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금요일에 이어 오늘도 주식시장이 하락했다. 원인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환율, 금리, 유가, 수급, 기업 실적, 지정학 리스크 등 설명할 수 있는 변수는 많다. 그러나 단기 주가 하락의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매도의 중심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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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는 단순히 기업 실적만 보지 않는다. 그들이 한 국가의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그 나라의 제도 방향과 정책 노선이다. 정부가 기업과 자본에 우호적인지, 분배와 규제 중심으로 움직이는지, 재산권과 시장 가격 신호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그리고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정책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를 함께 본다.
해외투자를 할 때는 먼저 현 집권세력의 정책 방향을 봐야한다. 세금, 규제, 노동정책, 부동산정책, 재정정책은 모두 기업의 이익과 자본시장의 할인율에 영향을 준다.
결국 주가는 기업의 이익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이익이 앞으로 어떤 제도 안에서 창출되고, 배분되고, 보존될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정책 리스크를 가장 뼈저리게 느낀 사례는 중국 투자였다. 시진핑 3연임 이후 강조된 공동부유, 중국식 자본주의, 그리고 사회주의적 자본시장 운영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중요한 신호였다. 기업의 성장성과 시장 규모가 아무리 커도, 정책 노선이 자본의 권리보다 정치적 목표를 앞세우기 시작하면 시장은 이를 할인한다. 자본은 이익을 좇지만, 동시에 재산권과 예측 가능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바로 그 관점에서 출발한다. 최근 한국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선은 어떨까.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기업, 자본, 노동, 부동산, 복지, 재정 측면에서 어떤 신호를 주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정책 조합은 AI 시대의 한국 경제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두 가지 틀을 빌려오고자 한다. 하나는 앨런 그린스펀이 바라본 자본주의의 성장 메커니즘이다. 인간의 이기심, 재산권, 위험부담, 창조적 파괴가 어떻게 경제성장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하는 틀이다.
다른 하나는 닉슨–아서 번스 시기의 가격통제 사례이다. 정부가 물가와 임금을 행정적으로 억누를 때 시장 가격 신호가 어떻게 왜곡되고, 억눌린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국 이 글의 핵심 질문은 하나이다.
한국은 AI 시대를 맞아 위험부담과 혁신을 보상하는 시장경제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규제, 보조금, 고용보호, 복지 확대를 통해 점점 더 안정 선호적이고 저역동적인 사회(*프랑스, 유럽)로 이동할 것인가.
외국인 투자자는 이 질문을 냉정하게 볼 것이다. 그리고 시장은 늘 그렇듯, 그 답을 주가와 환율, 자본 유출입, 기업가치의 형태로 먼저 반영할 것이다.
|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currency |
| 26. 3월 노란봉투법 시행을 기점으로 자본주의 성장 정책을 착실히 따르는 일본 현 정권에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과 대비는 사회주의 배분 정책을 우선하는 한국 현 정권에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
AI 시대 대한민국 경제의 변화: 그린스펀의 시장관과 닉슨식 가격통제의 교훈
1. 인간의 이기심은 억압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동력이다
앨런 그린스펀 (*Alan Greenspan)
그린스펀이 시장을 바라보는 출발점은 인간 본성에 있다. 그는 인간을 본래 이기적인 존재로 본다. 다만 이기심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이기심을 어떤 제도 안에서 작동하게 만들 것인가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억누르기보다 생산·투자·혁신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체제이다. 더 많이 벌고 싶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이 창업, 투자, 기술 개발, 분업, 전문화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는 재산권이다. 재산권이 보장되어야 개인은 장기 계획을 세운다. 노력의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어야 위험을 감수한다. 그래야 창업하고, 투자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인다.
결국 그린스펀에게 자본주의의 핵심은 위험부담과 보상의 연결이다. 위험을 감수한 사람이 성공했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연결이 약해지면 경제는 방어적으로 변한다. 창업보다 안정직을 선호하고, 투자보다 현금 보유를 선택하며, 혁신보다 보호를 요구하게 된다.
| https://n.news.naver.com/article/050/0000106032?type=breakingnews&cds=news_edit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인 재산권을 위협하는 발언일 수 있음. 경제학의 기본인데.. ㄷㄷ.. |
2. 자본주의의 역동성은 안정 욕구와 충돌한다
자본주의는 성장하지만 동시에 불편한 체제이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경쟁이고, 경쟁은 기존 질서를 계속 흔든다.
어제의 안정된 일자리, 어제의 산업, 어제의 생활수준은 내일도 보장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기존 직무는 줄어든다. 더 효율적인 기업이 등장하면 기존 기업은 밀려난다.
사람들은 안정과 확실성을 원한다. 반면 시장은 변화와 경쟁을 요구한다. 이 충돌이 복지, 사회안전망, 노동보호, 규제 확대의 정치적 기반이 된다.
사회안전망은 필요하다. 실패했을 때 완전히 무너지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재도전이 가능한 안전망은 오히려 자본주의를 보완한다.
문제는 그 수준이다. 복지와 보호가 일정 선을 넘으면 노동, 저축, 투자, 창업, 혁신의 유인을 약화시킨다. 그 순간 사회안전망은 성장의 보완재가 아니라 경제 역동성을 갉아먹는 비용 구조가 된다.
3. 닉슨–아서 번스의 교훈: 가격을 눌러도 인플레이션은 사라지지 않는다
생각정리 138
1970년대 미국의 닉슨–아서 번스 시기는 지금 한국 경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이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 비용, 복지지출 확대, 재정 부담, 사회 갈등, 성장 둔화, 높은 인플레이션이 겹쳐 있었다. 닉슨 행정부는 1972년 재선을 앞두고 경기와 실업률을 좋아 보이게 만들어야 했다.
그 결과 나온 정책이 1971년 닉슨 쇼크였다. 금 태환 정지, 10% 수입할증 관세, 임금·가격 동결이 핵심이었다. 겉으로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본질은 시장 가격 메커니즘을 행정적으로 억누르는 정책이었다.
가격통제는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 숫자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격 신호를 망가뜨린다. 어떤 산업은 가격 인상을 제한받고, 어떤 산업은 예외를 인정받는다. 자본과 노동이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호가 흐려진다.
더 큰 문제는 숨은 인플레이션이다. 가격을 누른다고 비용 상승 압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임금 인상 요구, 기업의 마진 회복 욕구, 공급 부족은 계속 쌓인다. 억눌린 가격은 규제가 완화되는 순간 더 크게 반영된다.
한국 경제도 이 교훈에서 자유롭지 않다. 부동산, 에너지, 노동비용, 환율, 필수소비재 가격을 규제와 보조금으로 누른다고 실제 비용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비용은 다른 가격으로 이동하거나, 통계 밖에 쌓이거나, 나중에 더 큰 가격 조정으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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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I 시대 한국 경제: 생산성은 오르지만 고용은 줄어든다
AI는 한국 경제에 생산성 상승의 기회를 제공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전력기기, 바이오, 금융, 소프트웨어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AI는 비용 절감과 효율 개선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은행은 AI 도입이 한국의 생산성과 GDP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국내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AI 도입의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고, AI의 혜택과 충격이 노동자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AI는 일부 근로자에게 생산성 보완 효과를 주지만, 다른 근로자에게는 대체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
문제는 생산성 향상이 곧바로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은행 분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 21.1만 개 가운데 20.8만 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반면 50대 일자리는 같은 기간 증가했다. (매일경제)
이는 AI가 신입과 주니어에게 더 큰 압박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 작성, 자료 정리, 기초 분석, 반복 사무, 단순 코딩, 고객 응대는 AI가 대체하기 쉬운 영역이다. 반면 경력자의 조직관리, 의사결정, 대인관계, 암묵지는 AI와 보완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결국 한국 노동시장은 고용 없는 생산성 성장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이익률은 개선된다. 대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청년층은 취업시장 진입 단계에서 더 큰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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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동시장: 고임금 내부자와 저기회 외부자의 분리
AI가 신규 노동 수요를 줄이는 가운데, 노동 규범 변화는 기업의 채용 결정을 더 보수적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노동 리스크 평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 논의와 연결된다. 핵심 쟁점은 사용자 범위, 노동쟁의 범위, 손해배상 책임 구조이다. 이 법은 노동권 보호와 하청 노동자 교섭권 확대라는 취지를 가진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사용자 책임 확대와 쟁의 리스크 증가 가능성을 우려한다. (자유기업원)
이 변화는 기존 노동자에게는 보호 강화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의 고정비와 불확실성이 커진다. 한번 고용한 인력을 조정하기 어려워질수록 기업은 신규채용에 더 신중해진다.
그 결과 노동시장은 고임금 내부자와 저기회 외부자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정규직, 전문직, 조직화된 노동자, 공공부문은 안정성을 유지한다. 반면 청년층,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 플랫폼 노동자는 더 불안정한 위치에 놓인다.
기업은 국내 신규채용보다 AI 자동화, 외주화, 해외 생산기지 이전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겉으로는 고용 보호가 강화되지만, 실제로는 노동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 '성과급·로봇·본사이전' 기업 경영권, 노봉법에 줄발목 … '괴물법', 국가 경제 통째 삼켜 |
| https://www.youtube.com/shorts/-h2-_vF-Axk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도 포괄임금, 동일임금, 정규직 같은 해묵고 경직된 노동시장은 이제 그만 접어두고, 능력에 따라 성과를 차등해서 배분받는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 |
6. 유가, 환율, 재정: 생활비 인플레이션의 압력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이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무역수지, 환율, 생산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는 유가를 다시 핵심 변수로 만들고 있다. IMF는 중동 전쟁이 지역 충격을 넘어 글로벌 충격으로 확산되었고,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으며 천연가스, 비료, 금속 가격도 함께 뛰었다고 평가했다. (IMF) 세계은행도 중동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2026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95~11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n Knowledge Repository)
한국에는 이 충격이 세 방향으로 들어온다.
첫째, 수입물가 상승이다. 원유, 천연가스, 곡물, 비료, 금속 가격이 오르면 생산비와 생활비가 동시에 오른다.
둘째,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이다. 에너지 수입액이 늘어나면 무역수지 부담이 커진다. 지정학 리스크가 커질수록 원화도 약세 압력을 받기 쉽다.
셋째, 실질소득 감소이다. 임금이 오르더라도 식료품, 에너지, 교통비, 주거비가 더 빠르게 오르면 가계의 실제 구매력은 줄어든다.
여기에 확장재정이 결합되면 정책 딜레마가 커진다. 재정은 위기 대응에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 투자보다 현금성 지원과 가격 보조에 집중되면 공급능력은 개선되지 않는다. 단기 소비는 떠받칠 수 있지만, 물가와 환율 부담은 다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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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tradingeconomics.com/commodity/crude-o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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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부동산: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트리플 상승 체제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숨은 인플레이션은 부동산과 주거비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의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매매가격, 전세가격, 월세가격이 동시에 압력을 받는 트리플 상승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는 여러 규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대출규제, 토지거래허가제, 도심 내 공급규제, 다주택자 규제, 임대차 규제, 세제 부담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 조합은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래와 공급을 동시에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다주택자 중과세는 매물 잠김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도를 미루거나, 증여와 장기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시장은 거래절벽 속 가격 상승이라는 비정상적 구조로 이동한다. 매물은 줄고, 거래량은 감소한다. 하지만 핵심지의 실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거래 가능한 물건이 줄어들수록 가격은 더 단단해진다.
임대차 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1~2월 누계 기준 전국 임대차 시장의 월세 비중은 68.3%까지 상승했다. 2022년 47.1%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이다.
이 구조에서는 매매, 전세, 월세가 동시에 오를 수 있다.
매매가격은 거래절벽 속에서도 공급 부족과 매물 잠김 때문에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전세가격은 매수하지 못한 실수요자가 임차시장에 남으면서 상승 압력을 받는다.
월세가격은 전세의 월세화, 금리 부담, 보증금 리스크 회피가 겹치면서 구조적으로 오른다.
이는 닉슨식 가격통제와 닮아 있다. 가격을 직접 통제하거나 거래를 억제하면 표면적인 가격 상승은 잠시 둔화될 수 있다. 그러나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요는 임대시장으로 이동한다. 공급자는 신규 공급을 미룬다. 임대인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
결국 부동산 규제는 매매가격을 누르는 대신 주거비 인플레이션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8988 |
8. 한국형 스태그플레이션: 숫자는 버티지만 체감경제는 나빠진다
앞으로 한국 경제의 현실적인 경로는 급격한 붕괴보다 체감형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깝다.
한국 시장 전체의 할인율을 높이더라도, 반도체, 전력기기, 방산, 조선, AI 인프라, 일부 금융업은 글로벌 수요와 산업 사이클 덕분에 별도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내수경제는 다르게 움직인다. 청년 고용은 줄고, 주거비는 오르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도 상승한다. 노동시장 내부자는 보호되지만 외부자는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는 다음과 같은 이중구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GDP 성장률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가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훨씬 나빠질 수 있다. 자산을 가진 사람은 인플레이션을 자산가격으로 방어한다. 반면 청년층과 무주택자는 임금보다 빠르게 오르는 주거비와 생활비를 직접 감당한다.
결국 한국 경제는 국가 전체의 성장률과 개인의 생활 안정이 분리되는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9. 10~20년 전망: 안정 선호 사회와 AI 혁신 자본주의 사이의 갈림길
그린스펀의 틀로 보면 한국 경제의 장기 분기점은 분명하다.
한국 사회가 위험부담을 다시 생산적으로 설계하면 AI는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된다. 반대로 위험부담을 회피하고, 안정된 직업·규제·보조금·가격통제에 더 의존하면 AI는 고용불안과 양극화를 키우는 충격이 된다.
앞으로 한국 경제는 세 단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2026~2028년: 스태그플레이션형 압박
이 시기에는 유가, 환율, 주거비, 재정지출, 노동비용이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러우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은 수입물가 상승과 원화 약세 압력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반도체, AI 인프라, 전력기기, 방산, 조선 등 수출 대기업은 성장률을 방어한다. 그러나 내수 자영업, 중소 제조업, 청년층의 체감경기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다주택자 중과세와 각종 규제로 매물은 잠기고, 거래량은 줄어든다. 동시에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2028~2033년: 고용 없는 생산성 성장
AI 도입이 본격화되면 기업의 생산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생산성 상승이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신입을 대규모로 채용하기보다, 기존 인력에 AI를 결합해 더 많은 산출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대기업의 이익률은 개선될 수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전력기기, 바이오, 금융, 소프트웨어 등 AI 활용도가 높은 산업은 인력 증가 없이 매출과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반면 청년층은 취업 기회 축소를 경험한다. 노동시장은 고임금 정규직, 전문직, 공공부문, 대기업 내부자와 청년층,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로 더 나뉜다.
2033~2040년: 사회적 선택의 결과가 드러나는 구간
이 시기에는 한국 사회가 어떤 제도적 선택을 했는지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첫 번째는 고복지·저역동성 경로이다. 사회안전망은 더 두터워지고, 노동보호와 규제는 강화된다. 단기적으로는 더 안전한 사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창업, 투자, 고용 창출, 생산성 개선의 속도는 느려진다. 그 결과 저성장과 고비용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
두 번째는 AI 생산성 공유형 경로이다. 정부가 가격통제보다 공급 확대, 고용보호보다 노동 이동성, 현금성 복지보다 생산성 투자, 부동산 규제보다 주택 공급 정상화에 집중하는 경로이다. 이 경우 AI는 고용 파괴의 충격을 줄이고 산업 전환의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
현재의 정책 조합만 놓고 보면 첫 번째 경로의 위험이 더 커 보인다. 안정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복지와 규제는 확대되며, 가격을 직접 통제하려는 유혹도 강하다.
10. 최종 판단: 한국 경제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 설계에 있다
AI 시대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기술 변화에 대응해야 할 정책 방향이 오히려 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스펀의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성장 엔진은 위험부담과 보상이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하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창업, 투자, 혁신, 노동 이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최근 정책 방향은 이와 반대로 보인다.
부동산은 공급 확대보다 규제로 가격을 누르려 한다.
재정은 생산성 투자보다 보조금에 기울어 있다.
노동정책은 노동 이동성보다 고용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사회정책은 위험부담의 제도적 복원보다 복지 확대에 더 무게를 둔다.
이 조합은 단기적으로 안전한 사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비용은 다른 형태로 돌아온다.
부동산 규제는 매물 잠김과 주거비 상승으로 돌아온다.
보조금은 재정 부담과 환율 압력으로 돌아온다.
고용 보호는 신규채용 축소로 돌아온다.
복지 확대는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으로 돌아온다.
위험 회피 문화는 창업과 혁신의 약화로 돌아온다.
결국 한국 경제의 문제는 자본주의가 너무 냉혹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위험부담과 보상 구조가 약해지고, 그 빈자리를 규제·보조금·고용보호·복지가 채우면서 경제의 자생력이 떨어지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이다.
AI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생산성이 청년 고용, 주거 안정, 창업, 노동 이동, 재도전 시스템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사회는 더 불안정해진다. 기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낸다. 자산 보유자는 인플레이션을 자산가격으로 방어한다. 반면 청년층, 무주택자, 중소기업, 자영업자는 생활비와 고용 불안을 직접 감당한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경제는 다음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다.
국가는 성장하지만, 개인은 더 불안해진다.
기업 이익은 늘지만, 청년 고용은 줄어든다.
CPI는 관리되는 듯 보이지만, 생활비는 오른다.
부동산 가격은 눌릴 수 있지만, 전세와 월세는 오른다.
복지는 확대되지만, 그 비용은 세금·환율·물가·저성장으로 돌아온다.
기존 정규직은 보호받지만, 신규 진입자는 더 좁아진 문을 통과해야 한다.
닉슨–아서 번스 시기의 교훈도 같다. 가격을 눌러도 인플레이션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 신호를 왜곡하면 비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한국에서는 그 비용이 월세, 전세, 식료품, 에너지, 환율, 세금, 사회보험료, 자산가격의 형태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11. 밀턴 프리드먼이라면 무엇을 경고했을까
마지막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관점을 빌리면, 이번 글의 결론은 더 분명해진다. 프리드먼에게 핵심은 단순히 “작은 정부”가 아니었다. 그는 정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그 과정에서 강제의 비용과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얼마나 커지는지를 보았다.
아마 프리드먼이라면 지금의 한국 정부에 다섯 가지를 경고했을 것이다.
첫째, 의도가 아니라 결과를 보라고 했을 것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 주거 안정, 노동자 보호, 서민 지원, 복지 확대라는 선한 의도를 내세운다. 그러나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되어야 한다. 부동산을 규제로 누르면 집값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매물이 잠기고 전세와 월세가 오를 수 있다. 보조금을 늘리면 민생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재정 부담과 환율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고용을 보호하면 노동자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규채용 축소와 청년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정치 메커니즘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시장은 각자가 원하는 선택을 하게 한다. 반면 정치는 하나의 결정을 모두에게 강제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세대, 자산, 지역, 직업, 계층 간 이해관계가 크게 갈라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가격, 임금, 노동관계, 복지, 산업정책을 더 많이 결정하려 하면 갈등은 줄어들기보다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 조정되어야 할 문제가 정치의 영역으로 이동하면, 경제 문제는 곧 사회 갈등이 된다.
셋째, 가격 신호를 왜곡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 희소성, 위험, 기대를 압축한 신호이다. 부동산 가격, 임금, 금리, 환율, 에너지 가격을 행정적으로 억누르면 숫자는 잠시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신호가 왜곡되면 자본과 노동은 잘못 배분된다. 그 비용은 나중에 더 높은 주거비, 더 높은 물가, 더 낮은 고용으로 돌아온다.
넷째,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리라고 했을 것이다.
프리드먼은 정부 실패가 시장 실패 못지않게 심각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개입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이해관계와 기득권을 만들 수 있다. 규제는 한번 생기면 사라지기 어렵고, 보조금은 한번 지급되면 줄이기 어렵다. 보호받는 집단은 더 강한 보호를 요구하고, 그 비용은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가된다.
한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기존 정규직은 더 보호받지만 신규 진입자는 더 어려워진다. 다주택자 규제는 매물을 줄이고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복지 확대는 단기적으로 안정감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을 높인다. 보조금은 고통을 줄여주는 듯 보이지만, 구조개혁을 미루게 만든다.
다섯째,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회복하라고 했을 것이다.
프리드먼은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선택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물론 타인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정부 개입의 근거가 생긴다. 그러나 자기 책임의 영역까지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개인은 선택의 주체가 아니라 정책의 대상이 된다.
이 관점에서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통제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위험부담의 제도적 복원이다.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하면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는 성장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은 규제가 적고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
12. 정부 실패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고치겠다는 명분으로 가격, 노동, 자본, 부동산, 복지, 산업정책을 점점 더 많이 통제하려 할수록 경제의 자생력은 약해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보호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전 의지와 투자 유인이 약해진다.
지금 한국 사회가 느끼는 피로감도 여기서 온다. 노력해도 집을 사기 어렵고, 공부해도 좋은 일자리는 줄어든다. 기업은 국내 채용보다 자동화와 해외 이전을 선택하고, 정부는 구조개혁보다 보조금과 규제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 겉으로는 안전망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쪽에서는 사회의 역동성이 천천히 약해지고 있다.
AI 시대의 승자는 정부가 가장 많이 보호해주는 나라가 아니다. 위험을 감수한 사람에게 보상하고,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도전할 길을 열어주며, 시장 신호를 왜곡하지 않는 나라가 결국 더 오래 성장한다.
한국 경제가 경계해야 할 미래는 갑작스러운 붕괴가 아니다. 더 위험한 것은 천천히 자유와 역동성을 잃어가는 사회이다.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줄이려다 자본주의의 성장 엔진까지 꺼뜨리는 순간, 한국은 AI 시대의 승자가 아니라 높은 비용과 낮은 기회가 고착된 사회로 밀려날 수 있다.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5210 |
| “서울선 전세 못 버텨”… 세입자들 경기로 밀렸다 |
신념이 과해서 그런가?
어떻게 흘러갈지 뻔한데, 용감하긴 하네.. ㄷㄷ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