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개정 가맹사업법이 내년 초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확대된 원·하청 교섭과 파업 가능성에 이어, 가맹사업법 역시 본사와 점주 사이의 비용 배분 구조를 바꿀 수 있다.
두 제도가 기업의 생산·투자·고용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모델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 비용이 최종적으로 소비자가격과 생활물가에 어떤 경로로 전가될지 미리 공부해 기록해둔다.
보호의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가맹점주단체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가맹사업법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서 이전에 여러 차례 정리했던 노란봉투법이 떠올랐다.
두 법은 적용 대상과 법적 구조가 서로 다르다. 노란봉투법은 원청과 하청 노동자의 노사관계를 다루고,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거래조건을 다룬다.
그러나 입법이 시장에 작동하는 경제적 경로는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와 취약한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이고, 가맹사업법은 본사보다 협상력이 약한 가맹점주를 보호하려는 법이다. 두 제도 모두 상대적으로 약한 계약당사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기존 계약관계의 협상력과 비용 부담을 재배분한다.
문제는 보호받는 계층의 비용을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과 가맹본부가 그 비용을 영구적으로 흡수하지 않는다면 비용은 투자 축소, 고용 감소, 로열티 인상, 수수료 신설, 자동화 또는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동한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사회 전체의 비용을 높이고, 처음 보호하려 했던 계층에게 다른 형태의 비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1. 노란봉투법과 가맹점주법은 무엇이 비슷한가
2026년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했다.
노동쟁의의 대상도 임금과 근로시간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넓어졌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조합이 직접적인 고용주가 아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됐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노동조합법 제2조
가맹점주법 역시 기존에는 개별 점주가 감당해야 했던 협상을 등록된 점주단체가 집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가맹점주는 원재료 공급가격, 필수품목, 가맹금, 광고·판촉비 등에 대해 본사에 공식적인 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
두 법의 공통점은 직접적인 가격통제나 이익 이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기업과 본사는 요구안을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우선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러나 협상 상대방의 범위가 넓어지고 집단적인 요구가 가능해지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불확실성은 커진다. 법률상 수용 의무가 없더라도 파업·분쟁·공정위 조사·언론 노출과 브랜드 평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일정 부분 양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약한 계약당사자의 협상력이 강화되는 만큼, 반대편의 비용과 불확실성도 함께 증가한다.
2.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실제로 나타난 것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아직 사회 전체의 장기적 결과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원청과 하청 사이의 교섭 범위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분쟁과 행정·사법절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시행 약 6개월 동안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원청 사업장은 456곳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교섭에 들어간 곳은 102곳으로 약 22%에 그쳤고, 나머지 사업장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노동위원회 판정과 소송이 이어졌다.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 현황
시행 초기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시행 100일 동안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은 439곳이었으며, 지방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온 113곳 가운데 103곳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현황
| 4050 대한민국 남성들이 왜 민주당을 아직도 지지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통계치.. |
정부는 우려했던 교섭 쓰나미나 무분별한 쪼개기 교섭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기업들은 어떤 원청이 어느 범위까지 사용자인지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에 의존하면서 노사관계가 사법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중요한 점은 노란봉투법이 법률상 원청과 하청의 동일임금을 직접 보장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고 인정되면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임금, 성과급, 인력운영 등 근로조건에 관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직접 고용한 노동자와만 협의하면 됐던 노무비와 경영 의사결정을 다수의 하청노조와도 논의해야 한다. 그 결과가 반드시 임금 인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비용과 생산중단 위험, 법률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협상력 강화가 기업의 비용을 높이고, 기업은 다시 고용·투자·생산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3. 기업은 늘어난 노동비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노란봉투법의 의도는 하청 노동자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자인 원청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청기업이 증가한 인건비와 협상비용을 장기간 자체적으로 흡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비교적 명확하다.
자동화와 무인화 투자 확대
신규 채용 축소
국내 설비투자 지연
하청업체와 계약구조 재편
공급업체 수 축소와 대형화
해외생산 또는 외주 이전
제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
단기적으로는 기존 노동자의 임금과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자동화를 앞당기면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과 비조직 노동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즉, 보호의 혜택은 현재 조직된 노동자에게 집중될 수 있지만 비용은 미래 노동자, 협력업체, 소비자와 주주에게 분산된다.
현재 노동자를 보호한 결과 미래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사회 전체로는 반드시 보호가 확대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가맹점주법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영업 중인 점주의 공급가격과 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대신, 본사가 신규 가맹점의 로열티를 높이고 출점 기준을 강화한다면 앞으로 창업하려는 자영업자의 진입비용은 오를 수 있다.
4. 가맹점주법이 바꾸는 것
개정 가맹사업법은 2026년 말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령 예고안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춘 가맹점주단체가 거래조건 변경 협의를 요구하면 본사는 정해진 기간 내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제도만 놓고 보면 점주단체의 요구를 본사가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맹점 수가 많은 브랜드에서 집단협의가 시작되면 본사는 공급가격과 비용구조를 공개하고, 가격의 적정성을 설명해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커피·치킨·피자·제과·외식 프랜차이즈에서는 다음 항목이 주요 협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두·계육·치즈·소스·식용유 공급가격
컵·포장재·소모품의 필수품목 지정
배달앱 할인과 쿠폰 비용
광고·판촉비 분담
신규 장비와 인테리어 비용
가맹수수료와 로열티
인근 지역 추가 출점
이 가운데 본사 이익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원재료와 필수품목 공급마진이다.
5.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본사의 공급마진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는 단순히 상표를 빌려주고 가맹비만 받는 회사가 아니다.
본사는 원재료와 소모품을 대량 구매하거나 자체 생산한 뒤 가맹점에 공급한다. 가맹점이 본사에서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필수품목의 공급가격에는 본사의 유통마진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 통계에 따르면 외식 가맹점이 본사에 지급한 평균 차액가맹금은 2024년 기준 점포당 2,600만원이다. 전년보다 13% 증가했고, 점포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로 상승했다.
점주단체는 필수품목 축소, 외부 구매 허용, 공급마진 공개와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본사가 이를 일부 수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점주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본사 매출총이익은 줄어든다.
점주 협상력 상승 → 공급가격 및 차액가맹금 인하 → 가맹본부 매출총이익 감소
여기까지는 법이 의도한 결과다. 가맹본부가 가져가던 이익의 일부를 가맹점주에게 이전함으로써 거래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6. 본사의 이익은 사라지지 않고 이름을 바꾼다
상장기업이나 사모펀드가 보유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영업이익 감소를 아무 대응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적 전망과 배당, 기업가치와 차입금 상환을 유지하려면 줄어든 마진을 다른 방식으로 회수해야 한다.
본사가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불투명한 공급마진을 줄이는 대신 명시적인 로열티와 수수료를 높이는 것이다.
명시적인 로열티는 원재료 가격과 본사 마진을 구분한다는 점에서는 투명하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실제로 부담하는 총비용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다.
원재료 공급가격이 낮아진 만큼 로열티와 물류비가 높아진다면 비용의 이름만 바뀌게 된다. 기존 점주는 계약기간 동안 일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신규 점주와 갱신계약 점주는 새로운 비용구조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노란봉투법 이후 기업이 직접적인 노동비용 상승을 신규 채용 축소와 자동화로 대응하는 것과 유사하다.
규제가 한쪽 비용을 누르면, 기업은 통제받지 않는 다른 항목에서 비용을 회수한다.
7. 편의점은 공급마진보다 이익배분율이 문제다
CU·GS25·이마트24 같은 편의점은 외식 프랜차이즈와 수익구조가 다르다. 편의점 본사와 점주는 상품 판매에서 발생한 매출총이익을 계약에 따라 나눈다.
점주단체가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항목도 원재료 가격보다는 매출총이익 배분율, 최저수입보장, 심야영업과 폐기·전기료 지원이다.
매출총이익 배분율 상향
최저수입보장금 확대
전기료와 냉난방비 지원
폐기상품 비용 분담
1+1·2+1 판촉비 부담
24시간 영업조건 완화
근접 출점 및 영업지역 보호
재계약과 폐점 위약금
문제는 편의점 본사의 영업이익률도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점주에게 배분되는 이익이 조금만 늘어도 본사 영업이익은 상대적으로 크게 변한다.
자료: BGF리테일 2025년 실적, GS리테일 2025년 실적, 이마트 2025년 실적
매출총이익률이 0.1%포인트 변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이익 민감도는 다음과 같다.
주: 전사 매출액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단순 민감도이며 실제 영향은 가맹점 관련 매출과 최종 협의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점주 지원 확대분을 비용 절감으로 모두 흡수하지 못하면 본사는 PB상품 마진 확대, 할인행사 축소, 신상품 가격 조정, 저수익 점포 정리로 대응하게 된다.
편의점 도시락·간편식·음료·커피 가격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확인하는 가격이다. 따라서 편의점 본사의 비용 회수는 체감 생활물가에 직접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8. 본사가 회수한 비용은 다시 점주에게 도착한다
본사가 로열티와 각종 수수료를 높이면 점주는 다시 비용 압력을 받는다.
점주는 본사처럼 다른 사업부의 이익이나 대규모 비용 절감으로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 임차료·인건비·전기료·배달수수료가 동시에 발생하는 단일 점포 사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점주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도 제한적이다.
본인과 가족의 노동시간 확대
직원 근무시간과 인원 축소
할인과 무료서비스 축소
제품 용량과 구성 조정
메뉴와 상품가격 인상
처음에는 가족노동과 인건비 절감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결국 로열티와 수수료 상승분을 흡수하지 못한 점주는 메뉴와 상품가격을 올리게 된다.
본사의 로열티 인상 → 점주 고정비 상승 → 가맹점 판매가격 인상 → 소비자 부담 증가
노란봉투법에서도 기업이 노동비용 증가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면 최종 부담자는 소비자가 된다. 가맹점주법에서는 본사와 점주라는 한 단계가 더 존재하기 때문에 전가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최종 목적지는 동일하다.
9. 비용 전가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법 시행 직후 모든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가맹본부는 점주단체와의 첫 협상 직후 로열티를 바로 올리기 어렵다. 기존 계약이 남아 있고, 공급가격을 낮춘 직후 다른 수수료를 인상하면 규제 회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주 역시 비용이 늘어났다고 곧바로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는다. 주변 경쟁점의 가격과 고객 이탈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일정 기간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먼저 하락하고, 다음에는 신규·갱신계약의 로열티와 수수료가 조정되며, 마지막으로 소비자가격이 오르는 순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 법정 일정이 아니라 계약갱신과 비용 전가 과정을 고려한 분석상 가정이다.
가격을 먼저 올린 브랜드는 소비자 저항을 받는다. 하지만 주요 경쟁사가 비슷한 비용 압력을 받고 있다면 한 업체의 가격 인상은 다른 업체가 따라 올릴 수 있는 명분이 된다.
그 결과 가격 인상은 일회성 충격이 아니라 브랜드와 업종을 따라 순차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10. 프랜차이즈는 이미 생활물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31만개를 넘어섰고 연간 매출은 약 118조원에 이른다. 편의점·한식·치킨·커피처럼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업종이 가맹산업의 중심이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4년 프랜차이즈 통계, 업종별 세부 통계
한두 브랜드만 가격을 올린다면 소비자는 다른 브랜드나 비가맹 점포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가 동시에 공급마진 축소와 점주 지원비 증가를 경험하면 대체 가능한 브랜드도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조정하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전체 가맹점 판매가격이 평균 1% 상승하면 연간 명목 소비지출에 반영되는 금액은 약 1조1,800억원이다. 실제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품목별 가중치, 판매량 감소와 대체소비를 반영해야 하므로 이 금액과 같지는 않다.
주: 2024년 전체 프랜차이즈 매출액에 가격 상승률만 적용한 기계적 계산이다. 판매량 감소와 대체소비는 반영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물가가 몇 % 오르는지를 지금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비용 충격이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편의점·커피·치킨·피자·한식 등 생활서비스 전반에서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개별 기업의 비용 전가가 동시에 일어나면 기업의 가격 조정은 사회 전체의 물가 상승으로 바뀐다.
11. 보호정책이 오히려 취약계층에 되돌아오는 과정
노란봉투법과 가맹점주법은 모두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계층을 보호하려는 제도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고, 가맹점주법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한다. 그러나 기업과 본사가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면 생활비 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집단도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다.
소득이 높은 가계는 외식과 커피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유지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 반면 소득이 낮은 가계는 편의점 도시락, 저가 커피와 배달음식 등 일상적인 소비가격 상승에 더 민감하다.
기업이 자동화와 채용 축소로 대응할 경우에도 충격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과 저숙련 노동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가맹본부가 출점을 줄이면 신규 창업 기회와 가맹점 종사자의 일자리도 함께 줄어든다.
결국 다음과 같은 역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취약계층 보호 → 기업·본사 비용 증가 → 고용·투자·출점 축소 및 가격 인상 → 생활물가와 진입장벽 상승 → 취약계층 부담 증가
보호정책의 혜택은 조직화된 현재 이해관계자에게 집중되지만, 그 비용은 조직되지 않은 미래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넓게 분산된다. 혜택을 받는 사람은 분명하게 보이지만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선의로 시작한 정책의 결과가 의도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12. 그렇다고 보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가맹본부의 과도한 필수품목 지정과 공급마진, 원청과 하청 사이의 불합리한 책임 분리는 분명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점주 수익성이 지나치게 낮으면 폐점과 분쟁이 늘고 브랜드도 장기적으로 약해진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면서도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구조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만 보호의 필요성이 정책의 모든 부작용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정책을 평가할 때는 누구를 보호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보호비용을 누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지도 봐야 한다. 현재 노동자와 점주의 협상력이 높아진 대신 신규 고용과 창업이 줄고 소비자가격이 오른다면 사회 전체의 후생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경제정책에서 비용을 없애는 법은 없다.
비용의 부담 주체와 발생 시점을 바꾸는 법만 있을 뿐이다.
13. 앞으로 확인해야 할 지표
법 시행 이후에는 가맹점 수와 매출 성장률만으로 프랜차이즈 기업을 평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가맹본부의 영업이익률이 먼저 낮아질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로열티와 수수료가 조정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격과 신규 출점, 고용에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노란봉투법에서도 시행 초기에는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절차가 핵심 쟁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기업의 자동화, 국내 투자, 하청계약과 고용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가맹점주법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본사와 점주 사이의 공급가격 협상으로 보이겠지만, 최종적으로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가격과 투자, 고용구조를 바꾸는 문제가 될 수 있다.
14. 문제는 가맹사업법이 혼자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맹사업법만 놓고 보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본사가 줄어든 공급마진을 곧바로 로열티나 판매가격으로 전가하기는 어렵다. 기존 계약이 남아 있고, 점주와 소비자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맹사업법의 2027년 소비자물가 직접 기여도는 개인적으로 약 +0.05~0.15%포인트 정도로 추정한다. 계약 갱신과 로열티 조정이 본격화되는 2028년까지 누적하면 +0.10~0.25%포인트 정도로 확대될 수 있다.
이 수치만 보면 전체 CPI를 크게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가맹사업법이 시행되는 시점에 이미 주거비·에너지·전기료·금융비용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쌓이고 있는 비용들
이전 생각정리 354 (* 2027년 한국 경제 전망)에서는 2027년부터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겹치면서 전월세시장이 본격적인 공급부족에 들어갈 가능성을 살펴봤다.
전세대출 규제와 임대인의 월세 전환, 재건축 이주 수요가 동시에 겹치면 서울에서 시작된 임차료 상승은 수도권과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될 수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전세와 월세의 합산 가중치는 약 **9.9%**다. 전국 평균 임차료가 5% 상승하면 CPI를 약 0.5%포인트, 8~10% 상승하면 약 0.8~1.0%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
매매가격은 CPI에 직접 포함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간접 경로를 통해 물가에 반영된다.
주택 매매가격 상승
→ 전세·월세 상승
→ 상가 및 점포 임대료 상승
→ 자영업자 고정비 증가
→ 외식·서비스 가격 상승
여기에 생각정리 368 (* Crude Is Not Diesel, The Second Oil Shock)과 생각정리 369 (* Diesel, The Last Barrel Standing)에서 살펴본 경유 공급부족이 겹친다.
경유는 승용차 연료에 그치지 않는다. 화물차·농기계·건설장비·선박·산업설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물류비와 식품가격, 건설비와 유통비로 전파된다.
현재 CPI에서 석유류 가중치는 약 **4.7%**다. 국내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15~20% 상승하면 직접적으로 CPI를 약 0.7~0.9%포인트 높일 수 있다.
다만 한국은행 전망에도 일정 수준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미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기존 전망 대비 추가 상승압력은 약 0.45~0.75%포인트 정도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전기료와 고금리도 점주의 비용으로 들어온다
전기료 상승은 가계보다 편의점·카페·제과점·음식점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냉장·냉동설비와 조리기기, 냉난방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업종은 전기료를 줄이기 어렵다. 특히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은 전기료 상승을 판매량 조정으로 회피하기도 어렵다.
가맹점주단체가 본사에 전기료 지원과 이익배분율 조정을 요구하면 본사가 일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반대로 본사가 이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 점주는 상품가격과 서비스 축소로 대응하게 된다.
전기료 상승
→ 점주 영업비용 증가
→ 본사 지원 요구 확대
→ 본사와 점주의 비용 분담
→ 상품 및 외식가격 인상
높은 금리도 CPI에 직접 포함되지는 않는다. 주택담보대출과 사업자대출의 이자비용은 소비자물가지수의 구성항목이 아니다.
그러나 고금리는 임대인과 가맹점주, 가맹본부의 금융비용을 높인다. 임대인은 이자 부담을 월세에 반영하고, 점주는 대출이자와 임대료 상승분을 메뉴가격에 반영하며, 본사는 차입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수익 점포를 정리하거나 로열티와 수수료를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고금리는 CPI를 직접 올리는 항목이라기보다, 주거비와 서비스 가격의 전가압력을 높이는 증폭장치에 가깝다.
15. 2027년 CPI 경로를 다시 계산해보면
한국은행은 2027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 근원물가를 2.5%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 8월 CPI가 이미 전년 동월 대비 3.1%, 식료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가 3.4%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7년 2.3%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물가 둔화가 필요하다. 한국은행 2026년 8월 경제전망, 국가데이터처 2026년 8월 소비자물가
기존 전망에 최근 확인된 비용 상승요인을 추가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이를 종합하면 2027년 CPI는 기존 전망보다 약 1.3~1.8%포인트 높은 경로를 생각할 수 있다.
개인적인 기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현재로서는 **2027년 CPI 중심값을 약 3.8%**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분기별로는 상반기에 경유와 휘발유, 물류비가 물가를 끌어올리고,
하반기에는 전월세와 전기료, 외식비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 구조가 예상된다.
2027년 상반기
경유·휘발유 상승 → 물류·식품가격 상승
2027년 하반기
전월세·전기료 상승 → 외식·서비스가격 상승
따라서 에너지가격이 하반기에 안정되더라도 전체 CPI가 빠르게 내려가기는 어렵다.
에너지의 빈자리를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가 채우기 때문이다.
가맹사업법은 이 과정에서 물가를 처음 발생시키는 주된 충격이라기보다, 이미 상승한 임대료·인건비·전기료·물류비가 외식과 생활필수품 가격으로 전가되는 통로를 하나 더 추가하는 제도에 가깝다.
결론
가맹사업법만으로 소비자물가가 급등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027년에는 전월세와 에너지, 전기료와 금융비용이 이미 함께 오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와 점주의 비용 분담구조까지 바뀌면 기업과 가맹점이 추가 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은 더욱 줄어든다.
결국 비용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주거비·에너지·전기료 상승
→ 본사와 점주의 비용 증가
→ 공급마진·로열티·수수료 조정
→ 외식·편의점·생활서비스 가격 상승
→ CPI와 체감물가 상승
→ 금리 인하 지연
기존 전망의 핵심이 주거비 상승으로 인해 CPI의 바닥이 2%대 중후반으로 높아진다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에너지와 생활서비스 충격이 더해지면서 물가의 중심축 자체가 3%대 후반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공식 CPI가 3%대 후반에 머무르더라도 임차료와 대출이자, 자동차 연료비와 전기료, 외식비를 동시에 부담하는 가구의 실제 현금지출 증가율은 **5~7%**에 이를 수 있다.
결국 2027년의 문제는 단순한 고물가가 아니다.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비용들이 동시에 오르는 가운데, 이를 억제하기 위해 높은 금리까지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맹사업법은 그 자체보다도, 이미 올라가고 있는 여러 비용 위에서 시행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글을 마치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내놓은 각종 규제와 세제 개편은 오히려 집값 급등을 불러왔고,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도입한 노란봉투법은 사회전반에 걸쳐 초강성 노조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정책의 선의가 번번이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는데도, 또다시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서민들의 소비여력만 계속 더 줄어들뿐이지 않나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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