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0일 화요일

생각정리 45 (* RE100)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RE100을 언급하며 “재생에너지로 생산되지 않은 데이터나 제품은 수출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료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던 중, 해당 발언에 대해 여러모로 의구심이 들었다.

우선, 해당 발언이 대통령 본인이 직접 조사한 결과인지, 아니면 정책 자문단의 왜곡된 정보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RE100은 국제적으로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생에너지로 생산되지 않은 제품·데이터는 수출 불가”라는 주장은 국제관행·규범상 근거가 전무하다.


1. RE100은 자발적 이니셔티브이다

RE100은 The Climate Group과 CDP가 2014년 공동 발족한 기업 자율 캠페인이다. 참여 기업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자발적으로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연례보고제3자 검증을 통해 이행한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적 국제규범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는 국제 통상 질서에서 '필수 조건'이 아닌 선택 사항에 불과하다. 


2. ‘재생에너지로 생산되지 않은 제품은 수출할 수 없다’는 규범은 없다

현재 어떤 국제무역 규범도 **전력의 생산원(源)**을 기준으로 제품의 수출을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처럼 **온실가스 배출량(carbon content)**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력의 성격(재생 vs 화석)**이 아닌,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 총량을 기준으로 한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발자국을 어떻게 측정할껀데? =실현가능하지 않음.)


3. 주요 제조 강국들도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전력으로 수출을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2024년 기준 **전력의 42.6%를 여전히 화석연료(석탄·천연가스 등)**에 의존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비중은 57.4%**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독일은 세계적 산업 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ideas.energy).

미국은 2024년 전체 전력의 58.1%를 화석연료에서 공급하고 있으며, 그 중 **천연가스가 42.5%, 석탄이 14.9%**를 차지한다.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25%**에 불과하지만, AI 서버부터 첨단 반도체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히 수출되고 있다. (ideas.energy).

미국 내에서 AI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있어 가장 전력수요증가율이 높은 PJM 구역만 봐도 대부분의 전력은 원전, 화석에너지 기반이며, 그 추세는 최근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즉,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낮다고 해서 수출이 제한되는 일은 없다.


4. RE100을 외쳤던 서구 정치세력도 정치적으로 후퇴하고 있다

RE100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유럽 각국과 미국의 민주당 등 좌파 환경주의 정당들은 최근 선거에서 줄줄이 패배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 전환의 비용이 민생 경제에 과도한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전 세계는 현재 친환경 이상주의에서 화석에너지 현실주의로 회귀하는 중이다.


4.1 EU의 친환경 드라이브는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EU 내에서 친환경 규범이 강하게 추진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독일의 존재였다. 독일은 EU 전체 예산 중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납부하는 국가로서, 정치적으로나 재정적으로 EU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따라서 독일이 친환경 노선을 취하자, EU 전체가 이에 편승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강한 친환경 드라이브의 기저에는 단순한 이상주의가 아닌, 독일 정치의 계산된 전략이 자리하고 있었다.


4.2 메르켈 총리의 급작스러운 친환경 전환의 정치적 배경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이다. 메르켈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원자력 기술에 정통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재임 초기 갑작스럽게 친환경주의자로 입장을 선회하였다. 그 배경에는 정치적 연합 구성이 필요했던 현실이 있었다.

당시 사민당(SPD)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는 지지율 하락세에 있었고,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당(CDU)은 지지율은 높았으나 과반 확보에 실패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메르켈은 녹색당의 지지를 확보해야 했으며, 녹색당의 핵심 정체성은 탈원전과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었다.

결국 메르켈은 녹색당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천명하였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경이 아니라, 독일의 국가 에너지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결정이었다.


4.3 친환경을 명분으로 한 러시아 PNG 의존 확대

메르켈의 친환경 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원자력을 포기한 이후 에너지 체계의 과도기적 수단으로 천연가스의 비중을 확대하였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산 PNG(파이프라인 가스) 수입 비중이 급증하였다. 이 결정에는 또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하였다.

당시 메르켈이 탈원전을 선언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슈뢰더 전 총리와의 연계가 있었다. 슈뢰더는 총리 퇴임 직후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Gazprom)의 이사직을 맡았고, 이후에도 푸틴과의 친분 관계를 유지해 왔다. 결과적으로, 메르켈은 사민당 구세력을 흡수하면서도 녹색당과의 연합을 성사시키며, 기민당–사민당–녹색당의 3당 연립 정부 수장으로 장기 집권에 성공하였다.

당시 메르켈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며 원전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느껴 탈원전을 결정했다는 점도 중요한 맥락이다. 그러나 최근 AI 붐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후쿠시마 사고의 우려를 재평가한 일본은 오히려 원전 재가동을 통해 에너지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4.4 현 숄츠 총리도 친환경·러시아 에너지 축의 연장선상에 있다

메르켈 이후 집권한 올라프 숄츠 총리 역시 이러한 정치적 계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숄츠는 슈뢰더 총리 시절 그의 발탁으로 정계에 진입하였고, 이후 메르켈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하였다. 그는 러시아 PNG 확대와 노드스트림 2 프로젝트 추진, 친환경 에너지 드라이브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독일의 친환경 전환은 단순한 환경보호 목적이 아니라, 정치권 내부의 연립 구성과 이권 연결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5. EU 내부에서도 독일의 친환경 노선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독일의 무리한 친환경 드라이브가 유럽 전체 전력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으며, 유럽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EU 내 타국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독일은 이른바 **‘유럽의 병자’**로 불리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현재 높아진 전력비용과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을 다시 확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과 전력 불안정성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의 친환경 노선이 정치적 목적에 기반했으며,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6. 독일의 최근 정책 변화: 화석에너지로의 회귀

다음은 최근 독일이 높아진 전력가격내수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주요 동향이다.

  • 재생에너지 생산 급감, 석탄발전 확대:
    2025년 1~4월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년 대비 16% 감소했으며, **석탄발전은 오히려 16% 증가(40TWh)**하였다.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10%포인트 증가하였다.
    (reuters.com).

  • 에너지 비용 쇼크에 대한 산업계 반발:
    Siemens, E.ON 등 에너지 집약형 대기업들은 EU·미국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전력비용으로 인해 제조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전력세 감면, 법인세 인하, 유연한 계통요금 도입시장 친화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reuters.com).

  • 안정적 전력 확보를 위한 화석발전 재가동:
    독일 발전업계는 풍력·태양광의 간헐성 문제(특히 ‘덤펠라우테’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 및 가스 발전소에 대한 용량시장(capacity market) 참여 보장정부 보조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reuters.com).

결론: 높은 전력가격과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은 단기적으론 재생에너지 감소 → 화석연료 발전 확대를 택하고 있으며, 산업계와 발전업계 모두 전력료 완화·보조금·용량시장 등 화석발전 지원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7. 한국 민주당 정책의 위험성과 현실 부정

이런 국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민주당은 전력요금 동결·인하를 공언하고 있으며, 호남 지역에 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하여 AI 산업 전력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AI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한 미국 PJM 전력시장조차도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구조를 갖고 있으며, 풍력은 전력의 일부에 불과하다.

한편, 전력요금 인하를 추진하면서도 한전의 부채는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결국 이는 민간 채권시장으로의 한전 재차 복귀로 이어져 국내 금리 상방압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금융시장과 물가에 이중의 부담을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 정부의 RE100 정책 기조는 국제 현실과 괴리되어 있으며, 에너지·금융·산업정책 전반에 걸쳐 현실을 외면한 이념적 접근으로 보인다. ‘민생경제 개선, 빈곤층 삶의 질 제고’라는 서생적 문제의식만으로는 부족하며, ‘현실적 실행 가능성’이라는 상인의 감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고언을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글을 마치며

대선도 끝났고 이제 나도 그만 정치병에서 빠져나와서 본업에 충실해야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최근 결혼과 주택 구입 등의 인생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자연스레 안정과 현상 유지를 중시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경제·사회 정책에 대한 시각도 기존 좌편향 사고에서 우편향 사고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나도 심각한 정치병 중증에 빠져드는건가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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