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손이 부족해서 뽑는 인력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해나갈 인재를 찾는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과거 GPT-3.0은 유용성이 그리 높지 않아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이를 전부 일일이 리서치하고 재무제표를 손으로 추정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GPT-4.0, o4 mini, Deep Research 기능 등이 등장하면서 리서치의 속도와 정확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이제는 손이 부족할 일이 없어졌다.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곧바로 글쓰기 도구를 활용해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과거 재무자료 또한 자연어 프롬프트 몇 마디로 불러올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며, 변수와 추정 근거만 정리하면 미래 실적 추정까지도 자동화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생각 정리’의 일환으로 글을 써왔듯, 지금은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도 실시간으로 대응 가능할 정도로 리서치 능력이 고도화된 상태이다. 이제는 단순한 보조업무를 맡길 인력이 아니라, 같은 시야와 수준에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운용 역량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직관력, 사고력, 창의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누군가가 팀에 합류한다는 것은 단지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운용의 과실과 성과를 함께 나눈다는 의미이다. 각자의 아이디어가 실제 포트폴리오에 반영될 수 있을 정도의 의견 제시 능력과 퀄리티는 기본 전제이다.
만약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결국 기존 팀이 그 사람의 몫까지 일을 떠안게 되며, 그마저도 되지 않으면 쌓여가는 비용 부담과 함께 포트폴리오 퀄리티, 나아가 수익률 자체가 저하될 수 있다.
무엇보다 ‘편향’이 무섭다. 많은 운용팀이 자신들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외부 시선에서는 그리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알게 모르게 자신의 투자에 대한 안목과 기준자체가 팀의 평균에 맞춰지는 것이다.
어영부영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안일함은 팀 전체의 기류를 해치고 사기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남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시장 수익률에 안주하는 구조는 팀에도, 개인에게도, 회사에도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지나치게 뛰어나고 나머지가 그렇지 못한 일방적 구조의 팀은 지속되기 어렵다. 운용 수익률은 결국 팀 전체의 평균에 수렴하게 되며, 지금처럼 물리적 인력 부족이 없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인재는 팀 평균을 끌어올릴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는 소수의 필수 인력만으로 팀을 구성하는 체제를 지향하며, 이로 인해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함께할 인재라면, 그 사람의 투자관과 인생관이 팀의 철학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도 있고, 반대로 충돌하며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결국 명확한 기준 없이 사람을 선별할 수는 없다. 기준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평소 채용과 인재상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계속 글로 정리해두고 싶다.
무엇보다도 운용 현업에 즉시 투입 가능하다는 여부는 ‘기본적 분석 능력’을 갖추었는가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는 명확한 최소 기준선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자리가 그 사람 안에 내재되어 있던 본래 면모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운용업도 후자의 해석이 더 적합하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기본적 분석과 투자 운용 역량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이 업에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방법은 결국 스스로 해보는 것 외엔 없다.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를 줄글로 정리하고, 퇴고하고, 요약해보며, 미래 실적 추정을 위해 다양한 변수와 시나리오를 고민해보는 과정에서 자신이 이 일에 적합한 기질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스스로 체감할 수 있다.
나는 운용이라는 일의 70%는 타고난 자질, 캐릭터, 기질에서 결정되고, 나머지 30%는 운과 노력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기본적 분석, 산업 분석, 지정학·거시경제적 시각에서 기업을 바라본 경험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직접 해보는 것이 좋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 그리고 이 업과의 적합성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과거 내가 블로그에 작성했던 개별 종목 리서치들은 실제로 운용사 이직 시 유용하게 활용했던 실전 자료였다.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존재하며, 무엇보다 ChatGPT를 비롯한 AI 기술의 도움으로 개인의 리서치 능력 자체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남들이 쓴 자료를 짜깁기한 리포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생각, 직접 계산한 실적 추정, 시장과는 다른 차별화된 뷰가 담긴 리포트만이 의미를 가진다.
또한 책에서 본 이론에 기반한 추상적인 논리 역시 실제 투자 현장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현실 세계에서 통용되는 구체적이고 정량화된 논리와 언어로 투자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실적 추정과 계산에서 완벽함은 필수가 아니다. 애초에 외부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완벽함보다는 유연함이 투자에 적합한 기질이라고 생각한다.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 투자 구조가 명료해야 하며, 이 명료함은 결국 기본적 분석에서 비롯된다.
동시에 투자의 폭은 넓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다방면의 지식을 흡수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자신만의 프레임을 넓혀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릇이 커야 반대 의견도 수용할 수 있으며, 자신의 기존 관점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유연성도 가질 수 있다.
반면 투자의 풀이 좁은 사람일수록 반대 정보나 의견 앞에서 방어적으로 반응하고, 자신의 판단 오류를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누구에게나 내재된 기질일 수 있으나, 투자라는 영역에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넓게 바라보되 완벽하려 하지 말고, 대신 명료해야 하며, 타인의 반대 의견을 수용할 줄 알고, 자신의 기존 의견도 끊임없이 반대의 시선에서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채용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싶어 이렇게 두 번째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