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일 월요일

생각정리 133 (* ADC)

 이전글에 이어 이번글은 알파폴드와 ADC(항체-약물 접합체)를 엮어 정리해보려한다.

  • 위에는 AlphaFold·단백질 언어모델 같은 기반 AI가 있고

  • 그 위에는 “ADC 설계용 AI” 같은 니치 AI가 올라가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1. 왜 지금 “단백질 구조·동역학 + AI”가 중요해졌는지,

  2. 항암제 1→4세대 흐름 속에서 ADC가 어떤 약인지,

  3. 그리고 AlphaFold 계열 발전이 실제 ADC 설계를 얼마나 더 똑똑하게 만들고 있는지

를 차근차근 풀어보고자 한다.

(요약하면: “단백질 설계 능력”이 앞으로 ADC 시대의 트랜지스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1. 왜 지금, 왜 단백질 구조·동역학인가


1-1. AlphaFold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예전에는 단백질 구조를 알기 위해

  • X선 결정,

  • NMR,

  •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


같은 실험을 하나하나 해야 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었다.


DeepMind의 AlphaFold 2는 이 판을 크게 뒤집었다.

  •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만 넣어도

  • 상당수 단백질에 대해 실험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3D 구조를 예측하게 만든 것이다.(ScienceDirect)


물론 100%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던 시대”에 비하면
연구자 입장에서 출발선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1-2. 이제 화두는 “정적 구조”를 넘어 “동적 구조(동역학)”이다


AlphaFold 2 이후 연구자들 관심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뀌고 있다.

“이 단백질이 한 번 접혀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시간에 따라 어떤 모양들을 왔다 갔다 하는지까지 보고 싶다.”

 

실제 단백질은

  • 한 가지 모양으로 “딱 굳어 있는” 존재라기보다,

  • **여러 구조 상태들을 왔다 갔다 하는 집합(ensemble)**에 가깝다.


    https://academic.oup.com/bib/article/26/4/bbaf340/8202937?login=false


최근 리뷰와 논문들을 보면, 대략 이런 흐름으로 정리된다.

  • AlphaFold가 예측한 구조를 시작점으로,
    분자동역학(MD) 시뮬레이션과 NMR·cryo-EM 데이터를 섞어서
    **시간에 따른 4D 구조 분포(ensemble)**를 복원하는 방법들(MDPI)

  • AlphaFold·ESMFold 같은 모델에
    flow matching·확산모델을 결합해
    단백질의 **“구조 지형도(어떤 모양들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를 통째로 샘플링하는 시도들(arXiv)

    ExEnDiff: An Experiment-Guided Diffusion Model for Protein Conformational Ensemble Generation


    (a) 기본 아이디어: 확산 모델이 뭘 하는지

    먼저, 확산 모델이 하는 일을 아주 단순하게 보면 이렇다.

    1. 정답 데이터(진짜 단백질 구조들)의 분포가 있다.

    2. 여기에 점점 노이즈를 섞어서,
      결국은 **아주 단순한 분포(예: 가우시안 분포)**로 만들어 버린다.
      – 이게 “forward SDE로 데이터 분포를 prior 분포로 보낸다”는 말이다.

    3. 그런 다음, 그 과정을 **거꾸로 되돌리는 법(역방향 확산 과정)**을 학습한다.
      – 다시 말해, 단순한 분포에서 출발해 점점 ‘진짜 같은 단백질 구조’로 되돌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게 (a)에서 말하는 “스코어 기반 확산 모델”의 큰 그림이다.


    (b) ExEnDiff: 단백질 앙상블을 만드는 과정

    ExEnDiff는 이 확산 모델 아이디어를 단백질 구조 앙상블에 적용한 것이다.

    1. 먼저, 가우시안 같은 단순한 분포에서 랜덤 구조 x_T들을 찍는다.
      – 이게 “unified protein ensemble sampler가 prior 분포에서 x_T를 만든다”는 말이다.

    2. 그다음, 역방향 확산 과정을 거치면서
      이 랜덤 구조들을 점점 ‘단백질답게 보이는 구조 앙상블 x_0’ 쪽으로 끌고 간다.

    3. 여기서 ExEnDiff가 추가로 하는 일은,
      이미 학습해 둔 **스코어 함수 sθ(x_t, t)**에 **보정항(correction term)**을 더해준다는 점이다.

    4. 그 보정항은 어디서 오느냐?
      – NMR, SAXS, cryo-EM 같은 실험으로 측정한 데이터 y에서 온다.

    요약하면,

    “이미 학습된 확산 모델을 그냥 쓰는 게 아니라,
    NMR·SAXS·cryo-EM으로 측정된 실험 데이터를 참고해서
    샘플링 과정을 미세 조정해 주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c) 왜 이게 중요한가: 볼츠만 분포에 더 가까워지기 때문

    가이드(실험 데이터)가 없는 일반적인 단백질 앙상블 샘플러를 쓰면 문제가 있다.

    • 단순히 “단백질처럼 보이는 구조들”은 만들어 주지만,

    • 그 구조들이 진짜 물리법칙(볼츠만 분포)을 잘 따르는지는 보장하기 어렵다.

    ExEnDiff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간다.

    1. 실험 측정값 y 또는 그 평균값 ȳ
      최대한 잘 맞도록 확산 과정을 가이드한다.

    2. 즉, 역방향 확산을 할 때
      “이 구조가 실제 실험 데이터 분포 p(y)에 맞는 방향인가?”를 계속 체크하며
      그쪽으로 유도한다.

    3. 그 결과,
      – 단순히 “이쁘게 접힌 구조들”이 아니라
      – 실제 실험에서 관측되는 통계(분포, 평균)에 더 잘 맞는 구조 앙상블을 만들 수 있다.
      → 즉, 진짜 볼츠만 분포에 더 가까운 ensemble을 얻는다.

    한 줄로 정리하면:

    기존 확산 모델: “단백질처럼 보이는 구조들”을 만드는 데 그친다.
    ExEnDiff: 실험 데이터를 가이드로 써서
    “실제로 자연에서 관측되는 분포(볼츠만 분포)에 더 가까운 구조 앙상블”을 만든다.

     

  • “정적 구조” 중심이었던 판에서
    동적 상태들의 분포를 다루는 post-AlphaFold 시대를 정리하는 리뷰들(OUP Academic)


쉽게 말하면 이렇다.

“예전에는 단백질의 증명사진 한 장을 구하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단백질의 **일상 영상 전체(어떻게 움직이며 일하는지)**를
보고 싶어 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가 바로 ADC 같은 정밀 표적항암제 설계와 직접 연결된다.
왜냐하면 ADC는

  • 항체(단백질),

  • 표적 수용체(단백질),

  • 링커(화학 결합),

  • 페이로드(세포독성 약물)


이 서로 어떻게 붙고, 움직이고, 떨어지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약이기 때문이다.


2. 항암제 1~4세대, 아주 짧은 역사


ADC를 이해하려면 “항암제가 어떻게 점점 똑똑해졌는지”를 먼저 보는 것이 좋다.
아주 거칠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2-1.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 – “무차별 폭격형 폭탄”

  • 암 = 정상 세포보다 훨씬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 덩어리

  • 1세대 항암제는 “빨리 나누는 세포는 일단 다 죽인다”는 발상이다.

  • DNA 복제를 막거나(시스플라틴),
    세포 분열에 필요한 골격을 망가뜨리는(탁솔) 약들이다.

문제는 암세포만 빠르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 모발,

  • 위장관 점막,

  • 골수 같은 정상세포도 빨리 분열한다.

그래서 1세대 항암제는

암세포 + 정상 분열세포를 같이 날려버리는
“무차별 폭격형 폭탄”


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싸고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이 크다.

2-2. 2세대: 표적항암제·항체의약품 – “유도탄”


2세대부터는 한발 더 나아간다.

  • 암세포 표면에는 정상세포보다 특정 수용체가 훨씬 많이 달려 있는 경우가 있다.
    예: 유방암의 HER2, 일부 폐암의 EGFR 변이 등

  • 이걸 **표적(target)**으로 삼아서,
    그 수용체가 많은 세포만 골라 맞추는 약을 만든다.

특히 항체의약품

“유방암 세포에만 잘 달라붙는 열쇠(항체)”를 만들어
그 열쇠가 달린 세포만 공격하는 구조


이라고 보면 된다.

  • 대표 예: 허셉틴(Trastuzumab) – HER2 양성 유방암 표적치료제


이제부터 항암제는 다소 “유도탄”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단백질 약이라 값이 비싸고 제조가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다.

2-3. 3세대: 면역항암제 – “경찰 vs 도둑 게임을 되살리는 약”


우리 몸에는 원래 **T세포(경찰)**가 있어 암세포(도둑)를 잡는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 암세포는 **마스크(PD-L1)**를 쓰고,

  • T세포는 **선글라스(PD-1)**를 낀 것처럼

  • 서로를 제대로 못 알아보는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PD-1/PD-L1 억제제(키트루다, 옵디보 등)**는

경찰의 선글라스나 도둑의 마스크를 벗겨서
면역 시스템이 다시 암을 보게 만드는 약


이라고 보면 된다.

일부 암에서는 “완치에 가까운 장기 생존” 사례가 나올 정도로 혁신적이지만,
반응률이 낮고, 여전히 연 수천만 원대의 고가라는 한계가 있다.(Frontiers)

2-4. 4세대: ADC – “항체 + 초강력 폭탄 + 정밀 스위치”


이제 4세대인 **ADC(antibody–drug conjugate)**이다.

구조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암세포만 찾아가는 항체(몸통)**에
**아주 강한 세포독성 약물(폭탄)**을
**특정 조건에서만 끊어지는 링커(스위치)**로 달아놓은 약


조금만 풀어 쓰면:

  1. 항체: 2세대에서 쓰던 표적을 찾아가는 단백질 내비게이션

  2. 폭탄(payload): 1세대 화학항암제보다도 더 독한 초강력 약물

  3. 링커(linker): “언제, 어디서 터질지”를 정해주는 정밀 신관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753332223001968?utm_source=chatgpt.com


이상적인 ADC는

  • 혈관을 떠돌 때는 링커가 절대 끊어지지 않아 폭탄이 새지 않고,

  • 암세포 안이나 종양 주변 환경(특정 효소, 산성 환경 등)에 도달했을 때만
    링커가 끊어져 국소적으로 폭탄이 터지도록 설계된다.(ScienceDirect)


과거 1980~90년대 1세대 ADC 시도는
링커가 혈중에서 아무 때나 끊어져 온몸 독성이 심해 실패했다.(ScienceDirect)

지금 상용화된 ADC들은

  • 링커가 어떤 효소·pH에서만 잘릴지,

  • 항체 하나에 폭탄을 몇 개(DAR) 붙일지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211383521001143?utm_source=chatgpt.com


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화학·공정 기술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4세대 항암제로 자리 잡았다.(ScienceDirect)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7개 안팎의 ADC가 승인된 것으로 정리된다.
(혈액암·유방암·요로상피암·난소암 등 다양한 적응증)
Linker 리뷰 기준.(research.monash.edu)

대표적인 약이 **Trastuzumab deruxtecan(엔허투)**로,
HER2 양성·HER2-low 유방암에서 기존 치료 패턴을 바꾸어 놓은 ADC이다.(MDPI)


여기까지만 보면 “ADC가 좋은 약”이라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글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ADC를 더 정밀하게, 더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여기서 AlphaFold와 단백질 구조동역학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3. AlphaFold·단백질 동역학이 ADC 설계를 바꾸는 세 가지 지점


ADC는 크게 세 조각으로 나뉜다.

  1. 표적 항원(암세포 표면 단백질)

  2. 항체(또는 항체 비슷한 단백질 스캐폴드)

  3. 링커 + 폭탄(payload)


각 조각마다, 정적 구조 + 동적 구조(동역학)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차례대로 보자.


3-1. “어디를 겨눌 것인가” – 타깃 항원·에피토프 선정


예전에는 타깃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몰라서

  • “대충 표면에 잘 달라붙는 자리”를 찾아

  • 실험으로 에피토프(* 면역계가 인식하는 항원의 특정 부위)를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1. AlphaFold로 타깃 단백질의 3D 구조를 예측하고,(ScienceDirect)

  2. 분자동역학·머신러닝을 이용해
    이 단백질이 시간에 따라 어느 부분을 자주 드러내는지(ensemble)를 본다.(OUP Academic)


이렇게 하면 계산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미리 따져볼 수 있다.

  • 종양세포에서는 항상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자리인지,

  • 정상세포에서는 잘 노출되지 않는 **“암세포스러운 표면”**인지,

  • 항체가 그 자리에 달라붙었을 때
    세포 안으로 잘 끌려 들어가(내재화) 폭탄을 넣어줄 수 있는지


최근 ADC 리뷰들도, 개발 초기 단계에서
**“ADC-friendly 타깃·에피토프를 고르려면 3D 구조와 동역학을 같이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ADC 리뷰 (ScienceDirect)

즉, 예전에는 “표적 단백질 이름만 보고” 접근했다면,
이제는 **“그 단백질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움직이는지까지 본 뒤에 표적을 고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3-2. “어떤 열쇠를 만들 것인가” – 항체·합성단백질 디자인


표적을 골랐다면, 이제 그 표적에 딱 맞는 **열쇠(항체)**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 동물에게 항원을 넣고 항체를 얻어 스크리닝하거나,

  • 기존 항체를 조금씩 돌연변이시키면서 보는 방식이 주류였다.

지금은 여기에도 구조·AI가 들어온다.

  1. AlphaFold-Multimer, docking, MD 등을 이용해
    항체 후보와 표적 단백질이 서로 어떤 자세로 붙는지를 예측한다.(eLife)

  2. 동시에

    • 얼마나 잘 붙는지(친화도),

    • 다른 단백질에는 안 달라붙는지(특이성),

    • 물에 잘 녹는지·응집은 안 되는지(제조 가능성, developability)
      를 같이 본다.(Taylor & Francis Online)

여기서 **“동역학”**이 중요한 이유는 이렇다.

  • 항체의 결합 부위(CDR)는 생각보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부분이고,

  • 실제 결합은 “딱딱 맞물린 고정된 상태”라기보다
    여러 자세를 왔다 갔다 하며 붙어 있는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 결합 순간에 어떤 모양으로 맞춰지는지,

  • 결합 후에 어떤 구조 변화가 일어나 세포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지,

  • 엔도솜·라이소솜처럼 산성 환경에서도 항체가 구조를 잘 버티는지


같은 것들을 시간 축까지 포함해 보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OUP Academic)

요약하면,

“예전에는 항체를 일단 많이 만들고, 그중에서 골라 쓰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타깃 구조·동역학을 보고
거꾸로 항체를 설계해 들어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ADC에서 쓰이는 항체·스캐폴드는 바로 이런 식으로
점점 **“계산 설계된 합성단백질”**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3-3. “어떻게 붙이고, 몇 개를 달 것인가” – 링커·폭탄·DAR 최적화


ADC만의 고질적인 난제가 하나 있다.

“어느 자리에, 어떤 링커로,
폭탄을 몇 개(DAR)까지 달 것인가”


이 세 가지를 잘못 고르면

  • 혈중에서 폭탄이 새어 나와 전신 독성이 생기거나,

  • 항체가 불안정해져 덩어리로 뭉치고,

  • 몸 안에 머무는 시간(PK)이 엉망이 되면서
    전체 약효가 떨어진다.(ScienceDirect)

최근에는 이 부분에도 AI와 구조동역학이 깊게 들어오고 있다.

(1) 링커 설계: “좋은 신관”을 AI가 추천해 주는 시대


지금까지 상용 ADC에 쓰인 링커 구조는
소수의 전통적인 패턴에 꽤 집중되어 있었다.(ScienceDirect)

이제는

  • 링커 구조를 SMILES 같은 문자열로 표현해
    **GPT 스타일 분자 생성 모델(예: Linker-GPT)**에 넣고,(Nature)

  • “혈중에서 충분히 안정적일 것”,

  • “종양 안에서는 잘 끊어질 것”,

  • “합성하기 너무 어렵지 않을 것”

같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후보를
AI가 대량으로 생성해 주는 방식이 등장했다.(Nature)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drug-discovery/articles/10.3389/fddsv.2025.1628789/full


실제로 Linker-GPT 논문에서는
링커만 따로 떼어 놓고 보더라도
실제 상용 링커 분포와 비슷한 구조들을 만들면서,
합성 가능성 지표도 상당히 좋게 유지하는 결과를 보고한다.(Nature)

즉, 이제 링커는

“사람이 몇 가지 패턴을 손으로 돌려보던 시대”에서
**“AI가 수천 개 조합을 던져 주고, 사람이 그중에서 고르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2) 결합 위치·DAR: “어디에, 몇 개까지 박을까”를 구조로 본다


폭탄을 항체의 어느 아미노산에 달지에 따라

  • 항체의 유연성,

  • 안정성,

  • FcRn 결합 및 혈중 반감기,

  • 응집 경향,

  • DAR을 얼마나 높게 가져갈 수 있는지


가 크게 달라진다.(ScienceDirect)

최근 리뷰들을 보면,

  • 항체 3D 구조를 바탕으로
    여러 결합 위치 후보를 정의하고,

  • 각 위치에 payload를 붙였을 때의
    **구조 변화와 동역학(얼마나 흔들리는지, 표면 노출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MD + 머신러닝 모델로 미리 보는 방식이 많이 소개된다.(Frontiers)

그 결과,

  • “이 자리는 붙이면 구조가 너무 휘어져 버림 → 탈락”

  • “이 자리는 많이 붙이면 응집 위험↑ → DAR 낮게 설정”

  • “이 자리는 구조가 안정하고 표면 노출도 적당 → 유력 후보”

같은 식으로 실험 전에 결합 위치·DAR 후보를 좁혀 나갈 수 있다.

(3) 구조동역학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했던 계산들


정리하면, 구조동역학 모델은 여기서 다음과 같은 일들을 도와준다.

  • payload를 붙였을 때
    항체 전체의 에너지 지형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준다.(ScienceDirect)

  • 링커의 **유연성(flexibility)**와
    물에 얼마나 노출되는지/숨는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 DAR을 올렸을 때
    국소·전역적인 구조 불안정·응집 위험
    얼마만큼 늘어나는지 미리 계산하게 해 준다.

이런 것들은 “정적인 구조 한 장”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계산들이다.
그래서 AlphaFold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시도할 수 있게 된 영역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OUP Academic)


3-4. “어떤 후보부터 실험대에 올릴 것인가” – 전체 파이프라인의 우선순위 재설계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아예

  • 표적 단백질 서열·구조,

  • 항체 서열·구조,

  • 링커 분자 구조,

  • 폭탄(payload) 구조,

  • DAR 값

을 한꺼번에 넣고,
ADC의 활성·독성을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들도 등장하고 있다.(Frontiers)

프레임은 비슷하다.

  • 단백질 쪽은 **단백질 언어모델(ESM 계열 등)**로 벡터화하고,

  • 화학 쪽은 **소분자 언어모델(BERT 계열 등)**로 벡터화하고,

  • 여기에 DAR, 기본 PK/PD 정보 등을 합쳐
    **“이 ADC 조합은 잘 들을 것 같은지, 독성 위험이 큰지”**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앞에서 말한 구조·동역학 feature(ensemble, flexibility, solvent exposure 등)가
점점 더 들어가고 있다.(Frontiers)

이런 모델들이 완성되면, ADC 개발 파이프라인은 크게 달라진다.

예전:

가능한 조합을 대량으로 만들어 본 뒤
그중에서 살아남는 것 위주로 개발

 

지금(혹은 앞으로):

AI가 구조·동역학·서열·화학 정보를 통합해
“될 법한 조합”만 상위 몇 %로 추려 주고,
실험은 그 후보들에 집중

 

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즉, **“무작정 전방위로 찍어보는 시대”에서
“지도 보면서 찍어보는 시대”**로 바뀌는 셈이다.


4. 한국 바이오·제약에게는 어떤 기회인가


조금 산업적인 이야기로 내려와 보자.

ADC의 구조를 다시 쓰면:

항체(몸통) + 링커(스위치) + 폭탄(payload)

 

  • 항체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오랫동안 투자해 온 영역이고,

  • 링커·폭탄은 고급 화학·합성 기술이 핵심인 영역이다.

한국은

  • 1990~2000년대부터 소분자 합성·의약화학 역량을 상당히 쌓아 왔고,

  •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하는 회사들도 등장했다.(MDPI)

여기에

  • 단백질 구조·동역학(AlphaFold 계열),

  • 링커·payload 생성모델(Linker-GPT, diffusion 모델),(Nature)

  • ADC 설계용 통합 AI(“ADC용 니치 AI”)

가 얹히면, 한국 입장에서는

“소분자 합성 강점 + 구조·AI 기반 설계 역량”
을 묶은 ADC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

 

가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다.

(딱히 한국 ADC 관련기업 투자추천을 의미하는게 아니라는걸 못박아둔다.)


5. 마무리: 단백질 설계 능력은 ADC 시대의 트랜지스터가 될 수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이제 단백질의 문법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걸 가지고 생명체의 부품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


AlphaFold 이후

  • 단백질의 정적 3D 구조는 상당 부분 “풀린 문제에 가까운 것”이 되었고,(ScienceDirect)

  • 지금은 동적 구조 ensemble·에너지 지형을 다루는
    post-AlphaFold 시대로 진입했다.(OUP Academic)


ADC 관점에서 이 능력은

  1. 어떤 단백질을 표적할지, 그 단백질의 어디를 겨눌지

  2. 어떤 항체·합성단백질을 설계할지

  3. 어디에, 어떤 링커로, 폭탄을 몇 개 달지

  4. 그 수많은 조합 중 어떤 후보부터 실험할지

를 결정하는 지도와 나침반 역할을 한다.

아직은

  • 실험·제조·규제라는 현실적 장벽이 크고,

  • AI 설계만으로 바로 블록버스터 약을 뽑아내는 단계까지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


그러나 방향성만 놓고 보면 비교적 분명하다.

앞으로 **“단백질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능력”**은
의약·바이오·합성생물학 전반에서
트랜지스터·집적회로에 해당하는 기반 인프라 기술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 첫 번째 대형 시험장이 바로 ADC이다.


1세대 폭탄, 2세대 유도탄, 3세대 면역경찰을 지나,

 이제는

“항체 + 초강력 폭탄 + 정밀 스위치 + 단백질 설계 AI”


가 결합된 4세대 항암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글에서 정리한 것처럼, AlphaFold 계열과 단백질 구조동역학의 발전은
ADC 설계를 “운에 맡긴 조합 놀이”에서
“계산과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설계”로 옮겨가는 결정적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10~20년,
이 인프라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바이오·제약 지형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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