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최근 판매량을 살펴보다가, 이번 부진을 개별 기업의 경쟁력 문제로만 봐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국내와 유럽에서는 테슬라·BYD뿐 아니라 같은 그룹의 기아에도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동시에 부품 공급 중단과 자체 노조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었고, 차량용 반도체·전력반도체·에너지·노동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상품과 기술 경쟁력이 약해지고, 국내에서는 생산비와 조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현대차만의 문제와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겹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서 생각을 정리해 글로 남겨본다.
과거 글에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는가
2025년 5월 「생각정리 24 — 좌파정부, 포퓰리즘, 제조업위기, 부동산가격」을 작성하며, 한국 제조업의 비용 경쟁력이 점차 약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당시에는 제조업 국가의 경쟁력을 낮은 물가, 낮은 에너지비용, 낮은 인건비라는 세 가지 조건으로 단순화했다. 지금 다시 정리해보면 중요한 것은 비용의 절대 수준보다 기업이 높아진 비용을 생산성과 기술, 품질과 가격으로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는가에 있다.
한국은 이미 저임금 제조업 국가가 아니다. 앞으로는 임금과 에너지비용이 올라가더라도 더 높은 생산성과 기술력으로 이를 상쇄해야 한다.
문제는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동안 부품·에너지·노동비용이 동시에 오르고, 파업으로 납기 안정성까지 약해지는 경우다.
현대차의 최근 실적은 위 세 가지 경로가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아/현대
국내 부진은 내수시장 둔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26년 1~8월 국내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사실상 시장 규모가 유지된 것에 가깝다.
그러나 같은 기간 현대차 판매는 15.0% 감소했다. 반면 기아는 7.0% 증가, 테슬라는 122.3% 증가, BYD는 800.0% 증가했다.
현대차가 전년의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전체 시장 감소로 설명되는 판매 감소분은 약 3,100대다. 실제 감소분 약 7만 대 가운데 시장 자체의 둔화로 설명되는 비중은 약 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생산 차질과 신차 교체 시점, 상품 구성, 경쟁사의 성장 등 상대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원인을 정확히 분해한 수치가 아니라, 시장 규모 이외의 요인이 훨씬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산이다.
테슬라와 BYD의 합산 증가분은 약 5만 8,000대로, 현대차 감소분의 약 82%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이 물량을 모두 현대차 고객이 테슬라와 BYD로 이동한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규 전기차 수요와 다른 브랜드 고객의 이동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현대차가 감소하는 동안 테슬라·BYD·기아가 성장했다는 방향까지다.
유럽에서도 시장보다 현대차가 더 부진하다
유럽 역시 시장 둔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2026년 1~8월 EU 신차 등록은 5.3% 증가했다. 그러나 현대차 판매는 12.7% 감소했고 점유율은 4.0%에서 3.3%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9.1% 증가했고, 폭스바겐그룹은 1.3%, BMW그룹은 4.8% 증가했다. BYD는 163.0% 성장했다.
현대차 경영진도 유럽 부진의 원인으로 코나·투싼 등 주요 내연기관 모델의 노후화와 소형 전기차 라인업 부족을 언급했다. 중국 업체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전기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는 동안 대응할 B세그먼트 전기차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그룹의 기아가 성장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동일한 한국의 임금·에너지·노사 환경에 노출된 기업 사이에서도 신차 출시와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성과가 달라졌다.
따라서 국내와 유럽의 판매 부진에는 분명히 현대차 자체의 상품 주기와 전기차 대응 문제가 포함돼 있다.
그렇다고 현대차 전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북미와 인도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난다.
2026년 상반기 현대차의 북미 판매는 3%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판매도 3% 증가했고, 인도는 10%, 중남미는 11% 성장했다.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는 25% 증가했다. 3분기 미국 판매 역시 3% 증가하며 역대 최대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 전체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붕괴했다면 북미·인도·하이브리드에서도 동시에 판매가 감소해야 한다. 현재 자료는 그런 상황을 보여주지 않는다.
보다 정확한 진단은 다음과 같다.
| 생각정리 184 (* Hyudai motor. Alpamayo) |
현대차의 부진은 전사적인 브랜드 붕괴보다 지역별 상품 경쟁력과 공급능력의 격차가 커진 현상에 가깝다.
판매 감소보다 이익 감소가 더 크다
2026년 2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도매판매는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매출액은 우호적인 환율과 하이브리드 판매 덕분에 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5.8%**로 내려갔다. 회사는 원재료비 상승과 부품사 화재에 따른 생산 차질을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다.
판매가격과 환율로 매출은 방어했지만 생산량 감소와 원가 상승을 막지 못하면서 이익이 더 크게 줄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현대차의 문제는 판매량 감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물량을 회복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하고, 높아진 부품·노동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수익성이 이중으로 압박받을 수 있다.
자동차 공급망은 가장 약한 부품 하나에서 멈춘다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을 동시에 조달해야 완성된다. 중요한 것은 전체 부품의 개수보다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부품과 단일 공급 공정이 얼마나 많은가다.
전체 부품을 확보했더라도 특정 모듈 하나가 공급되지 않으면 조립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 재고를 최소화한 적시생산 방식은 평상시 효율적이지만 부품사 파업과 사고에는 취약하다.
| https://www.yna.co.kr/view/AKR20260826116700057 |
2026년 8월 현대모비스 생산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가 부분파업에 들어가자 현대차 울산공장 대부분의 생산라인 가동률이 하락했고 일부 라인은 중단됐다. 부품사 노사 갈등이 완성차 생산에 즉시 전이된 구체적인 사례다.
현대차 자체 노조의 전면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도 약 5만 대로 추정됐다. 다만 회사가 이후 증산을 통해 상당 부분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으므로 5만 대 전체를 최종 판매 손실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201644001 |
생산 차질의 최종 영향은 고객이 기다려주는지에 달려 있다.
고객이 기다리면 판매 시점이 뒤로 밀릴 뿐이다. 그러나 테슬라·BYD·기아 등 다른 선택지를 구매하면 일시적인 생산 문제가 영구적인 시장점유율 손실로 바뀐다.
신차의 초기 공급이 부족하면 출시 효과도 약해진다. 차질 물량을 만회하기 위해 잔업과 특근을 늘리거나 판매 인센티브를 확대하면 생산량은 회복하더라도 이익률은 이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
프리드먼이 경고했던 조직된 내부자
이 문제는 「생각정리 259 — 노란봉투법, 밀턴 프리드먼, 병든사회」에서 다뤘던 밀턴 프리드먼의 노동조합 비판과 연결된다.
프리드먼의 핵심은 노동조합원 개인을 비난하는 데 있지 않았다. 조직된 일부가 자신의 임금과 고용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비조합원과 신규 구직자, 소비자와 협력업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는 강한 협상력을 가진다.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와 청년 구직자, 미래에 입사할 사람은 현재의 성과급 협상에 참여하지 못한다.
내가 우려하는 대기업 노조의 횡포는 임금 인상 요구 자체를 뜻하지 않는다. 생산 중단이 협력업체와 고객, 미래 투자와 고용에 미칠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 조합원의 배분 몫을 우선하는 협상력의 남용을 말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요구하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기업 이익은 근로자나 주주 중 어느 한쪽의 몫으로만 볼 수 없다. 세금과 이자, 배당,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경기 하락에 대비한 유동성의 재원이다.
자동차·반도체·조선·방산처럼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면 미래 경쟁력에 사용할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
노란봉투법이 모든 파업의 원인은 아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가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시행 약 100일 동안 다수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사실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도 9월 3일 지침에서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에 연동한 성과급 요구를 의무적 교섭 및 보호되는 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이 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법 시행 이후의 변화는 다음처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다 정확한 위험은 기존 대기업 노조의 임금협상과 확대된 하청노조의 원청교섭이 같은 시기에 겹칠 가능성이다.
완성차 노조의 파업이 끝나도 핵심 부품사 파업이 계속되면 생산은 정상화되지 않는다. 원청과 다수 협력업체의 교섭 일정이 중첩될수록 다단계 공급망의 조업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다.
자동차에서 조선·방산으로 퍼질 수 있는 위험
이러한 위험은 자동차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지만 조선과 방산에도 다른 형태로 전이될 수 있다.
자동차는 고객이 다른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어 생산 차질이 점유율 손실로 빠르게 이어진다. 조선은 당장 수주가 취소되지 않더라도 공정 만회비용과 예정원가가 상승한다.
방산은 인증받은 부품의 교체가 어렵고 시험과 검수 절차가 복잡하다. 특정 부품이나 시험공정이 지연되면 납품과 매출 인식, 대금 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
현재 조선에서는 성과급 갈등과 부분파업이 확인됐지만 대규모 인도 지연과 지체상금이 발생했다는 정량자료는 부족하다. 방산 전반에서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확산됐다는 증거도 아직 없다.
따라서 자동차는 현재 발생한 위험, 조선은 관찰할 위험, 방산은 잠재적인 위험으로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와 에너지비용도 올라가고 있다
노동비용 외에도 차량용 반도체와 전력반도체, 에너지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onsemi는 원재료와 제조·에너지비용 상승을 이유로 10월부터 광범위한 제품의 가격을 조정한다고 고객에게 통보했다. Renesas도 추가 가격 조정을 예고했다. 실제 현대차 구매가격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품목과 장기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2024년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9.7%, 대용량 고객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력은 10.2% 인상됐다. 자동차 조립공장의 직접 전력비뿐 아니라 소재·주조·단조·열처리·가공 협력업체를 통해 완성차 원가에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2025년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의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은 5.0% 증가했다. 300인 이상 기업은 6.9%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 기업은 1.4% 증가했다.
원청이 납품가격 인상을 수용하면 완성품 원가가 올라간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력사의 수익성과 설비투자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
원청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비용을 직접 부담하거나, 약해진 협력사의 공급 위험을 나중에 부담하게 된다.
부동산가격도 제조업 비용과 무관하지 않다
「생각정리 24」에서는 부동산가격 상승이 제조업 경쟁력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높은 주거비는 노동자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하는 명목임금의 하단을 높인다. 기업과 가계의 자본이 생산적 투자보다 토지와 주택으로 몰리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수도권에 산업과 일자리가 집중된 상태에서 주거비가 오르면 청년과 숙련인력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비용도 커진다. OECD도 주택시장의 비효율이 주거와 노동 이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집값 상승과 제조업 임금 상승 사이의 관계를 단순한 상관계수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높은 주거비가 노동비용과 인력 배치, 자본 배분에 부담을 준다는 경로는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포퓰리즘의 문제는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쓰는가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모두 비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전력망과 항만, 연구개발과 교육, 산업 인프라와 주택 공급에 자금을 투입하면 미래의 생산능력을 높일 수 있다. 경기침체기에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재정정책도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재정이 생산능력을 늘리기보다 현재의 소비와 자산가격, 조직된 이해집단의 소득을 보호하는 데 장기간 집중되는 경우다.
좌파정부의 분배정책이 언제나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고 원·하청 간 불공정한 비용 전가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분배정책이 생산성 향상과 투자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의 소득과 자산가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면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가 역시 기업의 CFO와 비슷한 자본 배분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의 선의만큼 투입한 재정이 미래의 공급능력과 고용을 얼마나 늘렸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독일 제조업의 약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독일은 한국이 경계해야 할 가까운 사례다.
독일 제조업의 약화는 높은 에너지비용 하나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다. 에너지 충격과 숙련인력 부족, 단위노동비용 상승, 규제와 투자 부진, 중국의 자동차·기계·전기산업 추격이 함께 작용했다.
독일 중앙은행은 2021~2023년 독일 수출시장 점유율 손실의 4분의 3 이상이 제품군별 경쟁력 악화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기계·전기·화학 등 독일의 전통적인 주력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독일 자동차·부품 생산은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2023년까지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 승용차 생산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전기차 생산 증가는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했다.
2022년 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독일 에너지 집약 산업의 생산은 15.2% 감소했고 고용은 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생산은 9.5% 감소했다.
자동차·부품 생산은 2017~2023년, 전체 및 에너지 집약 산업과 관련 고용은 2022년 2월~2026년 3월 변화다. 비교 기간은 다르지만 독일의 전통적인 제조 기반이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약해진 방향을 보여준다.
독일 제조업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독일은 여전히 대규모 자동차·기계 생산기반과 연구개발 역량을 갖고 있고 전기차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독일이 보여준 것은 비용 하나가 제조업을 무너뜨린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노동·규제 비용이 오르는 동안 생산성과 상품 경쟁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제조업 중심 국가도 수년간 시장점유율과 고용을 잃을 수 있다.
한국도 중국을 거대한 수요처와 저가 생산기지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 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기계 등 한국과 독일이 강점을 가졌던 산업에서 중국은 가장 강한 경쟁자로 바뀌고 있다.
한국 제조업 전체가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아직 독일과 같은 상황에 도달하지 않았다.
반도체 수출과 AI 관련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있고, 금속가공·전기장비·기계장비 생산도 비교적 양호하다. 조선 역시 높은 수주잔고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KDI는 2026년 9월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제조업 생산의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 제조업은 전면적인 몰락보다 반도체 호황 아래 자동차·석유화학·철강 일부의 취약성이 가려지는 양극화 국면에 가깝다.
현대차의 부진은 한국 제조업의 쇠퇴가 확정됐다는 증거가 아니다. 비용 상승과 공급 불안이 기술·생산성 향상보다 빨라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먼저 보여주는 경고 사례에 가깝다.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보다 미래의 수익성 문제다
현대차의 2026년 판매 감소를 자율주행 기술 부족으로 직접 설명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미국 판매와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자율주행 경쟁력이 현재 자동차 구매를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격과 차종, 연비, 보조금, 금융조건과 납기도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중장기 위험은 존재한다.
이전에 작성한 「생각정리 184 — Hyundai Motor, Alpamayo」에서는 NVIDIA와의 협력을 현대차가 자율주행 개발 속도를 높일 기회로 봤다. 현대차의 차량 생산과 실제 운행 기반을 NVIDIA의 AI·컴퓨팅 기술과 결합하면 시행착오와 개발기간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생각정리 222 — NVIDIA AI Empire」에서 다뤘듯 NVIDIA의 경쟁력은 개별 반도체와 모델에 머물지 않는다. 학습과 데이터 처리, 시뮬레이션, 검증과 차량용 컴퓨팅이 연결된 개발환경 전체가 핵심이다.
현대차가 이 개발환경에 깊게 맞춰지면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할 때 모델만 교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차량 시스템을 다시 통합하고 안전성을 재검증해야 하므로 전환 비용이 커질 수 있다.
NVIDIA는 Alpamayo를 모델·데이터셋·시뮬레이터가 포함된 공개 생태계로 제시하고 있다. 공개 모델을 사용한다고 기술 종속이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현대차·기아와 NVIDIA의 협력은 DRIVE Hyperion을 기반으로 레벨 2 이상 시스템과 Motional의 레벨 4 로보택시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공개자료만으로 Alpamayo의 전면 양산 적용이나 데이터 권리, 수익 배분과 독점 조건을 알 수는 없다.
현대차가 자체 모델과 데이터를 개선할 능력을 확보한다면 NVIDIA 협력은 기술 축적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차량과 운행데이터를 제공하면서 핵심 소프트웨어와 경제성을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면 미래 자율주행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현대차가 직면한 비용의 사면초가
현대차가 앞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부품 공급을 유지하려면 납품가격 인상을 수용해야 할 수 있다. 생산 차질을 피하려면 임금과 성과보상을 늘려야 할 수 있다.
테슬라·BYD와 경쟁하려면 차량가격을 낮추거나 사양을 높여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자체 R&D와 외부 플랫폼 비용을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
비용은 여러 방향에서 오르는데 판매가격은 경쟁 때문에 충분히 올리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판매량이 회복되더라도 과거의 높은 영업이익률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 현대차를 판단할 때 판매대수뿐 아니라 판매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현대차만의 문제인가, 한국 제조업의 문제인가
현재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차 부진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다.
현대차의 국내·유럽 부진에는 상품과 기술, 신차 주기 문제가 존재한다. 생산 차질과 에너지·노동·부품비 상승에는 한국 제조업이 함께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가 포함돼 있다.
두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면 개별 기업이 신차 한두 개를 성공시키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판매 감소로 이익과 투자 여력이 줄면 미래 기술과 신차에 대한 투자가 약해질 수 있다. 투자가 약해지면 다시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글을 마치며
현대차만의 문제라면 신차 출시와 경영전략의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국 제조업 공통의 비용과 제도 문제라면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두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현대차는 국내와 유럽에서 상품 주기와 전기차·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보완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 제조업은 높아지는 에너지·노동·주거비와 공급망 불확실성을 생산성과 기술로 상쇄해야 한다.
독일의 경험은 제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에너지와 노동비용이 오르고,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규제와 갈등으로 투자가 늦어지면서 수년간 조금씩 생산과 시장점유율을 잃는다.
한국도 아직 제조업 위기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반도체와 조선, 방산과 전력기기 등 경쟁력이 강해지는 산업도 존재한다.
그러나 강한 산업의 호황이 다른 제조업의 구조적 약화를 가리고 있을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생산성과 기술이 따라오지 못한 상태에서 비용과 분배 요구만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이 한국 제조업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다.
기업의 성과를 배분하려면 그 성과를 계속 만들어낼 생산 기반이 유지돼야 한다. 국가도 현재의 소득과 자산가격을 보호하는 데 자원을 우선할수록 미래의 생산과 고용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든다.
현대차의 최근 부진은 한국 제조업 몰락의 결론은 아니다.
다만 비용 상승, 공급망 불안, 조직된 내부자의 배분 요구, 중국의 기술 추격과 미래 소프트웨어 기술 의존이 한꺼번에 겹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등이라고 생각한다.
|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시 영업익 '최대 5%' 과징금…산안법 국회 통과(종합) 자본 투자자들이여..떠나자.. 해외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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