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에는 주식 관련 뉴스는 최대한 차단하고 아내와 쉬면서 보내고자 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의 하메네이 암살 및 이란 공격 소식이 전해지며 결국 텔레그램을 열어볼 수밖에 없었다.
짧게나마 이번 중동 정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두고자 글로 남긴다.
중동 전쟁과 유가: 단기 스파이크, 장기 초과공급 시나리오
1. 서론: 시장은 고유가를, 현실은 단기 이슈를 시사한다
최근 중동발 긴장이 고조되면서 월가와 글로벌 기관들은 충격의 전파 경로를 에너지, 특히 유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볼 때, 이번 이슈는 **“단기 유가 스파이크 후 되돌림, 이후 초과공급 위험”**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아래에서는
시장이 보고 있는 유가 리스크 구조,
거시·연준 관점의 파급,
이란 권력구도와 호르무즈 봉쇄 카드의 실질성,
역사적 선례와 산유국 이해관계,
수요국 관점과 최종 정리
순으로 정리한다.
2. 시장이 보는 유가 리스크 구조
2-1. 호르무즈 해협과 유가 급등 시나리오
시장 컨센서스는 다음 두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핵심 리스크:
충격의 강도(얼마나 큰가)
충격의 지속 기간(얼마나 오래 가는가)
호르무즈 해협의 시스템 중요성: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봉쇄 리스크가 부각되면, 운송 차질 → 유가 스파이크 시나리오가 즉각적으로 소환된다.
이 과정에서 거론되는 숫자는 다음과 같다.
브렌트유 100달러 이상을 가정하는 시나리오
강한 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 최대 108달러까지 언급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악 시나리오(호르무즈 운송에 심각한 차질 가정)”**에 기반한 상단 제시이다.
2-2. 기본 시나리오: 일시적 차질 후 부분 정상화
반대로 기본 시나리오에서 시장은 이번 사태를 일시적 공급 차질로 보는 경향도 있다.
군사 충돌이 일정 수준에서 관리되고,
호르무즈 봉쇄가 단기로 끝나고 이후 해협 실질 통행이 유지된다면,
초기 스파이크 이후 유가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되돌려질 수 있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즉,
시장은 “유가 상단 리스크”를 프라이싱하고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펀더멘털로 재수렴할 여지도 동시에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3. 거시·연준(Fed) 관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 시점 조정
3-1. 유가와 인플레이션 연동
유가 상승은 곧바로 인플레이션 재가열 우려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추정치는 다음과 같다.
유가 10달러 상승 시, PCE 물가가 약 0.3~0.4%p(30~40bp) 상승
이러한 추정치를 바탕으로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을 “6월 → 7월”로 뒤로 미루는 방향으로 기대를 조정하고 있다.
3-2. 비용 압력 지표와 관세 요인
동시에 다음과 같은 신호가 겹치고 있다.
ISM 제조업 PMI의 지불가격(Prices Paid) 지수가 급등하면서,
제조업 비용 압력이 커졌음을 시사
기업 코멘트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무역장벽이
원가 부담 요인으로 빈번히 언급
그러나 이러한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본 시각은 다음과 같다.
유가 스파이크가 구조적 고인플레·고금리 레짐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기보다는,
“연준 완화 사이클의 출발 시점을 한두 분기 지연시키는 정도의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4. 이란 권력구도와 호르무즈 봉쇄 카드의 현실성
이번 사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 및 봉쇄 기간은 유가 상단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알리 라리자니(Ali Larijani)**이다.
| 나무위키 |
4-1. 알리 라리자니의 위상과 역할
직책: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성격: 외교·안보·군사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실질 실세
역할:
핵협상 등 주요 외교 협상에서 전면에 나선 인물
차기 이란 최고지도자 후보로 꾸준히 거론
최근 보도에 따르면, 라리자니는
중재국 오만을 통해 미국과 핵협상 재개를 모색하는 채널에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기사: Times of Israel,
“Top Iranian official looking to return to nuclear talks with US”
https://www.timesofisrael.com/liveblog_entry/report-top-iranian-official-looking-to-return-to-nuclear-talks-with-us/
즉, 그는
대외적으로는 강경 발언을 하면서도,
실제 정책에서는 미국과 협상 여지를 열어 둔 실용주의자로 볼 수 있다.
4-2. 호르무즈 봉쇄안 부결과 그 함의
2025년 6월, 약 12일간의 이란–이스라엘 충돌 국면에서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안을 상정하였으나,
이는 최고국가안보회의 12명의 심의 단계에서 부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결정은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호르무즈 봉쇄는 협상 카드이지, 실제 실행할 카드가 아니다.
봉쇄가 현실화되는 순간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해군력의 전면 개입,
장기간 보복·제재로 인한 이란 경제 붕괴 위험이 수반된다.
봉쇄는 이란보다 사우디에 유리한 카드이다.
이란 공급이 막히는 동안
사우디는 증산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란은 기존 거래선을 상실하고,
이후 복귀해도 가격·조건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라리자니는 이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980년대 봉쇄 시도의 결과,
이후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공급 재편 및 유가 폭락이라는 역사를 직접 학습한 세대이다.
정리하면,
이란 내부 권력구도를 감안할 때, 호르무즈 장기간 전면 봉쇄는 실질 가능성보다 “협상용 히든카드”에 가깝다.
장기간 전면 봉쇄가 아니라면, 유가 상단은 “일시적 스파이크”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5. 역사적 선례: 1980년대 호르무즈 리스크와 유가 패턴
이란-이라크 전쟁과 1980년대 호르무즈 리스크는 이번 국면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역사적 벤치마크이다.
5-1. 1980년대 유가 흐름
전쟁 초기 국제 유가는 배럴당 약 35달러 수준.
전쟁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원유 과잉생산과
사우디의 공격적 증산이 맞물리며
1986년에는 배럴당 10달러 초반까지 폭락하였다.
| fred |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다음과 같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되더라도,
공급 구조 변화와 증산 경쟁이 발생하면, 중장기적으로 유가는 오히려 급락할 수 있다.
5-2. 1988년 ‘프레잉 맨티스’ 작전과 유가
1988년 4월 18일, 이란이 페르시아만에 기뢰를 부설해 미 해군 USS Samuel B. Roberts함이 피해를 입자,
미국은 보복으로 ‘프레잉 맨티스(Praying Mantis)’ 작전을 전개하였다.
이란 영해 내에서 이란 해군 프리깃함 1척, 포함 1척을 격침
고속정 최대 6척 파괴
1945년 이후 미 해군의 최대 규모 수상함 전투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유가는 사건 직후 단기 급등했으나,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는 계속 개방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곧 배럴당 17~18달러 수준에서 안정을 되찾았다.
증시 또한
유가·방산 관련주가 단기 급등했지만,
군사 충돌이 단발성으로 끝나자 글로벌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즉,
군사 충돌 자체가 아니라, 해협의 실제 폐쇄 여부와 공급 구조 변화가 유가의 중기 레짐을 결정한다는 점이 역사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6. 산유국 이해관계: 장기 고유가를 막는 구조적 요인
6-1. 사우디아라비아: 점유율 확대라는 유인
사우디는 최근 몇 년간 원유시장 점유율(Market Share) 회복을 주요 목표로 삼아 왔다.
미국의 대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 제재는 사우디에
공급 공백을 메우고 점유율을 확장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최근 저유가로 사우디 재정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란 관련 공급 차질은
**“단기 고유가 + 증산을 통한 점유율 확대”**라는 최적의 조합이 될 수 있다.
사우디는 필요 시
약 900만 배럴 → 1,400만 배럴 수준까지 증산 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말은 곧,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를 실제 실행하는 순간,
사우디가 적극 증산에 나서 이란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며,
이란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자기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
| 소식통에 따르면, OPEC+는 사우디와 UAE의 수출 증가에 따라 더 큰 석유 생산 증대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로이터 |
6-2. 러시아: 고유가 선호 vs 지원 여력 부족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로 재정·군사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단기 고유가는 분명 재정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란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군사·경제 여력은 제한적이며,
해상 수송 리스크가 과도하게 커지면
자국 원유 수출에도 구조적 불확실성을 키우게 된다.
결국 러시아 역시
“적당한 수준의 고유가 + 수출 지속”을 선호하지,
중동 수송로 자체가 마비될 정도의 극단적 시나리오를 원할 유인은 크지 않다.
6-3. 이란: 장기전과 전면 봉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체력
이란은 이미
경제 파탄,
서방과의 갈등 및 제재,
핵협상 교착 등 구조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전을 전제로 한 호르무즈 전면 봉쇄는
단기 협상 레버리지를 높여줄 수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정권·경제·사회 전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선택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선택은
“강경 발언 + 제한적 군사 행동”을 통해 협상력을 높인 뒤,
일정 수준에서 전선을 정리하는 단기전 시나리오에 가깝다.
7. 수요 측 시각: 중국·아시아·유럽의 부담과 한계
수요 측에서는 중동산 원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단기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중국, 기타 아시아, 일부 유럽 국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중국은
그간 이란산 원유를 제재 리스크를 감수하고 저가에 확보해 왔다는 점에서
이란 공급 차질과 고유가 국면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뉴스이다.
그러나 앞선 공급 측 구조를 감안하면,
전쟁이 단기전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고,
사우디·기타 산유국 증산,
이후 이란의 시장 복귀 및 증산 랠리까지 고려할 때,
중국·아시아·유럽은 단기적인 가격 스파이크는 감수하되,
중장기적으로는 과도한 에너지 비용 부담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다.
실질적으로 보면,
가장 손해를 보는 쪽은
“이란산 초저가 물량”에 크게 의존해 온 중국일 가능성이 크다.
8. 이란 정권 향방과 전쟁의 수명
알리 라리자니의 움직임은 이번 전쟁의 “수명”을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강경 발언을 통해 혁명수비대·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외부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 채널을 유지·확대하려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설령
현 하메네이 라인의 강경 반미 노선이 일시적으로 연장된다 하더라도,
이란이 직면한
경제 파탄,
제재와 외교적 고립,
핵문제 해결 지연 등 구조적 문제들은
결국 실용주의·친서방에 가까운 노선으로의 회귀 압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감안하면,
이란이 이번 전쟁을 장기 국지전으로 끌고 가며 고유가를 고착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협상 레버리지 확보 후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단기전 시나리오”**가 더 합리적이다.
9. 결론: 유가는 스파이크 후 되돌림, 이후 초과공급 리스크까지 염두에 둘 국면
위 논의를 종합하면, 이번 중동 전쟁·유가 이슈에 대한 정리는 다음과 같다.
전쟁의 성격
호르무즈 전면 봉쇄는
이란 내부 권력구도와 경제 체력을 감안할 때
협상용 카드일 뿐, 실행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전쟁은 단기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유가 경로
단기적으로는
브렌트 기준 100달러 안팎의 스파이크 가능성이 열려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사우디·기타 산유국 증산,
이란의 시장 복귀 및 증산,
수요 둔화 등을 감안할 때
과거 1980년대와 유사한 “초과공급 → 유가 조정”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렵다.
거시·연준 영향
유가 10달러당 PCE +0.3~0.4%p 효과는 유효하지만,
연준에 미치는 영향은
**“완화 사이클 개시 시점을 6월 → 7월로 미루는 정도의 타이밍 조정”**일 가능성이 크다.
구조적 고인플레·고금리 레짐 전환으로 보기에는 근거가 약하다.
정책·정치 포커스의 이동
단기 유가 스파이크에 과도하게 매달리기보다는,
향후 전개될
트럼프의 방중(對중국 전략),
이어지는 미국 중간선거
이 두 축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관세·비관세 장벽,
달러·국채·위안·원자재 흐름에 훨씬 더 구조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정리하면,
원유·가스 순수출국인 미국의 입장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순손실이라기보다 상대적 이익으로 작동할 수 있다. 반대로 이란이 봉쇄를 장기화할수록, 글로벌 원유 수급의 병목을 인질로 잡는 셈이 되어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 등 주요 수요국을 동시에 적으로 돌리는 ‘자해적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핵심 변수는 봉쇄 그 자체라기보다, 최고지도자 암살이라는 전례 없는 사건 이후 이란 내부 강경파가 요구하는 ‘체면 유지’와 내부 결속의 정치적 수요이다. 라리자니 같은 실용주의자 역시 정권 안정과 권력 기반 유지를 위해 일정 수준의 가시적 보복을 수행해야 하는 압력에 놓여 있다.
다만 이 보복은 정권 생존을 훼손할 정도의 전면전보다, 협상력을 극대화하면서도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계산된 제한전’ 형태로 설계될 개연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로 확전할 위험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지만, 행위자들의 비용 구조와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고 종결될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이번 중동 전쟁 이슈는 시장이 우려하는 것보다 빠르게 소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유가는 단기적으로 스파이크가 나타날 수 있으나, 봉쇄가 지속되기 어려운 구조와 이후 증산 유인이 맞물리며 상승분이 되돌려질 확률이 크고, 더 나아가 초과공급 리스크까지 함께 점검해야 하는 국면이다. 따라서 전략적 초점은 유가 자체보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과 자본 흐름을 더 구조적으로 좌우할 트럼프의 대중국 행보와 미국 정치 일정으로 이동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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