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회고와 반성
지난 투자 기록과 노트를 돌아보며, 반성할 점이 있어 두서없이 생각을 기록해 본다.
지난해부터 정권 변화에 따른 글로벌 산업 지형 변화와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는 데에는 꽤 잘 대처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기업군은 주로 B2B 기업군으로, 산업재에 많이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조선, 방산, 원전, LNG와 같이 주된 발주처가 정부 기업이거나, 국가의 에너지·안보 등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국영, 민간기업이다.
반면, B2C에 해당하는 Trendy한 소비 흐름은 잘 따라잡지 못했다. 아니, 초기에 Trendy한 흐름을 잘 타다가도 중간에 하차하는 우를 반복했던 것 같다.
결국, 초기 흐름을 잡았던 해당 기업들은 수배, 수십 배 주가 퍼포먼스를 기록 중이며, 아직도 그 흐름은 계속 우상향하고 있다.
놓친 부분에 대한 고민
무엇을 놓쳤는지 먼저 글로벌 B2C 흐름을 탄 기업들의 특징들을 되짚어본다.
대학생 시절 공부했던 잘되는 B2C 기업들의 흐름은 공통적으로 현금창출능력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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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투자: 높은 생산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는 고정비로 매해 감가상각되며 비용 부담이 옅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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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화: 기업 경영 효율화와 생산 공정 효율화로 생산물량 증가 → 영업 레버리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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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 브랜드 경쟁력, 네트워크 효과, 스위칭 비용 등 해자를 갖추고 있다면, 인플레이션 시기에 가격 전가까지 가능해져 영업 레버리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러한 해자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는 기업들은, 최근 K-POP, 불닭볶음면, 일부 스킨부스터·스킨케어 제품과 같이 반복 소비와 소비자 관성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흐름은 10대·20대 글로벌 소비문화를 이끌며,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어닝 퍼포먼스와 현금창출능력은 로그함수형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
K-Beauty의 해자 고민
최근 고민은 K-Beauty의 해자는 어디서 발생하는가이다.
한국에는 K-Beauty를 가능케 하는 복잡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매일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브랜드 런칭과 마케팅·홍보 비용이 필수이며, 이는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에 가깝게 만든다.
이익이 잘 나는 제품·브랜드·홍보 전략이 나오면 금세 경쟁 기업이 이를 모방하여 시장은 출혈 경쟁으로 변한다.
이는 뷰티 브랜드 시장의 본질이라는 해석이다.
제조 부문 분석
기초·색조 화장품 제조 노하우는 브랜드보다 OEM·ODM 업체에 있다.
그러나 단순 제조업은 물리적 업사이드 한계가 있으며, 한국 내에만 수백·수천 개의 OEM·ODM 업체가 존재한다.
또한 화장품 제조업은 사람의 손이 많이 타는 산업이어서 기술 장벽이 높지 않으며, 해외 업체가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유통 부문 분석
매일 생겨나는 수백·수천 개의 브랜드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비교·분석하고, 소비자 체험 공간과 인근 접점 지역 유통을 제공하는 유통사가 경쟁 우위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대형 유통사와의 입점 경쟁이 불가피하다.
대학생 시절 올리브영, 랄라블라, 왓슨스를 비교 분석한 기억이 있다.
당시 올리브영은 독점적 위치가 아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적 마케팅, 뷰티 브랜드사에 대한 바게닝 파워, 유동인구 많은 입지 선점이라는 지리적 해자로 국내 뷰티·헬스 유통 시장을 장악했다.
글로벌 관점
글로벌로 보면 아마존과 같은 e-commerce에서 1페이지 노출, 높은 평점, 누적 판매량이 해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e-commerce 수수료를 내고 나면 제조·브랜드사에 남는 마진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e-commerce에서 인지도를 쌓고 오프라인 확장 → 유통상 입점 → 브랜드 인지도 상승 → 유통상과 이익 분배율 개선 전략이 유효하다.
하지만 브랜드 뷰티 산업은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진입장벽이 낮아 지속 성장의 난이도가 높다.
결론
뷰티 완전경쟁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신속히 포착해, 소수 플레이어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해자를 확장하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기능성 중심의 가성비와 K-한류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를 잠식해 나가는 초입 단계에서, 과점력과 지속 가능한 현금창출 업사이드가 열려 있는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유통사가 제조·브랜드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올리브영처럼 소비자와 제조사를 동시에 묶어둘 수 있는 해자를 갖춘 유통사가 유망하다.
소비자들이 관성적으로 기능성 K-Beauty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찾는 유통사, 그 시장 지배력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큰 수익을 위해서는 B2C에서 해자를 찾고,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잠재력·지속성에 집중하는 버텀업 리서치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반면, 탑다운 B2B 리서치는 짧게 소소한 수익을 낼 수는 있어도 큰 수익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홀딩력을 확보하고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시장 크기, 경쟁 강도, 과점력, 해자의 지속 가능성과 같은 사업의 본질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B2B와 B2C의 접점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일대다 구조로 공급·고객사·소비자 다수를 장기적으로 묶어둘 수 있어야 한다.
(매일 와이프 화장대를 기웃거리며, 화장품 어디서 샀는지 왜 샀는지 캐묻기 시작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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