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7일 월요일

생각정리 235 (* Rambus)

이전글에 이어 Rambus 개별기업에 대해 추가 리서치를 이어나가본다.
뭔가 더 공부해놓은 좋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수매도 
추천 아님.


Rambus 투자포인트 요약


AI와 Physical AI 시대, 메모리 데이터 이동 병목의 관문을 지키는 기업


1. 단기 주가 하락은 수요 훼손보다 공급망 병목 이슈



최근 Rambus 주가 하락의 핵심 원인은 OSAT 공급망 회복 지연, DRAM 공급제약, 제품 출하 타이밍 둔화다. 시장은 Q1 실적 발표 이후 제품 매출 회복 속도와 마진 안정화 시점을 우려했고, 고성장 기대가 반영된 주가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크게 반영됐다.

다만 이번 이슈를 Rambus 제품 수요의 구조적 둔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경영진은 Q1의 OSAT 관련 이슈가 해결됐고, 현재는 공급망을 재안정화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또한 Q2 제품 매출은 가이던스 중간값 기준 순차 성장을 제시했고, 데이터센터와 AI inference, Agentic AI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이번 실적 불확실성은 수요 부진보다 출하·후공정·검증 일정의 문제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Rambus가 팔 제품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강한 AI 서버향 메모리 수요를 물리적 공급망이 따라가는 과정에서 병목이 발생한 것이다.


2. Rambus의 본질은 “메모리 데이터 이동 관문” 기업




Rambus는 단순 DDR5 사이클 업체가 아니다.
동사의 핵심 제품과 IP는 AI 시스템 안에서 데이터가 메모리와 연산기 사이를 이동하는 경계면에 위치한다.



핵심은 Rambus가 메모리를 직접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메모리가 고속·고용량 환경에서 제대로 쓰이도록 하는 인터페이스 칩과 IP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이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Rambus의 실적 민감도가 단순 DRAM 가격보다는 아래 변수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서버 CPU 주변의 메모리 채널 수와 DIMM 수 증가
둘째, DDR5 세대 전환에 따른 RCD 채택 확대
셋째, MRDIMM 전환 시 모듈당 칩 콘텐츠 증가
넷째, HBM·DDR·LPDDR·PCIe·CXL 관련 Silicon IP 수요 확대

AI 시대의 병목은 단순 연산량 부족에만 있지 않다. 모델이 커지고, inference가 복잡해지고, agent가 더 많은 도구와 외부 데이터를 호출할수록 병목은 점점 메모리 접근과 데이터 이동으로 이동한다. Rambus는 바로 이 지점에서 수익을 낸다.


3. RCD는 선택재가 아니라 AI 서버 메모리의 필수 부품


AI 서버에서는 CPU 주변 메모리의 용량과 대역폭 요구가 계속 커진다.
이때 고속·고용량 RDIMM을 안정적으로 동작시키려면 RCD가 필요하다.


RCD는 CPU memory controller가 보낸 command/address/clock 신호를 RDIMM 내부 DRAM 칩들에 안정적으로 분배한다. 고속·고용량 서버 메모리에서는 신호무결성, 전력무결성, 타이밍 마진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RCD는 단순 부가 칩이 아니라 CPU-attached memory 확장에 필요한 필수 인터페이스 칩에 가깝다.

따라서 AI 서버용 DDR5 RCD는 전통적인 메모리 사이클 부품으로만 보기 어렵다. Rambus 제품 수요는 단순 DRAM 가격보다 아래 변수에 더 민감해진다.



즉 Rambus의 제품 수요는 메모리 가격 사이클보다 AI 서버 메모리 아키텍처의 고도화와 더 깊게 연결된다.

Rambus 경영진도 컨퍼런스에서 RCD TAM을 약 8억 달러, DDR5 companion chip TAM을 약 6억 달러, MRDIMM이 추가로 약 6억 달러의 TAM을 더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구조적으로는 **“서버 수요 성장 × DIMM 고속화 × 칩 콘텐츠 증가 × 점유율 유지”**가 동시에 맞물릴 수 있다. 


4. Physical AI와 Agentic AI는 Rambus의 장기 수요를 강화


앞으로 AI는 디지털 세계의 텍스트·이미지·코드 생성에 머물지 않고, 로봇, 자율주행, 산업 자동화, 휴머노이드, 물류, 제조, 국방, 의료기기 등 물리세계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Physical AI가 확산되면 AI 시스템은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다룬다.



AI 지능이 높아질수록 모델은 더 많은 데이터, 더 긴 컨텍스트, 더 많은 추론 단계를 요구한다. Scaling law가 여전히 유효한 방향으로 AI가 발전한다면, 그 결과는 단순 compute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메모리 용량, 메모리 대역폭, 데이터 이동량이 함께 증가한다.

이 지점에서 Rambus의 사업모델과 AI 발전 방향이 맞닿는다.
Rambus는 DRAM bit 자체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더 많은 데이터가 연산기와 메모리 사이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인터페이스 칩과 컨트롤러 IP를 제공한다.

AI가 더 지능화되고 물리세계로 확장될수록, 더 많은 메모리와 더 빠른 데이터 이동이 필요하다. Rambus는 그 이동 경계면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5. MRDIMM과 SOCAMM2는 장기 성장 옵션


Rambus의 성장 포인트는 RCD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MRDIMM이 확산되면 Rambus는 MRCD + MDB + PMIC + SPD Hub로 모듈당 콘텐츠를 크게 늘릴 수 있다. 기존 RDIMM에서는 RCD 중심이었다면, MRDIMM에서는 모듈당 Rambus가 공급할 수 있는 칩 수와 가치가 커진다.

이번 콜에서도 경영진은 MRDIMM 관련 기회를 약 6억 달러 SAM으로 보고 있으며, 본격적인 램프는 2027년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SOCAMM2도 중요하다. SOCAMM2는 LPDDR 기반 AI 서버 메모리 모듈로, 단기 매출 기여는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전력 AI 서버 메모리 계층으로 확장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이 중요해지고, AI 서버 메모리 구조가 HBM, DDR5, MRDIMM, LPDDR, CXL 등으로 계층화될수록 Rambus의 접근 가능한 시장도 넓어진다.

즉 Rambus는 DDR5 RDIMM뿐 아니라 MRDIMM, LPDDR 서버 모듈, HBM Controller IP, CXL/PCIe IP까지 AI 메모리 계층화 전반에 노출돼 있다.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직접 수혜: DDR5 RCD, PMIC, SPD Hub, MRCD, MDB 등 서버 메모리 모듈용 칩
준직접 수혜: Agentic AI 확산에 따른 CPU 서버·메모리 용량·대역폭 증가
옵션 수혜: HBM4E, CXL, PCIe, Security IP, SOCAMM2 같은 차세대 아키텍처 IP
장기 테마 수혜: Physical AI, 로봇, 자율주행, 산업 자동화


6. 로열티·IP 사업은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높인다


Rambus의 장점은 Product 사업만 있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동사는 Product 매출 외에도 로열티·IP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장기 특허 라이선스와 Silicon IP 매출은 Rambus 현금흐름의 바닥을 만든다. Product 사업은 OSAT 병목, DRAM 공급, 플랫폼 전환 시점에 따라 분기별 변동성이 생길 수 있지만, 로열티·IP 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한다.

이 구조는 Rambus의 사업 변동성을 완충한다.
제품 매출이 강하게 성장할 때는 upside를 제공하고, 제품 출하가 일시적으로 흔들릴 때는 로열티·IP 매출이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유지해준다.

따라서 Rambus는 단순 제품 회사보다 질 좋은 수익 구조를 갖는다.
Product는 성장성, Royalty/IP는 안정성을 담당하는 구조다.


7. 낮은 자본집약도는 FCF와 ROIC 개선의 핵심


Rambus의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은 낮은 자본집약도다.

Rambus는 자체 팹을 보유하지 않는 fabless/IP 혼합 모델이다. RCD, PMIC, SPD Hub, MRCD, MDB 등 Product 제품은 Rambus가 설계하고 외부 파운드리와 OSAT를 활용해 생산한다. Silicon IP와 로열티 사업은 물리적 제조 부담이 더 낮다.

이 때문에 매출이 증가해도 Capex가 크게 늘지 않는다.
매출 증가분이 대규모 설비투자로 흡수되지 않고, 이익과 FCF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

이 구조 덕분에 Rambus는 최근 몇 년 사이 저Capex·고마진·고FCF·고ROIC 구조로 재평가될 수 있는 회사가 됐다.

특히 AI 서버에서 메모리 이동과 인터페이스 병목이 커질수록 Rambus의 RCD, MRCD, MDB, PMIC, SPD Hub와 HBM·DDR·PCIe·CXL·Security IP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8. 재무구조 개선은 사업모델 전환의 결과

최근 Rambus의 FCF, 현금성자산, ROE, ROIC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는 단순 비용 절감이나 일시적 호황보다 AI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터페이스 수요가 Rambus의 사업모델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제품 매출의 성장축 전환이다.
DDR5 RCD와 신규 memory interface chips가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맞물리며 제품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둘째, 로열티·IP 사업의 안정성이다.
장기 특허 라이선스와 Silicon IP 매출이 현금흐름의 바닥을 만들고, 제품 사업 변동성을 완충했다.

셋째, 낮은 자본집약도다.
fabless/IP 모델이기 때문에 매출이 증가해도 Capex가 크게 늘지 않았고, 이익이 FCF로 빠르게 전환됐다.

그래서 Rambus는 최근 몇 년 사이 저Capex·고마진·고FCF·고ROIC 구조로 재평가될 수 있는 회사가 됐다.

단기적으로 OSAT와 공급망 이슈가 분기 실적을 흔들 수는 있다. 그러나 FCF, ROIC, 현금성자산의 개선 방향은 Rambus가 과거보다 훨씬 질 좋은 회사로 변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최근 재무구조 개선은 단순 호황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터페이스 수요가 Rambus의 사업모델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9. 검증된 공급자라는 점도 중요


AI 서버 메모리 부품은 검증 리스크가 크다.
RCD, PMIC, SPD Hub, MRCD, MDB는 CPU 플랫폼, DRAM, 모듈 PCB와 함께 검증되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품을 쓰는 것은 플랫폼 일정과 수율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이 시장에서 Rambus의 장점은 이미 검증된 공급자라는 점이다. 경영진은 2025년 말 기준 제품 점유율이 mid-40% 수준이었고, 2026년에도 점유율 훼손 징후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단순 시장점유율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고속 메모리 세대로 갈수록 고객은 가격보다 검증된 성능, 낮은 qualification risk, 안정적 공급, 세대 전환 대응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

Rambus의 40% 중반대 점유율은 향후 Gen5, MRDIMM, companion chips로 확장될 때도 고객 채택 가능성을 높이는 근거가 된다.


10. 투자포인트 요약






11. 최종 투자 논리


Rambus의 핵심은 “AI가 커질수록 DRAM이 많이 팔린다”는 단순 논리가 아니다.
더 정확한 논리는 다음이다.

AI가 더 지능화될수록 모델은 더 많은 compute, 더 많은 데이터, 더 긴 컨텍스트, 더 많은 추론 단계를 요구한다. AI가 물리세계로 확장될수록 센서·시뮬레이션·행동·환경 데이터가 폭증한다. 이 모든 데이터는 메모리와 연산기 사이를 이동해야 하며, 그 이동 경계면에서 Rambus의 제품과 IP가 필요해진다.

Rambus는 AI 시대의 가장 큰 칩을 만드는 회사도, HBM을 직접 제조하는 회사도 아니다. 그러나 AI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메모리 데이터 이동의 관문을 지키고 있다.

CPU-attached RDIMM/MRDIMM에서는 RCD, MRCD, MDB, PMIC, SPD Hub를 제공하고, 고객 AI 칩 내부에서는 HBM, DDR, LPDDR, PCIe, CXL, Security IP를 제공한다. 여기에 주요 메모리·반도체 고객과의 특허 라이선스 기반 로열티가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보완한다.

따라서 Rambus의 장기 투자포인트는 다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Rambus는 Physical AI와 Agentic AI 시대에 메모리 확장과 데이터 이동 병목이 커질수록 제품 채택률, 모듈당 콘텐츠, IP 라이선스 기회가 함께 확대되는 고FCF·고ROIC 메모리 인터페이스 플랫폼 기업이다.

현재의 OSAT와 DRAM 공급병목은 단기 실적 불확실성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AI가 더 지능화되고 물리세계로 확장될수록, 더 많은 메모리와 더 빠른 데이터 이동이 필요해진다는 방향은 Rambus의 사업모델과 정합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조정은 장기 수요 훼손보다, 구조적 수요를 공급망이 따라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기적 마찰로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끝

생각정리 234 (* Memory IP, Rambus)

이전 리서치에 이어 추가로 이번엔 메모리 IP에 대한 리서치 기록을 남겨본다.

생각정리 208 (* ARM CPU, TSMC, Memory)
생각정리 178 (* VAST Data, Optical Interconnect)
생각정리 176 (* Agent AI, VRAM) 


AI 시대의 숨은 병목: 왜 메모리 IP 사업이 중요해지는가


AI 인프라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GPU와 HBM이다.
GPU는 AI 모델을 계산하는 엔진이고, HBM은 그 GPU 옆에서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는 고속 메모리다.

하지만 AI 시스템이 커질수록 질문은 조금 달라진다.

GPU를 얼마나 많이 사느냐보다, 그 GPU가 멈추지 않도록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 질문의 중심에 메모리 계층이 있다.

메모리 계층이란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여러 단계의 구조를 뜻한다. GPU 옆의 HBM, CPU 주변의 DDR 메모리, CXL 메모리, SSD, 원격 스토리지까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 메모리 계층을 실제 반도체와 서버 안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기술이 메모리 IP다.

메모리 IP는 HBM, DDR, LPDDR, GDDR 같은 메모리를 칩에 연결하고 제어하기 위한 설계 자산이다. 대표적으로 메모리 컨트롤러, PHY, 인터페이스 IP, 검증 IP가 포함된다.

과거에는 반도체 설계의 한 부품처럼 보였던 영역이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시스템 성능과 전력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관문으로 올라오고 있다.


1. AI 발전의 병목은 두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1-1. 첫 번째 병목: 데이터 이동과 East-West 트래픽


초기 AI 인프라 경쟁의 중심은 GPU 연산 성능이었다.
더 많은 GPU, 더 빠른 GPU, 더 큰 모델이 중요한 키워드였다.

그러나 LLM과 Agent AI가 확산되면서 병목은 점점 연산 자체에서 데이터 이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LLM은 답변을 만들 때 이전 토큰의 계산 결과를 저장해둔다. 이를 KV 캐시라고 한다. 이전 계산 결과를 저장해두면 같은 계산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추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문제는 KV 캐시가 메모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컨텍스트가 길어질수록 KV 캐시는 커진다. 동시에 처리하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필요한 메모리는 더 빠르게 증가한다. NVIDIA도 긴 컨텍스트와 큰 배치 사이즈에서 KV 캐시가 메모리 병목을 만든다고 설명했고, NVFP4 KV cache를 통해 KV 캐시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50%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NVIDIA Developer)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시작된다.

KV 캐시와 에이전트 컨텍스트가 GPU HBM 안에만 머무르기 어려워지면, 데이터는 GPU HBM, CPU DRAM, CXL 메모리, NVMe SSD, 원격 스토리지 사이를 이동하기 시작한다.

즉, 데이터가 한 곳에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메모리 계층 사이를 계속 오가는 구조가 된다.

이때 서버 안에서만 움직이는 데이터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긴다. GPU와 GPU, 서버와 서버, 랙과 랙 사이를 오가는 East-West 트래픽이 급증한다.

데이터가 멀리 이동할수록 전력 소모도 커진다. 지연시간도 길어진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계산보다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이 더 큰 병목이 되는 순간이 생긴다.

그래서 앞으로의 AI 인프라 경쟁력은 GPU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얼마나 가까운 곳에 두는가.
얼마나 적은 전력으로 이동시키는가.
필요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다시 불러오는가.

이 세 가지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NVIDIA가 BlueField-4 기반 CMX(Context Memory Storage Platform)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NVIDIA는 CMX를 long-context, multi-turn, agentic AI inference를 위한 AI-native context tier로 설명하며, GPU 메모리를 pod-level shared context tier로 확장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NVIDIA)

쉽게 말하면, GPU 안의 HBM만으로 모든 컨텍스트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GPU 밖에 새로운 메모리 계층을 만들고 이를 빠르게 연결하려는 시도다.


1-2. 두 번째 병목: Agent AI와 CPU 오케스트레이션


두 번째 병목은 CPU 오케스트레이션이다.

기존 챗봇형 AI는 비교적 단순했다.
사용자가 질문하면 모델이 답변을 생성하는 구조였다.

Agent AI에서는 구조가 훨씬 복잡해진다.

하나의 요청이 여러 단계로 나뉜다. 계획을 세우는 에이전트, 검색하는 에이전트, 코드를 실행하는 에이전트, 결과를 검증하는 에이전트가 동시에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CPU의 역할이 커진다.

CPU는 단순히 GPU를 보조하는 장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작업을 나누고, 각 에이전트에 태스크를 배분하고, GPU와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크 사이의 흐름을 조율한다.

즉, Agent AI 시대의 CPU는 오케스트레이터에 가깝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여러 악기의 타이밍을 맞추듯, CPU는 여러 에이전트와 하드웨어 자원을 조율한다.

이때 CPU 주변의 메모리 계층도 중요해진다.

GPU HBM만 좋아져서는 충분하지 않다. CPU DRAM 대역폭, DDR5 RDIMM, MRDIMM, CXL 메모리, PCIe/CXL 인터커넥트가 함께 좋아져야 한다.

Agent AI는 GPU HBM 병목뿐 아니라 CPU 메모리 병목도 함께 키운다.

이 흐름은 서버 메모리 인터페이스, 메모리 컨트롤러, PHY, CXL, PCIe 관련 IP의 중요성을 높인다.


2. 왜 이 흐름이 메모리 IP 사업자에게 순풍인가


메모리 IP 사업자의 수혜 경로는 어렵지 않다.

AI 칩과 AI 서버가 더 많은 메모리를 필요로 할수록, 그 메모리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기술도 더 많이 필요해진다.

반도체 칩은 HBM이나 DDR을 물리적으로 붙인다고 바로 작동하지 않는다. 칩이 메모리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중간에 여러 설계 블록이 필요하다.

여기서 핵심이 메모리 컨트롤러PHY다.

메모리 컨트롤러는 데이터를 언제, 어떤 순서로, 어떤 우선순위로 메모리에 보낼지 결정한다.

PHY는 실제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물리 계층이다.

검증 IP는 이 인터페이스가 실제 칩과 패키지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AI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이 IP들의 가치는 커진다.

첫째, HBM 세대 전환이 빨라진다.
HBM3E에서 HBM4, HBM4E로 갈수록 대역폭은 커지고 인터페이스는 복잡해진다.

둘째, CPU 메모리 계층이 커진다.
DDR5 RDIMM, MRDIMM, CXL 메모리 같은 구조가 중요해지면 CPU 주변 메모리 인터페이스 칩과 IP 수요가 늘어난다.

셋째, 칩렛과 2.5D 패키징이 확산된다.
AI ASIC과 GPU는 HBM을 로직 다이 옆에 붙인다. 이때 로직 다이, HBM 스택, 인터포저, 패키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넷째, 실패 비용이 커진다.
AI ASIC 하나를 개발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메모리 인터페이스 오류로 칩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으면 손실이 매우 크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체 개발보다 검증된 IP를 사는 편이 합리적이다.

결국 메모리 IP 사업자는 AI 인프라 확산에서 보이지 않는 톨게이트 역할을 한다.

AI 칩이 HBM을 쓰고, CPU가 더 큰 DDR5 메모리를 쓰고, 서버가 CXL과 MRDIMM을 채택할수록 메모리 IP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3. 대표 메모리 IP 3사: Rambus, Cadence, Synopsys


메모리 계층 IP에서 대표적인 회사를 꼽으면 Rambus, Cadence, Synopsys다.

다만 세 회사의 성격은 다르다.

Rambus는 서버 메모리 모듈과 메모리 특허 라이선스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Cadence와 Synopsys는 AI ASIC, GPU, CPU, NPU 설계자가 HBM·DDR·LPDDR·CXL 등을 붙일 수 있도록 설계 IP와 EDA 플랫폼을 제공한다.

같은 메모리 IP 수혜주로 묶을 수 있지만, 수혜의 경로는 다르게 봐야 한다.


3-1. Rambus: 가장 직접적인 메모리 계층 수혜주


Rambus는 세 회사 중 메모리 계층 노출도가 가장 직접적이다.

Rambus는 DDR5 서버 메모리 모듈에 들어가는 RCD, MRCD, MDB, PMIC, SPD Hub, 온도 센서 등을 제공한다. Rambus는 DDR5 RDIMM용 RCD·PMIC·SPD Hub·온도 센서와 DDR5 MRDIMM용 MRCD·MDB·PMIC·SPD Hub·온도 센서를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Rambus)

특히 Rambus는 DDR5 RDIMM 8000과 MRDIMM 12800용 완성형 칩셋을 공개했다.

MRDIMM 12800은 두 개의 DRAM rank를 multiplexing해 host memory bus가 native DRAM보다 두 배의 데이터 속도로 동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Rambus는 MRDIMM 12800 하나에 MRCD 1개와 MDB 10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Rambus)

이 부분이 중요하다.

Rambus의 수혜는 단순히 메모리 시장이 좋아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서버 메모리 모듈이 고속화되고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모듈 하나에 들어가는 Rambus 관련 칩의 수와 가치가 늘어날 수 있다.

즉, Rambus는 서버 메모리 모듈의 복잡도 증가에 직접 노출된 회사다.

또 하나의 중요한 차별점이 있다.

Rambus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장기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이 점이 Cadence, Synopsys와 Rambus를 구분하는 핵심이다.


3-2. Cadence: 메모리 IP와 EDA 플랫폼의 결합


Cadence는 Rambus처럼 서버 메모리 모듈용 칩을 직접 파는 회사라기보다, 반도체 설계자가 HBM·DDR·LPDDR·GDDR을 칩에 붙일 수 있도록 돕는 회사다.

Cadence는 메모리 컨트롤러, PHY, 검증 IP, 설계 툴을 함께 제공한다.

Cadence의 HBM4E PHY and Controller IP는 AI/ML, 그래픽, 고성능 컴퓨팅용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PHY, controller, interposer, package까지 포함한 complete HBM solution을 제공한다고 설명된다. (Cadence)

Cadence의 강점은 메모리 IP가 단독 제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ASIC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HBM 컨트롤러 하나가 아니다. HBM이 실제 패키지 위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만드는 전체 설계 환경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EDA 툴, 검증 환경, 3D-IC 패키지 설계, 전력·신호 무결성 분석이 모두 포함된다.

Cadence는 이 전체 과정을 묶어서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Cadence는 메모리 IP 단품보다 AI 칩 설계 복잡도 상승의 플랫폼형 수혜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3-3. Synopsys: 가장 넓은 Design IP 플랫폼


Synopsys는 Cadence와 함께 EDA/IP 시장의 핵심 기업이다.

Synopsys의 DesignWare IP는 HBM, DDR, LPDDR, PCIe, CXL, UCIe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 IP를 포함한다.

Synopsys는 HBM4 PHY IP를 HPC, AI, 그래픽, 네트워킹 ASIC·ASSP·SoC용으로 제공하며, 최대 12Gbps per data pin을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HBM4 PHY는 HBM4 Controller IP와 memory model VIP까지 결합해 complete HBM4 interface solution을 구성한다. (Synopsys)

또한 Synopsys HBM4 Controller IP는 JEDEC HBM4 표준을 지원하고, 전력·지연시간·대역폭·면적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 QoS, refresh management, power-saving, RAS, ECC 같은 기능도 포함된다. (Synopsys)

Synopsys의 강점은 포트폴리오의 폭이다.

HBM뿐 아니라 DDR, LPDDR, CXL, PCIe, UCIe, embedded memory, verification IP까지 넓게 제공한다. AI 칩이 chiplet 구조로 가고, 메모리와 인터커넥트가 동시에 복잡해질수록 Synopsys의 IP attach 기회는 커진다.

다만 Rambus와 비교하면 성격이 다르다.

Rambus가 메모리 계층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면, Synopsys는 EDA와 Design IP를 함께 제공하는 대형 설계 플랫폼에 가깝다.


4. Rambus의 핵심 차별점: 메모리 IDM 3사와의 장기 특허 라이선스


Rambus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DDR5 인터페이스 칩을 팔기 때문만은 아니다.

Rambus는 메모리 산업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장기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 조건과 세부 로열티율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Rambus가 공식적으로 밝힌 계약 기간과 특허 접근권은 분명하다.




Rambus는 삼성전자와의 계약에 대해 기존 재무 조건을 대체로 유지하면서 Samsung에 Rambus 전체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한 broad access를 2033년 말까지 제공한다고 밝혔다. (Rambus)

SK하이닉스와의 계약도 유사하다. Rambus는 SK hynix와 포괄적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10년 연장했으며, 2024년 7월 1일부터 2034년 중반까지 SK hynix가 Rambus 전체 특허 포트폴리오에 broad access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Rambus)

마이크론과는 2024년 12월에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5년 연장했다. Rambus는 해당 계약이 기존 라이선스 조건을 유지하며, Micron에 2029년 말까지 Rambus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한 broad access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Rambus)

이 부분이 Rambus의 핵심 차별점이다.

Cadence와 Synopsys는 주로 AI ASIC, GPU, CPU, NPU 설계자가 HBM·DDR·LPDDR을 붙이기 위해 쓰는 설계 IP를 제공한다.

반면 Rambus는 메모리 IDM 자체와 장기 특허 라이선스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Rambus는 두 개의 축을 동시에 가진다.

첫째, DDR5/MRDIMM 서버 메모리 모듈용 실물 칩 사업이다.
둘째, 메모리 산업 핵심 기업들과의 특허 라이선스 사업이다.

이 이중 구조는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Rambus는 2025년에 연간 product revenue 3.48억달러, royalties 2.79억달러, total revenue 7.08억달러를 기록했다. 회사는 DDR5 RCD 리더십과 신제품 기여를 product revenue 성장 요인으로 언급했다. (Rambus)


5. Rambus 주력 제품을 쉽게 이해하기


1Q26 실발후 폭락  -ㅅ-;;




Rambus를 이해하려면 서버 메모리 모듈 용어를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문용어가 많지만, 큰 그림은 단순하다.

서버 CPU가 더 많은 메모리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쓰려면, 메모리 모듈 안에 신호를 정리하는 칩, 데이터를 나눠주는 칩, 전력을 관리하는 칩이 필요하다.

Rambus가 바로 이 칩들을 공급한다.





RDIMM: 서버용 안정화 메모리 모듈


RDIMM
은 Registered DIMM의 약자다.

서버에서 쓰는 메모리 모듈이다. 일반 PC용 메모리보다 안정성과 확장성이 중요하다.

서버 CPU가 많은 DRAM 칩을 직접 제어하면 신호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RDIMM은 중간에 RCD를 넣어 명령, 주소, 클럭 신호를 정리한다.

쉽게 말하면, RDIMM은 서버 CPU가 더 많은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메모리 모듈이다.


MRDIMM: 더 빠른 서버용 메모리 모듈


MRDIMM
은 Multiplexed Rank DIMM의 약자다.

RDIMM보다 더 높은 대역폭을 목표로 하는 서버 메모리 모듈이다.

핵심은 여러 DRAM rank의 데이터 흐름을 번갈아 묶어서 더 빠른 전송 속도를 만드는 것이다.

Rambus에 따르면 DDR5 MRDIMM 12800은 두 개의 DRAM rank를 interleaving해 host memory bus가 native DRAM보다 두 배의 데이터 속도로 동작하도록 설계된다. 이를 위해 MRCD와 MDB가 필요하다. (Rambus)

쉽게 말하면, MRDIMM은 CPU가 더 빠르게 메모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고대역폭 서버 메모리 모듈이다.


RCD: 메모리 모듈의 신호 지휘관


RCD
는 Registering Clock Driver의 약자다.

RDIMM의 핵심 제어 칩이다. CPU에서 들어오는 command/address 신호와 clock 신호를 DRAM 칩들에 안정적으로 나눠준다.

Rambus는 RCD를 RDIMM에서 command/address와 clock을 DRAM 장치에 분배하는 핵심 control plane chip으로 설명한다. (Rambus)

쉽게 말하면, RCD는 서버 메모리 모듈 안에서 신호를 정리해주는 지휘관이다.


MRCD: MRDIMM용 고속 지휘관


MRCD
는 Multiplexed Registering Clock Driver의 약자다.

MRDIMM용 RCD라고 이해하면 된다.

MRDIMM은 여러 DRAM rank를 번갈아 움직여 더 높은 대역폭을 만든다. 이때 MRCD는 여러 rank가 정해진 타이밍에 맞춰 움직이도록 제어한다.

쉽게 말하면, MRCD는 MRDIMM에서 여러 DRAM rank를 번갈아 움직이게 하는 고속 제어 칩이다.


MDB: MRDIMM의 데이터 배분 칩


MDB
는 Multiplexed Data Buffer의 약자다.

MRDIMM에서 데이터 흐름을 올바른 DRAM 쪽으로 보내고 다시 받아오는 역할을 한다.

Rambus는 DDR5 MRDIMM 12800 하나에 MRCD 1개와 MDB 10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Rambus)

쉽게 말하면, MDB는 MRDIMM 안에서 데이터가 어느 DRAM으로 가야 하는지 안내하는 데이터 배분 칩이다.


PMIC: 메모리 모듈의 전력 관리자


PMIC
는 Power Management IC의 약자다.

메모리 모듈에 필요한 전력을 관리하는 칩이다.

DDR5 세대에서는 전력 관리 기능이 메인보드에서 메모리 모듈 쪽으로 더 많이 이동했다. 그래서 메모리 모듈 안에서 전압을 조절하고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PMIC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쉽게 말하면, PMIC는 메모리 모듈 안의 전력 관리자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덧붙일 필요가 있다.

Rambus는 fabless 회사다. 회사는 메모리 인터페이스 칩을 제3자 파운드리와 제조 계약사를 통해 생산한다고 공시하고 있다. 다만 RCD, MRCD, MDB, PMIC 각각이 어느 파운드리의 몇 nm 공정에서 만들어지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따라서 Rambus의 투자 포인트를 3nm, 5nm 같은 선단공정 노출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서버 메모리 모듈이 고속화되고 복잡해질수록 모듈당 Rambus가 공급할 수 있는 칩의 수와 가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SPD Hub와 Temperature Sensor: 메모리 모듈의 신분증과 체온계


SPD Hub
는 메모리 모듈의 설정 정보와 상태 정보를 시스템에 전달하는 칩이다.

Temperature Sensor는 메모리 모듈의 온도를 측정한다.

서버 메모리는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스템은 메모리 모듈의 상태와 온도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SPD Hub와 온도 센서는 메모리 모듈의 신분증과 체온계 역할을 한다.


6. 세 회사 비교: 누가 어떤 순풍을 받는가



세 회사 모두 AI 메모리 계층 변화의 수혜를 받는다. 다만 수혜의 성격은 다르다.

Cadence와 Synopsys는 AI 칩 설계 복잡도 전체의 수혜를 받는다. HBM, DDR, LPDDR, CXL, PCIe, UCIe가 복잡해질수록 이들의 IP와 검증 툴 attach 기회가 증가한다.

Rambus는 더 직접적이다.

Rambus는 서버 메모리 모듈용 인터페이스 칩, 메모리 특허 라이선스, DDR5/MRDIMM 전환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


7. 왜 Rambus가 가장 온전히 순풍을 맞을 수 있는가


첫째, 메모리 병목과 사업 구조가 직접 연결된다


AI 서버에서 CPU 메모리 병목이 커질수록 DDR5, RDIMM, MRDIMM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Rambus는 이 모듈에 들어가는 핵심 인터페이스 칩을 제공한다.

AI 인프라가 GPU 단품 성능 중심에서 CPU·GPU·메모리·스토리지 전체를 연결하는 구조로 바뀔수록 Rambus의 역할도 커진다.


둘째, 메모리 IDM 대상 장기 특허 라이선스 포지션을 가진다


Rambus의 가장 독특한 지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장기 특허 라이선스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계약의 세부 조건과 제품별 로열티율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공식 발표 기준으로 Rambus가 메모리 IDM 3사에 장기적으로 특허 포트폴리오 접근권을 제공한다는 점은 확인된다.

이 구조는 Cadence나 Synopsys와 구별된다.

Cadence와 Synopsys는 주로 AI 칩 설계자가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기 위해 쓰는 IP를 판다. Rambus는 메모리 산업 자체의 표준과 제품 사이클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셋째, DDR5에서 MRDIMM으로 갈수록 Rambus의 silicon content가 늘어난다


RDIMM에서 MRDIMM으로 가면 메모리 모듈 구조가 더 복잡해진다.

기존 RDIMM에는 RCD, PMIC, SPD Hub, 온도 센서가 중요하다. MRDIMM에는 여기에 MRCD와 MDB가 추가된다.

특히 Rambus는 DDR5 MRDIMM 12800 하나에 MRCD 1개와 MDB 10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Rambus)

이 구조는 Rambus에 유리하다.

서버 메모리 모듈이 고속화될수록, 모듈 하나에 들어가는 Rambus 관련 칩의 수와 가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Rambus는 AI 인프라의 비연산 병목에 베팅하는 회사다


AI 투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산은 GPU다.

그러나 앞으로의 병목은 GPU 연산보다 데이터 이동, 메모리 접근, CPU 오케스트레이션, 외부 메모리 계층에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Rambus는 GPU 경쟁 그 자체보다, GPU가 제대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메모리 경로에 노출된다.

AI 서버가 많아지고, CPU 메모리 대역폭이 중요해지고, DDR5/MRDIMM 전환이 빨라질수록 Rambus의 수혜 경로는 더 선명해진다.


8. 결론: 메모리 IP는 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톨게이트


AI 시스템은 더 많은 데이터를 기억하고, 불러오고, 재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긴 컨텍스트, 멀티 에이전트, KV 캐시, 외부 컨텍스트 메모리, CXL, MRDIMM, HBM4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AI의 병목은 연산에서 메모리와 데이터 이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메모리 IP 사업자는 AI 인프라의 보이지 않는 톨게이트가 된다.

AI 칩이 HBM을 붙이고, CPU가 더 큰 DDR5 메모리를 쓰고, 서버가 MRDIMM과 CXL을 채택할수록 메모리 IP의 중요성은 커진다.

Cadence와 Synopsys는 이 흐름에서 AI 칩 설계 플랫폼으로 수혜를 받는다. 복잡한 HBM, DDR, LPDDR, CXL, PCIe, UCIe 설계가 늘어날수록 IP와 검증 툴의 attach 기회가 증가한다.

그중 Rambus는 더 직접적이다.

Rambus는 서버 메모리 인터페이스 칩, 메모리 IDM 대상 장기 특허 라이선스, DDR5/MRDIMM 전환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메모리 계층의 중요성이 커지는 큰 흐름에서 Rambus는 가장 온전히 순풍을 받을 수 있는 회사로 해석할 수 있다.

=끝

2026년 4월 26일 일요일

이모저모


소규모 IR 미팅에서 배운 것들


분기에 한 번 정도 증권사 주관으로 열리는 소규모 IR 미팅 기회가 있으면, 가능한 한 참석하려고 하는 편이다.
기업을 숫자로만 보는 것과, 실제로 회사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주고받는 것은 꽤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IR 미팅들이 몇 차례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상반된 인상을 남겼던 두세 번의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AI 산업이 시장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특정 섹터는 지금과 달리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다소 비켜나 있었다.

우리는 AI 산업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 섹터가 언젠가 중요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고, 투자 가능한 기업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섹터에서 새롭게 상장한 회사가 처음으로 여의도에 나와 소규모 IR 투자자 미팅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사전등록을 했고, 미팅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사전등록자는 나 혼자였다.
작은 호텔룸에서 IR 담당자와 나, 단둘이 마주 앉아 1시간 동안 미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이 자리가 이렇게 진행되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 괜히 어색한 긴장감도 있었다.

미팅이 시작된 뒤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혹시 오늘 저만 참석한 건가요?”

그러자 IR 담당자분은 이렇게 답하셨다.
투자자들이 한 타임에 너무 많이 몰리면 오히려 회사의 사업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1타임에 1명씩만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단순히 형식적인 IR이 아니라, 회사의 사업을 제대로 설명하고 싶어 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 뒤로 1시간 넘게 미팅이 이어졌다.
나는 꽤 구체적인 질문들을 계속 던졌다. 회사의 과거 연혁, 수주가 이뤄지는 방식, 단가 계약 구조, 원가 구조, 고객사별 관계와 이력, 과거 위기 상황에서 CEO가 어떤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는지까지 물었다.

IR 담당자분은 질문 하나하나에 빠짐없이 답변해주셨다.
단순히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가 지나온 과정과 사업의 구조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미팅이 끝난 뒤 기록해둔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니, 사업구조와 경쟁 구도, 그리고 향후 실적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남아 있었다. 숫자로 연결할 수 있는 단서들이 손에 잡혔고, 그만큼 투자 판단의 확신도 높아졌다.

그렇게 우리는 그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그 판단은 꽤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반대로 전혀 다른 경험도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한 회사의 기업홍보팀이라며 연락이 왔다. 어떻게 내 번호를 알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증권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후 그분은 거의 매일 해당 산업과 관련된 뉴스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셨고, 결국 한 번 미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팅을 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산업 이야기는 길게 이어졌지만, 정작 기업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계속 답을 피했다. 사업의 구조, 수익성, 리스크, 재무적 특징, 고객사와의 관계처럼 투자 판단에 필요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다시 산업 전망 이야기로 돌아갔다.

결국 제대로 된 답을 듣기 위해서는 질문을 조금 더 집요하게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이 초면에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선을 넘지 않으려 최대한 공손하게 물었지만, 질문의 방향은 계속 좁혀갔다.

그 과정에서 결국 드러난 것은, 그분의 역할이 사실상 회사의 주식을 팔기 위한 세일즈에 가까웠다는 점이었다.

그 미팅 이후 우리는 해당 기업의 투자 위험성을 내부에 공유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보게 된 그 회사는 시장의 주목을 크게 받다가, 결국 상장적격성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되었다.

또 다른 기억은 꽤 큰 대기업 IR 행사였다.

마침 이전 직장 선배가 그 회사 IR팀으로 이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오랜만에 해당 IR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행사는 기대와 달리 다소 형식적으로 흘러갔다. 들으나 마나 한 질문들이 오갔고, 답변 역시 이미 준비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뒤 건너건너 들은 이야기는 더 인상적이었다.
후선부서인 IR팀은 윗선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말하기 어렵고, 그 윗선에서는 투자자들이 특정 방향으로 회사를 바라보도록 이미 소통 방향을 정해둔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실제 영업환경이 월별, 분기별로 계속 변해도 그 변화가 실시간으로 IR 커뮤니케이션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변화가 쌓이고 나서야 다음 실적발표 때 조금씩 가이던스나 소통 방향이 조정되는 구조였다.

그래서였는지 그 회사는 몇 분기 동안 실적 쇼크와 서프라이즈를 반복했고, 시장에서 IR팀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게 흔들렸던 기억이 있다.

결국 IR 미팅을 통해 배운 것은 하나다.

IR 담당자의 말을 무조건 믿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의 말 속에서 회사의 현재 상황, 업황의 방향, 내부의 온도차, 커뮤니케이션의 한계와 의도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IR은 답을 얻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질문을 통해 답의 질을 검증하는 자리에 가깝다.
사전 공부 없이 참석해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가르쳐달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그 미팅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미리 공부를 해두고, 산업과 기업의 구조를 이해한 상태에서 질문을 던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대방이 무엇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지, 무엇을 반복해서 강조하는지, 어떤 질문에는 답을 피하는지,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 말의 결이 달라지는지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IR 미팅은 단순히 회사의 설명을 듣는 자리가 아니다.
기업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투자 판단의 빈틈을 메우는 과정에 가깝다.

그리고 때로는 숫자보다, 한 시간 동안의 대화에서 더 많은 힌트를 얻기도 한다.

=끝

생각정리 233 (* 과학적 상상)

지난주 읽은책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책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과학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과학적 상상력과 주식투자자의 사고방식


과거에 “저 사람의 분석과 운용 능력은 정말 한번 베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한 인상을 준 분들이 몇 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분들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알고 있거나, 시장을 잘 맞히는 유형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딘가 과학자나 철학자처럼 무언가를 연구하고, 새로운 방법론과 참신한 시각을 제시하는 사람들에 가까웠다.

그분들에게서는 사건과 현상, 그리고 세상을 약간 비뚤어진 각도에서 해석하는 유머러스함도 느껴졌다. 정답을 말한다기보다,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아마 초기에 그런 분들을 마음속 롤모델로 삼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내 기질이 그런 쪽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내 마음속 롤모델은 변함이 없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메르스 사태로 항공권과 호텔 숙박료가 급락했을 때 오히려 그 시기를 활용해 여행을 다녀왔다거나, 스페인 폭동 사태로 관광 수요가 위축된 틈을 이용해 비교적 저렴하고 한적하게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는 식의 이야기들이다.

이들은 위기나 소란을 단순히 피해야 할 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남들이 놓치는 가격과 심리의 왜곡을 읽어내는 사람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철학과 과학 분야는 늘 흥미로웠다. 관련 서적을 읽고, 유튜브를 찾아보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러던 중 『과학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부터 어딘가 투박했고, 전혀 마케팅적인 계산을 하지 않은 듯한 책이었다. 오히려 그 점이 흥미로웠고, 읽는 동안 과학적 사고와 주식투자의 사고방식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1. 과학은 원래 자연철학에서 출발했다


‘과학’이라는 영어 단어 science는 라틴어 scientia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scientia가 철학처럼 통합적인 앎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법률, 선박 제조술과 같은 개별적이고 분화된 지식을 의미하는 말에 가까웠다고 한다.

당시 영국 철학자들은 과학 연구자들이 자연철학적 통찰력을 잃고, 좁은 영역의 문제에만 몰두한다고 보았다. science라는 표현에는 그런 태도를 비꼬는 풍자적 의미가 담겨 있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원래 자연에 대한 경험적·이론적 탐구는 자연철학natural philosophy이라고 불렸고, 자연철학은 보다 통합적인 앎에 가까웠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주식투자가 떠올랐다. 주식투자에 비유하면 자연철학은 거시 탑다운과 미시 바텀업을 일원화해 통찰을 얻는 투자 방식에 가깝다. 반면 좁은 의미의 과학은 거시 매크로와 탑다운을 배제하고, 개별 기업 바텀업에만 집중하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물론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통합적 앎에서 출발한 자연철학이라는 개념은 좋은 투자자가 갖춰야 할 사고방식과 꽤 닮아 있었다.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개별 기업만 보거나, 거시 환경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두 영역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구조 안에서 연결해내는 능력이라고 느꼈다.

2. 과학적 상상력은 수렴과 발산으로 나뉜다


책에서는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바탕으로 과학적 상상력을 설명한다. 핵심은 수렴적 상상력발산적 상상력이다. 세기의 발견이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낸 과학자들은 한순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먼저 기존 패러다임과 고전적 범례를 꼼꼼히 습득한다. 기존 학계가 받아들이는 문제의식, 연구 방식, 검증 방법, 근본 원리를 충분히 익히는 과정이다. 이것이 수렴적 상상력이다. 수렴적 상상력은 말 그대로 기존 지식의 중심부로 깊이 들어가는 능력에 가깝다.

그다음 과학자는 기존 연구가 풀어낸 문제보다 더 복잡한 문제를 다루거나, 다른 재료와 실험 방법을 적용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이 과정이 발산적 상상력이다. 발산적 상상력은 기존의 틀을 무시하는 태도가 아니라, 기존 범례를 충분히 이해한 뒤 그것을 변형해 새로운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에 가깝다.

중요한 점은 새로운 발견이 수렴적 상상력만으로도, 발산적 상상력만으로도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범례를 깊이 학습하되, 그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하되, 관련 분야가 공유하는 근본 원리를 완전히 벗어나서도 안 된다. 결국 새로운 발견은 수렴과 발산이라는 상반된 상상력을 동시에 병행할 때 나타난다.

3. 주식투자에서 수렴적 상상력이 부족한 경우


이 개념은 주식투자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느꼈다. 지금도 그렇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주니어 투자자나 시장에 온전히 몰두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보기에 그들에게 먼저 부족한 것은 수렴적 상상력이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말하면, 지금 유동성이 쏠리는 자산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시장의 주도 자산, 주도 산업, 주도 기업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우연히 찾은 기업이나 산업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그 논리가 실제로 의미를 가지려면 먼저 기준점이 필요하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강한 시세를 내고 있는 자산, 산업, 기업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주도 산업과 주도 자산을 기준점으로 삼고, 그보다 더 나은 포인트를 찾아 나설 수 있다. 이 과정이 투자에서의 발산적 상상력에 해당한다.

가끔 증권사 리포트, 애널리스트 코멘트, 여러 정보를 듣다 보면 전부 좋아 보여서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먼저 지금 가장 강한 시세를 내고 있는 산업과 기업을 공부해보라고 말한다. 그것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다른 아이디어의 상대적 매력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다시 물어보면 실제로 주도주와 주도 산업을 깊이 공부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점이 주식투자 세계에서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경험이 적을수록 기존 범례에 해당하는 주도주 공부를 건너뛰려는 경향이 있다. 마치 홍대병에 걸린 사람처럼 자신만의 숨은 맛집을 찾으려는 듯, 소외주를 먼저 찾으려 한다.

하지만 수렴적 상상력 없이 발산적 상상력으로 바로 뛰어들면 설득력이 약해진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주식운용 조직에서 큰 성과를 내고 싶다면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현재 주도 산업을 누구보다 꼼꼼히 공부하고, 그다음 이를 기준점으로 삼아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과 더 나은 통찰을 제시해야 한다.

4. 통제실험은 바텀업 리서치와 닮아 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또 다른 개념은 통제실험이었다. 이 부분은 정말 바텀업 리서치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물리 세계는 너무 복잡하고, 수많은 요소가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그래서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제실험이 필요하다.

통제실험의 목적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데 있다. 이를 분석적 방법 또는 환원적 방법론이라고 부른다. 복잡한 현상을 그대로 바라보면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변수를 통제하고, 특정 요인만 따로 떼어내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텀업 리서치도 이와 매우 비슷하다. 기업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복합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기업을 이해하려면 먼저 쪼개기가 필요하다. 회계 분류상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먼저 분해하고, 그 안에서 다시 P, Q, C를 소분류해야 한다.

그다음 각각의 P, Q, C에 영향을 주는 외부 거시 변수까지 다시 쪼개야 한다. 가격은 왜 변하는지, 수량은 어떤 변수에 민감한지, 비용은 어떤 원재료와 환율, 금리, 인건비 변수에 영향을 받는지 따져보는 식이다. 기업 실적은 단일 변수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먼저 복잡한 구조를 잘게 나누어야 이해가 가능하다.

5. 실적 추정은 쪼개고 다시 쌓는 과정이다


이렇게 분해한 뒤에는 각 요소에 대한 미래 추정과 가정을 세운다. 그리고 이를 다시 하나씩 쌓아 올려 미래 실적을 추정한다. 이 과정이야말로 환원적 사고에 가깝다. 먼저 쪼개고, 그다음 다시 조립하는 방식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각 요소가 미래 실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요소만 변화시키고, 나머지 요소는 그대로 둔다는 통제실험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래야 어느 변수가 기업의 미래 실적 추정에 가장 민감한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출 성장률, 판가, 판매량, 원가율, 환율, 금리, 세율 등 여러 변수가 동시에 움직이면 실적 변화의 핵심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하나의 변수만 바꿔보고, 나머지는 고정한 상태에서 민감도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의 미래 실적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Key Value를 찾아낼 수 있다.

여기서 쪼개기는 기존 범례를 공부하는 수렴적 상상력에 해당한다. 반대로 쪼갠 요소들에 대한 미래 가정을 다시 쌓아 올리고, 민감도를 분석해 핵심 변수를 찾아내는 과정은 발산적 상상력에 가깝다. 결국 좋은 실적 추정은 단순한 숫자 맞히기가 아니라, 기업을 움직이는 구조를 해석하는 작업이다.

6. 다만 자연과학과 주식투자는 완전히 같지 않다


물론 자연과학, 철학과 주식투자 세계가 모든 면에서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먼저 적시성의 개념이 다르다. 주식투자 세계에서 정보는 특정 시기에만 유용하고 중요할 때가 많다. 같은 사실이라도 시장이 이미 충분히 반영한 뒤에는 더 이상 투자 판단의 핵심 정보가 되기 어렵다.

반면 자연과학과 철학에서의 지식은 상대적으로 시간의 제약을 덜 받는다. 하나의 원리나 개념은 발견 이후에도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검토되고, 후속 논의의 토대가 된다. 물론 과학 역시 새로운 발견에 따라 기존 이론이 수정되지만, 주식투자 세계에서처럼 정보의 가치가 시세와 시간에 의해 빠르게 소멸되는 구조와는 조금 다르다.

또 다른 차이는 반복 가능성에 있다. 자연에서는 실험을 반복하면서 결론을 수정할 수 있다. 같은 조건을 다시 만들고, 변수를 조정하고, 오류를 확인한 뒤 더 나은 설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투자는 그렇게 완전히 되돌아갈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주식투자는 결국 시간과 자본이 소모되는 비가역적 선택의 연속이다. 한 번 지나간 가격과 기회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 어떤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도, 이미 투입한 시간과 자본, 그리고 그동안 발생한 기회비용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주식투자에서 과학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해도, 그것이 자연과학의 실험처럼 완전한 반복 가능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투자자는 불완전한 정보와 제한된 시간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점에서 투자는 과학적 사고를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과학보다 훨씬 더 강한 시간성과 비가역성을 갖는 세계라고 느꼈다.

7. 좋은 투자자는 과학자이자 철학자에 가깝다


돌이켜보면 내가 예전에 롤모델로 삼고 싶다고 느꼈던 분들의 분석법과 운용 방식도 이와 닮아 있었다. 그분들은 단순히 기업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과학적 사고와 철학적 사고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들에 가까웠다.

하나의 현상을 잘게 쪼개고,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려 했다. 동시에 그 쪼개진 조각들을 다시 연결해 더 큰 구조를 보려 했다. 그래서 그들의 분석은 단순한 정보 전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의 방법론처럼 느껴졌다.

좋은 투자자는 결국 시장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렌즈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렌즈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존 시장의 범례를 깊이 공부하고, 주도 산업과 주도 기업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그 위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가 그들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던 이유도 아마 이 지점에 있었던 것 같다.

8. 과학연구와 주식투자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


마지막으로 책에서는 천재적 과학 연구에 예외 없이 등장하는 요소를 이야기한다. 바로 끈기, 집중력, 회복탄력성, 열정이다. 과학 연구에서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 발견될 것 같다가도, 결정적인 오류가 발견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때 회복탄력성이 없다면 실망감은 쉽게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끈기와 집중력이 없다면 같은 문제를 다시 붙잡고 버티기 어렵다. 열정이 없다면 애초에 그 긴 과정을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과학 연구에서 위대한 발견은 번뜩이는 천재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공부하고 분석한 기업과 산업이 있더라도, 외부 거시 변수와 지정학, 사회, 정치 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기존에 가정했던 외부 변수가 달라졌다면 결론도 달라져야 한다. 그 순간 지금까지의 리서치 노력은 매몰비용으로 간주하고, 다시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

의외로 많은 투자자가 이 과정에서 앵커링 효과라는 덫에 빠진다. 이미 많은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기존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처음 세웠던 가정에 계속 묶여 있고, 시장이 달라졌는데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분석을 많이 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생각을 고정시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가끔 말로는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생각이 거의 변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있다. 하루가 지나도, 한 주가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가장 좋게 보는 회사와 산업이 그대로인 경우다. 물론 긴 호흡의 투자 관점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도 자신의 답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념보다 앵커링에 가까울 수 있다.

열심히 버티는 것과 과거의 생각에 갇히는 것은 다르다. 좋은 투자자는 틀렸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분석을 버릴 수 있는 회복탄력성, 다시 파고들 수 있는 끈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집중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9. 결국 좋은 분석은 상상력의 문제다


『과학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를 읽으며 과학과 투자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접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자는 기존 범례를 깊이 학습한 뒤, 그것을 변형해 새로운 문제를 풀어낸다. 투자자도 현재 시장의 주도 산업과 기업을 깊이 이해한 뒤, 그 기준점 위에서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야 한다.

과학자는 복잡한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통제실험을 한다. 투자자는 복잡한 기업 실적을 이해하기 위해 매출, 비용, 가격, 수량, 원가, 거시 변수를 쪼개고 다시 조립한다. 과학자는 실패와 오류 속에서도 다시 실험을 이어간다. 투자자 역시 잘못된 가정과 바뀐 환경을 인정하고, 다시 분석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도 있다. 과학과 철학의 지식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축적되고 검토되지만, 주식투자 세계의 정보는 특정 시점에만 투자적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과학은 반복 실험을 통해 결론을 수정할 수 있지만, 투자는 지나간 시간과 투입한 자본을 완전히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투자자는 과학적 태도를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시간과 자본의 비가역성을 늘 의식해야 한다.

결국 좋은 분석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모으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기존 범례를 충실히 공부하는 수렴적 상상력이 필요하고, 그 기준점 위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내는 발산적 상상력도 필요하다. 내가 과거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좋은 투자자들의 공통점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종합해보면, 수렴 없이 발산하면 공허하고, 발산 없이 수렴하면 평범해지며, 회복탄력성 없이 분석하면 집착이 되기 쉬우며, 동시에 정보의 적시성이 어긋나면 무가치하다.

그들은 시장을 단순히 맞히려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세상을 이해하는 자신만의 방법론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론은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이었다.

내가 그들의 분석과 운용 능력을 베껴보고 싶다고 느꼈던 이유도, 아마 그들이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하나의 연구자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지 않을까 싶다.

글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주도주와 주도산업을 피해 소외주와 소외산업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것만이 역발상이라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나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경험상 좋은 투자는 오히려 남들이 가장 많이 바라보는 시장의 중심부를 가장 깊게 이해한 뒤, 그 안에서 아직 충분히 해석되지 않은 균열이나 확장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시세가 났고 정보가 반영됐으니 더 이상 볼 겂이 없다라는 편견을 깨는것이 역발상이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 패러다임과 범례를 충분히 학습하는 수렴적 상상력과,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내는 발산적 상상력이 함께 작동하는 지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시세가 많이 오른 반도체를 더 깊게 공부하고, 그 안에서 여전히 과소평가된 변화의 방향을 발견해 다시 매수하는 행위 역시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의미의 역발상 투자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끝

2026년 4월 23일 목요일

생각정리 232 (* Power semiconductor, 전력반도체)

개인적으로 운이 좋게도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증권사와 운용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직 대학생 티를 벗지 못했던 어느 날, 주식운용 회의 중 윗 상사가 내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다가 문득 이렇게 물었다.

“○○씨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상사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는 ○○씨는 내용 정리와 수치 정리를 한눈에 보기 쉽게 잘해요. 그래서 회의하기가 편해요.”

솔직히 그때는 그 말이 아주 기쁘지만은 않았다. 마음 한편으로는 “분석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자료를 보기 좋게 정리한다는 평가는 어쩐지 분석보다 한 단계 낮은 능력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제 아침부터 밤까지, 그리고 오늘 낮까지 전력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 관련 자료를 계속 정리하다 보니 그때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 결국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으고, raw data를 정제하고, 여러 기업의 발언과 수치를 하나의 구조 안에 배열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투자 분석은 처음부터 통찰로 시작되지 않는다. 먼저 자료를 모아야 하고, 그 자료를 정리해야 하며, 숫자와 문장의 맥락을 맞춰야 한다. 그다음에야 비교가 가능해지고, 비교가 가능해져야 해석이 붙는다. 

다시말하면, 흩어진 정보를 하나의 구조로 묶고, 그 안에서 수치와 흐름을 비교하며, raw data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수치 대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결국 남들과 다른 투자 통찰도 대개는 이런 정리된 자료 위에서 나온다

어제부터 부쩍 아날로그 반도체, 그중에서도 전력반도체 시장을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기존 아날로그·전력반도체 시장의 주요 end-market은 자동차, 산업, 소비자가전, 스마트폰이었다. 이 중 상당수는 이미 성숙시장에 가까워졌고,

무엇보다 최근에는 중국 전기차 수출 확대를 배경으로 중국 아날로그·전력반도체 업체들의 진입이 빨라지면서 경쟁 심화, 재고 부담, 가격 압박이 동시에 나타났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단순한 가격 인하를 넘어 파격적인 금융 혜택 경쟁
글로벌이코노믹


그 결과 이 영역은 반도체 시장 안에서도 주가 퍼포먼스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구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자동차·컨슈머 중심 수요에 더해 AI 데이터센터향 전력반도체, 광학 인터커넥트, 우주·방산·위성, 산업용 통신 인프라라는 새로운 end-market이 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선단공정에서 시작된 병목이 레거시 특수공정, 전력반도체, 광소자, 패키징, 파운드리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결국 전력반도체와 특수공정 파운드리는 그동안 시장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과거 다운사이클을 지나 새로운 업사이클로 접어드는 초입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밀도 상승, NVIDIA의 800V DC 아키텍처 전환, 광인터커넥트 수요 확대, 방산·항공우주·위성 산업의 고신뢰 반도체 수요 증가는 기존 전력반도체 시장의 성장 공식을 바꾸는 요인이다.

아직 완전히 정교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 산업을 다시 볼 필요가 있는 시점으로 판단한다. 전력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에 대한 인식 전환이 막 시작된 듯해, 우선 흩어진 자료를 빠르게 모아 정리해본다.



전력반도체 산업 변곡점: AI 전력, 광인터커넥트, 산업·방산이 동시에 열리는 사이클


1. 전체 결론


이번 전력반도체 사이클은 단순한 업황 회복이라기보다 end-market 구조 자체가 바뀌는 국면으로 보인다. 과거 전력반도체의 주력 시장은 자동차, 전통 산업, 스마트폰·컨슈머였지만, 이 시장들은 이미 성숙기에 들어섰다. 반면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광인터커넥트, 산업용 통신·방산·항공우주, Grid/ESS 전력 인프라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핵심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AI 데이터센터는 GPU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 공급 구조 전체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GPU와 AI ASIC의 전력 소모가 커지면서 48V, 800V DC, intermediate conversion, power stage, voltage regulator, GaN, SiC, vertical power delivery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둘째, AI 클러스터에서는 연산 성능만큼 데이터 이동 병목도 중요해졌다. GPU 간 east-west traffic 증가로 인해 optical interconnect, silicon photonics, 1.6T/3.2T optics, CPO, advanced packaging 수요가 동반 확대되고 있다.

셋째, Industrial 내부에서도 새로운 성격의 수요가 생기고 있다. 전통 산업 자동화 회복에 더해 방산, 항공우주, 위성, 산업용 통신, ATE, Grid/ESS가 고신뢰·고마진 전력반도체 수요를 만들고 있다. 이 시장은 성장률만큼이나 수명, 인증, 신뢰성, 가격 방어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사이클은 AI 데이터센터 전력반도체 사이클이면서 동시에 광인터커넥트·특수공정·산업용 고신뢰 반도체 사이클이다.


2. End-market별 성장성과 가시성


2-1. End-market 우선순위




이 순위에서 중요한 점은 자동차가 더 이상 최상위 성장 시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동차는 콘텐츠 증가가 이어지지만, 완성차 출하 성장률이 낮고 가격 압박도 존재한다. 반면 AI 데이터센터와 광인터커넥트, 방산·항공우주·산업 통신은 아직 구조적 침투율 상승 구간에 있다.


3. 기업별 2030년 전사 매출 및 영업이익 CAGR 분석


3-1. 분석 추정치 요약






그래프상으로는 Navitas, Vicor, MPS가 우상단에 위치한다. 다만 셋의 성격은 다르다. Navitas는 성장률 잠재력은 가장 높지만 검증이 필요하고, Vicor는 전력 아키텍처 전환의 직접 베팅이며, MPS는 성장률과 가시성의 균형이 가장 좋다.

중간 영역에는 GF, ST, Infineon이 위치한다. GF는 광인터커넥트와 특수공정, ST는 AI 데이터센터와 SiC·SiPh, Infineon은 전력 인프라 전반을 커버한다. ADI, Microchip, TI, UMC는 성장률은 낮아 보이지만, ADI와 TI는 실적 안정성과 이익의 질이 높고, Microchip은 방산·우주와 PCIe 옵션이 있다.


4. 3개 소주제별 기업 비교


4-1. AI 전력반도체 비교


AI 전력 시장은 이번 사이클의 가장 강한 중심축이다. GPU와 AI ASIC의 전력 밀도가 올라가면서 단순 PMIC보다 전력 전달 구조, 전압 변환 효율, 열관리, 모듈화, GaN/SiC 적용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AI 전력 시장 내 투자 우선순위




이 축만 놓고 보면 MPS가 가장 깔끔한 중심 기업이다.
성장률은 Navitas와 Vicor가 더 높을 수 있지만, 실제 숫자의 가시성은 MPS가 우위다. Infineon은 성장률만 놓고 MPS보다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전력망·ESS·자동차·산업·AI 데이터센터를 모두 커버하는 폭이 강점이다.


4-2. 광인터커넥트 / 실리콘 포토닉스 비교


AI 클러스터가 커질수록 GPU 간 통신량이 폭증한다. 이 구간에서는 구리 기반 interconnect의 거리·전력·대역폭 한계가 커지고, optical interconnect와 silicon photonics의 중요성이 올라간다. 이 시장은 전력반도체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AI 인프라 병목의 핵심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광인터커넥트 시장 내 투자 우선순위




광 축에서는 GF가 가장 직접적인 picks-and-shovels다.
MPS와 ADI는 광모듈 자체보다 그 주변의 전력·신호·데이터 이동 부품에서 수혜를 받는다. ST는 전력, MCU, 광통신이 함께 들어가는 구조라서 AI 데이터센터 매출 확장성이 크다.

UMC는 현재 시점의 직접 수혜는 GF보다 약하지만, 22/28nm 특수공정 + 12인치 PIC + 첨단 패키징이 2027년 이후 옵션으로 붙어 있다. 따라서 단기 핵심주보다는 후순위 옵션주로 보는 것이 맞다.


4-3. 산업·방산·항공우주 비교


이 축은 AI 전력만큼 headline growth가 높지는 않지만, 투자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제품 수명이 길고, 인증 장벽이 높으며, 가격 방어력이 좋고, 고객 관계가 오래간다.

방산·항공우주·우주·산업 통신은 일반 컨슈머 시장과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제품 교체 주기가 길고, 안정적인 공급과 신뢰성이 가격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보다 기술 신뢰도, 장기 공급, 고성능 아날로그/RF/MCU/FPGA 역량이 더 중요하다.





산업·방산 시장 내 투자 우선순위




산업·방산 축에서는 ADI와 Microchip이 가장 중요하다.
ADI는 ATE, RF, microwave, 위성, 방산, 고정밀 아날로그에서 강하고, Microchip은 FPGA, MCU, timing, security, New Space, A&D 노출이 뚜렷하다. Infineon은 방산 순수 노출보다는 전력 인프라와 산업 시스템 전체를 커버하는 폭이 강점이다.


5. 3개 축 기준 종합 점수표


아래 표는 각 기업을 AI 전력 / 광 / 산업·방산 세 축으로 다시 점수화한 것으로,
5점이 가장 높고, 1점이 가장 낮다.



이 표로 보면 각 기업의 투자 성격이 더 명확해진다.

  • MPS, Vicor, Infineon, ST, Navitas는 AI 전력 축이 핵심이다.

  • GF, ST, ADI, UMC는 광인터커넥트와 특수공정 축에서 의미가 있다.

  • ADI, Microchip, Infineon, TI는 산업·방산·항공우주 축에서 질이 좋다.


6. 기업별 투자포인트 재정리


6-1. MPS




MPS는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깔끔한 AI 전력반도체 성장주다.
AI 서버, CPU/GPU 서버, 메모리, 광모듈, 스위치 전력 솔루션에서 수요가 동시에 강하고, 자동차에서는 ADAS를 넘어 48V와 zonal architecture로 확장 중이다.

핵심 투자포인트

  • AI 서버 전력 솔루션 수요 급증

  • 고객 다변화와 백로그 가시성 확대

  • 모듈·시스템 솔루션 전환에 따른 ASP 상승

  • 자동차 48V/zonal과 광모듈 전력 수요 보조 성장

위치

  • AI 전력: 최상

  • 광: 중간

  • 산업·방산: 중간

투자 성격

  • 가장 균형 잡힌 고성장 core


6-2. Vicor




Vicor는 전력 부품 회사라기보다 전력 아키텍처 기업에 가깝다.
AI 칩이 낮은 전압에서 매우 큰 전류를 요구할수록, 전기를 어디서 변환하고 얼마나 짧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해진다. Vicor의 FPA, Vertical Power Delivery, Power-on-Package는 이 문제를 직접 겨냥한다.

핵심 투자포인트

  • AI 전력 전달 구조 변화의 직접 수혜

  • Advanced Products 고성장

  • backlog 급증과 생산능력 확대

  • 제품 매출 외 IP 라이선싱 옵션

위치

  • AI 전력: 최상

  • 광: 낮음

  • 산업·방산: 중간

투자 성격

  • 전력 아키텍처 전환의 고베타 옵션


6-3. Infineon




Infineon은 이번 사이클을 가장 넓게 받을 수 있는 기업이다.
AI 데이터센터, Grid, ESS, 자동차, 로봇, 산업용 전력 시스템까지 연결된다. 회사가 말하는 grid-to-core 포지션이 핵심이다.

핵심 투자포인트

  • AI 데이터센터 전력 매출 고성장

  • Si, SiC, GaN을 모두 보유한 포트폴리오

  • 300mm Smart Power Fab 램프업

  • Grid/ESS/자동차/Physical AI까지 수요 확장

위치

  • AI 전력: 최상

  • 광: 낮음~중간

  • 산업·방산: 높음

투자 성격

  • 전력반도체 대형 플랫폼의 대표주


6-4. STMicro




ST는 기존 자동차·산업·MCU 중심 회사에서 AI 데이터센터 복합 솔루션 기업으로 포지션이 확장되고 있다. 전력, MCU, 센서, RF, 광통신, SiC가 동시에 들어가는 구조가 강점이다.

핵심 투자포인트

  • AI 데이터센터 매출 가시성 확대

  • NVIDIA 800V DC 전력 포트폴리오

  • AWS 협력 기반 AI 인프라 수요

  • PIC100 실리콘 포토닉스, BiCMOS, CPO 확장

  • SiC 8인치 전환과 2027년 이후 마진 회복

위치

  • AI 전력: 높음

  • 광: 높음

  • 산업·방산: 중간~높음

투자 성격

  • AI 전력 + 광 + SiC가 결합된 회복형 성장주


6-5. ADI




ADI는 가장 질 좋은 산업·방산 compounder다.
AI 데이터센터에서도 power와 optical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고, 산업용에서는 ATE, 방산, 항공우주, 위성, precision analog, RF/microwave가 강하다.

핵심 투자포인트

  • 데이터센터 power/optical 동시 수혜

  • ATE는 AI/HBM 테스트 복잡도 증가 수혜

  • RF·마이크로웨이브·위성·방산 고마진 사업

  • 산업용 broad market 재고 정상화

  • 70%대 GPM 기반의 이익 안정성

위치

  • AI 전력: 중간~높음

  • 광: 높음

  • 산업·방산: 최상

투자 성격

  • 가장 질 좋은 산업·방산·데이터센터 복합주


6-6. Microchip




Microchip은 전력반도체 순수 플레이는 아니지만, A&D, PCIe, retimer, timing, automotive Ethernet이 핵심이다. 산업용 매출 비중이 크고, 항공우주·방산도 중요한 성장축으로 제시됐다.

핵심 투자포인트

  • PCIe Gen6/Gen7 스위치와 retimer

  • A&D, New Space, 상업 항공, FPGA 성장

  • 자동차 Ethernet 10BASE-T1S

  • 데이터센터 connectivity, storage, timing, security 포트폴리오

위치

  • AI 전력: 중간

  • 광/연결성: 중간

  • 산업·방산: 최상

투자 성격

  • A&D와 데이터센터 연결성의 결합형 회복주


6-7. TI




TI는 가장 안정적인 산업용 아날로그 대형주다.
AI 전력 순수 노출도는 낮지만, 데이터센터와 산업용 전반에서 필요한 범용 아날로그·전력관리·센싱·보호 부품을 폭넓게 공급한다.

핵심 투자포인트

  • 산업용 회복의 폭이 넓어짐

  • 데이터센터 범용 아날로그 수요 증가

  • 300mm 내재화에 따른 원가 경쟁력

  • 충분한 재고와 생산능력

  • 하반기 가격 인상 가능성

위치

  • AI 전력: 중간

  • 광: 낮음

  • 산업·방산: 높음

투자 성격

  • 안정형 산업용 회복 anchor


6-8. GlobalFoundries




GF는 이번 사이클에서 광인터커넥트와 실리콘 포토닉스의 핵심 picks-and-shovels다. 전력반도체보다는 AI 인프라의 데이터 이동 병목을 해결하는 특수공정 파운드리로 봐야 한다.

핵심 투자포인트

  • Silicon photonics 매출 고성장

  • CPO, near-package optics, pluggable optics 수혜

  • SiGe, RF-SOI, PIC/EIC, advanced packaging 통합

  • AMF/InfiniLink 인수 효과

  • 2028년 SiPh annualized run-rate 목표

위치

  • AI 전력: 낮음

  • 광: 최상

  • 산업·방산: 중간

투자 성격

  • AI 광인터커넥트 특수공정 대표주


6-9. UMC




UMC는 직접적인 AI 전력 수혜는 약하지만, 22/28nm 특수공정, 12인치 PIC, 첨단 패키징 옵션이 있다. 2027년 이후 광인터커넥트·특수공정 수요가 본격화되면 후순위 수혜가 가능하다.

핵심 투자포인트

  • 22/28nm 믹스 개선

  • 2026년 가격 환경 개선

  • 12인치 PIC 플랫폼

  • 2.5D/3D, TSV, interposer, wafer-to-wafer 적층

  • Intel 12nm 협업

위치

  • AI 전력: 낮음

  • 광/SiPh: 중간

  • 산업·방산: 낮음~중간

투자 성격

  • 레거시 특수공정과 SiPh 옵션주


6-10. Navitas




Navitas는 과거 모바일 충전기 GaN 회사에서 AI 데이터센터·Grid·고전력 GaN/SiC 회사로 전환 중이다. 성장률 잠재력은 가장 높지만, 아직 실적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핵심 투자포인트

  • 800V HVDC 전환

  • GaN과 SiC 동시 보유

  • AI 데이터센터와 Grid가 SAM의 핵심

  • 모바일 비중 축소에 따른 믹스 개선

  • GF로의 GaN 파운드리 전환

위치

  • AI 전력: 최상

  • 광: 낮음

  • 산업·방산: 낮음~중간

투자 성격

  • GaN/SiC 고위험 고수익 옵션


7. 최종 투자 바스켓


7-1. Core Growth




7-2. Structural Upside / Recovery



7-3. High Beta Option




7-4. Picks-and-Shovels




7-5. Stability Anchor




NXP, On Semi는 리서치 대상 제외


8. 최종 결론


이번 전력반도체 산업의 변곡점은 자동차와 컨슈머의 회복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AI 데이터센터가 전력 구조를 바꾸고, 광인터커넥트 병목을 만들며, 동시에 산업용 통신·방산·항공우주·Grid 전력 인프라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축은 세 가지다.

  1. AI 전력

    • 중심 기업: MPS, Vicor, Infineon, ST, Navitas

    • 핵심 포인트: 48V/800V DC, GaN, SiC, power stage, vertical power delivery

  2. 광인터커넥트

    • 중심 기업: GlobalFoundries, ST, ADI, UMC

    • 핵심 포인트: silicon photonics, 1.6T/3.2T optics, CPO, SiGe, advanced packaging

  3. 산업·방산·항공우주

    • 중심 기업: ADI, Microchip, Infineon, TI, ST

    • 핵심 포인트: RF, FPGA, timing, rugged MCU, satellite, defense electronics, ATE


=끝

2026년 4월 21일 화요일

생각정리 231 (* 개스닥-3, 당신은 신을 믿으십니까? )

개인적으로 평소에 과학 유튜브 채널 보다BODA를 즐겨보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보고 든 생각을 글로 기록해본다.

과학자들이 보는 신의 존재


과학과 종교, 그리고 투자에서의 ‘신’


설명이 멈추는 순간에 대해


최근 과학과 종교에 관한 대화를 듣다가, 문득 투자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둘 다 결국 설명이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과학에서는 어떤 현상이 생기면 원인을 묻는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원인은 또 무엇인지, 그렇게 질문을 계속 이어간다.
그런데 그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가면 언젠가는 지금 우리가 더 이상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에 닿게 된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아직 모른다”고 멈춘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 ‘신’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때의 신은 종교 교리 속 인격적인 존재라기보다,
설명이 더는 진행되지 않는 마지막 자리를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이 대목이 내게는 투자와 꽤 닮아 보였다.


투자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특히 코스닥에 상장된 초기 바이오 기업이나, 아직 실적은 거의 없고 기술과 전망을 중심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초기 기술 기업들의 IR을 듣다 보면 이런 생각이 더 자주 든다.

회사가 “우리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앞으로 시장을 바꿀 수 있다”, “장기적으로 큰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몇 가지를 묻게 된다.
왜 당신들만 가능한가.
경쟁사는 왜 못 하는가.
그 기술은 어디까지 검증됐는가.
상용화는 언제 가능한가.
매출은 어떤 경로로 발생하는가.

이런 질문은 당연하다.
초기 기업일수록 지금보다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설명은 더 정교해야 한다.
실적이 부족한 만큼, 그 빈자리를 구체적인 설명이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시로 보면 더 분명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바이오 회사가 IR에서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자.

“당사의 플랫폼은 차세대 항암 치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말만 놓고 보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투자자는 여기서 바로 다음 질문을 해야 한다.

그 플랫폼은 정확히 무엇인지,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동물실험이나 임상 데이터는 어디까지 확보했는지, 경쟁 기술과 비교해 어떤 우위가 있는지, 실제 상업화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한지를 물어야 한다.

좋은 회사라면 질문이 깊어질수록 답도 더 구체적이 된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회사는 어느 순간부터 설명보다 분위기가 앞서기 시작한다.
기술 설명은 줄어들고, 시장의 크기나 경영진의 경력, 장기 비전 같은 이야기만 반복된다.

그 순간부터 투자자는 회사를 분석하는 사람이라기보다,
회사를 믿을 수 있는지 시험받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좋은 회사는 질문을 견디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믿음을 원한다


내가 느끼기에 좋은 회사는 질문을 받을수록 더 선명해진다.
기술의 구조, 개발 일정, 인허가 절차, 고객 검증, 생산 계획, 자금 사용 계획까지 설명이 점점 더 현실에 닿는다.
질문이 들어올수록 사업이 더 잘 보인다.

반면 경계해야 할 회사는 질문을 받을수록 오히려 더 추상적으로 말한다.
처음에는 기술을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비전과 철학을 말하고,
마지막에는 “우리를 믿어달라”는 분위기만 남는다.

혹은 “우리 팀이 업계 최고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핵심 답변을 피해간다.

물론 초기 기업은 원래 불확실성이 크다.
그래서 모든 것을 숫자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불확실하다는 것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르다.

불확실한 기업은 아직 모르는 부분을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아직 모르며, 그 사이를 어떻게 메워갈 것인지 이야기한다.
설명하지 못하는 기업은 그 빈자리를 기대감으로 덮으려 한다.


특히 조심해서 보게 되는 레드플래그


이런 회사들을 보다 보면 몇 가지 공통된 신호가 눈에 들어온다.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과거에 했던 말이 왜 지연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내년 상반기 기술수출 가능성을 이야기했는데,
올해는 그 일이 왜 늦어졌는지 설명하지 않은 채 더 큰 계약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새로 제시하는 더 화려한 전망이 아니라,
이전 전망이 왜 틀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또 하나는 자금 사용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한 경우다.
회사가 큰 금액을 조달했다고 하면서도,
그 돈이 어디에 얼마만큼 쓰였는지,
앞으로 어떤 일정으로 집행될 것인지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연구개발, 임상, 설비, 인력 확충, 운영자금 같은 항목이 빠져 있다면,
미래 이야기는 점점 더 현실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500억 원을 조달한 회사가 있다고 해보자.
좋은 회사는 그 자금이 어떤 단계에, 어떤 목적에,
어느 정도 비중으로 쓰이는지 비교적 또렷하게 말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회사는 “성장 기반 확보와 미래 사업 확대에 활용할 예정”이라는 표현만 남긴다.
이런 말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투자자가 알고 싶은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질문을 계속하다 보면 마지막에 남는 것


그래서 어떤 회사들은 질문을 계속 이어가다 보면 결국 한 지점에 닿는다.
처음에는 기술,
그 다음에는 시장,
그 다음에는 전략,
그 다음에는 파트너십,
그 다음에는 창업자의 이력과 철학이 나온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래서 왜 당신들만 이걸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검증 가능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거의 하나다.

“이 회사를 믿을 수 있습니까?”

나는 이 지점에서 과학과 종교의 대화가 떠올랐다.
설명이 더 이어지지 못할 때, 사람은 어떤 이름을 붙이게 된다.
과학과 철학에서는 그 자리가 ‘최초 원인’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신’이 되기도 한다.

투자에서도 비슷하다.
설명이 멈춘 자리를 어떤 회사들은 믿음으로 채우려 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그 자리를 믿음으로 메워야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투자자는 믿음을 고백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이 결국 설명의 구조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업은 질문을 받을수록 더 구체적이 된다.
좋지 않은 기업은 질문을 받을수록 더 추상적이 된다.

좋은 기업은 과거의 지연과 실패를 숨기지 않는다.
왜 예상과 달랐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무엇을 수정하고 있는지 말한다.
반면 좋지 않은 기업은 과거를 설명하지 않은 채 늘 더 큰 미래만 가져온다.

좋은 기업은 투자금을 숫자와 일정으로 설명한다.
얼마를 조달했고, 어디에 쓰고 있고, 다음 단계의 목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구체성을 줄이고 기대감을 키운다.

결국 투자자는 ‘꿈이 큰 회사’를 찾는 사람이기보다, 질문을 견디는 회사를 찾는 사람에 더 가깝다.
실적이 없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부재를 어떤 태도로 설명하고 있는가이다.


과학과 종교의 논쟁이 투자에 남겨준 생각


과학과 종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간이 설명을 끝까지 밀고 가다가 결국 멈추는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점이었다.
누군가는 아직 모른다고 남겨두고, 누군가는 그 자리에 '신'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중요한 것은 설명이 끝났다는 사실이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아무리 멋진 서사를 내놓더라도, 어느 순간 설명이 멈추고 “그냥 믿어달라”는 요청만 남는다면 투자자는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그 회사의 문제는 단순히 기술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설명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초기 바이오나 기술 기업의 IR을 들을 때면 종종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질문에 질문을 계속 이어가다 보면,
어떤 회사는 결국 데이터를 내놓고, 어떤 회사는 결국 믿음을 요구한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이런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이건 사업 설명이 아니라, 신앙심을 시험하는 일에 가까운 것 아닐까.


맺음말: 결국 투자는 무리하지 않는 쪽이 낫다


예전에 찰리 멍거는 주식 투자가 본질적으로 루저 게임과 닮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내가 그 말을 이해한 방식은, 멍청한 실수만 반복하지 않고 상식적인 투자 원칙을 꾸준히 지켜나가면 쉽게 지지 않는 게임이라는 뜻에 가깝다.

하워드 막스가 가치투자를 설명하면서 들었던 아마추어 테니스 경기 비유도 비슷하다.
아마추어는 프로 선수처럼 대단한 위닝샷을 계속 날릴 수 없다.
대신 무리하지 않고 공을 네트 너머 안정적으로 넘기기만 해도, 의외로 상대의 실수로 경기를 이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테니스 단식 경기를 즐겨 했던 사람으로서, 이 비유는 꽤 오래 남았다.
실제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화려한 공격보다, 무리한 포핸드 하나와 성급한 스매시 하나가 승패를 더 자주 가른다.
지는 쪽은 대개 상대가 너무 대단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무리한 선택을 반복하다가 무너진다.

주식 투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설명이 멈춘 회사를 억지로 믿으려 들지 않고, 근거보다 분위기가 앞서는 기업을 피하고, 검증되지 않은 장밋빛 전망에 휩쓸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굳이 투자 세계에서 신을 믿을 필요도 없고, 신앙심을 테스트 받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좋은 투자자는 기적을 기다리는 사람이라기보다,
질문이 이어지는 회사를 고르고,
설명이 멈추는 회사에서는 물러날 줄 아는 사람에 더 가깝다.

어쩌면 투자의 본질은 특별한 한 방을 맞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줄여가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