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의 『격동의 시대』는 2006년에 집필되어 2007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보면 현재의 고령화, 세계화의 후퇴, 보호무역·관세, 부채와 금리, AI·기술 패권 경쟁까지 상당 부분을 미리 짚어 놓은 책처럼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나는 **18장(경상수지와 부채)**와 **20장(그린스펀의 수수께끼)**이 지금의 거시환경과 자본 흐름, 그리고 앞으로의 위험을 읽는 데 핵심적인 두 축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에서는 이 두 장의 내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고, 2025년 현재의 현실과 연결해보고자 한다.
1. 부채와 경상수지에 대한 그린스펀의 시각 (18장)
1) 부채는 왜 경제발전과 함께 늘어나는가
그린스펀의 출발점은 간단하지만 중요하다.
시장경제에서 부채의 증가는 “문제의 징후”가 아니라,
분업·전문화·생산성 향상의 “불가피한 부산물”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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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과 전문화의 범위가 넓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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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이 높아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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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체들이 처리하는 거래·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진다.
이 과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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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정부의 **대차대조표 규모(자산과 부채)**가 소득보다 더 빠르게 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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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소득 대비 부채비율, GDP 대비 비금융부문 부채비율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린스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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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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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총 비금융 부채비율 상승
이 그 자체만으로는 경제적 압박이나 위기의 충분조건이 아니라고 본다.
그에게 중요한 질문은 다음 두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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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채가 어떤 자산·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쌓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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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능력을 뒷받침하는 생산성과 소득 창출 능력이 유지·확대되고 있는가
즉, 그는 “부채비율이 높다”는 숫자에만 집착하는 시각을 균형 잡히지 못한 공포로 본다.
2) 미국 경상수지 적자: 위기 시한폭탄인가, 구조적 균형인가
이 부채에 대한 관점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로 확장된다.
과거부터 미국의 대외수지 적자 확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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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치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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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반복적으로 위기론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이 공포를 상당 부분 과장된 우려로 본다.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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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확대 → 지속 가능한 적자·흑자 규모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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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GDP와 교역·자본 이동의 절대 규모가 크게 커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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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이 감당할 수 있는 경상수지 흑자·적자의 절대 규모도 과거보다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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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숫자만 과거와 단순 비교해 “규모가 크다 → 붕괴 임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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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기축통화 지위와 미국 자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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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여전히 국제결제·외환보유·자산배분의 중심 통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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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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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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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 보호와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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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유동성이 풍부한 금융시장
덕분에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시장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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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전 세계의 잉여저축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이는 경상수지 적자로 유출된 달러를 금융계정(자본유입)에서 다시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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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혁신과 Home Bias의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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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과 정보 접근성 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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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지리적 시야는 넓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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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자산에만 과도하게 투자하던 **Home Bias(자국 편중)**는 약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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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에 대한 위험 인식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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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이 높은 지역·자산으로 자본이 이동하는데, 그 대표적인 수혜자가 미국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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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를 전제하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이 위험조정 기준으로 가장 매력적인 자산을 제공하고 있고,
전 세계가 그 자산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균형 결과”
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경상수지 적자 자체는 특별한 경제적 의미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까지 말한다. 핵심은 적자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적자가 어떤 구조 위에서, 어떤 자산과 생산성을 동반하며 형성되는가이다.
3) 경상수지 공포의 뿌리: 중상주의의 오래된 그림자
그린스펀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경상수지 적자가 왜 문제인가”라는 대중적 인식의 뿌리가
18세기 중상주의 시대의 사고방식에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그 시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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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지 흑자 = 금의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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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보유량 = 국부의 핵심 척도
였기 때문에, 흑자는 곧 국가의 힘이었고 적자는 곧 약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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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태환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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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글로벌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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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자본 이동
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이 존재한다.
이 환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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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건전, 적자=위험”**이라는 단순 등식에 집착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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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협소한 시각이라고 그는 비판한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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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적자는 고도화된 분업·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하나의 표지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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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흑자·적자는 수십 년, 어쩌면 수세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조정되는 장기 추세의 일부이다.
따라서 진짜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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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적자가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기술·자본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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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로 채무자의 지급능력(상환능력)이 장기적으로 강화되고 있는지이다.
4) 부채·레버리지와 금융혁신: 가능성과 위험
18장은 부채와 레버리지에 대해서도 중요한 논점을 제시한다.
그린스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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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 MBS, ABS 같은 신용 파생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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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선물 등 각종 금융혁신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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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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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세분화·이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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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로 금융시스템의 유연성 확대.
이러한 유연성 확대 덕분에, 어느 수준까지는
“리스크를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도
부채 레버리지를 더 높일 수 있다”
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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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의 증권화(M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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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소비자신용의 유동화(ABS)
등은 가계·기업이 장기간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를 유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는 경제 전체의 투자·소비 여력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과거의 부채·레버리지 우려에 대해,
“가계와 기업의 재무관리 능력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고 말한다. 즉, 경제주체들이 생각만큼 무지하거나 무책임하지 않으며, 새로운 금융 수단을 활용해 스스로 위험을 조정·관리할 수 있다는 낙관이 깔려 있다.
물론,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의 세계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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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구조화증권과 과도한 레버리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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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분산시키기보다 오히려 시스템 전반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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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오늘의 관점에서는, 그린스펀의 논리 위에 다음 한 줄을 반드시 덧붙여야 한다.
레버리지의 수준만이 아니라,
그 레버리지가 어떤 자산·현금흐름·규제·투명성 구조 위에 얹혀 있는지가 핵심이다.
5) 2025년 현실에서 다시 본 18장: AI와 자본 이동, 그리고 체감
2025년 말의 현실에서 18장을 다시 읽어보면, 그린스펀의 프레임은 여전히 상당 부분 유효하다.
첫째, 미국 자산의 매력은 여전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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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급망, 클라우드, 반도체 설계 등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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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기대와 선호는 여전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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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의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을 여타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시키는 요인이다.
둘째, AI 덕분에 Home Bias는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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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만 보더라도, 이제는 해외 IB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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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해 해외 기업 공시, 현지 뉴스, 정책 문서까지 직접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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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2년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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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이 급격히 낮아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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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양뿐 아니라 질의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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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확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즉, 그린스펀이 말한
“정보격차 축소 → Home Bias 약화 → 자본의 효율적 이동”
이라는 메커니즘이 AI를 통해 한 단계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경상수지 적자 공포론은 아직 현실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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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여전히 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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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 “달러 붕괴”를 단정하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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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제도·군사·동맹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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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깊이와 유동성
등이 여전히 미국 쪽에 크게 기울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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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18장에서 그린스펀은
“부채와 경상수지는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생산성과 제도·자본 이동 구조 속에서 읽어야 한다”는 시각을 제시했고,
2025년의 현실은 아직까지 그의 프레임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라고 정리할 수 있다.
2. “그린스펀의 수수께끼”와 세계화·인구구조 (20장)
이제 20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금리·세계화·인구구조로 확장된다.
1) 2004~2005년: 기준금리는 오르는데 장기금리는 내려간 수수께끼
2004년, 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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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초저금리와 주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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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FFR)를 1%에서 점진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정상적”이라면 함께 올라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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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미 국채금리 등 장기금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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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하락하거나 거의 오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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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은 이 현상을 두고 **“그린스펀의 수수께끼(Greenspan’s Conundrum)”**라고 부르며, 그 배후에 세계화·인구구조·글로벌 저축 과잉이라는 구조적 힘이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2) 냉전 종식, 중국 개방, 글로벌 저축 과잉
그가 제시하는 설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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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구소련의 시장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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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동유럽·구소련 국가들이 시장경제에 편입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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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상대적으로 숙련된 노동력이 글로벌 노동시장에 대거 유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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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개혁·개방과 WTO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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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경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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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인구가 도시·산업 부문으로 이동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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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유효 노동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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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의 고저축·대규모 대외흑자와 미국 국채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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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아시아 신흥국·산유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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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장률과 절약 성향을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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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저축률과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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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를 쌓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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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하며 장기금리를 눌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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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합쳐져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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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임금·물가 상승 압력 억제(디스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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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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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이 미국 국채시장으로 몰리며 장기금리가 내려가 버리는 수수께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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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균형점 이동
이 세계화·인구구조 변화는 분배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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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중·하위 노동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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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저임금 노동과 경쟁해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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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일자리 일부가 해외로 이전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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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협상력과 소득몫이 약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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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본·기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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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산기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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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를 활용한 레버리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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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혁신 활용 등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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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소득의 균형점을 자본 쪽으로 크게 이동시키는 수십 년을 보냈다.
따라서 20장은,
세계화와 인구구조 변화가
저물가·저금리·고자산가치·소득 불균형이라는 하나의 “패키지”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를 설명하는 장
이라고 볼 수 있다.
3. 구조적 힘의 역전: 디스인플레이션에서 구조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제 18장과 20장의 내용을 2020년대 현실에 대입해 보면, 우리는 그때와 정반대 방향의 구조적 힘이 나타나고 있는 국면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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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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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공급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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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의료 등 사회복지 지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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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압력 확대
를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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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정체와 탈세계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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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략 경쟁, 국가안보·공급망 이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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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 프렌드쇼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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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수출통제·보조금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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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용과 물가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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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저물가·저금리” 체제의 종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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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를 가능하게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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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노동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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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디스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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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의 고저축 구조는 약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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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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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금리가 2010년대 수준으로 다시 내려앉기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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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임금·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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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흥국 성장 둔화, 기술·제도, 그리고 자본 흐름의 재편
2000년대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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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아시아 신흥국·산유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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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고저축·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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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에 자본을 공급하는 구조가 뚜렷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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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그림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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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흥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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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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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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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잉투자 후유증에 직면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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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처럼 **“선진국보다 항상 훨씬 빠른 성장”**을 전제하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자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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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정치·재산권 리스크가 큰 곳을 회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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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재산권 보호·제도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로 선별적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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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AI·기술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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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안정된 제도·법치·시장 인프라
가 결합되며, 그린스펀이 말했던
“미국 자산의 위험조정 기대수익률 우위”
라는 구조는 아직 완전히 깨지지 않은 상태이다.
AI의 발전은 여기에 또 다른 층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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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비대칭을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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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분석의 효율을 높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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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관 모두에게 해외투자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앞서 말했듯, 내 체감만 봐도 AI 도입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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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IB 리포트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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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자료를 읽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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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에 대한 심리적·정보적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이는 그린스펀이 예견한
“정보혁신 → Home Bias 약화 → 자본의 효율적 이동”
이라는 메커니즘이 AI 시대에 다시 한 번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5. 인구·복지·부채와 중앙은행 독립성
마지막으로, 그린스펀은 20장에서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를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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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사회복지 지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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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와 부채 누적이 진행될수록,
정치권에는 항상 다음과 같은 유혹이 생긴다.
“재정을 정면으로 조정하기보다는,
저금리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 부담을 희석하고 싶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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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새겨진 절대불변의 원칙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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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장·유권자의 합의 위에서 유지되는 ‘깨지기 쉬운 제도적 관행’**에 가깝다고 본다.
자신의 재임기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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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인구구조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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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비교적 여유 있게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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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에 가까웠다고 평가한다.
반대로 앞으로의 중앙은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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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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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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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복지지출 확대라는 조합 속에서
정치적 압력과 독립성 사이의 긴장을 훨씬 더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를 남긴다.
6. 결론: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보는 법
18장과 20장을 함께 읽고 2025년의 현실과 연결해보면, 그린스펀이 던지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압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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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경상수지·금리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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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경상수지 적자 규모, 장단기 금리 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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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위기냐 아니냐를 말해주는 지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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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 세계화, 분업·전문화, 자본 흐름, 제도·정치의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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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적자는 중상주의적 강박에서 벗어나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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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건전, 적자=위험”이라는 이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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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본위와 중상주의 시대의 유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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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유입 자본의 질, 투자처, 지급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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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인구구조의 방향이 바뀌면,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성격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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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를 낳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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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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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디스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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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고저축 구조는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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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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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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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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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공급망 재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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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인플레이션·고금리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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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술·제도는 자본 흐름의 방향을 다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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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격차 축소와 Home Bias 약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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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조정 수익률이 높은 자산으로의 자본 이동을 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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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술우위와 제도 신뢰가 유지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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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달러 붕괴론”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부채를 해석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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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독립성은 인구·복지·부채 정치와 맞물려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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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복지지출, 부채 누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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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을 정치화하려는 유혹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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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통화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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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변수뿐 아니라 정치·재정과의 힘겨루기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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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린스펀이 18장과 20장에서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다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채와 경상수지, 금리를 숫자로만 보지 말고,
그 뒤에 움직이는 인구·세계화·분업·자본·제도의 구조 자체를 읽어라.
2025년의 현실에서 보면,
우리는 그가 분석했던 저물가·저금리·세계화의 시대가 끝나가는 과정에 서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가 남긴 이 구조적 프레임이 앞으로의 고물가·고금리·탈세계화·AI 패권 경쟁의 시대를 해석하는 데 더 필요한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앨런 그린스펀은 말미에서, 장기 실질이자율에 대한 하향 조정 압력이 점점 세계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과연 그 요인에 대해 자신들이 얼마나 통제력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지난 10~20년간의 장기 이자율 하락을 가져온 데 있어, 정부 정책이나 중앙은행의 반인플레이션 통화·신용정책이 과연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문을 남긴다.
만약 그의 의심이 맞다면, 앞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반세계화와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시장 힘에 밀려 점차 그 효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그 결과 통화정책의 역할과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연준의 독립성 자체도 상시적으로 의문과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 통제가능성에 대한 위협이 재발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격동의시대 책의 말미에 그가 남긴
“더 멀리 과거를 돌아볼 수 있을수록 더 멀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The longer you can look back, the farther you can look forward)”
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