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M2 구성 항목과 관련한 발언을 하면서, 이를 확인해 보고자 별도로 자료를 찾아 스터디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최신 통계가 없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한국은행에서 M2 구성 항목을 상세히 다룬 보고서를 내놓았기에, 그동안 생각해 왔던 내용과 스터디 결과를 이번 글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해 두고자 한다.
원화약세와 서울 도심 집값 상승:
M2 논쟁을 넘어 구조적 함정과 EXIT PLAN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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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문제 제기
원화는 약해지고, 서울 도심 집값은 다시 오른다.
표면적인 설명은 늘 비슷하다. “돈이 너무 풀렸다, M2가 폭증했다.”
하지만 통화지표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원화와 서울 집값의 움직임은 너무 일관되고, 너무 구조적이다.
결국 질문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M2가 아니라면, 무엇이 이 가격들을 움직이고 있는가.
그리고 그 구조를 되돌릴 EXIT PLAN은 존재하는가.”
1. M2 논쟁과 한국은행의 반박: “유동성 탓만은 아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와 서울 도심 집값 상승의 배후에 M2 증가가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 M2 증가율이 다시 7% 안팎으로 높아지자, “돈이 과도하게 풀렸고 그 결과 환율과 집값이 동시에 폭주하고 있다”는 서사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공개적으로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요지는 두 가지이다.
첫째, 한국의 M2는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한국의 M2에는 수익증권·펀드·ETF 등 간접투자상품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팬데믹 이후 해외주식·해외ETF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자금이 증권계좌로 이동하는 과정이 통계상 M2 팽창으로 잡히는 구조다.
국제기구는 이미 이런 문제를 지적해 왔다. IMF는 ETF·펀드를 제외한 통화지표를 별도로 볼 것을 권고했고, 한국은행은 이를 반영해 2026년부터 ETF 제외 M2를 병행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환율·주택가격을 M2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더 직접적인 변수로 본다.
원/달러 환율: 한·미 금리차,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급증, 수출기업의 환전 패턴
서울 도심 집값: 수도권·서울로의 인구·일자리·소득 집중, 공급 제약, 자산선호 구조
요약하면, 한국은행의 메시지는 이렇다.
“M2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M2 증가율만으로 원화 약세와 도심 집값 상승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무리이다. 특히 ETF 비중이 큰 한국 M2를 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왜곡을 낳는다.”
따라서 문제의 초점은 이렇게 이동한다.
“M2가 본질이 아니라면, 무엇이 원화 약세와 서울 도심 집값 상승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구조를 되돌릴 EXIT PLAN은 존재하는가.”
2. 표면 아래의 구조: 네 개의 축과 EXIT PLAN 부재
원화 약세와 서울 도심 집값 상승은 단기 유동성보다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네 개 축으로 설명하는 것이 타당하다.
인구·복지 축
내수·서비스 축
재정·국채 축
에너지·기후·AI 축
그리고 이 네 축 전부에 공통되는 EXIT PLAN 부재이다.
2-1. 인구·복지 축: 사라지는 인구, 늘어나는 복지, 그리고 “서울 아파트 = 사적 연금”
한국은 합계출산율 0.7대, 65세 이상 인구 비중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이다.
OECD·IMF는 한국의 노년부양비와 복지지출 압력이 향후 수십 년간 OECD 최고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 본다.
그럼에도 현실을 보면,
국민연금·건강보험·장기요양 등 핵심 사회보장제도의 구조 개편은 반복적으로 미뤄지고 있고,
중장기 재정전망·연금 개혁 로드맵 역시 시장에 신뢰를 줄 만큼 구체적이지 않다.
가계가 받아들이는 신호는 단순하다.
“국가가 노후를 충분히 책임져 줄 것 같지 않다.
결국 내가 직접 들고 있을 수 있는 자산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산이
서울·수도권 핵심지 아파트,
달러·미국 주식·해외ETF이다.
서울 도심 아파트는 더 이상 단순한 주거재가 아니다.
사적 연금, 사적 사회안전망, 자녀 교육·계층 재생산의 수단이 겹쳐진 총합 자산으로 기능한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가계는 저축·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고, 이는 곧 부동산과 해외자산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요약하면, 인구·복지 축에서 **“공적 안전망에 대한 불신 → 서울 아파트·해외자산 선호”**라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2-2. 내수·서비스 축: “국내투자 < 해외투자 + 서울 아파트”의 고착
한국의 가계소비 비중은 GDP의 약 50%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60% 안팎)에 비해 낮다.
이는 단순한 절약 문화의 결과가 아니다.
서비스업 생산성·임금이 낮고,
자영업 비중이 높으며,
규제·진입장벽과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크기 때문에,
내수·서비스 부문에서 “믿고 돈을 넣을 성장 스토리”를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 구조에서 자본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정리된다.
국내투자(내수·서비스·중소기업) < 해외투자 + 서울 도심 아파트
국민연금·보험사·자산운용사·개인투자자 모두
해외주식·해외ETF·달러자산 비중을 사상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국내에서 남는 자금은 서울·수도권 핵심지 부동산으로 집중된다.
그래서 “인구는 줄어드는데 왜 서울 집값은 오르느냐”는 질문은,
실제로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한국에서 벌린 돈이 국내에서는 사실상 서울 도심 외에 갈 곳이 없다”는
자본배분 구조의 결과이다.
요약하면, 내수·서비스 축의 취약은 “해외투자 + 서울 아파트”라는 편향된 자본배분 패턴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2-3. 재정·국채 축: 확장재정은 상수, EXIT PLAN은 부재
팬데믹 이후 한국의 관리재정수지는 –3~–4%대 적자가 일상화되었다.
복지·연금·보건지출 확대, 경기 대응, 각종 정책사업이 더해지며 국가채무 비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적자 그 자체보다 경로와 설계이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확장재정·국채 발행은 공통분모가 되어버렸고,
그에 비해
재정준칙,
중기 재정운용계획,
연금·건보 개혁 로드맵
은 시장에 신뢰를 줄 수준으로 구체적이지 않다.
인구·성장률을 감안하면, 시장이 묻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올해 적자가 몇 %냐”가 아니라
**“이 적자 경로를 언제,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으니,
원화와 장기국채 금리는 구조적인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받게 되고,
이는 곧 지속적인 원화 디스카운트로 이어진다.
요약하면, 재정·국채 축의 문제는 “적자의 크기”보다 **“적자 경로를 되돌릴 설계도 부재”**에 있다.
2-4. 에너지·기후·AI 축: 기후는 공공재, 전력은 안보재, AI는 패권재
기후위기는 실존한다.
하지만 현실의 게임은 공공재·죄수의 딜레마 위에서 돌아간다.
모든 국가가 동시에 탄소를 줄여야 효과가 있지만,
개별 국가는 언제나 이렇게 계산한다.
“내가 먼저 줄이면 경쟁력만 잃는다.”
중국은 이 딜레마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신규 석탄발전소 승인·착공에서 세계 1위를 압도적으로 기록했다.
전 세계 신규 석탄발전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탄소중립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동시에 석탄발전을 평행하게 확대하는 이중 전략을 택하고 있다.
값싼 베이스로드 전력과 제조·안보 경쟁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시그널이다.
여기에 AI가 얹히면서 전력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데이터센터, 특히 AI 트레이닝·추론 전력소비는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고,
일부 추정에서는 일본 전체 전력소비와 유사한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 시대에는
값싸고 안정적이며 대규모로 공급 가능한 전력 = 과거의 “값싼 노동력”과 같은 전략 자원
이 된다.
특히 제조업 기반 국가에서는 전력단가와 전력망의 설계가 국가 경쟁력·존망과 직결되는 변수로 부상한다.
이 지점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의 비용 문제가 정면으로 떠오른다.
현 시점의 기술·제도·계통 여건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높이면,
간헐성·출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백업 발전설비,
계통 안정화 투자,
송배전망 보강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이 비용은 결국 전력요금 인상과 산업부담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사례는 하나의 경고이다.
에너지 전환과 러시아발 가스 쇼크가 겹치면서 유럽의 전기요금은 미국·중국 대비 현저히 높아졌고,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의 탈(脫)유럽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 복합적이다.
전력믹스에서 여전히 석탄·가스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확대는
계통망,
입지 갈등,
인허가,
KEPCO 재무구조
등의 제약 속에서 느리면서도 비용이 크게 드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면,
전력가격 상승 → 제조업 채산성 악화 → 일자리 감소 → 내수 위축
이라는 경로로 사회 전반에 부담이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AI 데이터센터·반도체 팹까지 고려하면, 높은 전력가격과 불안정한 전력망은 곧 AI 패권 경쟁에서의 구조적 열세를 의미한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속도·방식·비용을 어떻게 설계해 전력단가는 낮게, 공급안보는 높게 가져갈 것인가”**이다.
이 지점을 설계하지 못하면, 친환경 발전은
기후 문제 해결에도 실패하고,
제조업·AI 경쟁력만 갉아먹는 이중의 악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요약하면, 에너지·기후·AI 축에서의 핵심 변수는 “재생에너지 비중” 자체가 아니라, “전력비·안정성·패권경쟁”이 통합된 전력 전략의 유무이다.
2-5. 공통분모: 네 축 모두에서 EXIT PLAN이 보이지 않는다
인구·복지, 내수·서비스, 재정·국채, 에너지·기후·AI.
네 축 모두에서 반복되는 문제는 단 하나이다.
“10~20년의 시간축에서, 이 구조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EXIT PLAN이 없다.”
시장과 가계·기업이 보는 것은
오늘의 성장률,
올해의 재정수지,
이번 분기의 환율이 아니라,
**“이 나라가 이 인구구조·이 재정·이 전력·이 내수에서
10~20년 뒤 어떤 균형에 도달할 것인가”**이다.
현재의 원화 약세와 서울 도심 집값 상승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부정적 기대의 가격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3. 중국 사례: 신뢰 부재 → 고저축·자산도피·소비 위축의 함정
중국은 신뢰 구조가 경제 변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3-1. 높은 저축률, 그러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
IMF와 여러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저축률은 소득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미비한 사회안전망,
의료·교육·주거에 대한 불안,
농촌·도시 간 제도적 차별(후커우),
부동산 위주의 자산구조.
이러한 고저축은 “미래 소비 여력”이라기보다,
“언제 닥칠지 모를 체제·경제 리스크에 대비한 방어적 저축”
에 가깝다.
3-2. 재산권 신뢰 부족과 자산도피
중국식 사회주의-자본 시스템은
성장은 시장·자본주의 도구를 쓰되,
통제는 당·국가가 쥐고 있는 구조이다.
토지·금융·대기업이 권력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느끼는 신호는 명확하다.
“오늘 내 재산이 내일도 내 것이라는 제도적 보장이 약하다.
정치·이념과 충돌하면 규칙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 결과,
금·달러·해외부동산·해외계좌 등으로의 자산도피,
국내에서는 부동산과 일부 국유기업·플랫폼 주식으로의 자산 과밀집중,
소비보다 저축·자산축적에 치우친 가계 행태
가 동시에 나타난다.
3-3. 미·중 대립 이후: 소득·자산 괴리와 불안의 증폭
미국의 제재와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성장 둔화,
부동산 경기 침체,
대외 리스크 증대
가 겹치며,
소득이 자산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감각이 더 강해졌다.
높은 저축률은 소비나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체제·미래에 대한 불안의 그림자로 남는다.
요약하면, 중국식 사회주의-자본 시스템은
**“신뢰 부재 → 고저축·자산도피·소비 위축”**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다.
4. 한국은 중국보다 더 위험한 지점: 통제수단 없이 비슷한 결과에 수렴할 수 있다
한국은 중국과 구조가 다르지만, 결과의 방향이 부분적으로 겹칠 위험이 있다.
재산권은 서구적 기준에 비춰도 비교적 잘 보호된다.
중국처럼 노골적인 자산 몰수·강제 국유화 리스크는 크지 않다.그러나 금리·환율·자산가격을 정치적으로 강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금리를 무리하게 누르면 원화 급락과 외환불안이 발생하고,
부동산 가격을 행정으로 강하게 억제하면 거래절벽과 재정 악화, 정치불안이 뒤따르며,
자본이동을 막으면 신용등급과 외자유치에 타격을 준다.
동시에 한국 가계 역시
급속한 고령화,
불안정한 노후·주거·교육 구조,
공적복지에 대한 신뢰 부족
속에서 방어적 저축과 자산선호를 강화하고 있다.
요약하면,
중국은 재산권 신뢰가 낮지만 통제수단이 강하고,
한국은 재산권 신뢰는 높지만 통제수단이 약하다.
이 역설적인 조합은,
고저축·자산도피·도심 부동산 과열·소비 부진이라는 결과에서는 중국과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하면서도,
중국처럼 통제수단으로 “수면 아래로 눌러둘” 여지는 적게 만든다.
시장에서는 이것이
만성적인 높은 변동성,
지속적인 리스크 프리미엄
으로 표현되고,
개인 차원에서는
FOMO,
열등감,
투기 심리
로 나타난다.
요약하면, 한국은 “더 통제할 수 없는데, 비슷한 결과로 수렴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에 놓여 있다.
5. EXIT PLAN 부재 시 한국이 맞을 수 있는 구체적 상황들
이제 질문은 이렇게 정리된다.
“이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EXIT PLAN 없이 현 상태가 지속되면,
한국에서는 어떤 2차·3차 상황들이 추가로 파생될 것인가.”
5-1. 거시·금융: “중국 + 일본” 함정의 혼합
첫째, 원화의 만성적 ‘위험선호/위험회피 트레이딩 통화화이다.
잠재성장률 하락, 고령화, 재정 부담, 에너지·전력 리스크가 겹치면, 글로벌 자본 입장에서 원화는 항상 일정 수준의 디스카운트를 요구하는 통화가 된다.
둘째, “한국에서 벌고 해외에서 쌓는” 자본 흐름의 고착이다.
수출·제조로 벌어들인 이익은 해외주식·해외채권·해외부동산으로 나가고, 국내 실물·내수·서비스 부문으로는 충분히 환류되지 않는다.
셋째, 성장 측면에서의 일본화이다.
인구감소, 생산성 정체, 부채 누적이 겹치면, 경기 확장기에도 실질성장률은 1~2% 박스에 갇힐 위험이 크다.
넷째, 금융 시스템의 상시적 취약성 내재이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은 금융기관은, 잠재적 조정 가능성 때문에 점점 담보·안전자산 중심의 여신만 확대한다. 혁신·서비스·신산업은 자금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
요약하면, EXIT PLAN 부재는 한국을 “일본식 저성장 + 중국식 자본도피”가 섞인 혼합 함정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5-2. 자산시장: FOMO → 투기 → 한 번의 사이클로 평생 저축이 날아갈 위험
첫째, 서울 도심 부동산의 게임화이다.
원화는 약세, 서울 도심 집값은 고평가되는 국면이 반복되면, 서울 핵심지에 이미 자산을 확보한 계층은 부가 더 늘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평생 뒤처진다는 박탈감과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산다”는 FOMO를 동시에 느낀다.
이 심리는 레버리지, 갭투자, 법인·지인 명의 투자, 코인·주식·파생상품으로 확산되며, 자산시장은 투자라기보다 **“포지션 게임”**에 가까워진다.
둘째, 경기둔화를 완화하려는 확장통화·재정이 자산 인플레이션을 키우는 역설이다.
구조적 경기둔화가 나타날 때마다 저금리·재정 확대·규제 완화로 대응하면, 실물경기 충격은 줄일 수 있지만, 부동산·주식·코인 등 자산가격은 더욱 빠르게 상승한다. 임금·소득이 자산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의 격차와 세대 간 손익 격차는 더 벌어진다.
셋째, 한 번의 큰 사이클에서 평생 저축이 사라질 수 있는 세대이다.
청년의 여윳돈, 중년의 퇴직금, 장년층 노후자금까지 레버리지 포지션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금리·환율·외부충격 등으로 큰 조정이 오면, 단 한 번의 버블 붕괴로 평생 저축이 증발하는 세대가 집단적으로 생길 수 있다.
넷째, 버블 붕괴 이후 더 큰 정부·더 강한 개입 요구이다.
자산 붕괴가 발생하면 여론은 투기세력, 부자, 시장·제도에 책임을 돌리며, 징벌적 과세·규제·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정부는 국채·재정·금융안정을 위해 예금금리 간접 상한, 연기금·보험사의 국채 의무매입, 자본이동 규제 등 소프트 금융억압에 나설 유인을 갖는다. 이는 다시 자본도피·투자위축을 심화시켜 악순환을 강화한다.
요약하면, 자산시장에서 EXIT PLAN 부재는 “FOMO → 투기 → 붕괴 → 금융억압”의 위험 경로를 만든다.
5-3. 사회·정치: FOMO·열등감·양극화 → 제도와 정책 방향의 왜곡
첫째, “언제, 어디에 집을 샀는가”가 세대·계층 정체성의 핵심이 되는 사회이다.
강남·서울 도심 한 채의 보유 여부와 매입 시기가 사회적 지위, 자존감, 결혼·출산·진로 선택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면, 노동·생산성·혁신보다 포지션 게임이 삶의 전략 중심으로 이동한다.
둘째, 출산·소비·도전 의욕의 붕괴이다.
주거·교육·노후 부담이 높고, 계층 이동 사다리가 좁으면 아이를 낳을 유인, 창업·도전 의욕, 장기적 자기계발 투자가 동시에 약해진다. 이는 저출산 심화·소비위축으로 이어져, 내수·서비스 축의 약세를 더욱 강화한다.
셋째, 민주주의 체제에서의 정치적 귀결: 큰 정부·강한 복지·강한 규제이다.
자산을 잃은 계층, 애초에 자산을 확보하지 못한 계층, 상대적 박탈감이 큰 청년층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에 더 크게 반응한다. 이 요구는 선거를 통해 더 큰 복지, 더 높은 세금, 더 강한 시장개입을 약속하는 정치세력에게 힘을 실어준다.
넷째, 정부 개입 확대는 다시 자본주의 시스템의 룰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임대료·금리·임금·자산가격에 직접 개입할수록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기업·인재의 탈출 유인, 투자·혁신 위축,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져 다시 경제 기반을 약화시킨다.
요약하면, 사회·정치 영역에서 EXIT PLAN 부재는
“양극화 → 큰 정부 요구 → 개입 확대 → 성장 기반 약화”라는 역설적 악순환을 만든다.
6. 에너지·AI 축에서 뒤처지는 순간,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증폭된다
에너지·기후·AI 축을 다시 겹쳐보면, EXIT PLAN 부재의 위험은 한 단계 더 커진다.
첫째, 전력비와 전력망을 잘못 설계하면 AI·제조 패권에서 탈락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특히 AI 관련 전력수요는 2030년까지 급증해 국가별 전력망 부담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한국이
재생에너지 확대 비용,
KEPCO 재무구조,
요금 규제,
송배전망 포화(특히 수도권) 문제를 방치한 채,
전력정책을 단기·정치 일정에 맞춰 운용한다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반도체·클라우드 투자는
더 싼 전기와 안정적 전력망을 가진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그 순간 성장·재정·자산·사회 문제가 동시에 악화된다.
고부가가치 AI·디지털·제조 클러스터를 국내에 구축하지 못하면 세수, 양질의 일자리, 투자·기술 집적 기반이 약해진다. 이는 다시 인구·복지, 내수·서비스, 재정·국채 축의 EXIT PLAN 실행 가능성을 축소시킨다.
요약하면, 에너지·AI 전략 실패는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구조적 문제를
한 번에 증폭시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7. 결론: 원화 약세와 서울 집값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M2 논쟁은 표피적 프레임에 가깝다.
한국의 M2는 ETF·펀드 비중이 크고, 해외투자에 의해 왜곡된 통계이다. 원화약세·도심 집값 상승을 M2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경제적·통계적으로 과도한 단순화이다.근본 요인은 네 축(인구·내수·재정·에너지/AI)의 구조적 취약성과 EXIT PLAN 부재이다.
인구·복지: 역삼각형 인구구조와 복지지출 폭증, 미뤄지는 연금·복지 개편.
내수·서비스: 낮은 소비 비중, 서비스업 생산성·임금 정체, 투자 매력 부족.
재정·국채: 상시화된 적자·채무 증가에 비해 빈약한 재정·연금 로드맵.
에너지·기후·AI: 기후위기는 실존하지만, 재생에너지·전력정책이 전력비·제조·AI 경쟁력과 정합적으로 설계되지 못한 상태.
중국은 신뢰 부재가 고저축·자산도피·소비위축의 함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국은 중국보다 통제수단은 약한데, 유사한 결과에 수렴할 위험이 있다.
재산권은 더 안전하지만, 고령화·불안정한 노후·주거·교육 구조 속에서 방어적 저축·자산선호가 강해지고, 통화·금리·자산가격을 정치적으로 누를 여지는 제한적이다. 그 조합이 변동성과 리스크 프리미엄을 키운다.EXIT PLAN이 부재한 상태에서, 한국은 “중국 + 일본”식 혼합 함정으로 향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는 일본식 장기 저성장, 미시·심리·자본 흐름에서는 중국식 고저축·자산도피·부동산 과열 패턴이 겹친 구조이다.에너지·AI 축에서의 전략 실패는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증폭시킬 수 있다.
전력비·전력망·에너지 믹스가 AI 시대의 요구와 엇나갈 경우, AI·제조·디지털 클러스터가 해외로 이탈하고, 그 순간 성장·재정·자산·사회 문제가 동시에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원화 약세와 서울 도심 집값 상승은 단순한 시장 이상 현상이 아니다.
EXIT PLAN이 보이지 않는 한국 경제 구조에 대해,
자본시장과 가계·기업이 미리 보내는 경고 신호이며,
가격이라는 언어로 표현된 불신에 가깝다.
이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는 한,
M2나 단기 유동성 논쟁은 구조적 문제를 가리는 연막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사회에 퍼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앞서 언급한 여러 복합 요인들이 서로 얽혀 강화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며, 그 결과가 원화 약세와 도심 집값 상승이라는 형태로 사회 표면에 드러난 것이 아닐까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