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9일 월요일

생각정리 163 (* 가격변화, 가치투자)

최근 대형주 쏠림이 유독 강화되면서, 중소형·가치주 위주의 펀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해지면서, 관련 운용역들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 그리고 고찰이 모르긴 몰라도 상당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뜩 들곤한다. (*개인적인 친분은 일절 없지만서도.)

나는 중소형 가치투자자는 아니지만, 밤마다 그런 펀드들의 수익률과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 가지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나는 지금 가격이 말해주는 것을 제대로 듣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잘 안다고 믿는 기업·산업만 보며 시장과 멀어지고 있는가.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해,

  1. 경제에서의 가격,

  2. 주식시장에서의 가격,

  3. 산업·기업 중심 사고의 한계,

  4. 지정학·매크로와 가격의 경고음,
    그리고 5) 투자 기준과 시야 확장
    이라는 흐름으로 정리해 보려는 시도이다.


1. 경제의 불완전성과 가격이라는 장치


경제학을 처음 접한 이후 지금까지, 나는 경제를 이해할 때 경제주체들의 집단심리와 그로 인한 불완전성·비합리성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여러 주체가 서로 다른 정보·기대·감정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경제는 언제나 경기순환·사이클·파동이라는 형태로 구조적 불완전성을 내포한다.

이 불완전성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고, 또 증폭시키는 장치가 바로 가격변화이다.

어떤 상품·서비스의 가격이 변할 때, 우리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결과, **광범위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의 일부로서 올라가는 것인가,

  • 아니면 특정 상품·서비스에만 국한된 개별적 가격 상승인가.


후자의 경우라면, 다시 쪼개야 한다.

  • 이는 원재료·중간재 등 후방 비용의 상승 때문인지,

  • 아니면 전방 수요의 증가에 따른 것인지,

  • 관련 전후방 산업 구조와 공급사슬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 분석을 바탕으로 생산·공급 주체들은

  • 공급을 늘릴지,

  • 보수적으로 조절할지
    각자의 최대이익을 향해 의사결정을 한다. 그러나 공급 조정과 수요 반응 사이에는 항상 시차가 존재한다. 그 결과 과잉공급과 과잉수요가 파동처럼 반복되며, 이것이 바로 경제학 원론에서 설명하는 경기순환이다.


이때 중요한 점은,

가격변화 자체가 경제 주체·시장 참여자들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의미는 매우 크다는 점이다.


가격변화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 어떤 주체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 어디에 자본과 노동이 몰리는지,

  • 어디에서 자원이 빠져나오는지를 집약해 보여주는 언어에 가깝다.


2. 같은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주식시장


이 원리는 주식시장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에 흘러들어오는 유동성은 항상 한정적이며, 이 자금은 매일매일 그때그때의 주도 산업·주도 테마를 따라 이동한다.


여기서 흔히 보이는 두 극단이 있다.

  1. 테마를 끝까지 추종하며 과도하게 회전하는 투자자
    – 거래비용이 수익률을 잠식한다.

  2. 가격과 테마를 거의 무시하고, 오직 본인이 설정한 내재가치만 보는 투자자
    – 어느 시점부터는 시장과의 괴리가 누적되어, 큰 변곡점에서 한꺼번에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버핏식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일부 투자자들은 주가(*가격변화)의 등락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기업의 내재가치와 재무지표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주가(*가격변화)라는 가격정보 자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라는 쪽에 서 있다.

하루 단위로 보면, 가격과 테마를 무시해도 큰 차이가 안 보일 수 있다.
그러나 AI와 같이 기존 글로벌 경제 사이클의 구조 자체를 바꿔버리는 거대한 변곡점이 등장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때까지 주가·가격의 흐름을 무시하며 쌓여온 ‘부채’,



  • 시장의 가격 흐름을 읽지 못한 비용,

  • 새로운 성장축으로 이동하는 산업을 외면해 온 기회비용
    한 번에 청구된다.


주가는 그 과정에서 경고음을 미리 내주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신호를 듣지 않은 대가를 나중에 치르게 되는 셈이다.


3. “내가 아는 산업만” 보는 태도가 만드는 시야의 협소화


애널리스트로서 기업과 산업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는

  • 기본 구조를 이해했다는 숙련감이 생기고,

  • 이후부터는 신규 정보가 나와도 기존 틀에 업데이트만 하면 되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때부터는 추가로 드는 수고가 크게 줄어든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생긴다.

이는 결국 자신의 시야를 협소하게 만드는 기재로 작용한다.


자신이 잘 아는 산업·기업에만 시선을 고정하면, 그 이외의 산업이

  • 얼마나 빠르게 구조가 바뀌고 있는지,

  • 얼마나 큰 폭으로 미래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는지,


그에 따라
내가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기업·산업의 **PIE(이익의 총량 파이)**가
시장 전체 안에서 상대적으로 얼마나 작아지고 있는지에 대한 RISK를 놓치게 된다.


즉,

일일 시장의 주가가 보내는 경고음을 무시한 대가라고 볼 수도 있다.


가격이 가파르게 움직이는 섹터,
밸류에이션이 다소 부담스러워도 자금이 집단적으로 쏠리는 영역은
단순한 “버블”이라 치부하고 넘길 것이 아니라,

  • 그 뒤에 있는 경제 구조 변화,

  •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

  • 정책·자본 배분의 방향


을 묻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질문을 회피하고 “내가 아는 기업·산업만” 바라보는 순간,
시장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나의 상대적 지위를 깎아내리고 있을 수 있다.

(
*나 역시도 이번 휴머노이드, ADC 바이오쪽 산업흐름을 놓쳤던 경험이 있다.)


4. 지정학·매크로: 비효율적이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영역


여기서 자연스럽게 지정학·거시경제 문제로 넘어간다.


하루하루 지정학, 거시경제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공부해 두지 않은 채, 기업과 산업에만 집중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효율적이고 현명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 기업·산업 분석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루틴화·체계화가 가능하고,

  • 그 이후에는 새로 나오는 정보들을 업데이트 형식으로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투입 대비 체감 피로도가 줄어든다.


반면 지정학·매크로는 완전히 다르다.

  • 전 세계 정치·외교·안보·통화·재정의 변화는 예측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고,

  •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이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에 적극 반영하려면 논리의 비약과 가정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을 앞서서 맞추려는 시도는, 솔직히 말해 들이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 기업·산업 분석에는 숙달과 효율성을 쌓고,

  • 지정학·매크로는 손이 많이 가지만 확신을 주지 않는 영역으로 밀어낸다.


그런데 문제는,

매일매일 이 흐름을 공부해 두지 않으면, 어느 순간 “시장 전체의 방향감”을 통째로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한 번 흐름과 감을 잃고 나면,

  • 주가가 먼저 급하게 빠지거나, 급하게 치고 올라가는 변곡의 순간

  • 뒤늦게 따라가려 할 때 심리적 압박감이 너무 크다.


“지금 들어가면 고점 아닐까”,
“여기서 팔았다가 더 오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겹치면서,
실질적으로는 후행해서 따라붙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하루하루 주가가 주는 정보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하루의 지정학·거시경제 흐름을 공부해 두지 않는 것
언젠가 큰 변곡의 시점에서 누적된 부채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결과론적인 표현일지라도,

매일 시장에 참여해 일어나는 일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성찰하고, 공부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5. 그럼에도, 투자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여기까지 왔다고 해서,
투자 기준 자체가 가격·테마·매크로에 휘둘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투자의 중심은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1. 미래 불특정 시점의 이익(Earnings)

  2. 그 이익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 줄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


즉,

  • 기업이 앞으로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

  • 그 이익을 장기간 방어해 줄 구조적 장점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핵심이다.


다만 여기에,
**“가격과 매크로가 주는 정보”**를 덧붙여 해석해야 한다.

  • 주가가 미래 이익을 과도하게 선반영한 상태인지,

  • 아니면 여전히 이익과 해자에 비해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는지,

  • 당장의 이익 개선이 지속 가능한 구조적 변화인지,

  • 관련 산업의 성장 속도와 진입장벽·경쟁 강도의 조합이 어떤지.


예를 들어,
급성장하더라도

  • 진입장벽이 낮고,

  • 경쟁자가 빠르게 늘어나며,

  • 경쟁강도가 산업 성장 속도만큼 커지는 구조라면,


그 산업에서의 주가 상승 신호는 생각만큼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배터리, 태양광 산업처럼)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휴머노이드 자체 제작 산업이 그런 성격을 일부 내포한다고 보고 있다.)


6. 4Q25 실적 시즌, 그리고 “누가 발가벗고 있나”의 문제


이제 곧 4Q25 실적 시즌이 시작된다.
실적이 발표되는 그 시점은,
워렌 버핏의 표현대로라면

“물이 빠졌을 때 누가 발가벗고 있었는지”


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대형주 쏠림, AI를 중심으로 한 초거대 테마,
로봇 휴머노이드의 급부상
중소형·가치주 펀드의 상대적 부진,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지정학·매크로 환경 속에서,

  • 나의 관점이 시대에 뒤처진 것인지,

  • 아니면 지켜야 할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


지금 이 순간에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투자의 중심축은 여전히 기업의 이익과 경제적 해자에 대한 분석이어야 한다.

  2. 그러나 동시에,

    • 가격이 내는 신호,

    • 주도 산업과 자본의 이동,

    • 지정학·거시경제 흐름


    무시한 채 기업·산업만 바라보는 태도는, 결국 자신의 시야를 협소하게 만드는 기제로 작동한다.

  3. 그 결과는,

    • 일일 가격의 경고음을 듣지 않은 대가,

    • 새로운 성장 파이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뒤처지는 RISK
      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내가 붙들어야 할 결론은 단순하다.

기업의 본질가치와 해자를 끝까지 파고들되,
가격과 매크로, 시장의 테마가 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투자자”로 남는 것.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앞으로의 시장에서 생존과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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