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팔란티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의 CEO이자,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사람인 알렉스 카프가 쓴 『기술 공화국 선언』을 읽었다.
평소 알렉스 카프의 인터뷰와 기사, 영상들을 꾸준히 챙겨봐 온 터라, 책 자체에서 특별히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이미 여러 차례 들어본 그의 주장과 세계관이 정리된 텍스트라는 인상이 강했고, 그래서 비교적 가볍게 읽어 내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알렉스 카프라는 인물 자체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의 인생사와 인생관, 철학적 태도, 그리고 그런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팔란티르 테크놀로지라는 회사의 성격을 이전보다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알렉스 카프 – 팔란티르 테크놀로지 – 그리고 이를 둘러싼 현재 미국의 ‘시대정신’**이라고 부를 만한 흐름을 간략히 정리해 두고자 한다.
왜 지금, 알렉스 카프인가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오랫동안 실리콘밸리에서 “괴짜 철학자 CEO” 정도로 취급받던 인물이다.
유대계·흑인 혼혈, 난독증, 좌파적 집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철학 박사를 마친 뒤,
CIA가 투자한 데이터·군사 소프트웨어 회사 **팔란티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를 공동 창업한 사람이다.
기본적인 이력은 위키피디아 ‘Alex Karp’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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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팔란티르는 실리콘밸리에서 “군산복합체와 너무 가까운 이상한 회사” 정도로 여겨졌고,
카프 역시 주류 테크 서사에서 비켜나 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미·중 패권 경쟁, 구조적 저성장과 부채,
군비 재무장과 AI 군사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카프와 팔란티르는 전혀 다른 의미로 시장과 정치의 중심에 떠올랐다.
이 글은 다음 네 가지 축을 따라 카프와 팔란티르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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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프의 인생사와 인생관 형성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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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논문에 드러난 그의 내면적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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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계관이 구현된 팔란티르 테크놀로지라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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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에서야 카프와 팔란티르가 재조명되는지 – 시대 구조의 변화
1. 인생사: 항상 “벽 쪽에 서 있던” 아이
1-1. 흑인과 유대인,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서
알렉스 카프는 1967년 뉴욕에서 태어나 필라델피아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독일계 유대인 소아과 의사, 어머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였다.
이 기본적인 배경은 위키피디아와 간단한 전기 기사 등에 잘 정리돼 있다. (위키백과)
즉,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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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적으로는 흑인과 백인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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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으로는 유대계 인텔리 전통과 흑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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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배경으로는 과학(의사)과 예술(화가)
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었던 셈이다.
카프는 인터뷰에서
“어떤 흑인은 나를 흑인으로 보지만 어떤 흑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을 특정 범주보다 **그냥 ‘나’**로 본다고 이야기한다. (위키백과)
어릴 때부터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이라는 감각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1-2. 빈곤과 난독증: 불리하게 설계된 시스템
표면적으로 “의사+예술가” 가정이라 중산층처럼 보이지만,
카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을 **“poverty and hardship(빈곤과 고난)”**으로 회상한다.
대표적으로 AOL 기사가 그의 난독증과 어려운 성장 환경을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다. (AOL)
여기에 **난독증(dyslexia)**이 겹친다.
그는 어려서부터 글자를 읽고 쓰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학교 시스템 안에서 “문제아”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 대신, 텍스트를 그대로 읽기보다 추상적 구조와 패턴을 잡는 방식으로 사고해야 했고,
카프 본인은 이것이 나중에 팔란티르를 만드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고 말한다. (AOL)
즉, 도시 빈곤, 난독증, 인종적 애매한 정체성은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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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규칙과 제도는 “정상적인 다수”에게 맞춰져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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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같은 사람에게는 항상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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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사회의 강제력은 언제든 자신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정서적 기본값이다.
이 감각이 나중에 그가 군사력, 감시, 국가 폭력을 이야기할 때
동시에 **“그 폭력이 나 같은 소수자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자의식으로 작동한다.
1-3. 좌파 인권운동의 공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카프의 부모는 미국 시민권·인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진보적 좌파 가정이었다.
카프는 어릴 때부터 시위 현장에 갔고,
인종차별과 파시즘, 국가 폭력에 대한 경계심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위키백과)
그는 훗날, 파시즘이 다시 온다면
자신이 **“벽에 1번이나 2번으로 세워질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프로필 기사 인용). (CEO Today)
요약하면, 카프의 유년기는 세 가지 층위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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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정체성의 경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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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 시스템에서의 불리한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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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인권·반파시즘 감수성을 가진 정치적 공기
이 셋이 합쳐져, 그는 일찍부터
**“폭력과 강제력은 항상 배경에 깔려 있는 현실”**이라는 인식을 몸에 새긴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2. 철학적 인생관: 폭력은 예외가 아니라 구조이다
2-1. 법학과 독일 사회이론: 폭력–제도–무의식
카프의 학문 경로는 매우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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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퍼드 대학에서 철학·문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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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로스쿨에서 법학박사(JD)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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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에서 사회이론(네오고전 사회이론) 박사
법학은 국가 강제력과 규범을 다루는 학문이고,
프랑크푸르트학파·정신분석 전통은 권력·이데올로기·무의식을 분석하는 도구이다.
카프는 처음부터 **“폭력–제도–무의식”**이라는 삼각형을 파고드는 길을 택한 셈이다.
이 선택은 그대로 그의 박사논문, 그리고 팔란티르의 철학적 기반으로 이어진다.
2-2. “서구는 조직된 폭력 능력으로 떠올랐다”
카프는 투자자 서한과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사무엘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의 명제를 인용한다.
서구의 부상은 아이디어나 가치, 종교의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조직된 폭력을 적용하는 능력의 우월성 때문이었다.
이는 위키피디아의 정치관 관련 서술을 비롯해
여러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용이다. (위키백과)
카프는 이 명제에 동의하면서,
서구가 이 사실을 잊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의 개인사와 결합하면 이 인식은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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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는 국가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위치에서 자라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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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로서 공격성과 폭력이 사회질서 속에 어떻게 내재하는지를 이론적으로 분석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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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는 서구 문명이 폭력의 적용 능력으로 지탱되어 왔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여기서 그의 기본 세계관이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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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인간과 사회에서 제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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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폭력을 누가 어떤 규범 아래에서 어떻게 행사·관리하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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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속한 서구·자유민주 진영이
충분한 조직된 폭력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언젠가 자신과 같은 소수자에게 훨씬 더 야만적인 폭력이 돌아올 수 있다.
이 세계관이 나중에
**“서구의 조직된 폭력 능력을 데이터·AI로 극대화하되,
민주주의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팔란티르의 전략으로 연결된다.
3. 박사논문: 생활세계 속 공격성과 엘리트 담론
3-1. 논문 제목과 기본 구조
카프의 박사논문 제목은 다음과 같다.
Aggression in the Lifeworld: Expanding Parsons’ Concept of Aggression Through the Description of the Relationship Between Jargon, Aggression, and Culture
(“생활세계 속 공격성: Jargon, 공격성, 문화의 관계를 통해 파슨스의 공격성 개념을 확장하기”)
영문 번역본은 이 PDF에서,
독어 원문은 프랑크푸르트 대학 저장소 OPUS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saismaran.org)
논문의 큰 뼈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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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컷 파슨스(Talcott Parsons)의 공격성 개념 재검토
-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의 ‘진정성의 전문용어(Jargon der Eigentlichkei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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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플레스너(Helmuth Plessner)의 독일 역사·사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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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발저(Martin Walser) 논쟁 사례 분석과 종합[논문 목차 부분] (saismaran.org)
핵심 질문은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현대 사회에서 공격성·폭력 욕망은 어떻게 언어와 문화 속에서
‘괜찮은 것’처럼 정당화되는가?
3-2. 생활세계 속 공격성: 일탈이 아니라 구조
카프는 **“생활세계(lifeworld)”**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는 법·제도·통계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대화, 미디어, 감정의 세계를 뜻한다.
그는 파슨스의 이론을 출발점으로 삼되,
공격성을 단순한 “사회화 실패의 부산물”로만 보는 파슨스를 비판한다.
카프의 수정은 다음과 같다.
-
공격성은 질서를 깨는 예외가 아니라,
질서를 떠받치는 긴장 요소이기도 하다. -
외부의 적을 상정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데
공격성이 정교하게 동원될 수 있다. -
따라서 정상적인 시민, 지식인, 엘리트도
공격성의 핵심 행위자이다.[논문 2장 내용 요약] (saismaran.org)
다시 말해,
폭력과 공격성은 사회 바깥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내부를 재조직하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3-3. Jargon: 고상한 언어 속에 숨은 공격성
논문의 부제가 말해주듯,
카프는 **Jargon(전문용어, 특유의 고상한 말투)**에 주목한다.
아도르노의 『진정성의 전문용어(Jargon der Eigentlichkeit)』를 따라, 그는 이렇게 본다.
-
Jargon은 단순한 어려운 말이 아니라,
자기 집단의 도덕성과 깊이를 과시하는 언어 코드이다. -
“기억의 남용”, “도덕적 몽둥이”, “정상국가” 같은 표현들은
실제로는 금기된 공격성(예: 홀로코스트 피로감, 반유대주의적 정서)을
우회적으로 표현·정당화하는 기능을 한다.[논문 3장 요약] (saismaran.org)
여기서 공격성은 Jargon 속에 흡수되어,
“고상한 언어”의 형태로 실행되는 사회적 행위가 된다.
카프는 이를 독일이라는 특수한 역사·문화 맥락 속에서 읽어낸다.
파시즘과 홀로코스트 이후, 노골적인 폭력 언어는 금지되었지만, 그 감정 자체는 Jargon의 형태로 계속 돌아온다는 것이다.
3-4. 발저 논쟁: 기억 피로감과 공격성의 귀환
카프는 1998년 작가 마르틴 발저의 수상 연설과,
그 이후의 **“발저 논쟁”**을 사례로 분석한다.
발저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지속적인 상기와 기념이
오늘날 독일인에게 과도한 죄책감을 강요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연설은 독일 사회에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카프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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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기억 정치에 대한 철학적 비판”처럼 보이지만,
-
심층에서는 홀로코스트 피로감, 반유대주의적 공격성을
도덕적·철학적 언어로 포장해 정당화하는 Jargon이 작동하고 있다.[논문 4장 요약] (saismaran.org)
이 분석을 통해 그는 결론에 이른다.
공격성은 사회적 금기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문화 속에서 다른 이름으로 돌아온다.
특히 엘리트 담론은 이를 정교하게 가려주면서 동시에 동원한다.
이 인식은 훗날
**“서구의 군사력·정보력·감시 능력을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라는
카프의 정치·경영적 선택에 직접 연결된다.
4. 팔란티르 테크놀로지: 세계관의 기업 형태
4-1. CIA에서 전장까지: 서구 폭력의 운영체제
팔란티르는 2003~2004년경,
CIA의 벤처캐피털인 In-Q-Tel의 초기 투자를 받으며 출발했다.
테러 대응과 정보 분석을 위해 만들어진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었다는 것은
위키피디아 ‘Palantir Technologies’ 항목과
여러 초기 보도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위키백과)
현재 팔란티르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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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사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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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정보기관, 이민세관단속국(ICE), 유럽 동맹국 등의
데이터 통합·정보 분석 플랫폼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성·드론·전장 보고를 통합해,
표적 선정·타격 결정을 돕는 시스템으로 사용되었다는 내용은
TIME 기사 등에서 상세히 다뤄진다. (Palantir Investor Re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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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시 안보·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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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징수, 사기 탐지, 보건·인프라 데이터 관리 등
정부 의사결정 인프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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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기준으로 팔란티르는
Q4 2024 실적에서 연 매출 36% 성장(8.28억 달러),
2025년 매출 가이던스를 37.4~37.6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했고,
이후 2025년 2분기에는 가이던스를 41.42~41.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Investor Relations 보도자료와
미 SEC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Palantir Investor Relations)
한마디로, 팔란티르는
**“서구 군사·정보·행정 체계가 데이터와 AI를 통해 폭력을 더 정밀하게 행사·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운영체제”**에 가깝다.
4-2. 반-Jargon 전략: “우리는 전쟁 소프트웨어 회사다”
흥미로운 점은,
박사논문에서 Jargon을 비판했던 카프가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오히려 탄탄하고 노골적인 언어를 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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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팔란티르를 “서구를 방어하는 회사”라고 규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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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에게 전쟁을 피할 만큼의 공포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관련 내용은 위키피디아 정치관 서술과 각종 인터뷰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위키백과) -
ICE와의 협력,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지원 등
가장 논란이 큰 지점도 숨기지 않는다.
최근에는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팔란티르의 ICE 추방 시스템 지원이 상세히 보도되기도 했다. (The Washington Post)
이는 일종의 반-Jargon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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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강제력을 “데이터 분석”“효율화” 같은 중립어로 포장하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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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우리는 서구의 군사·정보·치안 능력을 기술적으로 증폭시키는 회사”**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박사논문에서 비판했던
“폭력을 감추는 고상한 언어(Jargon)” 대신,
팔란티르는 **“폭력의 현실을 드러내는 노골적 언어”**를 택하고 있는 셈이다.
그 선택이 옳으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카프의 철학적 일관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이해가 된다.
5. 왜 지금에서야 카프와 팔란티르가 재조명되는가
이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왜 이제서야 그의 사고관·인생관·철학관이 주목을 받게 되었고,
왜 팔란티르는 이제야 성공할 수 있었을까?
5-1. 2000~2010년대: 평화의 배당과 테크 유토피아
2000~2010년대 세계는
냉전 붕괴 이후의 **‘평화의 배당’**을 누리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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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은 끝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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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은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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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간 전면전은 없었다.
투자자와 사회의 관심은
광고, SNS, 전자상거래, 모바일, 클라우드 등
B2C 중심 빅테크에 쏠려 있었다.
이 시기에 CIA와 밀착해 군·정보기관을 상대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시장에서도, 실리콘밸리 문화에서도 주변부였다.
팔란티르는 10년 넘게 적자를 지속했고,
카프 본인도 “우리는 실리콘밸리의 프릭쇼였다”고 말한 바 있다. (CEO Today)
즉, 그들의 철학과 비즈니스 모델은
당시의 시대정신과 맞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5-2. 2020년대: 저성장·불평등·전쟁·군비 재무장의 결합
2020년대 들어 구조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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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저성장과 장기 침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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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세계은행은 인구 고령화·생산성 둔화로 인해
향후 수십 년간 글로벌 잠재성장률이 과거보다 낮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자세한 내용은 IMF의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과
세계은행의 장기 성장 전망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GreekRepor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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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채·물가·소득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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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부는 확장적 재정으로 저성장을 메우려 했고,
그 결과 누적된 국가부채·금리 부담·재정 압박이 커졌다. -
생활비 상승은 저소득층의 앵겔지수를 악화시키고,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을 자극하고 있다. (GreekRepor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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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패권경쟁·군비 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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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전쟁과 리쇼어링, 공급망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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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대만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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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와 동맹국들의 대규모 방위비 증액 등으로
방산 수요와 군비 경쟁이 구조적으로 재점화되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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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군사비·무기 매출 사상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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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RI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군사비는 약 2.7조 달러로
199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했고,
이는 로이터 기사에서 잘 정리돼 있다. (Reuters) -
상위 100대 방산기업의 무기 매출은 2024년에 6,79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AP 통신과
Greek Reporter 기사에서 공통적으로 인용된다. (AP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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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저성장, 고부채, 물가압력, 소득불균형, 무역전쟁, 패권경쟁, 군비 재무장
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평화의 착시가 끝나고, 다시 야만의 시대가 열리는 국면”**이 도래한 것이다.
5-3. 그 위에서 재평가되는 팔란티르와 카프
이 환경 속에서 팔란티르는 두 가지 축에서 동시에 타이밍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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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환경: 전쟁+AI 슈퍼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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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에서
팔란티르 소프트웨어가 실제 전장에 투입되며,
“AI 전쟁 실험실”의 대표 기업으로 부상했다.
관련 내용은 앞서 언급한 TIME 기사 등에서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Palantir Investor Relations) -
동시에 생성형 AI·LLM 붐이 일어나면서,
**“AI를 실제로 굴릴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정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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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변화: 적자 스타트업에서 수익성 있는 플랫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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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이후 팔란티르는 GAAP 기준으로도 흑자로 전환했고,
2024년·2025년 실적에서 매출 고성장+수익성 개선+강한 현금창출력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구체 지표는
Q4 2024 실적 발표문과
2025년 2분기 가이던스 상향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야후 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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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카프의 “폭력 현실주의”와 팔란티르의 비즈니스 모델은
“저성장+고불안” 시대의 정합적인 해답 중 하나로 재인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저성장·고물가·불평등, 무역·패권 전쟁이라는
여러 사회·지정학적 불안이 동시에 올라오면서,
“폭력을 정교하게 다루는 철학”과
“그 철학을 구현한 데이터·AI 안보 기업”
이 뒤늦게 시장과 정치의 요구에 맞아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6. 맺음말: 한 개인의 내면에서 세계 구조까지
정리하면, 알렉스 카프와 팔란티르 테크놀로지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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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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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유대인 혼혈, 빈곤, 난독증, 좌파 인권운동 가정이라는 조건 속에서
카프는 **“폭력과 강제력은 언제든 나에게 향할 수 있다”**는 감각을 내면화했다.
(참고: 위키피디아 프로필,
AOL 난독증 기사)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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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박사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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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학파·정신분석·파슨스 이론을 결합해
**“생활세계 속 공격성”**과 Jargon·문화·역사의 관계를 분석했다. -
공격성을 일탈이 아닌 질서를 떠받치는 구조적 힘으로 재정의하고,
엘리트 담론이 폭력을 은폐·정당화하는 방식을 해부했다.
(참고: 영문 논문 PDF) (saismar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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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르 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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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군사·정보·행정 체계가 폭력을 더 정밀하게 행사·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AI 운영체제로 자리 잡았다. -
카프는 이를 숨기지 않고,
“서구를 방어하는 기술”이라는 노골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참고: 팔란티르 IR 실적 자료) (Palantir Investor Re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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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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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저성장·부채·불평등, 무역·패권전쟁, 군비 재무장, 전쟁과 AI 군사화 속에서
폭력과 강제력의 역할이 다시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참고: IMF WEO,
SIPRI 무기 매출 통계 요약 기사) (AP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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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평화의 시기가 끝나고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기 때문에,
그동안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여겨졌던 ‘폭력의 현실주의자’가
이제서야 시대의 언어가 된 것이다."
#글을 마치며
한번은 집에서 알렉스 카프 인터뷰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보고 있었는데, 와이프가 화면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와우, 여보 같은 사람이 여기 또 있네?”
그때는 나 스스로 “나는 저 사람처럼 그렇게 산만한 타입은 아닌데?”라고 생각해서, 솔직히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와이프가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한국 교육 시스템 안에서 언어 과목은 정말 형편없었지만, 다른 과목에서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곤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국어만큼은 도무지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 글을 읽을 때도 한 줄을 읽고 제대로 다음 줄로 내려가지 못하고, 줄을 건너뛰거나 다시 올라가는 식으로 텍스트를 매끄럽게 따라가지 못하는 경험을 자주 했고, 글의 전반적인 개요 및 구조가 쉽게 잡히지 않아 머릿속에서 혼잡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걸로 기억한다.
심한 난독증이라고 부를 정도까지는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정상적인 방식으로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은 대학에 들어와서였다. 그냥 책을 많이 읽는 시간을 꾸준히 쌓다 보니, 읽는 속도와 집중력이 조금씩 나아졌고, 텍스트를 다루는 감각도 어느 정도는 보정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읽는 방식은 끝까지 남았다.
교과서·강의노트·모범답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잘 안 되었고, 대신 내용을 통째로 내 방식대로 재구성해서 이해해야만 비로소 잡히는 느낌이었다. 알렉스 카프가 말하는 것처럼, “남들이 쓰는 플레이북”을 그대로 따라가는 공부법은 애초에 나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된다.
대학 시절 과제 발표 시간에, 교수나 동기들이 보기에는 혼자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장면들도 떠오른다.
그때는 나도 왜 그렇게 말이 튀는지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머릿속 구조와 남들이 공유하고 있는 구조가 애초에 달랐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지금 주식투자를 할 때도 이 버릇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남들이 말하는 정석적인 투자 프레임이나 매뉴얼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보다는, 시장 구조와 기업의 서사를 내 방식대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려 한다.
숫자·데이터 하나하나보다, 그 뒤에 있는 구조와 맥락을 먼저 잡는 쪽에 훨씬 가깝다.
그래서인지, 나라는 사람의 기질은
수동적으로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읽고 소비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직접 글을 써가며 내 나름의 구조화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데 시간을 쓰는 쪽을 선호하게 만든 것 같다.
이 과정이, 남들과 투자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토론하는 것의 필요성을 점점 덜 느끼게 된 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겠다.
남의 사고틀에 내 생각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내 사고틀을 스스로 다듬고 확장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된 것이다.
아마 와이프는 알렉스 카프 인터뷰를 보면서, 내가 평소에 텍스트를 다루는 방식, 세상을 구조화해서 이해하려는 습관, 그리고 어딘가 “정상적인 공부법”과는 좀 다른 경로를 걸어온 느낌 같은 것들을 떠올렸던걸까?
그걸 한 번에 묶어서, 그냥 가볍게 “여보 같은 사람이 또 있네?”라는 말로 툭 던진 것이 아닐까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