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5일 목요일

생각정리 193 (* 개스닥)

코스닥 3,000pt는 현실적인가: 숫자로 보면 보이는 코스닥의 구조적 한계


정치권에서 종종 코스닥 3,000pt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지금의 코스닥이 그런 지수대를 감당할 만큼의 이익 체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막연한 기대나 정책적 구호와는 별개로, 시장은 결국 이익과 밸류에이션의 함수이다.
그래서 코스닥 3,000pt의 현실성을 보기 위해, 코스닥 시장 전체의 PER과 순이익 규모, 그리고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이익 구조를 숫자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1. 현재 코스닥은 어느 정도의 밸류를 받고 있는가

https://www.indexergo.com/series/?frq=D&idxDetail=20305


어제자 기준으로 알려진 코스닥의 PER은 약 101배 수준이라고 한다.
다만 기준 시점에 따라 수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 가능한 수치를 바탕으로 시장 전체 순이익을 역산해보았다.


기준일은 2026년 3월 4일로 고정했다.

  • 코스닥 시가총액: 2026년 3월 4일 기준 638,935십억원, 즉 약 638.9조원

  • 코스닥 PER: 2026년 2월 13일 기준 115.41배


이를 바탕으로 코스닥 시장 전체의 순이익 총합을 역산하면 다음과 같다.

코스닥 순이익 총합 = 코스닥 시가총액 ÷ PER

즉,

638,935 ÷ 115.41 = 약 5,536.2십억원

이를 원 단위로 환산하면, 코스닥 시장 전체의 순이익 총합은 대략 5.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는 시총은 3월 4일, PER은 2월 13일 기준이라는 점에서 시점 불일치가 있는 참고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방향성은 분명하다.
지금 코스닥은 시가총액 규모에 비해 이익 기반이 매우 얇은 시장이라는 점이다.

2. 코스닥 3,000pt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만약 단기간에 코스닥 3,000pt가 달성된다면, 그것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현재의 이익 수준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지수만 급등한다면, 코스닥의 Trailing PER은 300배를 넘어가는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즉, 정치권에서 말하는 코스닥 3,000pt는 단순히 지수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시장 전체에 대해 PER 300배 안팎의 valuation을 부여하는 것과 유사한 주장이 된다.

이 지점에서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다.
코스닥 3,000pt를 이야기하려면 단순히 투자심리나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지수를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시장 전체의 이익 체력, 혹은 앞으로 그에 준하는 이익 성장에 대한 높은 가시성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코스닥이 그런 시장인가.

3.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을 보면 더 선명해진다


코스닥 전체 시장의 밸류 부담을 더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의 합산 수치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선명해진다.




상위 200개 기업의 합산 수치는 다음과 같다.

  • 시가총액 총합: 4,407,188억원, 약 440.7조원

  • 영업이익 총합: 60,153억원, 약 6.0조원

  • 당기순이익 총합: 24,980억원, 약 2.5조원

이 기준으로 집계 PER을 계산하면,

집계 PER = 시가총액 총합 ÷ 당기순이익 총합

즉,

4,407,188 ÷ 24,980 = 176.4배

다시 말해, 코스닥 시총 상위 200개 기업만 놓고 보더라도 이미 시장 집계 PER이 176배 수준에 이른다.

이 수치는 개별 종목 PER의 단순평균이 아니라, 시가총액과 순이익 총합을 바탕으로 계산한 시장 집계 PER이라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즉 일부 극단적인 종목의 왜곡이 아니라, 코스닥 핵심 구성 종목 전체의 이익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4. 산업군별로 나눠보면 더 큰 문제가 보인다


이 상위 200개 기업을 산업군별로 나눠보면, 코스닥의 구조적 한계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먼저 상대적으로 PER이 낮게 계산되는 쪽은 지주/투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재/소비재/서비스 정도이다.



  • 지주/투자: 집계 PER 6.7배

  • 반도체/디스플레이: 집계 PER 57.8배

  • 산업재/소비재/서비스: 집계 PER 69.9배

이들조차 절대적으로 아주 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익 기반이 어느 정도 확인되는 집단이다.

반면 시장 비중이 큰 다른 산업군들은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 바이오/헬스케어: 당기순이익 총합이 적자, 집계 PER -899.7배

  • 2차전지: 당기순이익 총합이 적자, 집계 PER -70.5배

  • 소프트웨어/게임/미디어: 당기순이익 총합이 적자, 집계 PER -247.0배

  • 로봇/자동화: 순이익 총합이 72억원에 불과해 집계 PER 5,249.7배

  • 화학/소재: 집계 PER 303.5배

특히 로봇/자동화, 바이오/헬스케어, 2차전지는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높은 관심과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대표 업종들이다.

그런데 이들 상당수는 실제 이익 규모가 매우 작거나 적자 상태이며, 따라서 valuation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초 earning power가 매우 약하다.

즉, 코스닥의 핵심 시가총액 상당 부분이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이익 가시성이 낮으며, 축적된 자본도 부족하고, 이익 변동성은 높은 산업군에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5. 결국 코스닥의 문제는 ‘정책’ 이전에 ‘어닝’이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정치권은 도대체 어떤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인지, 혹은 무엇을 바꾸면 코스닥 3,000pt가 가능한 것이라고 보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높은 valuation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군이 많아야 한다.
둘째, 그 이익이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셋째, 경쟁력이 검증된 산업이 시장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코스닥은 이 세 가지 조건 모두에서 취약하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상당수가 적자를 내고 있고, 흑자를 내더라도 이익 규모가 미미하며, 일부 업종은 업황과 기대감에 따라 valuation이 과도하게 출렁인다.

결국 코스닥 지수 정체의 근원은 단순히 수급이나 제도 미비가 아니라, 기초 어닝 체력 자체가 부실하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6. 코스피와 코스닥은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https://www.indexergo.com/series/?frq=D&codeId=204


코스피는 적어도 상당수 주력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업황 사이클과 별개로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 창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밸류에이션이 높거나 낮다는 논쟁은 가능해도, 적어도 적정 밸류 range 안에서의 해석은 가능하다.

하지만 코스닥은 다르다.


코스닥은 시장 내 핵심 비중의 상당 부분이 이익의 절대 규모가 작거나, 적자 상태이거나, 미래 기대만으로 밸류에이션을 부여받는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구조에서 지수 상단만 정책적으로 끌어올리려는 발상은, 결국 시장 전체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PER을 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 세계 어느 시장을 보더라도, 시장 전체 밸류에이션이 PER 300배 수준에서 정당화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더구나 코스닥 3,000pt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코스피와 유사한 적정(?) PER 밴드인 20배 수준으로 내려오려면,

  • 코스닥 전체 기준 순이익은 약 6배,

  • 코스닥 상위 200개 기준 순이익은 약 13배


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내 판단으로는, 현재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 그 정도의 이익 체력을 가진 기업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코스닥 3,000pt를 구호처럼 외치는 것은 현실적인 자본시장 해법이라기보다, 시장 구조를 외면한 정치적 수사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7. 오히려 질문은 반대여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코스닥을 어떻게 3,000까지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코스닥 기업들의 이익 체력을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
“어떤 산업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earning base를 만들 것인가”,
**“투자자들이 높은 멀티플을 지불해도 될 만큼의 경쟁력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가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

지수는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기초 체력이 약한 시장에서 지수 숫자만 외친다고 해서, 그 숫자가 지속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8. 마무리


정리하면, 현재 코스닥은 이미 상당히 높은 premium valuation을 받고 있는 시장이다.

시장 전체 순이익 규모는 얇고,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조차 집계 PER이 매우 높으며, 산업군별로 보면 적자 업종과 초고PER 업종의 비중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 3,000pt를 단기간 정책 목표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기초 이익 체력의 빈약함을 무시한 채 valuation만 더 높이자고 말하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코스닥 지수의 정체를 단순히 시장이 저평가되어서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코스닥은, 그동안 꽤 높은 평가를 이미 받아온 시장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정말 코스닥의 재평가를 원한다면, 지수 숫자를 외칠 것이 아니라 먼저
이익을 내는 기업이 많아지는 시장 구조,
경쟁력 있는 산업이 중심이 되는 시장 구조,
지속 가능한 earning power가 축적되는 시장 구조부터 고민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지수 레벨이 아니라, 결국 어닝이며, 그 어닝의 퀄리티이다.


https://v.daum.net/v/20260213153017259?f=p
대책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개스닥
매수매도
추천아님

=끝



생각정리 193 (* OIL)

시장의 인식 변화


초기에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장기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 초기 발언: 3~4주 언급

  • 미 국방장관: 최대 8주 가능성 언급

  • 폴리티코 보도: 미 중부사령부가 최소 100일 이상 지원 요청

  • 폴리마켓 기준 휴전 확률도 크게 하락


즉, 시장은 이제 단기 종결보다 장기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 충격, 이제는 실제 공급위기로 봐야 한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변화중인 최근 원유 시장에 대해 업데이트를 해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유조선 통항이 급감하고, 중동 산유국의 감산 압력이 커지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다.
원유 공급 차질 → 정제제품 수급 불안 → 운임 상승 → 아시아 연료시장 긴장 확대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이 이미 시작됐다고 한다.

출처: Bloomberg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6-03-05/china-tells-top-refiners-to-suspend-diesel-and-gasoline-exports


1. 시장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 호르무즈가 실제로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3월 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단 1척에 불과했다.
이는 정상 대비 95% 이상 급감한 수준이다.


https://www.reuters.com/business/energy/us-weighs-oil-futures-market-action-combat-rising-energy-prices-wh-official-2026-03-05/


이 정도면 시장은 이를 단순한 긴장 고조가 아니라 사실상 통항 중단에 가까운 공급 장애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라크는 하루 약 120만 배럴의 생산 감축 압력을 받고 있고, 아시아 정유사들도 가동률 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출처: Bloomberg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6-03-05/china-tells-top-refiners-to-suspend-diesel-and-gasoline-exports


2. 핵심은 유가가 아니라 에너지 밸류체인 전체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위험한 이유는 원유 가격만 자극하는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충격이 길어질 경우 동시에 흔들릴 수 있는 영역은 다음과 같다.

  • 원유 가격 상승

  • 정제마진 확대 또는 왜곡

  • 석유제품 현물가격 급등

  • 해상운임 상승

  • 벙커유·항공유·디젤 공급 불안

  • 아시아 수입국의 조달비용 급증


즉, 문제의 본질은 “원유가 비싸진다”가 아니라
아시아 산업 전반의 에너지 조달 비용과 공급 안정성이 동시에 흔들린다는 데 있다.

출처: WallstreetCN https://wallstreetcn.com/articles/3766821#from=ios


3. 중국은 이미 ‘수출보다 내수 방어’로 돌아섰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중국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주요 정유사들에 정제 석유제품 수출을 일시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신규 수출 계약 체결을 멈추고, 이미 합의된 선적도 취소 협상에 나서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보세창고의 항공유와 선박 연료, 홍콩·마카오 공급 물량은 예외로 인정했다.

이 조치는 의미가 분명하다.
중국은 지금 상황을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국내 연료 수급을 우선 방어해야 하는 비상 국면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이 이런 판단을 내렸다는 점은,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연료 확보 경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출처: Bloomberg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6-03-05/china-tells-top-refiners-to-suspend-diesel-and-gasoline-exports





4. 아시아 전역에서 공급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이미 연료시장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흐름은 다음과 같다.

  • 싱가포르: 벙커유 공급이 빠르게 줄며 일부 주문 축소

  • 한국: 에너지 1단계 경보 발령, 사재기·가격 교란 단속 방침

  • 일본: 국제 공동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 검토

  • 방글라데시: 연료 소비 억제를 위해 정제유 공급량 축소


이 흐름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호르무즈 문제는 특정 산유국 이슈가 아니라,
이미 아시아 전체의 연료 수급과 가격 체계를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출처: WallstreetCN https://wallstreetcn.com/articles/3766821#from=ios


5. 물리적 충격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은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해진다.

IEA와 Kpler 기준으로 2025년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 및 콘덴세이트는 하루 14.95mb/d 수준이다.
여기에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총 19.87mb/d가 이 해협을 지난다.



물론 사우디와 UAE는 일부 우회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실제 봉쇄 시 9.45~11.45mb/d의 중동산 원유 수출이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즉, 이번 사태는 일부 선박 지연 수준이 아니라
세계 원유 수급의 한 축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는 규모의 충격이다.

출처: IEA Hormuz 자료(사용자 정리 기반), 관련 기사 맥락: OilPrice https://oilprice.com/Energy/Crude-Oil/US-Shale-Wont-Replace-Lost-Middle-East-Oil.html


6. 중국과 인도는 가장 직접적인 충격권에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취약한 곳은 역시 아시아 대형 수입국이다.

중국

  • 호르무즈 경유 원유 노출 물량: 4.6mb/d

  • 중국 전체 원유 수입 대비 비중: 약 40%



즉, 중국은 수입 원유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정제제품 수출 통제에 나선 것이다.

인도

  • 호르무즈 경유 원유 노출 물량: 2.1~2.6mb/d

  • 전체 수입 대비 비중: 약 50% 수준




인도는 사실상 원유 조달 경로 절반이 위험 구간에 들어간 셈이다.
결국 중국과 인도 모두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체 조달, 전략비축유 활용, 정제 운영 조정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다.

출처: Moneycontrol https://www.moneycontrol.com/ / Bloomberg https://www.bloomberg.com/ / EIA STEO https://www.eia.gov/outlooks/steo/


7. 러시아산 원유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7-1. 결론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동산 공급 차질 가능성이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 환경에서 대체 공급원으로서 러시아산 원유의 전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7-2. 우랄(Urals) 할인폭 축소가 의미하는 것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충격 이후 우랄산 원유의 브렌트 대비 할인폭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기존에는 브렌트 대비 큰 폭의 할인 거래가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할인폭이 10달러 수준에서 5~6달러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흐름이 제시된다.

이는 시장이 러시아산 원유를 단순 “제재 할인 자산”이 아니라, 중동 리스크 국면에서의 대체 공급원으로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동산 공급 차질이 커질수록, 해상 물류 경로가 상대적으로 다른 러시아산 원유의 전략적 가치는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출처: OilPrice(Reuters 인용 맥락) https://oilprice.com/


8. 러시아 원유의 공급 여력과 수출 구조(최신 스냅샷, mb/d)


8-1. 생산(가장 최근 월간)

  • 러시아 원유 생산(2026년 1월): 9.246 mb/d

8-2. 내수(국내 흡수: 정유처리량/정유투입)

  • 정유 처리(2025년 12월): 약 5.50 mb/d

  • 정유 처리(2026년 2월): 약 5.15 mb/d

2025년 12월 → 2026년 2월에 정유투입이 낮아졌다는 점은, 같은 생산 수준을 가정하면 수출(또는 재고/해상부유)로 전환 가능한 물량이 늘어나는 방향임을 시사한다.

 

8-3. 수출(해상 기준)

  • 러시아 해상 원유 수출(2025년 12월, 총계 역산): 약 3.764 mb/d


9. 러시아 해상 원유 수출 목적지(2025년 12월, mb/d)


9-1. 국가별 물량

  • 인도: 1.355 mb/d

  • 중국: 1.077 mb/d

  • 튀르키예: 0.163 mb/d

  • 목적지 미확인(Unknown): 1.051 mb/d

9-2. 해석 포인트

  • 인도·중국이 러시아 해상 물량의 핵심 흡수처로 유지되는 구조이다.

  • “미확인” 물량은 운항 중 목적지 변경, STS(환적) 등으로 최종 목적지 확정이 어려운 물량을 포함한다.



10. 미국의 대응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인도 정유업체들에 대해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30일간 임시 허용하는 조치를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시장 공급 안정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미국 셰일이 중동발 공급 차질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IEA가 언급한 추가 공급 여력은 단기적으로 수십만 배럴 수준에 그친다.
반면 호르무즈를 지나는 물량은 하루 1,500만~2,000만 배럴 규모다.

즉, 미국의 추가 공급은 시장 심리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물리적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출처: OilPrice https://oilprice.com/Energy/Crude-Oil/US-Shale-Wont-Replace-Lost-Middle-East-Oil.html


11. 이번 사태를 봐야 하는 핵심 포인트


이번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는 이제 실제 물동량 충격으로 전환되고 있다.

  • 문제는 유가 상승 그 자체보다 원유-정제-운임-연료시장 전체의 연쇄 불안이다.

  • 중국은 이미 정제제품 수출 통제로 내수 방어 모드에 들어갔다.

  • 인도 역시 조달 경로 절반가량이 위험 구간에 놓여 있다.

  • 러시아산 원유는 중동산 대체재로서 전략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 미국 셰일 증산만으로는 이번 공급 공백을 상쇄하기 어렵다.


결론


지금 시장은 중동발 공급 차질이 아시아 연료시장 불안과 글로벌 원유 재배치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과하고 있다.

앞으로 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 호르무즈 통항 정상화 여부

  • 중국·인도의 비축 및 수입선 재편 속도

  • 러시아산 원유와 비중동산 대체 공급원의 가격 재평가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지정학 뉴스가 아니라,
세계 원유 공급 구조가 다시 재편되는 초기 국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 개이득)

로이터 보도대로 중국이 이란과 안전 통항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주요 수입국들이 현 상황을 오래 끌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https://www.reuters.com/business/energy/china-talks-with-iran-allow-safe-oil-gas-passage-through-hormuz-sources-say-2026-03-05/

이란도 수출 대금 회수와 실물 수출이 막히면 장기전의 비용이 급격히 커진다. 개인적으로 이 사태를 “영구 봉쇄”보다는 강한 충격 뒤 협상 복귀 가능성이 높은 위기로 해석하는게 맞지 않을까 하며, 

협상 이후에는 이란이 잃었던 시장점유율을 되찾는 과정에서 걸프 산유국, 러시아와의 할인 경쟁이 다시 국제 유가의 하방 변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끝

2026년 3월 4일 수요일

생각정리 192 (* IRAN)

개인적으로 정치 거시경제 관련해서는 한 애널리스트분께 많이 의지를 하고있다.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다.

트럼프-이란 리스크를 보는 프레임: 지지율, 유가, 전후 수확


세미나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온 말이 있었다. 트럼프는 판이 불리해지면 **“무슨 미친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정치적 리스크 인식이다. 금요일 애널리스트분과의 농담이 그 주 주말에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현실화됐다. 

미국 정치에서 대외안보 충격은 지지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해왔고, 2026.11월 중간 선거가 가까울수록 그 유인이 커진다는 점이다.

(당시 메모)

미 대선·트럼프 리스크

  • 올해 최대 리스크 중 하나: 중간선거 패배/트럼프 변수.
  • 트럼프가 역전을 위해 **“무슨 미친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정치적 리스크 인식.
  • 역사적으로 지지율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사례들:
    • 부시(아버지) 9·11 테러 직후 지지율 90%
    • 케네디 70% (쿠바 미사일 위기)
    • 즉, 미국 본토에 군사적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이 지지율 급등 계기였다는 데이터.


1) “대외안보 충격 → 지지율 급등”의 작동 방식


역사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급등하는 전형적 계기는 경기 개선이 아니라 본토 테러·핵위기급 안보 충격이었다. 이른바 rally-around-the-flag 패턴이다. 대표 사례로는 **조지 W. 부시(아들)**의 9·11 직후 지지율 급등이 자주 인용된다. 이 패턴이 중요한 이유는, 구조적 불만(물가·경기)을 단기간에 뒤집기 어렵더라도 안보 프레임은 여론을 빠르게 재정렬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595998


이란이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을 부각할수록, 역설적으로 트럼프에게는 국내 여론을 결집시키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재료가 되는 아이러니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


2) 당시에는 이란을 전쟁 리스크로 “끝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전쟁 리스크를 이란과 직접 연결해 생각하지 못했고, 설령 연결했다 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 유가 급등을 제한적으로 봤다. 러-우전쟁과 다른 양상의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을 더 크게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과 같은 패닉셀-급락의 전개는 당시에는 자연스럽게 떠올리기 어려웠고, 설령 상상했다 해도 포지션을 바꿀 근원 변수로까지 판단했을지는 확신이 없다. “리스크를 안다”와 “액션을 한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점이 핵심이다.


3) 후속 국면의 핵심: 호르무즈 리스크는 “가격화”로 관리될 수 있다


이번 국면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전술보다 리스크가 관리되는 방식이다.

  • 호르무즈 관련 위험은 단기적으로 공포를 자극하지만, 정책은 이를 보험·보증 형태로 “가격화”해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 트럼프가 DFC 등을 통해 페르시아만(호르무즈 포함) 항로에 대해 정치적 리스크 보험금융 보증을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하라고 지시했다는 흐름은, 유가 급등이 물가 → 선거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유가를 무한히 올리는 변수’라기보다 ‘관리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4) 모즈타바 하메네이: “결사항전”보다 “생존·자산보전”이 먼저 떠오른 이유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보며 내가 강하게 든 인상은, 신앙·애국의 결사항전형이라기보다 자기 안위(생존)와 자산보전 우선에 가깝다는 쪽이다. 근거는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돈의 구조”다.


https://en.wikipedia.org/wiki/Mojtaba_Khamenei



  • 해외에 걸친 자산(런던·두바이 부동산, 유럽 내 해운·은행 관계 등)이 거론되고

  • 개인 명의가 아니라 중개자·다중 관할권·계층화된 법인 구조로 소유·이동 경로가 설계되어 있으며

  • 감시가 강화되면 매각·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정황이 함께 제시된다.


이런 구조는 “끝까지 버틴다”보다는 “상황이 나빠지면 정리하고 빠진다”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는 공개 정황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 추정이지만, 전쟁 국면에서 엘리트의 행동을 볼 때 이념보다 ‘퇴로’가 더 솔직한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9265


(모든 이권을 누려오며 저렇게나 열심히 자기 자산을 관리하며(?) 살아온 사람이 언제든 자신 머리위로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협감과 죽음의 불안감을 안고 살고자 할까?)

난 아니라고 본다. 



5) 애도 장면은 ‘이란 전체’가 아니라 ‘체제 옹호 세력’의 일부일 수 있다


일부 외신에 하메네이를 애도하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나는 그 장면이 이란 전역에서 시위를 주도했던 대다수의 젊은 시민을 대표한다기보다 현 체제 옹호 세력의 일부를 포착한 것일 수 있다고 본다. 카메라에 잡힌 군중은 ‘전 국민 평균’이 아니라, 특정한 조직·이해관계 집단일 가능성이 있다.

이 관찰은 내 결론과 이어진다. 이번 전후 이란 사회를 바꿔나갈 가장 큰 동력은 외부 적대에 대한 단일 결집이라기보다, 소수 이권층 vs 다수 수탈·소외층내부 균열과 재정렬일 수 있다는 점이다.


6) 그럼에도 “왜 신정체제 옹호 세력이 남아 있나”는 설명이 필요하다


내부 균열이 크더라도 체제 옹호 세력이 남는 이유는 대체로 다섯 축이 겹친다.

  1. 이권·고용의 배분 구조: 국가·준국가기관·종교재단·IRGC 연계 구조에서 일부 집단은 체제에 생계가 걸린다.

  2. 조직화된 동원 기반: 바시즈(Basij) 같은 친정권 네트워크는 자발과 동원이 섞인 형태로 지지를 만들어낸다.

  3. 이념·정체성: 종교적 권위, 반외세 내러티브가 긴장 국면에서 결속을 강화한다.

  4. 혼란 회피: 붕괴 이후의 내전·치안 붕괴 공포가 “차악 선택”을 만든다.

  5. 강압·정보 환경: 진짜 지지와 공포에 의한 순응이 외부에서 구분되지 않는다.


즉 “이해가 안 된다”기보다, 이해관계·동원·정체성·공포·강압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로 보는 편이 설명력이 높다.


7) 결론: 트럼프의 인센티브를 연결하면 한 줄로 정리된다


내가 보는 큰 그림은 다음의 연쇄다.

  1. 트럼프는 이란 공격을 ‘정치적 업적’으로 포장해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이를 훈장 삼아 중간선거 우위를 노릴 유인이 크다.

  2. 동시에 유가가 튀면 물가가 흔들려 성과가 상쇄되므로, 사우디를 포함한 OPEC에 추가 증산을 유도원유 초과공급(가격 안정/하락) 국면을 만들려 할 가능성이 높다.

  3. 전후 구도에서 협상 가능한 친미 성향 정권/권력 블록이 형성되면, 트럼프는 군사·외교적 우위를 바탕으로 추가 이익(조건)을 요구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4. 여기에 DFC를 통한 해상무역 보험·보증 확대는, 결과적으로 영국 중심의 해상보험 시장 일부를 잠식하는 “예상치 못한 수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정리하면, 이번 국면은 단순한 전쟁 뉴스가 아니라 **(지지율)–(유가/물가)–(중간선거)–(전후 협상 수확)–(금융/보험 인프라 주도권)**까지 한 덩어리로 맞물린 정치경제 이벤트로 보인다.

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가설의 핵심도 결국 하나다.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변수가 ‘외부 적대에 대한 결집’만으로 단순화되기 어렵고, 오히려 전후 국면에서는 이란 내부의 균열과 이해관계 재정렬이 더 큰 동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여러 중동 전문가들이나 미국·이란 양측이 강경한 태도로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더라도, 나는 실제 전개가 그렇게까지 길어질 것 같지 않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둔다. 다만 이 판단이 내 관점의 편향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염두해둬야겠다.

이쯤에서 작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국민들에게 보낸 '현 정권에 맞서 싸워라'라는  메세지 영상이 다시 떠오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OcxxHS1vU5s


=끝

생각정리 191(* OCS)


Broadcom의 “구리 유지” 발언이 갸우뚱했던 이유, 그리고 OCS 스터디 정리


아침에 브로드컴(Broadcom) 어닝콜을 정리하다가 한 지점에서 갸우뚱하게 되었다. 회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We are uniquely positioned to enable these customers to stay on direct attached copper through our 200G service.”

 

“In 2028, our XPU customers will likely continue to stay on direct attached copper, and this is a huge advantage as the alternative of going to optical is more expensive and requires significantly more power.”


요지는 명확하다. 브로드컴은 **200G 솔루션을 통해 고객이 Direct Attached Copper(DAC)**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자사만의 강점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2028년에도 XPU 고객은 구리를 계속 쓸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리고 광(Optical)으로 전환하는 대안은 더 비싸고 전력 소모도 크게 늘어난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이 톤은 4Q25 이전, 한 분기 전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느낌이다. 당시 회사의 뉘앙스는 보다 절제되어 있었다. 즉 **“scale-up은 가능한 한 랙 안에서 copper로 오래 가려는 시도가 있다”**는 관측을 전제로 하되, **“최후의 순간에야 silicon photonics로 간다”**는 식으로 광 전환의 불가피성 자체는 열어두는 방향이었다.


이 차이는 “구리의 절대우위”를 주장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적용 구간과 시간표이다. 랙/섀시 내부처럼 (1) 매우 짧은 리치, (2) 극단적으로 높은 집적, (3) 단순성과 비용이 최우선인 구간에서는 구리가 여전히 가장 싸고 단순한 해법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표현은 **“아직은(not anytime soon)”**이다. 방향성(광 전환)을 부정하기보다, 전환 타이밍을 늦게 본다는 의미에 가깝다.


하지만 같은 시점, 엔비디아(NVIDIA)는 구리에서 광으로의 전환을 오히려 서두르는 방향에 더 가깝게 보인다. 핵심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공급망을 선점하고, 차세대 아키텍처로의 전환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https://nvidianews.nvidia.com/news/nvidia-and-coherent-announce-strategic-partnership-to-develop-optics-technology-to-scale-next-generation-data-center-architecture


이 지점에서 내 해석은 다음과 같다. Agent AI 확산이 촉발할 다음 변곡점을 감안하면, 엔비디아의 진화 방향이 브로드컴이 제시하는 “구리 유지”의 톤보다 현실성이 높아 보인다. 반대로 브로드컴의 발언은, Agent AI가 가져올 구조 변화의 타이밍보다 몇 걸음 뒤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리고 이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한 주제로 연결된다. 이전 글에서 광학 인터커넥트를 다루면서도 충분히 풀지 못했던 주제, 바로 **OCS(Optical Circuit Switch)**이다. 이번 글은 OCS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용어를 최대한 줄이고, 필요한 개념만 단계적으로 쌓는 방식으로 정리한다. 목표는 세 가지이다.

  • OCS가 무엇인지

  • 스파인(Spine) 스위치를 일부라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는지

  • 왜 다음 단계가 **DCI(데이터센터-데이터센터 연결)**로 확장되기 쉬운지


1) 먼저 용어를 가장 쉬운 말로 정리한다


패킷(packet)


인터넷에서 데이터는 한 번에 큰 덩어리로 이동하지 않고, 보통 작은 조각으로 잘라 이동한다. 이 작은 조각 하나가 패킷이다.

긴 문서를 우편으로 보낼 때 여러 봉투로 나눠 보내는 것과 유사하다. 봉투 하나가 패킷이다. 패킷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같은 주소 정보가 담긴다.


스위치(switch)


스위치는 쉽게 말해 갈림길 안내원이다. 패킷이 들어오면 주소를 읽고, 어느 경로로 내보낼지 결정한다.


큐(Queue)와 큐잉(Queueing)


큐는 줄 서는 것
이고, 큐잉은 줄이 생겨 기다리는 현상이다. 톨게이트에 차가 몰리면 줄이 생기듯, 네트워크에서도 트래픽이 몰리면 스위치 내부에 대기 줄이 생긴다. 이때 지연(latency) 이 커지고, 지연이 들쭉날쭉해질 수도 있다.


광(Optical) / 전기(Electrical)


데이터는 전기 신호로도, 빛 신호로도 전달된다. 일반적으로 빛은 고속·장거리 전송에 유리하고, 전기는 **근거리·처리(연산/스위칭)**에 유리하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많은 네트워크 장비는 “빛으로 오던 신호를 스위치에서 전기로 바꿔 처리하고, 다시 빛으로 바꿔 내보내는” 구조를 가진다. 이 과정의 빛↔전기 변환(O/E/O)전력 소모와 발열을 크게 만든다.


2) OCS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무엇인가


OCS(Optical Circuit Switch)는 ‘빛이 지나가는 길(광 경로)을 통째로 연결해주는 교환기’이다.


일반 스위치는 패킷을 하나하나 읽고(주소 확인), 그때그때 어느 길로 보낼지 결정한다. 반면 OCS는 패킷을 세밀하게 읽기보다, 아예 A와 B 사이를 일정 시간 ‘광의 전용 통로’로 연결해버린다.


비유로 보면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 일반 스위치: 택배 허브이다. 들어오는 상자를 하나씩 스캔해 목적지별로 분류한다.

  • OCS: “A 공장 ↔ B 창고” 사이에 전용 고속도로를 일정 시간 열어주는 방식이다. 고속도로가 열려 있는 동안은 차(데이터)가 그냥 쭉 지나간다.


즉, 일반 스위치는 “매 순간, 매 조각 데이터를 판단”하는 장치이고, OCS는 “연결 자체를 바꿔서 통로를 고정”하는 장치이다.


3) 스파인 스위치는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대규모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는 단순화하면 2~3층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 랙(rack): 서버나 GPU가 꽂혀 있는 단위 묶음이다.

  • 리프(leaf) / ToR(Top-of-Rack): 랙 근처에서 트래픽을 모아주는 1차 구간이다(동네 길에 해당한다).

  • 스파인(spine): 여러 랙을 서로 연결해주는 중심 백본 구간이다(고속도로 교차로에 해당한다).


AI 클러스터처럼 규모가 커질수록 랙-랙 간 이동량이 폭발한다. 그 결과 스파인 장비는 더 커지고 더 비싸지며, 전력과 발열 부담도 급격히 커진다. 결국 스파인은 성능이 아니라 전력·열·TCO 문제로 병목이 되기 쉬운 지점이다.


4) 왜 OCS가 스파인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는가


핵심은 다음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AI 트래픽은 특정 구간에서 ‘큰 데이터가 특정 상대에게 오래 흘러가는 패턴’을 만들기 때문에, 패킷을 계속 분류하는 방식보다 ‘전용 통로’를 만들어 흘려보내는 방식이 유리해질 수 있다.

이를 조금 더 구조적으로 풀면 다음과 같다.

(1) 기존 스파인 스위치의 본질은 ‘분류 작업’이다


트래픽이 몰리면 스위치는 패킷마다 주소를 읽고 분류한다. 이 분류 작업이 커질수록,

  • 전력이 증가하고

  • 발열이 늘며

  • 큐잉이 발생해 지연이 커지고

  • 규모 확장 시 비용(TCO) 이 급격히 상승한다.


(2) AI에서는 ‘전용 통로’가 성립하는 상황이 자주 나온다

예를 들어 대규모 학습/추론에서 GPU들이 동기화하거나 대규모 텐서/그래프를 교환하는 구간은, 한동안 특정 랙-특정 랙 사이에 트래픽이 집중되는 형태를 만들기 쉽다.

  • A랙 ↔ B랙이 한동안 큰 데이터를 계속 교환하고

  • C랙 ↔ D랙도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는 식이다.


이때는 패킷을 매번 읽고 분류하기보다,

  • A↔B 전용 통로, C↔D 전용 통로를 열어두고

  • 그 통로로 데이터를 그냥 흘려보내는 편이
    전력과 비용 관점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3) OCS는 ‘분류’를 줄이고 ‘전력/열’을 낮추는 쪽으로 기울 수 있다

OCS는 패킷을 세밀하게 읽고 판단하는 부담을 줄이고, 연결을 구성해 통째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스위치의 복잡한 전기적 처리 부담이 감소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주의가 있다.

“스파인 스위치가 완전히 사라진다”로 단정하면 위험하다.

현실적으로는 일부 트래픽은 OCS가 처리하고, 나머지는 기존 스파인/패킷 스위치가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더 자연스럽다. 즉, “대체”는 “전면 교체”가 아니라 부분 대체/역할 재배치에 가깝다.


5) 왜 ‘전력’과 ‘TCO’가 계속 핵심이 되는가


AI 데이터센터의 병목은 점점 연산칩 자체보다는 전력·열·설비 한계로 이동하고 있다. 스파인 스위치는 패킷을 읽고 분류하는 고성능 전기 처리 장치이므로, 성능이 올라갈수록 전력 소모가 커지기 쉽다.


반면 OCS는 분류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므로,

  • 스케일업(더 큰 클러스터)에서 늘어나는 스파인 구간 부담을

  • 전력과 TCO 관점에서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 맥락에서 보면, “스파인은 트래픽 기반이고 OCS로 가능”이라는 논지는 결국 스파인 구간의 역할이 ‘정교한 분류’보다 ‘대용량 통로’에 가까워지는 순간이 생긴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6) 왜 다음 단계가 DCI로 확장되기 쉬운가


DCI는 데이터센터와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직관은 크게 다르지 않다.

(1) 내부에서 ‘전용 통로’가 의미가 커지면, 외부 연결에서도 같은 고민이 반복된다


클러스터가 커질수록 한 건물/한 센터에 다 넣기 어려워진다. 전력·냉각·부지·운영의 제약 때문에 여러 건물이나 여러 캠퍼스로 분산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센터-센터 사이에 큰 데이터 이동이 늘어난다.


AI 트래픽의 성격(큰 덩어리 이동, 일정 시간 지속되는 흐름)은 바깥에서도 반복되기 때문에, 내부에서 강화된 “전용 통로” 논리가 외부로도 확장되기 쉽다.


(2) 거리가 늘어날수록 전기보다 빛이 유리해진다


거리가 길어질수록 전기는 손실과 제약이 커지고, 대용량일수록 광 기반이 유리해진다. 결국 데이터센터 밖 연결은 광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3) 다만, OCS가 곧바로 ‘장거리 전송’ 그 자체는 아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된다. DCI는 스위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장거리 전송을 위한 별도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가능한 한 광 도메인으로 유지해 전력/비용을 낮추려는 방향”은 내부에서 외부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OCS는 DCI를 대체한다기보다, DCI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결합 요소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7) 한 줄 결론


“OCS가 향후 엔비디아의 랙-랙 연결에서 스파인 스위치를 대체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결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일부 트래픽/일부 구간에서 대체(또는 상당 부분 역할 이전)될 가능성이 커지는 방향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큰 데이터 흐름이 일정 시간 지속되는 패턴이 강화될수록, “분류형(패킷 스위치)” 대비 “전용 통로형(OCS)”의 전력·TCO 경제성은 개선될 수 있다. 그리고 클러스터가 더 커져 여러 센터로 분산될수록, 동일한 논리가 DCI에서도 반복되며 확장될 여지가 커진다.


부록: 컨센서스 정합 기준 FY2026~FY2028E 요약표 (US$ mn)


Lumentum (FY2026~FY2028E) 실적 요약표 (US$ mn)

(US$ mn)FY2026E     FY2027E     FY2028E

총매출

2,907

4,656

5,912
Components 소계1,7002,4803,000
ㆍScale-out lasers(EML/CW, 800G~1.6T 등)9001,1501,250
ㆍCPO/ELS lasers(UHP 레이저/ELS 콘텐츠 확장)3308801,300
ㆍTelco/Other components470450450
Systems 소계1,2072,1762,912
ㆍCloud Transceivers1,0001,4501,650
ㆍOCS150650750
ㆍOther Systems(Optical Scale-up 포함)5776512
영업이익7691,5751,843


Coherent (FY2026~FY2028E) 실적 요약표 (US$ mn)

(US$ mn)          FY2026E     FY2027E      FY2028E

총매출

6,926

8,606

10,139
Data Center & Communications 소계5,0606,7108,130
ㆍPluggable Transceivers(800G/1.6T)2,9503,4503,700
ㆍCPO(Scale-up 중심)6501,5502,650
ㆍOCS(LC 기반)2808501,250
ㆍDCI/Scale-across & Telco components1,180860530
Industrial 소계1,8661,8962,009
ㆍSemicap520650820
ㆍIndustrial lasers/others1,3461,2461,189
영업이익1,4161,9552,472




=끝

2026년 3월 3일 화요일

생각정리 190 (* Optical Interconnect Bottleneck)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강제 청산인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리스크 장기화에 대한 헤지인지, 혹은 고밸류 구간에서의 기간 조정인지. 이번 패닉셀의 정체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여기에 억지로 의미를 덧씌우거나, 감정에 휩쓸려 패닉셀에 동참하기보다는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이전 NAND 글에 이어, 광학 인터커넥터 밸류체인을 정리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전 글에서 계속 언급했듯,


NVIDIA의 차세대 Rubin 시리즈에서 나타날 구조적 변화는 기존과 다른 역할 분담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 결과, 이전과 다른 새로운 수요가 열릴 제품은 eSSD와 광학 인터커넥터가 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추정해 집중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엔비디아가 포토닉스(광자학) 기술을 개발하는 두 기업에 총 4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
엔비디아는 루멘텀(Lumentum)과 코히런트(Coherent)에 각각 20억 달러씩 투자하기로 결정



광학인터커넥터 밸류체인 이해: InP 웨이퍼에서 CPO까지, 그리고 Rubin이 만드는 병목의 이동


0. 한 줄 요약: 왜 지금 광학인터커넥터인가


AI 데이터센터에서 성능을 결정하는 병목은 점점 연산(GPU) 자체보다 **데이터 이동(Interconnect)**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델이 커질수록 GPU 간 동서 트래픽이 커지고, 여기에 컨텍스트 메모리가 커질수록 외부 메모리 계층(SSD 등) 의존이 늘어나면서 네트워크가 더 많이, 더 자주, 더 멀리 데이터를 옮겨야 한다. 그 결과 전기 배선만으로는 전력·거리·신호무결성 한계가 빠르게 드러나며, 광 링크 비중 증가와 더 나아가 CPO(Co-Packaged Optics) 도입이 가속되는 흐름이다.


NVIDIA는 **Spectrum-X Photonics(CPO 스위치)**를 발표하며 2026년 출시 계획을 명시하였다. (NVIDIA Newsroom)
Broadcom도 CPO 스위치 제품화 흐름을 공식 메시지로 제시하고 있다. (Broadcom Press Release)


1. InP 웨이퍼란 무엇인가


InP(Indium Phosphide) 웨이퍼
는 데이터센터 광통신에서 핵심인 레이저(DFB, EML), 수신기(PD) 같은 광소자 제작에 널리 쓰이는 III-V 화합물 반도체 기판이다.

광학인터커넥터를 아주 단순화하면 다음 3요소로 구성된다.

  • 빛을 만든다(광원: 레이저)

  • 빛에 데이터를 싣는다(변조)

  • 빛을 멀리 보낸다(파이버/커넥터/스위칭)

이 중 “빛을 만든다”의 출발점이 되는 재료 플랫폼이 InP 웨이퍼이다.


2. InP 웨이퍼와 실리콘 웨이퍼는 무엇이 다른가


이 파트는 ‘왜 InP 공급망이 자주 병목이 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리콘은 만들기 쉬운 방향으로 산업이 표준화되어 있고, InP는 물리·화학적으로 조성이 흔들리기 쉬워 공정 윈도우가 좁다는 차이가 있다.

InP웨이퍼
골드만삭스


2.1 원소 vs 화합물: 조성 유지가 난이도의 뿌리이다

  • 실리콘 웨이퍼는 “원소”라서, 고순도 실리콘을 녹였다가 단결정으로 뽑는 과정에서 조성 이슈가 비교적 단순하다.

  • InP 웨이퍼는 “화합물(In + P)”이다. 고온에서 **P(인)**이 날아가 조성이 흔들리기 쉬워, 단결정 성장 단계에서 화학량론(조성) 유지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 특성이 난이도와 비용의 근본 원인이다. (Springer)


2.2 성장 방식: 실리콘은 CZ가 표준, InP는 공정 제약이 강하다

  • 실리콘은 CZ 성장 기반으로 대구경(300mm) 대량생산 체계가 확립되어 있다.

  • InP는 조성/결함 제어를 위해 VGF(Vertical Gradient Freeze) 같은 방식이 중요하게 쓰인다. VGF는 온도 구배를 정밀 제어해 결정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소개된다. (PVA TePla CGS)


2.3 대구경화: 코스트는 내려도 병목은 ‘위로’ 이동하는 경향이다

InP는 6인치(150mm) 등 대구경화가 중요한 이슈이며, Coherent는 InP 웨이퍼 팹 역량을 전략적으로 강조한다. (Coherent Blog)

다만 “웨이퍼가 싸지고 많이 나온다”가 곧바로 공급망이 풀린다는 뜻은 아니다. 광소자는 웨이퍼 다음 단계에서 더 자주 병목이 터지며, 대구경화로 수요가 더 빨리 커지면 병목이 에피·패키징·테스트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2.4 InP 웨이퍼(기판) 핵심 플레이어(예시)

  • Sumitomo Electric(5802.T): InP substrates 제품 제공. (Sumitomo Electric)

  • AXT(AXTI): 화합물 기판 사업 명시. (AXT IR)

  • Coherent(COHR): InP 웨이퍼 생산역량 강조. (Coherent Blog)


3. 왜 InP 에피·가공·패키징·테스트에서 병목이 생기는가


InP 공급망 병목을 ‘진짜로’ 이해하려면, 웨이퍼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하다. 공장 관점으로 보면, 웨이퍼는 “바닥재”에 가깝고, 성능·수율·출하량을 좌우하는 과정은 에피(Epi) → 디바이스 가공 → 패키징 → 테스트에 몰려 있다.

3.1 빵-크림 케이크 비유로 이해하는 병목의 본질


InP 레이저 밸류체인을 케이크로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 **InP 웨이퍼(기판)**는 “빵의 바닥(빵판)”이다. 빵판이 없으면 케이크를 만들 수 없다.

  • **에피(Epi)**는 “크림”이다. 케이크의 맛(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이 크림의 질과 균일도이다.

  • 디바이스 가공은 “크림 위에 모양을 내고, 층을 정리하고, 케이크를 제품 형태로 컷팅하는 과정”이다.

  • 패키징은 “조각 케이크를 상자에 담고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고(정렬), 운송 중에도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작업”이다.

  • 테스트/번인은 “맛이 변하지 않는지(수명/신뢰성) 확인하려고 일정 시간 냉장·숙성·검수하는 과정”이다.


이 비유가 주는 핵심 메시지는 한 가지이다.

빵판(InP 웨이퍼)을 충분히 찍어내도, 크림(에피)이 균일하지 않으면 케이크는 대량 출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EML처럼 “크림을 두 종류로 동시에 완벽히” 발라야 하는 제품은 더 쉽게 병목이 생긴다.

3.2 에피(Epi): 성능과 수율을 사실상 결정하는 단계이다


레이저/EML은 기판 위에 **활성층(MQW 등)**을 정밀 적층해 빛의 특성을 만든다. 에피 두께·조성·도핑이 조금만 흔들려도 파장/출력/노이즈/수명 스펙이 깨진다.

즉 웨이퍼가 있어도 에피 레시피가 흔들리면 양품 수율이 떨어지고 출하량이 막힌다. 에피 장비 증설과 레시피 안정화는 시간이 길어 병목이 생기기 쉽다.

3.3 디바이스 가공: 공정 표준화가 약하고 광특성이 민감하다


III-V 광소자는 포토/에칭/금속/패시베이션 등 공정이 결합되며, 공정 변화가 광특성에 민감하다. 특히 고속 제품일수록 허용 오차가 작아 수율 변동이 곧바로 공급 쇼티지로 이어진다.

3.4 패키징: “빛 정렬”이 가장 비싸고 느린 작업이 되기 쉽다


광패키징의 핵심은 “칩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광이 손실 없이 들어가고 나오는 정렬이다. PHIX는 PIC 패키징에서 sub-micron precision alignment 필요성을 명시한다. (PHIX Design Guidelines PDF)

정렬이 미세하게 어긋나면 삽입손실이 커지고 링크 마진이 무너져 불량이 된다. 자동화가 어렵고 공정 시간이 길어져 캐파 병목이 생기기 쉽다.

3.5 테스트/번인: 출하 캐파를 잡아먹는 ‘숨은 병목’이다


레이저는 다중 온도 테스트, 번인(burn-in)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검증이 필요하다. Broadcom은 CW 레이저 다이 출하에서 burn-in 및 multi-temperature test를 언급한다. (Broadcom CW Lasers)

따라서 “칩을 만들었다”가 끝이 아니라, 테스트 시간이 출하량 상한을 결정할 수 있다.


4. 트랜시버의 두 갈래: EML 기반 vs CW 레이저 기반


이제 InP 기반 레이저 다이가 실제 트랜시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두 대표 구조를 이해하면 밸류체인의 병목 방향이 정리된다.

4.1 EML 기반 트랜시버: 한 칩에서 “빛 생성 + 고속 변조”를 해결한다


**EML(Externally Modulated Laser)**은 일반적으로 **DFB 레이저 + EAM(전기흡수변조기)**를 한 칩에 통합해, 빛 생성과 고속 변조를 동시에 수행하는 방식이다.


골드만삭스



Lumentum은 EML이 wavelength-locked DFB 레이저와 monolithic EAM을 통합한다고 명시한다. (Lumentum EML)

  • 장점: 구조가 직관적이고 특정 구성에서 성능/전력 최적화가 용이하다.

  • 핵심 단점: 레이저와 변조를 한 칩에서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므로 공정 윈도우가 좁아 에피·가공·패키징·테스트 난이도가 모두 상승한다.

EML 병목의 실무적 의미는 “레이저가 부족하다”가 아니라, 빵-크림 비유로 말하면 크림이 복잡해질수록(레이저+변조 통합) 균일도와 숙성(테스트)을 맞추기 어렵고, 그만큼 출하 상한이 빨리 온다는 뜻이다.

TrendForce는 EML 공급 제약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취지로 리드타임이 2027년 이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다. (TrendForce)

4.2 CW 레이저 기반 트랜시버: 레이저는 “빛 공급”, 변조는 별도 소자가 담당한다


CW(Continuous-Wave) 레이저
는 “항상 켜진 빛”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광원이다. 데이터 변조는 별도 변조기(예: 실리콘 포토닉스 변조기 등)가 수행하는 구조로 설계될 수 있다.

CW 레이저는 데이터센터/SiPh 트랜시버용으로 제품 라인업이 명확히 제시된다.

  • Lumentum은 SiPh 트랜시버용 CW 레이저 카테고리를 운영한다. (Lumentum CW lasers for SiPho)

  • Coherent는 SiPh 트랜시버용 CW DFB 레이저 출시를 발표했다. (Coherent CW DFB)

  • Broadcom도 SiPh용 CW lasers(InP die) 라인업을 명시한다. (Broadcom CW Lasers)

  • 장점: 레이저가 “고속 변조까지 내장”할 필요가 줄어, 레이저 단의 통합 난이도를 일부 회피할 수 있다.

  • 핵심 단점: 병목이 사라지기보다는 광 결합/정렬 패키징 난이도로 이동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




5. 왜 EML 병목이 심해질수록 CW 기반 설계가 부각되는가


시장은 기본적으로 “병목을 회피할 수 있는 설계”를 찾는다. EML은 통합 난이도가 높아 공급망이 타이트해질수록 가격과 리드타임이 악화되기 쉽다.

TrendForce는 EML 공급 제약과 함께 리드타임이 2027년 이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다. (TrendForce)

이 상황에서 고객 입장 선택지는 2개로 압축된다.

  • 선택지 A: EML 공급권을 확보한다(가격 상승 감수)

  • 선택지 B: 설계를 전환한다(CW 기반으로 기능을 분리해 병목을 회피)


EML 병목이 길어질수록 선택지 B의 유인이 커진다. 빵-크림 비유로 말하면, “복잡한 크림을 한 번에 완벽히 바르는 케이크(EML)”가 계속 부족하면, 시장은 “크림을 역할별로 나누고(레이저는 빛만, 변조는 별도) 생산 라인을 재배치하는 케이크(CW+변조)”로 이동하게 된다.


BOM도 훨씬 Light한 CW chip base Siph Transceiver



6. CPO(Co-Packaged Optics): “광모듈”이 패키지 근처로 들어온다


여기까지의 결론은 간단하다. EML이 부족하고 비싸지면, 시장은 “레이저(빛 만들기)”와 “변조(데이터 싣기)”를 한 칩에 억지로 합치지 말고 역할을 나눠서(CW 레이저 + 별도 변조기) 생산이 쉬운 쪽으로 설계를 바꾸려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역할을 나누는 순간,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문제의 위치만 바뀔뿐이다. EML에서는 “칩 안에서 레이저+변조를 동시에 잘 만들기”가 가장 어렵다. 반면 CW 구조에서는 “칩을 만들기”보다 “칩과 칩, 그리고 파이버를 정확히 연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쉽게 말해, **빛이 지나가는 길을 아주 미세하게 맞추는 정렬(Alignment)**이 핵심 난이도로 올라온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붙는다. 플러거블 트랜시버 구조에서는 GPU/스위치 ASIC에서 나온 신호가 보드 위의 구리 배선(전기)을 꽤 긴 구간 달려서 모듈에 도착한다. 문제는 AI 클러스터가 커질수록 속도는 더 빨라지고 링크 수는 더 많아지며 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에, 이 “전기 구간”이 점점 더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전기 신호는 보드 위 배선을 지나면서 손실이 커지고, 주변 배선과 **간섭(노이즈/크로스토크)**이 늘어나며, 이를 보정하려고 **더 큰 전력과 더 복잡한 회로(리타이머/이퀄라이저 등)**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전기 신호가 “멀리 달리는 구간” 자체가 **전력 소모와 신호무결성(SI)**의 병목이 된다.

이 병목을 줄이려는 구조 변화가 **CPO(Co-Packaged Optics)**이다. CPO는 광을 “더 많이 쓰자”라기보다, **광을 더 안쪽(칩/패키지 근처)**으로 끌어오는 접근이다. GPU/스위치 같은 ASIC 바로 옆에 **전기→빛 변환 장치(광엔진)**를 붙여서, 전기 신호가 이동하는 거리를 최대한 짧게 만들고, 그 다음부터는 빛(광)으로 바꿔 멀리 보낸다. 빛은 구리 배선에서처럼 손실·간섭 문제가 거리와 속도에 따라 급격히 악화되는 성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므로, 고속·장거리에서 더 안정적으로 전송하기 쉽다. 결과적으로 같은 데이터를 보내는 데 필요한 전력이 줄고(전력/bit 개선), 더 많은 링크를 더 촘촘하게 구성할 수 있어(포트 밀도/확장성 개선) 대형 AI 클러스터에 유리해진다.

다만 CPO의 핵심 변화는 “광부품 수가 늘어난다”가 아니다. 핵심은 패키징과 테스트의 난이도가 구조적으로 올라간다는 점이다. 플러거블 시대에는 광모듈 내부에서 정렬과 테스트를 끝내고, 서버/스위치에는 ‘완제품 모듈’을 꽂으면 되는 구조였다. 반면 CPO는 ASIC 옆에서 광엔진을 조립하고 정렬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은 공정 난이도가 훨씬 높고, 불량이 났을 때 손실 비용도 커진다. 모듈 단품에서 불량을 걸러내던 방식과 달리, CPO는 칩·패키지·광엔진이 결합된 상태에서 문제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 시장에서는 공급 가능한 업체 수가 제한되고, 인증·신뢰성 장벽이 높아지면서 특정 공정/업체에 가격결정력과 초과이익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 NVIDIA는 Spectrum-X Photonics/Quantum-X Photonics로 CPO 네트워킹 스위치를 공식화했고, 2026년 출시를 명시하였다. (NVIDIA Newsroom)

    https://nvidianews.nvidia.com/news/nvidia-spectrum-x-co-packaged-optics-networking-switches-ai-factories?utm_source=chatgpt.com


  • Broadcom도 CPO를 스위치/광엔진 통합 방향으로 제시한다. (Broadcom Press Release)

https://aiproductmanager.tistory.com/825


TSMC의 로드맵이 보여주는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처음부터 완전한 코패키지”가 아니라, 플러거블 통합 → CoWoS 통합 → 프로세서에 더 근접이라는 순서로 광이 단계적으로 안쪽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1세대는 광엔진을 먼저 OSFP 같은 플러그형 장치에 통합해 고대역폭·전력 절감의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이고, 2세대부터는 스위치와 코패키지되어 패키지 레벨에서 전력·지연·SI 이점이 구조적으로 커지는 구간이다. 3세대는 광 연결을 프로세서에 더 가깝게 가져오려는 방향이지만, 목표 시점은 미정이라는 제약이 있다. 정리하면, CPO는 “광 사용량 증가”보다 광을 패키지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생기는 제조·정렬·검증 난이도 상승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TSMC


  1. 1세대 COUPE(3D Optical Engine)

    TSMC는 1세대 광학 엔진(COUPE)을 먼저 OSFP 플러그형 장치에 통합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목표 전송 속도는 1.6Tbps이다. 이는 현 구리 기반 이더넷(최대 800Gbps) 대비 대역폭 이점을 빠르게 보여주고, 고밀도 클러스터에서 전력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단계이다. 즉, “광의 확장성”을 먼저 확인하는 성격이 강하다.

  2. 2세대 COUPE(본격적인 CPO 방향)

    다음 단계는 COUPE가 스위치와 함께 코패키지된 옵틱 형태로 CoWoS 패키징에 통합되도록 설계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광은 단순 플러그형을 넘어, 패키지 레벨에서 스위치와 결합하며 광 연결이 마더보드 수준까지 올라온다. 이 단계의 목표는 지연 시간 단축과 함께 최대 6.40Tbps 지원이다. “성능 이점(전력·지연·SI)”이 구조적으로 커지는 구간이다.

  3. 3세대 COUPE-on-CoWoS(프로세서에 더 근접)

    세 번째 단계는 COUPE가 CoWoS 인터포저에서 구동되는 형태로 더 진화하여, 광 연결을 프로세서 자체에 더 가깝게 가져오는 방향이다. 목표 전송 속도는 12.8Tbps이다. 다만 이 단계는 개발 경로를 탐색 중이며 목표 시점은 미정이라는 점이 핵심 제약이다.

정리하면, CPO는 광의 사용량 증가보다 광을 패키지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생기는 제조·검증 난이도 상승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 난이도 상승 구간에서 초기에는 공급자 제한과 인증 장벽으로 인해 수익성이 특정 공정/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7. 밸류체인별 핵심 플레이어, 난이도, 마진 레버리지


아래는 밸류체인에서 “어디가 어렵고, 어디가 마진을 가져가기 쉬운지”를 정리한 것이다.

7.1 InP 웨이퍼(기판)

  • 플레이어(예시): Sumitomo Electric, AXT, Coherent
    (Sumitomo Electric, AXT IR, Coherent Blog)

  • 난이도: 중~상

  • 마진 레버리지: 중(쇼티지 국면에서 가격 탄력은 있으나 장기 초과이익 지속성은 제한될 수 있음)

7.2 에피·디바이스(레이저/EML/CW)

  • 플레이어(예시): Lumentum, Coherent, Broadcom(레이저 라인업)
    (Lumentum EML, Coherent CW DFB, Broadcom CW)

  • 난이도: 상~최상

  • 마진 레버리지: 상~최상(공급자 수 제한 + 인증 장벽이 가격결정력의 핵심이다)
    특히 **에피·디바이스(EML)**는 공급자 수 제한과 인증 장벽으로 병목 프리미엄이 가장 크게 발생하기 쉬운 구간이다. (TrendForce)

7.3 패키징·테스트(광엔진/CPO)

  • 플레이어(예시): ASE, Amkor, TSMC(플랫폼), plus NVIDIA/Broadcom(시스템 통합 리더)
    (ASE CPO demo, Amkor–Lightmatter, TSMC COUPE, NVIDIA CPO)

  • 난이도: 최상

  • 마진 레버리지: 양극화(성공하면 매우 큼, 초기에는 수율/리워크 비용으로 마진 지연 가능)






8. ’26~’28 병목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Rubin과 함께 벌어질 3가지 경로


타임라인 앵커는 두 가지이다.

  • NVIDIA CPO 스위치가 2026년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점 (NVIDIA Newsroom)

  • EML 공급 제약이 2027년 이후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는 점 (TrendForce)


이를 기반으로 병목 경로는 다음 3가지로 정리된다.

시나리오 A: EML 지속 쇼티지

  • 2026: EML(에피/디바이스/테스트) 부족이 출하 상한

  • 2027: EML 리드타임 장기화, 공급권 확보가 경쟁력

  • 2028: 증설이 진행돼도 인증/테스트 라인이 상한으로 남을 가능성

시나리오 B: CW 기반 설계로 급전환

  • 2026: EML 타이트 → CW 레이저 수요 급증

  • 2027: 병목이 CW의 에피/번인·테스트 및 광결합 패키징으로 이동

  • 2028: 패키징 자동화/수율이 최종 상한으로 작동 가능

시나리오 C: CPO 패키징 병목

  • 2026: CPO 초기 도입에서 패키징·검증 공정이 상한

  • 2027: 루빈 확산 국면에서 광엔진 조립·리워크·신뢰성 검증이 병목

  • 2028: 표준화로 완화되더라도 고급 패키징 캐파가 주기적 병목





9. “컨텍스트 메모리 확대 → SSD 의존 → 광학인터커넥터 중요성” 인과흐름


이 흐름을 가장 짧고 명확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컨텍스트가 커질수록 GPU 내부 메모리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데이터가 늘어난다.

  2. 그 데이터는 **외부 계층(SSD/스토리지/메모리 티어)**로 내려가거나 분산된다.

  3. 외부 계층 의존이 늘수록, GPU는 더 자주 더 많은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당겨와야 한다.

  4. 네트워크는 대역폭·지연·전력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고, 전기 기반은 한계가 빠르게 나타난다.

  5. 따라서 광 링크 비중이 상승하고, 더 나아가 패키지 근처에서 전력/신호무결성을 잡기 위한 CPO가 중요해진다.

  6. NVIDIA가 2026년 CPO 스위치를 명시한 것은 이 흐름이 “연구”가 아니라 “로드맵 실행” 단계임을 시사한다. (NVIDIA Newsroom)


10. 결론: 병목 프리미엄은 “빵판”보다 “크림과 포장라인”에서 커진다


빵-크림 비유로 최종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InP 웨이퍼(기판)**는 빵판이다.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구경화·멀티소싱·계약으로 초과이익이 제한될 수 있다.

  • **에피·디바이스(특히 EML)**는 크림이다. 크림이 복잡할수록(레이저+변조 통합) 수율과 검증이 어려워지고, 병목 프리미엄이 가장 크게 나타나기 쉽다. (TrendForce)

  • **패키징·테스트(특히 CPO 광엔진)**는 포장라인이다. 대량 자동화가 되기 전까지는 가장 느리고 비싼 공정이 되기 쉬우며, 성공하면 가격결정력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초기에는 리워크/수율 비용으로 마진이 지연될 위험도 있다.

  • ’26~’28은 병목이 **EML(크림 복잡도) → CW 전환(크림 분업) → CPO 패키징(포장라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끝


생각정리 189 (* HDD, eSSD)

예전 연기금 주식운용팀에 합류했을 때, 나는 Goldman Sachs 리서치자료를 볼 수 있는 아이디를 받았었다. 그때 내가 GS 보고서를 읽은 목적은 단순했다.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젠가 보고서 없이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나만의 정보 체계와 분석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매일 밤낮으로 보고서를 훑어보며, 숫자를 쌓는 방식, 가설을 세우는 방식, 산업을 해석하는 프레임을 통째로 흡수하려 했다.

이후 연기금에서 나온 뒤 GS 아이디는 자연스럽게 만료되었다. 접근권은 사라졌지만, 그때 배운 “정보를 정리하는 관점”은 남았다. 이번 글은 그 시절 이후로 이어져 온 몇 가지 경험을 기록하려는 서문이다.



마침 2023년부터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나는 AI Tech 가운데 특히 H/W를 담당하던 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와 어닝모델을 꽤 참고하던 시기가 있었다. 동시에 나는 내 방식대로 미국 기업들의 어닝콜을 직접 듣고 요약하고, 어닝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예전에 받았던 GS 아이디로 접속해 그 애널리스트가 같은 기업을 어떻게 봤는지 확인해봤다. 그런데 내가 만든 추정치와 그의 모델이 너무 달랐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보고서 말미의 코멘트였다. 그는 어닝콜을 주도하던 C레벨에게 “좀 더 분발하셔야겠네요”라는 다소 이례적인 문장을 남겼다. 당시에는 ‘악감정이 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시간이 지나 2024~2025년, NVDA 밸류체인만 유독 주가·실적 모멘텀이 강하던 국면이 있었다. 그 무렵 그 애널리스트는 NVDA 밸류체인에 속하지 못한 한 반도체 장비사에 대해 스트롱바이 의견을 냈다.

나도 그 장비사의 어닝콜을 분기마다 정리하며 모델을 만들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뚜렷한 모멘텀이 잘 보이지 않았다. 몇 달을 지켜보니, 주가와 실적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가이던스를 하회하는 발표가 이어지며 주가도 하락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애널리스트가 ‘지금 AI 시대를 개척해가는 최고의 기업’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링크드인에서 보게 되었다. 묘하게 허탈했다. 동시에 하나를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미국 기업을 현지에서 트래킹하고 기업과 직접 미팅·통화하며 정보를 축적해 온 그의 “정보 우위”와 “이해도”에 생각보다 많이 심리적으로 기대고 있었다.

그 이후부터 나는 다짐했다. IB 리서치에 대한 의존을 끊고, 해외 기업 어닝콜과 모델링을 더 집요하게 반복해 독립적인 판단 체계를 만들겠다고.



그리고 며칠 전, 네이버의 한 유명 블로거 글을 읽다가 뒤늦게 퍼즐이 맞춰졌다. 왜 그 애널리스트가 과거 특정 미국 IDM CEO에게 유독 날이 서 있었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업계에서 오래 일했고 회사를 대표하는 CEO라 해도,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업계 동향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채 수년간 회사를 이끌 수도 있다. 나는 ‘대형사 CEO면 당연히 맞겠지’ ‘그렇게까지 틀릴 리 없지’라는 직함의 권위에, 나도 모르게 기대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과거 그 문장—“좀 더 분발하셔야겠네요”—가 다시 떠올랐고, 이제서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그 애널리스트가 마지막으로 스트롱바이를 외치고 떠났던 그 장비사가 지금은 창사 이래 최고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쟁사들보다 더 큰 폭의 어닝 상향과 이익 성장률을 보여주며 시장의 평가를 새로 쓰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CFO로서 IR과 어닝콜을 주도한다. 이어폰 너머로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시절의 감정과 배움, 그리고 ‘독립적인 사고체계’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른다.

이번 글은 그 경험에서 출발한다. 

Agent AI시대에 HDD를 주력으로 운영해온 기업이 그간 폄하해왔던 eSSD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메모리 수요가 AI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


그리고 왜 Agent AI·Physical AI가 NAND(eSSD) 상각을 전면으로 끌어올리는가


출처(문제의식 인용):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전무 페이스북 원문


한 장 요약(핵심 결론 5줄)

  1. 생성형 AI 이후 메모리(파라미터·컨텍스트·상태)가 성능과 직접 결합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2. Agentic AI는 컨텍스트를 재사용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며, HBM/DRAM 밖의 외부 메모리 계층을 요구한다.

  3. 외부 메모리 계층의 현실적 구현은 NVMe eSSD이며, 이때 SSD는 “저장”이 아니라 “메모리처럼” 쓰이기 시작한다.

  4. SSD는 TBW/DWPD로 표현되는 쓰기 내구성이 유한하므로, 쓰기 트래픽 증가는 곧 상각 가속 또는 고내구 eSSD 채택으로 연결된다.

  5. Physical AI(로봇)에서도 단기·장기 메모리가 자율작업 성능을 좌우하며, 온디바이스–엣지–클라우드로 메모리 계층이 확장될수록 SSD write와 상각 압력이 구조적으로 커진다.


0) 문제의식: AI 시대에는 메모리를 숨길 수 없다


“CPU 시대에는 캐시가 메모리를 가렸다.
스트리밍 시대에는 네트워크가 저장을 대체했다.
AI 시대에는 메모리를 숨길 수 없다.
메모리는 이제 지능의 물리적 기반이며, 협업의 토대다.”


출처: 이동수 전무 페이스북 원문

이 문장은 “왜 지금 메모리인가”를 한 문단으로 정리한다. 과거에는 캐시(locality)가 메모리 접근을 가렸고, 콘텐츠는 스트리밍으로 저장 수요가 일부 대체되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메모리를 더 쓰는 것이 성능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만든다.


1) AI 시대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이유


과거(트래픽 중심 시대) 메모리는 서버 수에 따라 늘어나는 수평 확장에 가까웠다. 메모리를 많이 쓴다고 서비스 품질이 근본적으로 점프하지는 않았고, 설계의 목표는 “메모리를 아끼기”였다.

하지만 생성형 AI 이후로는 전제가 바뀌었다.

  • **더 큰 모델(파라미터 증가)**은 더 많은 지식을 담는다.

  • **더 긴 컨텍스트(작업 기억 확장)**는 더 깊은 이해와 더 안정적인 추론을 만든다.

  • **더 많은 에이전트(상태·협업 확장)**는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한다.


즉 “메모리를 늘리면 능력이 올라가는 구조”가 생겼다. 그래서 메모리 수요 증가는 경기순환적 유행이라기보다 아키텍처 변화가 만든 구조적 추세에 가깝다.


2) Agentic AI: 컨텍스트는 ‘휘발’이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자산’이 된다


Agentic AI는 단발 질의가 아니라 **멀티스텝 체인(툴 호출·검증·재시도·역할 분담)**으로 움직인다. 이 구조에서 컨텍스트와 KV 캐시는 “잠깐 쓰고 버리는 데이터”가 아니라, 다음 단계에서 다시 쓰면 GPU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재사용 자산이 된다.

이 방향을 시스템 아키텍처로 밀어붙이는 사례가 이미 등장한다.

여기서 결론은 단순하다. 컨텍스트가 커질수록 HBM/DRAM만으로는 부족해지고, 시스템은 HBM/DRAM 밖에 외부 메모리 계층을 둔다. 이 외부 계층의 가장 현실적인 구현이 NVMe eSSD이다.


3) 왜 NAND(eSSD) ‘상각’이 핵심 변수가 되는가


Agent AI에서 SSD는 “모델 파일을 저장하는 장치”에서, “컨텍스트를 계속 읽고 쓰는 외부 메모리”로 변한다. 역할이 바뀌면 비용 함수도 바뀐다.

3-1. SSD는 ‘쓰면 닳는 자산’이다


SSD 내구성은 TBW(총 쓰기 허용량), **DWPD(하루에 드라이브 전체 용량을 몇 번까지 쓸 수 있는가)**로 표현된다. 즉 SSD는 쓰기량이 늘수록 수명이 소진된다.

컨텍스트 워크로드가 읽기 중심에서 읽기/쓰기 혼합으로 이동하면 다음 중 하나(또는 복수)가 발생한다.

  • 같은 SSD를 더 자주 교체한다 → 상각 가속

  • 더 높은 DWPD 등급(eSSD)을 채택한다 → CAPEX 상승

  • 결과적으로 TCO 상승 압력이 커진다


핵심은 “SSD를 더 많이 쓴다”가 아니라, “SSD를 메모리처럼 쓰면서 쓰기 소모가 비용 변수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3-2. 공급이 타이트한 구간에서는 상각이 더 빨라진다


쓰기 총량이 늘어났을 때 SSD를 충분히 추가 배치해 부담을 분산하면 DWPD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공급 제약·가격 상승·리드타임이 겹치면 SSD를 원하는 만큼 늘리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SSD 1개당 DWPD 상승 압력이 커진다. 이때 상각 가속 위험이 커진다.



4) Physical AI(로봇): 메모리는 ‘자율작업 성능’의 기반이 된다 (재작성)


이 논리는 로봇(Physical AI)에서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유는 로봇이 일하는 현실 세계가 **항상 ‘불완전한 입력’**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로봇은 카메라가 비추는 범위만 볼 수 있고, 물체는 사람이나 문에 가려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며, 조명 변화나 센서 노이즈로 인해 같은 장면이 다르게 인식되기도 한다.

즉 로봇이 매 순간 얻는 정보는 “세계의 전체 모습”이 아니라 조각난 단서들에 가깝다.


그런데 로봇 과업은 대개 길게 이어진다. 예를 들어 ‘물건을 찾아 집어 올려 정리하기’ 같은 작업도
(찾기 → 접근 → 집기 → 옮기기 → 놓기 → 다음 물건으로 이동)처럼 여러 단계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로봇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프레임에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 방금 물건이 어디에 있었는지(가려지기 전 위치),

  • 내가 이미 어떤 행동을 시도했고 무엇이 실패했는지,

  • 지금까지 작업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진행률),
    같은 누적된 상태 정보이다.


따라서 로봇은 “현재 화면만 보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면 쉽게 흔들린다. 물체가 잠깐 가려지면 목표를 잃고 멈추거나, 같은 실패 동작을 반복하거나, 작업 순서를 잊고 되돌아가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로봇 자율작업의 핵심은 센서 입력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입력을 시간축으로 묶어 세계의 상태를 복원하고 유지하는 능력, 즉 메모리로 귀결된다.

Physical Intelligence 팀이 VLA 모델에 단기 시각 메모리장기 의미(시맨틱) 메모리를 제공하는 **다중 스케일 체현 기억(MEM)**을 개발했다고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모리가 없으면 반복 실패, 멈춤, 시간 감각 상실 등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메시지다.

출처: https://x.com/i/status/2028954630458401040


정리하면 로봇에서 메모리 증설이 성능 개선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다음처럼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

  • 단기 메모리는 “방금 봤던 세계”를 유지해 가려짐·센서 결손에도 행동의 연속성을 만든다.

  • 장기 메모리는 “무엇을 왜 했는지”를 축적해 반복 실패를 줄이고 다음 시도에서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즉 Physical AI에서도 메모리는 비용이 아니라 능력(자율성)의 기반이다.



5) 촘촘한 연결: 로봇 메모리 확장 → 온디바이스/엣지/클라우드 계층화 → SSD write 증가(상각)


로봇의 메모리 증설은 로봇 내부 RAM 증설로 끝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로봇 시스템은 다음을 동시에 요구한다.

  • 로봇 내부에서 빠르게 쓰는 단기 캐시(시각/궤적 버퍼)

  • 엣지/현장 서버의 중기 작업공간(캐시·인덱스·리플레이 버퍼)

  • 데이터센터의 장기 의미 메모리(지식·장면·경험 저장소)


이 3계층이 결합되는 순간 SSD는 “저장소”가 아니라 반복 업데이트되는 메모리 장치로 동작한다. 그 결과 SSD 쓰기량이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곧 상각 압력이 비용 변수로 올라온다.


데이터 흐름/계층도(한글 버전)



SSD write가 늘어나는 지점
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로봇 단기 메모리의 체크포인트가 엣지 eSSD에 기록된다.

  2. 엣지에서 임베딩/검색 인덱스가 지속 업데이트된다.

  3. 데이터센터의 장기 의미 메모리가 학습·검색을 위해 계속 갱신된다.

  4. Agent AI에서는 KV 캐시/컨텍스트가 NVMe 계층에 저장·프리스테이징되며 반복적으로 읽고 쓰인다.


6) 왜 Agent AI 시대에는 HDD보다 eSSD 수요가 구조적으로 더 증가할 수밖에 없는가


HDD는 여전히 아카이브·백업·원천 데이터 레이크 같은 **콜드 스토리지(최저 비용/GB)**에서 강하다. 문제는 Agent AI가 폭증시키는 데이터가 콜드 데이터가 아니라, “자주 읽고 쓰며 다시 꺼내는” 핫 컨텍스트라는 점이다.

Agent AI 관점에서 스토리지 선택 기준은 “싼 저장”이 아니라 다음 3가지로 이동한다.

  1. 저지연: 컨텍스트를 늦게 가져오면 GPU가 기다린다.

  2. 고IOPS·동시성: 멀티 세션·멀티 에이전트는 작은 단위의 랜덤 I/O를 동시에 발생시킨다.

  3. 읽기/쓰기 혼합: 컨텍스트는 저장이 아니라 갱신·재사용이 반복된다.


이 패턴은 HDD의 약점 구간이고, NVMe eSSD의 주력 구간이다. 더 나아가 GPU가 비쌀수록(=유휴 비용이 커질수록) 저장장치 선택은 $/GB보다 GPU 활용률을 지키는 장치로 수렴한다. 결과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의 중심은 HDD가 아니라 eSSD가 위치한 핫 티어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 AI 인프라의 다음 질문은 ‘용량’이 아니라 ‘쓰기·상각’이다


AI 시대에는 메모리를 숨길 수 없고, Agent AI·Physical AI는 메모리를 협업 인프라자율작업의 작업공간으로 확장한다. 그 확장의 핵심 구현이 NVMe eSSD인 이상, 스토리지는 단순 CAPEX가 아니라 CAPEX+상각으로 재해석된다.


트렌드포스: 1분기 낸드(NAND) 가격 90% 급등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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