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투자실패 사례를 얘기해볼까 한다.
Landmark Optoelectronics 투자를 돌아보며
투자 실패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의 다짐
1. 처음에는 확신이 있었다
2025년 2월 초, 해외 투자 리서치 과정에서 Landmark Optoelectronics를 처음 보게 됐다.
대만의 작은 강소기업이었지만, 처음부터 내 눈에는 꽤 선명하게 들어왔다.
당시 내가 본 핵심은 분명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 고속 광통신 업그레이드, 실리콘 포토닉스 확산, CPO 도입 가능성이 모두 이 회사와 연결돼 있었다.
Landmark는 레이저 다이오드와 InP Epi-Wafer를 공급하는 기업이었다.
내 판단에는 현재의 실적 기회와 미래의 옵션을 함께 가진 회사로 보였다.
2. 투자 아이디어는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었다
당시 나는 광학 인터커넥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꽤 강했다.
그 믿음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여러 리서치 자료와 시장 전망치를 숫자로 정리하면서 쌓인 확신에 가까웠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내부 통신 속도는 400G, 800G, 1.6T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관련 광부품과 Epi-Wafer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이런 산업에서는 다운스트림보다 업스트림 병목이 더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완제품이나 모듈보다, 그 앞단의 핵심 소재와 부품이 더 희소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관점에서 Landmark는 실제 공급망 안에 들어와 있는 업스트림 업체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여기에 추가적인 업사이드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InP Epi-Wafer의 원재료인 Indium과 Phosphorus는 희귀성과 전략성이 부각될 수 있는 광물이기 때문에, 정치적 통제와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 해당 병목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산업 성장, 업스트림 병목, 전략 광물의 희소성이 겹치면서 Landmark의 가치가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대만 기업은 월별 실적 데이터를 빠르게 업데이트해준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시장 소음과 별개로 실적 흐름을 촘촘하게 추적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한 매력이었다.
3. 그런데 주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문제는 실제 주가 흐름이었다.
본격적인 하락은 2~3월 구간에서 시작됐다.
당시는 트럼프가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특히 반도체와 AI 테크주 중심의 낙폭이 매우 가팔랐다.
그 와중에도 Landmark의 수출 데이터는 오히려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CFO와 IR 라인도 중장기 전망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코멘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가는 계속 밀렸다.
대만 시장 특성상 하루 -10% 하한가가 반복되는 흐름은 숫자 이상으로 심리적 압박이 컸다.
4. 결국 버티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큰 문제는 기업 자체보다 내 대응 방식에 있었다.
기업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그 변동성을 감당할 준비는 충분하지 못했다.
당시는 해외펀드 런칭 초기라 성과 부담도 컸다.
여기에 개인적인 부동산 이슈까지 겹치며 심리적으로도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좋은 기업을 찾는 것과, 그 기업을 끝까지 보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나는 그 차이를 그때 뼈아프게 배웠다.
결국 우리는 약 -40% 손실을 감수하고 포지션을 정리했다.
지금도 그 결정은 우리의 투자 이력에서 가장 아픈 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5. 아쉬움은 시간이 지난 뒤 더 커졌다
이후 트럼프의 강경 발언은 결국 협상용 카드에 가까웠고, 글로벌 증시는 빠르게 회복했다.
시장 전체가 반등하면서 내가 손절했던 구간은 더 뼈아프게 남았다.
이어 Nvidia가 2025년 3월 GTC에서 다시 CPO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 이벤트는 내가 처음 봤던 산업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Landmark의 투자 논리도 오히려 더 강화됐다.
결국 우리는 좋은 기업을 너무 이른 시기에 만났고, 너무 이른 시기에 포기한 셈이 됐다.
그래서 이 경험은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놓친 기회에 대한 기억으로 더 오래 남게 됐다.
6. 왜 놓쳤는지도 분명했다
이 투자에서 내가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를 구조적으로 끝까지 정리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정보 접근의 한계가 컸다.
대만 언론은 관련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고, 현지 공급망과 경쟁구도 분석에도 분명한 제약이 있었다.
회사가 작고 덜 알려져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결국 정보의 공백이 불안으로 이어졌고, 그 불안이 매도 판단을 앞당겼다.
7. 그래도 이 실패는 반면교사가 됐다
다행히 이 경험은 이후 투자 판단에 분명한 변화를 남겼다.
나는 이 실패를 통해 외부 매크로 소음과 기업의 본질을 구분하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 깊이 체감했다.
실제로 2H25부터는 트럼프식 협박과 단기 노이즈에 과하게 흔들리지 않으려 했다.
대신 광학 인터커넥트 핵심 밸류체인과 메모리처럼, 실적과 산업 방향성이 맞아떨어지는 구간에 더 집중했다.
그 전략은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즉, Landmark에서의 실패가 이후 투자에서는 오히려 중요한 자산이 됐다.
8. 아직도 남아 있는 한 가지 아쉬움
그럼에도 Landmark는 끝내 다시 편입하지 못했다.
계속 팔로업하며 추적했지만, 과거의 손실 기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었다.
비슷한 이유로 광학 네트워킹 업스트림 비중이 높았던 AXT 역시 과감히 편입하지 못했다.
결국 과거의 실패가 새로운 기회를 막는 앵커링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 점은 지금도 아쉽다.
손실을 복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손실이 다음 판단까지 왜곡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9. 앞으로의 다짐
이번 경험을 통해 분명히 배운 점이 있다.
좋은 기업을 찾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판단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함께 있어야 한다.
특히 해외기업 투자를 할 때일수록, 매출 성장이나 수출 데이터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투자 판단 이전에 산업에 대한 더 깊은 이해, 기술 변화의 방향을 규정하는 1차원적 물리법칙에 대한 이해, 그리고 경쟁역학 속에서 개별 기업이 가진 경쟁해자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먼저 있어야 한다.
광학 인터커넥팅처럼 기술과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산업일수록, 표면적인 수혜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구간에서 병목이 생기는지, 그 병목이 왜 구조적으로 강화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가장 강한 협상력을 가지는지를 끝까지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외부 변수로 시장이 흔들릴 때도 덜 흔들린다.
그래야 주가가 아니라 투자 가설의 훼손 여부를 기준으로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결국 포지션을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힘은 단순한 멘탈에서 나오지 않는다.
산업 구조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기술 변화의 본질을 얼마나 정확히 읽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업의 해자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얼마나 집요하게 검증했는지에서 나온다는 점을 이번에 분명히 배웠다.
또한 과거의 손실 경험에 과도하게 앵커링되지 않으려 한다.
한 번의 실패가 다음 기회까지 막게 두지 않는 것, 그것이 이번 투자 실패가 남긴 가장 중요한 숙제다.
결국 Landmark Optoelectronics는 내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 정신승리하고 글 마무리 지으려고했는데 10x..정도 올라있네... |
잡힐듯 잡히지 않는 너무나 어려운 주식투자의 세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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