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최근 미국의 **양적긴축(QT)**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TGA(재무부 일반계정), 역레포(ON RRP) 잔고, 지급준비금(리저브) 세 축이 동시에 유동성 부족을 가리키는 국면이다.
여기에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TGA 잔액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고, 월말·월초의 결제 수요가 겹치며 **미 단기자금시장(레포 마켓)**이 심각한 경색을 보였다는 점이 이번 회차의 특징이다.
실제로 SOFR·GC 금리·SRF 이용 규모가 팬데믹 이후 최고권으로 치솟았고, **SOFR은 하루에 22bp 급등(4.22%)**하여 최근 금리 인하 효과를 사실상 상쇄한 구도이다.
직접 원인은 10월 말 국채 결제자금 수요로 생긴 현금 공백이며, 배경 요인은 QT 누적과 TGA 급증으로 준비금·RRP 완충이 고갈된 구조이다.
| source: zerohedge |
1. 세 가지 유동성 잔고가 말해주는 것
1) TGA(재무부 일반계정)
재무부가 연준에 두는 정부의 수시입출금 계정이다. TGA가 늘면 시중에서 현금이 빠져나가고, 줄면 현금이 풀린다는 단순 메커니즘이다. 시장에서는 낮은 적정 잔고가 거론되지만, 셧다운 이후 세입·지출 왜곡이 겹치며 약 3개월 만에 TGA가 3,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정리된다. 이는 민간에서 정부로의 현금 이동을 뜻하므로 시중 유동성 흡수로 직결된다.
| [그래픽] 미 연방정부 역대 '셧다운' 일수 | 연합뉴스 |
2) 역레포(ON RRP) 잔고
MMF·금융기관이 초과 단기자금을 연준에 맡기는 창구이다. RRP가 크면 ‘대기자금’이 많다는 뜻이나, 최근 **인플레 둔화·실물투자 확대(AI 데이터센터 등)**와 함께 RRP가 빠르게 감소해 추가로 시장에 풀릴 대기자금이 소진된 국면에 가깝다. 금리 인하 기대와 기업의 **AI CAPEX 재원 조달(회사채·대출)**이 맞물리며 이러한 소진 속도가 빨라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9월과 10월 들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차입 규모가 급격히 증가 |
3) 지급준비금(리저브)
은행이 연준 계정에 예치하는 결제·유동성의 안전판이다. 준비금이 줄면 완충재가 얇아져 자금시장 스트레스에 민감해진다. 연준의 적정 준비금 추정치 약 2.8조 달러가 거론되고, 과거 2.8~2.9조 달러 구간에서 SVB 사태가 발생했다는 기억이 경계선으로 작동한다. 최근은 준비금 감소 + RRP 저점이 겹치며 완충 약화 쪽에 가깝다.
2. QT(양적긴축)과 상쇄효과의 소진
QT는 연준 보유자산 축소를 통해 시중 유동성(준비금)을 흡수하는 정책이다. 한동안은 RRP·준비금에서 시장으로 되돌아온 유동성이 QT의 순효과를 상쇄했으나, 지금은 RRP 저점화 + 준비금 축소로 상쇄 여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월말·결제 이벤트 같은 단기 충격이 들어오면 시스템이 과민 반응하기 쉬운 체질이 형성되었고, 파월 의장의 QT 종료·속도 조절 언급은 이러한 준비금 부족 신호를 의식한 맥락으로 읽힌다.
3. 레포시장과 SRF: ‘현금이 귀하다’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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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환매조건부채권)**는 국채 등을 담보로 **하루짜리 현금(O/N)**을 조달하는 거래이다. 결산기·월말에 자주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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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F(상설 레포기구)**는 연준이 **최저금리(통상 정책범위 상단)**를 제시해 오전·오후 하루 두 차례 운영하는 백스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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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ONTSYD(*레포시장 일일체결액)는 연준과 체결된 O/N 레포 중 ‘국채 담보분’ 일일 체결액 시계열로, 민간 전체 레포가 아니라 연준과의 거래분을 보여준다.
10월 말~11월 초의 실제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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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RPONTSYD(*레포시장 일일체결액) 29.4bn 달러로 급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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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총 SRF 이용액(국채+기관채+MBS)**은 **10/29~10/31에 사상 최대권(두 자릿수~50bn 달러대)**에 도달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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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RPONTSYD 3.401bn 달러로 내려왔으나, 과거 **‘제로 근처’**였던 시절과 비교하면 유의미한 사용 지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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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해 SOFR·GC 금리·SRF 이용이 팬데믹 이후 최고권으로 급등했고, **SOFR은 하루 22bp 급등(4.22%)**으로 최근의 금리 인하 효과를 사실상 소거했다. SRF 이용은 사상 두 번째 수준으로 높았다. 이 조합은 2019년 레포 위기, 2020년 코로나발 자금경색에 근접한 긴축 신호로 해석된다.
급등의 직접 원인과 구조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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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원인은 10월 말 국채 결제자금 수요로 생긴 현금 공백이다. 월말에는 국채 발행·쿠폰·결제, MMF·딜러·은행의 대차대조표 조정, 헤어컷·창구금리 변화가 겹치며 담보·현금 수요가 동시에 폭증한다. 시장 레포금리(SOFR)가 SRF 최저금리 근처·상회하면 가장 확실한 조달처인 SRF로 수요가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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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요인은 QT 누적과 TGA 급증이다. TGA는 3개월 3,000억 → 1조 달러로 급증했고, **외국계 상업은행 현금자산도 4개월 1.5조 → 1.17조 달러(-3,000억)**로 감소했다는 정황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연준 준비금 + RRP 총합이 2020년 이후 최저권으로 내려가 초과유동성이 거의 고갈되었다. 그 결과 단기금리 상승 ↔ SRF 의존 확대의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었다.
4. SOFR 급등 → 주가 하락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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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싱 채널: SOFR·GC 급등은 담보부 단기 조달비용 상승을 뜻한다. TRS/TRF, 선물 롤/박스레이트 등 레버리지 포지션의 보유·헤지 비용이 올라 디레버리징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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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채널: 딜러 인벤토리 축소와 호가 심도 저하, 스프레드 확대로 가격 충격 전달력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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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평가·포지션링 채널: 단기 OIS/Term SOFR 커브가 상방 리프라이싱되며 할인율 상승 → 밸류에이션 압박이 심화되고, CTA·리스크패리 등 규칙 기반 전략의 레버리지 축소 신호가 중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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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적용: SRF 고사용·SOFR 스파이크가 누적된 환경에서 대형주 피로·경고 발언 등이 겹치며 주가 낙폭 확대로 연결되었다는 해석이 합리적이다.
5. 시사점: 경색 이후의 경로, 그리고 ‘스텔스 QE’ 시나리오
단기적으로는 자금시장 경색 심화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구조는 역설적으로 ‘폭발적 반등(melt-up)’의 전조이기도 하다. 정부 재개 → TGA 방출이 시작되면 수천억 달러의 유동성이 민간으로 역류하여 비트코인·스몰캡·비(非)AI 섹터 등 유동성 베타 높은 자산에 **강한 랠리(=스텔스 QE)**를 유발할 수 있다.
한편 **시중 유동성은 AI·에너지 등 실물투자(특히 AI 데이터센터 CAPEX)**로 흡수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정책 측면에서는 QT 종료·속도 조절, 필요 시 재투자 확대·유동성 공급(QE까지 포함) 논의가 부각될 수 있다.
물가 측면에서는, QE로 풀린 유동성 → AI CAPEX 재유입 구조가 유지되면 단기적으로는 물가 압력이 일부 남을 수 있다. 다만 OPEC의 증산이 지속될 경우 에너지발 압력 완화로 내구재·CPI 등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치솟을 리는 만무하지 않을까 한다.
6. 결론
이번 SOFR·GC 급등과 SRF 이용 급증의 핵심은 **“10월 말 국채 결제를 앞둔 현금 공백”**이라는 직접 요인에 QT 누적과 TGA 확대가 만든 구조적 유동성 흡수가 겹친 결과다. TGA 상승·RRP 저점·준비금 감소라는 삼중 조합은 유동성 부족을 명확히 시사하며, 그 여파로 **레버리지 비용↑·유동성↓·할인율↑**의 경로를 통해 주식시장 조정 압력이 강화됐다.
다만 정부 재개와 함께 TGA 방출이 시작되는 순간, ‘스텔스 QE’ 성격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발생하며 국면이 급반전할 소지가 크다.
과거 SVB 사태, 2019년 레포 위기, 2020년 코로나발 자금경색 등 일시적 자금 경색 국면에서의 주가 하락은 언제나 매수 기회로 귀결됐다. 금번 자금경색으로 인한 하락 또한 성격상 과거와 다르지 않게 추가 매수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AI 패권 경쟁이라는 대전제가 흔들리지 않는 한, 유동성 부족이 유발하는 단기 조정은 정책 대응과 유동성 공급으로 완화 가능한 범주에 있다.
이러한 판단이 현 국면을 해석하는 가장 합리적인 접근이지 않을까 한다.
시장에선 1)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고평가 논란, 2) AI 버블 우려, 3) 일부 기업 CEO의 부정적 발언 등 온갖 요인을 끌어와 하락 사유를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전체 그림을 놓친 채 각자가 아는 범주 안에서 사후적으로 이유를 짜맞춘 해석에 가깝다. 단편적 코멘트와 에피소드는 방향성을 규정하기보다 소음을 키울 뿐이며, 유동성과 금리, 정책과 같은 구조적 변수들이 만드는 흐름을 가린다.
결국 단기 변동의 해석은 파편적인 이슈 나열이 아니라 거시적인 시장 자금 수급 이벤트와 펀더멘털의 축에서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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