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4일 일요일

생각정리 73 (*대한민국 남성 정치성향)

치과에 사랑니를 발치하러 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 흥미로운 통계 자료를 정리해 본다. 최근 읽은 기사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기사 통계자료가 있었는데, 바로 특정 정치인의 발언 기사에 달린 댓글의 세대 분포와 그들의 정치성향이였다.

관련된 기사 댓글에는 40~50대 남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들의 정치 성향이 유독 진보적이라는 사실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9/0002977557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의 40~50대 남성만 강한 진보 성향을 보이는 반면, 그 외 2030 남성과 60대 이후 남성은 모두 보수 성향을 보이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세대가 청년기에 경험한 역사적 사건과 사회 구조적 조건을 살펴봐야 한다.


1. 40대 후반50대 초반 남성: 민주화·IMF 경험 세대 (1968~1977년생)


이 세대는 대학 시절에 군사정권 말기와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경험했다. 정치적 사회화가 곧 **“독재 반대 = 진보”**라는 구도로 형성되었고, 민주화 운동과 87년 체제, 노동운동의 확산 속에서 진보 성향이 세대 DNA처럼 각인되었다.

또한 이들이 사회 초년생일 때는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정을 직접 겪으면서, 안정된 고용과 노동권 보장, 복지 확대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했다. 그 결과 정치 성향은 더욱 진보적 방향으로 강화되었다.

마지막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집권기를 “우리 세대의 정치적 성취”로 받아들이며 정체성을 공고히 했고,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보수 정치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도 전통적 진보의 핵심 지지층으로 남아 있다.

(1) 민주화 운동과 정치사회화

  • 대학 시절(1980~90년대)에 군사정권 말기와 민주화 과정을 경험.

  • 정치적 사회화가 “독재 반대 = 진보”라는 구도로 형성됨.

  • 민주화 운동, 87년 체제, 노동운동 확산과 맞물려 진보 성향이 세대 DNA로 각인됨.

(2) IMF 경제위기와 구조조정 체험

  • 사회 초년생 시절(20대 후반~30대 초반)에 IMF 외환위기와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음.

  • 안정된 고용·노동권의 필요성을 체감했고, 복지 확대·노동권 강화를 중시하는 정치 성향으로 연결됨.

(3) 정치적 정체성 강화

  • 김대중·노무현 정부 집권기를 ‘우리 세대의 정치적 성취’로 인식.

  • 보수정권(이명박·박근혜 정부)을 겪으며 “우리가 민주화 세대”라는 집단 정체성이 공고해짐.

  • 따라서 현재도 전통적 진보의 핵심 지지층으로 남아 있음.


2. 2030 남성: 신자유주의·페미니즘 갈등 세대 (1990년대 이후 출생)


2030 남성은 태어날 때 이미 민주화 체제가 공고했기 때문에, 40~50대처럼 민주화 운동을 통한 정치사회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따라서 “민주화 = 진보”라는 상징적 의미가 약하다.

이 세대가 성장할 때는 비정규직 확대, 주거비 폭등, 취업난이 일상화되었다. 사회 구조적 불만이 제도 개혁보다는 젠더 갈등·세대 갈등으로 전환되었고, 특히 2010년대 이후 정치권의 페미니즘 담론을 “역차별”로 인식하며 안티-페미니즘 정치사회화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진보 정당 = 페미니즘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오히려 보수 성향 강화로 이어졌다.

(1) IMF 이후 출생, 민주화 성취 체감 부족

  • 태어날 때 이미 민주화 체제가 공고해져 있었고, 군사정권의 억압을 경험하지 않음.

  • 따라서 “민주화=진보”라는 세대적 정치사회화가 없음.

(2) 신자유주의·불평등 시대에 청년기 형성

  • 비정규직 확대, 주거비 폭등, 취업난 등으로 개인 경쟁·능력주의가 일상화됨.

  • 사회 불만이 제도·구조 비판으로 가기보다는 젠더 갈등·세대 갈등으로 전환됨.

(3) 안티-페미니즘 정치사회화

  • 2010년대 이후 페미니즘 이슈가 정치 전면에 부각 → 이를 역차별로 인식.

  •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보수적 담론 강화 → 진보=페미니즘 정당이라는 인식 확산.

  • 그 결과 진보에 대한 반감, 보수 성향 강화로 이어짐.


3. 60대 이후 남성: 산업화·군사정권 세대 (1950~1960년대 초반 출생)


이 세대는 산업화와 군사정권 속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당시 정치사회화의 핵심 가치는 **“경제 성장”과 “반공”**이었으며, 이는 곧 보수=성장·안보, 진보=혼란·무질서라는 인식으로 내면화되었다.

또한 이들은 젊을 때 노동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경험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체제 안정을 중시했다. 게다가 60대 이후에는 이미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증세나 재분배 정책에 반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따라서 지금도 안보·질서·재산권을 중시하는 전통적 보수 성향을 유지한다.


(1) 산업화와 반공 체제 속 사회화

  • 박정희 정권 시기 “경제 성장”과 “반공”이 정치적 사회화의 핵심.

  • 보수=성장과 안보, 진보=혼란과 무질서라는 인식이 깊이 뿌리내림.

(2) 정치적 정체성 고착화

  • 젊은 시절 노동운동·민주화 운동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체제 안정을 중시한 경험이 강함.

  • 군사정권 시절의 가치관(권위주의, 반공, 질서 유지)이 그대로 내면화됨.

(3) 자산·은퇴 이후 보수화

  • 60대 이후는 이미 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많음 → 증세·재분배 정책에 반대.

  • 안보·질서·재산권을 중시하는 전통적 보수 성향 유지.




4. 세대별 자산 형성과 정치 성향


정치 성향의 차이는 자산 형성의 기회와도 밀접하다.

  • 6070세대는 1980~90년대 고도성장기와 부동산 급등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고, 고용 안정성까지 누리며 자산 축적의 황금기를 경험했다. → 자산 보유 = 보수 성향 강화

  • 4050세대는 1997년 말 IMF 위기와 맞물려 사회 진입했고, 이미 주택가격이 급등한 시기에 시장에 들어와 자산 형성이 지연되거나 차단되었다. → 불평등 체험 = 진보 성향 강화

  • 2030세대는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20배에 달하는 초고가 부동산 시대에 진입했다. 내 집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이 좌절감은 곧바로 복지·재분배 지향으로 이어지지 않고, 반페미니즘·능력주의 정치 담론으로 흡수되었다. → 좌절의 보수화


1970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주택가격지수


1970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PIR 비율


위 그래프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to-Income Ratio) 추이를 보여준다.

  • 1960년대 중후반: PIR 약 3배 수준중산층 가구가 3년 정도 소득을 모으면 주택 구입 가능.

  • 1970~80년대: 급격히 상승하여 PIR 8배 이상 → 자산 형성의 첫 장벽 등장.

  • 1990~2000년대: PIR 10~12배 4050세대가 사회 진입할 때 이미 주택 구입이 큰 부담.

  • 2010년대 이후: PIR 15~20배 → 2030세대는 사실상 소득만으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구조.

즉,

  • 6070세대는 PIR이 낮았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주택을 매입해 자산 축적 가능.

  • 4050세대는 PIR이 두 자릿수로 올라간 시기에 진입 → 주택 구입 자체가 큰 부담.

  • 2030세대는 PIR 20배 시기에 들어와 사실상 자산 형성 좌절 구조.

이 때문에 세대별 자산 형성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정치 성향(복지·재분배 요구 vs 자산 보수화)에도 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결론


대한민국의 세대별 정치 성향은 단순히 나이가 많아지면 보수화되는 **“나이 효과”**가 아니라, 각 세대가 청년기에 겪은 역사적 사건과 자산 형성 기회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 40~50대 남성: 민주화·IMF 체험 세대 → 진보 성향 핵심 집단

  • 2030 남성: 신자유주의·불평등·젠더 갈등 세대 → 보수 성향 강화

  • 60대 이후 남성: 산업화·군사정권·자산 보유 세대 → 전통적 보수 성향 유지

또한, 한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6070 = 보수, 4050 = 진보, 2030 = 신보수라는 독특한 세대 구도는, 자산 형성 구조와 세대별 역사 경험이 결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 60~70대 세대

    • 주택시장 진입 시 PIR이 4배 수준 → 자산 축적이 용이.

    • 자산 보유로 인해 보수 성향 강화.

  • 40~50대 세대

    • 진입 시 PIR이 10배 내외 → IMF 위기와 맞물려 자산 형성이 지연·차단.

    • 구조적 불평등 체험으로 진보 성향 강화.

  • 20~30대 세대

    • PIR이 18배 이상 →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

    • 하지만 좌절이 곧바로 진보 지향으로 연결되지 않고, 반페미니즘·능력주의·불평등 분노가 보수 정치로 흡수.

즉, 세대별 자산 형성 환경과 당시 사회 구조적 여건이 정치 성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며, 6070 = 보수, 4050 = 진보, 2030 = 신보수라는 독특한 한국적 세대 구도가 여기서 비롯된다.

40~50대 남성들 중에는 IMF 이후 자산 형성의 기회를 놓치고 지금까지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를 ‘우리 세대의 정치적 성취’로 기억하며 진보성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 지점이 흥미롭다.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성취로 여기는 기간에 자산 축적에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기억 속에서는 민주화와 개혁을 통한 성취의 자부심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대의 경제적 조건과 정치적 정체성이 엇갈려 나타나는 모습은 어딘가 모순적이고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끝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