 확산되고, GPU·CPU·HBM·Server DRAM·Storage·Networking과 전력 수요를 함께 끌어올리는 새로운 수요층이 등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ChatGPT Moment가 AI의 B2C 사용자 Chatbot시장을 열었다면, 개인 Agent 경쟁은 B2C Token 시장을 여는 Consumer Token Moment가 될 가능성이 있다.

= 끝

2026년 9월 20일 일요일

생각정리 375 (*The Grid Has No Free Lunch, 한국전력)


이거 맞아요..?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하는 전력정책의 방향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발전지역에서 전력을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산업구조를 만들며,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한다. 주민 반대가 심한 송전선로는 지중화하고, 한전의 투자 여력이 부족하면 민간자본을 활용해 전력망 건설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각각의 정책만 놓고 보면 그럴듯하다.

문제는 발전정책과 전력망 투자, 전기요금과 지역지원, 한전의 재무구조가 하나의 비용함수 안에서 설계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가 발전원과 전력망의 위치, 지역별 요금할인과 주민지원정책을 결정하지만 실제 송전망을 건설하고 전력을 구매하며 사업 지연과 수요예측 실패의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는 대부분 한전이다.

앞서 생각정리 309 (* 국무회의, 발전, 전력설비, 전력요금)에서는 남는 전력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의 차이, 송전망과 지중화에 숨겨진 비용을 정리했다.

이번 글에서는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보다 최근 전력망 정책을 한전의 부채와 이자비용, 앞으로 필요한 CAPEX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려 한다.


1. 한전은 전력망 확대의 수혜자가 아니다


최근 발표된 전력망 정책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재생에너지 확대를 고려하면 전력망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전선과 변압기, 차단기와 HVDC, 전력 EPC 기업의 수요도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력기기 기업의 매출은 한전의 CAPEX다.

관련 산업의 시장이 커지는 것과 발주자인 한전의 재무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력 인프라 산업의 장기적인 기회는 생각정리 357 (* Beyond the Cycle, K-EPC)에서 이미 정리했다.


2. 흑자를 내고도 부채가 늘어나는 한전


한국전력의 연결기준 부채는 2021년 145.8조원에서 2026년 상반기 210.7조원으로 증가했다.


5년 반 동안 부채가 약 64.9조원, 비율로는 44.5% 증가했다.

2026년 상반기 한전은 연결기준 매출 46.32조원, 영업이익 4.91조원, 순이익 2.80조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부채는 2025년 말보다 약 5.1조원, 차입금은 약 3.5조원 증가했다.

상반기 이자비용만 약 2.1조원이다. 영업이익의 약 43%가 이자로 빠져나간 셈이다.

한전의 문제는 이제 단순한 적자 여부가 아니다.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이자비용과 전력망 CAPEX가 영업현금흐름을 초과하면 부채는 계속 증가한다.

자료는 한국전력 재무정보, 2026년 반기보고서, 한국전력 상반기 실적 발표를 참고했다.


3. 부채비율 개선이라는 착시


정부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은 한전 본사의 부채가 2026년 약 122.9조원에서 2030년 132.3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결부채 210.7조원과 정부 계획의 122.9조원은 범위가 다르다. 앞의 수치는 발전자회사 등을 포함한 연결기준이고, 뒤의 수치는 한전 본사 중심의 별도기준이다.

정부 계획상 부채비율은 2026년 **450%**에서 2030년 **285%**로 낮아진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절대부채는 약 9.4조원 증가한다.

부채비율 개선의 일부도 자본확충과 토지 자산재평가 등 분모가 커지는 효과에 의존한다.

부채비율은 내려가는데 부채와 이자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 가능하다.


4. 앞으로 5년간 약 75조원의 CAPEX·이자 부담


정부 계획상 한전의 2026~2030년 송배전망 CAPEX는 약 60.98조원이다. 연평균으로는 약 12.2조원이다.

여기에 한전 본사의 연간 이자비용 약 2.5~2.9조원을 더하면 다음과 같다.


영업현금흐름과 감가상각비를 반영하기 전의 단순 합산이지만, 자산매각과 비용절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규모라는 점은 분명하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사실상 네 가지뿐이다.

전기요금 인상
+ 정부 출자
+ 한전채·차입금 증가
+ 민간자본 활용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와 민생 때문에 어렵고, 정부 출자는 재정부담을 발생시킨다. 한전채 발행은 부채와 이자를 늘리며, 민간자본은 한전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5. 지산지소라는 말에 빠져 있는 비용


지산지소는 발전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구상이다.

전남은 연간 발전량이 약 71.66TWh, 소비량은 약 33.58TWh다. 숫자만 보면 충분한 잉여전력이 존재한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것은 연간 발전량이 아니라 매시간 공급되는 고품질 전력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시간이 산업시설의 부하곡선과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

연간 재생에너지 발전량
≠ 시간대별 공급능력
≠ 산업단지의 24시간 확정전력

변동성 발전원과 확정전력, 전력망의 관계는 생각정리 356 (* EU Grid Before Green, 대한민국 12차 전기본)에서 정리했다.

지산지소는 전력망을 없애는 정책도 아니다. 호남권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더라도 345kV 송전망과 변전소, ESS와 백업전원이 별도로 필요하다.

발전소와 산업단지를 지도에서 가깝게 배치한다고 계통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6. 지역별 요금과 ESS, 민간 BT의 한계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안팎 낮추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되는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감소액은 연간 약 2.8조원이다.

이는 한전 본사의 연간 이자비용 2.5~2.9조원과 비슷하다.

비수도권 요금은 크게 낮추면서 수도권 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않는다면 비용중립적인 지역별 요금제가 아니다.

한전의 전기요금 체계를 이용한 지역산업 보조금에 가깝다.

지역산업 지원이 필요하다면 국가재정이나 산업정책 예산에서 부담해야 한다. 전기요금 안에 숨기면 정책비용은 한전의 매출감소와 부채증가로 나타난다.

정부가 추진하는 ESS 약 700MW도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단기 계통혼잡을 완화하는 데는 유용하다. 하지만 선로당 4MW·20MWh 구조를 단순 적용한 전체 저장용량은 약 3.5GWh다.

이는 4GW 규모 산업단지의 전력수요를 약 52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ESS는 낮 시간의 전력을 저녁으로 옮길 수 있지만, 송전망과 24시간 확정전원을 대체할 수는 없다.

민간 BT도 마찬가지다.

민간사업자가 전력망을 먼저 건설하면 한전의 초기 자금부담을 분산하고 사업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민간자본은 한전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준공 이후 한전이 전력망을 인수하면 인수대금과 금융비용, 감가상각비와 유지보수비가 결국 한전의 재무제표로 돌아온다.

민간 BT는 비용을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 지연비용과 민간 금융비용 가운데 어느 쪽을 부담할지 선택하는 방식이다.


7. 발전을 먼저 허가하고 전력망은 나중에 붙인다


현재 전력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발전사업과 전력망 계획의 순서가 뒤집혀 있다는 점이다.

해상풍력과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은 발전입지를 먼저 확보하고, 계통 접속가능성과 육상 송전망은 이후에 보완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발전사업 허가
→ 계통접속 신청 증가
→ 송전망 부족
→ 접속대기와 출력제어
→ ESS 보조금 확대
→ 추가 전력망 투자
→ 한전 CAPEX 증가

발전사업의 수익은 발전사업자가 확보하지만, 발전입지와 계통계획의 불일치에서 발생한 비용은 한전과 전기소비자가 부담한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먼저 정하고 나중에 전력망과 ESS를 붙이는 방식으로는 총비용을 통제하기 어렵다.


8. 에너지가격·CPI·금리가 동시에 한전을 압박한다


한전의 영업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전력망 투자만이 아니다.

한전 영업비용의 약 88%는 전력구입비와 연료비다. 글로벌 에너지가격이 상승하면 비용은 빠르게 증가하지만 전기요금은 물가와 정치적 판단을 거쳐 뒤늦게 조정된다.

글로벌 에너지시장과 정제품 공급문제는 생각정리 368 (* Crude Is Not Diesel, The Second Oil Shock)과 생각정리 369 (* Diesel, The Last Barrel Standing)에서 살펴봤다.

2027년 CPI와 고금리 경로는 생각정리 370 (* 가맹사업법, CPI), 생각정리 373 (* 전세난, 고물가 그리고 고금리)에서 다뤘다.

한전의 관점에서 연결하면 다음과 같다.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
→ 발전원가 상승
→ 소비자물가 상승
→ 금리인하 지연 또는 재인상 위험
→ 한전채 차환금리 상승
→ 민생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 억제
→ 영업현금흐름 악화
→ 한전채와 차입금 증가

에너지가격 상승은 한전에 비용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CPI가 높아지면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더욱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높은 물가는 금리인하도 어렵게 만들어 한전의 이자부담을 높인다.

발전원가는 시장가격을 따라 오르지만 전기요금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묶인다. 비용은 오르는데 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그 결과 늘어난 부채에는 다시 높은 이자가 붙는다.




9. 한전은 정책비용의 충격흡수장치가 되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지방 전기요금을 낮추며, 송전선로를 지중화하고 싶어 한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는 빠르게 전력을 공급하고, 물가와 민생을 위해 전기요금은 억제하며, 채권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전채 발행도 제한하고 싶어 한다.

각각의 목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목표들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누군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정책은 그 부담주체를 명확히 정하지 않은 채 상당 부분을 한전의 재무제표에 남겨두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 계통접속 대기와 출력제어
→ ESS와 송전망 추가투자
→ 지역별 요금할인
→ 지중화와 주민보상
→ 민간 BT 건설
→ 한전의 의무 인수
→ 전기요금 인상 억제
→ 한전채와 부채 증가

정책의 편익은 발전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 산업단지 입주기업과 지역주민에게 분산된다.

반면 회수되지 못한 비용과 장기 운영위험은 한전에 집중된다.

한전은 전력회사를 넘어 에너지정책과 산업정책, 지역균형발전과 물가정책 사이에서 발생한 모순을 흡수하는 충격완충장치가 되고 있다.


글을 마치며


재생에너지와 지산지소의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력 생산지역이 환경비용과 송전선로 부담을 감수하면서 수도권에 값싼 전력을 보내는 구조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전력망을 확충하고 전력수요를 발전지역과 가까운 곳으로 이동시키는 시도는 필요하다.

다만 정책에는 순서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와 정책이 지속 불가능해졌을 때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에 대한 EXIT PLAN이 있어야 한다.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을 정책비용이라면 정부가 재정을 통해 부담해야 한다. 지역산업 지원비용은 산업정책 예산에서 지출하고, 민간 전력망 사업은 인수가격과 수익률, 공사비 초과와 수요예측 실패의 책임을 명확히 배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정책의 평가는 시간이 흐른 뒤, 정권 말기에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의 평가를 이야기하려면 지금 추진하는 정책이 어디에서 끝나는지부터 보여줘야 한다. (*Exit plan을 보여줘야 한다.)

연금정책도 마찬가지다.

보험료를 부담하는 청년과 중장년층에는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면서 가까운 미래의 퇴직세대에는 더 높은 급여를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를 부담할 생산연령인구는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정리 169 (* 연금, 국내증시, 수급주체)와 생각정리 350 (* Debt, Centralization)에서 정리했듯, 보험료를 더 걷고 급여를 더 지급하는 방식은 제도의 시간을 연장할 수는 있어도 인구구조가 무너지는 상황의 EXIT PLAN이 될 수 없다.

서울 부동산 정책도 같은 의문이 남는다.

재개발·재건축 허가와 대출을 옥죄면 단기적으로 거래와 가격상승 속도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선호지역에 신규주택을 공급할 현실적인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비사업까지 막으면 공급부족은 해결되지 않는다.

생각정리 287 (* 부동산, 진퇴양난)에서 정리했듯 수요억제 정책은 단기적으로 가격을 누를 수 있지만, 공급을 함께 막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을 높인다.

더구나 생각정리 373 (* 전세난, 고물가 그리고 고금리)에서 살펴본 것처럼 2028~2030년에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까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대출을 막아 수요를 잠시 뒤로 미루는 것은 공급대책이 아니다.

에너지정책도 다르지 않다.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투자를 확대하고 지역별 전기요금을 낮추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한다면 그 차액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전의 부채와 회사채, 이자비용으로 이전될 뿐이다.

전기요금으로 회수하지 않고 정부재정으로도 부담하지 않은 정책비용은 결국 한전의 부채라는 이름으로 미래에 이연된다.

앞서 생각정리 218 (* 하인리히의 법칙, 원화약세)에서 정책의 선한 의도와 실제 결과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적었다.

퇴직세대의 노후소득을 보호하고,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며,
재생에너지와 지역균형발전을 확대하겠다는 목표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세 정책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금에서는 인구감소 이후의 부담을 미래세대에 넘기고,
부동산에서는 공급부족의 대가를 미래의 실수요자에게 넘기며,
에너지에서는 정책비용을 한전의 부채와 이자로 미루고 있다.

현재의 갈등과 비용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부담이 드러나는 시점을 뒤로 옮긴 것이다. 지금 당장의 가격과 부담을 억누르는 동안 장부 밖에서는 연금부채와 주택 공급부족, 한전의 차입금과 이자비용이 계속 누적된다.

정권 말기에 평가받고 싶다면 그때까지 각 정책의 비용이 어디에서 회수되고,
누가 최종 부담하며,
지속 가능하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정상화할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선한 목표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지속 불가능해졌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구체적인 EXIT PLAN이다.

현재의 부담을 미래 정부와 다음 세대의 청구서로 넘겨놓은 채,
이번 정권 말기에 도대체 어떤 평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며칠전 태어난 우리의 아기가 어떻게 이 대한민국이라는 부채 사회속에서 발 붙여 살아갈 수 있을지 갑자기 걱정이 앞선다..)


1500조 육박한 나랏빚…2030년 이자비용 50조 넘는다

https://krwwindow.com/debt/


=끝

생각정리 374 (* Pacing Is Pace Up)

인내심 바닥이면 어쩔껀데... 그럼 다른 원전 EPC 찾아보던가..
대미투자 “파기 가능성 배제못해”… 美측 ‘인내심 한계’

AI의 속도를 늦춘다는 말과 더 빨라지는 Compute·전력·원전 투자


OpenAI와 Anthropic은 AI Capability의 발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자본배치를 보면 두 회사는 향후 수년 동안 20GW 이상, 중복 가능성을 포함한 계약·투자금액 기준 약 $1.2T의 Compute Infrastructure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AI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말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GPU, ASIC, Cloud와 Data Center를 확보하는 행동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Steven Eisman은 이 모순을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Put your money where your mouth is. Postpone your IPO.”

AI가 정말 인류멸망에 가까운 위험이라면 IPO와 자본조달부터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OpenAI와 Anthropic이 안전위기를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로 모델 자체의 약한 해자와 규제를 통한 진입장벽 구축 가능성을 지목했다.
(Business Insider)

https://www.youtube.com/watch?v=Q1jSJG1iBL8
7분50초부터~
세상 모든 개소리들을 귀신같이 잘 잡아내는 아저씨..;

Steven Eisman의 논리 요지

토큰 사용량 성장 둔화·오픈웨이트 모델 확산 → 경쟁 심화 및 가격 하락 → 데이터센터·자본비용 상승 → 수익성 압박 → 안전성 공포 부각 → 연방정부 규제 유도 → 신규 경쟁자 진입 제한 → 기존 사업자의 가격결정력 방어

 

다만 이번 글에서는 앞서 정리한 내용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OpenAI와 Anthropic의 Compute 투자, 미국의 AI 산업전략, Open Weight 모델의 추격, 한국과 일본의 대미투자 구조는 아래 글로 갈음한다.

이번 글에서 더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은 그 다음 단계다.

AI Data Center에 필요한 전력수요가 아무리 크더라도 발전소는 투자계획만으로 지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설계와 인허가, 기자재 조달과 현장시공을 책임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기지연과 비용초과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AI Compute의 Pace Up이 현실화될 수 있는지는 전력 인프라의 Risk와 Return을 누가 어떻게 나눠 갖느냐에 달려 있다.


1. Pacing은 Compute의 감속을 의미하지 않는다


OpenAI와 Anthropic이 말하는 Pacing은 모델 학습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Capability가 외부에 공개되고 다른 AI의 연구개발을 가속하는 속도를 관리하는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모델 출시를 늦추는 동안에도 내부에서는 더 많은 Post-training과 Reinforcement Learning, Evaluation과 Monitoring이 필요하다.

Training
→ Evaluation
→ Security·Alignment Test
→ Monitoring
→ Additional RL
→ Re-evaluation
→ Deployment

안전을 강화할수록 이 과정은 길어지고, 각 단계에서 추가 Compute가 투입된다.

따라서 외부에 공개되는 Capability의 속도는 늦출 수 있어도, 내부의 Compute 소비와 데이터센터 투자는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

Capability Release Pace Down
→ Safety·Evaluation Compute Up
→ Data Center CAPEX Up

그들이 말하는 Pacing이 현실에서는 Pace Up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OpenAI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Compute와 AI 인프라에 약 $856B을 지출할 계획이다. 같은 기간 누적 Free Cash Flow는 약 -$278B으로 예상되며, 2030년 매출 목표는 $350B에 달한다.
(Financial Times)

물리적인 인프라 측면에서도 OpenAI는 이미 개발 중이거나 확보한 Compute Capacity가 10GW 이상이라고 밝혔다. Stargate만 해도 장기적으로 $500B, 10GW 규모를 목표로 한다.
(OpenAI Compute Infrastructure, Stargate)

Anthropic도 방향은 다르지 않다.

Amazon과의 계약은 최대 5GW, 누적 계약가치 기준 $100B 이상​으로 추정된다. Google·Broadcom과는 여러 GW 규모의 TPU 및 ASIC Compute를 확보하고 있으며, 관련 장기 계약은 약 $200B으로 보도됐다.

여기에 Fluidstack을 통한 미국 내 데이터센터 투자 $50B, AMD Instinct GPU 도입 최대 2GW​가 추가된다. 이를 종합하면 Anthropic은 2027년 말까지 약 10GW, 장기 계약금액 기준 $350~380B 수준의 Compute Infrastructure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nthropic–Amazon, Anthropic–Fluidstack, AMD–Anthropic)

이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 금액을 모두 독립적인 신규 CAPEX로 더해서는 안 된다. Cloud 계약 안에 GPU와 ASIC, 데이터센터 건설비와 전력비가 포함될 수 있고, 일부 인프라 계약은 서로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두 회사가 향후 확보하려는 물리적 Capacity가 20GW 이상이라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현재 전 세계 AI Critical IT Load를 대략 33~44GW로 추정하면, 두 회사의 계획만으로도 그 중간값 대비 절반을 넘는 규모다.

이것은 속도 조절을 위한 자본배치가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Compute 증설계획이다.




2. 모델 해자가 약해질수록 인프라와 규제 해자가 중요해진다


OpenAI와 Anthropic의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Open Weight 모델의 성능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는 Token Cost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특정 Benchmark에서 1위를 유지하는 기간도 과거보다 짧아지고 있다.

모델이 범용화될수록 경쟁의 중심은 다음 영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 GPU와 ASIC을 선점할 수 있는 구매력

  • 장기 전력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신용도

  •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접근할 수 있는 자본조달 능력

  • 사용자 Distribution과 Enterprise Integration

  • 모델 평가·보안·정렬을 위한 내부 데이터

  • 정부의 안전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Compute와 조직


즉 Model Moat가 약해질수록 Infrastructure Moat와 Regulatory Moat의 중요성은 커진다.

모델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쟁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자본집약적 인프라를 선점하고, 자신들이 충족하기 유리한 안전·평가 기준을 산업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3. Too Big to Fail이 아니라 Too Connected to Fail


OpenAI와 Anthropic은 더 이상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으로 보기 어렵다.

두 회사는 Cloud 사업자와 GPU·ASIC 공급업체, 데이터센터 개발사와 전력회사, 프로젝트 금융기관과 장기계약으로 연결돼 있다.


출처 : 블룸버그

OpenAI나 Anthropic 중 한 곳이 무너지면 투자자의 지분가치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Cloud 매출과 반도체 주문, 데이터센터 임대계약과 전력구매계약, 발전소와 송전망 투자계획의 현금흐름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

그 뒤에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서 끌어온 수천억 달러의 전략산업 투자도 연결돼 있다.

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Too Big to Fail과는 조금 다르다.

자산규모가 커서 구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AI 산업의 거의 모든 공급망과 연결돼 있어 실패의 충격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Too Connected to Fail에 가깝다.

미국 정부가 두 회사를 직접 구제하거나 의도적으로 규제 해자를 제공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회사의 성장이 미국의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설비와 원전, 동맹국의 대미투자 성과를 좌우한다면 정책당국 역시 이들을 단순한 민간 스타트업으로만 취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행동을 보는 편이 좀 더 정확하다
.


4. Bechtel–TerraPower 결별이 보여주는 경고


최근 Bechtel과 TerraPower는 Wyoming Natrium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 진행조건에 합의하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양사는 가격, 공기보증, 설계변경 책임 등 구체적인 결렬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양측이 프로젝트 다음 단계의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는 데까지다.
(Construction Dive)

다만 결별 시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Natrium 프로젝트는 이미 초기 설계와 인허가, 비원자력 시설 공사가 진행됐고, 2026년 3월에는 NRC로부터 Kemmerer Unit 1 건설허가를 확보했다. 이후 본격적인 원자로 시공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양사의 다음 단계 계약이 결렬됐다.
(TerraPower, Bechtel)

가격이나 책임배분이 실제 결렬 사유였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초호기 원전 EPC 계약에서 협상의 핵심이 되는 항목은 비교적 명확하다.

  • 미확정 설계와 추가설계 비용

  • 인허가 변경에 따른 공기연장

  • 현지 기자재 공급망의 납기와 품질

  • 숙련된 원전 노동자의 확보

  • 물가와 인건비 상승

  • 장기 공사기간 중 금융비용

  • 공기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 시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능보증 책임


Natrium은 최초의 상업용 소듐냉각 고속로이고 AP1000은 이미 가동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두 사업의 기술적·시공 위험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원전을 다시 건설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설계와 현장시공 사이의 Interface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 인허가 변경과 공기지연으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발주처·원천기술사·EPC사가 어떤 비율로 부담할 것인지가 결국 사업의 수익성을 결정한다.

Bechtel 사례는 전력수요가 아무리 강하고 정부 지원이 충분하더라도, Risk & Return 구조가 맞지 않으면 세계적인 원전 시공사도 프로젝트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경고다.


Bechtel  최초호기 특유의 미확정 비용과 일정 위험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보다 크게 부담하는 EPC 조건에 합의하지 못해 철수


5. 대미투자 협상 난항이 보여주는 징조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정 과정에서 조선업 $150B, 전략산업 $200B 등 총 $350B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투자대상과 첫 송금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한국 정부는 첫 번째 투자사업의 일부 조건을 수용하지 않고 추가협상을 지시했으며, 투자는 반드시 상업적으로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Financial Times)

현재 협상대상으로 원전과 Texas Gas Power Project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과 투자금액은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원전 EPC 계약의 결렬이나 특정 사업의 중단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국 측이 강조하는 ‘상업적 합리성’은 향후 협상의 핵심이 단순한 투자금액보다 수익과 손실, 공기지연과 비용초과 위험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투자대상과 사업구조를 주도하고 한국이 자본과 기자재, EPC를 공급하는데, 프로젝트의 추가비용과 공기지연 위험까지 한국이 부담한다면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원전 사업에서 EPC사의 이익은 계약금액의 제한된 일부인 반면, 설계변경과 공기지연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당초 예상이익을 크게 넘어설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미투자 협상은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보다 다음 조건이 중요하다.

  • Fixed-price EPC의 책임범위

  • 설계변경에 대한 원천기술사의 책임

  • 물가·인건비 상승분의 계약금액 연동

  • 지체상금과 총손해배상 한도

  • 인허가 지연에 대한 공기연장 인정

  • 장주기 기자재 납기지연 책임

  • 정부 금융보증과 Cost Overrun Backstop

  • 프로젝트 Equity와 장기 운영수익 배분


투자금액의 크기보다 위험조정 수익률이 중요하다.

전력부족이 심하다고 해서 모든 발전소 EPC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요가 급할수록 발주처는 공기보증을 요구하고, 최초호기일수록 예상하지 못한 위험은 EPC사에 집중될 수 있다.


6. Westinghouse IPO와 가치배분의 비대칭


이런 상황에서 Westinghouse는 미국 증시 IPO를 추진하고 있다.

Westinghouse는 SEC에 비공개 방식으로 IPO 예비서류를 제출했으며, Bloomberg는 회사가 $50B 이상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all Street Journal, Bloomberg)

Brookfield와 Cameco 컨소시엄이 2023년 Westinghouse를 인수할 당시 Enterprise Value는 약 $7.875B이었다. IPO 목표가치와 인수 당시 EV는 기준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지만, 단순 비교하면 3년 만에 6배가 넘는 가치평가를 기대하는 셈이다.
(Cameco, Westinghouse Acquisition Closing)

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한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있다.

Westinghouse는 AP1000 원천기술과 설계·라이선스, 핵연료와 유지보수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원전 건설이 늘어나면 신규 원자로 매출뿐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이어지는 핵연료와 서비스 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실제 현장에서 원전을 건설하는 EPC 사업자는 제한된 계약마진을 받는 대신 공사비 초과와 공기지연, 인력과 공급망 위험을 부담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치배분의 비대칭이 발생한다.

AI 전력부족과 원전 재평가에 따른 Valuation Upside는 원천기술 보유자가 가져가고, 실제 건설 과정의 Tail Risk는 EPC사와 투자자가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한국이 대규모 자본과 원전 주기기, EPC와 운영역량을 함께 제공한다면 단순한 Fixed-price 시공계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프로젝트 Equity와 SPV 지분, 장기 운영·정비 계약, 기자재 공급권과 후속호기 참여권까지 포함해 장기적인 Return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기술과 기업가치 상승을 가져가고, 한국은 자본과 실행위험을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7. 미국에 한국이 유일한 선택지인가


문자 그대로 한국만이 미국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는 Bechtel과 Kiewit, Fluor와 Turner 등 대형 건설·엔지니어링 업체가 있다. Westinghouse 역시 미국 내에서 40개 이상의 AP1000 Supply Chain Partner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Westinghouse 공급망 발표)

그러나 다음 네 가지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한국의 위치는 상당히 독보적이다.

  • 정부와 정책금융을 통한 대규모 자본

  • 원자로용기·증기발생기 등 원전 주기기 제작

  • 대형원전 EPC와 적기 준공 경험

  • 원전 운영과 정비 역량


중국과 러시아는 국가안보상 배제된다. 프랑스는 원전 기술과 운영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내 EPR 건설실적이 없고, 일본은 자본과 기자재를 제공할 수 있으나 대형원전의 통합 EPC와 운영체계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다음과 같다.

미국이 원전 기술만 확보하려면 한국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그러나 대규모 자본·주기기·EPC·운영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동맹국은 사실상 한국으로 좁혀진다.


이는 한국의 협상력이 생각보다 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2030년대 원전 착공계획은 Westinghouse의 설계와 라이선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장주기 기자재를 생산하고, 숙련된 인력을 투입해 실제 현장에서 공정을 관리할 실행주체가 필요하다.

Bechtel 사례는 그 실행주체가 무조건 위험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미국의 전력부족과 긴급한 원전 수요를 이유로 불리한 책임구조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글을 마치며


OpenAI와 Anthropic의 Pacing은 AI 산업 전체의 속도를 늦추는 전략이 아니다.

외부에 공개되는 Capability의 속도를 조절하는 동안 내부에서는 더 많은 Post-training과 Evaluation, Monitoring이 수행된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는 오히려 빨라진다.

그 흐름은 다음과 같다.

Capability Pacing
→ Safety Compute 증가
→ Data Center CAPEX 증가
→ 전력부족 심화
→ 원전·SMR·Gas·Grid 투자 증가
→ EPC와 기자재 수요 증가

그러나 여기서 마지막 화살표가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전소를 건설할 EPC사가 공기지연과 설계변경, 비용초과 위험에 비해 충분한 Return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프로젝트는 착공되지 않거나 진행 도중 멈출 수 있다.

Bechtel–TerraPower 결별은 그 위험을 보여준 첫 번째 경고에 가깝다. 대미투자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하는 것 역시 같은 문제를 향하고 있다.

Westinghouse의 기업가치는 AI 전력수요와 원전 재평가를 반영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실제 건설위험을 부담하는 EPC사와 투자자의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원전 Renaissance는 발표와 계약을 넘어 실물 Capacity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AI 시대의 진짜 병목은 원자로 설계도나 투자발표의 부족이 아닐 수 있다.

불확실한 원전 건설위험을 감당하면서도 적정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자본과 EPC 실행역량이 가장 희소한 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의 대미 원전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수주금액의 크기보다도  누가 Upside를 가져가고, 누가 Downside를 부담하는지에 대한 Risk adjusted Expected Return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전력부족이 심해질수록 한국의 원전 EPC 역량은 더 필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희소한 실행역량의 가치는 충분한 Return과 책임한도, 장기 운영수익으로 보상받아야 한다.

대미협정 원전투자와 관련해서는 한국측이 좀 더 배짱을 부려봐도 괜찮은 국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디젤 수급이 빠듯해지고 가격까지 상승하는 상황에서, 비상발전기나 육상 가스엔진발전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부족을 장기간 메우는 방식은 경제성과 지속가능성 모두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24시간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는 단기적으로 가스·디젤 발전에 의존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비롯한 기저전원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지않나 싶다. 


급한건 미국이지 않을까 싶다.

=끝

2026년 9월 18일 금요일

생각정리 373(* 전세난, 고물가 그리고 고금리)

집값 떨어지는거 맞아요..?


최근 서울 재건축·재개발 이주 물량을 다시 살펴보다가, 이전에 작성했던 서울 도심 아파트가격 전망을 한 번 더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李, ‘전세 사라져야 할 제도인가’ 묻자…“내가 언제 그랬냐”
다른 질의응답과 달리 유독 예민해보였던 대목

이전에 생각정리 349 (* 한국 도심 아파트가격 전망)에서는 M2만으로 주택가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당시 새롭게 정리했던 구조는 대략 이랬다.

Effective Demand
= Liquidity × Household Equity × Credit Availability × Buying Urgency

반면

Effective Supply
= Housing Stock × Willingness to Sell × Turnover Rate

결국 주택가격은

Price Pressure ∝ Effective Demand / Effective Supply

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돈이 얼마나 풀리는가보다 그 돈을 가진 사람이 실제 사고 싶어 하는 집이 시장에 몇 채 나와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최근 정비사업 이주 일정을 다시 살펴보니 한 가지가 더 빠져 있었다.

사고 싶은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이 대신 들어가 살 수 있는 전세·월세 주택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이 문제다.

더욱이 전월세시장의 수급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7~2030년은 이전 생각정리 354 (* 2027년 한국 경제 전망), 생각정리 370 (* 가맹사업법, CPI)에서 예상했던 고물가·고금리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따라서 이번에는

재건축 이주
→ 전세 부족
→ 월세 상승
→ CPI 상승
→ 금리 인하 지연
→ 매매·공급 위축
→ 전세 부족 심화

라는 경로까지 포함해 2030년까지 서울 부동산시장을 다시 생각해본다.

1. 문제는 2027년 한 해가 아니라 2028~2030년이다


처음에는 은마아파트가 이주를 시작하는 2027년부터 전세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시의 정비사업 이주 예정 물량을 보면 진짜 문제는 오히려 그 이후다.

향후 서울의 정비사업 이주 예정 물량은 대략 다음과 같다.






즉 2026~2030년 서울에서 약 17.9만 가구가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기존 거주지를 떠나야 한다.

특히

2028~2030년 3년 동안 약 14.1만 가구

가 집중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서울 전월세시장은

2027년 시작
→ 2028년 첫 번째 충격
→ 2029년 높은 압력 지속
→ 2030년 두 번째 Peak

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2. 이주지역도 하필 수요가 가장 강한 곳에 몰려 있다


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치다.

2030년까지 이주 예정 물량은 양천구 3.1만 가구, 송파구 2.5만 가구, 강남구 1.6만 가구, 영등포구 1.3만 가구, 용산구 1.3만 가구 수준이다.

결국

목동
잠실
대치·개포
여의도
용산

이라는 서울의 핵심 주거지역이 중심이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집값이 비싸다는 것이 아니다.

학군, 직장, 교통, 생활권 때문에 거주 수요의 지역 고착성이 강하다.

목동에서 재건축한다고 자녀가 있는 가구가 갑자기 경기도 외곽으로 빠져나가기는 어렵다.

은마에서 이주한다고 대치동 학군 수요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여의도 거주자가 직장과 생활권을 버리고 먼 지역으로 이동할 유인도 상대적으로 낮다.

결국

은마 → 대치·도곡·개포·잠실

잠실 → 송파·강동·광진

목동 → 신정·강서·영등포·마포

여의도 → 마포·용산·동작·영등포

처럼 수요가 인접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따라서 서울 전체 전세가격보다 특정 생활권 전세가격이 훨씬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3. 재건축은 장기 공급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공급 파괴다


재건축을 주택공급 확대 정책으로만 바라보면 중요한 시차를 놓치게 된다.

재건축은 장기적으로 기존 4천 가구가 6천 가구가 되는 방식으로 전체 Housing Stock을 늘린다.

그러나 그 집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기존 4천 가구가 먼저 시장에서 사라진다.

따라서 재건축은

Long-term Supply Positive

인 동시에

Short-term Available Housing Negative

다.

서울처럼 대규모 정비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장에서는 이 시차가 상당히 중요하다.

2028년 정비사업 이주 예정 물량만 약 4.5만 가구다.

반면 현재 민간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물론 정부와 서울시는 현재 통계에 아직 포함되지 않은 정비사업 준공물량이 추가되면서 향후 입주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이번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반대 변수다.

이주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입주는 늦어지면 전세난은 심해진다.

반대로

이주와 동시에 준공물량이 충분히 따라오면 충격은 완화된다.

앞으로 서울 부동산을 볼 때 착공 건수보다 오히려 이주 세대와 실제 준공·입주 세대의 차이를 계속 추적해야 하는 이유다.

4. 그런데 이미 전세시장의 출발점부터 좋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이주가 전세가 충분히 남아 있는 시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6년 들어 서울 전세가격은 이미 상승하고 있고,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고 있다.

동시에 임대차 구조도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다.

2026년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이미 **54.1%**까지 올라왔다.

즉 서울 아파트에서도 이제

전세 < 월세

가 되기 시작했다.

과거 전세는 한국 주택시장에서 일종의 민간금융 역할을 했다.

임차인은 큰 보증금을 제공하는 대신 월 주거비를 줄이고,

임대인은 그 보증금을 활용했다.

하지만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 가계의 현금흐름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

전세보증금은 Balance Sheet 문제지만, 월세는 매달 발생하는 Income Statement 문제다.

한 번 마련한 보증금과 달리 월세는 매달 가처분소득을 깎아먹는다.

따라서 전세의 월세화는 단순한 임대계약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가계 소비여력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는 구조 변화에 가깝다.

5. 매매가격이 너무 오른 것도 오히려 전세 수요를 고착시킨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면 일부 임차인은 매매로 이동한다.

Jeonse Price ↑
→ Rent vs Buy Gap ↓
→ Home Purchase ↑

가 자연스러운 조정장치다.

그런데 현재 서울에서는 이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자체가 크게 오른 데다 가격대별 주담대 제한과 DSR 규제가 겹치면서 필요한 자기자본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당수 임차가구에게 선택지는

전세냐 매매냐

가 아니라

전세냐 월세냐

가 되어가고 있다.

결국

서울 매매가격 상승

→ 매매 진입장벽 상승

→ 전세 잔류

→ 전세수요 증가

가 된다.

여기에 2027년부터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들어온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월세 전환과 재건축 멸실로 줄어드는 것이다.

6. 2027년에는 여기에 고물가가 겹친다


여기서부터 이전 CPI 전망과 연결된다.

생각정리 370 (* 가맹사업법, CPI)에서 개인적으로 추정했던 2027년 소비자물가 중심값은 약 **3.8%**였다.

당시 생각했던 구조는 대략 이랬다.

2027년 상반기

고유가·경유·휘발유 가격 상승
→ 물류비·식료품 가격 상승

이후

2027년 하반기

전월세·전기료 상승
→ 외식·서비스가격 상승

이다.

따라서 에너지가격이 하반기 안정되더라도 CPI가 빠르게 내려가기보다는 에너지에서 시작된 물가상승을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가 이어받는 구조를 생각했다.

전세난까지 지금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이 가정은 오히려 조금 더 중요해진다.

7. 주택 매매가격은 CPI에 직접 들어가지 않지만 월세는 다르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0% 오른다고 CPI가 20% 오르는 것은 아니다.

주택 매매가격 자체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직접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세와 월세 등 임차료는 CPI에 반영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간접적인 2차 효과다.

전월세 상승

→ 가계 주거비 증가

→ 임금 인상 요구

→ 자영업·서비스업 인건비 증가

→ 서비스가격 인상

이 가능하다.

여기에 임대료가 오른 상가에서는

Commercial Rent ↑
→ Restaurant·Retail Cost ↑
→ Consumer Price ↑

가 추가된다.

결국 주거비는 단순히 CPI의 한 항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물가와 임금으로 확산될 수 있다.

8. 전세난이 물가를 만들고, 물가가 금리를 붙잡는다


이것이 이번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다.

이전에 생각했던 2027년 CPI 중심값 **3.8%**가 현실화된다면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목표 2%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Housing Shortage

→ Jeonse·Rent ↑

→ CPI·Core CPI Sticky

→ Rate Cuts Delayed

가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높은 금리는 다시 주택시장으로 돌아온다.

9. 그런데 고금리가 반드시 서울 집값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금리 상승 = 부동산 하락

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금리 상승은 주택가격에 강력한 하방 요인이다.

대출 이자부담이 높아지면서 구매력이 떨어지고, 자산의 할인율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동시에 반대 방향의 효과가 발생한다.

첫 번째, 매매 전환을 막는다

고금리

→ 주담대 부담 증가

→ 매매 진입 어려움

→ 전세 잔류 증가.

결과적으로 전세수요를 더 강하게 만든다.

두 번째,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게 만든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 환경에서 전세보증금을 받아 운용하는 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매달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월세의 매력은 커진다.

따라서

High Rate
→ Jeonse Supply ↓
→ Monthly Rent Supply ↑

가 가능하다.

세 번째, 신규 주택공급의 금융비용을 높인다

고금리는 PF와 건설사의 조달비용도 높인다.

Interest Rate ↑
→ PF Cost ↑
→ Project IRR ↓
→ Construction Delay

가 된다.

즉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유지된 높은 금리가 몇 년 뒤에는 오히려 신규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10. 따라서 고금리는 단기 Demand Negative, 장기 Supply Negative다


이를 정리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구조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High Rate
→ Mortgage Demand ↓
→ Housing Price Pressure ↓

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High Rate
→ Housing Purchase ↓
→ Rental Demand ↑

동시에

High Rate
→ PF·Construction Cost ↑
→ New Supply ↓

가 된다.

즉 고금리는

Short-term Demand Negative

이지만

Medium-term Supply Negative

이기도 하다.

서울처럼 신규 공급 탄력성이 낮은 시장에서는 후자의 효과를 무시하기 어렵다.

11. 결국 전세난과 고금리가 서로를 강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결고리를 하나로 합치면 다음과 같다.

정비사업 이주 증가

↓

Available Housing 감소

↓

전세 부족

↓

전세가격 상승

↓

월세 전환

↓

주거비 상승

↓

CPI·근원물가 하방 경직

↓

한국은행 금리 인하 지연

↓

주담대 부담 유지 + PF 금융비용 상승

↓

매매 진입 감소 + 신규 공급 지연

↓

임차수요 증가 + 미래 주택공급 감소

↓

전세·월세 수급 추가 악화

라는 구조다.

여기에 다시 높은 월세가

Rent vs Buy Threshold

를 낮추면서 자본을 충분히 가진 실수요자에게는 매수 유인을 높인다.

그러면 결국 다시 매매가격으로 돌아온다.

12. 그래서 같은 고금리라도 계층별 결과는 정반대가 된다


이 부분도 앞으로 중요해 보인다.

고금리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현금이 부족한 무주택자

높은 주담대금리

  • 높은 전세가격

  • 높은 월세

를 동시에 부담한다.

따라서 서울 핵심지 진입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부채가 많은 기존 주택보유자

이자비용이 커져 소비여력이 감소한다.

일부 한계차주는 매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

현금·금융자산이 많은 가계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예금·채권 이자를 받으면서 기다릴 수 있고,

대출규제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작다.

가격이 조정되면 오히려 매수할 수 있다.

따라서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서울 주택시장은

Leveraged Buyer에게는 불리하고

Cash-rich Buyer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장

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것이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Who Has the Money

의 중요성이다.

13. 따라서 서울 핵심지와 외곽지역은 더욱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2030년까지 한국 부동산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는 지방과 외곽지역의 수요를 크게 억제할 수 있다.

인구가 감소하고 대체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할인율 상승 효과가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서울 핵심지는 다르다.

재건축 멸실

신규 공급 부족

학군·직주근접 수요

현금부자 수요

전월세 상승

이 동시에 작동한다.

따라서 금리가 높아도 공급이 더 빠르게 줄어든다면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대한민국 부동산 전체는 약하지만 서울 도심은 강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14. 2027~2030년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개인적인 기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2027년: 전월세 Inflation의 시작


은마 등 주요 정비사업 이주가 시작된다.

2024년 입주한 일부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의무 유예기간도 순차적으로 끝나면서 일부 전세주택이 실거주용으로 회수될 수 있다.

동시에 이전 글의 가정처럼 CPI가 3%대 후반까지 높아진다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은 제한된다.

따라서

High Rent + High Rate

가 동시에 시작된다.

2028년: 첫 번째 Peak Stress


정비사업 이주 예정 물량이 약 4.5만 가구로 급증한다.

반면 입주물량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할 경우 서울 전세 수급은 가장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고금리가 PF와 착공에도 영향을 주었다면 2~3년 전 공급 감소가 이 시점부터 실제 입주 감소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2028년은

Rental Supply Shock

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첫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9년: 높은 임대료가 매매시장으로 돌아오는 시기


전세가격과 월세 상승이 몇 년간 누적되면 Rent vs Buy 계산이 달라진다.

특히 자기자본을 충분히 보유한 가구에서는

앞으로 계속 높은 월세를 낼 것인가

와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주택을 살 것인가

를 비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울 핵심지의 실거주 아파트에 대한 매수수요가 다시 강해질 수 있다.

2030년: 두 번째 Peak Stress


현재 일정대로라면 정비사업 이주 물량이 약 5.7만 가구로 다시 최고치를 기록한다.

목동·송파·강남·여의도 등의 정비사업이 누적되면서 전세수급 압력이 다시 강해질 수 있다.

다만 동시에 2020년대 후반 착공한 정비사업의 준공도 증가하기 시작할 수 있어, 2030년은 이주물량과 신규 공급의 Race가 될 가능성이 높다.

15. 그렇다면 한국은행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까


금리의 정확한 숫자를 장기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이번에는 숫자 하나를 찍기보다는 조건부 경로로 보는 편이 낫다.

개인적인 중앙 시나리오는 대략 다음과 같다.




핵심은 금리의 절대값보다

2020년대 초반처럼 1%대 초저금리로 빠르게 돌아가기 어렵다

는 가능성이다.

주거비, 고령화, 재정확대, 에너지·전력 투자, AI CAPEX 등이 동시에 높은 명목성장을 유지한다면 한국의 중립금리 자체가 과거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30년까지 부동산시장은

집값은 높은데 금리도 높은

과거와 조금 다른 상태가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

16. 서울 도심 아파트가격 전망


이전 글에서는 2025년 말 서울 도심 선호 아파트가격을 100으로 두고 2030년까지

Low +25~30%

Central 약 +50%

High +70~75%

정도를 생각했다.

정비사업 이주와 전월세 수급, 그리고 이번 고물가·고금리 feedback loop까지 포함하면 중앙값은 조금 더 높게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조건부 시나리오는 다음 정도다.



여기서 Stress라는 표현은 집값 급락을 의미하는 Stress가 아니라 임차시장 수급 Stress가 가장 강한 경우를 의미한다.

오히려 임차인에게 가장 나쁜 환경이 서울 핵심 주택 보유자의 자산가격에는 가장 강한 환경이 될 수도 있다.

17. 다만 고금리는 상승률의 상단을 분명히 제한한다


그렇다고 전월세난만 보고 서울 집값이 무한히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다.

고금리는 분명 강력한 가격 억제 변수다.

예를 들어 25억원짜리 아파트가 35억원, 40억원으로 올라가려면 추가되는 구매자도 그만큼 큰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대출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가격이 올라갈수록 구매자 Pool은 빠르게 줄어든다.

따라서

Supply Scarcity ↑

가 가격을 올리지만,

동시에

Affordability ↓

가 상승속도를 억제한다.

결국 향후 서울 도심 주택은 2020~2021년처럼 레버리지를 이용한 모든 지역 동반 상승보다는

매물은 적고 거래량도 적지만 소수의 현금부자 거래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시장

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18. 가장 큰 하방 리스크는 금리가 아니라 Forced Selling이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적었지만 부동산가격이 본격적으로 무너지려면 단순히 금리가 높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누군가가 집을 반드시 팔아야 한다.

실업

소득 쇼크

대규모 신용경색

PF·금융시스템 위기

등이 발생해 Forced Seller가 급증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생각하는 2027~2030년 기본 경로에서는 반도체·AI CAPEX, 높은 명목성장, 재정지출 등이 가계와 기업의 명목소득을 일정 부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물가는 높고 살림살이는 힘들지만 명목소득 자체는 증가하는 경제다.

그렇다면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서울 핵심주택 소유자가 반드시 집을 팔아야 할 이유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거래량이 줄면서 매물만 잠길 가능성이 있다.

19. 결국 한국은 Housing Cost Inflation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면 앞으로의 문제를 단순히

서울 집값이 오른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조금 부족하다.

보다 정확하게는

Housing Cost Inflation

이라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다.

매매가격이 오른다.

전세가격이 오른다.

전세를 구하지 못하면 월세로 간다.

월세가 오른다.

높은 주거비가 CPI와 서비스물가를 자극한다.

높은 CPI 때문에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한다.

높은 금리는 다시 매매 진입을 막고 PF 공급을 지연시킨다.

그리고 다시 전세와 월세가 오른다.

즉,

Sale Price ↑

→ Jeonse Demand ↑

→ Jeonse Price ↑

→ Monthly Rent ↑

→ CPI Sticky

→ Interest Rate High for Longer

→ Mortgage Affordability ↓ + New Supply ↓

→ Rental Demand ↑

→ Housing Cost ↑

라는 순환이다.

글을 마치며


이번 글을 정리하면서 오히려 조금 더 명확해진 것은 2027~2030년 서울 주택시장의 가장 큰 위험이 단순한 집값 폭등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 전체가 오르는 것일 수 있다.

서울 도심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그러면 전세에 남는다.

전세가 부족해지면 월세로 간다.

월세까지 오르면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그런데 주거비와 서비스물가 때문에 한국은행은 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어렵다.

높은 금리는 다시 주택 구매와 신규 공급을 억제한다.

결국 처음에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힘으로 보였던 고금리가 몇 년 뒤에는 임대주택 수급을 악화시키는 힘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서울 부동산을 설명하는 모델은 단순히

Liquidity → Housing

이 아니다.

오히려

정비사업 이주
→ Rental Shortage
→ Housing Cost Inflation
→ CPI
→ Interest Rate
→ Credit & Construction
→ Rental Shortage

라는 하나의 순환구조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 구조가 맞다면 2030년까지의 서울 도심 아파트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금리를 몇 번 내리는지가 아닐 수도 있다.

매년 몇 채가 새로 지어지는가보다, 그해 실제 사람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이 몇 채 남아 있는가.

그리고

그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이 대신 살 수 있는 전세·월세가 몇 채 남아 있는가.

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전 글에서

“돈이 누구에게 가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사고 싶은 자산이 시장에 몇 개나 나와 있는가”

라고 적었다.

이번에는 한 문장을 더 붙여야 할 것 같다.

그 자산을 살 수 없는 사람이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주거수단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2027년은 그 질문의 시작이고, 2028~2030년은 실제 답을 확인하게 되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