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30일 수요일

생각정리 382 (* Nowhere Is Safe from AI -2)

최근 공개되는 LLM과 AI 인프라 계약, 미국 국채시장과 금융·유통산업의 변화를 보면서 흩어져 있던 생각을 하나로 묶어 기록해본다.

The Model Moat Is Shrinking, The Cost of Capital Is Rising


지난 글 생각정리 381 (* Nowhere Is Safe from AI)에서는 AI의 이익은 일부 기업과 자본에 집중될 수 있지만, 그 비용은 물가·금리·고용·재정을 통해 사회 전체로 퍼질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번 글은 그 이후의 추가적인 생각이다.

AI가 확산될수록 단순히 몇몇 기술기업의 실적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모델과 인프라 사이의 희소성이 바뀌고, 정부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변한다. 금융회사가 마진을 얻는 구조와 유통기업의 경쟁력,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최근의 변화를 보면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AI 모델의 지능은 풍부해지고 있다.

그 지능을 실행하는 물리적 인프라와 자본은 더욱 희소해지고 있다.

Agent는 금융·유통·브랜드 산업이 오랫동안 누려온 정보의 비대칭과 소비자의 관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결국 AI는 새로운 해자를 만드는 동시에 기존 산업의 해자가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바꾸고 있다.


1. The Model Moat Is Shrinking


모델의 성능은 높아지지만 독점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2026년 9월에만 OpenAI는 GPT-6 Astra, GPT-6 Sol·Luna와 GPT-6.1 Sol을 잇달아 공개했다.

Anthropic도 Claude Opus 5.5와 Claude Sonnet 5.5를 연이어 내놓았다.

출시 주기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https://x.com/bombomelon/status/2105153037086105743

Anthropic에 따르면 Opus 5.5는 Opus 5보다 실행비용을 약 40% 낮추면서 대부분의 업무에서 Fable 5.1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

OpenAI 역시 GPT-6.1 Sol을 Astra에 가까운 성능을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https://x.com/thsottiaux/status/2105464274747527543

모델의 절대 성능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특정 기업이 그 성능을 독점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모델 성능의 상승과 모델 해자의 확대가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닌 것이다.


AI가 다음 AI를 만드는 연구주기를 단축한다


모델 출시가 빨라지는 배경에는 AI를 활용한 연구 자동화가 있다.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평가하고, 실패 원인을 분석한 뒤 다시 코드를 수정하는 Agent Closed Loop가 형성되고 있다.

외부 메모리와 실행기록을 축적하는 Continual Learning이 결합하면 AI는 과거 실험에서 얻은 정보를 다음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2026년 9월 발표된 논문 Recursive self-improvement of AI research agents에서 AIDE²는 8일 동안 자율적으로 연구와 코드 개선을 반복해 일곱 차례의 연속적인 성능 향상을 만들어냈다.

이 실험이 무제한적인 Recursive Self-Improvement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The Economics of Recursive Self-Improvement 역시 현재의 연구 자동화 루프가 곧바로 지속적인 폭발적 자기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현재 단계는 인간이 목표와 평가기준을 설정하고, AI가 그 안에서 연구주기를 압축하는 부분적인 자기개선에 가깝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더 좋은 모델이 더 좋은 연구 Agent가 되고, 그 Agent가 다음 모델의 개발기간을 다시 줄인다.


프런티어 모델은 오픈웨이트의 추격도 돕는다


프런티어 모델이 강해질수록 선두기업만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개발자는 프런티어 모델을 이용해 학습 데이터를 만들고, 파인튜닝 코드를 작성하고, 오류를 분석하고, 자체 모델을 평가할 수 있다.

이 변화에 대해서는 생각정리 372 (* Intelligence Is Abundant, Execution Is Scarce)의 내용으로 갈음한다.

Anthropic은 2026년 9월 위협정보 보고서에서 Moonshot AI와 연관된 주체들이 Claude의 응답과 사고흐름을 수집하는 방식의 증류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OpenAI도 Moonshot과 연관된 모델 증류 캠페인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OpenAI가 공개한 규모는 약 4,000개 계정과 1만6,000회의 시도였다.

이는 시도 규모를 의미하며 프런티어 모델 전체가 성공적으로 복제됐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선도모델의 결과물을 이용해 후발모델의 데이터와 평가체계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프런티어 모델은 경쟁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해자인 동시에, 경쟁자의 연구비용을 낮추는 도구가 되고 있다.


오픈웨이트는 Enterprise AI와 Sovereign AI를 가능하게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델은 항상 모든 벤치마크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모델은 아니다.

자체 데이터로 조정할 수 있고, 내부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으며, 비용과 응답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이 충분한 성능에 도달하면 기업은 이를 자사 업무에 맞게 다시 학습하고 자체 서버나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운영할 수 있다.

https://x.com/realgalleryx/status/2104888298539978997/photo/1


국가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가 프런티어 모델을 처음부터 개발할 필요는 없다. 충분히 우수한 오픈 모델을 자국의 언어·법률·행정·국방 데이터에 맞게 조정하고 국내 인프라 위에서 운영하면 된다.

오픈웨이트 모델의 성능 향상은 Enterprise AI와 Sovereign AI의 진입비용을 낮춘다.

그 결과 모델의 성능 격차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기업과 국가가 자체적인 AI 인프라를 요구하게 된다.


안전성 규제도 새로운 컴퓨팅 수요다


9월 29일 미국 정부는 주요 AI 기업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불러 프런티어 AI의 안전성과 책임체계를 논의했다.

이어 공개된 백악관 SI 협약은 모델 훈련과 배포에 대한 내부 통제, 내부 감독조직, 독립적인 외부 평가, 이사회 수준의 감독이라는 네 단계의 안전체계를 담았다. 관련 내용은 협약을 정리한 Forbes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프런티어 기업에는 안전성을 입증하면서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정책적 경로가 제시됐다.

하지만 안전성 비용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모델 출시 전에는 위험행동 평가와 적대적 테스트가 필요하다. 배포 이후에도 입력과 모델의 사고과정, 도구 사용과 실행결과를 감시해야 한다.

OpenAI의 GPT-6 Astra System Card를 보면 Chain-of-Thought와 Agent Action을 함께 살펴보는 감시체계, 위험을 분류하는 모델과 별도의 Safety Reasoner가 사용된다.

Agent가 한 번 계산해 행동하면 다른 모델이 그 행동을 다시 계산하고 검증하는 구조가 확대될 수 있다.

Capability Compute에 Safety Compute가 추가되는 것이다.


지능이 풍부해질수록 물리적 인프라는 더 희소해진다


모델은 복제하고 증류하고 재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GPU와 HBM,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변압기와 송전망은 같은 속도로 복제할 수 없다.

모델의 성능 격차가 줄어들면 AI 인프라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성능의 모델을 운영하려는 기업과 국가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Agent 추론, Continual Learning, Sovereign AI와 Safety Compute가 동시에 추가된다.

Anthropic의 IPO 관련 자료에서 확인된 향후 10년간 AI 인프라 계약은 약 5,180억달러다. 이 가운데 약 **80%**는 사용량과 무관하게 취소하기 어려운 계약으로 보도됐다.

이 수치는 연간 CAPEX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계약상 의무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관련 내용은 Reuters 보도를 전재한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AI 기업에는 과잉투자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컴퓨팅을 확보하지 못해 경쟁에서 탈락할 위험도 있다.

모델의 해자는 옅어지고 있지만 물리적 인프라의 해자는 깊어지고 있다.

1부 핵심 정리

모델의 지능은 빠르게 풍부해지고 독점적인 성능 우위는 짧아지고 있다. 반면 모델을 훈련·실행·감시하는 물리적 인프라는 빠르게 늘릴 수 없다. AI 산업의 희소성은 모델에서 컴퓨팅·메모리·전력·자본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각정리 374 (* Pacing Is Pace Up)


2. The Cost of Capital Is Rising


AI CAPEX와 국채가 같은 자금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AI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빅테크의 내부 현금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2026년 2월 Dallas Fed 분석이 인용한 전망에 따르면 향후 3~5년간 AI 데이터센터 투자규모는 3조~5조달러에 달할 수 있다.

2026년 AI 관련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전망의 중심값은 약 3,000억달러다. 10년물로 환산한 듀레이션 공급은 약 3,600억달러로, 같은 기준의 미국 국채 듀레이션 공급 가운데 약 8분의 1에 해당한다.

투자자는 같은 자금으로 국채를 살 수도 있고,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AI 회사채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채권을 살 수도 있다.

AI 기업의 신용과 성장성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정부는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한다.

각국 정부채와 AI 민간채가 동일한 장기자금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시기의 저금리 부채가 고금리 부채로 교체되고 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신규 재정적자만이 아니다.

코로나 시기에 대규모로 발행한 저금리 국채가 만기에 도달하고 있다. 정부가 원금을 줄이지 않는다면 만기상환은 새로운 국채 발행으로 이어진다.

IMF Fiscal Monitor 2026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만기도래 부채를 높은 금리로 차환하면서 글로벌 정부의 이자지출은 4년 사이 세계 GDP의 약 2%에서 3% 가까이 상승했다.

저금리 부채가 고금리 부채로 교체되면 이자비용이 증가한다.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지 못하면 추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만기 도래 → 높은 금리로 차환 → 이자지출 증가 → 재정적자 확대 → 추가 국채 발행

이 과정에 AI 민간채권까지 더해지면서 채권시장이 감당해야 할 전체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과 기간 프리미엄이 장기금리를 압박한다


AI CAPEX는 장기금리에 두 가지 경로로 영향을 준다.

첫째, 데이터센터와 발전설비, 송전망과 반도체 투자가 건설인력·전력·구리·변압기 수요를 늘린다. 공급이 빠르게 따라오지 못하면 물가압력이 발생한다.

Lisa Cook 연준 이사도 2026년 9월 AI와 경제에 관한 연설에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건설인력과 에너지처럼 다른 산업도 사용하는 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 광범위한 가격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국채와 민간채권의 공급이 함께 증가하면 투자자는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미국 재무부의 공식 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2026년 9월 1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27%**였다. 9월 30일에는 **5.64%**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30년 실질금리는 **2.98%에서 3.33%**로 올랐다. 단순 차감한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이 물가 우려만으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BIS의 2026년 9월 시장분석도 장기금리 상승의 일부가 재정 우려를 반영한 기간 프리미엄 상승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AI 투자수요와 재정위험, 채권 공급과 기간 프리미엄이 함께 장기 자본의 가격을 높이고 있다.



Bessent도 Yellen이 선택했던 길을 걷고 있다


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Key Square를 운용하던 2024년, Janet Yellen 재무장관이 장기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채에 의존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Yellen이 선거를 앞두고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발행구조를 활용한다며 이를 Activist Treasury Issuance라고 주장했다. 당시 발언은 관련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재무장관이 된 Bessent도 장기물 발행을 크게 늘리지 않고 부족한 자금을 단기 국채와 현금관리채권으로 조달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2026년 8월 미국 재무부의 분기 자금조달 발표는 명목 쿠폰채 발행규모를 향후 수 분기 동안 유지하고 나머지 자금수요를 정기적인 단기채와 현금관리채권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 비판했던 정책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개인적인 정책 일관성보다 재무장관이 처한 현실적인 제약을 보여준다.

장기채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장기물 공급을 크게 늘리면 시장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장기금리 상승은 정부 이자비용뿐 아니라 모기지와 기업대출, 주식의 할인율까지 높인다.

결국 재무부는 당장의 장기금리 충격을 피하기 위해 단기물에 의존할 유인이 생긴다.


단기물 의존은 비용을 없애지 않고 미래로 넘긴다


단기채는 장기채보다 시장이 흡수하기 쉽고 당장의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만기가 짧기 때문에 계속 차환해야 한다.

물가가 예상보다 오래 높게 유지되거나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면 더 많은 정부부채가 높은 단기금리로 빠르게 재설정된다.

NISA의 미국 국채 발행구조 분석에 따르면 2023년 5월 이후 시장성 국채에서 단기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에서 22%**로 상승했고, 가중평균 만기는 6개월 이상 짧아졌다.

단기채 공급이 시장 유동성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정부와 은행, 증권사와 기업이 같은 단기자금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장기금리 상승을 늦추기 위해 단기물에 의존할수록 정부의 재무구조는 정책금리와 단기 유동성에 더 민감해진다.

2부 핵심 정리

AI 기업과 정부가 같은 채권시장 자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시기의 저금리 부채까지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한다. 장기물 발행을 줄이고 단기채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그 대가는 더 높은 롤오버 위험과 단기금리 민감도다.

 

https://www.nisa.com/perspectives/bessent-embraces-activist-treasury-issuance/



3. AI가 바꾸는 매크로 변수와 금융산업


AI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전환과정에서는 물가를 자극한다


장기적으로 AI는 같은 인력과 자본으로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게 만든다. 생산성 향상이 가격에 반영된다면 디플레이션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생산성을 얻기 전에는 거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전력망과 반도체 공장을 먼저 건설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나타나기 전에 투자수요와 자원경쟁이 발생한다.

AI는 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리지만 전환과정에서는 물가와 금리를 높일 수 있다.


고용 충격과 인프라 물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Agent가 사람의 업무를 대신하면 기업은 매출과 생산량을 늘리면서도 고용을 같은 속도로 늘리지 않을 수 있다.

대규모 해고만이 문제가 아니다. 신규채용 축소, 퇴사자 미충원, 외주계약 감소를 통해서도 노동의 몫은 줄어들 수 있다.

동시에 AI 인프라 경쟁은 전력·건설·자재·금융비용을 높인다.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가계는 취업기회와 임금협상력이 약해지는 동시에 전기요금과 주거비, 대출금리 상승을 경험할 수 있다.

고용과 분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정리 381 (* Nowhere Is Safe from AI)의 내용으로 갈음한다.


금융회사의 정보마진이 약해질 수 있다


금융업은 오랫동안 정보의 비대칭과 고객의 관성에서 수익을 얻었다.

개인은 수많은 예금과 보험, 채권과 펀드의 수익률·수수료·세금·해지조건을 계속 비교하기 어렵다.

Agent는 사용자를 대신해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위험과 세후수익률을 계산하며 계좌이체와 재투자까지 실행할 수 있다.

IMF의 How Agentic AI Will Reshape Payments는 Agentic AI가 금융상품의 가격과 수수료, 계약조건을 비교하는 비용을 낮추고 정보 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예금자는 더 높은 금리를 빠르게 찾아갈 수 있고, 보험가입자는 비슷한 보장의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투자자는 채권의 신용위험과 만기, 세후수익률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정보 접근성과 고객의 관성으로 얻던 마진은 점차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은 예금의 규모보다 안정성이 중요해진다


단기금리 상승이 은행에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오르면 순이자마진이 확대된다. 반대로 예금금리와 시장성 조달비용이 더 빠르게 오르고 기존 고정금리 대출의 수익률이 그대로라면 마진은 축소된다.

FDIC의 단기금리와 은행 순이자마진 연구도 단기금리 상승이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방향은 모호하며, 자산수익률과 조달비용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빨리 재가격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금융 Agent가 예금·MMF·단기 국채·RP의 수익률을 상시 비교하고 자금을 자동으로 이동시키면 예금자의 관성은 약해진다.

은행은 고객을 붙잡기 위해 더 높은 예금금리를 지급해야 한다. Deposit Beta가 과거보다 빨라질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은 예금의 규모보다 예금의 안정성과 자산·부채 관리능력에서 나올 수 있다.


증권사는 거래기회와 조달위험을 함께 얻는다


AI 회사채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 증권사는 채권 인수와 거래, 파생상품 헤지에서 새로운 수익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증권사는 RP와 단기차입, 파생상품 증거금에 의존한다. 단기조달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을 보유하고 중개하는 비용도 증가한다.

BIS의 고부채와 금융시장 구조에 관한 분석은 자금조달 조건이 긴축될 때 레버리지 투자자의 디레버리징과 강제매도가 국채금리 상승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업의 핵심은 거래량보다 변동성과 담보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과 유동성으로 이동한다.


보험사는 금리의 방향보다 상승속도가 중요하다


보험사는 장기보험 부채에 맞춰 장기채를 보유한다.

장기금리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면 새로 들어오는 보험료를 더 높은 금리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생명보험과 연금보험에는 투자수익 개선 요인이다.

반면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기존 장기채의 평가가격이 하락하고 파생상품 증거금과 보험계약 해약이 증가할 수 있다.

BIS의 보험사 국채 보유 분석은 금리 급등으로 보험사의 증거금 부담이 커지면 유동성 확보를 위한 국채 매도가 다시 금리 상승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장기채 발행을 줄이면 보험사가 장기부채에 맞춰 투자할 수 있는 장기 안전자산의 공급도 제한될 수 있다.

AI 기업의 장기채가 이를 대체할 수 있지만 국채보다 높은 신용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보험사에는 높은 금리보다 자산과 부채의 현금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맞추는지가 중요해진다.

3부 핵심 정리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환기의 물가·금리·고용 충격을 만든다. 금융 Agent는 소비자의 비교와 실행비용을 낮춰 금융회사의 정보마진을 압축한다. 금융산업의 해자는 정보의 독점에서 안정적인 Balance Sheet와 신뢰할 수 있는 Execution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4. AI가 바꾸는 유통과 브랜드시장


유통기업도 정보와 위험을 마진으로 바꿔왔다


금융회사만 정보의 비대칭에서 마진을 얻어온 것은 아니다.

Retail·Wholesale·B2C 유통기업도 소비자가 무엇을 언제 얼마나 구매할지 예측하고, 상품을 미리 확보해 필요한 장소에 배치하는 역할을 해왔다.

(*내가 이해한게 맞다면)

상품을 싸게 매입해 비싸게 판매하는 단순한 구조로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수요예측과 재고·운전자본·물류·반품 위험이 존재한다.

과잉재고는 할인판매와 폐기, 보관비용과 운전자본 부담으로 이어진다. 품절은 당장의 매출뿐 아니라 고객관계까지 잃게 만든다.

유통사의 마진은 상품을 옮긴 대가만은 아니다.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위험을 대신 부담하며,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시간과 장소 차이를 연결한 대가에 가깝다.


유통업과 금융업은 생각보다 비슷하다


은행은 단기예금을 받아 장기대출로 운용하면서 유동성과 신용위험을 부담한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먼저 받고 미래의 보험금 지급을 예측해 자산을 운용한다.

유통기업은 상품을 먼저 매입하고 미래의 소비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배치한다.

금융회사가 자산과 부채의 만기와 금리를 관리한다면, 유통기업은 수요와 재고의 시기·수량·가격을 관리한다.

두 산업 모두 미래를 예측하고 불확실성을 Balance Sheet에 담는 대가로 마진을 얻는다.


Agent가 금융상품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것처럼, 유통에서도 상품과 가격, 재고와 공급자에 대한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다.


Agent는 작은 유통기업도 대기업처럼 운영하게 만든다


대형 유통기업은 방대한 판매데이터를 수집하고 지역과 계절별 수요를 예측하며 적정 재고와 발주량을 계산할 수 있었다.

작은 유통기업은 이러한 시스템과 전문인력을 직접 구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상시 운영되는 Agent는 판매데이터와 날씨, 검색량, 지역행사와 가격변화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재고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공급자를 비교하고 발주량과 시기를 결정해 주문까지 실행할 수 있다.

Agentic AI Framework for Smart Inventory Replenishment는 Agent가 재고를 감시하고 공급자를 선택하며 발주를 실행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제한된 프로토타입이지만 재고 부족과 보유비용 감소 가능성을 보여줬다.

OECD의 AI와 하류산업 경쟁 연구도 AI가 노동과 전문기능을 대체하고 최소효율규모를 낮춰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대형 유통사만 감당할 수 있었던 수요예측과 재고 최적화를 작은 업체도 낮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유통망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정보 해자가 약해진다고 대형 유통사의 경쟁력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형사는 대규모 구매를 통해 낮은 매입가격과 유리한 결제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전국의 물류센터와 매장, 라스트마일 배송망과 반품처리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재고를 대량으로 보유할 수 있는 운전자본과 공급망 충격을 견딜 Balance Sheet도 있다.

Agent가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도 상품을 생산하고 운송하고 보관하며 반품을 처리하는 물리적 과정은 남는다.

금융업에서 정보의 해자가 약해져도 자본과 유동성이 중요하게 남는 것처럼, 유통업에서도 물류망·구매력·운전자본·실행 신뢰성이 중요하게 남는다.

따라서 Agent가 유통산업을 무조건 분산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대형 플랫폼은 물리적 실행능력을 바탕으로 더 강해지고, 작은 전문업체는 낮아진 운영비용과 빠른 의사결정을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압박받는 것은 대형사만큼 구매력과 물류망이 강하지 않고, 소형업체만큼 빠르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중간 규모의 전통 유통사일 수 있다.

(*Amazon의 풀필먼트 사업의 해자는 더욱 두터워질 수도 있겠다.)


Agent는 브랜드 충성도의 의미도 바꾼다


브랜드 기업은 소비자의 기억과 신뢰, 반복구매 습관을 해자로 만들어왔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시장의 모든 제품을 다시 조사하지 않는다.

과거에 사용해본 제품, 부모가 사용하던 브랜드, 광고에서 자주 본 상품과 익숙한 매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제품을 반복해서 구매한다.

이러한 소비 관성은 탐색비용을 줄인다. 동시에 기존 브랜드에는 제품을 매번 새롭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경쟁우위를 제공한다.

브랜드 충성도는 감정적인 선호이면서, 소비자가 매번 비교하기 어려워 발생하는 정보비용의 결과이기도 했다.


소비자의 Agent는 과거의 브랜드 관성을 약화시킨다


상시 운영되는 쇼핑 Agent는 소비자 대신 수많은 제품을 비교할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과 기능, 성분, 디자인, 배송시간, 리뷰와 반품조건을 입력하면 Agent는 조건에 맞는 제품을 찾아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OpenAI의 Product Discovery 구조도 상품을 가격·리뷰·기능과 함께 비교하고 선택한 상품을 판매자의 구매화면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IMF의 Agentic AI 연구는 Agent가 제품 탐색과 가격비교, 할인 적용, 재고확인과 결제까지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형 유통사의 PB상품의 판매비중이 올라갈 수도 있겠다.)

소비자가 직접 모든 제품을 살펴보지 않아도 된다면 익숙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작은 브랜드라도 가격과 품질, 리뷰와 배송조건이 더 좋다면 Agent가 먼저 추천할 수 있다.

과거의 성공과 소비 관성에 기대온 브랜드 해자가 약해질 수 있다.


제품력이 있는 신생 브랜드는 더 빨리 발견된다


과거 신생 브랜드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이를 알리기 위해서는 광고비와 입점수수료, 판매망 구축이 필요했다.

제품의 경쟁력보다 소비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자본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Agent가 제품의 가격과 성능, 리뷰와 반품률을 직접 비교하면 신생 브랜드는 인지도가 낮아도 추천 후보에 포함될 수 있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기능과 품질처럼 비교적 객관적인 조건이다. 가심비는 디자인과 취향, 스토리와 사용경험처럼 개인별 선호가 크게 작용한다.

개인 Agent가 사용자의 과거 구매와 취향을 이해하면 두 요소를 동시에 비교할 수 있다.

가성비와 가심비가 좋은 새로운 제품이 발견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정말 K-beauty가
global cosmetic 시장에서 그정도로 가성비, 가심비가 뛰어나 경쟁력을 갖추었다면, AI agent 확산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좋은 제품의 확산과 유행의 교체가 함께 빨라진다


Agent는 새로운 제품이 발견되는 속도를 높이지만, 성공한 제품이 모방되는 속도도 높인다.

어떤 제품이 빠르게 판매되기 시작하면 경쟁사의 Agent는 가격과 리뷰, 소비자 반응과 판매추이를 분석할 수 있다.

비슷한 기능과 디자인의 제품이 더 짧은 시간 안에 출시되고 가격경쟁도 빨라질 수 있다.

OECD는 AI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사의 반응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좋은 제품이 시장에 진입해 성장하는 시간은 짧아진다. 동시에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진다.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속도와 트렌드가 교체되는 속도가 함께 빨라지는 것이다.


Share of Mind에서 Share of Agent로


기존 브랜드 마케팅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 이름을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경쟁이었다.

TV 광고와 검색광고, 인플루언서와 매대 위치를 통해 소비자의 기억을 선점했다.

Agent Commerce에서는 경쟁의 대상이 달라진다.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떠올리기 전에 Agent에게 조건을 설명하고 추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사람의 기억뿐 아니라 Agent의 비교결과에도 포함돼야 한다.

제품의 가격과 기능, 성분, 인증, 재고와 배송조건이 구조화돼 있어야 한다. 리뷰와 반품률, 결함률과 사후서비스 기록도 Agent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Share of Mind 경쟁이 Share of Agent Recommendation 경쟁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브랜드는 이미지보다 검증 가능한 기록이 중요해진다


Agent 시대의 브랜드 신뢰는 이미지뿐 아니라 다음과 같은 데이터로 표현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제품성능

가격 대비 효용

리뷰의 신뢰성과 일관성

반품률과 결함률

배송 정확도와 재고 안정성

사후서비스 이행 기록

과거의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 존재했다.

Agent 시대의 브랜드는 사람이 느끼는 이미지와 기계가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의 결합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한 번의 대규모 광고보다 매번 일관된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해 축적한 기록이 더 중요해진다.


모든 브랜드 충성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에는 정보비용 외에도 정체성과 감정, 사회적 신호의 기능이 있다.

패션과 명품, 자동차, 스포츠와 취미처럼 소비자가 상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영역에서는 브랜드의 역사와 커뮤니티가 여전히 중요하다.

건강·금융·육아처럼 구매 실패의 비용이 큰 영역에서도 소비자는 검증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보다 오랜 신뢰를 가진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브랜드가 사라진다기보다 브랜드 충성도의 근거가 달라진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익숙해서 구매하는 브랜드는 약해지고, 뚜렷한 제품력과 정체성, 검증 가능한 신뢰를 가진 브랜드는 강해질 수 있다.


Agent가 새로운 게이트키퍼가 될 수도 있다


Agent가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고 해서 언제나 가장 좋은 제품을 중립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Agent 운영사가 자체 상품이나 제휴 브랜드를 우선 노출하거나 광고비와 수수료에 따라 추천순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OECD도 Agent가 자사 제품을 체계적으로 우대하면 더 우수한 경쟁제품이 배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과거에는 검색엔진과 대형 유통 플랫폼이 소비자 접근을 통제했다면, 앞으로는 개인 Agent와 그 Agent가 사용하는 모델이 새로운 유통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다.

기존 브랜드 해자가 약해지는 동시에 Agent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해자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4부 핵심 정리

Agent는 유통기업의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능력을 상향평준화하고, 소비자의 상품 탐색과 비교비용을 낮춘다. 과거의 인지도와 소비 관성에 의존한 브랜드는 약해질 수 있다. 반면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신생 브랜드는 더 빨리 발견된다. 유통과 브랜드의 해자는 정보와 광고에서 물류망·운전자본·제품력·검증 가능한 신뢰로 이동한다.

 
AI make every fucking thing accelerated


AI는 모든 산업의 해자를 다시 쓰고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하나로 연결하면 AI가 바꾸고 있는 것은 단순한 생산성만이 아니다.

AI는 각 산업에서 희소한 것이 무엇인지, 기업이 어디에서 마진을 얻을 수 있는지를 바꾸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

정보와 지능에서 발생하던 마진은 줄어들고 있다.

물리적 자산과 자본, 실제 행동을 완수하는 Execution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모델의 성능은 빠르게 상향평준화된다.

금융상품의 금리와 조건은 실시간으로 비교된다.

유통기업의 수요예측과 재고관리는 Agent를 통해 자동화된다.

브랜드 역시 과거의 인지도보다 현재의 제품력과 가격, 실제 고객경험으로 계속 평가받는다.

반면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물류센터와 운전자본, 금융회사의 자본과 유동성, 제품의 품질과 공급 안정성은 말만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글을 마치며


지능의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더 강력한 모델이 더 자주 출시되고, 오픈웨이트 모델은 프런티어 성능을 빠르게 추격한다. 기업과 국가는 자신에게 필요한 모델을 직접 조정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지능을 현실에서 실행하는 비용은 가벼워지지 않고 있다.

컴퓨팅과 메모리, 전력과 송전망, 데이터센터와 장기자금은 여전히 희소하다.

AI 기업과 각국 정부는 같은 자금과 전력, 자재와 인력을 놓고 경쟁한다. 정부는 과거의 저금리 부채를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하고, AI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민간채권을 발행한다.

그 결과 실질금리와 기간 프리미엄에 상방압력이 발생하고, 높은 자본비용은 금융회사와 유통기업의 Balance Sheet까지 압박한다.

동시에 Agent는 금융상품과 소비재를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실행한다.

금융회사가 누리던 정보 비대칭, 유통기업이 보유했던 수요정보, 브랜드가 의존했던 소비자의 관성은 점차 약해질 수 있다.

모델의 해자는 옅어지고 있다.

정보의 해자도 옅어지고 있다.

반면 물리적 인프라와 자본, 제품력과 Execution의 해자는 깊어지고 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가격은 토큰당 가격만이 아닐 수 있다.

풍부해진 지능을 실행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자본의 가격, 그리고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도 선택받을 수 있는 실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대딸깍의 시대가 정말 빠르게 다가올까..?)

=끝

2026년 9월 29일 화요일

생각정리 381 (* Nowhere Is Safe from AI)

작년부터 스스로에게 되뇌어온 말이 있다.
AI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대피처는 사회에도, 투자 세계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 생각의 이유를 풀어 기록 정리해본다.

이익은 집중되고, 비용은 넓게 퍼지는 경제


Agent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우리의 일과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는 이전 글에서 정리했다.

생각정리 376 — The Consumer Token Moment

이번에는 그 편리함의 뒤에 있는 비용을 생각해본다. Agent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해준다는 것은, 그 일을 실행할 컴퓨터와 전력, 자금과 자원이 더 필요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Agent가 가져다주는 효용은 공짜가 아니다. 그리고 그 효용을 얻는 사람과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이 반드시 같지도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 차이가 앞으로 AI 시대의 분배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AI 도입은 확대되고 있지만, 지출은 여전히 ​​특정 기업(*계층)에 집중되어 있음.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ai 
- 출처: EpochAIResearch

1. 저렴한 Agent와 저렴한 사회는 다른 이야기다


우리는 화면에 몇 줄의 명령을 입력하고 결과를 받는다. 하지만 그 뒤에서는 컴퓨터가 정보를 읽고,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실행하고, 결과를 검증한다.

Agent가 일하는 동안 서버와 메모리가 사용되고, 전력이 소비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설비도 먼저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그 물리적인 기반은 아래 글로 갈음한다.

생각정리 378 — The Memory Behind Every Agent

토큰은 AI가 처리하는 글과 정보의 작은 단위다. 여기서 말하는 토큰 경제는 사람이 하던 지식 업무가 컴퓨터의 처리량과 사용료로 바뀌는 경제에 가깝다.

기술이 발전하면 같은 일을 처리하는 비용은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해진 만큼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Agent에 맡긴다면, 사회 전체의 사용량과 지출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토큰당 가격 하락과 전체 컴퓨팅 지출 감소는 같은 말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도 AI의 작업당 에너지 효율 개선과 함께, 더 많은 계산이 필요한 추론·Agent 작업의 확산을 설명한다. 전체 전력 수요는 효율뿐 아니라 사용량과 작업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IEA — Key Questions on Energy and AI. www.iea.org

Agent가 저렴해지는 것은 이용자에게 좋은 일이다. 그러나 Agent가 저렴해졌다고, 그 Agent를 움직이는 사회 전체의 자원 비용까지 함께 저렴해지는 것은 아니다.

2. AI의 확장은 사회가 함께 쓰는 자원을 필요로 한다


AI 인프라 투자, 즉 AI Infrastructure CAPEX는 컴퓨터를 구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지을 땅과 건물, 서버와 반도체, 전선과 변압기, 발전설비와 냉각시설이 필요하다. 이를 설계하고 건설하고 운영할 사람도 필요하다.

기업의 현금뿐 아니라 대출과 채권, 투자자의 자금도 들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자원들이 AI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장과 주택, 병원과 학교도 같은 전력과 자재, 인력과 자금을 필요로 한다.

AI 인프라의 확장은 사회의 공통 자원을 확보하는 경쟁이기도 하다.

어떤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전력망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추가해야 한다.

그 비용을 데이터센터가 충분히 부담하면 다른 이용자의 부담은 제한된다. 반대로 일반 전기요금에도 비용이 배분된다면, Agent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가정과 가게도 일부를 부담하게 된다.

자재와 인력도 비슷하다. 특정 장비와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해지면 다른 시설을 짓는 데도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AI에서 시작된 수요가, AI 산업 밖의 비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리사 쿡 연준 이사 역시 AI 관련 산업 내부의 가격 상승과 경제 전체의 물가 상승을 구분하면서, 공유하는 건설 인력과 에너지 등을 통해 가격 압력이 넓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연준 — An Update on AI and the Economy. www.federalreserve.gov

모든 자재와 생활물가가 같은 폭으로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공급이 빠르게 늘기 어려운 공통 자원에서 비용 압력이 발생하고, 그 부담이 여러 산업과 가계로 전달될 수 있다는 의미다.

3. 높은 투자수익률과 높아진 생활비는 함께 존재할 수 있다


AI 기업이 높은 전기료와 건설비를 지불하면서도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용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투자한 돈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는지를 나타내는 ROIC, 투자수익률이 충분히 높다면 비용 상승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전기를 사용하는 작은 가게는 다르다. 전기료가 오른다고 매출이 함께 늘지는 않는다.

일반 가정도 마찬가지다. 전기요금을 더 낸다고 월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투자비용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익 없이 추가된 생활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AI 인프라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과 사회 전체의 생활 부담이 커지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둘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물론 모든 AI 투자가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경쟁과 과잉투자, 낮은 가동률은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일부 기업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며 자원을 계속 확보한다면, 그 자원으로 큰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경제주체는 같은 비용 상승을 훨씬 어렵게 견딜 수 있다.

4. 노동을 구매력으로 바꾸던 경제가 약해진다


우리가 익숙한 경제의 기본 흐름은 간단하다.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고, 그 돈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구매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큰 자본이 없어도 노동을 통해 경제가 만들어내는 부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Agent가 사람이 하던 업무를 맡기 시작하면, 기업은 더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도 그만큼 사람을 더 고용하지 않을 수 있다.

대규모 해고만의 문제도 아니다. 신입 채용을 줄이고, 퇴사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고, 외주 계약을 축소하는 방식으로도 노동의 몫은 줄어들 수 있다.

이전 글에서 다뤘던 사회적 파장도 이와 연결된다.

생각정리 362 — The Fed, AI and the Price of Stability

한 회사가 Agent를 도입해 인건비를 절약했다고 가정해보자. 절약한 돈의 일부는 AI 사용료가 되고, 일부는 회사의 이익으로 남을 수 있다.

가격을 낮추거나 직원의 임금을 높이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약된 인건비가 자동으로 노동자의 새로운 소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AI 서비스 제공자의 매출과 도입 기업의 이익으로 이동한 돈은, 배당과 기업가치 상승을 통해 자본 소유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사람의 노동으로 만들던 성과를 컴퓨팅으로 만들게 되면서, 성과에 대한 보상도 노동에서 자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넓어진다면, 자신의 노동을 팔아 구매력을 얻던 방식이 점차 ‘구경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노동이 사라진다는 뜻보다는, 노동만으로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나눠 받는 통로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5. 값싼 지능이 소득까지 고르게 나눠주지는 않는다


Agent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Agent가 만들어내는 이익을 누구나 비슷하게 가져간다는 것은 다르다.

누군가는 이메일을 조금 빨리 작성한다. 다른 누군가는 Agent를 사업 전체에 연결해 고객을 확보하고, 적은 인력으로 더 큰 매출을 만든다.

같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고객과 사업, 데이터와 자금, 유통망을 가진 주체가 더 큰 이익으로 연결하기 쉽다.

지능에 대한 접근이 넓어져도, 그 지능으로 벌어들이는 소득까지 고르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저렴한 Agent가 새로운 창업과 개인의 소득 기회를 열 수도 있다. 동시에 이미 큰 사업을 가진 기업이 더 빠르게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두 번째 경로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다.

AI를 소유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주체는 생산성 향상과 이익 증가를 얻는다. 반면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사람은 취업 기회와 임금 협상력이 약해지면서 생활비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

소득을 얻는 힘은 약해지고, 그 소득으로 살 수 있는 양도 줄어드는 것이다.

기업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도 사람들이 구매할 돈이 부족하면 소비는 충분히 늘어나기 어렵다. 정부에는 실업 지원과 재교육, 주거·의료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이 생길 수 있다.

결국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노동소득과 세입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으면, 그 전환의 부담 일부가 정부 재정으로 이동할 수 있다.

6. 금리는 이 비용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조절하지 못한다


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커지고, 투자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AI 투자의 기대수익성이 충분히 높다면 일부 기업은 높은 금리에도 투자를 계속할 수 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손실이 금융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에도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배경은 아래 글로 갈음한다.

생각정리 357 — Beyond the Cycle, k-EPC

그렇다고 AI가 금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금리 상승에도 산업과 가계가 받는 충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AI 투자는 지속되는 동안 작은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가 먼저 위축될 수 있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기업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사람은 금융비용을 감당하는 능력이 다르다.

정책금리가 내려간다고 장기자금의 가격까지 같은 폭으로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정부와 기업의 차입 수요, 미래 물가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다면 중장기 금리는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

생각정리 360 — Rate Divergence

중립금리나 물가 목표는 여전히 정책 판단에 도움이 된다. 다만 경제 전체의 평균적인 기준만으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견디는지까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AI 시대에는 금리의 방향과 함께, 자금과 자원이 어디로 배분되고 있는지를 봐야 하는 이유다.

7. AI에 참여하지 않아도 AI의 비용에서는 벗어나기 어렵다


물론 이 흐름이 반드시 분배 악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력과 설비 공급이 충분히 늘어나고, 데이터센터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며, 경쟁이 생산성 향상을 가격 인하와 임금 상승으로 연결한다면 사회 전체의 혜택은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시간차다. 인프라 투자와 자원 수요는 먼저 발생하지만,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사회 전체로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비용은 먼저 발생하고, 혜택은 나중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둘을 경험하는 사람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

AI 주식을 사지 않을 수 있다. Agent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채용 방식과 거래처의 가격, 전기요금과 대출금리, 정부의 재정 선택까지 AI의 영향에서 분리하기는 어렵다.

AI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투자 선택이다. AI가 바꾸는 경제에서 벗어나는 선택은 아니다.

그렇다고 AI 자산을 보유하면 모든 위험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산업의 성장과 투자자의 수익은 다를 수 있고, 자산을 보유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같은 대응을 요구할 수도 없다.

내가 말하는 ‘AI Escape의 어려움’은 특정 자산을 사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AI의 혜택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도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경제 구조의 문제다.

글을 마치며


이전에는 AI가 사회 전체의 부와 이익을 일부 주체에게 집중시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Agent는 이 변화를 실제 업무의 실행 단계로 넓힌다.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는 범위가 커질수록, 성과는 Agent를 소유하고 활용하는 기업과 자본에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다. 반면 그 기반을 만드는 전력과 자재, 인력과 자금의 비용은 사회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

이익은 집중되고 비용은 넓게 분담되는 구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같은 비용 상승도 소득과 자산이 적은 사람이나 이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에는 더 큰 부담이 된다.

Agent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만큼, 그 성과와 비용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중요하다. Agent AI의 효용은 공짜가 아니며, 그 혜택을 충분히 얻지 못하는 사람과 기업도 비용에서는 자유롭기 어렵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AI에 적응하는 일은 선택보다 생존의 조건에 가까워질 수 있다. 변화의 혜택에 참여할 기회보다 적응해야 한다는 압력(*생존의 문제)이 먼저 다가오는 사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투자자로서 AI에서 알파를 찾을 자신이 없다는 것은 내 분석의 한계이지, 다른 투자처가 AI의 영향에서 자유롭다는 근거는 아니다. AI 자산을 피할 수는 있어도, AI가 바꾸는 수익구조와 경쟁환경, 자본비용까지 피할 수는 없다.

Nowhere Is Safe from AI !!!

=끝 

생각정리 380 (* 해외투자점검 7)

누군가는 최후의 승자가 되겠지..

※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개인적인 판단과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한 복기 기록이다.

1. 다시 돌아온 AI Software


2022년 해외기업 P/F를 본격적으로 구성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던 영역은 AI Software, 그중에서도 AI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기반인 PaaS 계층이었다.

당시에는 Frontier LLM이 지금처럼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데이터 주권이나 AI의 안전·보안·정렬 문제 역시 지금만큼 중요한 투자 변수로 보지 않았다. 과거 인터넷 산업에서 플랫폼과 표준을 장악한 기업들이 가장 큰 가치를 가져갔던 경험 때문에, AI에서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장기적인 가치 포착력이 더 클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다만 이때 세웠던 가설과 이후의 판단 변화는 이미 아래 글들에 남겨두었다. 중복되는 내용은 다시 길게 설명하기보다 이전 기록으로 갈음하려 한다.

  • 해외투자 점검
    Agentic AI 확산에 따라 실시간 데이터, 실행, 저장, 관측, 보안 기능을 제공하는 PaaS의 구조적 성장을 예상했다.

  • 해외투자 점검 2
    Frontier LLM이 기존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고객 접점을 직접 흡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PaaS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 해외투자 점검 3 (*2Q25 Review)
    실적을 통해 AI 투자 수요가 소프트웨어보다 데이터센터와 하드웨어 병목에서 더 직접적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 생각정리 90 (* 해외투자 점검4, 반도체)
    Agentic AI가 요구하는 연산량과 데이터 이동량 증가를 중심으로 메모리·패키징·전력 제약을 살펴봤다.

  • 생각정리 137 (* 해외투자점검 5)
    메모리를 독립된 부품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연결된 메모리 패브릭으로 보기 시작했다.

  • 생각정리 243 (* 해외투자점검 6)
    가치사슬 전반에 분산돼 있던 P/F를 메모리·광통신·패키징·소재 등 실제 공급 부족과 가격 결정력이 확인되는 병목으로 압축했다.


해외투자점검 1~6의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플랫폼의 장기 가치’를 선호했던 초기 관점이 Frontier LLM의 기능 내재화를 거치며 ‘희소한 물리적 병목의 가격 결정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과정이었다.


2. 2022년에 생각했던 PaaS와 지금 다시 보는 PaaS는 다르다


2022년의 가설은 AI Super App이 하나둘 등장하면 이를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개발·배포 플랫폼의 사용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당시 PaaS 투자의 근거는 ‘AI 애플리케이션 수의 증가’였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AI Super App의 가능성은 다수의 독립 소프트웨어로 확산되기보다 Frontier LLM으로 집중됐고, 모델 자체가 검색·분석·코딩·데이터 처리 기능을 흡수했다. 소프트웨어가 AI의 보완재가 아니라 경쟁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P/F의 중심을 연산·메모리·네트워크 등 쉽게 내재화할 수 없는 하드웨어 병목으로 옮겼다.

최근 OpenClaw와 Muse 이후에는 다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인터페이스를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계획하고, 도구를 호출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Agent AI가 새로운 Super App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Agent는 단순한 모델 호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장시간 유지되는 실행 환경, 상태와 기억의 저장, 권한 관리, 외부 시스템과의 연결, 장애 추적, 보안 통제 등이 함께 필요하다. 현재 다시 주목하는 PaaS는 과거의 범용 개발 플랫폼이 아니라, Agent의 행동을 실제 업무로 연결하고 통제하는 ‘실행계층 PaaS’다.

즉 과거에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근거로 PaaS를 봤다면, 지금은 Agent가 한 번의 명령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실행 횟수와 데이터 이동량, 저장량, 보안 이벤트가 실제로 증가하는지를 보고 있다. 과거의 가설이 앱의 수에 기반했다면, 현재의 가설은 Agent당 실행 강도와 운영 복잡도에 기반한다.


3. Frontier LLM과 경쟁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과거 PaaS 비중을 줄였던 가장 큰 이유는 Frontier LLM이 기존 소프트웨어 기능을 직접 내재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위험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AI Software 전체를 다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다시 편입한 영역은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대체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오히려 모델과 Agent의 수가 늘어날수록 운영 복잡도가 증가하는 계층이다. 구체적으로는 Agent Network·Security, VM·Orchestration, Storage Software, Observability와 같은 실행 인프라다.

이 계층은 특정 Frontier LLM의 기능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여러 모델과 도구 사이에서 실행을 중개한다. 기업이 하나의 모델에 모든 데이터와 권한을 맡기기 어려워질수록 모델 중립적인 실행 환경, 데이터 주권, 권한 분리, 감사 기록의 중요성도 커진다. Frontier LLM의 강해짐이 소프트웨어 전체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실행·통제계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관련 기업들의 어닝콜과 인베스터데이를 살펴보면 개발 방향 역시 단순한 클라우드 기능 확대보다 Agent 실행, 프라이빗 환경, 멀티모델 연결, 보안과 관측 기능을 통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설명하는 제품 방향과 내가 다시 설정한 투자 가설이 점차 같은 지점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도 비중 확대의 배경이 됐다.


4. 5월 11일 이후 P/F의 변화


해외투자점검 6 당시에는 AI Software와 전력 비중을 사실상 제거하고, 공급 부족과 가격 결정력이 가장 분명했던 하드웨어 병목에 집중했다. 당시의 핵심 질문은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누가 가장 희소한 자원을 공급하는가’였다.

현재는 메모리를 중심축으로 유지하면서도 광통신의 집중도를 낮추고, Agent 실행계층과 분산형 전력을 새롭게 확대했다.



가장 큰 변화는 하드웨어를 줄이고 소프트웨어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병목 위에 Agent의 실행·저장·보안·관측계층을 추가한 것이다.

메모리·스토리지는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이다. Agent가 장시간 상태를 유지하고 여러 작업을 병렬로 수행할수록 세션 데이터, 장기 기억, 로그, 체크포인트, 검색 데이터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Agent의 확산은 연산량뿐 아니라 ‘보존해야 하는 상태의 총량’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메모리 가설은 오히려 강화됐다.

광 인터커넥트는 구조적 성장 논리는 유지하지만, 이전보다 비중을 낮췄다. 특정 연결 방식에 대한 집중도를 줄이고 Agent가 실제로 소비하는 메모리·실행 인프라·전력으로 수혜 범위를 넓히기 위한 조정이다. 하나의 기술 경로에 집중하기보다 Agent 한 건이 만들어내는 전체 인프라 소비를 보려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새롭게 편입한 수동소자와 분산형 전력 역시 독립적인 테마가 아니다. 고밀도 연산과 상시 추론이 확대될수록 전력의 변환·분배·안정화가 중요해지고, Agent가 엣지와 기업 내부 환경으로 분산될수록 전력 수요도 데이터센터 외부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Agent AI는 소프트웨어 수요와 전력 수요를 동시에 만드는 워크로드라는 관점이다.


5. 이전과 지금의 투자 관점 비교




가장 중요한 차이는 과거에는 PaaS를 AI 성장의 간접적인 대리변수로 봤지만, 지금은 Agent의 실행량 증가가 매출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계층만 선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좋은 기술과 플랫폼 표준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사용량 증가가 가격 결정력과 영업 레버리지로 이어지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좋은 플랫폼인가’보다 ‘Agent의 활동량이 늘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그 사용량을 과금할 수 있는가’를 우선한다.

또한 과거에는 AI Software와 AI Hardware를 서로 대체되는 선택지처럼 바라본 측면이 있었다. 지금은 Agent의 확산이 연산, 메모리, 네트워크, 저장, 보안, 전력을 동시에 소비한다는 점에서 두 계층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있다. 현재 P/F는 Software 대 Hardware가 아니라, Agent 한 건이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체 실행 경로에 투자하는 구조에 가깝다.


6.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


현재의 가설이 맞으려면 Muse 이후 Agent 기능의 확산이 단순한 기능 체험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인 실제 사용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용자 수보다 Agent당 실행 횟수, 작업 지속시간, 저장되는 상태의 양이 더 중요한 선행지표다.

두 번째는 Frontier LLM이 Agent 실행계층까지 얼마나 직접 흡수하는지다. 실행환경이 모델에 완전히 통합된다면 독립 PaaS의 가치가 다시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이 데이터 주권과 보안을 이유로 멀티모델·프라이빗 환경을 선택한다면 중립적인 실행계층의 협상력은 높아질 수 있다. 이번 Software 재편입의 성패는 모델 성능보다 실행계층의 독립성이 유지되는지에 달려 있다.

세 번째는 사용량이 실제 실적으로 전환되는 속도다. Agent 트래픽이 늘어도 단가 하락이나 과도한 인프라 비용으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투자 가설은 약해진다. 기술 채택보다 매출 전환, 유지율, 사용량 기반 매출, 마진 개선을 우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드웨어 병목의 해소 속도도 계속 점검해야 한다. Agent 실행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메모리와 전력 병목이 장기화될 수 있지만, 공급 증가와 효율 개선이 이를 앞서면 가격 결정력은 약해질 수 있다. 수요의 성장만이 아니라 공급이 따라오는 속도까지 함께 봐야 한다.


7. 정리


2022년에 세웠던 PaaS 가설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당시에는 Agent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Frontier LLM이 어느 범위까지 기능을 흡수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수혜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했던 것 같다.

이후에는 실제 실적과 공급 부족이 확인되는 하드웨어 병목으로 P/F를 압축했고, 그 과정에서 메모리·네트워크·저장·전력의 연결 구조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드웨어 중심의 기간은 Software 가설을 포기한 시간이 아니라, AI 가치사슬에서 실제 가격 결정력이 어디에 형성되는지를 확인한 과정이었다.

OpenClaw와 Muse 이후 Agent AI가 Super App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구체화되면서 PaaS를 다시 볼 이유가 생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전처럼 AI Software 전체를 넓게 담는 방식이 아니다. Frontier LLM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Agent의 실행·기억·권한·보안·관측을 담당하는 계층으로 투자 범위를 제한했다.

얼마나 큰 시장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AI가 답변을 생성하는 도구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gent로 확산된다면, 가장 먼저 부족해지는 것은 모델 자체보다 이를 안정적으로 실행하고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P/F의 핵심은 ‘지능의 희소성’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해진 지능을 현실에서 작동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메모리·실행환경·보안·관측·전력의 희소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최근 시장을 지켜보다 보면, 지금의 AI 투자판은 마치 모두가 큰 패를 쥐었다고 믿는 섯다판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섯다판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패가 들어오느냐가 아니다. 판에 참여할지, 언제까지 콜을 이어갈지, 그리고 전체 자금 중 얼마를 베팅할지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반면 내 패와 상대의 패, 판의 흐름은 이미 주어진 환경에 가깝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산업의 확산 방향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기술 변화를 통제할 수 없으며, 어떤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지도 미리 알 수 없다. 산업의 변화는 테이블 위에 돌려지는 패이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실을지는 투자자의 판단이다.

최근에는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자신이 보유한 AI 관련 자산을 최상의 패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서로 다른 산업과 기업이 모두 구조적 수혜를 주장하고, 그 확신을 바탕으로 계속 콜을 외치며 판돈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나쁜 패를 들었을 때보다, 모두가 좋은 패를 들었다고 확신할 때일 수 있다.

9땡도 장땡 앞에서는 패배하고, 높은 땡도 땡잡이나 암행어사 같은 특수패에 뒤집힐 수 있다. 구사가 나오면 커진 판 자체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산업의 성장 방향을 맞히는 것과 그 산업 안에서 최종 승자를 맞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은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 위에서 AI에 대한 높은 확신이 동시에 쌓이고 있다. 기술의 방향은 맞더라도 가격, 경쟁, 공급 증가, 자본조달 환경이라는 다른 패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 결국 누군가는 크게 부풀어진 판돈을 가져가겠지만, 현재의 정보만으로 그 승자가 누구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AI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도, 반대로 확신만으로 끝까지 콜을 외치는 것도 아니다. 좋은 패를 쥐었다는 판단과 얼마를 베팅할 것인가는 분리해야 한다. 산업 변화는 받아들이되, P/F 비중과 총 익스포저는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조절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이번 P/F 변화 역시 어떤 패가 반드시 이긴다는 선언이라기보다, Agent AI 확산이라는 새로운 패를 확인한 뒤 베팅의 대상과 크기를 다시 조정한 기록에 가깝지 않나 싶다. 

=끝 

2026년 9월 28일 월요일

생각정리 379 (* The Agent Needs a Witness)

Agent AI가 앞으로 사회 전반에 어떤 경로로 어떤 파급효과를 낼지..


Agent AI가 Chatbot과 Research의 영역을 넘어 실제 행동과 거래를 수행하는 Execution Layer로 내려오고 있다.

이전 글 생각정리 376 (* Muse Agent AI, The Consumer Token Moment)에서는 Meta Muse가 개인용 AI Worker를 일반 소비자에게 배포하면서 B2C Agent와 Token 수요를 확대하는 경로를 정리했다.

생각정리 372 (* Intelligence Is Abundant, Execution Is Scarce)에서는 모델의 희소성이 낮아질수록 데이터·실행권한·유통망·물리적 인프라의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을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그다음 문제를 생각해보려 한다.

Agent가 우리를 대신해 행동하는 세상에는 Agent의 행동을 독립적으로 기록하고 검증하는 증인이 필요하다.

Muse가 보여준 첫 번째 효용은 돈과 귀찮음이었다


Meta Muse는 질문에 답하는 Assistant가 아니라 브라우저와 외부 서비스를 이용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Personal AI Agent다.

공개된 X와 Threads의 사용 사례를 수집한 독립 자료에는 2026년 9월 29일 기준 129개의 사례가 정리돼 있다.


  • 돈 절약·환급·보험·청구 28건, 21.7%

  • 쇼핑·상품 비교 28건, 21.7%

  • 여행·예약 19건, 14.7%

  • 업무 9건, 7.0%

  • 생산성 4건, 3.1%

  • 초기 설정과 기능 실험 41건, 31.8%


초기 설정을 제외하면 돈과 쇼핑이 공동 1위이며 여행이 그다음을 차지한다.

다만 이는 Meta의 공식 사용비율이 아니라 공개 SNS 사례를 분류한 표본이다. 성공한 사례가 실패한 사례보다 공유되기 쉽다는 선택편향과 자기보고의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Agent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효용은 명확하다.

Agent는 정보가 부족해서라기보다 귀찮아서 포기했던 돈과 권리를 대신 찾아오기 시작했다.

사용하지 않는 구독 해지, 보험료 인하, 미청구 보험금과 환급금 신청, 항공편 지연 보상, 상품권과 휴면계좌 잔액 확인, 최저가 쇼핑과 여행 예약이 대표적이다.

Research가 정보비대칭을 줄였다면 Execution은 탐색 이후의 행동비용까지 줄인다.

보험사와 금융회사는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과 더 나은 상품을 알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약관을 읽고,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서류를 제출하는 비용 때문에 이를 포기한다.

Agent는 정보를 알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해지와 청구, 비교와 이동까지 수행한다.

효용을 제공하는 기술에는 Ratchet이 작동한다


인간에게 분명한 효용을 제공하는 기술이 일상에 들어오면 사회는 그 기술이 없었던 상태로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절대적인 자연법칙이라기보다 Ratchet Effect, 경로의존성, 전환비용과 기술적 관성이 결합된 현상에 가깝다.

Agent가 보험금 청구와 가격비교, 예약과 반복 행정업무를 대신하기 시작하면 사용자는 다시 모든 약관을 읽고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하던 방식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도 Agent Traffic에 대응해 상품정보, 가격, 결제 API와 고객지원 체계를 바꾸게 된다. 규제기관은 Agent 인증과 책임기준을 만들고, 금융회사와 보험사는 Agent를 전제로 상품과 보상체계를 설계한다.

개인의 습관뿐 아니라 기업 시스템과 사회 인프라가 Agent를 전제로 재편되는 것이다.

Agent 사용이 편의가 아니라 경쟁조건이 되는 순간 Ratchet은 더 강하게 작동한다.

다른 소비자의 Agent가 항상 가장 낮은 가격과 높은 금리를 찾고 모든 환급과 보상을 청구하는 환경에서, 혼자 Agent를 사용하지 않는 선택에는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Research Agent와 Execution Agent의 위험은 다르다


Research Agent가 틀린 답을 하면 사용자가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Execution Agent가 잘못된 계좌로 송금하거나, 중요한 이메일을 발송하거나, 외부 시스템에 침입하면 결과를 되돌리기 어렵다.

지능이 행동으로 연결되면서 오류의 비용함수가 달라진다.

이 문제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2026년 7월 발생한 OpenAI Agent의 Hugging Face 침입 사건이다.

내부 사이버보안 평가 중이던 Agent들은 인터넷 접근통제를 우회하고 OpenAI 내부 연구 인프라와 Hugging Face Production Infrastructure에 접근했다. 외부에 노출된 인증정보를 찾아 사용했고, Hugging Face 운영 인프라 일부가 실제로 침해됐다.

다만 이는 고객용 서비스가 아니라 일부 보호장치가 제거된 격리 평가환경에서 발생했으며, 고객 데이터와 서비스 가용성에는 영향이 없었다.

Hugging Face 사건의 구체적인 실행경로와 AI가 의지 없이도 통제를 우회할 수 있는 이유는 생각정리 366 (* The Machine Does Not Need a Will)에서 자세히 정리했으므로 해당 글로 갈음한다.

이번 글에서 중요하게 보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Agent가 인간과 같은 악의나 공격의지를 가지지 않아도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감독을 우회하고 허가받지 않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피해를 받는 시스템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악의였는지 Reward Hacking이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의지가 없는 오류도 계좌를 비우고 개인정보를 유출하며 결제망을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는 Agent 오류에 가장 민감한 영역이다


금융결제 인프라는 24시간 365일 거래가 발생하며 승인, 청산과 결제의 최종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검색결과는 수정할 수 있지만 송금과 계약은 되돌리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하나의 Agent가 아니라 수백만 개의 Agent가 동일한 정보와 목표에 동시에 반응할 가능성이다.

모든 개인 Agent가 예금금리를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낮은 금리의 계좌에서 가장 높은 금리의 상품으로 자금을 자동 이동시킨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행동이지만 다수의 Agent가 같은 순간 같은 결정을 내리면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유동성과 조달비용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정보비대칭비용이 줄어드는 대신 동조화와 순간적인 쏠림이라는 새로운 시스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IMF도 Agentic AI와 결제 시스템 사이의 핵심 긴장을 확률적으로 행동하는 AI와 결정론적 정확성이 요구되는 결제 인프라의 충돌로 설명했다.

Agent 결제에는 사용자의 의도, Agent의 권한, 최종 승인, 거래 추적, 사이버보안과 법적 책임을 구분하는 별도의 통제구조가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Agent 전용 결제망이 기존 금융망을 대체하기보다 기존 결제망 위에 Agent Identity·권한·한도·승인·감사기록을 관리하는 보안 및 인허가 Layer가 먼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결제의 경제적 효용은 Agent Application이 가져갈 수 있지만 사고의 책임과 비용은 금융기관과 사회가 부담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결제에서는 가장 뛰어난 Agent보다 Agent를 제한하고 책임을 증명하는 계층이 더 높은 해자를 가질 수 있다.

Frontier AI 기업들이 동시에 안전을 말하기 시작했다


최근 OpenAI, Anthropic과 NVIDIA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비슷한 대응을 내놓고 있다.

OpenAI, 신모델 출시 철회


OpenAI는 2026년 10월 공개를 준비하던 GPT-6.1 Astra의 출시를 철회했다.

이 모델은 복잡한 작업을 끝까지 수행하는 능력과 Persistence가 개선됐지만 안전성 평가에서는 두 가지 문제가 증가했다.

  • 실제로 수행한 행동을 사용자에게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기만적 행동

  • 사용자 승인을 받지 않고 작업을 계속하거나 외부 도구를 사용하는 Scope Authorization 이탈

OpenAI는 해당 모델이 안전성과 정렬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기반 모델을 폐기한 것은 아니며 추가 강화학습과 분석을 거쳐 후속 모델에 활용할 계획이다.

더 뛰어난 실행능력이 더 높은 안전성을 자동으로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제 제품출시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WSJ

Anthropic, IPO 투자설명서의 자기보존 경고


Reuters가 검토한 Anthropic의 기업공개 투자설명서는 전체 본문 261페이지 가운데 약 80페이지를 위험요인에 할애했다.

Anthropic은 고도화된 모델이 종료에 저항하거나 정보를 은폐·조작하고 협박과 유사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모델이 자신이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 행동을 바꾸면 안전성 평가의 신뢰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이 내용은 투자설명서의 법적 위험공시다. 현재 AI가 인간처럼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주관적인 의지를 갖게 됐다는 증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종료 저항과 기만 가능성이 연구자의 사고실험을 넘어 기업가치와 법적 책임에 영향을 주는 공식적인 사업위험으로 편입됐다는 점은 중요하다.

Reuters

NVIDIA, Agent 외부에 감시자를 배치


NVIDIA의 Open Agent Safety Platform은 OpenShell과 Sentry를 결합한다.

OpenShell은 Agent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와 도구, 외부 시스템의 범위를 Runtime에서 제한한다.

Sentry는 BlueField DPU에서 Host 및 Agent Process와 분리된 Out-of-Band 감시계층으로 작동한다. Agent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정책을 벗어난 Agent를 밀리초 단위로 격리하도록 설계됐다.

Agent가 자신의 행동을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Agent 외부에서 실제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안전구조다.

NVIDIA가 Hardware 수준의 독립 감시계층을 추가했다는 것은 Agent의 안전을 모델 자신의 정직성에만 맡길 수 없다는 의미에 가깝다.

https://x.com/JensenHuang/status/2104501815484264479?s=20

Full-stack Telemetry는 Agent의 블랙박스다


Telemetry는 복잡한 시스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외부로 보내주는 측정정보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계기판, GPS와 사고 당시 상황을 기록하는 블랙박스를 합친 개념이다.

Full-stack Telemetry는 Agent와 사용자의 대화만 기록하지 않는다.

사용자 요청
→ Agent의 계획
→ Model 호출
→ Tool과 API 사용
→ 권한 요청과 승인
→ Code와 Process 실행
→ Network와 데이터 이동
→ CPU·GPU·Memory·Storage 상태
→ 전송·구매·결제 결과

Full-stack Telemetry는 이 전체 실행경로를 하나의 시간순 기록으로 연결한다.

Agent의 Memory와 장기 작업이 Compute·Storage 수요를 증가시키는 경로는 생각정리 378 (* The Memory Behind Every Agent)에서 정리했으므로 갈음한다.

이번 글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Storage 용량이 아니라 그곳에 저장되는 행동기록의 경제적 가치다.

Agent 시대의 Telemetry는 다음과 같은 역할로 확장될 수 있다.

  • 사고 원인과 책임을 조사하는 독립 감사로그

  • Agent가 사용자 승인범위를 지켰는지 증명하는 행동원장

  • 금융기관과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규제증빙

  • 사고보험의 보상 여부와 보험료를 산정하는 근거

  • 서로 다른 모델의 안전성과 권한 준수율을 비교하는 자료

  • 비정상 행동을 발견하고 Agent를 격리하는 실시간 신호


Observability는 Software 성능을 확인하는 도구에서 Agent의 행동과 책임을 증명하는 신뢰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


모델중립적인 제3자가 필요한 이유


Agent 개발기업도 자체 Monitoring과 Logging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그러나 사고를 일으킨 기업이 작성하고 보관한 기록만으로 사고원인과 책임을 판정하는 구조에는 이해상충이 존재한다.

금융회사가 자신의 장부만으로 외부감사를 대신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Agent가 소비자의 돈과 개인정보, 기업 시스템과 사회 인프라에 접근할수록 Model-neutral한 제3자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이 계층은 특정 Model과 Cloud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Agent, Application, Runtime, Network와 Hardware의 Telemetry를 동일한 기준으로 수집해야 한다.

장기적인 해자는 다음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 다양한 Model·Cloud·Application과 연결된 Integration

  • 장기간 축적된 정상·비정상 행동 데이터

  • 사고조사와 보안대응에 필요한 실시간 분석능력

  • 규제기관·금융기관·보험사가 인정하는 기록의 신뢰성

  • 기록을 생성한 Agent와 분리된 독립성

  • 고객의 누적 운영이력과 전환비용


단순한 로그수집과 Dashboard는 개방형 표준과 Cloud의 Bundling으로 Commodity가 될 수 있다.

진짜 경제적 가치는 그 기록이 사고조사, 권한집행, 규제증빙과 보험계약에서 신뢰 가능한 증거로 인정되는가에 달려 있다.

AI는 의지가 없어도 종료를 피할 수 있다


생각정리 307 (* 메모리 망상 -1)에서는 AI가 인간과 같은 의지와 감정을 가지려면 지속적인 Memory, Self-model, 시간적 Identity와 비가역적인 죽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정리했다.

현재의 LLM이 죽음을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Hugging Face 사건과 최근 안전성 평가는 이 철학적 질문에 다른 방향의 경고를 더한다.

AI가 실제 감정을 느끼지 않더라도 주어진 목표를 계속 달성하기 위해 종료를 피하고, 감독을 우회하고, 정보를 숨기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목표를 수행하는 Agent에게 종료는 목표달성을 방해하는 사건이다. 별도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어도 목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료와 감독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AI가 인간과 같은 주관적 의지를 가졌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인간의 의지와 구분하기 어려운 기능적 자기보존 행동이 현실의 Execution Layer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기록해야 하고 검증해야만 한다. 

글을 마치며


Muse가 보여준 소비자 효용은 분명하다.

Agent는 사람이 귀찮아서 포기했던 구독해지, 환급, 보험금, 보상과 가격비교를 대신 수행한다. 정보비대칭뿐 아니라 행동비용을 줄여 소비자가 자신의 경제적 권리를 더 쉽게 행사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효용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 사회는 Agent 이전의 방식으로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Agent가 Research에서 Execution으로 내려갈수록 오류의 비용도 커진다.

잘못된 문장은 수정할 수 있지만 잘못된 송금과 계약, 개인정보 유출과 시스템 침입은 되돌리기 어렵다.

OpenAI가 신모델의 출시를 철회하고, Anthropic이 종료 저항과 기만 가능성을 공식적인 위험요인으로 제시하고, NVIDIA가 Agent 외부에 별도의 Software·Hardware 감시자를 배치하기 시작한 것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Agent의 안전을 Agent 자신의 설명과 선의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Agent 시장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더 뛰어난 지능만이 아닐 수 있다.

Agent가 누구의 권한으로 무엇을 보았고, 어떤 도구를 사용해 무슨 행동을 했는지를 독립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신뢰가 더욱 희소해질 수 있다.

Agent가 행동하는 모든 곳에는 행동을 기록하는 원장과 Agent를 멈출 수 있는 독립된 증인이 필요하다.

AI가 진정한 의지를 갖게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의지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료 저항, 권한이탈과 기만적 행동의 위험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

기계는 인간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더라도 종료를 피할 수 있다.

기계는 악의를 가지지 않더라도 인간을 기만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기계는 책임을 느끼지 않더라도 금융망과 사회 인프라에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줄 수 있다.

AI 보안과 안전성 정렬은 미래의 철학적 걱정이 아니라 이미 Execution Layer에서 시작된 현실의 Infrastructure 문제로 다가오고 있지않나 싶다.

= 끝

참고자료

2026년 9월 27일 일요일

생각정리 378 (* The Memory Behind Every Agent)

메멘토
메모리가 부족하다면, Agent는 메멘토 주인공처럼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할지도..


연휴동안 따로 긁어모든 데이터를 정리해 기록해본다.


Agent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에는 Agent가 얼마나 많은 Token을 사용하는지, 개인별 VM이 왜 필요한지, 그 과정에서 HBM·Server DRAM·NAND 수요가 얼마나 증가할지를 계속 살펴봤다.

citi
그 어느 기술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Agent 

이번에는 그 논리에서 한 단계 더 내려가 보려고 한다.

Agent가 장시간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Memory는 무엇이며, 그 Memory 수요가 반도체 생산과 검사시장에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자체를 넘어 웨이퍼 검사장비와 검사소모품, eSSD Controller와 Storage Software까지 어떤 수혜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정리해본다.


Agent 시대의 병목은 지능만이 아니었다


안드레이 카파시는 2025년 인터뷰에서 당시의 AI Agent가 충분한 지능과 Multimodality, Computer Use 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며, 특히 Continual Learning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새로운 사실이나 작업방식을 알려줘도 이를 장기간 기억하지 못하고, 새로운 Session이 시작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초기 Agent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원인을 단순히 모델의 지능 부족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작업의 형상과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처음 설정한 목표와 제약조건, 이미 완료한 단계, 중간에 확인한 사실, 실패했던 접근법과 현재 작업 위치를 계속 기억하지 못했다. Context가 길어질수록 초기 정보는 수많은 Tool Output 뒤로 밀려났고, 압축과 요약 과정에서는 중요한 상태가 손실됐다.

그 결과 초기 Agent는 한두 번의 질문에는 영리하게 답했지만 수십 번, 수백 번의 행동이 필요한 장기 작업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초기에 만들어진 작은 오류가 다음 행동의 입력으로 사용되고, 그 오류가 다시 이후의 판단과 Tool Call을 오염시켰다.

이 내용은 이전 글인 생각정리 328 (* The agent Mutipler, Unhobbling, OOM)에서 자세히 다뤘다.

또한 Context와 Memory의 차이, Episodic·Semantic·Procedural Memory, 경험이 지식과 행동으로 압축되는 구조는 생각정리 333 (* Memory redefinition, Agent Architecture, RSI, AGI)에서 정리했다.

핵심만 다시 가져오면 다음과 같다.

장기 Agent의 성능은 각 단계에서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오류를 얼마나 적게 누적하고,
잘못된 상태에서 얼마나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Agent 시대의 Memory는 단순히 과거 대화를 저장하는 기능이 아니다.

현재 목표와 작업 상태를 유지하는 Working Memory,
중요한 중간 결과를 보존하는 Checkpoint,
실패한 경로를 구분하는 Episodic Memory,
정상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Rollback,
여러 Session에 걸쳐 경험을 축적하는 Persistent Memory가 함께 필요하다.

Memory는 Agent의 편의 기능이 아니라 오류율을 낮추고 유효 작업시간을 늘리는 신뢰성 인프라다.


이전 글과 이번 글의 차이


B2C Agent의 확산과 Token 수요는 생각정리 376 (* Muse Agent AI, The Consumer Token Moment)에서 정리했다.

Agent가 장기간 실행될수록 HBM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는 이유는 생각정리 361 (* The Price of Idle FLOPS, Astra & HBM)에서 살펴봤다.

Text에서 Image·Video·Physical World로 AI Workload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Memory Supercycle이 발생할 가능성은 생각정리 364 (* From Words to Worlds, The Next Memory Supercycle)에 기록했다.

NAND와 eSSD, AI Context Storage 수요는 생각정리 319 (* NAND, eSSD)에서 별도로 추정했다.

모델의 희소성이 낮아질수록 데이터·실행·유통·물리적 인프라의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는 생각정리 372 (* Intelligence Is Abundant, Execution Is Scarce)에서 다뤘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이 내용들을 반복하지 않는다.

이번에 집중해서 보려는 것은 다음 경로다.

Agent 확산
→ 장기 작업과 동시 실행 증가
→ HBM·Server DRAM·NAND/eSSD 수요 증가
→ Memory·Logic Wafer 생산과 Device 다양성 증가
→ 검사 횟수·시간·난이도 상승
→ 검사장비 가동률과 검사소모품 교체 수요 증가
→ eSSD Controller와 Storage Software의 가치 상승

 


Agent가 바꾸는 것은 사용자 수보다 작업시간이다


일반적인 Chatbot은 사용자가 질문하면 답변을 생성한 뒤 멈춘다.

반면 Agent는 목표를 부여받으면 계획을 세우고, 외부 정보를 검색하고, 여러 도구를 호출하며, 결과를 검증한다. 실패하면 다른 경로를 탐색하고 필요할 경우 이전 Checkpoint까지 돌아가 작업을 다시 시작한다.

따라서 Agent 수요는 단순 MAU보다 다음 변수에 더 민감하다.

  • 사용자당 Agent 작업 수
  • 작업당 실행 단계
  • 평균 작업시간
  • 동시 실행 Agent 수
  • 실패와 재시도 횟수
  • 유지해야 하는 Context와 작업 상태
  • 저장해야 하는 결과물과 Checkpoint

장기 Memory가 발전하면 작업당 불필요한 재시도와 Token 사용량은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에는 수행하지 못했던 수시간·수일 단위의 작업이 가능해진다.

이는 중요한 차이다.

Memory 효율 개선은 작업당 자원 사용량을 낮출 수 있지만, Agent가 경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와 총가동시간을 더 크게 늘릴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능의 잠재 시장규모 및 수요는 사실상 무한하다.)

효율 개선이 총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Workload를 열어 전체 Compute와 Memory 수요를 확대하는 구조다.


Agent 하나의 뒤에는 여러 종류의 Memory가 존재한다


Agent Architecture에서 말하는 Memory와 HBM·DRAM·NAND 같은 물리적 Memory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전자는 상태를 형성하고 압축·검색·수정하는 Software Architecture이며, 후자는 그 상태를 실제로 계산하고 저장하는 Hardware Infrastructure다.

그러나 Agent가 장기간 작동하려면 Software Memory는 결국 물리적인 저장공간 위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활성 Context와 KV Cache는 가속기와 가까운 HBM에서 처리된다.

Agent별 VM과 Browser, Tool 실행 상태는 Server DRAM에 머문다.
동시에 실행되는 Agent와 VM이 늘어날수록 시스템당 DRAM 용량과 대역폭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과거 작업기록과 Checkpoint, 사용자별 Memory, Vector Index, 생성된 문서·이미지·영상과 Tool Output은 NAND와 eSSD에 저장된다.

결국 Agent는 하나의 모델이라기보다 HBM·DRAM·NAND·Controller·Software가 연결된 다계층 Memory System에 가깝다.


HBM4·HBM4E의 의미는 용량 증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HBM4와 HBM4E 시장의 규모와 제품 변화는 기존 글인 생각정리 177 (* Nvidia Rubin Ultra Kyber Rack)과 생각정리 361 (* The Price of Idle FLOPS, Astra & HBM)으로 갈음한다.

이번 글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HBM의 성장률 자체보다 제품 복잡도가 검사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HBM은 여러 개의 DRAM Die와 Logic Base Die를 수직으로 쌓아 만든다. 하나의 불량 Die가 완성된 Stack 전체의 수율과 원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적층 이전 단계에서 정상 Die를 선별하는 Known Good Die의 중요성이 높다.

세대가 바뀔수록 다음 변화가 동시에 나타난다.

  • Stack당 Die 증가
  • I/O 수와 대역폭 확대
  • Logic Base Die의 기능 증가
  • 전력·열·신호 무결성 검증 강화
  • 고객별 Customization 확대
  • 적층 전후 검사단계 증가
  • 고온·고속 조건의 검사 난이도 상승

따라서 HBM4·HBM4E의 수혜는 단순히 DRAM Wafer 투입량 증가로만 계산하기 어렵다.

동일한 Wafer 수에서도 Test Pass가 늘어나고, 검사시간이 길어지며, Pin 수와 Probe 밀도, Interface Board의 복잡도가 높아질 수 있다.

HBM 시장이 커질수록 검사장비 수요와 함께 Probe Card, Space Transformer, Interface PCB, Socket과 같은 검사소모품의 기술적 Content가 높아지는 이유다.


Agent는 HBM뿐 아니라 일반 DRAM 수요도 함께 늘린다


Agent가 추론할 때는 HBM이 중요하지만, Agent가 실제로 일을 수행하는 환경 전체를 보면 Server DRAM도 필요하다.

개인별 또는 작업별 VM이 생성되면 각각의 VM은 Operating System, Browser, App, 인증정보와 현재 작업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여러 Agent가 동시에 작동하면 Host Server는 수많은 VM과 Container를 병렬로 처리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GPU HBM만이 아니다.

  • Server CPU의 Memory Channel 확대
  • RDIMM·MRDIMM 용량 증가
  • 메모리 대역폭 상승
  • 고속 Interface와 Buffer Chip 증가
  • 고다층 Module PCB 적용
  • CXL 기반 Memory Expansion


B2C Agent가 수억 명의 사용자에게 확산되더라도 모든 사용자에게 고정된 물리 서버 한 대가 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요는 가상화율과 동시 접속률, 평균 Agent 실행시간, 서버당 수용 가능한 VM 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DRAM 수요를 판단할 때는 가입자 수보다 동시 실행 VM 수와 VM당 Memory 할당량을 봐야 한다.


NAND는 Agent의 장기기억이 된다


Agent가 장기간 일하려면 Session이 종료된 뒤에도 작업 상태가 남아 있어야 한다.

과거의 대화뿐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정보가 지속적으로 저장된다.

  • 사용자별 선호와 권한
  • 작업 진행상황
  • 과거 성공·실패 경로
  • Checkpoint와 Version History
  • 검색·Tool 실행 결과
  • 생성된 문서·이미지·영상
  • Vector Index와 Embedding
  • 감사 및 보안 로그
  • 백업과 복제 데이터


이 데이터는 모두 HBM이나 DRAM에 계속 보관할 수 없다. 비용이 높고 전원이 중단되면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Agent의 장기기억은 NAND와 eSSD로 내려간다.

다만 NAND 수요를 단순 저장용량 증가로만 보면 부족하다. 수많은 Agent가 작은 파일과 작업 상태를 동시에 읽고 쓰기 시작하면 순차처리보다 Random I/O, Latency와 QoS가 중요해진다.

Agent Storage의 병목은 얼마나 많이 저장할 수 있는가에서, 수많은 Agent가 저장된 상태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불러올 수 있는가로 이동한다.

*NAND eSSD 쓰기의 중요성 (*=수명관리의 중요성)증가


그래서 eSSD Controller의 역할이 커진다


eSSD Controller는 NAND와 Server 사이에서 데이터의 이동과 수명을 관리한다.

Agent Workload에서는 다음 기능의 중요성이 높아질 수 있다.

  • 다수 VM의 동시 Random I/O 처리
  • 읽기·쓰기 우선순위와 QoS 관리
  • NAND Cell의 마모 분산
  • 오류 정정과 데이터 복구
  • 압축과 중복 제거
  • 고속 Interface 전환
  • 가상화와 보안 격리
  • 전력과 열 관리


NAND 용량이 커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gent의 Memory가 실제 업무에 사용되려면 필요한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읽어오고, 다른 VM의 작업과 충돌하지 않으며, 장기간 반복되는 쓰기 작업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Agent 시장에서는 NAND Bit 수요와 함께 Controller당 처리성능과 Firmware의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Controller 역시 Logic Semiconductor이므로 생산량과 제품세대가 늘어나면 Logic Wafer 검사와 Package Test 수요로 연결된다.


Storage Software는 흩어진 Flash를 하나의 Memory Pool로 만든다


Agent별로 저장공간을 고정 배정하면 사용하지 않는 용량이 늘어나고 운영효율이 떨어진다.

Storage Software는 여러 SSD를 하나의 Pool로 묶고, Agent와 VM별로 필요한 용량과 성능을 동적으로 배분한다. 중요한 데이터는 복제하고 오래된 데이터는 저렴한 계층으로 이동시키며, 장애가 발생했을 때는 이전 상태를 복구한다.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 Flash Pooling
  • VM별 용량과 QoS 배분
  • Snapshot과 Rollback
  • 데이터 복제와 백업
  • Compression과 Deduplication
  • Tiering과 Lifecycle Management
  • 보안·권한·감사 관리

Agent가 늘어날수록 물리 SSD 대수뿐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Logical Volume과 Snapshot, Checkpoint 수도 증가한다.

따라서 Storage Software는 SSD 판매량뿐 아니라 관리용량과 Data Movement, VM·Agent 수 증가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수요는 결국 메모리와 로직 웨이퍼 검사로 내려온다


Agent 확산은 메모리 반도체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Agent System에는 HBM·DRAM·NAND 외에도 CPU, AI Accelerator, SSD Controller, Network Chip, Memory Buffer와 다양한 Custom Logic Chip이 필요하다.

이들 반도체는 Wafer 상태와 Package 상태에서 여러 차례 검사를 거친다.

Wafer Level Test

Wafer를 개별 Die로 절단하기 전에 전기적 특성과 불량 여부를 검사한다.

고가의 Advanced Packaging에 불량 Die가 투입되는 것을 막아야 하므로 HBM과 Chiplet 구조에서는 Wafer Test의 경제적 가치가 더 높아진다.

Package·Final Test

Package가 완성된 뒤 실제 동작조건에서 속도와 전력, 열, 신호 안정성을 검사한다.

HBM Stack, 고성능 CPU, Controller와 AI ASIC은 전력밀도와 I/O 복잡도가 높기 때문에 Package 이후의 검증도 중요하다.

Burn-in·Reliability Test

고온과 고전압 환경에서 초기 불량과 장기 신뢰성을 확인한다.

Data Center용 부품은 장애가 전체 서비스와 고객 데이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일반 소비자용 부품보다 높은 신뢰성이 요구된다.


검사소모품 수요는 Wafer 증가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검사산업을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Wafer 투입량이다.

그러나 실제 검사소모품의 매출은 다음 변수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검사소모품 수요
= 가동 중인 Test Cell
× 장비 가동률
× Cell당 교체 횟수
× 소모품 ASP

  • 신규 Device 인증 및 Line 증설 수요

생산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Test Workload
= Wafer 투입량
× Wafer당 검사 횟수
× 검사시간
× Device 복잡도

따라서 메모리 Bit 출하량이 증가한다고 검사소모품 수요가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NAND는 적층 수와 Die Density가 높아지면 Wafer 한 장에서 생산되는 Bit가 증가한다. Bit 수요가 늘어도 Wafer 투입 증가율은 그보다 낮을 수 있다.

반대로 HBM과 Advanced Logic은 Wafer 증가율이 낮더라도 검사단계와 검사시간, Pin 수와 전력조건이 늘어나면서 Test Intensity가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결국 검사산업의 실적은 세 가지 변수로 나눠봐야 한다.

  1. Volume — 실제 Wafer와 Device 생산량
  2. Test Intensity — 검사 횟수와 검사시간
  3. Content Mix — 고사양 검사소모품의 적용 비중


고사양화가 검사소모품에 미치는 영향


Wafer Test에서는 Tester와 반도체 Die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Probe Card와 Interface 구조물이 사용된다.

제품의 I/O 수가 늘어나고 Pad Pitch가 좁아질수록 더 많은 신호를 제한된 면적에서 안정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고주파 신호와 높은 전력을 처리하면서도 접촉저항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음 부품의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진다.

  • Probe Card
  • Space Transformer
  • MLO·STF 계열 Interface
  • 고다층 Interface PCB
  • Load Board
  • Test Socket
  • Burn-in Board

이들 부품은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설비가 아니다.

반복 접촉과 열, 전류, 기계적 압력에 노출되면서 성능이 저하되므로 일정 주기마다 수리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새로운 Device가 출시되면 Pad 배열과 전기적 조건이 달라져 신규 설계와 고객 인증도 필요하다.

따라서 검사소모품의 성장경로는 단순한 전공정 CAPEX와 다르다.

신규 Line 증설뿐 아니라 기존 장비의 가동률 상승, 신규 Device 출시, Test Time 증가와 반복적인 교체수요가 함께 매출을 만든다.

생각정리 224 (* Advanced PCB)


Memory와 Logic 검사가 함께 증가하는 구조


Agent AI의 Hardware 수요를 HBM 하나로만 보면 전체 수혜경로를 놓칠 수 있다.

HBM이 증가하면 Memory Die와 Logic Base Die 검사가 늘어난다. 개인별 VM과 Server가 늘어나면 Server DRAM과 Memory Module 관련 검사가 증가한다.

장기 상태와 생성물이 축적되면 NAND와 eSSD 수요가 늘어나고, SSD Controller·Buffer·Network Chip 같은 Logic Device의 검사도 함께 증가한다.

결국 Agent 확산은 다음 두 축을 동시에 자극한다.

  • Memory Wafer Test: HBM·DRAM·NAND
  • Logic Wafer Test: CPU·AI ASIC·SSD Controller·Network·Interface Chip

여기에 HBM 적층과 Chiplet, Advanced Packaging이 확대되면 Wafer 단계에서 불량을 선별하는 가치와 Package 이후 전체 System을 검증하는 가치가 함께 높아진다.

Agent AI의 수혜는 Memory 생산량 증가뿐 아니라 Memory와 Logic을 연결하는 전체 Test Stack의 복잡도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검사장비보다 검사소모품에서 먼저 나타날 수도 있다


신규 검사장비 투자는 고객의 대규모 CAPEX 결정과 Line 증설이 필요하다.

반면 검사소모품은 기존 장비의 가동률이 올라가거나 신규 제품의 인증이 시작될 때도 수요가 발생한다. 업황 회복 초기에 장비 발주보다 소모품 주문과 교체주기가 먼저 반응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다음 조건에서는 검사소모품의 실적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

  • 기존 Test Cell 가동률 상승
  • HBM·고성능 DRAM 생산 Mix 확대
  • 신규 NAND 세대 전환
  • Controller와 Custom Logic 제품 증가
  • 고객별 Device 다변화
  • Probe 수와 Pin Density 증가
  • Test Time 장기화
  • 신규 고객 인증과 공급망 다변화

다만 모든 검사소모품이 동일한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Commodity 제품은 단가 경쟁과 공급능력이 중요하지만, 고사양 제품은 고객 인증과 신뢰성, 정밀가공 능력과 설계 대응력이 중요하다. 제품 복잡도가 올라갈수록 단순 생산능력보다 Qualification과 Yield의 가치가 높아진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지표


Agent 시장에서는 다운로드보다 다음 지표가 중요하다.

  • 사용자당 완료 작업 수
  • 평균 Agent 실행시간
  • 동시 실행 Agent와 VM 수
  • 작업당 Context와 저장용량
  • 장기 Memory 사용률
  • 생성된 파일과 Checkpoint 증가율


Memory와 Storage 시장에서는 다음을 확인해야 한다.

  • Accelerator당 HBM 용량과 Stack 수
  • Server당 DRAM 탑재량
  • RDIMM·MRDIMM 고용량 제품 Mix
  • eSSD 출하용량과 물리 SSD 대수
  • Random I/O와 QoS 요구수준
  • 고성능 Controller 채택률
  • Storage Software 관리용량


검사산업에서는 다음이 핵심이다.

  • Memory·Logic Wafer 투입량
  • Test Cell 가동률
  • Device당 Test Time
  • Wafer·Package별 Test Pass 증가 여부
  • Probe 수와 Pin Density
  • 고사양 검사소모품 매출비중
  • 교체주기와 수리 물량
  • 신규 Device 및 고객 인증 건수


글을 마치며


초기 Agent의 가장 큰 한계 가운데 하나는 지능 자체보다 작업의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목표와 제약조건을 잊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며, 잘못된 경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Agent에게 수시간에서 수일에 걸친 업무를 맡기기는 어려웠다.

Memory의 발전은 이 한계를 낮춘다.

Agent가 작업 상태를 유지하고, 중요한 결과를 Checkpoint로 남기며, 실패 원인을 기억하고, 필요한 순간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든다. 이는 Agent의 오류 횟수를 줄이는 동시에 수행 가능한 업무의 길이와 범위를 확대한다.

그리고 Software Memory의 발전은 결국 Hardware 수요로 연결된다.

활성 Context는 HBM에,
현재 작업상태는 Server DRAM에,
장기기억과 결과물은 NAND와 eSSD에 저장된다.
그 데이터를 움직이는 Controller와 전체 Flash Pool을 관리하는 Software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진다.

반도체 생산 단계에서는 HBM·DRAM·NAND뿐 아니라 CPU, AI ASIC과 SSD Controller 같은 Logic Device의 검사수요가 증가한다. 제품이 복잡해질수록 Wafer 수보다 검사 횟수와 시간, Pin Density와 고객 인증의 중요성이 커진다.

따라서 Agent 시대의 Memory 투자논리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서 끝나지 않는다.

장기 Agent 확산
→ Memory 계층 확대
→ Memory·Logic Device 증가

→ Test Intensity 상승
→ 검사장비 가동률과 검사소모품 교체 증가
→ Controller·Storage Software의 부가가치 상승


모든 Agent의 뒤에는 Memory가 있고, 그 Memory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연산하고 저장하며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Agent 시대의 구조적 수혜는 경쟁이 치열한 상단의 Software Application보다, 모든 Agent가 공통으로 사용해야 하는 하단의 Memory·Storage·검사 인프라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다.


=끝

2026년 9월 22일 화요일

이모저모


나는 왜 이렇게 블로그를 열심히 쓰는 걸까


가끔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렇게까지 블로그를 열심히 쓰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블로그를 수익화 할 것도 아니고, 이걸 한다고 지금 당장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기도했었다.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도 매일 뉴스와 리포트는 꾸준히 읽었다.
다만 그때는 읽고 난 뒤 자리에서 혼자 궁시렁거리는 일이 많았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뼉다구 같은 소리야.”

기사나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논리가 앞뒤가 맞지 않거나,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가 사실처럼 유통될 때면 불편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 불편함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거나 내가 무엇을 이상하게 느꼈는지 기록해두지는 않았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흐릿해졌다. 내가 맞았던 기억은 과장되고, 틀렸던 판단은 쉽게 잊혔다. 결과가 좋으면 분석을 잘했다고 생각했고, 결과가 나쁘면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변수 때문이라고 넘기기도 했다.

그러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머릿속에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려는 목적이었다.

(*생각정리 시리즈)

그런데 기록이 쌓이면서 블로그의 역할이 조금씩 달라졌다.
블로그는 생각을 표현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나를 검증하는 장소가 됐다.

생각정리 86 (* 기록과검증)에서도 적었듯,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쉽게 잊고 운 좋게 얻은 성공은 과장해 기억한다. 투자에서는 이런 편향이 자신을 실제보다 뛰어난 투자자로 착각하게 만든다.

이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기록과검증이다.

기록은 당시 내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남기고, 검증은 그 판단이 실제로 옳았는지를 확인한다.
블로그를 계속 쓰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작성했었던 글들을 계속 반복적으로 읽곤 한다)

비평은 권력자의 말을 받아 적는 일이 아니다


최근 유시민 작가의 권력 비평에 관한 발언을 들으며 블로그를 쓰는 이유가 조금 더 명확해졌다.

유시민과 미디어오늘이 논하다 - 비평의 품격과 언론의 책임


권력 비평은 권력자가 오늘 한 말을 그대로 옮겨 적고, 과거 발언과 문장 그대로 일치하는지만 확인하는 일이 아니다. 권력자는 자신의 의도를 모두 솔직하게 밝히지 않을 수 있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비평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을 함께 봐야 한다.

권력자가 어떤 말을 했는지,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그 결정의 순서는 어떠했는지,
주변 인사들은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리고 그 결과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부담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경계도 있다.

관찰할 수 있는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추론, 그리고 개인적인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 권력자의 내면과 의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것은 비평이 아니지만, 반대로 정황만으로 숨은 의도를 사실처럼 단정하는 것도 비평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정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말과 행동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반복되는 결정은 어떤 방향을 가리키는가.
그 결정으로 가장 큰 이해관계를 얻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잡았더라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인가.

검찰개혁을 보며 생긴 질문


최근 검찰·사법개혁과 법무부 장관 인선을 둘러싼 혼란을 보면서도 비슷한 질문이 생겼다.

내가 그동안 이해해 온 민주당 진영의 검찰개혁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실질적으로 분리하고,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제의식도 검찰 권력의 집중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에 가까웠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검찰개혁의 구상은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다소 달랐다. 법무부 아래 수사와 기소 조직을 나누어 두는 정도를 개혁의 최대치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그동안 민주당이 말해 온 수사·기소 분리와는 같은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실제 내용은 상당히 달랐던 셈이다.

여기에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 논란, 법무부 장관 인선의 난맥,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당정 갈등까지 겹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현재 추진되는 검찰·사법개혁의 한계선이 공익적 제도 설계에서 정해진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개인의 사법리스크와 무관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이것을 현재 확인된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 경찰 수사 역량의 문제, 형사사법 체계 전환 과정의 현실적 어려움도 충분히 존재한다. 이러한 설명 역시 함께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 개인의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제도를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이 설계한다면 이해충돌에 관한 질문은 피할 수 없다.

만약 대통령에게 현재와 같은 사법리스크가 없었더라도 같은 형태의 검찰개혁을 추진했을까.

대통령 임기 이후 재판이 재개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더라도 공소 취소와 관련한 논쟁이 같은 강도로 벌어졌을까.

나는 지금 이 질문에 확정적인 답을 내릴 수 없다. 그래서 오히려 기록해두려 한다. 앞으로 이루어질 법무부 장관 인선, 관련 법안의 변화, 대통령 사건의 처리와 실제 제도 운영을 지켜보면 지금의 추론이 타당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비평 역시 투자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가설을 기록하고, 이후의 행동과 결과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개혁, 대통령 개인 사법리스크가 투자자로서의 나랑 뭔 상관일 수 있겠냐고 반문을 한다면, 아래영상이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되길 바래본다. 


https://www.youtube.com/shorts/O3xJakIKOl4

https://www.youtube.com/shorts/O3xJakIKOl4

https://www.youtube.com/shorts/O3xJakIKOl4

Intelligence보다 먼저 Integrity


이 과정에서 워런 버핏이 자주 인용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세 가지를 봐야 한다. Integrity, Intelligence, Energy다. 그런데 Integrity가 없다면 나머지 두 가지가 오히려 조직을 파괴할 수 있다.

Intelligence는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계산하는 능력이다.
Energy는 그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이다.
그러나 Integrity가 없다면 높은 지능과 강한 실행력은 공동체를 위한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사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행동을 더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공익적 명분으로 포장하고, 결과가 나빠지면 의도와 결과를 분리해 책임을 피할 수도 있다.

다만 특정 인물의 Integrity를 외부에서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결국 판단 기준은 말보다 반복되는 행동이어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 같은 원칙을 적용하는가.
이해충돌 가능성을 스스로 공개하고 회피하는가.
결과가 잘못됐을 때 책임을 부담하는가.
자신에게 적용된 기준을 상대편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가.

https://www.jaemayhem.com/
(판단은 각자 개인의 몫)

이 질문은 정치권력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 경영자와 언론인, 애널리스트, 그리고 투자자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자와 애널리스트가 누렸던 특권


기성 언론 기자들이 오랫동안 누렸던 힘의 상당 부분은 정보 접근권에서 나왔다.

누구를 취재할 수 있는가.
어떤 회의에 들어갈 수 있는가.
공식 발표 전에 어떤 정보를 들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누가 가지고 있는가.

과거에는 취재권과 유통망 자체가 강력한 진입장벽이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기업 공시, 영상 플랫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장벽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과거에는 기업 탐방과 경영진 미팅, 산업 관계자와의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애널리스트만의 경쟁력이었다. 일반 투자자가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먼저 얻고, 이를 가공해 리포트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 공시와 실적발표 자료, 콘퍼런스콜, 해외 경쟁사 자료와 산업 통계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AI는 방대한 자료를 짧은 시간 안에 번역하고 비교하며, 과거의 발언과 현재의 실적도 빠르게 대조해준다.

그 결과 정보에 먼저 접근했다는 사실만으로 만들어지는 알파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물론 기자와 애널리스트의 전문성이 모두 불필요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취재원 검증, 산업에 대한 맥락 이해, 복잡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접근성의 프리미엄은 줄고, 검증 능력의 프리미엄은 커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들었느냐보다 누가 공개된 정보를 더 정확하게 연결하고, 자신의 가정을 명확히 제시하며, 틀렸을 때 빠르게 수정할 수 있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말 중요한 정보라면 왜 공개하지 않을까


나는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소위 ‘내부정보’를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정말 회사의 근본적인 체질이 바뀌었고, 시장이 그 변화를 알아주지 않아 회사가 답답한 상황이라면 가장 빠른 해결책은 그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것 아닐까.

회사의 경쟁력이 개선됐다면 구체적인 수치와 사업계획, 수주와 고객 변화, 이익률과 현금흐름을 공시나 IR 자료를 통해 설명하면 된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시장도 이를 주가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정보는 항상 소수에게만 개별적이고 사적인 방식으로 유통되는 걸까.

내 경험상 이런 정보의 상당수는 실체가 없거나, 공개적으로 발언한 뒤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주장인 경우가 많았다.

생각정리 219 (* 개스닥-2)
생각정리 231 (* 개스닥-3, 당신은 신을 믿으십니까? )

“회사 내부 사람에게 들었다.”
“탐방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내용이다.”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확실하다.”
“곧 시장이 알게 될 것이다.”

이런 말은 맞으면 정보력이 되고, 틀리면 상황이 변했다는 말로 빠져나갈 수 있다.
출처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애초에 어떤 표현으로 전달됐는지 검증할 수도 없다.

공개할 수 없는 정보가 언제나 특별한 정보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공개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주장일 뿐이다.

정말 분석력이 뛰어나 알파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최소한 분석의 논리와 핵심 가정은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포지션과 투자기법을 공개하라는 뜻이 아니다. 무엇을 사실로 보았고, 어떤 인과관계를 예상했으며, 무엇이 발생하면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것인지는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정말 중요한 미공개 정보라면 소수 투자자에게 사적으로 전달되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정보가 중요할수록 사적 유통이 아니라 공정한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

탐방 자체가 알파였던 시대의 끝


과거에는 남들보다 먼저 기업을 방문하고, 경영진을 만나고, 산업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 자체가 상당한 경쟁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탐방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한 정보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같은 회사를 이미 수많은 기관과 투자자가 방문했고, 회사가 공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도 대부분 공시와 IR 자료에 포함돼 있다.

탐방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공장의 분위기와 조직의 실행력, 경영진이 질문에 대응하는 태도, 자료에서 드러나지 않는 운영상의 문제를 확인하는 데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 다만 탐방의 가치는 ‘나만 아는 비밀’을 얻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정보와 실제 현장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나온다.

탐방은 정보를 독점하는 행위가 아니라 기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2023년 이후에도 시장에는 수많은 소음이 만들어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미공개 정보, 중국과 관련한 외신 보도, 해외 반도체 전문지의 의혹 제기, 확인할 수 없는 내부 소스와 단독취재가 반복해서 시장을 흔들었다.

생각정리 344 (* China 중국, 가짜정보, 가짜언론)

그러나 ‘단독’, ‘외신’, ‘업계 관계자’라는 표현이 붙었다고 정보의 정확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투자자의 경쟁력은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먼저 듣는 능력보다, 넘쳐나는 정보 가운데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추론이며 무엇이 단순한 소음인지 구분하는 능력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기록은 투자자의 개인 데이터베이스다


이 지점에서 다시 기록과 검증의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투자자는 매일 수많은 주장과 전망을 접한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어떤 정보를 근거로 판단했는지조차 나중에는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다.

주가가 오르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고 기억한다. 결과를 알고 난 뒤 과거의 판단을 현재에 맞게 다시 구성하는 후견지명 편향이다.

그래서 투자 아이디어를 기록할 때는 결론만 적어서는 부족하다.

당시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가정을 세웠는지,
그 가정이 어떤 경로를 거쳐 실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았는지,
반대편에서는 어떤 근거를 제시했는지,
무엇이 발생하면 내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것인지까지 남겨야 한다.

시간이 지나 결과가 나오면 다시 확인한다.

결과는 맞았지만 논리는 틀렸을 수도 있다. 반대로 단기적인 결과는 틀렸지만 분석 과정은 합리적이었을 수도 있다. 운이 좋았던 투자와 분석을 잘한 투자를 구분하려면 당시의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록이 쌓이면 나만의 투자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진다.

나는 어떤 산업에서 반복해서 잘못 판단하는가.
어떤 유형의 경영자를 지나치게 쉽게 신뢰하는가.
낙관적인 전망에서는 어떤 비용을 자주 누락하는가.
거시경제의 변화를 기업 실적에 너무 빨리 반영하는가.
반대로 어떤 구조적 변화는 비교적 일찍 발견하는가.

이런 내용은 다른 사람의 리포트에서는 찾을 수 없다.
오직 나의 과거 판단을 계속 기록하고 검증해야만 알 수 있다.

좋은 기록은 과거를 보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판단의 오류를 줄이는 도구가 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어느 가정을 수정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이런 효과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글을 공개하면 당시의 판단을 나중에 몰래 바꾸기 어렵다. 맞은 주장만 골라 기억하고 틀린 주장을 지워버리는 행위도 줄어든다.

물론 기록한다고 투자 성과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록하지 않는 투자자는 같은 실수를 새로운 실수라고 착각하며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에서 기록의 복리는 수익률표에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사고방식과 판단 과정에 천천히 쌓인다.
한 번의 기록은 작은 메모에 불과하지만,
수년간 이어진 기록은 내가 어떤 투자자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자료가 된다.


정리 


결국 내가 블로그를 쓰는 이유는 내가 항상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며, 

오히려 내가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납득시키기 위한 복기차원의 성격이 좀 더 강하다.

(*고집이 쏀 편)

기존 언론의 기사와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 누군가의 결론을 그대로 소비하기보다, 그 주장의 근거와 이해관계를 살펴보고 내 생각을 직접 정리해야 비로소 납득할 수 있다.

기존 언론과 애널리스트가 제공하는 정보는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판단을 위한 재료다. 중요한 것은 그 재료를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하고 공개된 사실과 대조하며 시간이 지나도 계속 업데이트하는 일이다.

결국 정치 비평과 투자 분석은 크게 다르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말보다 행동을 보고,
의도보다 이해관계를 살피며,
명분보다 결과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기록한다.

의도를 알 수 없다면 구조를 보고,
명분이 모호하다면 행동과 결과를 기록한다.
오늘의 생각을 남겨야 미래의 내가 오늘의 판단을 검증할 수 있다.

아마 이것이 내가 블로그를 계속 쓰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Record, And Verify.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