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6일 목요일

생각정리 186 (* up-cycle in industrials)

이전글에 이어 산업재 up-cycle의 충분조건 가능성에 대한 글을 이어나가본다.

1. 여론조사도 포기한 트럼프의 지지율


2026년 2월, 갤럽은 80여 년 동안 이어온 미국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 조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Upi)


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26/feb/11/gallup-stop-tracking-presidential-approval-ratings


형식상 이유는 “조사 자원의 재배분”이지만, 정치적 타이밍을 감안하면 상징성이 크다. 발표 시점의 다른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찬성 39%, 반대 60% 수준으로, 사실상 재임 기간 중 최저 구간에 머물고 있다. (The Washington Post)

트럼프는 여전히 공화당 핵심 지지층에서는 압도적 지지를 받지만, 무당파와 중도층에서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이념·스캔들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유권자가 체감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 하나로 압축된다. 바로 “살기 어렵다, everything feels expensive”, 즉 생활물가에 대한 피로감이다.

https://fred.stlouisfed.org/series/CUSR0000SAF112?utm_source=chatgpt.com



2. 소고기 한 근 값이 만든 체감물가 쇼크


그 가운데서도 정치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품목이 소고기, 특히 햄버거용 다진 소고기이다. BLS와 각종 보도에 따르면 2025년 말~2026년 초 기준 Beef & veal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5~1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TIME)

이 배경에는 미국 소 사육두수의 구조적 감소가 있다. USDA 통계에서 2026년 1월 1일 기준 미국 소·송아지 재고는 8,620만 두로 75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https://www.nass.usda.gov/Charts_and_Maps/Cattle/inv.php?utm_source=chatgpt.com


가뭄과 사료비 상승으로 번식우까지 대량 도축한 결과, 공급이 줄어든 상태에서 수요는 크게 줄지 않으니 소매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구조이다.

아래 그래프는 2022년 이후 미국의 All-fresh beef 소매가격(달러/파운드)을 단순화해 그린 추세선이다. 2022년 초 7달러 중반 수준에서 2026년 초에는 9달러 중반 수준까지 우상향하는 흐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수준은 USDA ERS ‘Meat Price Spreads’ 통계에 기반한 구간별 평균값과 대체로 유사하다.) (Bureau of Labor Statistics)



(그래프: US All-Fresh Beef Retail Price (Illustrative), 2022–2026)

이렇게 매달 마주치는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 경제 전체의 물가 지표(CPI)가 2~3%대라고 하더라도 체감물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을 잡았다”고 주장해도, 유권자는 “햄버거 한 끼 값이 30% 가까이 올랐는데 무슨 소리냐”고 되묻는 상황이다.


3. AI CAPEX와 자산 인플레이션: 다른 종류의 ‘가격 상승’


동시에 미국 경제는 AI 인프라 투자 붐이라는 또 다른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글로벌 데이터센터 CAPEX는 전년 대비 20~30% 이상 늘었고, 그 상당 부분이 AI용 GPU, 고성능 컴퓨팅(HPC), 전력 인프라에 집중되었다. (IEA)

미국에서는 2025년 4분기 기준, AI 관련 설비투자가 사실상 GDP 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Barron's)

또 IMF와 IEA는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전력 수요·전기요금·탄소배출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IMF)

이 AI CAPEX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인플레이션과 연결된다.

  1. 실물 비용 압력

    •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면, 토지·건설·전력요금이 함께 상승하기 쉽다.

    • 이는 중장기적으로 전기료·공공요금을 통해 가계 물가에 전가될 수 있다.

  2. 자산 인플레이션

    • 대형 기술기업과 AI 인프라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주식·채권·부동산 등 금융자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다.

    • 그러나 이런 자산 인플레이션의 수혜는 금융자산을 보유한 상위 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발생하는 것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생활물가 인플레이션 vs 자산 인플레이션의 괴리”**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오르는데, 주식시장은 호황이라는 괴리감이 바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진다.


4. 케빈 워쉬가 말한 “인플레이션은 가장 역진적인 세금”


트럼프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한 **케빈 워쉬(Kevin Warsh)**는 이런 현실을 매우 직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러 인터뷰와 연설에서, **“미국인의 약 절반(52%)은 금융자산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Hoover Institution)

연준의 가계재무조사(SCF)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식(직접·간접)을 보유한 가구 비율은 58% 정도이므로, 뒤집어 말하면 40% 안팎의 가구는 여전히 주식·펀드·퇴직계좌조차 없다는 뜻이다. (연방준비제도)


워쉬의 요지는 명확하다.

  • 인플레이션은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덜 아프다.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가진 상위층은 물가가 오를 때 자산가격 상승으로 어느 정도 상쇄된다.

  • 반면 W-2 임금소득에만 의존하고, 집·주식·코인·펀드가 없는 50% 안팎의 미국인은,
    소득은 거의 그대로인데 장바구니 물가와 월세·보험료만 치솟으니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 그래서 그는 인플레이션을 **“정부가 고안할 수 있는 가장 역진적인 세금(the most regressive tax)”**이라고 부른다. (Hoover Institution)


이 관점에서 보면, 소고기 가격 급등과 전력비 급증으로 인한 체감물가상승과 AI 자산 인플레이션은 모두 같은 그림의 일부이다.
체감물가는 치솟는데, 주식과 자산을 가진 소수만 AI 붐의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구조가 바로 워쉬가 말하는 “역진적인 인플레이션 세금”의 실물 버전이며,
이러한 세금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어 트럼프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것이다. 



5. 3월 31일 베이징 방문: 트럼프의 ‘관세 딜’과 농가 표심


https://www.scmp.com/news/china/article/3344769/trump-xi-summit-preparations-falter-planning-gaps-unsettle-beijing

트럼프 대통령은 3월 31일~4월 2일 베이징 방문을 공식화하였다. 백악관이 공지한 표면상의 의제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미·중 무역 휴전 연장, 관세·수출통제 재조정이다.
(출처: The Economic Times)

그러나 이번 방중은 과거 미·중 정상외교와 비교할 때 몇 가지 뚜렷한 특이점이 있다.

우선, 정상회담 치고는 실무 준비와 의제 조율이 이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소수 측근이 트럼프의 즉흥적 판단과 ‘직감’에 의존해 회담을 조직하는 탓에 베이징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한다.
(출처: SCMP)

이러한 즉흥성의 배경에는 미국 국내 정치 요인이 있다. 바로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대중 관세가 위헌·초과 권한으로 판단되면서, 트럼프가 쥐고 있던 ‘관세 레버리지’가 약화된 것이다. 이 판결로 관세 정책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트럼프의 정치적 부담도 커졌다.
(출처: The Straits Times)

이러한 제약 속에서 베이징 회담은 트럼프에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창이 된다.

첫째, 중국산 소비재·중간재 일부에 대한 관세를 유예·축소하여 수입물가와 가계 체감물가를 낮출 수 있는 카드이다. 소고기 가격 자체는 미국 내 사육두수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에 단기간에 크게 떨어지기 어렵지만, 관세 재조정을 통해 공산품·가전·생활재 등 다른 품목의 가격을 완만하게 낮춘다면 전체 체감물가 스트레스는 완화될 수 있다.

둘째, 미국 농가와 러스트벨트 표심을 겨냥한 중국의 미국산 구매 확대, 특히 대두 수입 재개·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이지만 대두 자급률은 약 15%에 불과하다. 2025년 기준으로 생산량은 약 2,090만 톤에 그치는 반면, 소비량은 1억 3,290만 톤 수준으로 나머지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출처: World Policy Hub)

이미 2월 트럼프와 시진핑의 통화에서 미국산 원유·가스·농산물(대두 포함) 추가 구매가 논의된 바 있다.
(출처: Financial Times)

이 구도를 종합하면, 트럼프가 베이징에서 제시할 개연성이 높은 패키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미국: 중국산 소비재·중간재 일부에 대한 관세를 유예·축소하여 수입물가를 낮추고, 이를 통해 **“관세 재조정으로 물가를 낮췄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확보한다.

  • 중국: 그 대가로 미국산 대두·농산물·에너지 구매를 일정 물량 또는 금액 기준으로 약정하여, 미국 농가와 에너지 산업에 직접적인 수요를 제공한다.


이렇게 될 경우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편으로는 “관세 재조정으로 생활물가를 낮춘 대통령”,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으로부터 미국 농민의 판로를 지켜낸 대통령”**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부각시킬 수 있게 된다.


6. 관세로 만든 디스토킹, 관세 완화로 만드는 리스톡과 산업재 사이클


트럼프 2기 첫 해~둘째 해에 걸쳐 반복된 관세 위협과 실제 관세 부과는 글로벌 공급망에 큰 불확실성을 던졌다. 기업 입장에서 “언제 어떤 품목에 관세가 튈지 모르는 상황”은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으로 이어졌다.

  • 재고 최소화(global de-stocking)

  • 설비투자 연기,

  • 신규 고용 및 CAPEX 보류.


이 과정에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 제조업체들이 산업재·중간재 재고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디스토킹 사이클을 거쳤다.

이제 만약 베이징 회담을 계기로

  1. 미·중 무역 휴전이 연장되고,

  2. 일부 관세가 구조적으로 낮아지며,

  3. 중국의 미국산 구매가 일정 수준 보장된다면,


기업들은 더 이상 “언제 또 관세 폭탄이 터질지”만을 걱정하기보다, 가시적인 수요와 가격이 보이는 국면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곧

  • 재고를 다시 쌓는 리스톡(restocking),

  • 그에 따른 글로벌 산업재·원자재 재귀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이미 진행 중인 AI 인프라 CAPEX가 더해지면,
단기적으로는

  •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설비 같은 구조적 수요와,

  • 관세 완화·농산물 수출 확대가 만들어내는 경기순환적 수요가 동시에 겹치는 구간이 열릴 수 있다.


즉, 트럼프 입장에서는

  1. 관세 완화와 중국 딜로 “생활물가 완화” 메시지를 만들고,

  2. 미국 농가와 에너지·산업재 섹터에는 수요를 보장하며,

  3. 그 결과로 나타나는 단기 경기 반등·주가 회복을 지렛대로 중간선거에서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물론 이 전략이 실제로 먹힐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소고기 가격과 주거비·의료비·교육비 같은 구조적 물가 요소는 여전히 높고, AI CAPEX가 만드는 자산 인플레이션은 자산을 가진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갤럽이 더 이상 대통령 지지율을 재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 시점에서,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가 **“관세라는 몽둥이에서 관세 완화라는 당근으로의 전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당근이 소고기 가격이 아니라, 관세·농산물·AI CAPEX·자산시장을 어떻게 재배열해
워쉬가 말한 “역진적인 인플레이션 세금”의 부담을 어느 정도나 덜어줄 수 있는지,
그 결과가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글로벌 산업재 사이클에 어떤 파급효과를 줄지 유심히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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