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국경제 시나리오 – 고성장과 불안정의 동거
최근 원자재 시장 흐름이 심상치 않아 2026년 매크로 뷰를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되돌아보면 2022년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던 초입에도, 어김없이 커머디티 시장에 투기성 자금이 먼저 유입됐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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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럼프 2기, 연준 의장 인사와 통화정책의 정치화
2026년 5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준 의장 임명권은 트럼프에게 있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금리를 내릴 사람만 연준 의장에 앉히겠다”,
“금리를 충분히 내릴 의사가 없으면 임명하지 않겠다”,
“차기 연준 의장은 금리 결정에서 대통령과 상의해야 한다”
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며, 케빈 워시, 케빈 해싯 등을 후보군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는 연준 의사결정에 대한 정치적 압력 강화로 해석된다.
다만 제도적으로 보면, 연준 의장은 FOMC 내에서 1인의 위원에 불과하다. FOMC는
7명의 이사(상원 인준),
12개 지역 연은 총재(이 중 5명 투표권)
으로 구성된 위원회 구조이다. 의장이 단독으로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의제 설정과 커뮤니케이션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다.
정리하면,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은 후퇴하고,
통화정책의 정치화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차기 의장 개인뿐 아니라, 연준 이사회·지역 연은 인선 전체를 함께 보면서 “정책 신뢰도”를 의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 베센트의 연준 비판: 점도표, 인플레이션 타깃, 연준 개조 구상
트럼프 2기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연준을 겨냥해 일관된 비판을 제기한다. 핵심 방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2-1. 물가·관세 전망 실패에 대한 공격
관세 인상과 서비스 물가에 대해 연준이 반복적으로 예측에 실패했고,
이는 연준의 모델·전망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기존의 정책 프레임워크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2-2. 점도표(dot plot) 폐지 가능성
베센트는 점도표에 대해
시장에 과도한 확신을 제공하고,
개별 위원의 금리 경로 추정이 사실상 포워드 가이던스로 작동해
연준의 정책 운신 폭을 줄인다고 비판한다.
향후 새 의장이 점도표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시그널까지 나오면서, 시장은 “향후 연준이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재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점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2-3. 인플레이션 타깃(2%) 재검토 시사
베센트는 현재의 2% 물가 목표가 성장과 고용에 대한 제약이 되고 있다고 보고,
“우선 2%를 달성한 이후, 그다음 단계에서 물가 목표 프레임워크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다”
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 시장은 이를
2.5~3% 수준의 사실상 타깃 상향 가능성,
나아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해 부채를 녹이려 한다”**는 의도
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정리하면, 베센트의 구상은
점도표 폐지,
인플레이션 타깃 재검토,
연준 역할·커뮤니케이션 방식의 구조적 수정
을 통해, 연준을 “성장 친화적” 정책기관으로 재설계하려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3. 3-3-3 플랜: 숫자와 현실성
베센트가 제시한 3-3-3 플랜은 세 개의 ‘3’으로 요약된다.
실질 GDP 성장률 3%
재정적자/GDP 비율 3% 수준
하루 300만 배럴(b/d) 추가 원유 생산
두 번째 ‘3’는 **인플레이션 타깃 3%가 아니라, 재정적자 비율 3%**이다. 즉, 이 플랜의 표면적 메시지는
3%대 안정적 성장,
관리 가능한 재정 적자(3%),
에너지 공급 확대를 통한 물가 안정 및 성장기반 강화
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리포트와 시장 평가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흔히 나오는 평가는 다음과 같다.
감세와 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재정적자를 3%로 묶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
300만 b/d 증산 역시 인허가·규제·환경 이슈·투자 시차 등을 감안하면 목표 대비 미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실제 결과는
“2%대 성장 – 6%대 재정적자 – 증산 미달(2-6-0에 가까운 구조)”
에 가깝게 귀결될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즉, **“높은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재정·에너지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유권자·시장에 주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4. OBBBA와 2026년 1분기 세금 환급: C(소비)의 구조
트럼프의 **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는 2025년 소득에 소급 적용되는 감세 패키지이다.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팁(tip) 및 야근수당(overtime)에 대한 소득세 면제
각종 공제 확대
일부 세율 인하
많은 근로자가 2025년에 W-4(원천징수) 조정을 하지 않은 채 기존 세율로 원천징수를 당해 왔기 때문에, 2026년 1분기에 과다 원천징수분에 대한 대규모 환급이 한꺼번에 발생하게 된다.
구조적으로 보면,
총 1,000~1,500억 달러 규모,
가구당 1,000~2,000달러 수준의 환급이 2026년 1분기에 집중된다.
이는 명목 GDP 대비 약 0.3~0.5% 수준이며, 한 번에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 0.2~0.4%p 정도를 끌어올리는 1회성 부스트로 볼 수 있다.
이후에는 근로자들이 W-4를 조정하면서,
매월 **세후소득(실질 임금)**이 소폭 상향되고,
2026년 전체에 걸쳐 민간소비의 기초체력이 이전 대비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3-3-3 플랜에 따른 300만 b/d 증산 목표가 시차를 두고 일부라도 실현된다면,
휘발유·디젤 가격을 낮추고,
운송비·물류비를 통해 다른 재화 가격까지 간접적으로 안정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2026년 C(소비)는
대규모 환급·세후소득 개선,
에너지 가격 완화,
양호한 고용
에 힘입어 평년 대비 강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관세 인상은 수입재 가격을 올려 실질 구매력을 일부 잠식하는 요인이므로, 순효과는
“정책 덕분에 소비는 강하지만, 관세로 인해 일부 마찰이 존재하는 구조”
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5. 연준 대차대조표: QT 종료 이후, 사실상의 완화 재개
팬데믹 직후 연준 대차대조표는 약 8.9조 달러까지 확대되었다. 2022년 6월 이후 시작된 QT를 통해
2025년 중반 기준 약 2.3~2.4조 달러 축소,
잔액 약 6.6조 달러 수준까지 감소한 상태이다.
이후 연준은 정책 방향을 전환한다.
QT 종료 선언,
MBS 만기분을 **단기 국채(T-bill)**로 재투자,
매월 수백억 달러 규모 T-bill 매입 프로그램 가동,
을 통해 대차대조표 축소를 중단하고, 준비금을 다시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준은 이를 “준비금 관리(reserve management)”이며 QE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레이블만 바뀐 사실상의 QE5”라는 비판,
“형식적으로는 QE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통화 완화·유동성 공급 확대에 가깝다”는 평가
가 동시에 존재한다.
정리하면,
약 2.3~2.4조 달러 규모 QT 이후,
QT 종료 + T-bill 매입 조합을 통해 완화 기조에 가까운 방향 전환이 이미 진행 중인 국면이다.
이는
단기·중기 금리의 상단을 제어하고,
재정적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채 금리 급등을 막으려는 의도가 담긴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6. 2026년 미국 GDP를 C+I+G(+NX)로 본 구조적 그림
2026년 미국 GDP를 간단한 항등식으로 보면,
GDP = C + I + G + NX
이다. 이 가운데 성장에 실질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C·I·G이고, NX는 방향성만 간단히 보는 수준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6-1. C(소비): 세금 환급·임금·에너지의 삼각구조
앞서 정리한 것처럼,
1분기 대규모 세금 환급,
W-4 조정에 따른 세후소득 상향,
에너지 공급 확대에 따른 중기적 가격 안정,
고용 유지
를 감안하면, 2026년 C는 명목·실질 GDP 성장의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로 인한 실질구매력 훼손을 감안하더라도,
“소비는 구조적으로 강하지만, 일부 품목에서 상대가격 마찰이 존재하는 구도”
로 요약할 수 있다.
6-2. I(투자): AI CAPEX와 에너지 CAPEX, 그리고 금리
투자(I)는 크게 두 축으로 나눌 수 있다.
AI CAPEX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고성능 반도체, 전력망 확충 등
AI 도입과 직접 연결된 자본재 투자가 이미 2024~25년부터 가속화되고 있다.2026년에도 이러한 AI CAPEX는 미국 투자 사이클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CAPEX
3-3-3 플랜의 300만 b/d 증산은
시추, 파이프라인, 정유, LNG, 관련 인프라 등
다양한 에너지 부문 투자 확대를 수반한다.
이는 에너지 CAPEX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QT 종료·T-bill 매입은
자본비용을 직접적으로 크게 낮추지는 않더라도,
금리 상단을 제어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반면,
연준 독립성 후퇴,
점도표 폐지 가능성,
인플레이션 타깃 재검토
등은 채권시장의 정책 신뢰를 훼손해 term premium(장기금리 위험프리미엄)을 높일 수 있는 변수이다.
결과적으로 2026년 I는
방향성: AI·에너지 CAPEX에 기반한 플러스 요인이 분명한 항목,
강도: 시장이 정책 신뢰를 어느 정도 허용하느냐에 따라 상단이 달라지는 항목
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6-3. G(정부): 2026년 상반기, 중간선거를 앞둔 확장 재정
3-3-3의 표면 목표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정책 조합을 보면,
OBBBA 감세 및 대규모 환급,
관세수입의 국내 재분배(“tariff dividend”) 논의,
에너지·방산·국경보안 등 우선 지출 분야 확대
로 인해, 단기(특히 2025~26년) 재정정책은 명백히 확장적인 성격을 띈다.
여기에 202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트럼프 2기 2년 차)가 겹친다.
정치경제학 문헌에서 보듯,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정치적 예산 사이클이 나타나기 쉽다. 집권세력 입장에서:
고용·임금·성장 지표가 선거 직전에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재정 집행은 선거 이전 시점에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이를 2026년에 대입하면,
1분기: OBBBA 환급으로 이미 C(소비)가 크게 자극된다.
상반기(1~2분기): 인프라·에너지·방산·국경보안·치안·지역 프로젝트 등 집행이 빠르고 눈에 잘 띄는 항목을 중심으로 G(정부지출)가 앞당겨 집행된다.
하반기(3~4분기): 상반기 재정 충격의 효과가 고용·임금·성장 통계에 반영되는 구간이다.
연간으로 보면,
2026년 재정은 분명한 확장재정,
특히 상반기에 재정 충격이 집중된 패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적자/GDP 3% 목표는
“정치적으로 2026년·중간선거 국면에서는 후순위로 밀리고,
현실적으로는 2028년 이후 중기 목표로 이연되는 숫자”
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요약하면, 2026년 G는
상반기 집행 가속을 통한 성장률 플러스 요인,
동시에 중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요인
이라는 이중성을 가진다.
6-4. NX(순수출): 구조적으로는 비우호적 환경
NX는 이 시나리오에서 핵심 드라이버라기보다는, 성장의 “마찰 요인”에 가까운 항목이다.
강한 내수(C·G),
높은 투자(I),
감세·환급으로 인한 저축 감소,
재정적자 확대
는 모두 무역·경상수지 악화 방향으로 작용하기 쉽다.
관세는 일부 수입을 줄일 수 있지만,
보복관세에 따른 수출 감소 가능성,
달러 강세,
강한 내수에 따른 수입 수요 증가
를 고려하면, NX 개선 요인이라기보다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에 가까운 위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2026년 성장 스토리에서 NX는
“플러스 요인이 아닌, 오히려 성장의 질을 갉아먹는 주변 변수”
정도로만 간단히 위치를 잡는 것이 현실적이다.
7. 종합: 2026년 미국경제 – 숫자는 강하고, 질은 불안정한 구조
위 내용을 종합하면, 2026년 미국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그림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7-1. 성장 수준: 3%에 근접하거나, 일시적 상회 가능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인은 명확하다.
C: OBBBA 세금 환급, 세후소득 상향, 에너지 가격 안정, 고용 유지
I: AI CAPEX + 에너지 CAPEX, 완화적에 가까운 통화·유동성 환경
G: 2026년 상반기 중간선거를 의식한 재정 집행 가속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 2026년 실질 GDP 성장률은
3%에 근접하거나, 일시적으로 3%를 상회할 수도 있는 수준
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상반기: 환급·확장재정에 따른 내수·고용·투자 지표의 상향,
하반기: 상반기 충격의 실물 반영으로 체감 경기와 통계 지표가 함께 좋게 나오는 구간
이라는 선거 친화적 프로파일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7-2. 성장의 질(質): “고성장–고불안정” 시나리오
문제는 성장의 질이다. 2026년 시나리오에는 다음과 같은 불안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1회성 세금 환급·감세에 의존한 소비 부스트,
QT 종료와 T-bill 매입을 통한 사실상의 통화 완화 재개,
재정적자 3% 목표와 상충하는 단기 확장재정,
연준 독립성 훼손·점도표 폐지·인플레이션 타깃 재검토에 따른 정책 신뢰 약화,
NX 측면에서의 구조적 취약성
이를 종합하면, 2026년 미국경제는
“헤드라인 성장률과 기업 이익은 강하지만,
재정·통화·대외부문·정책 신뢰 측면의 리스크가 동시에 누적되는 고성장–고불안정 구조”
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숫자만 보면 매우 좋은 경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통화·재정의 동시 완화,
정치화된 연준,
중기 인플레이션·금리·재정 건전성 리스크,
순수출 악화 가능성
이 한꺼번에 쌓이는 구간이기도 하다.
(2편에는 금리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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