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6일 목요일

생각정리 186 (* up-cycle in industrials)

이전글에 이어 산업재 up-cycle의 충분조건 가능성에 대한 글을 이어나가본다.

1. 여론조사도 포기한 트럼프의 지지율


2026년 2월, 갤럽은 80여 년 동안 이어온 미국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 조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Upi)


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26/feb/11/gallup-stop-tracking-presidential-approval-ratings


형식상 이유는 “조사 자원의 재배분”이지만, 정치적 타이밍을 감안하면 상징성이 크다. 발표 시점의 다른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찬성 39%, 반대 60% 수준으로, 사실상 재임 기간 중 최저 구간에 머물고 있다. (The Washington Post)

트럼프는 여전히 공화당 핵심 지지층에서는 압도적 지지를 받지만, 무당파와 중도층에서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이념·스캔들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유권자가 체감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 하나로 압축된다. 바로 “살기 어렵다, everything feels expensive”, 즉 생활물가에 대한 피로감이다.

https://fred.stlouisfed.org/series/CUSR0000SAF112?utm_source=chatgpt.com



2. 소고기 한 근 값이 만든 체감물가 쇼크


그 가운데서도 정치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품목이 소고기, 특히 햄버거용 다진 소고기이다. BLS와 각종 보도에 따르면 2025년 말~2026년 초 기준 Beef & veal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5~1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TIME)

이 배경에는 미국 소 사육두수의 구조적 감소가 있다. USDA 통계에서 2026년 1월 1일 기준 미국 소·송아지 재고는 8,620만 두로 75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https://www.nass.usda.gov/Charts_and_Maps/Cattle/inv.php?utm_source=chatgpt.com


가뭄과 사료비 상승으로 번식우까지 대량 도축한 결과, 공급이 줄어든 상태에서 수요는 크게 줄지 않으니 소매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구조이다.

아래 그래프는 2022년 이후 미국의 All-fresh beef 소매가격(달러/파운드)을 단순화해 그린 추세선이다. 2022년 초 7달러 중반 수준에서 2026년 초에는 9달러 중반 수준까지 우상향하는 흐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수준은 USDA ERS ‘Meat Price Spreads’ 통계에 기반한 구간별 평균값과 대체로 유사하다.) (Bureau of Labor Statistics)



(그래프: US All-Fresh Beef Retail Price (Illustrative), 2022–2026)

이렇게 매달 마주치는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 경제 전체의 물가 지표(CPI)가 2~3%대라고 하더라도 체감물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을 잡았다”고 주장해도, 유권자는 “햄버거 한 끼 값이 30% 가까이 올랐는데 무슨 소리냐”고 되묻는 상황이다.


3. AI CAPEX와 자산 인플레이션: 다른 종류의 ‘가격 상승’


동시에 미국 경제는 AI 인프라 투자 붐이라는 또 다른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글로벌 데이터센터 CAPEX는 전년 대비 20~30% 이상 늘었고, 그 상당 부분이 AI용 GPU, 고성능 컴퓨팅(HPC), 전력 인프라에 집중되었다. (IEA)

미국에서는 2025년 4분기 기준, AI 관련 설비투자가 사실상 GDP 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Barron's)

또 IMF와 IEA는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전력 수요·전기요금·탄소배출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IMF)

이 AI CAPEX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인플레이션과 연결된다.

  1. 실물 비용 압력

    •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면, 토지·건설·전력요금이 함께 상승하기 쉽다.

    • 이는 중장기적으로 전기료·공공요금을 통해 가계 물가에 전가될 수 있다.

  2. 자산 인플레이션

    • 대형 기술기업과 AI 인프라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주식·채권·부동산 등 금융자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다.

    • 그러나 이런 자산 인플레이션의 수혜는 금융자산을 보유한 상위 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발생하는 것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생활물가 인플레이션 vs 자산 인플레이션의 괴리”**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오르는데, 주식시장은 호황이라는 괴리감이 바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진다.


4. 케빈 워쉬가 말한 “인플레이션은 가장 역진적인 세금”


트럼프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한 **케빈 워쉬(Kevin Warsh)**는 이런 현실을 매우 직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러 인터뷰와 연설에서, **“미국인의 약 절반(52%)은 금융자산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Hoover Institution)

연준의 가계재무조사(SCF)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식(직접·간접)을 보유한 가구 비율은 58% 정도이므로, 뒤집어 말하면 40% 안팎의 가구는 여전히 주식·펀드·퇴직계좌조차 없다는 뜻이다. (연방준비제도)


워쉬의 요지는 명확하다.

  • 인플레이션은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덜 아프다.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가진 상위층은 물가가 오를 때 자산가격 상승으로 어느 정도 상쇄된다.

  • 반면 W-2 임금소득에만 의존하고, 집·주식·코인·펀드가 없는 50% 안팎의 미국인은,
    소득은 거의 그대로인데 장바구니 물가와 월세·보험료만 치솟으니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 그래서 그는 인플레이션을 **“정부가 고안할 수 있는 가장 역진적인 세금(the most regressive tax)”**이라고 부른다. (Hoover Institution)


이 관점에서 보면, 소고기 가격 급등과 전력비 급증으로 인한 체감물가상승과 AI 자산 인플레이션은 모두 같은 그림의 일부이다.
체감물가는 치솟는데, 주식과 자산을 가진 소수만 AI 붐의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구조가 바로 워쉬가 말하는 “역진적인 인플레이션 세금”의 실물 버전이며,
이러한 세금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어 트럼프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것이다. 



5. 3월 31일 베이징 방문: 트럼프의 ‘관세 딜’과 농가 표심


https://www.scmp.com/news/china/article/3344769/trump-xi-summit-preparations-falter-planning-gaps-unsettle-beijing

트럼프 대통령은 3월 31일~4월 2일 베이징 방문을 공식화하였다. 백악관이 공지한 표면상의 의제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미·중 무역 휴전 연장, 관세·수출통제 재조정이다.
(출처: The Economic Times)

그러나 이번 방중은 과거 미·중 정상외교와 비교할 때 몇 가지 뚜렷한 특이점이 있다.

우선, 정상회담 치고는 실무 준비와 의제 조율이 이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소수 측근이 트럼프의 즉흥적 판단과 ‘직감’에 의존해 회담을 조직하는 탓에 베이징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한다.
(출처: SCMP)

이러한 즉흥성의 배경에는 미국 국내 정치 요인이 있다. 바로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대중 관세가 위헌·초과 권한으로 판단되면서, 트럼프가 쥐고 있던 ‘관세 레버리지’가 약화된 것이다. 이 판결로 관세 정책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트럼프의 정치적 부담도 커졌다.
(출처: The Straits Times)

이러한 제약 속에서 베이징 회담은 트럼프에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창이 된다.

첫째, 중국산 소비재·중간재 일부에 대한 관세를 유예·축소하여 수입물가와 가계 체감물가를 낮출 수 있는 카드이다. 소고기 가격 자체는 미국 내 사육두수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에 단기간에 크게 떨어지기 어렵지만, 관세 재조정을 통해 공산품·가전·생활재 등 다른 품목의 가격을 완만하게 낮춘다면 전체 체감물가 스트레스는 완화될 수 있다.

둘째, 미국 농가와 러스트벨트 표심을 겨냥한 중국의 미국산 구매 확대, 특히 대두 수입 재개·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이지만 대두 자급률은 약 15%에 불과하다. 2025년 기준으로 생산량은 약 2,090만 톤에 그치는 반면, 소비량은 1억 3,290만 톤 수준으로 나머지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출처: World Policy Hub)

이미 2월 트럼프와 시진핑의 통화에서 미국산 원유·가스·농산물(대두 포함) 추가 구매가 논의된 바 있다.
(출처: Financial Times)

이 구도를 종합하면, 트럼프가 베이징에서 제시할 개연성이 높은 패키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미국: 중국산 소비재·중간재 일부에 대한 관세를 유예·축소하여 수입물가를 낮추고, 이를 통해 **“관세 재조정으로 물가를 낮췄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확보한다.

  • 중국: 그 대가로 미국산 대두·농산물·에너지 구매를 일정 물량 또는 금액 기준으로 약정하여, 미국 농가와 에너지 산업에 직접적인 수요를 제공한다.


이렇게 될 경우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편으로는 “관세 재조정으로 생활물가를 낮춘 대통령”,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으로부터 미국 농민의 판로를 지켜낸 대통령”**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부각시킬 수 있게 된다.


6. 관세로 만든 디스토킹, 관세 완화로 만드는 리스톡과 산업재 사이클


트럼프 2기 첫 해~둘째 해에 걸쳐 반복된 관세 위협과 실제 관세 부과는 글로벌 공급망에 큰 불확실성을 던졌다. 기업 입장에서 “언제 어떤 품목에 관세가 튈지 모르는 상황”은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으로 이어졌다.

  • 재고 최소화(global de-stocking)

  • 설비투자 연기,

  • 신규 고용 및 CAPEX 보류.


이 과정에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 제조업체들이 산업재·중간재 재고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디스토킹 사이클을 거쳤다.

이제 만약 베이징 회담을 계기로

  1. 미·중 무역 휴전이 연장되고,

  2. 일부 관세가 구조적으로 낮아지며,

  3. 중국의 미국산 구매가 일정 수준 보장된다면,


기업들은 더 이상 “언제 또 관세 폭탄이 터질지”만을 걱정하기보다, 가시적인 수요와 가격이 보이는 국면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곧

  • 재고를 다시 쌓는 리스톡(restocking),

  • 그에 따른 글로벌 산업재·원자재 재귀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이미 진행 중인 AI 인프라 CAPEX가 더해지면,
단기적으로는

  •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설비 같은 구조적 수요와,

  • 관세 완화·농산물 수출 확대가 만들어내는 경기순환적 수요가 동시에 겹치는 구간이 열릴 수 있다.


즉, 트럼프 입장에서는

  1. 관세 완화와 중국 딜로 “생활물가 완화” 메시지를 만들고,

  2. 미국 농가와 에너지·산업재 섹터에는 수요를 보장하며,

  3. 그 결과로 나타나는 단기 경기 반등·주가 회복을 지렛대로 중간선거에서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물론 이 전략이 실제로 먹힐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소고기 가격과 주거비·의료비·교육비 같은 구조적 물가 요소는 여전히 높고, AI CAPEX가 만드는 자산 인플레이션은 자산을 가진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갤럽이 더 이상 대통령 지지율을 재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 시점에서,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가 **“관세라는 몽둥이에서 관세 완화라는 당근으로의 전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당근이 소고기 가격이 아니라, 관세·농산물·AI CAPEX·자산시장을 어떻게 재배열해
워쉬가 말한 “역진적인 인플레이션 세금”의 부담을 어느 정도나 덜어줄 수 있는지,
그 결과가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글로벌 산업재 사이클에 어떤 파급효과를 줄지 유심히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끝

2026년 2월 25일 수요일

생각정리 185 (* Chemical Industry)

이전글에 이어 이번글은 IEEPA 관세 판결 결과 이후 산업재 특히 화학산업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해본다.
IEEPA 관세 판결은 결국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관세 몇 % 조정”이 아니라, 행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던 관세 권력이 구조적으로 제약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변화가 글로벌 석유화학 사이클, 중국·한국 구조조정, 롯데케미칼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연결해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글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IEEPA 판결로 드러난 행정부 관세 권력의 한계

  2. 중국·한국 석유화학 공급 구조조정

  3. 재고 재축적(Restocking)과 관세 완화에 따른 수요 변화

  4. 원가 축(유가·OPEC+·이란 리스크)의 방향성

  5. 한국 기간산업 “빅배스 + 정부 지원” 패턴과 롯데케미칼의 위치


1. IEEPA 관세 무효화: “무제한 관세” 시대의 종료


2026년 2월, 미 연방대법원은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를 근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위헌적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관련 판결(예: Learning Resources v. Trump)은 IEEPA가 무제한·무기한 관세 권한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판결 이후 IEEPA 기반 관세는 효력이 정지되며, 미국 관세 체계에는 짧지만 의미 있는 법적 공백이 발생했다.
(판결 개요: https://www.supremecourt.gov 참고)

트럼프는 곧바로 **무역법 1974년 122조(Section 122)**를 활용해 150일 한도, 최대 15%의 글로벌 일괄관세 카드를 꺼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회가 제한적으로 위임한 권한이다. IEEPA처럼 “비상사태 선포 → 사실상 무제한 관세” 구조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 과거: 대통령이 IEEPA를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을 관세로 상시 흔들 수 있는 체제

  • 앞으로: 의회의 구체적인 입법·제한된 조항에 의존해야 하는 체제


즉, IEEPA 판결은 트럼프식 관세 정치의 상한선을 처음으로 명확히 그어준 사건이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 또 관세 폭탄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최악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생산·투자·재고 운영을 정상화해도 되는 신호로 읽힌다.


2. 공급 축: 중국·아시아와 한국의 구조조정


2-1. 중국: 세제·탄소·금융을 동원한 2년짜리 구조조정 사이클


중국 석유화학은 오래전부터 과잉 설비 논쟁의 중심에 있었지만, 과거에는 중앙의 감축 구호 vs 지방정부의 저항이라는 정치경제적 갭 때문에 실제 폐쇄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이클은 성격이 다르다. “경제성·세제·ESG”를 활용해 노후 설비를 강제 퇴출시키는 방향이다.


핵심 수단은 세 가지이다.

  1. 석화제품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 축소·폐지

    – 2026년 4월 1일부터 중국 정부는 태양광·배터리 관련 석화 제품군을 포함해 **수출 VAT 환급(사실상 수출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기 시작했다.

    – 기존에는 저부가가치 석화제품도 9% 안팎 환급을 통해 수출 채산성을 맞춰 왔지만, 환급이 없어지면 저효율·보조금 의존 설비는 버티기 어렵다.

    (관련: ICIS 보도 https://www.icis.com)

  2. 납사(nafta) 소비세 부과: 수직통합만 살리는 구조

    – 중국은 수입 납사에 대해 톤당 약 300달러 수준의 소비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진행 중이다.

    – 정유–석화가 수직 통합된 국유 메이저들은 내부 납사를 자사 NCC에 투입하며 부담을 상쇄할 수 있지만,

    – 한국 순수 석화업체와 유사한 ‘납사를 사서 석화제품만 수출하는’ 독립 NCC들은

    • 납사 구매단가 상승

    • 소비세 부과

    • 수출 VAT 환급 축소

      세 가지를 한꺼번에 맞는다.
      – 결과적으로 노후·소형·비수직통합 설비가 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조이다.

      (맥락 설명: https://tankterminals.com)

  3. 탄소·에너지 효율 기준을 통한 퇴출

    – 중국은 석화·철강 등 에너지다소비 업종에 대해 탄소배출·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하고, 미달 설비에 대해서는

    • 지방정부 보조금 제한

    • 금융 지원 축소

    • 에너지 사용·탄소 배출 할당 축소

      방식으로 정리해 나가고 있다.
      – 이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지원 여지를 차단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이다.
      (참고: 중국 석화 과잉·구조조정 관련 분석 https://www.energyconnects.com)

여기에 더해, 싱가포르에서도 엑손모빌 주롱섬의 구형 석화 설비(스팀 크래커)가 2026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쇄되는 등, 아시아 전반에서 비효율 설비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관련: https://www.marketscreener.com)

정리하면, 중국·아시아 석화 공급은

  • “말로만 감축”이 아니라

  • **세제·탄소·금융을 동원한 ‘2년짜리 강제 구조조정 사이클’**로 진입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2-2. 한국: 대산–여수–울산 NCC 구조조정과 롯데케미칼


한국 역시 NCC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졌고, 산업부는 석유화학을 정유·철강·조선·해운과 함께 지켜야 할 기간산업으로 규정하며 구조조정 플랜을 준비 중이다.

– 2025년 이후 정부는 NCC CAPA 20~25% 감축을 목표로 구조개편안을 검토했고, 각사에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관련: https://www.yna.co.kr)

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이 사실상 “1호 구조조정 케이스”**로 떠올랐다.

  • 2024년 11월, 롯데케미칼은 대산 NCC를 물적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안을 가장 먼저 제출했다.

  • 정부가 제시한 기한보다 한 달 이상 앞선 업계 1호 구조개편안이며,

  • 시장에서는 이를 “정부 주도 석화 구조조정의 시범 케이스”로 해석한다.
    (관련: https://www.hansbiz.co.kr)


구조는 대략 다음과 같다.

  • 대산 정유–석화 일체형 CAPA는 키우되,

  • 중복되는 롯케 대산 NCC(구형·비효율 설비)는 폐쇄

  • CAPA는 줄이고,

  • 지분 구조·정책금융을 활용해 롯데케미칼 개별 재무제표에서 손실·부채를 분리해 JV로 이전


정부의 의도는 **“대산에서 모델을 만든 뒤, 여수·울산으로 확산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급 축에서는

  • 중국·아시아: 노후·비효율 설비 축소

  • 한국: 대산–여수–울산 CAPA 감축
    이 동시에 진행되며, 석화 공급은 2024~25년 과잉에서 2026~27년 타이트해질 수 있는 국면으로 이동할 여지가 생긴다.

  • 추가로 전 세계적으로 에틸렌 capa는 2026~2027년에만 1,300만톤 패쇄가 예약되어 있으며, 이는 글로벌 에틸렌 capa 2.4억톤의 약 6~7%에 해당하므로, 2026~2027년은 공급과잉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국면이 될 수 있다. 





3. 수요 축: Restocking과 관세 완화


공급만 줄어서는 업황이 돌아서지 않는다. **재고 재축적(Restocking)**이 수요 측에서 나타나야 한다.

2025년까지 석화 수요는

  • 미·중 상호관세

  • 트럼프 2기 통상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묶여 있었다. 기업들은 “언제 관세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재고를 최소화하며 버텼다.


그러나 2026년 초, 국면이 바뀐다.

  1. 미·중 관세 완화

    – 2025년 하반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일부 고율 관세를 인하하고 보복관세를 유예·조정하는 데 합의했다.

    – 미국은 일부 중국산 공산품·완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서비스 수입을 늘리는 구조이다.

    – 평균 관세율이 내려가면서, 무역 흐름이 “봉쇄”에서 “재조정”으로 전환되었다.

  2. IEEPA 관세 무효화 → 불확실성 완화

    – IEEPA 기반 관세가 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되면서, “비상사태 선포 → 관세 폭탄”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 기업 입장에서는

    • 재고를 6개월 이상 비워두며 버티던 국면에서

    • “이제는 어느 정도 정상 수준까지 재고를 채워도 된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실제 수요의 움직임도 이를 반영한다.

  • 2026년 1분기, BD(부타디엔) 체인을 중심으로 Restocking 수요가 먼저 회복

  • 에틸렌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 대부분의 석화 스프레드는 2024년 4분기 대비 1분기에 더 크게 개선되는 모습

요약하면,

**IEEPA 판결 + 미·중 관세 완화 → “정책 리스크가 약해진 구간에서, 그간 비워둔 재고를 채우는 Restocking 수요가 살아나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4. 원가 축: OPEC+, 이란·러시아 리스크, 그리고 55달러 WTI


석유화학 기업의 이익은 **제품 스프레드(제품 가격 – 납사/LCG 원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제품 수요·공급이 개선되더라도, 유가가 올라버리면 마진이 사라진다.

현재 원가인 유가 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4-1. OPEC+ 공급 구조

  • OPEC+는 2026년 1분기까지 자발적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3월 회의에서 4월 이후 감산 완화 또는 증산 전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OPEC 공식 자료)

  • 사우디와 UAE는 상당한 여분의 증산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필요 시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산유량을 늘릴 수 있는 구조이다.

  • 미국 셰일업계 역시 유가만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면 빠르게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투자와 시추 재개 속도가 과거 대비 다소 느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단기 탄력성은 높은 편이다.

  • 이러한 요인을 감안하면, 수요가 구조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고유가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려운 체제라는 인식이 시장에서 점차 강화되고 있다.

4-2. 전쟁 프리미엄과 이란의 ‘호르무즈 카드’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적 긴장 등으로 형성된 전쟁 프리미엄은 대략 배럴당 8~15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관련 분석: BloombergNEF)

  •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시기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만으로도 유가가 크게 요동쳤다. 당시에는 대체 수송로와 전략 비축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반면 현재는

    • 미국 전략비축유(SPR),

    • 사우디 동–서 해안을 연결하는 육상 파이프라인(우회 수송망),

    • 기타 대체 루트 및 생산 조정 여력이 확보되어 있다.

    이 때문에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일시적으로 봉쇄되더라도,
    시장에서는 **“과거만큼 극단적인 공급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주요 산유국의 순수 원유 수출 물량은 대략 다음과 같이 추산된다.

    • 이란: 약 100만 b/d

    • 쿠웨이트: 약 50만 b/d

    • 카타르: 약 100만 b/d

    • 이라크: 약 50만 b/d

    • UAE: 약 250만 b/d

  • 한편 인근의 사우디는 일평균 약 900만 b/d 수준에서 최대 1,300만 b/d까지 생산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사우디 증산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유가 방어(공급 보완)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 이러한 구조를 고려하면, 이란 입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쓸수록 자국에 더 큰 손해를 초래하는 카드”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도 호르무즈 봉쇄는 실행 카드라기보다는 협상용 레토릭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를 종합하면,

  • 전쟁 프리미엄을 제거한 펀더멘털 균형 가격은 WTI 기준 약 55달러, 브렌트 60달러 중반

  • 성장·교역 둔화 리스크와 OPEC+ 구조를 감안하면,

  • 유가는 상단이 눌리고 중단·하단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석화 업황 관점에서 이는,

**“수요는 Restocking으로 올라가고, 공급은 구조조정으로 줄어들며, 원가는 오히려 하단으로 안정되는 조합”**이 될 수 있다.

 


5. 한국 기간산업 패턴과 롯데케미칼


마지막으로, 이러한 공급–수요–원가 구조를 한국 기간산업 구조조정 패턴과 연결해 보아야 한다.

5-1. 공통 패턴: 두산에너빌리티, HMM, 현대건설


한국에서 국가 인프라와 직결된 업종은 대체로 비슷한 경로를 경험했다.

  1.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

    – 공기업 한국중공업을 모태로 한 발전설비 대표 기업
    – 석탄·원전 투자 축소, 수주 공백으로 2010년대 후반 재무위기
    – 2020년 산업은행·수은 중심 구조조정 패키지(3조원대 자금 지원, 채무조정 등) 발동
    – 이후

  2. HMM(구 현대상선)

    – 2016년 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몰린 뒤,
    – 산업은행·채권단의 출자전환 + 구조조정으로 사실상 공적 관리체제로 전환
    – 2018년 이후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지분 인수, 공동 관리 구조
    – 2020~21년 컨테이너 운임 슈퍼사이클로 막대한 영업이익, 부채 축소
    – 현재는 산은·해진공의 지분 매각, 공적자금 회수 국면
    (관련: https://v.daum.net, https://biz.chosun.com)

  3. 현대건설

    –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국내외 프로젝트 부실을 **대규모 손상차손(빅배스)**으로 한꺼번에 인식
    – 대주주 정리(현대차그룹), 재무구조 정비
    – 이후 주택 분양시장 회복·인프라 수주 확대에 레버리지
    (참고: https://v.daum.net)

세 사례의 공통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업황 급락 + 재무 악화

  2. **빅배스(대규모 손상·충당금)**로 부실 자산 털기

  3. **정부·정책금융(산은 등)**의 구조조정 패키지 + 자구안

  4. 업황 회복 + 포트폴리오 재편 → 주가·신용도 회복


즉, **“버릴 수 없는 기간산업은, 빅배스를 통해 회계적으로 정리한 뒤 정부가 살려놓고, 업황·슈퍼사이클에서 회수한다”**는 패턴이다.


5-2. 석유화학·롯데케미칼의 위치


이 패턴을 석유화학, 특히 롯데케미칼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석유화학 역시 명백한 기간산업

    – 정유·철강·자동차·전자 등 제조업에 소재를 공급하고,
    – 여수·대산·울산 산업단지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지탱하며,
    – 수출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석화의 전략적 비중: IEA 보고서 https://www.iea.org)

    → 두산(발전), HMM(해운)에 이은 다음 타깃이 석유화학이라는 해석이 성립한다.

  2. 롯데케미칼: 구조조정 1호 + 빅배스 가능성

    – 대산 NCC 구조개편안을 가장 먼저 제출한 롯데케미칼은,
    – 정부가 구상하는 석화 구조조정 모델의 “파일럿 플레이어” 역할을 맡고 있다.
    – 이 과정에서

    • 대산·여수·울산 중복 설비 감축·폐쇄

    • 대규모 손상차손(빅배스) 인식

    • 정책금융 + 지분 구조 조정
      을 통해 재무구조를 경량화하고,
      – 이후에는 NCC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첨단소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구도가 유력하다.

  3. 글로벌 구조 변화와의 결합

    – 중국·아시아 구조조정으로 공급이 줄어들고,
    – IEEPA 관세 무효화·미·중 관세 완화로 정책 리스크가 낮아지고,
    – 재고 재축적 Restocking 수요가 살아나며,
    – 유가는 OPEC+ 구조상 중단·하단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커지는 구도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묶으면 다음과 같다.

IEEPA 관세 무효화로 행정부 관세 권력이 제도적으로 제약되는 순간, 중국·아시아 석유화학 공급 구조조정과 한국 기간산업 ‘빅배스 + 정부 지원’ 패턴이 겹치고 있다. 

이 안에서 롯데케미칼은 “대표 석화 기간산업 플레이어를 살려내는 구조조정 1호 케이스”로 포지셔닝되고 있으며, 수요 증가·공급 감소·원가 하락이 동시에 맞물릴 경우 레버리지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종목 중 하나이다.


#글을 마치며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Narcos: Mexico를 매우 좋아하는데,  시리즈 중 지금의 상황과 유난히 잘 맞는 명대사가 있다.


나르코스 멕시코 표지


이번 글을 쓰는데 딱 떠오른 명대사이다.

이 대사는 **시즌 1 에피소드 10(“Leyenda”)**마지막에 펠릭스가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말하는 장면의 대사이다. 

“When I look at something I don't see it for what it is. I see it for what it could be.”

위 문장을 의역하면 아래와같다.

‘무언가를 바라볼때, 당장의 현상 보다는 그 현상이 만들어낼 앞으로의 가능성을 봐야한다.'

투자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겠다 싶어서 예전에 따로 적어 뒀었다.

화학산업을 둘러싼 굵직한 여러 변수들의 변화가 앞으로 만들어낼 가능성에 집중해야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 


최근 유행하는 밈 짤을 한번 만들어봄


매수매도
추천아님

=끝

2026년 2월 24일 화요일

생각정리 184 (* Hyudai motor. Alpamayo)

현대차 자율주행 관련해서 포티투닷 먹튀사건으로 크게 관심을 두고있지 않았는데, 최근 NVIDIA Alpamayo 비하인드 스토리를 파다보니 현대차 자율주행에 관해 새로운 관점이 생겨 이렇게 글로 정리해본다.
 
전반적인 자율주행 발전과정 역사는 유튜버 김한용 mocar님의 아래 영상이 도움이 많이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_lk4kxrJ3Q

테슬라, 엔비디아, 현대차


2016년 사고에서 2026년 Alpamayo까지, 자율주행 10년의 이야기


2016년, 테슬라 오토파일럿 사고와 함께 자율주행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26년, 엔비디아는 CES에서 **추론 기반 자율주행 모델 ‘Alpamayo’**를 공개했다.(NVIDIA Blog Korea)


불과 1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자율주행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었다.
이 10년을 관통하는 축은 세 가지이다.

  • 모듈러·룰베이스 vs End-to-End(E2E), 두 개의 기술 노선

  •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결별, 그리고 서로 다른 진화

  • 그 빈 자리를 향해 들어오는 메르세데스·현대차 등 OEM들의 선택


아래는 그 흐름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 본 것이다.


1. 두 개의 길: 모듈러 vs E2E


1) 모듈러·룰베이스: “규칙을 쌓는 자율주행”


전통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은 네 단계로 쪼개진다.

  • 인지(Perception): 센서로 차·보행자·신호등·차선을 인식

  • 예측(Prediction): 앞차·보행자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

  • 계획(Planning): 어느 경로로, 어느 속도로 갈지 결정

  • 제어(Control): 실제 조향·가감속 제어


각 단계에 사람이 만든 If–Then 규칙이 수만 개씩 들어간다.

  • 앞차와 거리가 X 이하면 감속

  • 신호등이 꺼져 있으면 정지

  • 보행자 보호구역은 지정 속도 이하로 주행

  • 장애물로 분류되면 회피


초기에 기능을 구현하기에는 매우 효율적이다.
무엇을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 설명이 쉽다는 점도 강점이다.

그러나 현실 도로는 **롱테일(long tail)**로 가득하다.

  • 공사로 신호등이 꺼진 사거리

  •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와 사람 실루엣이 겹치는 상황

  • 이상한 궤적을 그리는 전동 킥보드

  • 교과서에 없는 예외적인 차선·표지·행동들

이 모든 것을 규칙으로 먼저 정의하려 하면
규칙 수와 복잡도가 폭발하고, 결국 **“모르면 일단 멈추는 차”**가 되어 버린다.
Waymo를 비롯한 레벨4 로보택시 서비스가 특정 도시·특정 구역으로 운영을 제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E2E·신경망: “규칙 대신 학습에 거는 방식”


반대편에는 End-to-End(E2E) 자율주행이 있다.

  • 카메라·센서 데이터 → 신경망(뉴럴넷) → 곧바로 조향·가감속 명령

  • 중간에 “차선 검출·경로 계획” 모듈을 사람이 쪼개 설계하지 않는다.

  • 운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학습 문제로 본다.


2016년, 엔비디아 연구진은 단일 카메라 입력에서 조향각을 직접 예측하는 E2E 논문을 발표했다.
“픽셀 입력만으로 차선을 이해하고 조향을 배운다”는 이 접근은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급진적인 발상이었다.(TeslaTap)

이 아이디어 위에서,
테슬라는 실제 양산차 데이터로 E2E를 현실화하는 쪽,
엔비디아는 ‘여러 완성차에 팔 수 있는 플랫폼’으로 E2E를 제품화하는 쪽으로 갈라지게 된다.


2. 테슬라와 엔비디아, 함께 달리다가 갈라선 이유


1) Mobileye → 엔비디아: E2E로 향하는 첫 분기점

  • 2014년 이후 Autopilot HW1은 Mobileye EyeQ 기반으로 작동했다.

  • 2016년 플로리다 트레일러 사고 이후 Mobileye와 테슬라는 결별했고,

  • 2016년 10월부터 생산된 HW2 차량에는 엔비디아 Drive PX2가 탑재되었다.(위키피디아)


이 시기 엔비디아의 역할은 명확했다.

  • 차 안에서 E2E 자율주행을 돌릴 수 있게 해 주는 고성능 온보드 컴퓨터 공급자

  • 동시에, 자율주행 E2E 연구를 선도하는 칩·플랫폼 회사


즉, 테슬라와 엔비디아는
“카메라+신경망 기반 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길 위에 함께 올라탔던 상태였다.

2) HW3 FSD 칩: 테슬라가 느낀 한계 – “이제 범용 GPU로는 부족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테슬라 내부에서 문제가 뚜렷해졌다.

  • 2018년 기준, 테슬라 AI 팀은 이미 매우 큰 뉴럴넷을 학습해 두었지만,
    HW2/2.5(엔비디아 기반)로는 차량에서 실시간 실행이 어려웠다.
    (위키피디아)

  •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2019년 공급된 **자체 설계 FSD 칩(HW3)**이다.

    • HW2.5 대비 약 21배의 이미지 처리 성능, 2.5배 성능, 0.2배 비용을 지향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위키피디아)


이 지점에서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이해관계가 갈라진다.


테슬라 입장에서의 문제의식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1. 성능

    • 비전 기반 FSD를 제대로 돌리려면,
      범용 GPU보다 자기 뉴럴넷에 최적화된 전용 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 전력

    • 전기차 배터리에서 전력을 뽑는 구조에서,
      GPU의 전력 소모는 곧 주행거리·열·원가 문제와 직결된다.

  3. 원가

    • 테슬라는 양산차에 FSD를 넓게 깔고 싶다.
      칩 단가를 줄이지 못하면, 자율주행을 “프리미엄 옵션” 이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4. 전략적 통제력

    • 자율주행은 테슬라 밸류에이션의 핵심이다.

    • 이 핵심을 외부 칩 공급사(동시에 경쟁 OEM의 파트너이기도 한 회사)에 맡기는 것은
      장기적으로 전략 리스크가 된다.


결론적으로, 테슬라 내부에서는

“더 강력한 뉴럴넷, 더 낮은 전력과 원가, 완전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범용 엔비디아 플랫폼이 아니라 자체 설계 FSD 칩으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선택이 바로 **HW3(테슬라 FSD 칩)**이며,
이때부터 테슬라는 칩–FSD 소프트웨어–플릿 데이터–학습 인프라까지 모두 수직 통합된 구조로 이동한다.

3) 결별의 실질적 의미: “테슬라는 자기 길로, 엔비디아는 멀티 OEM으로”


이렇게 되면 협업 구조는 자연스럽게 바뀐다.

  • 테슬라는

    • 더 이상 차 안에서 엔비디아 GPU/SoC를 쓸 필요가 없다.

    • FSD 소프트웨어도 이미 자체 내재화되어 있어,
      엔비디아에 의존할 유인이 거의 사라진다.

  • 엔비디아는

    • 테슬라는 자체 칩·자체 스택으로 가는 고객이 되었고,

    • 이후 전략의 중심을 **“다수 OEM에 팔 수 있는 자율주행 플랫폼”**으로 옮기게 된다.

정리하면, 결별의 핵심 이유는 감정적 갈등이 아니라 사업모델의 분기이다.

  • 테슬라: 한 회사의 수직 통합형 FSD 스택

  • 엔비디아: 다수 완성차에 공급하는 범용 자율주행 플랫폼


이 갈라짐이 수년 뒤 Alpamayo와 다양한 OEM 협업으로 구체화된다.


3. 엔비디아 Alpamayo: “설명 가능한 E2E”로 방향 전환


1) Alpamayo의 정체: 추론·설명·플랫폼


2026년 CES, 엔비디아는 **‘Alpamayo’**라는 이름의 자율주행용 AI 제품군을 공개했다.

  • 오픈 AI 모델

  • 시뮬레이션 도구

  • 데이터셋
    으로 구성된 레벨4 자율주행 개발 패키지라는 점을 앞세운다.(NVIDIA)


Alpamayo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추론(Reasoning)

    • 단순 패턴 매칭이 아니라,
      “왜 이런 행동을 선택했는지” 내부적으로 논리 구조를 쌓는 것을 지향한다.

  2.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 규제·보험·사고 조사 환경에서
      “어떤 인식·판단 때문에 회피/감속/정지를 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에 대응한다.

  3. 멀티 OEM 플랫폼

    • 특정 한 회사 전용이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차, 기타 OEM들이 공통으로 쓸 수 있는 레퍼런스 스택이다.(NVIDIA Blog)


테슬라가 “내 차 하나만 잘 돌아가면 된다”는 폐쇄형 수직 통합이라면,
엔비디아는 “여러 OEM을 한 번에 묶는 개방형 E2E+Reasoning 플랫폼”을 선택한 셈이다.

2) Mercedes CLA: Alpamayo의 첫 무대


엔비디아는 신형 메르세데스-벤츠 CLA
NVIDIA DRIVE AV 소프트웨어 + Alpamayo 기반 추론 기능을 탑재해
미국 시장에서 향상된 레벨2 포인트-투-포인트 운전자 보조 기능을 선보일 계획을 밝혔다.(NVIDIA Blog)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 Alpamayo가 개념 증명(논문·데모) 수준을 넘어
    실제 양산차에 올라가는 첫 쇼케이스로 등장했다는 점

  • 테슬라 이후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대표 고객” 자리를
    메르세데스·현대차 등 여러 OEM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이라는 점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왜 그 다음 타깃이 현대차인가.


4. 현대차 × 엔비디아: Tesla 공백 위에 올라탄 ‘물리 AI’ 동맹


1) 엔비디아의 필요: 데이터·플릿·하드웨어 파트너


테슬라와의 결별 이후, 엔비디아가 확보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1. 실도로 데이터와 대규모 플릿

    • Alpamayo·DRIVE AV를 고도화하려면
      실제 도로에서 달리는 수십만·수백만 대의 차량 데이터가 필요하다.

  2. AI 칩을 대량으로 태워 줄 완성차 그룹

    • Blackwell·Rubin 같은 최신 GPU/SoC와,
      Alpamayo 모델·AI 팩토리 인프라를 함께 깔 수 있는 거대 제조 파트너가 필요하다.(NVIDIA)


테슬라가 **“모든 걸 자체적으로 가져간 고객”**이 되어 버린 순간,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른 OEM들과의 깊은 동맹”**으로 전략축이 이동한다.

2) 현대차의 필요: 후발주자의 현실적인 단축 코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간
자율주행·로봇·스마트 팩토리·휴머노이드 로봇(보스턴 다이내믹스)
소위 “물리 AI(Physical AI)” 영역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Hyundai)

2025년 발표된 NVIDIA Blackwell 기반 ‘AI Factory’ 협업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 테슬라처럼

    • 전용 FSD 칩을 설계하고,

    • 자체 슈퍼컴퓨터를 꾸리고,

    • 글로벌 플릿 전체를 하나의 스택으로 통제하는 구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개발하기에는 시간·비용·리스크가 매우 크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선택은 다음과 같다.

칩·모델·AI 팩토리 인프라는 엔비디아의 것을 활용하고,
차량·로봇·공장이라는 물리적 자산과 데이터를 현대차가 제공하는 구조로
양측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동맹을 맺는 것.


결국,

  • 엔비디아는 “Tesla 공백”을 메워 줄 새로운 거대 OEM이 필요하고,

  • 현대차는 **“자율주행·로봇·공장을 한 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AI 파트너”**가 필요하다.


양측의 니즈가 맞물린 지점이 바로 Alpamayo + AI Factory + 현대차그룹 구조이다.


5. 숫자로 보는 잠재력 (가정 시나리오)


아래 내용은 정량적 가정 시나리오이다.
구조적 잠재력을 감각적으로 보기 위한 예시 수준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EV 규모 가정

    • 현대차그룹(현대·기아·제네시스 등)의 전기차 보급이
      연간 50만 대 수준까지 성장한다고 가정한다.

  2. 자율주행 SW 요금 가정

    • 엔비디아 Alpamayo 계열 고급 자율주행 패키지 가격을
      대당 1,000만 원(일시불 혹은 구독 NPV)으로 놓는다.

  3. 매출 잠재력

    • 50만 대 × 1,000만 원 = 연 5조 원의 잠재 매출.

  4. 수수료 구조 가정

    • 엔비디아가 칩·SW·클라우드 인프라 대가로 **30%**를 가져가고,

    • 현대차가 70%, 즉 3.5조 원을 가져가는 구조로 가정한다.

  5. 밸류에이션 감각치

    • 이 3.5조 원이 소프트웨어 성격의 고마진 매출로 평가되고,

    • 시장이 여기에 PER 15배를 적용한다면,

    • 이론상 약 52.5조 원 시가총액 상향 여지라는 숫자가 나온다.


현실에서는

  • 자율주행 기능의 실제 탑재율,

  • 국가별 규제와 허용 레벨,

  • 보험·책임 구조,

  • 엔비디아와의 실제 계약(칩·클라우드 번들 여부)
    등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자율주행이 단순 옵션이 아니라
**“전기차 위에 올라타는 소프트웨어 구독 비즈니스”**로 자리 잡을 경우,
EV 판매대수 × 탑재율 × ARPU(대당 구독료)가
완성차와 엔비디아 양쪽의 밸류에이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6. 결론: 기술의 승부가 아니라, 설계 철학의 승부


2016~2026년 자율주행 10년사는 다음 네 문장으로 정리된다.

  1. 모듈러·룰베이스 방식은 롱테일에서 벽에 부딪혔다.

  2. E2E·신경망 방식이 그 벽을 우회하는 해답으로 부상했다.

  3. 테슬라는 자체 칩·자체 FSD·플릿 데이터 수직 통합으로 E2E를 밀어붙였고,
    엔비디아는 Alpamayo·DRIVE AV·AI Factory로 다수 OEM을 묶는 플랫폼을 선택했다.(위키피디아)

  4. 그 플랫폼 위에 메르세데스, 현대차, 기타 OEM이 올라타면서
    자율주행 경쟁의 판은 “한 회사 vs 나머지”가 아니라
    **“수직 통합 플레이어 vs 플랫폼 연합”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이제 자율주행 경쟁은 단순한 센서 개수나 칩 성능의 싸움이 아니다.
어떤 철학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어떤 구조로 데이터를 모으고,
어떤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짜느냐

앞으로 10년을 다시 가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글을 마치며


일시불로 약 $900에 판매되는 FSD 옵션은 현실적으로 가격부담이 높을거라고 한다.
따라서 필요할 때만 일정 기간 구독하는 월 구독형 FSD 모델
실제 대중 보급 단계에서는 더 현실적인 경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체감 행복의 법칙(한계효용 체감)**을 적용해 보면,
FSD가 없는 세상에서 FSD를 처음 경험할 때의 효용은 압도적으로 크다.
한 번 그 수준의 편의와 안전을 경험한 운전자는
다시 FSD가 없는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자율주행 시장은 초기에 가격 부담 때문에 보급 속도가 더딜 수 있다.
하지만 FSD를 한 번 경험하면 편의와 안전이 ‘기본값’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 결과 일정 시점 이후 자율주행은 선택 옵션이 아니라,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제처럼 사실상 기본으로 붙는 구독 서비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현대차를 ‘자율주행 기술’만 놓고 보면 매력 포인트가 흐릿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공장·로봇·디지털 트윈까지 포함한 **학습을 만들어내는 물리적 기반(Physical AI 인프라)**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관점에서는 현대차가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니라, 엔비디아 같은 플랫폼 기업에게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현장·양산 파트너로 재해석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문득 6년 전에 정리해둔 NVIDIA 글을 다시 읽어봤다. 

NVIDIA-1
NVIDIA-2
NVIDIA-3

그때 젠슨 황이 제시했던 비전이 지금 대부분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새삼 놀랍고 신기하다.

=끝

2026년 2월 23일 월요일

편안함의 습격




편안함의 습격과 선과 악을 보는 눈

최근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있다. 제목부터 강렬한 **『편안함의 습격』**이다.

어느 저녁, 세상 편한 자세로 소파에 드러누워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그대로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메모가 쌓여 갔다. “이대로 두면, 이 감정과 생각은 또 증발해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로 남겨두려 한다.


1. 멸균된 도시에서 툰드라까지


이 책에서 저자는 멸균된 도시의 편안한 생활을 살던 자신이 어느 날, 시베리아 툰드라로 순록 사냥을 떠나는 경험을 기록한다.

사냥 준비부터, 얼어붙은 대지에서의 기다림, 사냥의 실패와 성공, 추위와 배고픔, 더러움과 지루함, 육체적 피로까지 그 과정을 매우 세밀하게 써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와, 예전과 똑같은 일상을 다시 살기 시작한다.
변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다.

뜨뜻한 샤워, 깨끗한 침대, 불필요할 정도로 풍족한 음식, 그저 카드만 대면 해결되는 소비생활.
사냥을 다녀오기 전에는 그저 “원래 그런 것”이었던 것들이, 극한의 불편함을 경험하고 돌아온 뒤에는 압도적인 감사와 만족감으로 다시 다가온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핵심 중 하나는 이것이다.

**“편안함에 길들여진 상태에서는,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도저히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다.


2. 뇌과학이 말하는 ‘적응’과 상대 비교


책 중간중간에는 흥미로운 뇌과학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인간의 뇌는 에너지 효율을 위해 모든 경험을 있었던 그대로 다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우리는 “절대값”이 아니라 “비교값”으로 기억하고 판단하도록 진화해왔다고 한다.
어제보다 나은지, 이전보다 더 좋은지, 남들보다 부족한지.

상대 비교의 메커니즘 때문에,
동일한 대상·동일한 경험을 반복할수록 그에 대한 만족감은 점점 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새로운 편안함에 한 번 적응하고 나면,
이전의 편안함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늘의 편안함은 내일의 불편함이 되고,
오늘의 기준선은 내일의 **“최소 만족 조건”**이 되어버린다.

결국 우리는 계속 더 편안해지지만, 체감 행복은 거꾸로 떨어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일상의 컴포트존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불편함·지루함·힘듦을 일부러라도 경험해야만,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편안함과 풍족함을 다시 볼 수 있다고.


3. “악을 알아야 선을 안다” – 한 구절의 힘


이 책을 읽다 보니, 예전에 적어둔 인용구 하나가 떠올랐다.
조승연의 ‘TAMGULIFE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처음 접했던 문장이다.
아래는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가 『악의 꽃』 초판 표제지에 인용한 구절이다. 

**Théodore Agrippa d’Aubigné(아그리파 도비녜)**의 『Les Tragiques』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Mais le vice n’a point pour mère la science,
Et la vertu n’est pas fille de l’ignorance. 

— Théodore Agrippa d’Aubigné, Les Tragiques, livre II “Princes”.
출처: Wikisource (Baudelaire, Les Fleurs du mal 초판 표제지 에피그래프)


대략 이렇게 옮길 수 있다.

악의 어머니는 지식이 아니며, 덕(정의)은 무지의 딸이 아니다. 


이를 의역하면 

좋은 것만 보게 하고 나쁜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사람이 더 바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알아서 악해지는 사람은 없고, 덜 알아서 정의로워지는 사람도 없다.
선과 악을 함께 보아야 세상의 전체가 보이고, 그 위에서야 현명한 판단이 가능하다.


즉, 내가 좋아하는 요지는 명확하다.
“악을 먼저 알아야 선과 정의를 알 수있다..”


4. 투자, 일상, 그리고 구조를 보는 눈


내 경험으로도, 앞서 인용한 문장은 현실 세계와 상당히 잘 들어맞는다.

우선 투자 세계에서, 정말 좋은 투자를 찾기 위해서는
여러 자산, 여러 기업, 여러 산업을 끊임없이 비교해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하나의 대상만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이 비싼지 싼지, 좋은지 나쁜지조차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여러 후보를 나란히 놓고 상대적인 위치를 살펴본 뒤, 그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를 골라내는 과정 자체가 곧 투자라고 느낀다.

일상도 다르지 않다.
건강을 잃어보면 건강이 비로소 보이고,
관계를 잃어보면 그제야 관계의 의미가 또렷해진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의 소중함은,
그것과 정반대의 경험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에게만 비로소 선명하게 다가온다.

최근 관심이 커진 부동산과 한국 정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실수요냐 아니냐”라는 좁은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함께 보아야 한다.

  • 부동산이 속해 있는 전체 자산시장에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 그 안에서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치인 집단의 이해득실 구조가
    일반 국민의 이해득실 구조와 어떻게 어긋나 있는지
    ,

  •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집단이 한정된 자원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충돌하고 있는지.

이러한 구조를 함께 보지 못하면,
왜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움직이는지,
그 배후에 어떤 힘이 작동하고 있는지 전체 그림을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어떤 영역에서든,
불편한 면을 외면하지 않고 구조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판단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느낀다.


5. 선과 악은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 이렇게 구조를 바라보다 보면, 
감정이 스며드는 어느 순간, 가치판단의 기준점은 어디에 놓여 있는가?라는
피할 수 없는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 곧 악일까.
그렇다면 사회 전체의 공공선개인의 이해득실이 정면으로 충돌할 때,
우리는 어느 쪽을 선이라 부르고, 어느 쪽을 악이라 불러야 하는가.

자유민주 사회에서 다수결 원칙은 흔히 정당성의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공공선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범하는 다수의 횡포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침묵하며 그것을 용인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다수는 언제나 선이고, 소수는 언제나 악이라는 말인가.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면,
내가 어제 내렸던 가치판단이 오늘은 흔들릴 때가 있다.
그렇다면 내 안의 선과 악의 기준은
그저 시시각각 변하는 가변적인 가치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변화의 표면 아래 어딘가에 일관된 하나의 축이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느낀다.

선이라고 믿는 것만 보려고 할수록
오히려 선과 악의 경계는 더 흐려진다.

불편함과 추함, 이해관계의 충돌, 그 속에 드러나는 이기심까지,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포함해 전체 그림을 함께 보는 시도가 있어야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현명한 판단에 가까워질 수 있다.


6. 앞으로의 나를 위해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할지, 
그리고 내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를 떠올리면,
앞서 던진 질문들이 더 이상 추상적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도비녜의 문장이 말하듯,
좋은 것만 보게 한다고 해서 아이가 더 바르게 자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선과 악을 함께 볼 수 있는 눈,
편안함과 불편함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감각.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바탕은
그 지점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편안함에 안주한 채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컴포트존 밖으로 걸어나가
기꺼이 불편함과 지루함,
때로는 손해 보는 감정까지 마주해보려 한다.

그래야만 내가 내리는 판단이
조금이라도 덜 단순하고, 덜 자기중심적이며,
조금이라도 더 전체를 향한 현명한 판단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끝

너구리

현 와이프, 전 여자친구와의 통화는 늘 늦은밤 10시부터 시작이었다.

연애 초기에 우리는 연락 횟수를 정해두었다. 아침 출근길에 한 번, 내가 퇴근할 때 한 번, 그리고 와이프가 퇴근할 때 한 번. 하루 세 번. 그 약속이 생기고 나서부터 나는 10시 통화에 맞춰 하루를 정리하는 사람이 됐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씻고 밥을 먹고, 바로 잠을 청했다. 늦은밤 10시에 맑은 정신으로 통화하려면 그게 가장 확실했다.

본가 방에 앉아서 통화를 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침대에 누워 엄지발가락으로 본체 전원버튼을 켤 게 뻔했다. 신혼집을 장만하기 전 전 재산 올인해 둔 AI 미국기업 뉴스 탭을 열고, 기사 읽고, 시시각각 바뀌는 주가를 확인하는 흐름.

통화 중에도 그걸 못 참는 나를 아니까, 와이프와 통화할 때만은 아예 원천차단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 나에게는 그게 제일 쉬운 방식이었다.

통화 연결음이 울리면, 나는 동시에 움직였다. 옷을 갈아입고 계단 5층을 빠르게 내려가 뒷산 산책로로 향했다. 걸으면서 통화하면 잠이 깨고, 말도 더 자연스럽게 나왔다. 늦은밤 산책로는 조용했고, 발소리와 숨소리만 또렷했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와 내 발걸음 소리가 같이 흘러갔다.

그날도 똑같이 걷고 있었다. 산비탈 언덕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갑자기 시선이 느껴졌다. 누가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산책로 옆 수풀 쪽이었다. 처음엔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어둠 속에 작은 빛 두 개가 떠 있었다. 눈이었다.

멀리서도 눈동자가 반짝였다. 나는 걸음을 조금 늦췄다. 손에는 휴대폰이 있었고, 귀에는 와이프 목소리가 들렸지만, 순간 그쪽으로 신경이 쏠렸다. ‘들개인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밤 산책로에서 들개는 딱 떠올리고 싶지 않은 단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세히 볼수록 무섭기만 하진 않았다. 꼬리가 유독 두툼해 보였다. 내가 한 발 다가가면, 녀석은 한 발 물러섰다. 내가 멈추면 녀석도 멈췄다. 내가 한 발 뒤로 물러나면, 녀석이 다시 한 발 다가왔다. 서로가 서로의 거리를 재는 느낌이었다.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애매한 선.


한밤중 멀리서 보면 들개 같아보이는 너구리

나는 일부러 모른 척하며 계속 걸었다. 하지만 걸으면서도 계속 그쪽을 보게 됐다. 녀석은 수풀 옆에 서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산책로를 더 멀리 가면, 어느 순간 사라졌다. 마치 “여기까지”라는 경계가 있는 것처럼.

그날 이후로 비슷한 일이 여러 번 반복됐다.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 멀리서 나를 지켜보는 눈빛. 두툼한 꼬리. 한 발 다가가면 한 발 물러나는 움직임. 밤 10시 통화는 점점 ‘산책로에서 그 녀석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그 구간에 들어서면 먼저 수풀을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갑자기 두 발로 일어섰다. 순간 내가 멈췄다. ‘뭐지?’ 싶었다. 들개가 두 발로 일어서서 나를 보나? 그 생각이 스치자, 몸이 먼저 굳었다. 거리도 그 전보다 조금 가까웠다. 눈이 반짝이고, 몸통이 올라오고, 꼬리가… 꼬리가 너무 두툼했다.

그때부터 내가 가진 확신이 흔들렸다. ‘개가 맞나?’ 조금 더 가까이 가서 확인했다. 강아지의 선이 아니라, 야생동물의 느낌이었다. 얼굴이 길지 않았고, 어딘가 둥글었다. 그리고 마지막 몇 걸음을 더 가까이 옮긴 순간, 정체가 분명해졌다.

너구리였다.

그냥 너구리였다. 들개도 아니고, 내가 혼자 긴장할 이유도 없었던, 너구리. 그런데 그 순간 든 생각은 안도감보다도 “왜?”였다. 왜 너구리가 이 시간에 우리 본가 근처 산책로에 있는 걸까. 밤 10시에, 사람 지나가는 길목에, 그 거리에서 나를 보고 서 있었던 이유가 뭘까.

나는 와이프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 “나 야생 너구리 봤다.” 와이프는 사진을 보자마자 보노보노가 떠올랐는지, 너구리가 뒷발로 일어서서 점프하고 드롭킥을 날리는 상상을 하며 웃었다. 웃으면서도 말은 단호했다. 가까이 가지 말고 조심하라고.

그 뒤로 나는 너구리를 봐도 모른 척했다. 산책로를 늘 하던 속도로 걸었다. 너구리도 더 이상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익숙해진 건지, 너구리가 익숙해진 건지, 서로가 그 거리 자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정말 가까웠다. 우연히 코앞 수준까지 겹쳤다. 순간 숨이 멎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모른 척”을 유지하려고 시선을 피한 채로, 손만 움직여 근접샷을 한 장 찍었다. 찰칵 소리가 크게 들린 것 같았는데, 너구리는 도망가지 않았다. 그게 더 이상했다.


너구리 근접샷 직촬

그리고 며칠 뒤, 산책로 입구에 플랜카드가 붙었다. “너구리 출몰 주의.” 그 문구를 보자마자, 밤마다 내 시야 끝에 걸리던 그 두 개의 반짝이는 점이 떠올랐다. 뉴스 기사에서도 우리 동네에 너구리 출몰이 잦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길고양이를 위해 놔둔 사료를 야생 너구리들이 먹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너구리 가족이 이 동네 산책로와 공원에 아예 눌러앉아버렸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너구리가 서식한걸까..

그 얘길 읽고 나니, 내가 혼자만 알고 있던 비밀 같은 느낌이 조금 사라졌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밤 10시에만 열리는 작은 장면처럼 느껴졌던 일이 사실은 동네 전체의 일이었다. 뭔가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때 내 눈에 들개처럼 보였던 눈빛과, 두툼한 꼬리. 그리고 내가 한 발 움직일 때마다 딱 한 발로 맞춰 움직이던 그 거리.

실물 길고양이보다 길너구리(?)가 더 귀여워 보였던 건, 아마 그냥 내 개인적인 취향인걸까..


2026년 2월 22일 일요일

생각정리 183 (* Wealth Culture)

며칠 전 리콴유의 강의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J2wokHa4sU&t=4s


그 강의는 영국과 미국의 결정적인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단순히 제도나 정책이 아니라, 문화와 그 문화의 뿌리에서 설명해 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관점이 지금 한국의 부동산·다주택자 논쟁을 바라보는 데에도 꽤 큰 시사점을 준다고 느꼈다.


1. 영국은 왜 발명을 상업화하지 못했는가: 문화의 문제


영국은 증기기관, 방직기, 전기모터 등 위대한 발명과 발견을 이루어낸 나라이다.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많다.

그러나 이 발명을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는 상품·서비스로 전환하는 능력, 즉 상업화 역량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다.

리콴유는 그 이유를 문화에서 찾는다.

2세기 넘게 제국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영국 사회는 토지·상속·구(舊)부(Old wealth), 그리고 지주 귀족 계층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그에 비해 **신흥 부자(New rich)**는 어느 정도 경멸의 대상이었다.

우수한 인재일수록 “손을 더럽히는” 공학·제조·사업가가 되는 선택보다는, 말과 지식으로 인정받는 변호사·의사·전문직을 선호하였다.

이 가치관이 발명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상업화의 에너지를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신흥 부자도 자녀를 공립 명문학교와 대학에 보내고, 결국 상류사회에 편입되어 다시 “구(舊)부(Old wealth)”가 된다. 하지만 출발점에서부터 부를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화적 태도는 분명히 달랐다.


2. 대처의 변화: 민영화와 가치관 전환


1980년대 마거릿 대처는 이런 영국의 가치관을 바꾸려 했다.

그녀는 국유화되어 있던 산업을 대대적으로 민영화하고, 민간기업의 이윤 추구를 정당한 가치로 인정하려 했다. 대처 세대에게 이윤은 더 이상 “더러운 단어”가 아니었다.

그 결과, 같은 기업이라도

  • 다수의 주주에게 책임지는 민간 경영진이 운영할 때와

  • 국가가 임명한 이사회가 운영하는 법정 공기업일 때

수익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리콴유는 평가한다.
즉, 소유 구조와 문화적 태도의 변화가 실제 기업 성과로 연결된 사례라는 것이다.


3. 미국의 기업가 문화: 프런티어 사회와 부(富)의 찬양


이에 비해 미국은 출발부터 프런티어(Frontier) 사회였다.

계급 장벽이 상대적으로 약했고,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축하받는 일이었다.

미국은 신기술·신발명 → 사업화 → 새로운 부 창출이라는 연결 고리를 가장 역동적으로 돌린 나라이다.

치열한 특허 경쟁을 통해 더 새롭고,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효율적인 제품을 만들어 생산성을 끌어올렸고, 그렇게 성공한 제품·서비스를 세계로 확장하였다.

성공한 기업가 뒤에는 반드시

  • 수많은 실패한 시도,

  •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겨우 한 번 성공한 사람들,

  • 성공 후에도 또 다른 회사를 만드는 연쇄(시리얼) 기업가들이 있다.


이러한 축적이 모여 오늘날 미국의 대기업들을 만들고, 미국 경제의 역동성을 형성하는 정신이 되었다고 리콴유는 본다.


4. 동아시아 문화: 유교적 위계와 기업가 전통의 약함


리콴유는 동아시아, 특히 중국·일본·한국의 문화를 유교적 위계에서 설명한다.

전통 사회에서 **사(士)–농(農)–공(工)–상(商)**이라는 위계가 있었고, 상인(merchant)은 가장 낮은 위치였다.

농업 중심 사회에서 상업은 “중간에서 마진을 취하는, 비생산적 활동”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유교 질서 아래 자급적 농업경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는 변화에 덜 개방적이었고, 결과적으로 산업혁명이나 근대적 자본주의를 스스로 촉발하지 못했다.

똑똑한 젊은이들은 과거제(제국 시험)를 통해 **관료(만다린)**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이 가치관은 일본과 한국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현대에도 중국·일본·한국의 최상위 대학 졸업생들 상당수가

  • 민간기업·창업보다는

  • 정부·공공기관 일자리를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는 경향으로 이어져 있다.


싱가포르도 비슷했다고 리콴유는 말한다.
영국 역시 1980년대 후반까지는 옥스브리지 졸업생들이 공무원을 선호했지만, 런던 금융 자유화(‘빅뱅’) 이후 금융권 보상이 압도적으로 커지면서 인재가 빠르게 이동했다.

반면 미국은 전통적으로 우수 인재가 정부보다 비즈니스와 대기업으로 향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동아시아가 오늘날 제조업 강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식 창업·스타트업 정신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를 리콴유는 바로 이런 문화적 뿌리에서 설명한다.


5. 한국의 다주택자 논쟁을 보며 떠오른 생각


이 관점을 떠올리다 보니, 최근 대한민국 정부가 다주택자를 악마화하며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정책들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정말로 다주택자 = 사회의 악인가.
다주택자가 없다면 누가 월세를 공급할 것인가.
대한민국 부동산 임대 시장은 원칙적으로 없어져야 정의가 실현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인가.

며칠 전 넷플릭스 히트작 ‘흑백요리사’를 연출한 스튜디오 슬램 윤현준 PD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소식을 두고, 누군가는 시기와 질투의 감정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의 성취를 축하하고, 나 역시 동기부여를 받아 더 열심히 일하면서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건강한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점차 한국 사회의 다수가 자본주의의 혜택에서 멀어질수록,
부를 일구고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한 멸시와 시기·질투가 커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나는 오히려 부를 일구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축하받는 일이 되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리콴유가 말한 미국식 기업가 문화의 긍정적 측면을, 우리 현실에 맞게 흡수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6. 정치와 집값, 그리고 2030 청년들


강남 3구 아파트가 40억이 되든 50억이 되든, 냉정하게 말해 대다수의 일반 대한민국 시민들의 일상과의 직접적인 연관은 거의 없다. 

다만 매일같이 억 단위로 치솟는 호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시기와 질투, 상대적 박탈감이 차곡차곡 쌓여 갈 뿐이지 않나 싶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마치 강남 집값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처럼 행동한다. 왜일까.

만약 내가 총선을 앞둔 정치인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계산할지도 모른다.

  • “집값을 잡겠다는 대명분 아래,
    실제로 결과가 좋지 않을 걸 알면서도
    최대한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 주자.”


집값을 잡기 위해 맹렬히 싸우는 전사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
실제 정책 효과보다 선거 전략상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들의 정치적 동기와 목적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미 떡상해 버린 서울 도심 집값으로 인해
무주택 청년들이 겪는 좌절과 피로는,
강남 3구에 이미 자가를 보유한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건들면 건들수록 악화되는 민감한 문제”일 뿐이다.

그럼에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정작 실질적인 해결보다는
자신들의 이미지 관리에 더 열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2030 청년들의 힘듦과 절망은
“알빠노”에 가까운 존재로 취급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함이 남는다.


7. 다가오는 유동성의 파도와 자산 인플레이션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싶다.

 앞으로 몇 년간 한국 경제와 자산시장에는 전혀 다른 차원의 유동성 파도가 밀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AI 기술의 진화 방향은 분명하다. 더 많은 연산, 더 많은 데이터, 그리고 그에 비례하는 더 많은 메모리를 요구하는 방향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같은 메모리 강자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이 4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다. 2027년에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합산 500~600조원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대한민국의 1년 예산이 700조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숫자가 얼마나 거대한지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이는 단순히 “반도체가 잘 된다” 수준을 넘어, 국가 재정 규모에 필적하는 기업 이익이 특정 섹터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동시에, 작년 기준 상위 K-방산 5개사의 매출액은 약 20조원에 불과(?)하지만, 230조원이 넘는 수주풀 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수주 풀은 매일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방산은 한 번 사이클이 열리면 장기 계약·후속 군수·업그레이드 수요로 이어지는 특징을 감안할 때, 이 수주 잔고는 향후 현금흐름과 이익의 어마어마한 원천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K원전, K조선, K전력기기 등등 K-제조업 전반이 완연한 호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유입액이 일평균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자금은 다시

https://t.me/hanwhastrategy

  • 대한민국 자산시장의 재평가(리레이팅),

  •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상승,

  • 그리고 그에 따른 막대한 유동성 공급
    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구조가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앞으로 한국은 자산 인플레이션을 피할래야 피하기 어려운 구조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8. 다주택자 때려잡기로는 막을 수 없는 자산 인플레이션


이처럼 실물·수출·방산·조선·원전·반도체·AI가 동시에 만들어 내는 유동성의 파도 앞에서,

“다주택자들 때려잡으면 집값이 잡힌다”는 식의 단순한 서사는 설득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글로벌 자본이 한국 제조에 베팅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국 자산시장 전체가 재평가되는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면,
부동산은 그 거대한 유동성이 흘러 들어오는 주요 자산 클래스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비즈한국

즉, 자산 인플레이션의 근원은 다주택자가 아니라 유동성과 성장 기대에 가깝다.
이를 무시한 채 다주택자를 악마화하는 담론에만 몰입하는 것은,
정작 구조적 원인은 건드리지 않은 채 표적만 바꾸는 정치적 쇼에 불과할 위험이 크다.

나는 지금 한국 시장 곳곳에서
곧 엄청난 유동성이 한국 자산시장에 불어닥칠 전조 현상들이 포착된다고 느낀다.
오히려 이상한 것은,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구조적으로 짚어주는 기사나 논의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9. 맺으며: 부를 둘러싼 문화의 선택


리콴유가 지적했듯, 한 사회가

  • 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 기업가와 투자자, 다주택자, 신흥 부자를 어떤 시선으로 대하는지


는 단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 경로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영국이 구(舊)부(Old wealth)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
민영화와 기업가 정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던 것처럼,
동아시아 역시 유교적 위계와 상인·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어느 정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가
부를 일구는 사람을 악마화하고 낙인찍는 방향이 아니라,
정당하게 번 부와 성취를 축하하고 학습하며, 다음 세대의 동기부여로 이어가는 방향을 선택하기를 바래본다.

=끝

귀뚜라미

본가에서 쉬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넘기다 말고, 옆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났다.

꿲!

순간, 나는 그 소리를 아기새 울음으로 착각했다. 옆방 창가에 새가 둥지를 튼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새들이 창틀에 앉아 잠깐 쉬다 가는 걸 보기도 했으니, 괜히 마음이 앞섰다. 기대를 품고 옆방으로 달려가 창문을 열고 한참을 살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둥지는 없었다. 소리의 주인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화면 속 영상은 계속 흘러가는데, 소리는 다시 끼어들었다.

꿲!

그리고 곧 연달아 이어졌다.

꿲! 꿲! 꿲!

거슬렸다. 그런데 그날의 나는 이미 지쳐 있었다. 회사에서 본가로 오는 길은 생각보다 길고 번거로웠다. 회사에서 역까지 최소 10분은 걸어야 했고, 지하철을 25분쯤 타고 내려 다시 3분을 걸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쨍볕 아래서 10분쯤 버스를 기다렸다가 20분을 더 타고 내렸다. 4차선 횡단보도를 건너고, 언덕배기 길을 5분쯤 걸어 올라가 집에 닿으면,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다세대주택 5층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면 몸 안의 기력이 바닥나 있었다. 늘 그랬듯 씻고 눕는 순간 잠이 밀려왔다.

소리가 거슬리긴 했지만, 옆방에서 소리의 근원을 찾다 포기하고 결국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현관 쪽에서 삐삐삐삒,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들어오시는 소리에 잠이 깼다. 나는 반쯤 감긴 눈으로 인사를 하고는, 아까부터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태연하게 대답하셨다.

“그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며칠 전부터 귀뚜라미가 집에 같이 살고 있었다고,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덧붙이셨다. 나는 왜 그걸 안 잡고 방치했냐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더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셨다.

“그냥 냅두지 뭐.”

어머니는 장을 봐오셨는지, 이마트 야간 할인 초밥을 하나둘 냉장고에 넣고 계셨다. 그 모습이 너무 평온해서, 방금 들은 ‘귀뚜라미 동거’라는 말이 오히려 내가 과민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 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옆방 불을 켰다. 그 순간 둥근 전등에 거뭇한 그림자가 비쳤다. 전등 위에 뭔가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 그림자가 다시 울었다.

꿲!

거기 있었다. 귀뚜라미가, 전등 위에서, 너무 당당하게.

나는 반사적으로 에프킬라를 집었다. 서둘러 분사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안 써서였을까. 하얀 분무기 같은 것만 뿜어져 나왔다. 나는 미친 듯이 통을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쏘아댔다. 어머니는 초밥을 냉장고에 넣으며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귀뚜라미는 금방 죽을 줄 알았다. 그런데 죽지 않았다. 에프킬라를 뒤집어써도 멀쩡했다. 오히려 집안 구석구석을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꿲!

나는 계속 쏘았다. 이리 뛰면 이리 쏘고, 저리 뛰면 저리 쏘았다. 어느새 거뭇하던 귀뚜라미는 에프킬라를 잔뜩 뒤집어쓴 하얀 귀뚜라미가 되어 있었다. 10분인지 20분인지, 시간 감각이 흐려질 만큼 난사하고 나서야 귀뚜라미의 활동성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마침내 움직임이 멈췄다.

나는 앞 베란다에서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가져왔다. 최대한 멀찍이서, 귀뚜라미 시체를 쓸어 담으려는 순간이었다. 빗자루 끝이 닿자, 죽은 줄 알았던 귀뚜라미가 갑자기 펄쩍 뛰어올랐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다시 에프킬라를 집어 들었다. 또다시 무한 난사가 시작됐다. 그렇게 한참을 더 난리법석을 떨고 나서야, 정말로, 완전히, 하얀 귀뚜라미가 멈췄다.

쓰레받이에 실어 들고 뒷산 쪽으로 창밖에 휙 던져버렸다. 그제야 숨이 나왔다. 방 안에는 알 수 없는 살충제 냄새가 떠돌았고, 나는 이상하게도 오늘 엄청 큰 일을 해낸 사람처럼 승리감에 젖어 있었다.

도대체 나는 어렸을 때 어떻게 저 징그러운 귀뚜라미를 맨손으로 잡고 놀았던 걸까. 기억 속의 나는 용감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몰랐던 건지.

그날 밤,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제 조용하겠지 싶었다. 이제야 꿀잠을 잘 수 있겠다 싶었다. 눈을 감는 순간, 마음이 느슨해지며 잠이 내려앉는 순간—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어딘가에서,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꿲!

그리고 한 번 더.

꿲!

2026년 2월 19일 목요일

생각정리 182 (* MoltBot, Agent AI, Agent PC)

1. OpenClaw 몰트봇 열풍: “말 잘하는 챗봇”에서 “일을 대신하는 Agent AI”로


OpenClaw(과거 이름: Clawdbot, Moltbot)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다.
핵심은 하나로 요약된다.

“사용자의 컴퓨터 안으로 들어와 실제 일을 대신하는 상시 대기 개인 비서


사용 방식은 낯설지 않다. 텔레그램·슬랙 같은 메신저에서 사람에게 말하듯 지시하면 된다.

  • “이 메일 정리해 줘”

  • “이 폴더로 파일 옮겨줘”

  • “이 사이트 들어가서 항공편 체크인 해줘”


그러면 OpenClaw 에이전트가 로컬 컴퓨터에서 직접 파일을 움직이고, 이메일을 처리하고, 필요하면 터미널 명령이나 간단한 스크립트를 만들어 실행한다. 사용자는 화면 앞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다. 일을 시켜두고 다른 일을 하다가, 나중에 결과만 메시지로 받는다.


이 사용 경험의 변화는 크다.
AI를 “질문하면 답을 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24시간 대기 중인 디지털 비서처럼 쓰게 만든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성장 스토리가 붙었다.

  • 2024년 11월 첫 공개 이후 폭발적인 확산

  • GitHub에서 10만 개 이상 star

  • 1주일 만에 방문자 200만 명 돌파


https://openrouter.ai/rankings?view=week


그리고 결정적인 뉴스가 이어진다.

  • OpenClaw 창업자 **피터 스타인버거(Peter Steinberger)**가 OpenAI에 합류

  • 샘 올트먼 CEO는 그가 **“차세대 개인용 에이전트 개발”**을 주도할 것이라고 발표

  • OpenClaw는 재단(foundation) 형태로 전환되어,

    • 계속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유지

    • OpenAI가 장기적으로 지원 예정

  • 스타인버거는 “OpenClaw를 오픈소스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OpenAI를 자신의 비전을 확장할 최적의 플랫폼이라고 평가


https://www.reuters.com/business/openclaw-founder-steinberger-joins-openai-open-source-bot-becomes-foundation-2026-02-15/


즉, OpenClaw는

  1. 이미 실사용 가능한 Agent AI 경험을 보여준 데다가,

  2. 창업자가 OpenAI에 합류해 “개인용 에이전트”를 공식 로드맵으로 밀어 붙이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했다.


“Agent AI 시대가 올 것 같다”는 추상적인 이야기에서,
실제 코드·제품·채용·조직 개편이 등장한 단계로 한 걸음 들어온 것이다.


2. Agent AI → 맥미니 품귀: 소프트웨어 혁신이 하드웨어 수요를 어떻게 건드렸나


OpenClaw 같은 Agent AI가 보여준 “상시 비서” 경험은 로컬에서 도는 작은 LLM + 에이전트 프레임워크가 있으면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파급이 나타났다.
바로 맥미니·맥스튜디오 같은 Apple Silicon 기반 머신 수요 폭발이다.

"애플도 당황했다" 전국적인 맥미니 품절 현상을 불러온 '이 앱'의 정체 | 잇츠잍



특히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 맥미니류가 각광을 받는다.

  1. Unified Memory Architecture(통합 메모리 구조)

    • Apple Silicon의 메모리는 CPU·GPU·NPU가 공유하는 단일 풀이다.

    • 전통적인 PC처럼 RAM과 VRAM을 왔다갔다하며 복사할 필요가 없다.

    • 에이전트가 작은 LLM, 임베딩, KV 캐시, 시스템 프롬프트를 계속 읽고 쓰는 “추론 중심” 워크로드에서 이 구조가 특히 유리하다.

    • 즉, “메모리 복사/전송” 대신 “그냥 같은 풀을 함께 쓰는” 구조이므로, 토큰/초 성능이 안정적으로 나오기 쉽다.

      https://macpaw.com/how-to/unified-memory-mac


  2. 24/7 상시 가동에 적합한 폼팩터

    • 맥미니는 저전력·저소음·소형 폼팩터라는 장점이 있다.

    • Agent AI는 “필요할 때 켜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항상 뒤에서 돌아가는 서비스에 가깝다.

    • 데스크톱 한 켠에 두고 24시간 켜두기에는, 고성능 GPU 타워보다 맥미니가 훨씬 현실적이다.

  3. 로컬 프라이버시 + OS 통합성

    • OpenClaw가 진짜 쓸모 있으려면, 메일·캘린더·파일·메신저·브라우저 권한을 전부 쥐어줘야 한다.

    • 이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다 올리는 것보다, 집·사무실에 있는 한 대의 로컬 머신에만 맡기는 편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하다.

    • 맥OS는 시스템 권한·개인정보 권한 모델이 잘 정리되어 있어, 에이전트에 줄 권한을 세밀하게 제어하기에도 좋아 보인다.

결국 **“하나의 오픈소스 Agent AI” → “맥미니·유니파이드 메모리 모델 품귀”**라는 흐름이 현실에서 관찰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다음 두 가지이다.

  • Agent AI가 상식이 되면,
    단순히 “CPU 클럭이 얼마나 빠르냐”가 아니라 **“로컬에서 추론을 얼마나 잘 돌리느냐(메모리 아키텍처, 대역폭, 항상 켜둘 수 있는 폼팩터)”**가 개인용 컴퓨터의 핵심 스펙이 된다.

  • 그 시작점이 지금 맥미니류 + sLLM + OpenClaw류 Agent AI 조합에서 나타난 것이다.


3. 개인용 AI 슈퍼컴퓨터를 누가, 어떤 일에 쓰게 될까


맥미니는 일종의 “입문형 로컬 에이전트 서버”이다.
그보다 한 단계 위에는 NVIDIA DGX Spark 같은 개인용 AI 슈퍼컴퓨터가 있다.


이 층을 주로 쓸 집단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3-1. 에이전트 플랫폼·자동화 스타트업

  • 대상: 특정 산업(보험, 회계, CS, 로지스틱스 등)에 특화된 업무용 에이전트를 만드는 스타트업

  • 사용 사례

    • 사내 시스템(티켓, CRM, ERP)에 붙은 수백 개의 에이전트가 동시에 돌아가는 상황을 로컬에서 부하 테스트

    • 새 프롬프트 정책, 툴 조합, 가드레일을 DGX Spark 위에서 먼저 검증한 뒤, 안정화된 버전만 클라우드로 올려 서비스


이들은 **“에이전트가 고객사 수백·수천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상황”**을 사업으로 삼기 때문에, 토큰 사용량과 동시성 자체가 DGX급 장비를 정당화한다.

3-2. 금융·법률·컨설팅 등 고기밀 지식 산업

  • 대상: 자산운용사, 리서치 하우스, 로펌, 컨설팅 회사 등

  • 사용 사례

    • 내부 리포트, 계약서, 콜 노트, 메일, 내부 DB를 모두 엮은 사내 전용 에이전트 운영

    • 규제·보안 이슈로 외부 클라우드에 올리기 애매한 데이터는 온전히 로컬 AI 슈퍼컴퓨터 안에서만 처리

    • 분석 결과만 요약 형태로 외부 시스템과 연동

이들은 데이터 반출 리스크 때문에 “로컬 + 폐쇄망”이라는 제약이 강하다. 이런 환경에서 DGX급은 “작은 온프렘 데이터센터”를 책상 옆으로 축소해 놓은 형태가 된다.

3-3. 미디어·게임·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 대상: 영상/VFX/게임/3D 스튜디오, 마케팅 콘텐츠 대량 제작 팀

  • 사용 사례

    • 하나의 캠페인 브리프로부터 영상 스토리보드, 이미지, 카피, 현지화 버전까지 에이전트가 대량 생성

    • 대형 멀티모달 모델, 비디오 생성 모델을 DGX 위에 로컬로 올려, 대량 배치 렌더링 진행


여기서는 “토큰 수”보다 GPU 연산량과 메모리 대역폭이 핵심이라, DGX급 장비가 “로컬 렌더팜 + AI 팩토리” 역할을 한다.

3-4. 연구소·교육기관·헤비 유저 개인

  • 연구자: 수십·수백 개 에이전트를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돌려보며, 정책·보안·협력 구조를 연구

  • 교육기관: 학생들에게 “개인 조교 에이전트”를 붙이고, 그 서버 역할을 DGX가 수행

  • 헤비 유저 개인: GitHub 스타 수만의 개발자, AI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코드·노트·메일·일정에 붙은 에이전트를 24/7 자기 하드웨어에서만 돌리기를 원할 때


결국 DGX급 개인용 AI 슈퍼컴퓨터는 “모든 사람의 기본 장비”라기보다는,
에이전트 사용량이 큰 프로/팀/파워유저가 쓰는 2층 하드웨어 계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4. 클라우드 vs 로컬: 토큰 경제학과 하이브리드의 공존

Agent AI 시대에서 비용을 가르는 핵심은 “얼마나 자주, 얼마나 길게, 얼마나 많은 에이전트가 돌아가느냐”, 즉 토큰 사용량이다.

4-1. 클라우드 데이터센터형: 토큰 기반 변동비


클라우드 LLM은 토큰당 가격이 정해져 있다.
모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적인 그림은 다음과 같다.

  • 토큰 100만 개(1M tokens)당 수십 센트~몇 달러 수준

  • 입력 토큰보다 출력 토큰이 더 비싼 구조

  • 캐시·배치·전용 엔드포인트를 잘 쓰면 단가는 내려간다.

그래서:

  • 월 수백만~수천만 토큰:

    • 대부분의 개인·소규모 팀은 이 구간에 속한다.

    • 클라우드 변동비가 월 수 달러~수십 달러 수준에서 관리된다.

  • 월 수억~수십억 토큰:

    • 에이전트 수백~수천 개, 상시 구동, 배치 작업까지 얹힌 프로팀 구간이다.

    • 이때부터는 월 수백~수천 달러가 나올 수 있다.

특히 Agent AI는 계획-툴 실행-검증-재시도를 반복하면서 출력 토큰이 빠르게 쌓이기 때문에, 잘못 설계하면 토큰비가 선형 이상으로 폭증한다.

4-2. 로컬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고정비 + 성능 상한


로컬 장비는 토큰 단위 과금이 없다. 대신 다음이 비용이다.

  • 장비 가격(몇 백만~수천만 원) → 감가상각으로 월 환산

  • 전기요금, 냉각, 공간

  • 운영·관리 부담(업데이트, 장애 대응, 보안 세팅)


간단히 말해 로컬은 “초기 목돈 + 매달 일정한 고정비” 구조다.
그래서 토큰을 많이 쓸수록, 토큰당 평균 비용은 계속 내려간다.

하지만 로컬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 동시에 돌릴 수 있는 에이전트 수, 초당 생성 토큰 수에 물리적 상한이 있다.

  • 사용량이 더 늘면, 장비를 한 대 더 사야 하고, 그러면 다시 고정비가 계단식으로 올라간다.

4-3. 비용 편익의 교차점과 하이브리드 구조


결론적으로 두 곡선은 언젠가 교차한다.

  • 토큰 사용량이 적을 때:

    • 클라우드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 로컬 장비를 살 이유가 거의 없다.

  • 토큰 사용량이 매우 많을 때(월 수억~수십억 토큰 수준):

    • 일정 시점부터는 로컬 장비의 감가상각+전기요금이, 클라우드 토큰비보다 싸지기 시작한다.

    • 이 구간이 바로 DGX급 장비의 수요가 터지는 지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답은 하이브리드다.

  1. 기본값

    • 자주 반복되는 일상 업무, 개인 데이터(메일, 캘린더, 파일), 소규모 팀 업무는 로컬 sLLM + 에이전트로 처리

    • 이때 맥미니·AI PC·작은 워크스테이션이 “1층 로컬 에이전트 서버” 역할을 한다.

  2. 에스컬레이션

    • 난도가 높거나, 대규모 문서 집단, 고난도 멀티모달, 방대한 웹 리서치가 필요할 때만 클라우드 거대 모델로 라우팅

    • DGX급 장비를 가진 팀은, 그 장비를 “자체 클라우드”처럼 쓰면서 부분적으로 외부 LLM과 병행한다.

이 구조에서는

  • CPU 위주의 기존 데스크톱

  • 로컬 AI 박스(맥미니~DGX Spark)

  • 클라우드 LLM


이 세 층이 서로 다른 비용·성능·보안 특성을 가진 계층으로 공존하게 된다.


5. OpenClaw의 행보가 시사하는 것: 에이전트 보급, AI PC, 그리고 메모리 수급의 긴장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 OpenClaw 창업자 피터 스타인버거, OpenAI 합류

    • 샘 올트먼: 그가 **“차세대 개인용 에이전트 개발”**을 이끌 것이라고 발표

  • OpenClaw 프로젝트

    • 재단(foundation) 형태로 전환

    • 계속 오픈소스로 유지

    • OpenAI가 장기적 지원 약속

  • OpenClaw 자체의 성장

    • Clawdbot/Moltbot 시절부터 e메일 관리, 보험사 응대, 항공편 체크인 등 실제 업무 자동화에 강점

    • 11월 공개 이후 GitHub 10만 star, 1주일 200만 방문자



5-1. GitHub Star / Star History가 뭐냐

  1. GitHub Star란?

  • GitHub에서 마음에 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발견하면, 사용자들이 “Star(별표)”를 눌러서 북마크+호감 표시를 한다.

  • Star 개수는

    •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개발자가 얼마나 많은지”

    •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화제가 되었는지”
      를 보여주는 인기·관심도 지표이다.

  1. Star History란?

  • 특정 저장소(예: moltbot/moltbot)의 별 개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늘어났는지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다.

이는 두 가지를 동시에 시사한다.

  1. Agent AI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메이저 플레이어(OpenAI)의 로드맵 중심에 들어온 기술 축이다.

  2. 그 구현 방식으로 **“오픈소스 + 로컬 실행”**이 상당히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Agent AI 기능이 계속 확장·보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전 세계 가정과 사무실의 책상 위에서,

    • 기존 CPU 위주의 데스크톱 PC 옆에

    • **개인용 AI GPU 기반 슈퍼컴퓨터(혹은 AI PC/맥미니류)**가 한 대씩 더 놓이는 그림이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https://www.theverge.com/2020/11/17/21570046/apple-mac-mini-2020-m1-review


  • 이 장비들은 모두 큰 메모리 풀과 빠른 대역폭을 필요로 한다.

    • 데이터센터는 HBM·HBF(High Bandwidth Flash) 같은 신형 메모리를 요구하고,

    • 가정·사무실은 유니파이드 메모리, 고대역폭 LPDDR, 대용량 플래시를 요구한다.

이미 데이터센터용 HBM/CoWoS 공정은 수요 대비 캐파가 부족한 병목 구간에 있다.
여기에 PC·가전·엣지용 메모리 수요가 Agent AI 보급과 함께 중첩되면,

  • 메모리 가격의 구조적 변동성

  • 특정 패키징(예: CoWoS) 라인의 만성적인 증설 압박

  • 국가·기업 차원의 메모리 전략(공급망·투자)

이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리하면,

  • OpenClaw와 같은 오픈소스 Agent AI

  • 맥미니류 로컬 에이전트 서버 붐을 만들었고,

  • 그 위층에서는 DGX Spark 같은 개인용 AI 슈퍼컴퓨터의 수요를 예고하고 있으며,

  • 이 흐름이 CPU 중심 데스크톱 시장을 “에이전트 전용 GPU·메모리 박스”와 함께 재편할 수 있다.

  • 그 과정에서 PC·가전용 메모리 추가 수요가 지금의 데이터센터 중심 메모리 병목을 더욱 악화시킬 잠재력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OpenClaw 열풍과 맥미니 품귀는,
그 거대한 구조 변화를 향해 올라가는 초입에서 보이는 작은 증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AI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메모리 수요를 흡수하는 현 시점에서, Agent AI 시대가 급속히 다가오면 GPU 기반 개인용 AI 슈퍼컴퓨터용 메모리 수요가 추가로 겹치며 수급 부담이 한층 커질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다. 

다 정리해놓고 계속 읽다보니 클라우드 AI D/C가 
AI 컨슈머 Local쪽으로 내려온다면
메모리 P 사이클을 넘어선 강력한 Q 사이클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