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5일 토요일

생각정리 360 (* Rate Divergence)

주말동안 있었던 여러 매크로 관련 이슈들을 묶어서 기록 정리해본다.

정부가 낮추려는 금리와 시장이 요구하는 금리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재무장관, 그리고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본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부는 물가와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듯하다.

트럼프는 9월 4일 연준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면서 무역적자 상대국들과의 교역 중단까지 언급했다. 베센트는 이란과의 충돌이 끝나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나아가 4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고, 이에 따라 물가와 채권금리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발언, 베센트 인터뷰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역시 물가 둔화가 이어진다면 정책금리 동결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제시한 근원 PCE의 최근 3개월 연율 상승률은 **2월 4.76%에서 7월 3.05%**로 낮아졌다. 향후 물가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조건부 입장이다. 연준, 월러 연설

미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유가와 생활비를 낮추고, 가계의 금융비용을 줄이며, 정부도 조금 더 낮은 금리로 부채를 차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 경로가 과거처럼 작동할 수 있을까.

유가가 내려가고 Fed Funds Rate이 낮아지면, 장기 시장금리도 함께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이 연결고리가 점점 약해질 가능성을 보고 있다.


1. 정책금리가 내려가도 장기금리는 오를 수 있다


먼저 금리를 결정하는 시간축부터 다르다.

연준은 현재의 단기자금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준다. 반면 10년, 30년 동안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는 그 기간의 성장과 물가, 향후 정책금리, 그리고 장기간 위험을 감수하는 데 필요한 보상을 함께 평가한다.

장기 국채금리 ≈ 향후 단기금리의 평균 예상치 + Term Premium

여기서 Term Premium은 미래 금리와 물가의 불확실성 등을 감수하고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다. 현재 정책금리가 낮아져도 미래 금리 전망이나 기간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장기금리는 충분히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뉴욕연준, Treasury Term Premia

실제로 이런 모습은 이미 나타났다.


자료: 연준 통화정책보고서 — 정책금리, 금융시장. 두 지표의 관측기간에는 차이가 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내리는 동안 시장은 향후 추가 인하 기대를 줄였고, 장기 실질금리는 상승했다.

정책금리 인하와 장기 차입비용 하락이 항상 함께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에도 9월 2일 장중 미국 10년물은 4.81%, 30년물은 5.292%까지 거래됐다. 이번 상승에는 유가와 추가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함께 반영돼 있다. Barron’s, 9월 2일 채권시장

그렇다면 다음으로 생각해볼 문제는 이것이다.

유가와 단기 물가 충격이 진정된 이후에도, 장기금리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는 힘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2. 정부의 차입이 줄지 않는데 민간의 자본 수요까지 늘어난다


고령화와 재정지출의 경직성은 이전 글에서 정리했다.

생각정리 350 — Debt, Centralization

국가부채와 글로벌 장기자금 경쟁의 관계도 아래 글로 갈음한다.

생각정리 347 — AI Fiscal Race, Public Debt

이번 글에 필요한 결론은, 주요국 정부의 차입 필요가 경기회복만으로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IMF의 2026년 4월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정부부채는 2025년 GDP의 **약 94%에서 2029년 100%**로 상승한다. IMF, Fiscal Monitor

이 상황에서 AI가 새로운 민간 자본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자료: OECD, Global Debt Report 2026. 조달액은 차환을 포함하며, CAPEX와 회사채 발행 전망은 서로 다른 지표이므로 합산하지 않는다.

정부는 기존 부채를 차환하고 새로운 재정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동시에 기술기업은 데이터센터와 AI 생산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외부자금을 조달한다.

반면 OECD는 중앙은행의 국채 보유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가격에 민감한 투자자에게 더 의존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OECD 보고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주체는 늘어나는데, 그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자는 더 높은 보상을 따져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국채의 한계 매수자가 요구하는 수익률도 달라질 수 있다.

3. AI의 생산성은 나중에 오지만 CAPEX는 먼저 발생한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단위비용을 낮출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그 생산성을 얻으려면 먼저 AI Physical Infrastructure를 건설해야 한다.

반도체와 서버를 구매하고, 데이터센터를 짓고,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냉각설비와 변압기, 건설인력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5월 27일 연설에서 기업들이 발표한 데이터센터 계획이 1.5조 달러 이상이며, 그중 실제로 실현된 부분은 작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첨단 장비, 전문 건설인력의 가격 압력도 함께 언급했다. 연준, 쿡 연설

이 금액은 발표된 계획이다. 앞으로 얼마나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고금리에도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이전 글에서 다뤘다.

생각정리 357 — Beyond the Cycle, k-EPC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시간차다.

AI CAPEX → 자금·설비·전력 수요 증가 → 생산능력 확보 → AI 도입 확산 → 생산성 개선

자본과 실물자원에 대한 수요는 앞에서 발생한다. 경제 전체가 생산성 개선의 혜택을 얻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유가가 하락해 단기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장기자금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유가 안정과 장기 자본비용 안정 사이에 시간차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4. 금리인하가 오히려 AI 투자를 더 자극한다면


여기에 한 가지 역설이 생긴다.

미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정책금리가 낮아졌는데, AI 투자의 기대수익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기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투자자는 추가 수익을 얻을 기회를 찾는다. 차입비용 하락은 일부 프로젝트의 금융조달을 쉽게 만들고, 투자 가능한 사업의 범위도 넓힌다.

AI 분야에서 위험을 감안한 기대수익성이 충분한 프로젝트가 많다면, 이러한 자본이 AI 관련 지분투자와 대출, 인프라 금융으로 배분될 유인도 커진다.

BIS는 낮은 금리가 금융기관의 수익률 추구와 위험 인수를 강화하는 경로를 연구했다. 미국과 유럽의 상장은행 약 600개를 분석한 2009년 연구는 저금리의 지속이 금융기관의 위험 인수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BIS, Monetary Policy and the Risk-Taking Channel

이 연구가 AI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실증은 아니다. 다만 단기 수익률이 낮아질 때 자본배분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Fed Funds Rate 하락
→ 단기 안전자산 수익률·일부 조달비용 하락
→ AI 관련 위험자본 공급 확대
→ 신규 CAPEX와 차입 증가
→ 장기자금 수요 확대
→ 장기금리 하락을 제약하는 압력

중요한 연결고리는 신규 투자다.

기존 주식의 가격만 상승하는 경우보다, 새롭게 조달된 지분자본이 대출과 회사채 발행을 동반하고 실제 데이터센터·전력설비 건설로 이어질 때 이 경로는 강해진다.

프로젝트의 위험을 감안한 수익성이 유지된다면, 금리인하가 투자를 앞당기고 그 투자가 다시 장기자금을 필요로 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초기에는 금융공급이 늘면서 AI 관련 신용스프레드가 좁아질 수도 있다. 이후 추가 투자와 차입이 확대되면 장기 기준금리에는 다시 상방압력이 생길 수 있다.

단기 금융여건의 완화가 장기 자본 수요를 더 크게 만드는 역설이다.

5. 장기금리는 어느 힘이 더 강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정책금리 인하는 장기채 매수를 늘리는 힘도 갖고 있다.

투자자는 단기금리가 더 내려가기 전에 장기 국채의 수익률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 미래 단기금리 전망이 낮아지는 것 자체도 장기금리를 낮추는 요인이다.

결국 아래의 힘들이 함께 작용한다.

앞으로 AI 투자와 정부의 차입 수요가 충분히 강하다면, 금리인하에 따른 장기금리 하락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하가 이뤄지면, 시장은 미래의 인플레이션과 재긴축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 단기금리는 내려가지만 장기금리는 높은 수준에 남거나, 경우에 따라 오르는 모습도 가능해진다.

6. 결국 과거의 중립금리 Anchor를 다시 봐야 한다


AI의 영향은 현재의 CAPEX에서 끝나지 않는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가 늘어나면, 경제가 필요로 하는 자본의 규모 자체가 커질 수 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2월 17일 연설에서 AI가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일 경우 기업의 투자와 자본 수요가 늘어나 금리에 상방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도 미래소득 증가를 기대해 저축을 줄일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더 높은 균형금리인 r-star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 바 연설

AI는 생산비용을 낮추면서 동시에 자본의 수익성과 투자 수요를 높일 수 있다.

Productivity 상승
→ 투자 기회 확대
→ Capital Demand 증가
→ 균형 실질금리 상승 가능

여기에 국채 공급과 기간프리미엄 부담이 겹치면,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장기 명목금리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금리의 Anchor 이동은 이 변화에 가깝다.

과거의 낮은 중립금리와 낮은 기간프리미엄을 앞으로의 장기 자본비용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경제가 필요로 하는 균형금리는 높아졌는데 정책금리만 낮춘다면, 그 금리는 투자와 수요를 더 자극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은 그 결과까지 장기금리에 반영한다.

7. 미국의 자본 수요는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연결된다


미국의 AI 투자가 미국 안에서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보험사와 연기금, 국부펀드와 자산운용사는 미국채·유럽채·일본채뿐 아니라 회사채와 인프라 대출, 부동산 금융을 함께 비교한다.

이들이 미국 AI 인프라에 배분할 자금을 늘린다면 다른 자산에 대한 배분도 영향을 받는다.

국채 공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민간 장기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 정부도 신규 매수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할 수 있다.

최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국부펀드의 채권 벤치마크에서 정부채 비중을 70%에서 50%로 낮추고, 기관보증 MBS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권고했다. Norges Bank, 채권 투자전략 검토

아직 권고 단계이지만, 대형 장기투자자가 국채와 다른 채권의 위험프리미엄을 다시 비교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국가별 영향의 크기는 다를 것이다. 환헤지 비용과 자국의 경기·물가, 국내 투자자의 국채 수요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달러 환헤지 비용이 낮아지면 해외 투자자의 미국채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민간이 동시에 장기자금을 필요로 하는 방향은 중요하다.

미국의 AI CAPEX가 확대될수록 글로벌 자본배분의 기준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다른 국가의 장기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전 글에서 정리한 ‘r은 세계화되고, g는 AI 인프라를 따라간다’는 생각도 이와 연결된다.

8. 이제는 금리인하 여부와 자본비용을 따로 봐야 한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다음 FOMC에서 금리를 내리는지에만 있지 않다.

인하 이후에도 장기 실질금리와 기간프리미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 AI 투자계획이 실제 금융조달과 CAPEX로 전환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AI 수익성이 악화돼 투자가 취소되거나, 경기침체로 민간 차입이 줄고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면 장기금리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재정조정이 실제로 진행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정책금리 인하만으로 모든 자산의 할인율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다.

AI 인프라 기업 역시 매출과 수주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금융비용과 유지·교체 CAPEX, 가동률을 반영한 현금수익률이 자본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성장이 강한 산업일수록 자본도 많이 필요하다. 그 자본의 가격까지 함께 봐야 한다.

#글을 마치며


미국 정부는 물가와 금리를 낮추려 할 것이다.

동시에 AI 투자를 늘려 생산성과 성장률을 높이려는 정책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성장전략은 「생각정리 359 — AI Is the Exit, G20」에서 정리했다.

그런데 그 두 목표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지는 않을 수 있다.

단기금리를 낮추면 일부 금융비용은 줄어든다. 하지만 높은 기대수익성을 가진 AI 투자에 자본이 더 공급되고, 그 투자가 추가 차입과 설비 수요로 이어지면 장기 자본비용에는 다시 상방압력이 발생한다.

여기에 주요국의 Public Debt와 차환 수요는 계속 남아 있다.

정부는 낮은 금리를 원하지만, 시장은 늘어나는 자본 수요를 감당할 수익률을 요구한다.

앞으로는 Fed Funds Rate이 내려가는 시기에도 장기자본은 여전히 비쌀 수 있다.

정책금리의 방향만으로 채권시장과 자산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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