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일 수요일

회상

멈춤과 회상: 나의 직진성과 그 흔적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해야 할 일들을 미루고, 반도체 주가가 불을 뿜듯 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불현듯 과거 운용사 아침회의에서 내가 잘못했거나 심보가 좋아 보이지 않았던 행동들이 떠올랐고, 맥락 없이 떠오른 그 생각들을 이렇게 끄적여 남겨본다. 

1. 지정학으로 확장한 시야와 그에 대한 제동

트럼프 1기 마지막 즈음, 나는 개별 기업과 개별 산업에서 글로벌 지정학 정세로 관심을 넓히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맡아온 산업·개별 기업 업데이트를 마친 뒤 남는 시간에 지정학과 글로벌 경기 관련 발표도 덧붙였다. 그때 사내 상사님이 쓴소리를 했다.

글로벌 지정학 관련 이슈는 앞으로 언급하지 않아줬으면 한다.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는 이슈라, 우리 투자 발굴과 프로세스에서는 지정학·글로벌 거시경제 이슈를 제외하고 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부터 지정학·글로벌 거시, 특히 미국 정치 이슈에 대한 전망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면 내 산업 리서치가 막히는 기분이 계속 들어 답답했다. 그 답답함이 터진 지점이 아마 HMM 분석을 하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 HMM 사례: 강한 확신, 조직의 판단, 그리고 나의 침묵


HMM 주가가 약 50% 올랐을 때, 나는 사내에서 강하게 사야 한다매일 아침마다 발표했다. 하지만 회사 판단은 일시적인 수급 이슈로 곧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쪽이었고, 매수하지 않았다.

그 후 주가가 2배, 3배, 4배로 계속 치고 오르는 가운데, 사내에서는 왜 HMM을 사지 말아야 하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다시 첨부해 내게 보내왔다.

나는 그 보고서를 잠깐 훑어보고 ‘감사하다’는 말만 남겼다. 그리고 그 이후 아침회의에서 주가가 오르는 동안 HMM 관련 이슈를 언급해달라는 부탁이 있었음에도 불구 단 한 번도 HMM을 언급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괜한 심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자존심, 서운함, 답답함이 섞인 채 침묵을 선택했고, 그 침묵이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3. 이직의 그림자: 말하지 못한 이유들과 결정


연초 성과급·연봉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도 약해졌다. 그리고 만약 앞으로 지정학·거시경제, 미국 정치경제 관련 리서치의 상방이 막힌다면, 개인 투자자로서의 성장 상방도 막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이직 준비를 했다.

이전 회사 상사분은 혹시라도 사내 불만이나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먼저 말해주면 고맙겠다고 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런 상의 없이 혼자서 이직 결정을 내려버렸다.

이직이 결정된 뒤, 이전 회사 대표님께 먼저 이직 의사를 말씀드렸다. 대표님은 무슨 일이 있냐, 성과·연봉 관련 이슈라면 맞춰줄 수 있다고까지 했지만, 나는 내가 이직을 결정했던 이유들—위에서 적은 그 감정과 판단들—에 대해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직 후 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때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유를 글로 남기고 있는 내 심정이 나도 잘 이해되진 않지만, 블로그에 글을 쏟아내면 후련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직 후 지금까지 나는 기업·산업·자산군·지역의 경계 없이 관심 가는 돈되는 이슈를 마음껏 파고들 수 있었다. 주식·채권·부동산, 국내·해외를 가리지 않고 정치·경제·사회 이슈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하면서, 그때의 이직 결정에 매우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앞으로 누군가 팀에 합류하더라도, 산업·기업·자산군별로 경계를 정하고 영역을 쪼개 분업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통합적 관점에서 비슷한 눈높이로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4. 다른 기억: 잠깐 인턴을 했던 운용사의 공기


그 회사는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야근이 당연했다. 넓직한 공간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장중에 잠깐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숨이 턱 막히는 회사였다.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사무실, 화장실은 달랑 한 칸. 칸에 들어가면 각 임직원의 칫솔이 여럿 보였다. 무엇보다 칸막이도 없는 자리 바로 앞·뒤·옆에서 하루 종일 같이 일하는 상사와 북적이는 같은 화장실을 쓴다는 사실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나는 지금도 출근 후 3~4시간 정도만 어닝모델 추정, 산업 이슈 정리 등 실무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은 망상에 빠지는데, 그 회사의 시스템은 그런 리듬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너무 새장에 갇혀 있는 느낌이 강했다.

퇴근 시간이 되면 나는 빠르게 짐을 챙겨 숨 막히는 사무실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어느 날 대표가 **대뜸 오더니 “너 바보야?”**라고 했다.

 너무 당황해 아무 말도 못하고 대표 얼굴만 바라보는데, 대표는 왜 백오피스 직원들에게 퇴근할 때 인사를 안 하냐화를 냈다. 사회생활이 부족한 내 탓도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 줄 몰랐고, 무엇보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그 일은 모든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졌고, 그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닌 듯해 보였다. 나는 그저 쉬쉬하며 넘어갔다. 이후 대표 앞에서는 쭈뼛거리며 별말 없이 지냈고, 주변에서는 **“너는 대표랑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며 웃으며 농담을 하곤 했다.

평가 기간이 끝나고 정규직 전환 결정을 하는 자리에서 앞 상사와 대표가 뭐라뭐라 했지만, 나는 창밖 빨간 네온사인이 깜빡이는 족발집 간판만 보며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그 족발집 네온 사인간판이 왜 아직도 또렷히 생각나는지는 나도 모른다.)

5. 나의 성향: 문제해결형 직진, 그리고 그 후폭풍


돌아보면 나는 빨리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INTJ문제에 집중할 때는 주변 상황을 잘 못 본다.

사회초년생 시절,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로 규정했고, 이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려는 의지·조급함·불안함이 겹치면서 직진성이 더 강해졌다.

그 결과 주식투자 = 돈을 번다 = 문제해결이라는 단순한 공식이 지난 몇 년간 내 의식을 장악해 버렸다. 그 외의 문제들은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직진해 온 건 아닌가 싶다.

이번 여행에서도 한 가지에 꽂히면 주변을 보지 못하고 직진하는 내 스타일이 너무 도드라졌고, 와이프가 그 때문에 꽤 고생을 했다.

아무래도 알게 모르게 나의 직진 스타일로 인해 과거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의 기분과 감정을 나도 모르게 상하게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이제 와 미안함을 표하고 싶다.

6. 나의 일상적 성향과 만족, 그리고 과거의 오해


애초에 나는 회사에서 말이 별로 없고, 스몰토크도 싫어한다. 그냥 주식투자 분석만 하거나 망상에 빠졌다 퇴근하는 일이 잦고  그러한 일상에 나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이전 근무했던 회사 가운데 (내 생각에) 나를 괴롭히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퇴사를 종용하는 협박을 한다고 느껴졌던 회사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밖에 있던 내 자리를 자기들과 같은 방 안으로 이전시킨다고 통보했다. 나는 싫다고 했지만, 결국 내 자리를 이전시켜 버렸다. 나는 잠깐 시간을 달라고 회사에 양해를 구했고, 그 사이에 이직을 해버렸다.

이제 와 돌아보면 정말 별것도 아닌 일이 그때는 왜 그렇게 커 보였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끝

생각정리 92 (*반도체, 전력문제, 병림픽3)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SEC)**와 **SK하이닉스(SKH)**가 오픈AI에 2029년까지 웨이퍼 기준 월간 최대 90만 장 규모의 D램을 공급하기로 하는 협력의향서(LOI)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회사는 10월 1일 오픈AI와 각각 협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Stargate)’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D램 웨이퍼 월간 생산량이 약 150만 장임을 감안하면 **90만 장은 구조적 수급을 흔들 수 있는 ‘막대한 규모’**이다. 

https://www.reuters.com/business/media-telecom/samsung-sk-hynix-supply-memory-chips-openais-stargate-project-2025-10-01/

개인적으론 이전 글에서 지적한 메모리 구조적 공급부족의 기점이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본다.

일부 IB와 업계에서 오픈AI·오라클이 자본 부족으로 AI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기 어렵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멍청한 판단이다. AI 경쟁은 단순 경제논리를 넘어 국가·기업 간 패권경쟁에 가깝고, 전략이 먼저이고 자본은 뒤따른다. 패권의 향배가 걸린 상황에서 **“돈이 없어서 투자 지체”**라는 가정은 현실성이 낮다.

현재 미국은 정부·민간 차원에서 AI Capex를 신속히 상향하며, 이를 통해 생산성 제고·일자리 창출·GDP 성장률 레벨업과 함께 글로벌 패권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재원 부족을 이유로 투자를 포기한다는 주장은 상식 밖이며, 전략적 우선순위가 투자와 자금조달을 견인하는 국면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 흐름은 곧 국내 에너지정책과 전력수급에 대한 의구심으로도 연결된다. 

이번 글의 결론은 전력 부족 심화로 인해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조기 수정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 대한 근거와 가정(상상)의 기록이다. 특히 반도체·AI 클러스터 전력수요데이터센터 유입이 겹치면, 전력은 정책·재정·계통(그리드) 전 영역에서 동시에 병목이 된다.


반도체 클러스터 수요와 전원 확충의 간극


정부는 반도체/AI 클러스터 국책사업을 통해 2030~2032년까지 평택·용인에 3개 반도체 라인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FAB 1개당 전력수요는 약 1.3GW이므로, 3개 라인에 3.9GW가 필요하다. LNG 복합화력 1기당 1~1.2GW인 점을 고려하면 약 4기의 LNG 발전소가 추가로 필요하며, LNG 발전 1GW당 연간 천연가스 약 80만 톤이 소요된다.

실제 2024년 8월, 용인 신규 팹 전원(1GW급 LNG) 사업권은 SK E&S중부발전이 확보했다. 그러나 나머지 2곳(여주·평택 지역) LNG 발전소 인가(사업권) 확보가 여전히 과제이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넷제로(Net Zero) 목표와 함께 2038년까지 LNG 발전 신규 허용 규모를 2.5GW로 제한해 놓았다는 점이다. 이 제한이 유지되면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에 구조적 부족이 발생한다. 따라서 LNG 발전(신규 + 사업권 연장) 확대가 관건이다.

장기적으로 2050년까지 반도체 클러스터에 16개 FAB가 들어설 전망인데, 총 전력수요는 약 20GW에 달한다. 이는 1.3GW급 LNG 발전소 16기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여기에 데이터 주권 이슈로 국내 데이터센터 유치가 확대되면 전력수급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19



“설비는 있는데, 그리드가 병목”이라는 현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조상 단기간 내 복합화력(가스) 신규 건설은 제약이 따른다. 이에 따라 기존 전원을 한전 그리드에 연결해 가용 전력을 늘리는 방향이 유력하다. 현재 한전 그리드에 미연결된 전력이 약 8GW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선 기존 전기를 연결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건 사실이다. 

한국의 전력 예비율은 연평균 약 25% 수준(다만 혹서기에는 10%까지 하락)이며, **미국은 연평균 약 15%**이다. 즉, 발전설비 용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보다 ‘계통 연결’이 병목이라는 판단을 내린듯 싶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드 연결에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적
이라는 사실과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것이다.

(추후 아래 설명) 병목의 본질은 지중화 수요→원가 상승→KEPCO 재무여력 제약→주민수용성·인허가 지연연쇄다. 이는 “돈·시간·협의”의 삼중 제약이며, **HVDC 특수자재·시공 선단 수급(케이블·변환설비·선박)**까지 포함하면 일정 리스크는 구조적이다.


호남→수도권 전력수송: HVDC ‘에너지 고속도로’의 구조


정부는 서해안 축 HVDC2030년대 초 가동하고 이후 남·동해안으로 확장2040년대 U자형 전국 백본을 완성하는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목적은 호남권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 등 대수요지로 직접 수송하는 것이다.

1단계는 해저케이블 총 약 440km, **새만금–화성 220km 구간 왕복 2회선(총 2GW급)**으로 구성되며 2030년 준공 목표내년 상반기 발주 필요성이 거론된다. 운영·계통 계획은 **호남–수도권 2GW×4개 루트(’31/’36/’38 단계 준공)**로 조정되었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0GW+ 공급을 위한 변전소·연계망 신설이 포함된다.

다만 지중화 단가의 공식치 공개는 제한적임에도 지중화 확대·자재비 상승으로 **한전 송변전 투자액이 72.8조원(전 계획 대비 +28.8%)**으로 급증했으며, HVDC 해저·지중 구간은 장척 생산·시험·포설 등을 거치며 입찰~시공에 4~5년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님비·인허가 지연이 빈발해 345kV 북당진~신탕정의 경우 12년 6개월 지연됐고, 주변지역 지원금은 연간 약 1,400억원 수준이다. 동해안~동서울 HVDC79개 마을 합의에도 종점 인허가 불허 등 갈등이 남아 있다. 요컨대 지중화 선호와 주민수용성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비용 급증과 일정 리스크가 병행하는 구조이다.


재무·요금 환경: 한전의 제약과 시스템 리스크


한전(KEPCO)은 2024년 2분기 연결 부채가 약 206조 원
이며, 2028년까지 원화사채 49조 원 상환이 예정되어 있다. 이 가운데 **2024~2038년 전력망 확충에만 73조 원+**이 필요하다. 친환경 발전믹스 확대가 곧 전력요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 아래 요금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경우, 한전 적자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는 송전투자(지중화·HVDC)와 그리드 병목 해소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기업별 전력 리스크: SKH보다 SEC에 더 엄중


SK하이닉스
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원을 LNG 복합화력으로 ‘선제 확보’**했다. 정부·산업부는 용인 클러스터 전력공급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과 연계해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2024~2025년에 정책금융·송전설비 재원 투입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이는 즉시 해결이 아니라 해결을 위한 정책·재정 수단을 마련 중이라는 의미이다.


https://www.business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719&utm_source=chatgpt.com

반면 **삼성전자(SEC)**의 경우, 용인 클러스터 전원을 담당할 자체 LNG 복합화력발전소 인허가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정부에 인허가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전담 배전망관리기관(DSO)**을 구성해 전력품질을 관리하고, 가상발전소(VPP) 운영을 통해 클러스터 내 재생에너지·ESS를 활용해 전력품질을 보정하라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친환경에너지만으로 신규 반도체공장 전원을 공급한다는건 상상하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이전글에 언급해놓았다.

요약하면, SEC은 SKH 대비 전력 리스크가 더 엄중하다.



결론: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그늘, 전력·계통 병목과 ‘마중물’의 역할


오픈AI와의 **대규모 D램 장기공급(월 90만 장, 2029년까지)**은 국내 메모리 사이클의 구조적 강세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공급 확대의 전제는 전력이다. 

단기적으로 미연결 8GW의 계통 편입, 중기적으로 서해안 HVDC 2GW×4 루트의 적기 준공, 장기적으로 U자형 전국 HVDC 백본 완성이 필수처럼 보일 순 있다. 

그러나, 이를 가로막는 것은 천문학적 지중화 비용, 주민수용성, 한전 재무제약이다. 여기에 데이터 주권 이슈로 국내 데이터센터 유입이 불가피해지며 수요가 추가로 급증할 전망이어서, 전력수급의 구조적 긴장은 한층 심화될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LNG 인가허가로 전원조달·품질관리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AI Tech 산업에서의 핵심은 ‘Time to Market’**이다. 전력 인프라 지연은 곧 TTM 지연이며, 이는 설비 가동 시점 지연 → 매출 실현 지연 → NPV 하락·기회비용 확대로 직결된다. 

메모리·HPC·데이터센터 수요의 사이클은 창(윈도우)이 짧을 수 있다.. 전력·계통이 적시에 준비되지 않으면 글로벌 CAPEX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그 공백만큼 국내 일자리·부가가치·생태계가 이탈한다. 

TTM을 지키는 전력 확보가 곧 산업경쟁력의 본질이다.

따라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고집’만으로는 반도체 클러스터 확장과 데이터센터 유입이 만들어내는 단·중기 전력 병목을 해소하기 어렵다. 

정부는 산업·일자리·수출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LNG 복합화력발전소 인허가를 과감히 선(先)확대전환기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조기 보완, 현실적 전원믹스·계통계획의 조정, 그리고 LNG 복합화력 인허가의 선확대TTM을 사수하고 슈퍼사이클의 실물화와 국내 산업 생태계 유지를 좌우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의 고집이 아니라, 시간과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실행전략이다.



#글을 마치며


국내 반도체에는 천운의 기회가 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의 실행·속도전력·계통의 적시 확충이며, 이념 논쟁이 아니라 현실적 전원믹스와 LNG 인허가 확대로 Time to Market을 사수하는 일이다.

그래야 경쟁력·일자리·국가경기가 기회를 실질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



정부가 기업, 국민 바짓가랑이 잡는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