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2일 화요일

생각정리 377 (* BIT between Korea and the U.S.)

대미투자협정(*BIT) 내용이 시장에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
관련해서 내용을 정리해보고 개인적인 소감문(?)을 기록 작성해본다.

손실은 누가 지고, APR1400의 미국 실적은 누가 얻는가

2026년 9월 23일 기준 공개자료와 국회 보고 관련 보도를 토대로 작성했다. 비공개 보고에 관한 보도와 실제 계약의 확정 내용은 구분했다.

9월 22일 국회 보고를 두고 한국이 대미투자에서 얼마를 회수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한국 원전 민간 산업의 관점에서는 질문을 더 좁혀야 한다.

실제 공사와 기자재 계약은 누가 따내며, 원가가 늘어나면 누가 얼마까지 부담하는가?

여기에 APR1400의 미국 진출을 허용하기 위해 기존 지식재산권 분쟁 합의문을 손질한다는 보도가 더해졌다.

앞으로의 원전 협상은 정부의 투자수익, 민간기업의 시공·공급 계약, 장기 수출에 활용할 미국 실적이라는 세 가지를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1. 어디까지 결정됐나: 협정과 국회 보고의 시간표



산업부 발표
양해각서 번역본
국회 보고 보도, 원전 사업비 보도

9월 22일 국회에 보고된 사업 가운데 추진을 결정한 것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 1건이다. 원전 8기와 알래스카 LNG는 양국의 관심을 반영한 추진 계획으로 보고됐으며, 각각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첫 사업의 투자금이 집행되더라도 원전 8기의 EPC 조건까지 합의됐다는 뜻은 아니다. 국회 보고 관련 보도

2. 한국의 요구는 얼마나 반영됐나


양해각서 14~17항, 9월 보고 관련 보도
양해각서 11~12항
서울경제 보도

협상의 성과를 한쪽의 승패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한국 정부가 투자자로서 받을 현금흐름한국 민간기업이 별도의 시공·납품 계약에서 벌어들일 돈은 서로 다른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 투자금의 배분 조건이 불리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민간 참여기업의 계약까지 불리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반대로 한국 업체 우선 고려 조항만으로 수주와 이익이 보장됐다고 볼 수도 없다.

3. 네 참여자가 바라보는 이익은 각각 다르다


같은 원전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누가 투자하고, 누가 발주하며, 누가 설계·시공·납품하는지에 따라 돈을 버는 방식이 달라진다. 한미 양해각서의 50:50·90:10은 양국 정부 사이의 투자 SPV 분배금에 관한 규칙이다. 미국 민간 원전 사업자의 매출 배분율이나 한국 민간기업의 EPC 이익률을 정한 숫자가 아니다.


이 표의 정부 간 분배 규칙과 프로젝트 SPV 구조는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 11~15항·부록 A에 따른다. 원전 사업의 기종 구성과 지분 투자 논의는 9월 22일 국회 보고 관련 보도, APR1400 예외 방안은 같은 날의 합의문 수정 보도에 근거한다.

양해각서에 적힌 미국 단독 소유 프로젝트 SPV와 텍사스 사업의 ‘한미 지분 절반씩’이라는 보도는 동일한 법인의 지분 구조로 확정해 읽을 수 없다. 최종 투자 약정에서 두 구조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각 민간기업의 계약 매출과 위험 한도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4. 발표된 금액은 누구의 투자금인가



양해각서
서울경제 보도
국회 보고 기사
미 상무부 발표
미 상무부 발표

한국 텍사스 가스 사업 223억 달러와 일본 가스·SMR 발표치 1,063억 달러를 단순 합치면 최대 1,286억 달러다. 원전 8기 구상 1,200억 달러를 중복되지 않는 별도 사업으로 가정해 더하면 최대 약 2,486억 달러가 된다.

다만 이는 진행 단계가 다른 사업비와 발표 상한을 합친 개략적 시나리오다. 한국·미국·일본 정부가 각각 그만큼의 현금을 확정 출자했다는 뜻은 아니다. 전력망 투자의 범위와 금액도 포함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부지·인허가·전력구매 주선과 금융지원 가능성을 위 사업비에 다시 더해 ‘미국 정부 출자액’으로 계산해서도 안 된다.

한미 양해각서 10항, 미 상무부 발표

5. 총사업비가 커져도 민간기업의 이익이 자동으로 커지지는 않는다


프로젝트 총사업비에는 부지, 발전 설비, 시공, 금융 비용과 예비비가 들어간다. 그 가운데 발주처가 EPC 계약을 체결하고, 기자재 기업이 공급계약을 따낸다. 각 기업은 자신이 확보한 계약 매출에서 원가와 부담한 손실을 뺀 뒤에야 이익을 얻는다. 기자재 대금이 EPC 계약금에 이미 들어 있다면 두 금액을 따로 더해 전체 이익처럼 계산해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223억 달러짜리 발전사업에서 EPC 계약 몫이 60%, 그 계약의 영업이익률이 5%라고 가정하면 EPC 영업이익은 약 6억 7,000만 달러다. 이는 계약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계산이며 전망치가 아니다. 실제 EPC 범위와 마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설계 변경, 현지 인건비, 인허가 지연, 보증과 지체상금 조건이 달라지면 결과도 바뀐다.

민간기업의 입장에서 총사업비보다 직접적인 지표는 확보한 계약 범위, 실현 가능한 마진, 예상 밖의 손실에 대한 책임 상한이다. 정부 투자금의 수익배분 규칙으로 민간기업의 이익률을 계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 Bechtel 사례가 보여주는 원전 EPC 계약의 현실



Bechtel 기고
FT 인터뷰
World Nuclear News, 양측 발언 포함

Bechtel의 발언은 민간 시공사가 원전 사업 전체의 모든 손실을 보증해야 한다는 가정이 현실적인 계약의 출발점이 되기 어렵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동시에 TerraPower 사업에서 Bechtel이 떠난 이유를 손실 부담 하나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미국 원전 사업에서도 발주처와 투자자, 원자로 설계·공급 주체, EPC, 주기기·보조기기 공급자가 각자 통제할 수 있는 위험과 감당할 손실의 한도를 계약으로 정해야 한다.

7. ‘200억 달러 완충분’과 민간기업의 손실 보증은 다르다


9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원전 8기 사업비 틀 약 1,200억 달러 가운데 200억 달러를 공사비 증가에 대비한 완충분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사용하지 않은 금액도 한국의 투자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인정하고, 추가 비용은 계약상 귀책에 따라 나누며, 완충분을 넘는 비용을 한국 정부가 자동으로 부담하지는 않는다는 설명도 나온다.

서울경제, 2026.9.22

이는 손실 대응에 관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민간 EPC와 기자재 기업의 손실을 200억 달러까지 보증한다는 뜻은 아니다.

완충분을 누가 승인하고 어느 호기에 얼마나 쓸 수 있는지, 비용 증가의 원인을 다투는 동안 누가 먼저 지급하는지, 완충분이 소진되면 누가 부담하는지는 개별 계약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 표는 현재 확정된 분담표가 아니라 앞으로 나올 계약에서 확인해야 할 목록이다. 정부 투자금에 회수 장치가 생겨도 민간 시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지나치게 넓다면 산업계의 위험은 남는다.

8. 한국 원전 산업에는 APR1400의 미국 실적이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국회 보고 관련 보도에서 한국 원전 민간 산업이 특히 주목할 대목은 기존 지식재산권 분쟁 합의문(SA)의 수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미 전략투자를 활용한 원전 사업에 한해 APR1400의 미국 내 건설을 최대 2기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자사 원자로 AP1000과의 경쟁을 우려한 웨스팅하우스(WEC)가 반발했지만, 미국 정부가 한국의 건설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설득했다는 내용이다. 서울경제, 2026.9.22

다만 현재 보도만으로 비공개 합의문의 수정 문안이 확정·발효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원전 8기의 기종 구성도 최종 합의 전이라는 국회 보고 기사가 있다. APR1400 두 기의 부지와 발주, 인허가, 최종 투자결정 역시 각각 별도의 단계다. 국회 보고 기사

APR1400에는 이미 해외 건설·운영 사례가 있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도 있다. 이번 기회의 가치는 ‘첫 해외 실적’이나 ‘첫 미국 설계 인증’에 있지 않다. 미국 본토에서 한국형 원전이 실제 발주되고, 미국의 규제·노무·공급망 환경에서 건설과 운영 실적을 쌓는 것에 있다.

그것이 성사된다면 이후 제3국 발주처에 미국 현지 인허가 경험, 시공 일정, 원가와 운영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 IAEA의 UAE 원전 현황, 미 NRC의 APR1400 설계 인증

그러나 ‘최대 2기 허용’이라는 방안만으로 실적이 생기지는 않는다. 실제 발주와 한국 업체의 계약 참여, 건설, 준공, 운영을 거쳐야 미국 실적의 가치가 커진다. 그 과정에서 민간 참여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떠안는다면, 수주와 기술 실적이 생겨도 사업의 경제적 가치는 낮아진다.

또 하나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보도된 SA 수정은 대미 전략투자 사업에 한정된 미국 내 예외다. 미국에서 APR1400을 지을 수 있게 된다고 해서 기존 합의에 따른 제3국 수출 제한이나 기술료·기자재 공급 조건까지 자동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건설 실적이 향후 세계 시장에서 설득력을 높이는 문제와, 세계 시장에서 수출할 권한과 조건을 확보하는 문제는 별도로 협상해야 한다. 합의문 예외 범위 보도

글을 마치며


이번 국회 보고만으로 한국 원전 민간 참여기업의 유불리를 섣불리 단정할 수 없지 않나 싶다.
 한국 정부가 대미투자자로서 받는 원리금 회수와 한미 간 50:50·90:10 수익배분은 투자 특수목적법인의 현금흐름에 관한 규칙이다.

이를 한국 민간 EPC와 기자재 기업의 이익률이나 손실분담 비율과 같은 선상에 놓고 해석하는 것은 오류다. 민간기업의 손익은 각자 체결할 시공·납품 계약의 금액, 원가, 마진,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의 책임 한도에 따라 따로 결정된다. 한미 투자 양해각서 11~15항

한국 정부에는 투자금 회수 조건과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로가, 민간 원전 산업에는 수주 및 APR1400의 미국 건설 실적을 쌓을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시장을 열어준 성과와 그 시장에서 이익을 남길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에서 한국형 원전을 적정한 수익을 남기며 완공한다면 그 실적은 이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그 기회의 가치 또한 참여 범위와 위험 부담이 정해진 뒤에야 평가할 수 있다.

원전 프로젝트의 계약상 이익과 손실의 경계,
그리고 실제 참여 민간 사업자별 실적을 결정할 어려운 협상은 이제부터이지 않나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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