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1일 화요일

교육

내년 초 각종 매크로 이슈로 시장이 소란스러울 전망이어서, 그에 앞서 어젯밤 읽은 기사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둔다. 


https://www.cosmiannews.com/news/401343

오래전부터 나는 단순 암기와 일방향적 이해에 의존하는 시험이 학업 성취를 가늠하는 검증 수단으로 얼마나 유효한지 의문을 가져왔다. 계산기와 컴퓨터가 등장한 뒤 일상에서 사람이 직접 산술을 수행할 일은 거의 사라졌다. 그럼에도 시험장에서 계산기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부정행위에 준해 취급하는 태도는 시대와 기술의 변화를 외면하는 구시대적 관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도구 사용을 원천 금지하는 규범이 아니라, 도구를 활용하더라도 사고 과정·근거·해석의 정직성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한 기준이다. 다시 말해 학문윤리의 정의를 기술 환경에 맞게 재검토하고 갱신하는 일이다.

이 문제의식은 개인적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유년 시절, 질문 자체가 쉽게 위축되던 학교 문화 속에서 궁금증은 쌓였고 탐구심은 시험 대비 속에 무뎌졌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질문력을 억압하는 관행에 지나치게 익숙했다.

이제 시선은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며 성장할 다음 세대로 향한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하는 아이들은 AI, 특히 ChatGPT를 평생의 학습 도구로 사용할 것이다.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질문을 던져 즉문즉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이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에서 기존 세대와 다른 차원으로 도약할 잠재력이 크다.

앎이 늘고 이해가 확장되면 산개한 정보는 서로 연결되어 구조를 갖춘다. 축적과 연결이 촘촘해질수록 통찰에 이른다. 나는 이를 **“아는 것 → 지식 → 통찰”**의 사슬로 본다. 이 사슬이 작동할수록 사고력·창의력·질문력이 함께 자란다. 더 나아가 이 과정은 자신만의 사고체계를 구축하는 일로 이어진다. 찰리 멍거가 말한 **격자형 정신모형(latticework of mental models)**은 바로 다양한 학문적 개념을 촘촘히 엮어 세상을 보는 일관된 프레임을 갖추는 방법과 맞닿아 있다.

반면 현재의 교육은 여전히 산업혁명기 대량생산 체제의 설계를 답습한다. 지시에 따른 정확한 수행과 모범답안 복기가 미덕이 되면서, 문제를 자기 관점에서 정의하고 토론을 확장하는 태도는 주변화되었다. 그러나 AI가 물리 세계로 확장되는 오늘의 국면에서, 단순반복형 역량은 점점 낮은 가치를 갖는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문제 정의, 맥락 해석, 새로운 연결을 창출하는 창의적 사고이다. 학습의 중심축도 정답 재현에서 질문 설계·가설 검증·고유한 사고체계 구축으로 이동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학교는 주입식 전달의 공간에서 코칭형 학습의 장으로 전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문해력·이해력·질문력·창의력, 그리고 격자형 사고체계를 평가·지원하는 기준으로 학문윤리를 재구성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불가피한 마찰이 있더라도, 이러한 전환이야말로 학습자의 잠재능력을 끌어올리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요약하면, 앞으로의 교육은 자기주도성, 질문하는 능력, 창의적 문제 해결, 맥락 기반 이해, 격자형 정신모형에 기초한 개인적 프레임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세대와 함께 일할 미래를 떠올리면, 기대와 설렘이 앞선다.

15년 존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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