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6일 목요일

생각정리 113 (* 환율, 쏠림, 이탈)

이전글 2026년 예산안에 이어 생각이 확장되어 관련된 글을 기록해본다.


전세 매물이 고갈되고 월세화가 가속되는 국면에서 CPI의 집세 항목은 완만하지만 꾸준한 상방을 보이기 쉽다. 주택 매매가격은 CPI에 포함되지 않고 전세·월세만 포함되며, 집세 가중치는 대략 10% 내외라서 충격은 **빠른 급등이 아니라 ‘느린 경사’**로 나타난다. 표본에 기존·신규 계약이 섞이는 구조 때문에 반영 시차가 2~4분기로 길다는 점도 상방을 ‘길고 완만하게’ 만든다.

유동성 측면에서 2026년 M2 증가율 7%대를 정점으로 하더라도 2030년까지 누적 유동성은 크게 확대되는 그림이다. 여기에 전세→월세 전환환산임차료(전세금×전환율) 메커니즘이 겹치면, 집세는 구조적 상방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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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 앵커로 보면 2025=100 기준 2030년 월세 누적 +17~18%(중앙), 헤드라인 CPI 수준 기여 +1.7%p(낮음 +1.2%p, 높음 +2.3%p)이며, 연간 흐름으로는 2026~2027년에 +0.3~0.5%p 상방 기여가 분산되는 형태이다. 요지는 급등이 아닌 지속적 우상향이다.




이 집세발 상방은 통화정책의 룩스루(*일시적)로 처리되기 어려운 성격이다. 근원 서비스물가의 중심이 임차료이기 때문이다. 기대물가·임금이 안정적이면 금리 인하 지연·동결 장기화가 기본값이며, 기대물가가 상향 고착되면 금리 재인상 옵션이 살아난다. 이는 명목금리 경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실질금리 경로를 경기 약세·유동성 과다와 함께 원화 약세 쪽으로 기울게 한다.





환율 채널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더 직접적이다. 구조개선 부재 속 재정·통화 팽창의 반복원/달러 환율 상방을 통해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는 2차 충격으로 돌아온다. 에너지·식량 등 필수재 순수입 비중이 큰 한국에서는 집세·공공요금·수입재 가격이라는 3중 경로가 CPI를 느리지만 끈질기게 끌어올린다. 결과적으로 CPI 헤드라인의 바닥이 높아지고, 명목성장 대비 실질 구매력의 갉아먹힘이 지속된다.

산업별로는 원화 약세의 수혜가 특정 업종에 집중된다. 반도체·조선·전력기기·일부 K-소비재처럼 가격경쟁력이 높고 글로벌 가격결정력이 있는 품목은 환율 레버리지로 이익 체인이 확대된다. 반대로 에너지 다소비·수입투입재 의존·내수 위주 중소기업원가 인상 전가능력 부족으로 마진이 훼손된다. 거시지표는 수출 대형주의 호조로 견조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아래에서는 산업·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는 비대칭이 심화된다.

자산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유동성 팽창+원화 약세 조합은 수출주도 대형주와 일부 부동산 자산상대적 강세를 만든다. 반면 무주택·저소득·변동비 민감 소비층월세·공공요금·수입물가의 삼중 압력에 놓인다.

자산가격은 오르고 임금·고용은 상대적으로 둔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현금흐름 취약계층의 체감경기 악화, 불평등의 경사가 더 가팔라진다. 주식시장은 **쏠림 현상(특정 섹터·대형주 쏠림)**이 강화되고, 내수 관련 광범위한 종목군은 멀티플 디스카운트가 상수화될 공산이 크다.

(*소비쿠폰 소비진작효과로 인한 실적개선이 내수주의 투자포인트가 될 순 없다고 본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결론은 분명하다. 지속적 월세 상방과 완만한 CPI 상승, 원화 약세의 결합이익이 수출주도 대형기업과 부동산 자산가에게 집중되고, 비용은 내수경제와 취약계층에 전가되는 구조를 강화한다.

따라서 현 민주당 정권의 말기에는 결과적으로 부동산 자산가특정 수출주도 대형기업막대한 이익이 귀결되고, 반대로 내수 자영업자·중소 내수·수입기업, 무주택자·취약계층가처분소득 악화와 수요 둔화의 이중고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면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에게 이 시나리오는 시장 지수의 체감과 무관하게 ‘승자 편향’이 심화되는 장이라는 뜻이며, 자산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 확대가격과 실적 모두에서 확인되는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

#글을 마치며 


개인적으로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주류 흐름은 시대착오적 발상에 기댄 투자라고 본다. 흥미로운점은 최근 국내 주가지수를 끌어올린 투자흐름과는 무방하거나 별로 상관관계가 없는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사에 엄청난 자금이 몰렸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최근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단순 저평가의 내수주이면서도 예측가능한 낮은 성장률, 낮은 변동성·유통물량, 대규모 사내 유보금을 갖춘 종목으로 과도하게 몰렸고, 대외적으로 주주환원 행동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실상은 유보금 활용과 주가상승 차익 실현을 겨냥한 PE·운용사로도 일부 쏠렸다고 판단한다.

(잘못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흐름은 호황장에서 배당·자사주를 통한 단기 리레이팅을 촉발할 순 있으나, 지속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한편, 가치와 성장의 동시 추구를 내세우면서 업계 2·3등 중소형사에 과도하게 배분한 펀드도 적지 않다. 내러티브는 그럴듯해도 낮은 밸류라는 겉모습에 가려진 경쟁우위와 가격결정력이 빈약한 포트폴리오는 사이클 역풍에서 방어력이 떨어진다.

내가 그린 **2026년 시나리오(원화 약세·비용 인상·내수 둔화)**가 전개될 경우, 이러한 전략을 전면 배치해 막대한 고객자금을 흡수한 펀드들에서 이탈 자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때 내수 저변의 멀티플은 압박받고, 가격결정력이 부족한 중소형 2·3등 기업의 이익 레벨은 정체되며, 주주환원 스토리만으로는 방어가 어려운 구간이 열릴 수 있다.

이는 특정 하우스를 비방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전략이 다를 뿐이며, 우리는 수익률이라는 결과로 옳고 그름을 구분할 뿐이다.

동시에 우리의 포지션이 틀릴 가능성도 열어 둔다. 시나리오가 빗나가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면 가설을 즉시 폐기하고 기민하게 전환해야 한다.

핵심은 가설의 일관된 검증과 속도 있는 대응이며, 최종 평가는 내러티브가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투자 성과가 하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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