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8일 월요일

생각정리 139 (* The Age Of Turbulence, Alan Greenspan)


앨런 그린스펀의 『격동의 시대』는 2006년에 집필되어 2007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보면 현재의 고령화, 세계화의 후퇴, 보호무역·관세, 부채와 금리, AI·기술 패권 경쟁까지 상당 부분을 미리 짚어 놓은 책처럼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나는 **18장(경상수지와 부채)**와 **20장(그린스펀의 수수께끼)**이 지금의 거시환경과 자본 흐름, 그리고 앞으로의 위험을 읽는 데 핵심적인 두 축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에서는 이 두 장의 내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고, 2025년 현재의 현실과 연결해보고자 한다.


1. 부채와 경상수지에 대한 그린스펀의 시각 (18장)


1) 부채는 왜 경제발전과 함께 늘어나는가


그린스펀의 출발점은 간단하지만 중요하다.

시장경제에서 부채의 증가는 “문제의 징후”가 아니라,
분업·전문화·생산성 향상의 “불가피한 부산물”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 분업과 전문화의 범위가 넓어지고

  • 생산성이 높아지며

  • 경제 주체들이 처리하는 거래·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진다.


이 과정에서

  • 가계·기업·정부의 **대차대조표 규모(자산과 부채)**가 소득보다 더 빠르게 커지고

  • 자연스럽게 소득 대비 부채비율, GDP 대비 비금융부문 부채비율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린스펀은,

  •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 상승,

  • GDP 대비 총 비금융 부채비율 상승

그 자체만으로는 경제적 압박이나 위기의 충분조건이 아니라고 본다.

그에게 중요한 질문은 다음 두 가지이다.

  • 그 부채가 어떤 자산·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쌓여 있는가

  • 상환능력을 뒷받침하는 생산성과 소득 창출 능력이 유지·확대되고 있는가

즉, 그는 “부채비율이 높다”는 숫자에만 집착하는 시각을 균형 잡히지 못한 공포로 본다.


2) 미국 경상수지 적자: 위기 시한폭탄인가, 구조적 균형인가


이 부채에 대한 관점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로 확장된다.


과거부터 미국의 대외수지 적자 확대는

  • “달러 가치 폭락”,

  •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반복적으로 위기론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이 공포를 상당 부분 과장된 우려로 본다.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1. 세계경제의 확대 → 지속 가능한 적자·흑자 규모의 확대

    • 세계 GDP와 교역·자본 이동의 절대 규모가 크게 커졌기 때문에

    • 각국이 감당할 수 있는 경상수지 흑자·적자의 절대 규모도 과거보다 크게 늘어났다.

    • 따라서 숫자만 과거와 단순 비교해 “규모가 크다 → 붕괴 임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 달러 기축통화 지위와 미국 자산의 매력

    • 달러는 여전히 국제결제·외환보유·자산배분의 중심 통화이다.

    • 미국은

      • 높은 생산성,

      • 재산권 보호와 법치주의,

      • 깊고 유동성이 풍부한 금융시장
        덕분에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시장으로 평가받는다.

    • 그 결과, 전 세계의 잉여저축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이는 경상수지 적자로 유출된 달러를 금융계정(자본유입)에서 다시 상쇄한다.

  3. 정보혁신과 Home Bias의 약화

    • 기술 발전과 정보 접근성 개선으로

      • 투자자들의 지리적 시야는 넓어지고,

      • 자국 자산에만 과도하게 투자하던 **Home Bias(자국 편중)**는 약해지고,

      • 해외투자에 대한 위험 인식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 이 과정에서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이 높은 지역·자산으로 자본이 이동하는데, 그 대표적인 수혜자가 미국이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전제하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이 위험조정 기준으로 가장 매력적인 자산을 제공하고 있고,
전 세계가 그 자산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균형 결과”

 

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경상수지 적자 자체는 특별한 경제적 의미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까지 말한다. 핵심은 적자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적자가 어떤 구조 위에서, 어떤 자산과 생산성을 동반하며 형성되는가이다.


3) 경상수지 공포의 뿌리: 중상주의의 오래된 그림자


그린스펀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경상수지 적자가 왜 문제인가”라는 대중적 인식의 뿌리가
18세기 중상주의 시대의 사고방식에 남아 있다
고 지적한다.


그 시기에는

  • 국제수지 흑자 = 금의 유입

  • 금 보유량 = 국부의 핵심 척도


였기 때문에, 흑자는 곧 국가의 힘이었고 적자는 곧 약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 불태환 화폐,

  • 거대한 글로벌 자본시장,

  • 자유로운 자본 이동


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이 존재한다.

이 환경에서,

  • **“흑자=건전, 적자=위험”**이라는 단순 등식에 집착하는 것은

  • 지나치게 협소한 시각이라고 그는 비판한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 경상수지 적자는 고도화된 분업·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하나의 표지이며,

  • 현대의 흑자·적자는 수십 년, 어쩌면 수세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조정되는 장기 추세의 일부이다.

따라서 진짜 중요한 것은,

  • 그 적자가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기술·자본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 그 결과로 채무자의 지급능력(상환능력)이 장기적으로 강화되고 있는지이다.


4) 부채·레버리지와 금융혁신: 가능성과 위험


18장은 부채와 레버리지에 대해서도 중요한 논점을 제시한다.


그린스펀은

  • CDS, MBS, ABS 같은 신용 파생상품,

  • 석유 선물 등 각종 금융혁신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 거래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

  • 위험의 세분화·이전 가능,

  • 그 결과로 금융시스템의 유연성 확대.


이러한 유연성 확대 덕분에, 어느 수준까지는

“리스크를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도
부채 레버리지를 더 높일 수 있다”


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 주택담보대출의 증권화(MBS),

  • 각종 소비자신용의 유동화(ABS)

등은 가계·기업이 장기간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를 유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는 경제 전체의 투자·소비 여력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과거의 부채·레버리지 우려에 대해,

“가계와 기업의 재무관리 능력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고 말한다. 즉, 경제주체들이 생각만큼 무지하거나 무책임하지 않으며, 새로운 금융 수단을 활용해 스스로 위험을 조정·관리할 수 있다는 낙관이 깔려 있다.

물론,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의 세계를 알고 있다.

  • 복잡한 구조화증권과 과도한 레버리지는

    • 위험을 분산시키기보다 오히려 시스템 전반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오늘의 관점에서는, 그린스펀의 논리 위에 다음 한 줄을 반드시 덧붙여야 한다.

레버리지의 수준만이 아니라,
그 레버리지가 어떤 자산·현금흐름·규제·투명성 구조 위에 얹혀 있는지가 핵심이다.

 


5) 2025년 현실에서 다시 본 18장: AI와 자본 이동, 그리고 체감


2025년 말의 현실에서 18장을 다시 읽어보면, 그린스펀의 프레임은 여전히 상당 부분 유효하다.

첫째, 미국 자산의 매력은 여전히 크다.

  • AI 공급망, 클라우드, 반도체 설계 등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 이 분야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기대와 선호는 여전히 강하다.

  • 이는 미국의 위험조정 기대수익률을 여타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시키는 요인이다.

둘째, AI 덕분에 Home Bias는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 우리 회사만 보더라도, 이제는 해외 IB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도

    • AI를 활용해 해외 기업 공시, 현지 뉴스, 정책 문서까지 직접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 불과 1~2년 사이에

    •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이 급격히 낮아졌고,

    • 정보의 양뿐 아니라 질의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한다.

  • 이러한 변화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확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즉, 그린스펀이 말한

“정보격차 축소 → Home Bias 약화 → 자본의 효율적 이동”


이라는 메커니즘이 AI를 통해 한 단계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경상수지 적자 공포론은 아직 현실이 되지 않았다.

  •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여전히 크지만,

  • 그것만으로 “달러 붕괴”를 단정하기에는

    • 기술·제도·군사·동맹 네트워크,

    • 자본시장의 깊이와 유동성
      등이 여전히 미국 쪽에 크게 기울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리하면,

18장에서 그린스펀은
“부채와 경상수지는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생산성과 제도·자본 이동 구조 속에서 읽어야 한다”는 시각을 제시했고,
2025년의 현실은 아직까지 그의 프레임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라고 정리할 수 있다.


2. “그린스펀의 수수께끼”와 세계화·인구구조 (20장)


이제 20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금리·세계화·인구구조로 확장된다.

1) 2004~2005년: 기준금리는 오르는데 장기금리는 내려간 수수께끼


2004년, 연준은

  • 역사적인 초저금리와 주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 기준금리(FFR)를 1%에서 점진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정상적”이라면 함께 올라야 할

  • 10년물 미 국채금리 등 장기금리

    • 오히려 하락하거나 거의 오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린스펀은 이 현상을 두고 **“그린스펀의 수수께끼(Greenspan’s Conundrum)”**라고 부르며, 그 배후에 세계화·인구구조·글로벌 저축 과잉이라는 구조적 힘이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2) 냉전 종식, 중국 개방, 글로벌 저축 과잉


그가 제시하는 설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1. 동유럽·구소련의 시장 편입

    •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동유럽·구소련 국가들이 시장경제에 편입되면서

    • 저임금·상대적으로 숙련된 노동력이 글로벌 노동시장에 대거 유입되었다.

  2. 중국의 개혁·개방과 WTO 가입

    • 중국이 세계경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 농촌 인구가 도시·산업 부문으로 이동하고

    • 전 세계적으로 유효 노동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3. 신흥국의 고저축·대규모 대외흑자와 미국 국채 매입

    • 중국·아시아 신흥국·산유국은

      • 높은 성장률과 절약 성향을 바탕으로

      • 높은 저축률과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고,

    • 외환보유고를 쌓기 위해

      •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하며 장기금리를 눌러 놓았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 선진국의 임금·물가 상승 압력 억제(디스인플레이션),

  • 연준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도

    • 글로벌 자금이 미국 국채시장으로 몰리며 장기금리가 내려가 버리는 수수께끼였다.


3)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균형점 이동


이 세계화·인구구조 변화는 분배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 선진국의 중·하위 노동자들은

    • 해외 저임금 노동과 경쟁해야 했고,

    • 제조업 일자리 일부가 해외로 이전되면서

    • 임금협상력과 소득몫이 약화되었다.

  • 반면 자본·기업은

    • 글로벌 생산기지 선택,

    • 저금리를 활용한 레버리지 확대,

    • 금융혁신 활용 등을 통해


부와 소득의 균형점을 자본 쪽으로 크게 이동시키는 수십 년을 보냈다.


따라서 20장은,

세계화와 인구구조 변화가
저물가·저금리·고자산가치·소득 불균형이라는 하나의 “패키지”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를 설명하는 장


이라고 볼 수 있다.


3. 구조적 힘의 역전: 디스인플레이션에서 구조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제 18장과 20장의 내용을 2020년대 현실에 대입해 보면, 우리는 그때와 정반대 방향의 구조적 힘이 나타나고 있는 국면에 서 있다.

  1.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 노동공급 감소,

  • 연금·의료 등 사회복지 지출 증가,

  •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압력 확대


를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

  1. 세계화의 정체와 탈세계화 논쟁

  • 미·중 전략 경쟁, 국가안보·공급망 이슈로

    • 리쇼어링, 프렌드쇼어링,

    • 관세·수출통제·보조금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 이는 비용과 물가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 “상시 저물가·저금리” 체제의 종언 가능성

  • 과거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를 가능하게 했던

    • 풍부한 노동공급,

    • 세계화 디스인플레이션,

    • 신흥국의 고저축 구조는 약해지고 있다.

  • 그 결과,

    •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2010년대 수준으로 다시 내려앉기 어렵고,

    •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임금·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4. 신흥국 성장 둔화, 기술·제도, 그리고 자본 흐름의 재편


2000년대에는

  • 중국·아시아 신흥국·산유국이

    • 고성장·고저축·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 미국·유럽에 자본을 공급하는 구조가 뚜렷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림이 달라지고 있다.

  • 일부 신흥국은

    • 인구구조 악화,

    • 생산성 둔화,

    • 부동산·과잉투자 후유증에 직면하고 있고,

  • 과거처럼 **“선진국보다 항상 훨씬 빠른 성장”**을 전제하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자본은

  • 제도·정치·재산권 리스크가 큰 곳을 회피하고,

  • 법치·재산권 보호·제도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로 선별적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 미국의 AI·기술 패권,

  • 상대적으로 안정된 제도·법치·시장 인프라

가 결합되며, 그린스펀이 말했던

“미국 자산의 위험조정 기대수익률 우위”


라는 구조는 아직 완전히 깨지지 않은 상태이다.

AI의 발전은 여기에 또 다른 층을 더한다.

  • 정보비대칭을 줄이고,

  • 리서치·분석의 효율을 높이며,

  • 개인·기관 모두에게 해외투자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앞서 말했듯, 내 체감만 봐도 AI 도입 이후

  • 해외 IB 리포트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 직접 자료를 읽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 해외투자에 대한 심리적·정보적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이는 그린스펀이 예견한

“정보혁신 → Home Bias 약화 → 자본의 효율적 이동”


이라는 메커니즘이 AI 시대에 다시 한 번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5. 인구·복지·부채와 중앙은행 독립성


마지막으로, 그린스펀은 20장에서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를 끄집어낸다.

  • 고령화와 사회복지 지출 확대,

  • 재정적자와 부채 누적이 진행될수록,


정치권에는 항상 다음과 같은 유혹이 생긴다.

“재정을 정면으로 조정하기보다는,
저금리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 부담을 희석하고 싶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을

  • 헌법에 새겨진 절대불변의 원칙이 아니라,

  • **정치·시장·유권자의 합의 위에서 유지되는 ‘깨지기 쉬운 제도적 관행’**에 가깝다고 본다.


자신의 재임기간을 돌아보며,

  • 세계화와 인구구조 덕분에

  • 디스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비교적 여유 있게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었던 것은

  • “행운”에 가까웠다고 평가한다.


반대로 앞으로의 중앙은행은

  • 고물가,

  • 고부채,

  • 고령화와 복지지출 확대라는 조합 속에서


정치적 압력과 독립성 사이의 긴장을 훨씬 더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는 경고를 남긴다.


6. 결론: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보는 법


18장과 20장을 함께 읽고 2025년의 현실과 연결해보면, 그린스펀이 던지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압축할 수 있다.

  1. 부채·경상수지·금리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이다.

    • 부채비율, 경상수지 적자 규모, 장단기 금리 수준은

    • 그 자체로 위기냐 아니냐를 말해주는 지표가 아니라,

    • 인구구조, 세계화, 분업·전문화, 자본 흐름, 제도·정치의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2. 경상수지 적자는 중상주의적 강박에서 벗어나 읽어야 한다.

    • “흑자=건전, 적자=위험”이라는 이분법은

    • 금본위와 중상주의 시대의 유산에 가깝다.

    • 오늘날에는 유입 자본의 질, 투자처, 지급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3. 세계화·인구구조의 방향이 바뀌면,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성격도 바뀐다.

    • 과거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를 낳았던

      • 풍부한 노동,

      • 세계화 디스인플레이션,

      • 신흥국 고저축 구조는 약해졌다.

    • 그 대신

      • 고령화,

      • 탈세계화,

      • 안보·공급망 재편이

      • 구조적 인플레이션·고금리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

  4. AI·기술·제도는 자본 흐름의 방향을 다시 규정한다.

    • 정보격차 축소와 Home Bias 약화는

      • 위험조정 수익률이 높은 자산으로의 자본 이동을 가속한다.

    • 미국의 기술우위와 제도 신뢰가 유지되는 한,

      • 단순한 “달러 붕괴론”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부채를 해석하기는 어렵다.

  5. 중앙은행 독립성은 인구·복지·부채 정치와 맞물려 흔들릴 수 있다.

    • 고령화와 복지지출, 부채 누적은

      • 통화정책을 정치화하려는 유혹을 키운다.

    •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 경제 변수뿐 아니라 정치·재정과의 힘겨루기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결국, 그린스펀이 18장과 20장에서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다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채와 경상수지, 금리를 숫자로만 보지 말고,
그 뒤에 움직이는 인구·세계화·분업·자본·제도의 구조 자체를 읽어라.


2025년의 현실에서 보면,
우리는 그가 분석했던 저물가·저금리·세계화의 시대가 끝나가는 과정에 서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가 남긴 이 구조적 프레임이 앞으로의 고물가·고금리·탈세계화·AI 패권 경쟁의 시대를 해석하는 데 더 필요한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앨런 그린스펀은 말미에서, 장기 실질이자율에 대한 하향 조정 압력이 점점 세계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과연 그 요인에 대해 자신들이 얼마나 통제력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지난 10~20년간의 장기 이자율 하락을 가져온 데 있어, 정부 정책이나 중앙은행의 반인플레이션 통화·신용정책이 과연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문을 남긴다.

만약 그의 의심이 맞다면, 앞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반세계화와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시장 힘에 밀려 점차 그 효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그 결과 통화정책의 역할과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연준의 독립성 자체도 상시적으로 의문과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 통제가능성에 대한 위협이 재발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격동의시대 책의 말미에 그가 남긴

“더 멀리 과거를 돌아볼 수 있을수록 더 멀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The longer you can look back, the farther you can look forward)”


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끝

2025년 12월 7일 일요일

생각정리 138 (* Kevin Allen Hassett)

1. 문제의식: 번스의 망령, 그러나 1970년대는 “금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앨런 그린스펀의 자서전을 탐독하고 있는데, 반가운 이름인 아서 번스가 다시 시장에서 소환되고 있다.

https://ko.wikipedia.org

특히 차기 유력 연준의장 케빈 해셋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아서 번스 시즌 2”, 다시 말해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https://en.wikipedia.org/wiki/Kevin_Hassett


그러나 1970~1980년대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대실패는 단순히
**“연준이 금리를 너무 낮게 유지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핵심은 다음과 같은 조합이다.

  • 임금·가격 통제,

  •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

  • 오일쇼크라는 대형 공급 충격,

  • 여기에 휘둘린 정치화된 중앙은행.

즉, 시장 가격 메커니즘을 파괴하는 정책과 외부 충격, 정치 개입이 한꺼번에 결합된 결과가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970년대의 경기불황은 아서 번스의 금리 결정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물가통제와 정부개입이 시장 가격 메커니즘을 훼손한 것이 핵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케빈 해셋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하더라도
1970년대식 임금·가격 통제와 오일쇼크가 결합하지 않는 한,
당시와 같은 대침체를 그대로 우려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결론을 설득력 있게 보이기 위해, 우선 숫자부터 정리한다.


2. 숫자로 먼저 보는 1970~1982년: 금리·물가·성장률


[표 1] 미국 거시지표(연평균): 1970~1982년



이 표에서 보이는 큰 흐름은 세 가지이다.

  1. 인플레이션의 상시 고착
    1970년대 내내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5~14% 구간에 머무른다.
    “언젠가 2%대로 다시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가 사실상 사라진 시기이다.

  2. 뒤늦게 쫓아가는 금리
    연방기금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폭발한 뒤에야 급등한다.
    특히 1974년, 1979~81년에는 “물가 뒤쫓기” 양상이 뚜렷하다.

  3. 반복되는 경기침체
    성장률은 1970, 1974~75, 1980, 1982년에 마이너스를 기록한다.
    즉, 높은 물가 + 반복되는 경기침체라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다.




이제 이 숫자 위에, 각 시기별 정책과 사건을 얹어서 보자.


3. 닉슨–아서 번스: 임금·가격 통제가 시장을 망가뜨린 방식


3-1. 매크로 배경: 이미 높아진 인플레이션과 불안정한 정치


1970년 전후 미국은

  • 베트남전 비용과 Great Society 복지지출 확대로 재정 부담이 컸고,

  • 추가 10% 연방 소득세가 부과되었으며,

  • 반전 시위와 사회적 갈등 등 정치적 불안이 겹쳐 있었다.

1970년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다.

  • 인플레이션: 6.2%

  • 실질 성장률: -0.17%

  • FFR: 7.17%


이미 성장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초기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었다.

닉슨은 성격적으로 편집증·염세·냉소가 강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린스펀의 회고를 포함한 여러 기록에 따르면, 그는 주변 인물에 대한 신뢰가 낮고, 정치적 생존에 극도로 민감한 대통령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닉슨의 최우선 과제는 분명했다.

“1972년 재선까지, 경기와 실업률만큼은 어떻게든 좋아 보이게 만드는 것”


이 지점에서 아서 번스가 등장한다.


3-2. 1971년 “닉슨 쇼크”: 임금·가격 통제의 구조


1971년 8월, 닉슨은 이른바 **“닉슨 쇼크”**를 단행한다. 핵심은 세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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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 태환 정지

    • 브레튼우즈 체제를 사실상 종료.

  2. 임금·가격 90일 동결(Phase I)

    • 모든 임금·가격을 즉시 동결.

  3. 10% 수입할증 관세

    • 수입 물가를 직접적으로 조정.


이후 임금·가격 통제는 형태만 바뀐 채 계속 이어진다.

  • Phase II: 임금·가격위원회가 인상 허용 범위를 정하고, 기업은 허가 없이는 가격·임금 인상을 할 수 없는 체제로 전환.

  • Phase III·IV: 일부 완화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정부가 임금·가격 인상률을 사실상 관리하는 구조가 유지된다.


겉으로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시장 가격 메커니즘을 광범위하게 파괴하는 정책이었다.


3-3. 임금·가격 통제가 시장에 미친 핵심 악영향


임금·가격 통제의 부정적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상대가격 신호 붕괴와 자원 배분 왜곡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상품·산업 간 상대가격 변화가 자원 배분의 핵심 신호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가격 상·하한을 정하면,

    • 어떤 산업은 인상 제한,

    • 어떤 산업은 예외 인정,

    • 임금도 직종·산업별로 상한이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어디에 자본·노동을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격 신호가 흐려지고,
      필요한 곳에는 공급이 부족하고 다른 곳에는 과잉이 생기는 구조적 왜곡이 쌓이게 된다.

  2. 숨은 인플레이션과 ‘밀린 인상분’의 폭발

    통제 기간 동안 임금·가격은 행정적으로 눌려 있지만,

    •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

    • 기업의 마진 회복 요구는 사라지지 않고 누적된다.
      통제가 완화·해제되는 순간, 이 “밀린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물가가 급등한다.
      실제로 1972년 일시적으로 3%대까지 내려갔던 인플레이션은,
      가격통제가 느슨해지고 1차 오일쇼크가 겹치면서 곧바로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으로 폭발한다.

  3. 투자·성장 잠재력 훼손

    가격을 시장이 아닌 정부가 정하는 환경에서는
    기업 입장에서 장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 자체가 불확실해진다.
    규제 대상 산업일수록 설비투자와 신규 진입이 위축되고,
    이는 결국 성장잠재력 저하 → 낮은 성장률·높은 실업률의 고착으로 이어진다.

요약하면, 임금·가격 통제는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 숫자를 예쁘게 보이게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더 폭발적으로 만들고, 성장잠재력까지 훼손하는 정책”
이었다.

 


3-4. 그 위에 얹힌 1차 오일쇼크


이렇게 왜곡된 가격 체계 위에 1973년 1차 오일쇼크가 올라탄다.

  • 1973년 10월, 아랍 산유국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 국가들에 대해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한다.

  • 유가는 단기간에 세 배 가까이 뛰었고,

  • 이미 억눌려 있던 에너지 가격이 폭발적으로 재조정되었다.

표에서 보면 충격은 명확하다.

  • 인플레이션: 1972년 3.27% → 1973년 3.65% → 1974년 9.39% → 1975년 11.80%

  • 성장률: 1973년 4.02% → 1974년 -1.95% → 1975년 2.55%

연준은 1974년 FFR을 **10.51%**까지 올리며 뒤늦게 대응했지만, 이미

  • 가격통제가 풀리며 튀어 오른 숨은 인플레이션,

  • 오일쇼크,

  • 노조와 기업의 누적된 인상 요구

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국면이었다.

더 치명적인 부분은 1975년이다.

  •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11.8%**에 달했는데,

  • FFR은 **5.82%**까지 재인하되었다.

즉, 실질 정책금리가 깊은 마이너스인 상태를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이 지점이 바로 시장과 학계가 지적하는 **“아서 번스의 치명적 패착”**이다.


닉슨 행정부 경제팀은 마비 되었고, 이어 워터게이트 사건이 폭로되면서 정치적 위기까지 겹쳐 결국 닉슨은 사임을 발표하였다.

그 뒤를 이어 공화당 소속 제럴드 포드가 후임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4. 포드: 가격통제의 잔재와 규제완화의 시작 (1975~1976)

포드 대통령은 성품 면에서는 닉슨과 달리 온건하고 안정적인 인물이었으나,

초기에는 **WIN(Whip Inflation Now)**라는, 이름만 거창한 “인플레이션 때리기” 캠페인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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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은 실제로는

  • 국민에게 절약·자제를 호소하고,

  • 각종 행정적 가격·임금 가이드라인을 이어가는 정도에 그쳤다.

그린스펀은 이를 두고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어이없는 안건”
이라고 회고한다. 그만큼 시장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책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포드 행정부는 곧 현실을 인정하고,

  • 소득세 환급,

  • 한시적 재정지출 확대,

  • 연방 예산 증가 제한

등을 통해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동시에 중요한 변화가 시작된다. 바로 규제완화(deregulation)의 시동이다.

  • 철도 상업,

  • 트럭운송업,

  • 항공 산업 등을 중심으로

가격·진입 규제를 풀어 시장 경쟁을 회복시키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는 곧

  • 1980년대 레이건 시기의 기업 M&A 붐,

  • 산업 구조조정,

  • 새로운 산업의 탄생

으로 이어지며, 미국 경제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크게 높이는 토대가 된다.


5. 카터: 규제완화의 연속과 인플레이션 관리 실패 (1977~1980)


지미 카터 정부는

  • 포드 시기부터 시작된 규제완화 흐름을 전기·통신 등으로 확장했고,

  • 이 덕분에 집권 초기 1년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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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 1977년: FFR 5.54%, 인플레이션 5.22%, 성장률 5.01%

  • 1978년: FFR 7.94%, 인플레이션 6.84%, 성장률 6.66%


즉, 규제완화·재정정책 덕분에 실물경제는 호조였으나, 인플레이션은 다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문제는 카터의 리더십 스타일이다.
그린스펀의 표현을 빌리면, 카터는

  • 우유부단하고,

  • 의기소침한 인상을 주며,

  • “변화조차 선택의 여지 없이 해야 하는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리더였다.

그 결과, 카터 행정부는

  • 실업률을 낮추고,

  • 인플레이션을 잡고,

  •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세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였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확실하게 우선순위에 두지 못한 채,
존재하지 않는 절충안을 찾아 헤매는 회의만 반복하였다.

여기에 1979년 2차 오일쇼크가 덮친다.

  • 이란 혁명과 공급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했고,

  • 인플레이션은 1979년 9.28%, 1980년 **13.91%**까지 폭등하였다.

  • 성장률은 1979년 1.28%, 1980년 **-0.04%**에 그쳤다.

카터 행정부는 이 위기 속에서

  • 임금·가격 통제를 본격적으로 되살리지도 못하고,

  • 그렇다고 강력한 통화긴축을 뒷받침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1979년, 카터는 시장의 신뢰를 잃은 빌 밀러 대신
폴 볼커를 연준 의장으로 임명한다.





6. 볼커–레이건–그린스펀: 통화정책 신뢰 회복과 골디락스


6-1. 볼커의 디스인플레이션


볼커는 취임 직후,

“내 임무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잡는 일이다”


라고 명확히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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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연준은

  • **통화량 타깃팅(10·6 조치)**를 선언하며

  • 기존의 금리 목표제에서 벗어나

  • 통화 공급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그 결과,

  • 1980년: FFR 13.35%, 인플레이션 13.91%

  • 1981년: FFR 16.39%, 인플레이션 11.83%

  • 1982년: FFR 12.24%, 인플레이션 8.39%


실질 금리는 드디어 플러스 영역으로 깊게 올라서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서서히 꺾이기 시작한다.

대신 성장률은

  • 1980년 -0.04%,

  • 1982년 -1.44%

두 차례 침체를 겪는다. 즉, **“고통스러운 디스인플레이션”**이다.





6-2. 레이건과 그린스펀: 공급 측 개혁 + 안정된 통화체제


볼커가 인플레이션을 꺾은 뒤, 레이건 행정부와 그린스펀 체제는

  • 감세,

  • 규제완화,

  • 방위산업 투자


를 통해 공급 측 개혁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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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1989년 지표를 보면,

  • 성장률: 1983년 7.9%, 1984년 5.6% 등, 디스인플레이션 이후 강한 리바운드,

  • 인플레이션: 대체로 3~4%대에 안착,

  • FFR: 6~10% 수준에서 관리되며 실질 금리는 플러스 유지이다.

이 시기를 흔히 **골디락스(Goldilocks)**라고 부른다.
볼커–그린스펀 체제 아래에서 통화정책의 신뢰가 회복되고,
레이건–포드–카터 시기부터 이어져 온 규제완화·구조조정이 결실을 맺는 구간이다.

그 과정에서 1987년 블랙먼데이가 발생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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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은 “연준은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단 한 문장으로
시장 신뢰를 지탱하며, 실물 경기 침체로의 확산을 막는 데 성공한다.




7. 다시 보는 아서 번스: “저금리”가 아니라 “시장 파괴”가 진짜 문제


이제 다시 아서 번스로 돌아가면, 1970년대의 대실패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1. 정치적 포획

    • 닉슨의 재선 일정에 맞추어

      • 1971~72년 완화,

      • 1975년 재완화를 단행하며

    • 연준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였다.

  2. 임금·가격 통제와의 결합

    • 임금·가격 통제가

      • 상대가격 신호를 파괴하고,

      • 품질 하락·공급 축소·암시장 확대를 초래하며,

      • “밀린 인상분”을 쌓아두었다가 통제 해제 후 인플레이션 폭발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방치하였다.

  3. 오일쇼크 위에 겹친 왜곡 구조

    • 이미 왜곡된 가격체계 위에

    • 1차 오일쇼크가 얹히며

    • **“숨은 인플레 + 에너지 가격 급등”**이 동시에 터지는 국면을 만들었다.

  4. 실질 마이너스 금리 방치

    • 1975년처럼 인플레이션 **11.8%**에 FFR **5.82%**를 용인하며,

    • 통화가치에 대한 신뢰를 구조적으로 훼손하였다.

따라서 번스의 패착을

“저금리를 잘못 썼다”


수준으로 요약하는 것은 지나치게 피상적이다.


본질은

정치–물가통제–오일쇼크–실질 마이너스 금리가 한 세트로 작동하며
시장 가격 메커니즘을 무너뜨린 것

이다.


8. 케빈 해셋–트럼프 2기와 1970년대: 공통점과 구조적 차이


이제 현재의 논의로 돌아간다.
트럼프 2기 하에서 케빈 해셋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면서,
시장에서는 **“트럼프 친화적 저금리 → 번스 시즌 2”**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분명히 닮은 점도 있다.

  1. 대통령과의 밀착 관계

    • 번스가 닉슨의 “경제 참모” 출신이었듯,

    • 해셋 역시 트럼프의 오랜 경제 자문역으로, 낮은 금리에 우호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2. 시장 우려의 초점도 ‘독립성’

    • 채권·주식 시장이 우려하는 지점도
      **“연준이 정치 일정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부분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다른 점이 세 가지 있다.


8-1. 인플레이션 수준·기대의 차이

  • 197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이

    • 상시 5~10%대,

    • 때로는 10%를 넘어가는 수준까지 고착되었고,

    • “언젠가 2%대로 복귀한다”는 신뢰가 사실상 사라져 있었다.

  • 반면 현재는

    • 팬데믹·공급망 충격 이후 높은 물가를 경험했지만,

    • 대체로 3% 전후에서 정체된 고물가라는 평가에 가깝고,

    • 중앙은행의 2% 물가안정 목표가 제도적으로 붕괴된 상황은 아니다.


8-2. 임금·가격 통제의 부재

  • 현재 미국에서 닉슨 시기처럼

    • 모든 임금·가격을 동결하거나,

    • 위원회가 인상 허용 범위를 정하는 전면적 물가통제를 도입하자는 정치적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 오히려 1970년대의 경험 때문에

    • **“가격통제는 숫자만 예쁘게 만들고, 실물경제는 망가뜨린다”**는 교훈이 광범위하게 공유되어 있다.

즉, 번스 시절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 가격 메커니즘을 깨뜨릴 가능성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낮다는 점이다.


8-3. 에너지·오일쇼크 구조의 차이

  • 1970년대에는

    • 미국이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했고,

    • OPEC이 공급을 죄는 순간

    • 미국은 거의 속수무책에 가까운 상태였다.

  • 지금은

    • 셰일혁명 이후 미국 자체의 생산 능력이 크게 확대되었고,

    • OPEC+도 2027년부터 **최대 지속가능 생산능력(MSC)**을 기준으로 한 쿼터 시스템을 도입하며
      생산능력 확대 유인을 주는 구조로 이동 중이다.

물론 지정학적 충돌로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1970년대식 구조적 에너지 종속 + 가격통제 + 오일쇼크의 3중 조합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8-4. 트럼프 2기 정책조합: 포드·레이건과의 유사성


한편, 트럼프 2기의 정책 조합을 보면 오히려

  • **관세·세제 조정(부분적 환급·감세)**을 통한 소비·투자 유인,

  • AI·디지털 인프라 분야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 측 강화

등에서 포드–레이건 시기와 유사한 측면이 뚜렷하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소비·투자 활성화,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조합이다.

따라서, 케빈 해셋이 트럼프 기조에 맞춰

  •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보다 다소 낮추고,

  •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 임금·가격 통제,

  • 에너지 공급충격,

  • 실질 마이너스 금리의 장기 방치

와 결합하지 않는 한,
1970년대식 대침체를 그대로 복사해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9. 결론: “금리 인하 = 번스 시즌 2”라는 단순 도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찰리 멍거의 말처럼,

“역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평생 아이처럼 살 수밖에 없다.”


1970~80년대 미국의 금리·물가·성장률을 연도별로 함께 놓고 보면, 다음과 같은 교훈이 도출된다.



  1. 번스의 실패는 저금리 자체가 아니라, 나쁜 조합의 산물이었다.

    • 정치 개입,

    • 임금·가격 통제,

    • 오일쇼크,

    • 실질 마이너스 금리.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며 시장 가격 메커니즘을 무너뜨렸다는 점이 핵심이다.

  2. 볼커의 성공은 “높은 금리” 그 자체보다 “정책 일관성과 신뢰 회복”에 있었다.

    • 두 번의 경기침체를 감수하면서도 인플레이션 기대를 확실히 꺾었고,

    • 그 위에서 레이건–그린스펀의 규제완화·구조조정이 골디락스를 만들었다.

  3. 현재 케빈 해셋 리스크의 본질은 ‘금리 수준’보다 ‘연준 독립성’에 가깝다.

    • 인플레이션 수준, 에너지 구조, 물가통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모두가
      1970년대와는 크게 다르다.

결과적으로,

“해셋이 금리를 내리면 아서 번스의 악몽이 재현된다”


는 단순 도식은,

 역사적 맥락과 정책 조합을 과도하게 축약한 해석에 가깝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 금리 자체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연준의 독립성,

  • 정부의 가격·임금 개입 여부,

  • 에너지·공급 측 구조,

  • 통화·재정·규제의 조합 전체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케빈 해셋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1970년대식 대침체를 그대로 우려하는 것은 아직까지 “기우”에 더 가까운 판단이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글을 마치며: 한국 부동산 규제와 닉슨식 가격통제의 데자뷔


흥미롭게도, 지금 한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각종 부동산 규제는, 과거 닉슨 행정부가 실시했던 가격통제 정책과 구조적으로 더 유사한 측면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강한 규제를 통해 표면적인 주택가격 상승을 억누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 주거비 상승 압력,

  •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 노란봉투법을 포함한 노동 규범 변화와 최저임금 인상

여러 요인이 통계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숨은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실질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밀어 넣을 수 있고,
향후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은 규제가 해제되는 시점에는 그간 풀려 있던 유동성과 통화량이 한꺼번에 부동산 시장에 반영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그림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로 보이기도 한다.


과거 닉슨–아서 번스 시기의 교훈은 결국 한 가지로 정리된다.

“가격을 억누르는 것만으로 인플레이션이 사라지지 않는다.”


숫자를 예쁘게 만들기만 하는 정책들은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처럼 언젠간 탄로날 뿐이다.

=끝

2025년 12월 4일 목요일

생각정리 137 (* 해외투자점검 5)

이전 해외펀드 업데이트에서 메모리 계층·메모리 풀 투자 비중을 높인 데 이어, 네트워킹 섹터 비중도 추가로 확대했다.

그 배경에는 AI 시대의 메모리 풀·메모리 계층화가 더 이상 ‘메모리만의 이슈’가 아니라, 메모리와 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패브릭 전체의 구조적 변화라는 판단이 있다.

이 과정에서 Broadcom·Marvell·Credo는 각각 다른 층에서 메모리–네트워크 패브릭 수혜를 분담하는 핵심 기업군으로 보고 비중을 조정하였다.

(Gemini 3.0 성공적인 출시 이후 ASIC(=XPU)에 대한 위상이 올라간것도 이번 업데이트에 있어 주요한 포인트이기도 했다.)

ChatGPT의 점유율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중



1. 왜 지금 “메모리 풀·계층화”가 중요한가


지금까지 AI 하드웨어 논의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 GPU, XPU 같은 연산 칩의 성능

  • 그 옆에 붙어 있는 HBM의 용량·속도


그런데 **AI 추론(inference)**이 본격적인 시장으로 자리 잡으면서 문제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 LLM의 긴 컨텍스트,

  • 수많은 사용자의 동시 접속 세션,

  • 에이전트·비디오 생성·자율주행처럼 상태(state)를 오래 유지해야 하는 서비스

이 늘어나면, HBM 몇 스택만으로는 용량·비용·공급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이 지점에서 시스템 구조가 다음과 같이 변하기 시작한다.

  • 칩 바로 옆에는 여전히 HBM

  • 그보다 한 단계 바깥에 대용량 DRAM 풀 (DDR/LPDDR, SOCAMM, CXL 메모리 등)

  • 더 바깥에 플래시 풀 (QLC SSD, HBF 등)

즉, 과거처럼 메모리가 “CPU/GPU 옆에 붙어 있는 단일 블록”이 아니라,
여러 층으로 잘게 나뉘어 “계층화”된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이제 메모리는 “CPU 옆에 꽂는 부품”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곳곳에 흩어져 있고, 네트워크로 묶이는 자산이 되었다.

 

이 순간부터 네트워크 계층이 메모리 스토리의 한복판으로 들어오게 된다.


2. 메모리 풀·계층화는 왜 네트워크를 끌어들이는가


비유를 들어보면 이해가 쉽다.

  • 예전에는 책상 바로 옆 책꽂이(DIMM·HBM)에 필요한 책을 모두 꽂아두고 꺼내 쓰는 구조였다.

  • 이제는 집 안 곳곳의 책장, 창고, 심지어 옆집 창고까지 책을 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들고 오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 책을 어디에 얼마나 쌓아두느냐(= 메모리 용량)뿐 아니라

  • 그 위치까지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다녀올 수 있느냐(= 네트워크·케이블·광 인터커넥트)이다.

다시 말해, “메모리 풀을 향한 길” 자체가 메모리 계층의 일부가 된다.
이 지점에서 Broadcom, Marvell, Credo가 서로 다른 층을 담당하게 된다.


3. Broadcom: 메모리 풀을 엮는 “이더넷 뼈대”


Broadcom은 가장 직관적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이더넷 뼈대”**를 쥐고 있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 랙 안·랙 간·데이터센터 전역을 묶는
    **스위치·라우터 칩(토마호크, 제리코 등)**을 공급하고,

  • 최근에는 AI 전용 이더넷 패브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메모리 풀·계층화 관점에서 Broadcom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외부 메모리 풀은 결국 네트워크 너머에 있다.

    • XPU ↔ 메모리 쉘프 ↔ 다른 랙의 CXL 메모리 박스

    • 이 모든 경로가 스위치·라우터를 통해 이더넷으로 연결된다.

  2. 메모리 풀 규모가 커질수록,

    • 단순히 GPU·CPU 개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 GPU당 필요한 네트워크 포트 수필요 대역폭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따라서 메모리 풀·계층화를 이야기할 때는
“메모리 비트 증가”와 동시에 “Broadcom 포트·대역폭 증가”를 함께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리하면,

Broadcom은 단순한 “AI 네트워크 업체”를 넘어서
“외부 메모리 풀까지 포함한 데이터센터 메모리 패브릭의 기본 뼈대” 역할을 한다.
메모리 풀·계층화가 진행될수록, 이 뼈대 위를 지나는 트래픽과 포트 수는 구조적으로 늘어난다.

 


4. Marvell: 메모리 바로 옆을 담당하는 “메모리 패브릭 칩”


Marvell 역시 네트워크 계열이지만, Broadcom보다 메모리 쪽으로 한 칸 더 들어와 있는 포지션이다.
특히 다음 두 영역이 메모리 풀과 직접 연결된다.

4-1. CXL 메모리 패브릭 (Structera 등)

  • CPU·가속기와 외부 DRAM/CXL 메모리 모듈을 연결해
    하나의 메모리 풀로 만들어 주는 CXL 컨트롤러·스위치 제품군을 갖고 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이 만드는
    CXL 메모리 모듈과 CPU/XPU 사이를 실제로 붙여주는 **“메모리 브리지”**에 가깝다.

4-2. 포토닉 패브릭 (Celestial AI 인수)

  • 전기 대신 **빛(광)**으로 메모리–연산 사이를 연결하는
    **포토닉 패브릭 칩렛(Photonic Fabric)**을 인수해 전개 중이다.

  • 장기적으로는 메모리 풀과 XPU 패키지 안팎
    광 패브릭으로 엮는 구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메모리 계층화 관점에서 보면,

  • Broadcom이 데이터센터 전역을 이더넷 패브릭으로 묶어 준다면,

  • Marvell은 그 패브릭의 **“메모리 쪽 끝단”**에서
    CXL·포토닉을 통해 메모리 풀 자체를 만들고 붙이는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따라서 Marvell은,

“메모리가 풀로 깔릴수록, 그 풀을 제어하고 묶어 주는 칩의 가치가 올라간다”
라는 방향에서 구조적 수혜를 받는 포지션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Broadcom이 DC 전역 이더넷 패브릭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Marvell은 같은 네트워킹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CXL 메모리 컨트롤러·XPU-attached·포토닉 패브릭 등 ‘메모리·XPU 인접 구간’에서의 존재감을 더 키우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5. Credo Technology: 케이블 회사가 아니라 “메모리 계층의 물리 레이어”


겉으로 보면 Credo는 **구리선(AEC)·광케이블(ALC, ZF Optics)**을 파는 인터커넥트 업체에 가깝다.

 하지만 최근 분기부터는 메모리 계층화 측면에서의 역할이 훨씬 더 뚜렷해지고 있다.

5-1. Weaver: HBM과 DDR을 이어주는 “메모리 전용 게이트웨이”


앞서 정리했듯이 Weaver는 새로운 메모리 칩이 아니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다음과 같다.

**HBM만으로 부족해진 XPU에,
값싸고 많은 DDR 메모리를 “대용량으로 붙여 주는 전용 배선·연결 칩”**이다.

 

  • HBM은 빠르지만 비싸고 부족한 메모리

  • DDR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싸고 많이 깔 수 있는 메모리

Weaver는 이 둘을 잇는 전용 고속도로 역할을 수행한다.

이 구조를 사용하면,

  • 자주 쓰는 핵심 데이터는 HBM에 두고,

  • KV 캐시·히스토리·덜 자주 쓰는 파라미터는 DDR 풀에 두는 식으로
    **메모리 계층화(티어링)**가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특히 추론 워크로드에서는,

  • 동일한 XPU 수로 더 많은 세션을 처리하고,

  • 더 긴 컨텍스트를 지원하며,

  • 비디오/자율주행처럼 상태를 많이 들고 있어야 하는 서비스에서
    **“한 번에 들고 있을 수 있는 정보량”**을 크게 늘려 준다.

즉, Weaver는 메모리 계층화의 논리 레이어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제품이다.

5-2. AEC·ALC·Zero-Flap Optics: 메모리 트래픽을 실어 나르는 물리 레이어


문제는 DDR 풀·CXL 메모리 박스가 늘어날수록,
Weaver 뒤쪽에 실제로 깔아야 하는 연결 경로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는 점이다.

이때 Credo의 다른 제품들이 메모리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1. AEC (Active Electrical Cable)

    • 7m 안쪽 랙–랙·랙–보드 구간에서
      고신뢰·저전력 구리 케이블로 연결하는 제품이다.

    • XPU 보드와 인접한 메모리 쉘프·CXL 박스를 잇는
      “짧은 메모리 링크”에 적합하다.

  2. ALC (Active LED Cable)

    • Micro-LED를 광원으로 사용해 최대 30m 도달 가능한
      더 얇고 긴 광 케이블이다.

    • 랙–랙, 로우(row) 단위로 흩어진
      메모리 노드·XPU 랙을 잇는 Row-scale 메모리 패브릭에 맞는다.

  3. Zero-Flap Optics (ZF Optics)

    • 데이터센터 전역에서 레이저 기반 광 모듈을 더 안정적으로 쓰게 해 주는 솔루션이다.

    • 링크 상태 텔레메트리를 통해 링크 플랩을 사전에 감지·완화함으로써,
      대규모 inference 클러스터·메모리 패브릭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정리하면, Credo는

  • 위로는 Weaver로 HBM–DDR 계층화를 돕고,

  • 아래로는 AEC·ALC·ZF Optics
    DDR 풀·CXL 박스·메모리 쉘프까지 이어지는 실제 물리 경로를 책임지는 구조이다.

즉, 단순한 케이블 회사가 아니라,

“메모리 풀을 향한 길을 실제로 깔아 주는 물리 레이어”와
“HBM 한계를 DDR로 우회시키는 논리 레이어”를 동시에 가진 회사

 

로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


6. 정리: 메모리 비트만 보지 말고, “메모리 패브릭 체인” 전체를 보자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번 AI 사이클에서 진짜 변화는
‘HBM 몇 스택을 더 붙이느냐’가 아니라,
메모리가 데이터센터 전체로 풀링되고,
그 풀을 네트워크 패브릭과 케이블이 하나의 계층으로 묶는 구조
이다.

 

이 관점에서 메모리 풀·계층화의 밸류 체인을 나누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메모리 비트 계층

    • HBM, DDR/SOCAMM, CXL 메모리, QLC SSD/HBF 등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2. 메모리 패브릭·컨트롤 계층

    • Broadcom: AI 이더넷 패브릭 스위치/라우터

    • Marvell: CXL 메모리 컨트롤러·포토닉 패브릭, XPU-attached 솔루션

    • Credo Weaver: HBM–DDR 메모리 계층화 Gearbox

  3. 물리 인터커넥트 계층(구리·광)

    • Credo AEC·ALC·ZF Optics 등

    • 기타 PAM4/Coherent DSP + 케이블 벤더

이 글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는 세 가지이다.

  1. 메모리 풀·계층화는 메모리 업체만의 스토리가 아니다.
    외부 메모리 풀을 깔려면, 그 메모리를 향한 길(네트워크·케이블·컨트롤러)이 함께 깔려야 한다.

  2. Broadcom·Marvell·Credo는 이 “메모리 패브릭”의 서로 다른 층을 담당하는 동반 수혜주이다.

    • Broadcom: 데이터센터 전체를 묶는 이더넷 뼈대

    • Marvell: 메모리 풀 자체를 만드는 CXL·포토닉 패브릭

    • Credo: HBM–DDR 계층화(Weaver) + 메모리 트래픽이 지나는 실제 물리 경로(AEC·ALC·ZF)

  3. 특히 추론(inference) 시대에는 “얼마나 싼 메모리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멀리까지 붙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이때 메모리 풀·계층화와 네트워크 계층 수혜는 분리해서 볼 수 없는 구조가 된다.


Credo Technology


Marvell Technology


Broadcom

마지막 정리

  • Broadcom: DC 이더넷 패브릭 볼륨 레버리지

  • Marvell: CXL·XPU-attached·포토닉 = 메모리·XPU 인접 패브릭 레버리지

  • Credo: 메모리–네트워크 경계에서의 물리·논리 커넥티비티 니치 레버리지



=끝

앨런 그린스펀 Alan Greenspan

최근 최장수 연준 의장이자 미국 양당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앨런 그린스펀의 자서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곧바로 중고서점에서 『격동의 시대』를 구입해 읽어나가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특히 흥미로운 한 챕터를 접하게 되어, 지금까지 떠올린 생각들을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Alan_Greenspan


  1. 그린스펀의 분석 방식: 인간에서 출발해 거시로 올라가는 시선


앨런 그린스펀의 자서전, 특히 **12장 ‘경제성장의 보편적 특성’**을 읽다 보면, 그는 단순히 통계와 지표를 다루는 관료형 경제학자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에서 출발해 미시경제와 거시경제를 관통하는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내가 이해한 그는 먼저 개인의 심리와 동기, 인간의 본성을 살펴보고, 거기에서 출발해 여러 산업과 공급망,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관찰한다. 그런 다음 이 미시적 움직임들의 총합을 통해 거시경제를 상향식(bottom-up)으로 해석하고, 다시 그 거시적 판단을 근거로 금리정책이라는 탑다운(top-down) 수단을 행사하여, 자신이 내린 정책 결정이 앞으로 각 산업과 경제주체에게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역으로 추론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러한 경제 현상의 이면에 자리 잡은 인간의 보편적 특징과 인과관계를 끊임없이 캐묻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12장과 13장은 그가 **“인간의 본질과 시장의 힘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평생 고민해 온 사람이라는 증거처럼 읽힌다.


  1. 인간의 이기성과 재산권, 그리고 자본주의 성장 메커니즘


그린스펀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그는 인간을 본래 이기적인 존재로 전제한다. 중요한 것은 이 이기심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것인가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이다.

그가 보기에 재산권 인정은 경제성장의 가장 기초가 되는 제도이다.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으며, 대부분의 근원적인 뼈대는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으로부터 온 것 같다. 

  • 인간의 이기심은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틀 안에서 동력으로 전환해야 하는 성질이다.

  •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기본적인 안정과 자유를 보장하되, 그 외에는 과도하게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 그렇게 할 때 개인의 자발적 행동, 즉 더 많이 벌고, 더 잘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이 결과적으로 공공선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 재산권의 보장은 개인을 다음과 같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만들고,

  • 경쟁 속에서 더 나은 성과를 추구하고 달성하려 하도록 만들며,

  • 보다 생산적인 활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지속하도록 만드는 장기적 유인 구조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화와 분업이 촉진되고, 이는 곧 생산성 향상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이어진다. 그린스펀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오늘날 법치주의·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어왔으며, 창조적 파괴를 통해 부의 축적을 이끌어온 동력이라고 해석한다.


  1. 자본주의의 역동성과 인간의 안정 욕구의 충돌


그러나 그는 동시에, 자본주의의 핵심인 **역동성(냉혹한 경쟁)**이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인 안정성과 확실성에 대한 욕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해진 현재의 생활 수준과 생활 양식이 유지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경쟁은 이 상태를 끊임없이 교란한다. 그 결과 많은 이들에게 일자리 상실에 대한 만성적인 불안감이 생겨나고, 이러한 정서가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 복지의 확대, 일종의 ‘사회자본주의’적 흐름을 강화해왔다고 본다.

그린스펀에 따르면,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는

  • 모든 시장 참여자가 보다 평등한 소득을 받고,

  • 경쟁의 압박이 덜한 경제를 선호하는 성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인간 본성의 방향과는 다르게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실제로 달성해온 성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 시장경제는 수 세기에 걸쳐 비효율적·무능한 주체를 걸러내고,

  • 소비자 수요를 정확히 읽어 노동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주체에게 보상을 집중함으로써,

  • 사회 전체의 부와 생활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렇게 축적된 부 중 상당 부분은 다시

  • 사회안전망 구축,

  • 보다 ‘인간다운’ 문명 수준의 향상
    에 사용되었다.

즉,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부가 복지를 낳고, 복지가 다시 자본주의적 위험감수와 재도전을 떠받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측면도 존재한다. 적절한 사회안전망은 경쟁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생산적인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

그 결과

  • 재산권,

  • 안정적 통화,

  • 개방적 교역,

  • 기회의 개방
    이 서로를 강화하는 제도·심리·경제의 선순환이 일종의 성장 엔진으로 기능해 왔다는 것이 그린스펀의 진단이다.


  1. 복지·사회안전망의 비용과 유럽의 사례


다만, 그는 이 선순환이 어디까지나 ‘적정 수준’의 복지와 안전망을 전제로 할 때 작동하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안전망을 유지·확대하는 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재정·경제적 비용이 필요하며,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오히려 생산성과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나타난다고 본다.

그린스펀은 대표적인 사례로 유럽 복지국가들을 든다.

  • 복지제도는 애초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소득을 지원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하지만,

  • 결과적으로는 일·저축·투자·혁신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키고,

  •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기술 발전과 국제 경쟁력을 잠식하며,

  • 나아가 시장 메커니즘을 약화시키고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왜곡,

  • 장기적으로 생활 수준의 정체·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일정 수준까지의 사회안전망은 필요조건이지만, 그 한계를 넘어선 과도한 복지는 성장과 역동성의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린스펀의 핵심 경고이다.


  1. 경제성장과 행복: 절대소득이 아닌 상대소득의 세계


12장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논점은, 경제성장과 인간의 행복이 단순 비례 관계에 있지 않다는 관찰이다.

  • 일정 수준까지는 소득 증가와 경제성장이 행복의 증가와 함께 움직이지만,

  • 그 수준을 넘어서면 추가적인 부의 증가는 행복과 거의 관련이 없어지는 구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의 행복은 주로

  • 자신의 생활과 업적을 또래·이웃·동료와의 비교 속에서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의해 규정된다.

여기서 그린스펀은

  • 도로시 브래드와 로즈 프리드먼의 연구,

  • 베블런의 유한계급론과 과시적 소비 개념을 연결한다.

요지는 명확하다.

  • 우리의 소비, 나아가 행복감은 절대적인 가계소득이 아니라

  • 전국 평균 또는 주변 집단 대비 상대적 소득 수준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된다.

  • 이러한 상대소득 기반 소비 행태는 1900년대나 2000년대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과 연관되어 있다.

즉, 어느 정도 생활수준을 넘어서고 부유한 삶에 익숙해지면,

  • 처음에 느꼈던 충족감은 금세 새로운 기준선으로 상쇄되고,

  • 그 수준이 곧 **“평범한 일상”**이 된다.
    결국 소비는 신분·지위 과시의 수단으로 전락하기 쉽고, 행복은 끊임없이 상대적 비교의 굴레 안에 놓이게 된다.


  1. 문화·가치관의 차이: 미국과 프랑스의 대비

그린스펀은 논의를 한 걸음 더 확장해, 같은 자본주의라도 문화·가치관에 따라 전혀 다른 궤적을 밟을 수 있다고 본다. 대표 사례는 미국과 프랑스의 대비이다.

  • 두 나라 모두 계몽주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 미국 국민의 상당수는 자유시장 시스템이 최선의 경제 시스템이라고 보는 반면,

  • 프랑스에서는 그 비율이 훨씬 낮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 자유시장이 가져오는 경쟁의 압박을 상대적으로 견디기 어려워하고,

  •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 직업을 선호하며,

  • 전반적으로 위험부담이 낮은 사회를 추구한다.

이러한 성향은

  • 복지국가의 중요한 목표인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경쟁에 대한 법적 억제”**로 이어지고,

  • 그 결과 정부 개입의 영구화, 시장 역할의 축소, 자본 배분 왜곡, 생활수준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그린스펀은 **위험부담(risk-taking)**을 경제성장의 핵심 조건으로 본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은 무모한 투기가 아니라,

  • 대부분의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서 이루어지는 합리적으로 계산된 위험 부담이다.


그러나 사회가 전반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고, 경쟁을 “노골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으로 규정하기 시작할수록, 시장 경쟁이 만들어내는 물질적 풍요복지국가가 지향하는 ‘인간다운 삶’ 사이에서 간단한 절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냉정한 결론이다.


  1. 재산권과 문명의 장기 경로: 십자군 전쟁과 아랍 문명 사례


이 지점에서, 최근에 읽은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책은 왜 당시 경제·문화·문명 수준에서 유럽보다 앞서 있던 아랍 세계가, 십자군 전쟁 이후 결국 전쟁으로 피폐해졌던 유럽의 문명·경제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그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역시 재산권 인정 여부에서 찾는다.

  • 십자군으로 유럽에서 건너온 기사와 평민들은, 아무리 작고 초라하더라도 법적으로 자신에게 귀속된 토지와 자산을 소유할 수 있는 재산권인정이 당연시되는 문화였엇고.

  • 반면 당시 아랍 세계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의미의 개인 재산권 개념이 충분히 제도화되지 않았고, 그 필요성에 대한 자각도 약했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땅을 누구 이름으로 등기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 법치주의의 정착,

  •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발전,

  • 계약과 거래, 투자에 대한 신뢰 형성,
    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제도적 사슬을 좌우하는 요인이었다. 그 결과, 유럽은 재산권을 기반으로 법치주의·시장경제·자본 축적 구조를 고도화하며 한 단계 높은 문명 수준으로 나아간 반면, 아랍 문명은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상대적 정체·후퇴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이 대목은 그린스펀이 강조하는 재산권·법치·시장 경쟁의 역할과 정확히 맞물린다.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을 다루고 있음에도, **“재산권이 인간의 이기심을 장기적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는가 여부가 문명의 궤적을 갈라놓는다”**는 공통된 메시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그린스펀은, 재산권 인정이 만들어내는 긍정적 효과가 눈에 보이는 물적 자산보다, 보이지 않는 ‘개념’과 ‘지식’에 적용될 때 훨씬 더 크게 증폭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통찰은 이전에 읽은 『무형자산의 시대』에서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며, 오늘날 AI 패권 경쟁이 부각된 시대에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왜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지를 매우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게 이해하게 해준다.

재산권, 법치주의의 근간인 '재산권'에 대한 사회의 미묘한 인식의 차이, 즉 문화의 차이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되는바, 결국 미-중간 AI 패권경쟁에서 중국이 열위로 생각되어지는 근원적인 차이가 여기서부터 비롯되지 않을까 한다.

미국은 무언가를 창조하고, 유럽은 이를 규제하고, 중국을 그것을 모방할 뿐이다. 


  1. 한국 사회에 대한 시사점: 위험부담, 복지, 경쟁 구조


그린스펀의 논지를 곱씹다보면, 자연스럽게 향후 10~20년 뒤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이미 과거의 고성장 국면을 지나, 저성장이 상수가 된 사회로 접어들었다. 겉으로만 보면 여전히 경쟁이 매우 치열한 사회이지만, 들여다보면 양상이 다르다.

  • 개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경쟁의 압박이 지나치게 심해진 결과,

  • 사람들은 점차 위험부담이 낮은 선택을 선호하고,

  • 직업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방향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의사', '대기업' ,'전문직'이 주는 직업의 안정성을 선호)


이 과정에서 사회안전망·복지 확대 요구, 공무원·대기업·공기업 선호, 창업·모험적 투자 기피 같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인 조정 국면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고착될 경우이다. 그럴 경우, 유럽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 위험부담 자체를 기피하는 문화가 강화되고,

  • 시장 자본주의 경쟁이 제도적으로 왜곡되며,

  • 그 결과 생산성과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 누적된 사회적 비용이 생활수준의 정체·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린스펀이 경고한 **“위험부담을 혐오하는 사회가 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는 경로”**를, 한국이 그대로 따라가게 될 가능성을 경계하게 된다.


  1. 한국 부동산과 인간 본성: 안정, 과시, 재산권의 결절점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고질적인 이슈인 부동산, 특히 도심 아파트 문제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는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 벨트의 도심 아파트는,

  • 일정 수준의 부를 축적한 중상류층에게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신분·지위의 상징이자 과시적 소비의 정점으로 기능한다.
    이는 그린스펀이 말한 상대소득 개념, 과시적 소비, 인간의 비교 본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인간의 본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규제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떠오른다.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 과연 도심 아파트 가격 상승은 경제에 해로운 효과만 가져오는가?

  • 아니면, 어느 정도의 가격 상승은 오히려

    • 더 많이 벌고,

    • 더 많이 저축하고,

    • 더 많이 투자하고,

    • 더 많이 혁신하려는
      “재산을 쌓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동력이 될 수 있는가?


한국처럼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확실성과 안정은 자연스럽게 주거 안정과 자산 안정과 맞닿아 있다.

  • 한편으로는, 불확실한 노동·소득 환경 속에서 “떨어지지 않는 집값”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넘어서면 “나도 저기까지 왔다”는 상대적 지위 과시와 거기서 오는 만족감,


이 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가 바로 한강 벨트·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강한 선호와 집착으로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한국에서만 유독 아파트 선호 현상이 도드라지는 또 다른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파트가 개인적 취향이 크게 개입되지 않는, 비교 가능한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즉, 아파트는

  • 시장에서의 거래가 용이하고,

  • 서로 간의 가치 비교가 직관적이며,

  • 이를 통해 자신의 신분과 부를 과시하기에 적합한 재산권의 형태로 기능한다.

다시 말해, 아파트 시장은 재산권의 이전과 가격 신호를 통해 ‘나의 위치’를 드러내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를 특별한 자산군으로 만든다.

이처럼 높은 표준화·비교 가능성·거래 용이성이 동시에 결합된 부동산 시장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한국 부동산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즉,

  • 인간은 한편으로 주거 불안정에서 벗어나려는 안정 욕구를,

  • 다른 한편으로 상대적 과시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고,
    이 두 본능이 재산권이 집중된 자산(도심 아파트) 위에서 교차하며, 오늘날 한국의 부동산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만약 도심 아파트 가격이 크게 하락한다면,

    • 이는 단순히 특정 자산가의 손실에 그치는가,

    • 아니면 한국 사회 전반의 동기 구조, 위험 감수 의지, 재산 축적 욕구를 약화시켜 사회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가.

  • 반대로,

    • 아파트 가격이 장기적으로 완만하게 상승하는 구조는,

    • 인간의 이기심과 재산권 기반 동기를 자극하여,

    • 결과적으로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저축·투자하고, 더 많이 혁신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부동산 정책을 단순히 “가격을 잡느냐, 못 잡느냐” 수준이 아니라,

  • 재산권 구조,

  • 위험부담 문화,

  • 사회안전망의 범위와 강도,

  • 장기 성장과 역동성이라는 큰 틀 속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1. 결론: 재산권·위험부담·복지의 균형이라는 과제


재산권, 위험부담, 복지의 균형

  • 재산권은 인간의 이기심을 장기적인 축적과 투자, 혁신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핵심 장치이다.

  • 위험부담은 경제성장의 필수 조건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안정 욕구와 충돌하는 영역이다.

  • 복지와 사회안전망은 이러한 위험부담을 감내할 수 있게 만드는 완충장치이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성장과 역동성을 잠식하는 요인으로 변질될 수 있다.


유럽 복지국가의 전철, 아랍 문명의 제도적 한계, 미국의 위험선호 문화, 그리고 한국의 저성장·고경쟁·부동산 집착 구조는 모두 이 삼각관계의 서로 다른 조합이 낳은 결과로 읽을 수 있다.

앞으로 10~20년 뒤 한국 사회의 모습은, 결국

  • 어떤 방식으로 재산권을 인정하고,

  • 어떤 수준의 위험부담을 사회가 수용하며,

  • 어디까지 복지와 안전망을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집합적 선택의 결과일 것이다.


인간다운 행동(=사회안전망)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추구하는 물질적인 생활의 질(=자본주의 경쟁) 사이에 간단한 절충안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깔끔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건가?

아침부터 당장의 주식투자와는 상관없는 쓸때없는 질문만 떠올라 머리가 아파온다..

=끝

2025년 12월 3일 수요일

생각정리 136 (* 2기 신도시, 3기 신도시)

3기신도시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해본다.

핵심은 신도시 성공의 진짜 조건은 ‘직주근접’이고, 그 관점에서 보면 3기보다 경기 남부 2기 신도시(동탄·평택 축)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 vs 반도체 벨트:


왜 앞으로는 평택·동탄 2기 신도시가 더 부각될 수 있는가


1. 문제의식: 공급 숫자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일자리와 함께 짓느냐”의 문제


정부는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수도권 135만 호 공급을 내세우며,
“서울 수요 분산·집값 안정·청년 주거 사다리”를 약속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정부·지자체는 또 다른 거대한 축을 열고 있다.
바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로 대표되는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이다.

  •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415만㎡ 부지, 1기 팹 2027년 준공 목표, 50여 개 소부장 기업 집적

  • 투자 규모: 초기 120조 원에서, 장기적으로 최대 600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세계 최대 규모 메모리·파운드리 복합 라인, 추가 P5 공장에만 30조 원 이상 투자 검토, AI 수요 확대를 반영한 증설 재개 논의 등

이것은 단순한 개발 호재가 아니라,
향후 10~20년 동안 한국에서 가장 질 좋은 일자리(연구·공정·설비·엔지니어·사무직)가 집중되는 코어 축이 어디인지 거의 명확하게 보여주는 신호이다.

따라서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서울 외곽에 3기 신도시를 추가로 많이 짓는 것보다,
앞으로 실제 양질의 일자리가 몰리는 용인·평택·동탄 축에 붙어 있는 2기 신도시가
오히려 더 크게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1·2기 신도시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진짜 기준이 무엇이었는지를 봐야 한다.


2. 1기·2기 성공 사례가 공통으로 말해주는 것: “집만 새로 지어서는 안 된다”


2-1. 1기 분당: 서울 도심과의 실질 직주근접


1기 신도시 중 분당은 예외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 강남·서초와 전철·버스로 30~40분대 통근 가능,

  • 동시에 상업·교육·공원 등 생활 인프라를 계획적으로 넣어
    “잠만 자는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자립 생활권을 만들었다.


그 결과 분당은 서울 동남권과 사실상 하나의 생활·자산 벨트로 편입되었고,
지금 진행 중인 1기 신도시 정비 논의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분당은 ‘서울 도심과의 시간 거리’와 ‘도시 자체의 생활 완성도’를 동시에 확보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https://www.yna.co.kr/view/GYH20220819001100044


2-2. 2기 판교·동탄2·광교: “일자리 허브”를 가진 신도시만 살아남았다


2기 신도시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1. 판교·광교·동탄2처럼 일자리 허브+서울 접근성을 모두 가진 축

  2. 위례처럼 서울 인접성은 좋지만 자체 일자리 허브는 약한 축

  3. 파주·김포·검단·양주처럼 자족·직주근접 모두 약한 베드타운 축


    https://namu.wiki/w/2%EA%B8%B0%20%EC%8B%A0%EB%8F%84%EC%8B%9C


2기 신도시 중 진짜로 자산·생활 면에서 인정받은 곳은 판교·동탄2·광교(및 일부 위례) 정도다.

  • 판교: 판교 테크노밸리에 IT·게임·플랫폼 기업이 집적되면서,
    도시 자체가 “일자리+주거” 결합형 허브가 되었다.

  • 동탄2: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기흥·수원, 평택 캠퍼스와 가까우면서
    SRT·GTX-A·경부축 도로를 통해 서울·판교·강남과 동시에 연결되는 경기 남부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 광교: 수원·판교·강남을 동시에 바라보는 행정·업무·주거 복합축으로 기능하며, 분당·판교와 묶여 평가받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1. 도시 내부 또는 바로 인접한 곳에 고임금·고숙련 일자리가 있다.

  2. 서울과의 접근성도 일정 수준 확보되어 있다.


반대로, 파주운정·김포한강·검단·양주 등 많은 2기 신도시는

  • 자족 일자리가 부족하고,

  • 서울 도심·강남까지 러시아워 1~1.5시간이 걸리는 구조 속에서,

결국 **“외곽 베드타운”**으로 남았다.

즉, 신도시의 성패는 “몇만 호를 지었느냐”가 아니라
“도시 자체가 양질의 일자리와 얼마나 강하게 엮여 있느냐,
그리고 서울과의 시간 거리(실질 직주근접)가 어떠냐”로 갈렸다.

 


3. 앞으로의 “일자리 지도”: 용인·평택 반도체 벨트와 경기 남부 2기 신도시


이제 시계를 앞으로 돌려 보자.

앞으로 10~20년,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일자리 성장 엔진은 어디인가.

  1.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 SK하이닉스가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을 착공, 2027년 준공 목표.

    • 부지는 415만㎡ 규모로, 팹 4기와 소부장 협력단지·인프라 부지로 구성.

    • AI·HBM 수요 확대를 반영해 투자 규모는 장기적으로 최대 600조 원까지 논의되는 수준.

  2.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화성·기흥 라인

    • 평택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 메모리·파운드리 복합 공장으로 가동 중이며,

    • 5번째 팹(P5)에만 30조 원 이상 추가 투자 검토, AI 반도체 수요 대응을 위해 증설 재개 논의.

이 두 축을 연결하면 평택–화성–동탄–수원–용인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반도체·소부장 벨트가 그려진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185085

https://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1435&utm_source=chatgpt.com


그리고 바로 이 축에 동탄2, 오산·평택 일부, 용인 기흥·구성 인근 신도시·택지가 배열되어 있다.

이 지역들은

  • 반도체·소부장·설비·R&D·협력업체 일자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 동시에 SRT·GTX-A·경부축·분당선·신분당선 등을 통해
    서울·판교·강남으로도 통근이 가능한 이중 네트워크를 갖는다.

즉, 1·2기 신도시의 성공 공식에 그대로 대입하면,

향후 용인 클러스터와 평택 캠퍼스가 본격 가동될수록,
경기 남부 2기 신도시(특히 동탄2·평택 인근)는
“일자리+주거”가 결합된 핵심 거점으로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4. 그에 비해 3기 신도시는 무엇을 갖고, 무엇이 없는가


4-1. 3기 신도시의 설계: 주택 공급 중심, 일자리 기능은 약하다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왕숙2,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인천 계양, 부천 대장, 광명 시흥 등이 핵심이다.

  • 국토부·LH 자료를 보면, 3기 신도시의 1차 목적은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이고,

  • 일부 자족용지·업무·상업 기능 계획이 있긴 하지만,
    용인·평택 반도체 벨트 수준의 산업·기술 일자리 허브로 설계된 것은 아니다.

즉, 3기 신도시는 태생적으로

  • “서울 집값·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한 주거 공급 기지”에 가깝고,

  • 도시 자체가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대규모로 흡수하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14091


4-2. 교통: “30분대 출퇴근” 슬로건의 한계


정부는 ‘광역교통 2030’ 비전에서
“수도권 주요 거점–서울 도심 간 통행시간 30분대 단축”을 목표로 내걸고, GTX·광역철도 확충을 약속했다.


https://www.molit.go.kr/metro/main.jsp


3기 신도시 교통대책에서도

  • GTX·S-BRT·지하철 연장 등을 전제로

  • “서울 도심까지 30분대 출퇴근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문구가 반복된다.

그러나 이 숫자는

  • GTX 등 철도의 ‘역↔역 최단 주행시간’ 기준,

  • 입주 시점에 인프라가 계획대로 모두 완공된다는 가정,

  • 집↔역, 역↔회사 구간, 환승·대기·혼잡 시간은 제외한 낙관적 시나리오다.

현실적인 문↔문 출퇴근 시간을 생각하면:

  • 집에서 역까지 10~20분,

  • 환승·대기 10분 내외,

  • 열차 주행 20~30분,

  • 도심역에서 회사까지 또 10~20분.


즉, 실제 체감은 40~60분대, 피크 타임에는 1시간 이상이 되는 구조다.

2기 신도시가 이미 보여주었듯,

지도상 30km, 역↔역 30분이라는 숫자와,
매일 아침·저녁 문↔문 1시간 넘게 걸리는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4-3. 종합: 3기 신도시는 “양질의 일자리와의 연결”이 약하다


정리하면,

  • 3기 신도시는 서울 외곽에 대규모 주택을 더 짓는 프로젝트이고,

  • 자족용지·상업지 기능은 제한적인 반면,

  • 용인·평택처럼 산업·기술·연구 일자리가 직접 붙어 있는 구조는 아니다.

따라서 1·2기 신도시의 역사로 보면,

3기 신도시는 분당·판교형 “성공 모델”보다는,
직주근접·일자리 결합이 약한 2기 베드타운 사례를 반복할 위험이 크다.

 


5. 전망: “서울 도심 + 남부 반도체 벨트 2기 신도시” vs “3기 신도시”


앞으로의 수도권 주거·자산 지형을 단순화하면 세 층으로 나뉜다.

  1. 서울 도심·강남·여의도·광화문

    • M2 재가속, 도심 공급 공백, 전세의 월세화, 고령층 자산 선호 구조를 감안하면
      2030년까지 누적 40~60% 상승 시나리오가 유의미하다(앞서 정리한 모형 기준).

    • 여전히 최상위 코어 자산.

  2.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인근 2기 신도시(동탄2·평택·용인 일부)

    • 용인 클러스터·평택 캠퍼스라는 실체 있는 대규모 일자리 축과 연결.

    • 서울·판교까지도 통근 가능한 교통축을 이미 상당 부분 확보.

    • “서울+반도체 벨트”라는 이중 직주근접을 누릴 수 있는 중간 레벨 자산.

  3.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하남 교산·고양 창릉·인천 계양 등)

    • 정책적으로 할인된 분양가, 새 아파트라는 장점은 있으나,

    • 도시 자체의 일자리 축은 약하고,

    • 실질 출퇴근 시간·교통 혼잡·생활 피로를 감안하면
      서울·반도체 벨트에 비해 자산 리레이팅 여지는 제한적.

이 구조에서, 이전에 말한 것처럼 충분히 이렇게 결론낼 수 있다.

  • 앞으로 대규모 반도체 공장 입주와 양질의 일자리 증가를 고려하면,
    경기 남부 평택·동탄 2기 신도시가 오히려 더 부각될 여지가 크다.

  • 반대로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의 성공·실패 사례를 미뤄볼 때
    도시가 진짜로 살아남으려면 일자리와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직주근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6. 결론: “일자리 없는 공급”은 다시 베드타운을 만든다


1기 분당, 2기 판교·동탄2·광교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 양질의 일자리 축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 서울 도심과의 시간 거리도 허용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자산·생활 모두에서 성공했다.


3기 신도시는

  • 서울 집값·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정책적 해법으로 의미는 있지만,

  • 도시 자체가 고부가 일자리와 함께 설계는 됐지만 현실성이 크지 않고, 

  • 교통 슬로건(30분대 출퇴근)도 현실과는 거리가 크다.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14091



반대로, 용인·평택 반도체 벨트와 붙어 있는 경기 남부 2기 신도시는

  • 앞으로 새로 생기는 한국형 “고임금 제조+R&D 일자리”의 최전선이고,

  • 서울과의 중간 지대에서 직주근접과 자산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https://namu.wiki/w/2%EA%B8%B0%20%EC%8B%A0%EB%8F%84%EC%8B%9C

그래서, 신도시를 평가할 때 핵심은 결국 한 줄로 정리된다.

“집을 어디에 얼마나 짓느냐”보다,
“그 집이 앞으로 10~20년 동안 어디에서 어떤 일자리와 시간을 공유하느냐”가
신도시의 성패를 가른다.

 

이 기준으로 보면,
**3기 신도시는 정책적 보조선이고,
실제 시장에서 더 큰 리레이팅 여지를 가진 쪽은
서울 도심과 남부 반도체 벨트에 걸쳐 있는 기존 2기 신도시(특히 동탄·평택 축)**라고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