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주식운용업에 종사해왔기 때문에, 매일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시장에 인생을 거는 사람들은 주로 투자업계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오히려 달랐다.
상방은 제한적이지만 하방은 상대적으로 든든하다고 여겨지는 공기업, 공무원 집단조차 매일 주식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과 예측 가능한 월급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본업 밖에서 더 큰 변동성에 자신을 걸고 있었다.
결국 문제는 특정 집단의 투기 성향이 아니다.
월급만으로는 계층이동이 어렵고, 저축만으로는 자산가격을 따라잡기 어려운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확률게임으로 밀려난다.
불법도박, 코인, 테마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같은 심리가 깔려 있다.
이번 글은 왜 대한민국이 점점 리얼 K-오징어게임 같은 투기판으로 변해가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 나무위키 |
대한민국은 왜 도박중독 사회가 되었나
청년 도박, 쉬었음 세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같은 현상인 이유
최근 청년 세대의 도박중독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연합뉴스의 「도박이 삼킨 교실」 보도는 청소년기부터 시작된 사이버도박이 군대라는 폐쇄적 또래집단 안에서 다시 증폭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해 사이버도박 혐의로 군 경찰에 입건된 군인은 313명, 최근 5년간 적발 건수는 1,721명이었다. 최근 전역한 1997~2004년생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17명, 즉 56%가 군대 내 불법도박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 https://v.daum.net/v/20260705080209984 |
더 충격적인 부분은 금액이다.
국방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에서 불법도박을 했던 52명 중 입대·임관 전부터 불법도박을 경험했던 비중은 80%에 달했고, 월평균 베팅 금액은 186만원으로 2025년 기준 병장 월급 150만원을 웃돌았다.
이건 단순히 일부 청년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
교실에서 시작된 도박이 군대로 옮겨가고, 군대에서 형성된 습관이 사회초년기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청소년기에는 스마트폰과 친구 권유가 통로가 되고, 군대에서는 월급과 폐쇄적 또래문화가 증폭 장치가 된다. 사회에 나온 뒤에는 코인, 스포츠토토, 불법도박, 초단기 주식매매, 레버리지 ETF가 같은 욕망의 다른 이름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도박을 하는 청년이 아니라, 도박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이는 사회다
지금 2030 청년에게 정상적인 자산형성 경로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는 2025년까지 연령대별 월임금총액과 월급여액을 제공한다. 해당 통계는 2026년 6월 19일 갱신됐고, 1993년부터 2025년까지의 자료를 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2030 임금근로자의 세후 월소득은 대략 280만~320만원, 중심값은 300만원 전후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여기에 주거비 부담이 붙는다. 2025년 8월 기준 서울 평균 월세가격은 103만원으로 보도됐다.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이 빨라지면서, 청년층의 매월 현금흐름 부담은 더 직접적으로 커지고 있다.
공식 1인가구 소비지출 통계도 함께 봐야 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1인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168만 9천원이고, 이 중 주거·수도·광열 비중은 18.4%다. 즉, 공식 1인가구 소비지출 안에는 이미 일부 주거비가 포함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 독립 2030의 월평균 지출을 다시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세후소득과 지출을 맞춰보면 저축 가능액은 더 초라해진다.
핵심은 간단하다.
수도권에서 독립해 월세로 사는 2030 청년은 세후 300만원을 벌어도 월 40만~70만원 안팎밖에 남기기 어렵다. 서울 핵심권 월세를 부담하면 저축 가능액은 월 20만~50만원대로 낮아질 수 있다.
월 50만원을 1년 모아봐야 600만원이다.
10년을 모아도 단순 합산 6,000만원이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매수에 필요한 자기자본은 이미 그 속도를 크게 앞서 있다.
전세의 월세화는 이 구조를 더 악화시킨다.
과거 전세는 최소한 강제저축에 가까운 성격이 있었다. 월세는 다르다. 매달 현금흐름이 빠져나가고, 자산축적 속도는 그만큼 느려진다. 청년 입장에서는 성실하게 일하고,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도 수도권 아파트라는 목표와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 https://www.ytn.co.kr/_ln/0102_202606081022503315 정상화의 비정상화.. 미친세상.. |
결국 이런 계산이 나온다.
성실하게 일해서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다.
대출은 막혀 있다.
다주택자 중과세와 규제로 매도물량도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자산가격은 언제든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상적인 저축보다 한 번에 계층을 건너뛰는 확률게임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 확률게임이 불법도박이면 사회문제라고 부르고, 코인이면 투기라고 부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면 금융상품투자라고 부를 뿐이다.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쉬었음 청년은 노동시장 바깥의 도박 대기군이다
노동시장 통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6년 5월 전체 취업자는 2,912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만명 감소했고, 청년층 실업률은 7.2%로 전년동월대비 0.6%p 상승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비경제활동인구 안의 ‘쉬었음’ 인구다.
2026년 5월 기준 전체 쉬었음 인구는 243.7만명이다. 이 중 20대가 36.8만명, 30대가 28.1만명이다. 20대와 30대를 합치면 64.9만명이다. 같은 자료에서 구직단념자는 33.7만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데이터처 고용동향 첨부자료는 비경제활동인구 안에서 연령계층별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를 별도 항목으로 제시한다.
이 숫자는 단순한 취업난 통계가 아니다.
사회에 진입해야 할 시기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이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취업이 늦어지고, 소득 형성이 늦어지고, 저축이 늦어지고, 결혼과 출산이 늦어진다. 그 사이 자산가격은 먼저 움직이고, 주거비는 먼저 오른다.
결국 청년은 두 부류로 갈라진다.
하나는 노동시장 안에서 낮은 저축률을 견디는 청년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시장 밖에서 진입 자체를 미루는 청년이다.
문제는 두 집단 모두에게 공통된 심리가 생긴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속도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
이 심리가 도박의 가장 강력한 연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합법의 얼굴을 한 도박성 상품이 될 수 있다
최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선보였다. 삼성자산운용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설명하면서 “일간 수익률 2배 추종”을 핵심 구조로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운점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가격 구간별 거래비중을 나눠봤다. 오늘 현재가 기준으로 대략 96~99%의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손실 구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인버스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도 전부 손실상태다.)
|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
|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
이 수치는 공식 공표 통계가 아니라 가격 구간별 거래비중을 바탕으로 한 자체 산출값이다. 다만 의미는 분명하다. 대부분의 거래가 높은 가격대에서 몰렸고, 가격이 빠진 뒤 손실 구간에 갇힌 투자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즉, 투자자 상당수가 기초자산의 장기 펀더멘털을 산 것이 아니라, “오를 때 두 배로 먹겠다”는 단기 확률게임에 참여한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도박과 닮아 있다.
결국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다
대한민국이 도박중독에 빠졌다는 말은 모든 국민이 불법도박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의 보상체계가 도박처럼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성실한 노동보다 한 번의 가격 변동이 더 크게 느껴진다.
장기 저축보다 단기 베팅이 더 현실적인 탈출구처럼 보인다.
기업가치보다 수급과 레버리지가 더 강한 언어가 된다.
사회진출에 실패한 청년은 쉬었음 인구가 되고,
사회진출에 성공한 청년도 월세와 낮은 저축률에 갇힌다.
그 틈을 도박이 파고든다.
불법도박은 가장 노골적인 형태다.
코인과 테마주는 그보다 세련된 형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형태다.
레버리지 ETF의 무서운점은 인버스 숏 레버리지 ETF 상품 그리고 롱 레버리지 ETF 상품 둘 다 시초가 대비 한참 낮은 상태로 레버리지 투자자 모두 다 손실 상태라는거다..
레버리지상품 출시로 환율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애초의 레버리지 ETF 상품출시 목적과는 다르게
전국민을 상대로 합법 투기판을 깔아준격이다.
| https://news.ikbc.co.kr/article/view/kbc202607070030 |
| ※ KOSPI Circuit Breakers(일시중단) 발동 - 금년 6번째, 역대 12번째 발동 https://t.me/koreainvestment_passive |
레버리지 투자는 만악의 근원이다..
=끝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