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www.youtube.com/watch?v=ll32V9kR5zs&t=4224s |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보고 떠오른 생각
어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지켜본 뒤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남았다.
“습관은 처음에는 깃털처럼 가벼워 느끼기 어렵지만,
나중에는 무거운 쇳덩이처럼 굳어져 좀처럼 바꿀 수 없습니다.
내 나이쯤 되면 습관을 고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아직 젊고, 충분한 기회가 있습니다.
그러니 정직해지기 바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하지 말고,
자신이 바라본 것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십시오.”
워런 버핏이 캐서린 그레이엄을 추모하며 전한 말이라고 한다.
버핏과 캐서린 그레이엄
나에게는 세 명의 롤모델이 있다.
한 분은 워런 버핏이고,
다른 한 분은 찰리 멍거다.
마지막 한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나에게 있어 워런 버핏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지에 대한 이정표를 보여준 사람이다.
찰리 멍거는 세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더 나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지를 알려준 사람이다.
Investment Wisdom
노무현 전 대통령님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내적 판단이 섰다면,
단기적인 유혹이나 불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가는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준 인물이었다.
어제의 대국민 부동산 토론회를 보면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비판을 수용하는 능력과 그 용기가 문뜩 떠올랐다.
어제의 대국민 부동산 토론회에서의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현 정부가 자신들과 다른 의견이나 불편한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토론회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됐다.
채팅 참여도 일정 기간(*8개월) 이상 채널을 구독한 이용자에게만 허용됐으며,
패널들의 의견 역시 전반적으로 한 방향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행사 명칭에는 ‘국민 대토론회’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실제 구성에서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됐는지 의문이 남았다.
최근 어느 평론가가 현 정부에는 내부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레드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어제 토론회를 보면서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한 사람이나 조직의 그릇을 판단할 때 지능이나 말솜씨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있다고 한다.
자신을 향한 비판과 반론을 끝까지 들을 수 있는지,
불편한 지적 속에서도 필요한 내용을 골라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그 기준이라고 한다.
정책에 대한 확신이 강할수록 반대편의 논리와 우려를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어제 토론회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313140 |
문득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 해주셨던 이야기도 떠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서 자신을 혼내는 사람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는 말이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사회적 위치가 생기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조차 쉽게 쓴소리를 하기 어려워진다.
그나마 나이가 들어서도 비교적 솔직하게 잘못된 생활습관을 지적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의사라는 이야기였다.
비슷한 시기에 인연을 맺어 함께 나이를 먹고,
오랜 시간 건강 상태의 변화를 지켜봐줄 수 있는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도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하나의 복이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누군가 내 투자의견을 반박하거나 비판하면,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기 전에 반박할 논리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었다.
예전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고 노력한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반론을 바로 꺼내지 않고, 잠시 자리를 벗어나 다시 생각해보려 한다.
그럼에도 비판을 듣는 순간 생기는 불편한 감정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국 나 또한 나에게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나 일부 가까운 지인 정도만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쓴소리를 건네는 일은 상대방에게도 결코 편안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버핏의 조언이 다시 생각났던 것 같다.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골라 듣지 않고,
불편한 사실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남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워런 버핏 역시 젊은 시절에는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말을 꺼낸 뒤 후회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습관을 지적해준 사람이 버핏의 오랜 친구였던 톰 머피였다.
머피는 버핏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워런, ‘뒈져버리라’는 말은 내일 해도 늦지 않다네.”
화가 난 순간에는 우선 입을 다물라는 의미였다.
버핏 역시 이 조언을 설명하며, 말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만 그 말을 미뤄두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에도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때 말하면 되지만, 감정이 가장 격해진 순간에는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인사들은 차기 정치 구도와 자신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5746 |
개인적으로 현 정부에 대해 특별히 큰 우려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대가 있었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분명하다.
특히 부동산시장과 자산시장에 대해 조금 더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지우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정부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거나,
무언가를 더 크게 추진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남은 임기 동안에는 새로운 정책을 덧붙이기보다,
이미 시행한 정책의 부작용과 시장 반응을 차분하게 점검했으면 한다.
(체념에 가까울 뿐이다.)
부동산은 세금이나 대출, 규제 하나를 더한다고 해서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주택 공급에 대한 기대, 대출 여건, 임대차시장, 소득과 자산 격차, 특정 지역으로의 수요 집중, 정책에 대한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책 당국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수록,
오히려 시장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미 굳어진 인식을 다시 바꿀 여지가 남아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다만 이제는 정부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사람도 오랜 시간 굳어진 습관을 바꾸기 어렵듯,
정부와 조직 역시 이미 형성된 인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 https://www.newsis.com/photo/graview/?id=NISI20260723_0002193669&cid=photo&page=1 |
|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3419068 |
더 이상 새로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남은 임기를 큰 문제 없이 마무리했으면 한다.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나 제도를 계속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시행한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차분하게 확인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다.
이미 정책 신뢰가 이미 상당히 훼손된 상태에서는,
새로운 대책이 반드시 안정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이 추가 규제를 선반영하면서,
매수·매도·대출 의사결정을 앞당겨 시장의 혼란만 초래 할 뿐이다.
따라서 정책의 한계효용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국면에서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예측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은 정책일 수 있다.
현 정부의 임기는 아직 적지 않게 남아 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인가를 더 이루려 하기보다,
불필요한 혼란을 만들지 않고 다음 정부로 무탈하게 권한을 넘기는 것만을 바랄뿐이다.
급하게 마무리해보자면
개인이든 정부든 자신의 판단이 언제나 옳다고 믿기 시작하면,
불편한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사라진다.
그럴수록 자신에게 정직해야 하고,
자신과 다른 말을 해주는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 하지 않을까 했다.
=끝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