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www.youtube.com/watch?v=qWqVybchpc4 |
기자회견을 보고 든 생각
대통령 기자회견이 끝나고 든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기자회견을 들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다수의 ‘모래알’과 소수의 이해관계로 단단하게 결집한 ‘콘크리트 지지층’ 사이의 갈등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나는 이 문제의 상당 부분이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과 소유하지 않은 사람,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사람과 자본을 가진 사람,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과 이전소득을 받는 사람.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의 형태는 매번 다르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결국 한정된 자원과 부를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문제와 맞닿아 있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1인 1표’의 세계이고, 시장경제는 ‘1원 1표’에 가까운 세계다.
모두가 정치적으로는 동등한 한 표를 갖지만 경제적으로 보유한 자본과 생산수단은 서로 다르다.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반복해서 발생하는 여러 정치·경제적 갈등은 애초에 이 두 질서가 완전히 일치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한 목적이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목표가 옳다는 확신이, 경로에 대한 검증을 대신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의 정책을 보면서 내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도 이 지점이다.
‘더 많은 사람이 잘사는 사회’, ‘불평등의 완화’, ‘시장 정상화’ 같은 정책의 목표 자체를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책의 목적과 현실세계에서 그 목적에 도달하는 경로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떤 정책이 시행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 정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격이 움직이고, 자본이 이동하며, 기업은 투자를 조정하고, 가계는 소비와 저축을 바꾸며, 시장 참여자들은 새로운 규제를 회피하거나 적응할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정책은 처음 설계자가 생각했던 단선적인 경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A라는 정책을 시행하면 B라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현실에서는
A → C → D → E → B
로 갈 수도 있고,
A → F → G
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리고 한번 C나 F의 경로로 들어간 경제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
경제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다.
그래서 정책은 무엇을 지향하느냐 못지않게 그 정책이 어떤 경로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받은 인상은 정책의 지향점에는 상당한 확신이 있었던 반면, 그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2차·3차 효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너무 쉽게 나누는 순간
“시장 참여자들의 정상적인 반응까지 도덕의 문제로 해석하게 될 위험이 있다.”
여기서 더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자신이 지향하는 정책적 목표를 ‘정상화’ 혹은 ‘개혁’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기존 구조와 그 구조에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살아가던 사람들은 쉽게 반대편에 놓인다.
자신들의 정책적 지향은 선의이고 정상화이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발과 예상하지 못했던 시장의 움직임은 기득권의 저항이나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악한 것도 아니고, 다주택자라고 해서 모두 투기꾼인 것도 아니며, 기업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서 기업인이 사회적 공익과 반대되는 존재인 것도 아니다.
반대로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공익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경제적 이해관계에 반응할 뿐이다.
오히려 그것이 시장경제에서는 자연스러운 행동에 가깝다.
그래서 어떤 집단을 정책목표를 방해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기 시작하면 정책 설계자는 시장 참여자들의 정상적인 반응까지 도덕의 문제로 해석하게 될 위험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상당히 경계하는 편이다.
우리 인간사회에서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고 무엇이 절대적으로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바뀌고 인구구조가 바뀌면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도 계속 변한다.
그 기준은 고정돼 있다기보다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적인 것에 가깝다.
너무 큰 계획과 너무 빠른 실행
현 정부 출범 이후의 정책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처음부터 상당히 담대한 목표를 제시했고, 세세한 조정보다는 실행력을 강조하며 빠르게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문제는 정책이 실제 시장과 사회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들이 여러 갈래에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로가 여러 방향으로 갈라진 이후에는 이를 다시 조정하는 일이 처음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진다.
더구나 관련 정책을 주도하던 담당자가 이미 자리를 떠났고 새로운 인선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정책의 연속성과 수정 가능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상당히 먼 길을 와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 정부가 여기에서 모든 정책을 되돌릴 것 같지도 않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결국 기존에 추진하던 여러 정책을 계속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예상해왔던 경제의 여러 경로 역시 오히려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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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정리 370 (* 가맹사업법, CPI ) |
출발 조건은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욱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금은 대외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졌지만, 현 정부가 처음 출범했을 당시만 놓고 보면 경제적 출발 조건이 나쁜 편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회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고, 한국 수출산업의 주요 전방산업 전망도 상당히 좋았다.
글로벌 AI CAPEX가 확대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낙관론
정치적으로도 국회의 협조를 얻기 어려운 구조는 아니었다.
즉 외부환경과 정치적 실행력 측면에서 비교적 많은 카드를 가지고 출발한 정부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나온 과정을 보면 이상하게도 스스로 정책의 난도를 계속 높여온 것처럼 느껴졌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강한 개입, 전월세시장 구조의 변화, 공급대책을 둘러싼 논란, 증세 기조와 다주택자 과세 강화 등 여러 정책이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각각의 정책에는 나름의 논리와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정책들을 동시에 시행했을 때 시장 전체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충분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서 왜 지지율이 떨어졌을까
기자회견을 들으면서 현 정부 역시 지금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다.
다만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한 것처럼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책의 결과가 기대와 달랐기 때문 아닐까.
정치는 여러 이념과 가치가 경쟁하는 영역이지만 사람들의 일상에 직접 닿는 순간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전기료와 에너지가격이 오르고,
물가가 오르고,
세부담이 늘고,
자신의 자산과 소득에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유권자는 정책의 의도보다 자신의 생활에서 나타난 결과를 먼저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신입 주니어의 주식 발표를 보는 기분
기자회견을 듣다가 문득 회사에서 신입 주니어의 종목 발표를 듣는 장면이 떠올랐다.
특정 기업과 산업에 대해 정말 열심히 공부해 온 것은 느껴진다.
자료도 많이 읽었고, 들은 이야기도 많다.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설명은 꽤 자세하다.
그런데 듣다 보면 조금씩 불안해진다.
그 회사가 실제로 경쟁하고 있는 시장 구조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경쟁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객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금리와 환율, 원재료 가격 같은 외부변수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사업계획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자본과 인력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상대적으로 얕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 발표 내용 자체보다 전망치에 대한 의심이 먼저 생긴다.
“그래서 그게 실제로 가능한가?”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번 기자회견을 들으며 내가 받은 인상이 조금 그랬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알겠다.
왜 그런 정책을 추진했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
그동안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앞으로 더 듣고 보완하겠다는 말도 이해한다.
그런데 결국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어떤 정책으로 조정하고,
잘못된 경로에 들어선 부분은 어디에서 끊어내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는 어떤 순서로 대응할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는 느낌이 남았다.
앞으로가 더 어려워 보이는 이유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다.
지금까지 시행된 여러 정책의 후행효과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외부환경까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계속 공부하고 기록하고 있는 Diesel, Energy, CPI, Housing 문제 역시 결국 모두 민생경제로 연결된다.
에너지가격이 오르면 운송비가 오르고,
운송비가 오르면 상품가격이 올라가고,
주거비가 상승하면 서비스물가와 임금 요구에도 영향을 주며,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물가까지 다시 오르면 정책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각각 따로 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동시에 발생하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더구나 이미 정책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상황이라면 같은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시장의 반응은 과거와 달라질 수 있다.
정책에서 신뢰 역시 하나의 자본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필요한데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는 사람의 문제가 남는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장과 정책을 동시에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굳이 국민의 신뢰가 약해지고 있고 정책적 부담이 계속 누적되는 정부에 들어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할까.
더군다나 자신의 정책적 판단보다 조직 전체의 사고방식과 정책 철학을 먼저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좋은 인재 한 사람이 들어간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조직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오히려 조직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개별 정책의 실패 자체가 아니다.
왜 그런 결과가 반복해서 발생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 인식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정책 하나가 잘못됐다면 바꾸면 된다.
담당자가 잘못 판단했다면 교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를 바라보는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돼 있다면 이야기는 훨씬 어려워진다.
정책도 결국 경로다
아마 내가 최근 여러 산업과 경제 현상을 공부하면서 계속해서 느끼는 것도 비슷한 내용인 것 같다.
세상은 생각보다 선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고 좋은 결과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고,
잘못된 의도로 시작했다고 반드시 나쁜 결과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중간에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있고,
가격이 있고,
자본이 있고,
기술이 있고,
수많은 피드백 루프가 존재한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목적뿐만 아니라 경로를 보는 것이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
그 정책이 시행됐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그 반응이 다시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키며,
그 변화가 다시 정부의 다음 선택지를 어떻게 제한하는지를 봐야 한다.
주식에서도 전망보다 중요한 것은 전망이 틀렸을 때 어느 지점에서 가정을 수정할 것인가이다.
정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기자회견을 보면서 정책의 목적과 선의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들었던 것 같다.
다만 아직 내가 가장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은 듣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됐다는 것을 알겠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왜 이런 일이 반복됐다고 생각하는가.
그 답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의 ‘개혁’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지금까지 진행돼 온 여러 경제적 경로 역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물론 내가 틀릴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의 판단이 몇 년 뒤 완전히 다른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서 기록해둔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다시 이 글을 읽어봤을 때,
당시 무엇을 잘못 봤고 무엇을 제대로 봤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그냥 기자회견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끄적여본다.
(*민감한 질문'에는 여전히 '모호함'으로 어찌어찌 넘기는것처럼 느끼는건 나만 그런걸까..?)
계속 '개혁'을 이어나가겠다고 하는데 나는 왜 계속 '혁명'을 완수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는걸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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