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일 목요일

생각정리 153 (* 고려아연, Korea Zinc)

RA 시절 내 사수의 주력 섹터는 철강·비철금속이었다.

그때 자주 들었던 말이, 예전의 POSCO는 지금의 SEC, SKH에 맞먹는 “시장 존재감”을 가졌다는, 이른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였다.

나는 사수를 크게 도와드리진 못했지만, 짧은 RA 기간 동안 유독 눈에 들어왔던 회사가 있었다. 바로 고려아연이다.


1. 왜 하필 고려아연이었는가


제련업은 구조적으로 분석 난이도가 매우 높다.
정광 매입 구조, Payable 조건, 각종 계약 조항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무엇보다 그 세부 구조가 공개정보만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제련사는 매일 움직이는 메탈 가격(Metal commodity),
크게 출렁이는 원/달러 환율,
글로벌 경기와 연동되는 수요 사이클까지 함께 봐야 한다.

즉, 공개된 분기·연간 보고서만으로 버텀업 이익 추정을 해보겠다고 달려들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나 역시 고려아연만 파고든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이 회사를 통해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실무적 욕심보다는,
**“버텀업 실력의 극한에 도전해 보겠다”**는 쪽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에 고려아연에 매달리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심리였을 것이다.
“이 난제를 풀 수 있다면, 어디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예전에 사수에게 고려아연 박사라고 놀림받던 기억이 떠오른다.)


2. 과거 내가 이해했던 고려아연의 본질: 자동 헷지 구조


당시 내가 정리한 고려아연의 핵심 이미지는 다음과 같았다.

  • “자동 헷지가 걸린 기업”

  • 메탈 가격이 경기와 함께 Up & Down을 반복

  • 반대로 달러 인덱스는 안전자산으로서 메탈과 역행

  • 결과적으로 메탈·환율이 서로 상쇄되어, 이익이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는 구조

즉, 메탈 가격이 사이클을 타긴 하지만,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이익이 상당 부분 방어되는 제련사라는 인식이었다.


그래서 고려아연은 “극단적 호황·극단적 불황에 덜 흔들리는데, 대신 폭발적인 레버리지는 제한적인 기업” 정도의 포지션으로 이해되었다.


3.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메탈과 달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간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의 환경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 저성장·고불확실성

  • 보호무역·탈중국

  • AI Capex 증가에 따른 메탈 수요 up-cycle

  • 재정적자 상시화에 따른 부채레버리지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달러에 상방 압력이 걸리는 국면과
메탈 가격이 사상 최고치(ATH) 경신을 향해 올라가는 구간
한꺼번에 등장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 달러 강세

  • 메탈 가격 강세


서로 상쇄가 아니라 **“동행”**하면서,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순풍을 동시에 타는 구간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 글로벌 메탈 제련사들의 파산·가동 중단,

  • 중국 희토류/메탈 공급망에 대한 서방의 배제 움직임 등도

중장기적으로 고려아연의 포지션을 상대적으로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 키 포인트: 은 가격이 고려아연에 미치는 영향


내가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은(silver)이 고려아연 이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민감도”**이다.


과거에는 메탈·환율이 서로 상쇄되며 이익 변동성을 줄여주었다면,
지금은 은 가격이 구조적으로 이익 레버리지의 핵심 축으로 떠오를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은 가격 상승 → 정광 매입원가(메탈 크레딧)도 함께 상승”하는 제련업 계약 구조를 전제로, 고려아연의 **은 가격 민감도(영업이익)**를

  • Payable(지급 금속) vs

  • Free metal(비지급 금속)


관점에서 잡아보고, 이어서 **2030 시나리오(은 170달러, 금 5,000달러, 구리 12,000달러)**를 같은 프레임으로 적용해, **2025 대비 2030년 영업이익 증가분(가격 요인만)**을 재계산한 결과를 정리한다.


5. 수치 가정과 결론 요약: 은 가격 민감도 베이스


5-1. 기본 가정(연간, 베이스 케이스)

  • 연간 판매량

    • 은: 2,010톤

    • 금: 8톤

    • 구리: 32,000톤

  • 2025년 기준 가격(베이스, 3Q25 QTD 가정)

    • 은: 39.38달러/oz

    • 금: 4,055달러/oz

    • 구리: 9,794달러/톤

  • 환율: 1,421원/달러

  • 영업이익 캡처율(가격 변화분 ΔPrice가 이익으로 남는 비율)

    • 은: 9.5% (본 분석의 Base 가정)

    • 금: 2% (보수적)

    • 구리: 3% (보수적)

5-2. 은 가격 민감도(연간)

  • 은 가격 1달러/oz 상승 시

    • 영업이익 약 87.2억원(= 8.72bn KRW) 증가(캡처율 9.5% 기준)

이는 단순히 다음 공식으로 표현된다.

Δ영업이익(원)
= 연간 은 판매량(oz) × Δ은 가격($/oz) × 캡처율 × 환율(원/$)

 


6. 왜 은 가격이 오르면 원가도 같이 오르는가: Payable / TC / RC 구조


제련사가 정광을 매입할 때의 기본 식은 다음과 같다.

정광 가격(매입대금)
= Payable metals 가치 합계 − (TC + RC + Penalty 등 공제)

 

여기서 핵심 개념은 다음과 같다.

  • Payable metal:

    정광에 들어 있는 금속 중, 제련사가 광산에 지급하기로 약정된 금속량·금속가치이다.

  • TC (Treatment Charge):

    “제련(용해/처리)”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보통 정광 톤(t)당 달러로 청구된다.

  • RC (Refining Charge):

    “정련” 서비스 대가로, 보통 payable 금속 단위당 달러로 부과된다.

TC/RC와 Payable 조건은 대부분 연 단위로 재협상되며, 벤치마크 조건을 기반으로 개별 약정이 붙는 구조이다.

따라서 은 가격이 상승하면:

  • 정광 내 은의 payable 가치가 상승
    제련사의 정광 매입원가(원료비)가 함께 상승한다.

제련사의 이익은 결국

  1. TC/RC 마진,

  2. 비지급 금속(Free metal),

  3. 부산물/프리미엄

에서 발생한다.
즉, 같은 은 가격 상승이라도, **대부분은 원가로 통과(pass-through)**되고, 일부만 Free metal과 조건에 의해 이익으로 남는 구조이다.


7. 업계 Payable 사례: 은을 얼마나 “지급”하고 얼마나 “공짜로” 가져오는가


실제 공개된 계약·설명 자료를 보면, 은 Payable 구조는 대략 다음 세 가지 유형이 대표적이다.

  1. 납(Lead) 정광: “95% 지급 + 최소 공제(그램)”

    • 예: 은은 final silver content의 95%를 지급하되, 최소 50g 공제

    • 정광 은 함량이 G(g/t)라면

      • Payable 비율 ≈ 0.95 × (1 − 50/G)

      • Free silver 비율 ≈ 1 − 0.95 × (1 − 50/G)

  2. 아연(Zinc) 정광: “고정 공제 후 잔여분의 70% 지급”

    • 예: DMT당 은 3oz(≈93g) 공제 후 잔여분의 70% 지급

    • Payable 비율 ≈ 0.70 × (1 − 93/G)

    • G가 낮을수록 공제 비중이 커져 Free silver 비율이 크게 증가

  3. 동(Copper) 정광: “90% 지급 + 최소 공제(그램)”

    • 예: 은 90% 지급, 단 DMT당 30g 공제

    • Payable 비율 ≈ 0.90 × (1 − 30/G)

정리하면,
동일한 은 가격 상승이라도

  • 어떤 정광(납/아연/동/2차 원료)에서 들어오는 은인지,

  • 그 정광의 은 함량이 높은지 낮은지

에 따라, 제련사가 가져가는 Free silver의 비율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8. 정광 내 은 함량과 Free silver 직관

프로젝트·광산별로 은 함량은 제각각이지만, ISO 기준에 나오는 범위만 봐도 상당히 넓다.

  • 동(구리) 정광: 은 25~1,500 g/t

  • 납 정광: 은 200~3,500 g/t

  • 아연 정광: 은 10~800 g/t

이 범위가 중요한 이유는, **최소 공제(예: 50g, 30g, 93g)**가 고정값이기 때문에,
은 함량 G가 낮을수록 공제 비중이 커지고 Free silver 비율이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 납정광, G = 2,000 g/t

    • Payable ≈ 92.6%

    • Free silver ≈ 7.4%

  • 아연정광, G = 300 g/t

    • Payable ≈ 48.3%

    • Free silver ≈ 51.7%

  • 동정광, G = 200 g/t

    • Payable ≈ 76.5%

    • Free silver ≈ 23.5%

따라서 고려아연의 은 이익 민감도를 보려면, 단순히 “은 톤수”만 볼 것이 아니라,

  • 납/아연/동/2차원료 비중,

  • 각 정광의 은 함량 레벨

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9. 고려아연 은 민감도(캡처율 9.5%)의 해석


앞서 설정한 **Base 캡처율 9.5%**는 계약 구조상 다음을 의미한다.

  • 은 가격이 1만큼 오를 때,

    • 매출은 “정련 은 판매가격”만큼 거의 1:1로 증가하지만,

    • 원료비도 “정광 내 은 Payable 가치”만큼 같이 증가

  • 이 둘의 차이(= Free silver 및 일부 조건)가 평균적으로 약 9.5% 수준에서 제련사 이익으로 남는다.

납 정광 비중이 크고, 고품위 위주라면 7~10%대 캡처율은 충분히 가능하다.
반대로 아연·저품위·2차 원료 비중이 커지면, Free metal 비율이 커지면서 캡처율이 더 높아질 여지도 있다.


10. 2030 시나리오: 은·금·구리 가격이 2030년에 도달했을 때


10-1. 가격 가정(2025 → 2030)


앞서 설정한 캡처율(은 9.5%, 금 2%, 구리 3%)을 그대로 적용하면,
2025 대비 2030년, “가격 요인만”으로 발생하는 연간 영업이익 증가분은 아래와 같다.

10-2. 결과(연간, 가격 요인만)

  • : 약 +1.139조원

  • : 약 +0.007조원

  • 구리: 약 +0.003조원

합산하면, 연간 약 +1.149조원의 영업이익 증분이 발생하는 시나리오이다.

여기서 핵심은,

  • 금·구리는 제련 계약상 대부분이 Payable → 원료비로 통과되기 때문에,

  • 가격 상승분에서 이익으로 남는 몫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다.

반면 은은

  • 다양한 정광에서 유입되고,

  • Free silver 비율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 부산물 구조와 맞물리면서

제련사의 이익 레버리지 측면에서 훨씬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11. 이 구조가 깨질 수 있는 리스크: 정태적 민감도의 한계


위 민감도는 어디까지나 **“정태적(static) 가정”**이다.
실제 세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수들이 민감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1. TC/RC/Payable 재협상 리스크

    • 은 가격이 장기간 급등하면,

      • 광산 측은 “은 크레딧을 더 가져가도록”(공제 축소, Payable 상향, RC 조정 등) 요구할 유인이 커진다.

    • 반대로 정광이 타이트하고 제련 캐파가 부족하면,

      • 제련사가 협상 우위를 점하며 유리한 조건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도 있다.

  2. 은 유입 경로 믹스 변화

    • 납/아연/동/2차원료 비중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 전체 Free silver 비율과 캡처율이 변한다.

    • 예를 들어, 아연·저품위 정광·2차 원료 비중이 늘어나면 캡처율이 커질 수 있다.

  3. 비용·부산물·생산량 변수

    • 전력·유가·약품비,

    • 황산 등 부산물 가격,

    • 헤지 전략,

    • 생산량 증감 등은

    • 본 계산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한 변수이지만, 현실에서는 이 요인들이 결과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12. 희소금속, 미국 진출, 그리고 고려아연의 전략적 포지셔닝


여기에 더해, 고려아연은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는 희소금속 영역에서 상당한 기술적 경쟁력을 쌓아왔다.

이 희소금속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고,
미국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공급자로 자리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동사의 이익 구조에서 희소금속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미 있게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 탈중국 공급망 재편,

  • AI·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확충 등 ‘physical AI’의 본격화,

고려아연

이 본궤도에 오를수록,
희소금속의 가치는 구조적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곧 고려아연 이익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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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향후 고려아연의 이익 상방을 밀어올릴 축은

  1. 은 가격 레버리지,

  2. 희소금속 포트폴리오,

  3. 강달러 환경(달러 강세 + 메탈 강세의 동행 구간)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간이 얼마나 길게, 얼마나 강하게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지분 경쟁 이슈에 가려 본업 펀더멘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아직 주가에 충분히 Price-in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구조적 변화의 중심에 있는 기업으로 재인식될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고려아연이 “자동 헷지가 걸린 안정적인 이익 방어형 제련사”로 받아들여졌다면, 지금의 고려아연은 **“여전히 방어력을 유지하면서도 은·희소금속·강달러라는 세 축이 맞물릴 경우 상당한 이익 레버리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업”**으로 다시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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