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7일 월요일

생각정리 342 (* LPS, Where Does Value Accrue in the AI Era?)

 

AI가 만든 부가가치는 결국 어디로 가는가


지능의 디플레이션과 물리적 희소성


AI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제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AI가 만들어낸 막대한 부가가치는 결국 누구에게 귀속될 것인가.

현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시기다. AI 산업 전체가 너무 early stage라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Frontier LLM, Application Software, 반도체, Cloud, Data Center, 전력 인프라까지 가치사슬 대부분의 기업이 동시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GS
앞으로 몇년간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ToKen usage

OpenAI CODEX 사용량 폭증

그러나 모든 산업이 그렇듯 성장의 초기 단계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산업이 Mature Stage에 가까워질수록 단순히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기술은 확산되고 경쟁자는 늘어나며, 차별화됐던 기능은 표준화된다.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가격결정력을 좌우하는 것은 누가 가장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누가 가장 희소하고 대체하기 어려운 자원을 통제하고 있는가가 된다.

나는 AI 산업 역시 같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지능은 시간이 갈수록 풍부해지지만, 그 지능을 현실 세계에서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자원은 같은 속도로 늘어날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장기적으로 AI 산업에서 발생하는 Economic Rent의 상당 부분이 어디에 귀속되는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1. Intelligence의 희소성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생성형 AI 산업의 초기에 가장 희소했던 것은 당연히 Intelligence였다.

Bloomberg & Axios

GPT-4 수준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였고, 막대한 GPU와 데이터, 연구인력, 자본을 확보한 Frontier Lab만이 최상위 수준의 모델을 제공할 수 있었다. Intelligence 자체가 희소했기 때문에 모델 공급자가 높은 전략적 가치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AI 산업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이 희소성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최상위 모델 간 성능격차는 점차 좁아지고 있으며, Open-weight Model의 성능 역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Distillation, Fine-tuning, Quantization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거대한 Frontier Model에서만 가능했던 작업의 상당 부분을 훨씬 작은 모델이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있다.

Brady Wang (@BradyWang10) / X

동일한 성능 수준을 얻기 위해 필요한 추론비용은 불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는 AI 산업이 장기적으로 Intelligence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언제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모델이 아니다. 실제 경제활동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특정 업무를 충분히 정확하게, 안정적으로, 그리고 가장 낮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 더 중요하다.

최첨단 Reasoning이나 Scientific Discovery에서는 Frontier Intelligence의 프리미엄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에서 소비되는 AI Workload의 상당 부분이 그렇게 높은 Intelligence를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모델 산업의 경쟁축은 시간이 갈수록

Absolute Intelligence → Price / Performance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Intelligence의 품질은 올라가면서 가격은 내려간다.

쉽게 말하면 지능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2. AI의 가치는 모델에서 실행으로 이동한다


그렇다고 모델이 저렴해지는 것이 AI 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Chatbot 단계에 머물러 있을 때 경제적 가치는 제한적이다. AI가 실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데이터와 연결되고, 판단을 내리고, 다른 Software를 조작하고, Workflow를 실행해 현실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즉 AI의 가치사슬은 점차

Model → Reasoning → Agent → Tool Use → Workflow → Action

으로 확장된다.

Palantir가 Ontology와 FDE를 통해 일찍부터 집중했던 영역도 여기에 있다. 기업 내부의 복잡한 데이터와 업무관계를 구조화하고 AI가 이를 이해한 뒤 실제 업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8t9kLTJfIn8

그러나 AI Agent가 발전하면 이런 실행능력은 점점 더 많은 Platform으로 확산된다.

Frontier Lab은 Model에서 Agent와 Application으로 내려오고, Microsoft·Amazon·Google 같은 CSP는 Cloud와 Data에서 출발해 AI Platform과 Agent로 올라간다. Data Platform과 Enterprise Software 업체 역시 같은 시장으로 진입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Intelligence 자체가 희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Ontology, Agent Framework, RAG, Workflow Orchestration 역시 하나씩 보편화된다.

AI 산업의 상위 Layer에서는 더 많은 경쟁자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질문은 다시 아래로 이동한다.

모델과 Software가 점점 풍부해진다면, 그 모든 AI가 반드시 필요로 하지만 쉽게 늘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3. 결국 모든 AI는 물리적 세계 위에서 작동한다


AI는 Software처럼 보이지만 그 생산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물리적이다.

모델이 작동하려면 Compute가 필요하다.

Compute에는 GPU와 CPU, HBM과 Networking이 필요하다.

그 Hardware를 운영하려면 Data Center가 필요하다.

Data Center에는 다시 전력, 변전설비, 냉각, 광통신망과 토지가 필요하다.

전체 구조를 아래로 내려가 보면 다음과 같다.

Model
→ Agent / Application
→ Cloud
→ Accelerator
→ Data Center
→ Power
→ Grid Connection
→ Land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각 Layer의 공급탄력성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Software는 거의 즉시 복제할 수 있다.

Model 역시 한 번 개발되고 나면 수많은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다.

GPU 생산은 훨씬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Fab, Packaging, HBM Capacity를 증설할 수 있다.

반면 수백 MW에서 수 GW의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 계통접속을 만들고 대규모 데이터센터 Campus를 건설하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속도와 물리적 인프라의 건설속도 사이에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희소성의 중심이 AI Stack 아래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긴다.

4. Power보다 더 중요한 것은 Time-to-Power다


최근 Hyperscaler들의 투자 규모를 보면 AI 산업이 이미 물리적 제약과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icrosoft, Alphabet, Amazon 등은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Computing Capacity를 증설하고 있다. 동시에 일부 기업들은 수요가 현재 확보된 Capacity를 초과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병목을 단순히 전력 부족이라고 표현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미국 전체에 발전설비가 충분하다고 해서 특정 지역의 데이터센터가 그 전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 Factory 하나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Generation
→ Transmission
→ Grid Interconnection
→ Substation
→ Distribution
→ Cooling
→ Data Center Shell
→ Compute

전체가 연결되어야 한다.

그중 하나라도 준비되지 않으면 수십만 개의 GPU가 존재하더라도 Revenue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래서 AI 시대의 진짜 희소자원은 단순한 Power가 아니다.

필요한 시점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Power다.

이것을 조금 더 넓게 표현하면 Time-to-Power, 궁극적으로는 Time-to-Compute라고 할 수 있다.

2028년에 사용할 수 있는 1GW와 2033년에 사용할 수 있는 1GW는 동일한 1GW가 아니다.

AI 기술이 6개월 단위로 발전하고 기업들의 시장선점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5년 먼저 확보된 Capacity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다.

따라서 앞으로 AI Infrastructure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때는 단순한 MW나 GW보다 MW Available Date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5. Land, Power, Shell이 새로운 전략자원이 되는 이유


NVIDIA의 최근 움직임은 이런 변화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Jensen Huang은 AI Factory 구축에 필요한 새로운 전략자원으로 Land, Power and Shell, 즉 LPS를 이야기하고 있다.

Jensen Huang on X: "Securing the Infrastructure of Intelligence" / X


여기서 Land는 단순한 토지가 아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수 있고 전력과 Fiber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부지다.

Power 역시 발전소의 명목상 발전용량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계통에 연결된 전력이다.

Shell은 GPU 서버가 들어갈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건물과 기본적인 전기·기계 인프라를 의미한다.

즉 LPS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Power-ready Land + Grid Connection + Data Center Shell

에 가깝다.

NVIDIA가 SB Energy와 함께 오하이오 PORTS-Pike의 대규모 AI Factory Capacity를 확보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부지와 전력을 먼저 확보하고, 그 안의 Computing System은 기술 발전에 맞춰 계속 교체하는 구조다.

Jensen Huang on X: "Securing the Infrastructure of Intelligence" / X


이 구조의 경제성은 상당히 흥미롭다.

GPU의 경제적 수명은 상대적으로 짧다.

오늘의 최첨단 GPU는 몇 년 뒤 새로운 Architecture로 교체된다.

하지만 제대로 확보된 Power와 Grid Connection, Data Center Campus는 훨씬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오늘 Blackwell이 들어갔던 Data Hall에 다음 세대 GPU가 들어가고, 그 다음 세대의 Accelerator가 다시 들어갈 수 있다.

Silicon은 계속 교체되지만 Energized Site는 남는다.

결국 장기적인 AI Factory의 핵심 자산은 특정 세대의 GPU가 아니라 여러 세대의 Compute를 계속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일 수 있다.

6. AI 시대에는 자본조달 능력 역시 인프라가 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희소자원이 있다.

Capital이다.

수 GW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발전·송전 Infrastructure는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며, 실제 Revenue가 발생하기 수년 전부터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보다

대규모 자본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오랫동안 조달할 수 있는 기업

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Hyperscaler가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Microsoft, Amazon, Google은 단순한 Cloud Software 기업이 아니다.

이들은 거대한 Balance Sheet를 기반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장기 전력계약을 맺으며, Data Center를 건설하고, Network를 깔고, GPU와 자체 ASIC을 구매한다.

그 위에 Storage, Database, AI Platform과 Application을 올리고 이미 확보한 수많은 기업고객에게 Compute를 판매한다.

즉 CSP는

Capital + Land + Power + Compute + Network + Data + Customer

를 하나의 Stack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업자다.

AI Model은 바뀔 수 있다.

오늘 OpenAI를 쓰던 고객이 내일 Anthropic을 사용할 수도 있고, 향후에는 Open-weight Model이나 자체 Fine-tuned Model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모델을 선택하더라도 대규모 Training과 Inference에는 결국 Computing Infrastructure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모델 공급자 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오히려 모든 모델의 수요가 합쳐지는 Aggregate Compute Layer의 전략적 중요성은 커질 수 있다.

7. 더 효율적인 AI가 오히려 더 많은 Compute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직관에 반하는 하나의 중요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AI Model의 효율이 개선되면 Compute 수요가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단위의 Intelligence를 생산하는 비용이 낮아지면 AI를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영역이 훨씬 넓어진다.

예를 들어 동일한 업무를 처리하는 AI 비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AI 사용량이 그대로라면 Compute Demand는 감소한다.

하지만 가격 하락으로 사용 가능한 업무가 열 배로 확대된다면 전체 Compute Consumption은 오히려 크게 증가한다.

AI가 Chatbot에 머물러 있을 때 Compute는 사람이 질문하는 순간에만 사용된다.

하지만 Agent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AI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도 Code를 작성하고, Research를 수행하고, 고객을 응대하고, Supply Chain을 최적화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새로운 작업을 생성한다.

Cost per Intelligence ↓
→ AI Use Cases ↑
→ Intelligence Consumption ↑
→ Aggregate Compute Demand ↑

라는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자동차의 연비가 좋아졌다고 반드시 석유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듯, Intelligence의 가격 하락이 반드시 Compute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경제 전체에 확산되는 Mature Stage에서는 한 단위의 Compute 효율은 높아지면서 동시에 총 Compute Consumption은 훨씬 커지는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8. 그렇다면 AI가 만든 부가가치는 어디에 쌓이는가


여기까지 오면 AI 산업의 장기적인 Value Capture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 지대는 반드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기업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수요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면서 공급은 빠르게 늘릴 수 없는 지점을 통제하는 기업에게 귀속된다.

산업 초기에 그 지점은 Frontier Intelligence였다.

이후 NVIDIA GPU와 HBM, Advanced Packaging, Networking이 중요한 병목으로 부상했다.

앞으로 Compute Supply가 계속 확대된다면 희소성은 Data Center와 Power Infrastructure 쪽으로 더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Model
→ Application
→ Compute
→ Data Center
→ Power
→ Grid Connection
→ Energized Land

여기서 핵심은 어느 특정 Layer가 영원히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 아니다.

병목은 이동한다.

어느 시기에는 GPU가 부족하고, 어느 시기에는 Transformer가 부족하며, 또 다른 시기에는 Gas Turbine이나 Substation이 부족할 수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전력보다 Grid Connection이 더 희소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주민 동의와 인허가가 가장 큰 제약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가격결정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재 가장 높은 Growth를 기록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 아니라 AI Value Chain에서 공급곡선이 가장 가파른 지점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그곳에서 Scarcity Rent가 발생한다.

9. AI Mature Stage에서 나타날 두 개의 가격세계


이 구조는 AI가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과도 연결된다.

AI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Mature Stage에 들어가면 서로 반대 방향의 가격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쪽에서는 Digital Deflation이 나타난다.

Coding, Translation, Research, Design, Accounting, Customer Service와 같은 지식노동의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동일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Intelligence와 Labor의 비용이 낮아진다.

Software를 만드는 비용이 낮아지고 분석의 비용이 떨어지며, 과거에는 고도로 숙련된 사람이 장시간 수행해야 했던 업무를 AI가 훨씬 낮은 비용으로 수행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경제의 Digital Layer에서는 강한 Deflationary Force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 세계는 다르다.

전력망은 API처럼 즉시 확장할 수 없다.

발전소와 변전소, 데이터센터를 Copy & Paste할 수도 없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라도 공급을 늘리는 데 수년이 필요한 자원에는 계속해서 Scarcity Premium이 붙는다.

따라서 AI 시대의 경제는 다음과 같은 이중구조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Intelligence는 싸지고 Physical Scarcity는 비싸진다.

풍부해지는 것의 가격은 내려간다.

희소하게 남는 것의 가격은 올라간다.

AI가 만들어내는 Digital Output의 한계비용이 계속 낮아지는 동시에, 그 Digital Output을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력·계통접속·데이터센터와 같은 Physical Assets의 경제적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10. 생산성 혁명 이후의 자산가격


여기에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변화까지 더하면 더욱 흥미로운 그림이 만들어진다.

장기적으로 AI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장의 적응속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AI를 도입해 더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면 일부 직종에서는 고용과 임금의 조정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생산성의 과실이 자본소유자와 AI Infrastructure 소유자에게 더 많이 귀속될 경우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재교육, 이전지출, 사회보장, 노동시장 지원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이 Digital Goods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힘으로 작용하는 한편, 확대되는 재정과 자본축적은 공급이 제한된 실물자산의 명목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장기적인 자산시장은 단순히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Digital Deflation + Physical Asset Inflation

이라는 조합이 더 중요한 프레임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희소성이다


AI 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장 뛰어난 Model과 가장 강력한 Agent를 찾으려 한다.

물론 기술의 우위는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이 성숙한 뒤 누가 가장 많은 경제적 가치를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부가가치는 풍부해진 곳이 아니라 희소성이 남아 있는 곳에 쌓인다.

AI가 발전할수록 Intelligence는 점점 싸지고 접근하기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

Open-weight와 Closed-weight Model은 경쟁하고, Agent와 Application은 확산되며, Software Layer에서는 지속적인 가격경쟁과 기능의 상향평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Intelligence가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Compute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Compute는 토지 위의 Data Center 안에 설치되어 전력망에 연결되어야 한다.

결국 AI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가장 Digital한 기술이 가장 Physical한 Infrastructure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장기적인 AI 산업의 핵심 수혜자는 단순히 AI Model을 만드는 기업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대규모 Compute를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 CSP, AI Factory를 소유하는 Data Center 사업자, 발전과 전력을 제공하는 사업자, 송배전과 전력기기를 공급하는 기업, 그리고 이미 계통접속과 인허가가 끝난 Powered Site를 확보한 자산 소유자까지 하나의 거대한 AI Infrastructure Value Chain을 형성한다.

이 가운데 누가 가장 많은 가치를 가져갈지는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수요가 급증할 때 누가 공급을 가장 늦게 늘릴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는가.

AI 시대의 희소자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이동할 것이다.

초기에는 Intelligence였다.

그 다음은 GPU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전력, Grid Connection, Data Center Capacity와 Energized Land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가 찾아야 하는 것도 단순한 AI 산업의 승자가 아니다.

다음 단계의 병목을 소유한 기업이다.

결국 AI 시대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특정 Model도, 특정 GPU도 아닐 수 있다.

다른 기업이 몇 년을 기다려야 확보할 Capacity를 이미 가지고 있고, 원하는 순간 그것을 Revenue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

필요한 시점에 Intelligence를 생산할 수 있는 물리적 권리, 즉 Time-to-Compute.

지능은 앞으로 놀라울 정도로 풍부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풍부한 지능을 생산하기 위해 모두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좁은 문이 남아 있다면, AI가 만들어낸 막대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결국 그 문을 소유한 사업자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인프라계층으로 포지션을 점차 옮겨야 하는 시점이 언젠간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먼 미래에)


#글을 마치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너무 당연한 흐름이다.

Alphabet, Meta, Microsoft 같은 대형 기술기업들은 자체 LLM 경쟁에만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으로 ROIC를 확보할 수 있는 AI Data Center와 Cloud Infrastructure에 더 많은 자본과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동시에 CSP들은 FDE와 Application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 서로 다른 Layer에서 사업하던 기업들이 이제 위아래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NVIDIA 역시 단순한 GPU Chip 공급자를 넘어, AI Infrastructure의 자본과 Capacity를 연결하는 일종의 AI Federal Bank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적인 흐름은 결국 공급이 제한적이고 비탄력적인 Physical Infrastructure Layer로 사업의 무게중심이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돈의 흐름도 AI 산업의 가장 아래단, 즉 Infrastructure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일까?

이들 역시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AI가 만들어낼 막대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결국 가장 희소하고, 가장 늦게 증설되며, 모두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물리적 병목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끝

생각정리 341 (* 소부장, Where Does Value Accrue in the AI Era?)

AI 시대, 반도체 소부장의 진짜 해자는 어디에 있는가


가끔 주변에서 먼저 연락이 와 특정 종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최근에는 유독 반도체 장비와 소재, 이른바 소부장 기업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메모리 업황이 회복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Capex가 증가하면 결국 관련 기업의 실적도 따라올 것이라는 관점에서 소부장을 바라봤다.

그런데 최근 AI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기업을 보는 기준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메모리 업황이 좋으냐 나쁘냐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치는 결국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이 질문으로 바라보면 같은 반도체 소부장 안에서도 기업마다 장기적인 경쟁우위의 방향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1. 좋은 반도체 업황과 좋은 장기투자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현재 반도체 업황을 놓고 보면 소부장에 긍정적인 근거는 충분하다.

AI 서버의 확산은 HBM과 선단 DRAM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고, 미세공정과 Advanced Packaging의 난도가 높아질수록 공정 수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식각, 증착, 계측, 검사 등 여러 장비의 Wafer Fab Equipment Intensity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KLA는 EUV, HBM, Advanced Packaging과 선단공정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Process Control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Lam Research 역시 AI가 요구하는 반도체 성능이 높아질수록 제조 과정의 복잡도가 증가하며 장비 수요가 확대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인과관계는 명확하다.

AI 수요 증가 → 반도체 성능 요구 상승 → 제조 난도 상승 → Capex 및 공정 투자 증가 → 장비·소재 수요 증가

이 흐름만 보면 반도체 소부장은 AI 시대의 명확한 수혜 산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기투자를 생각한다면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AI는 단순히 반도체 수요를 증가시키는 기술이 아니다. 동시에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고 수율을 개선하는 방법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이미 제조 과정에서 머신러닝과 AI를 Fault Detection, Advanced Equipment Control, Advanced Process Control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과 공정 변동성 감소를 위한 Digital Manufacturing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설계·공정·장비·품질 데이터를 연결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공정과 장비 운영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Semiconductor AI Factory를 구축하고 있다.

AI가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반도체를 더 많이 필요하게 만드는 Demand Effect이고, 다른 하나는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식과 의사결정의 구조를 바꾸는 Productivity Effect이다.

소부장 투자에서는 후자의 영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 앞으로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보다 데이터가 위치한 곳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는 매일 막대한 데이터가 발생한다.

어떤 Wafer가 어떤 장비를 통과했는지, Chamber 내부의 Pressure와 Temperature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Recipe를 변경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최종적으로 어느 Die에서 Defect가 발생했고 Yield가 어떻게 변했는지 수많은 데이터가 끊임없이 쌓인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이 데이터를 누가 가지고 있는가.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단순한 Data Ownership이 아니라 Data Access, Causal Observability, Actuation Authority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세 가지이다.

무엇이 발생했는지를 볼 수 있는가.
왜 발생했는지를 추론할 수 있는가.
그리고 실제 공정을 움직일 수 있는가.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회사는 여기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

TSMC나 삼성전자 같은 Fab Owner는 공장 전체의 데이터를 볼 수 있다.

노광 공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이후 식각과 증착 공정을 거쳐 최종 수율이 어떻게 나왔는지 Cross-process Data를 연결할 수 있다. 장비 한 대가 아니라 전체 제조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반면 ASML과 같은 장비회사는 Fab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장비 내부를 훨씬 깊게 볼 수 있다.

ASML은 한 대의 노광 시스템에 10만 개가 넘는 Actuator와 Sensor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장비 내부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Overlay와 Alignment를 조정하고, 장비 상태를 진단하며 Predictive Maintenance를 수행할 수 있다.

2026.07.15 ASML

Lam Research 역시 장비에서 초당 수천 개의 Data Point를 수집하고 이를 Equipment Intelligence와 결합해 Chamber Drift, Fleet Matching, Excursion 등을 관리하고 있다.

2026.07.29 Lam Research

따라서 앞으로의 경쟁을 단순히 “제조사와 장비사 중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는가”의 문제로만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가치 있는 데이터가 발생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데이터를 이용해 현실세계에 다시 영향을 줄 수 있는가이다.


3. AI 시대의 희소자원은 Closed Loop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반적인 지식의 희소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특정 장비를 수년간 다뤄본 엔지니어만 알고 있던 Troubleshooting 경험이나 Failure Case, Recipe 설정 방식이 중요한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LLM과 AI Agent가 발전하면 이런 Codifiable Knowledge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정리되고 검색되며 조직 내부에서 공유될 수 있다.

특정 엔지니어 한 명의 머릿속에 존재하던 노하우의 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장비회사의 해자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현상도 가능하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현실을 직접 관측할 수 없다면 행동할 수 없다. 장비 내부에서 실제 플라즈마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Nanometer 단위의 Overlay Error가 발생했는지, Chamber 안에서 어떤 물리적 변화가 있었는지는 결국 Sensor와 Metrology가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AI의 판단을 실제 결과로 연결하려면 Actuator가 필요하다.

Recipe를 변경하고, Laser를 조정하고, Gas Flow와 Pressure를 통제하고, 공정 조건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행동이 올바른 결정이었는지를 다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가장 강력한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Observe → Decide → Act → Verify → Learn

이것이 Closed Loop이다.

AI 이전에는 이 Loop의 중간 단계 상당 부분을 인간 엔지니어가 담당했다.

앞으로는 점차 AI와 Software가 그 영역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AI 시대의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질문 역시 달라진다.

AI가 계속 발전할수록 어느 기업의 시스템 안에 더 많은 행동과 결과가 축적되는가?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

그 기업은 행동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가?

데이터가 많다는 것과 좋은 데이터가 많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수백만 개의 데이터가 있어도 무엇이 Yield를 개선했는지 알 수 없다면 경제적 가치는 제한적이다. 반대로 특정 공정의 결과를 결정하는 물리변수를 독점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직접 제어할 수 있다면 데이터의 양이 훨씬 적더라도 가치가 크다.

AI 시대의 진짜 희소자원은 데이터 그 자체보다 Closed Loop의 지배권일 가능성이 높다.


4. 이 관점에서 보면 소부장 안에서도 기업의 가치가 크게 갈린다


여기에서 소부장을 하나의 업종으로 묶어 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같은 반도체 장비기업이라 하더라도 AI가 경쟁우위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ASML과 같은 기업은 자신의 장비 안에서 발생하는 Sensor Data를 직접 확인하고 장비를 제어할 수 있다. Installed Base가 확대될수록 더 많은 Failure Case와 장비 운영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다시 Software와 장비 성능 개선에 사용할 수 있다.

장비 판매 → 데이터 축적 → 알고리즘 개선 → 장비 성능 향상 → Installed Base 확대 → 추가 데이터 축적

일종의 Physical Data Flywheel이 만들어진다.

KLA도 흥미롭다.

KLA가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Wafer에 존재하는 Defect와 Process Variation을 측정하는 것이다. AI가 공정을 최적화하려면 먼저 결과가 좋아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Measurement와 Verification의 중요성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2026.07.28 KLA

AI가 발전할수록 판단 능력이 Commodity화되더라도 현실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능력은 Commodity화되지 않을 수 있다.

Lam Research와 Applied Materials처럼 Process Chamber 내부에서 직접 Wafer를 가공하는 장비기업도 비슷하다. Sensor와 Software, Process Control을 장비 자체에 깊게 결합할수록 AI는 이들의 경쟁우위를 약화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증폭시키는 기술이 될 수 있다.

2026.08.13 Applied materials

반대로 경쟁우위의 상당 부분이 엔지니어의 경험과 고객사와의 정보 비대칭에 의존했던 장비기업은 다르게 봐야 한다.

고객사가 AI를 이용해 공정을 더 잘 이해하고 Troubleshooting 능력을 내부화할수록 과거 장비업체가 가지고 있던 Know-how의 일부가 고객에게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재업체는 여기에서 또 다른 위치에 있다.

많은 소재기업은 제품이 Fab 내부에서 사용되지만 사용 이후 발생하는 Real-time Process Data에 직접 접근하기 어렵다. 결국 최종적인 Yield와 Defect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는 것은 제조사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순히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은 제조사의 AI 역량이 높아질수록 소재의 성능 차이가 더 정확하게 측정되고 비교되면서 오히려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특정 소재가 고객과 Joint Development 형태로 개발되고, Recipe와 소재 조성 자체가 공정 최적화의 일부로 결합되며 쉽게 Second Source로 전환할 수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소재에서도 중요한 것은 동일하다.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인가, 아니면 고객의 Closed Loop 일부를 지배하는 회사인가.


5. AI는 장비산업의 해자를 없애기보다 ‘해자의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강한 반론이 하나 존재한다.

반도체 공정의 난도가 올라갈수록 오히려 장비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반론이 상당히 타당하다고 본다.

High-NA EUV, Gate-All-Around, HBM, Advanced Packaging처럼 제조 난도가 올라갈수록 개별 장비의 기술적 복잡성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런 영역에서는 AI가 발전한다고 해서 제조사가 장비회사의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AI가 지식을 Commodity화한다고 해서 물리학까지 Commodity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발전 → 장비사 해자 약화라는 단순한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양극화이다.

이미 독점적인 Sensor, Metrology, Control Point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AI를 이용해 기존 경쟁우위를 더 빠르게 강화한다.

반대로 공정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고, Hardware 자체의 기술적 진입장벽도 높지 않으며, 서비스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사람의 경험에 의존했던 기업은 고객사의 AI 역량이 높아질수록 정보 비대칭이 사라진다.

AI는 모든 소부장 기업의 해자를 낮추는 기술이 아니다.

강한 해자는 증폭시키고, 약한 해자는 더 빠르게 드러내는 기술에 가깝다.

그래서 앞으로 반도체 소부장 기업 사이의 Valuation Multiple 역시 단순히 시장점유율과 성장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10%의 성장을 하더라도 하나는 고객 Capex가 증가했기 때문에 발생한 성장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Closed Loop가 강화되면서 고객의 Switching Cost와 자신의 데이터 자산이 동시에 증가하는 성장일 수 있다.

두 성장의 질은 전혀 다르다.


6.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기업을 볼 것 같다


앞으로 반도체 소부장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지표가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Capex 증가율은 아닐 것 같다.

그보다 다음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다.

첫째, 이 기업은 자신만 볼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

고객에게 받은 데이터가 아니라 제품 자체에서 독점적으로 생성되는 Sensor, Metrology, Failure Data가 존재하는지를 본다.

둘째, 그 데이터는 결과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데이터가 많아도 Yield와 Productivity를 결정하는 핵심 원인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가치가 제한적이다.

셋째, 관측만 하는가 아니면 행동까지 할 수 있는가.

AI가 분석한 결과를 실제 장비와 공정 제어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넷째, 결과를 다시 검증할 수 있는가.

자신이 수행한 행동이 실제 Yield, Throughput, Reliability를 얼마나 개선했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Installed Base가 증가할수록 경쟁우위도 함께 증가하는가.

한 고객과 한 장비에서 학습한 데이터를 다른 장비와 다른 고객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데이터는 누적적인 자산이 된다.

마지막 질문은 가장 단순하다.

AI가 지금보다 열 배 더 좋아졌을 때 이 회사는 고객에게 더 중요해질 것인가, 덜 중요해질 것인가.

나는 이것이 앞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해자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7. 결국 중요한 것은 ‘가치의 귀속성’이다


AI 시대의 희소자원은 점차 지능 그 자체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델의 성능은 계속 개선될 것이고 추론비용도 장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축적해왔던 수많은 지식과 경험 역시 점차 검색되고 복제되고 이전 가능한 형태로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지능을 현실세계의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를 다시 관측하고 학습할 수 있는가.

반도체 제조업은 이 질문을 생각하기에 매우 좋은 산업이다.

TSMC와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는 Fab 전체를 관통하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ASML은 Lithography라는 특정 영역에서 매우 깊은 Sensor와 Control Data를 가지고 있다.

KLA는 공정의 결과를 판단하는 Measurement와 Verification 지점을 장악하고 있다.

Lam과 Applied Materials는 Wafer가 실제로 변화하는 Process Chamber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어떤 장비와 소재기업은 고객의 Closed Loop 바깥에 위치한다.

AI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산업에 속했느냐가 아니라 이 Loop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도체 업황이 아무리 좋더라도 모든 소부장 기업을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Capex가 대부분의 기업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고객이 성장해서 함께 성장한 기업과, 시간이 흐를수록 고객에게 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 기업 사이의 차이이다.

장기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분기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을 볼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던질 질문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AI가 계속 발전할수록 이 산업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치는 결국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그리고 그 답이 지속적으로 같은 기업을 가리킨다면,

아마 그곳에 우리가 찾는 장기적인 경쟁우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자료



#글을 마치며


남의 장비와 기술을 뒤로 몰래 가져다 쓰는 것도 모자라 경쟁사 엔지니어까지 몰래 데려와 필요한 기술만 빼낸 뒤 내치는 행태. 정작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대외적으로 깎아내리면서, 실체조차 불분명한 자신들의 기술력은 한껏 부풀려 치켜세운다.

이런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이제는 그만했으면 한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데.

아… 또 냉소적인.. 나쁜 버릇.. 

=끝

2026년 8월 13일 목요일

생각정리 340 (* BTM, Gas Turbin, Gas Engine, Electrical Equipment)

다음주 월요일 2026.08.17 BTM 관련해 의미있는 발표가 나오기전 미리 리서치 기록을 남겨본다. 

BTM이 더하는 것은 전력이 아니라 시간이다


AI의 다음 병목이 발전기·엔진·전력기기로 이동하는 이유


AI 경쟁의 단위는 점차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Intelligence per Token
→ Task per Dollar
→ Task per MW
→ Economic Value per MW


기업은 모든 업무에 가장 지능적인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다. 업무의 난이도와 오류 비용에 따라 모델을 배치하고, 여러 종류의 Chip과 데이터센터에 Workload를 Routing하면서 제한된 Compute를 가장 높은 경제적 가치의 Task에 할당한다.

그러나 경쟁 단위가 MW까지 내려오면 새로운 질문이 등장한다.

그 MW를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는가.

2027년에 가동할 수 있는 1MW와 2030년에야 사용할 수 있는 1MW는 동일한 자원이 아니다. AI Compute 수요가 공급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에서는 같은 전력이라도 가동 시점이 빠를수록 훨씬 큰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AI 생산성의 다음 단위는 단순한 Economic Value per MW보다 시간 개념을 포함한

Economic Value per Energized MW-Year

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8월 17일 미국의 대규모 부하 연결 규제 시한과 Behind-the-Meter, 이하 BTM 논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BTM은 미국 전체의 전력량을 새로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대신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공급받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병목은 사라지지 않는다.

Grid Interconnection Queue에서 발전기·엔진·Transformer·Switchgear의 제조 대기열로 이동한다.


1. 8월 17일은 결론의 날보다 방향이 드러나는 첫 관찰일이다


FERC는 6월 18일 PJM, MISO, SPP, CAISO, ISO-NE, NYISO 등 관할 6개 전력시장 운영자에게 대규모 부하 연결 규칙을 정당화하거나 새로운 Tariff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검토 항목은 대규모 부하의 접속 심사, Network Upgrade 비용 부담, Co-location과 BTM 발전, Flexible Load를 위한 새로운 송전서비스, 인접 발전소와 대규모 부하의 통합 심사 등 다섯 가지다. 각 운영자에게 주어진 기본 응답 기간은 60일이며, 그 시한이 8월 17일이다.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그중 가장 중요한 사례는 PJM이다.

FERC가 인용한 PJM 전망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PJM의 Peak Load는 약 32GW 증가하며, 그중 약 30GW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의 가장 큰 실험장이 PJM인 이유다.

다만 8월 17일에 완성된 규칙이 바로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PJM은 7월 28일 해당 절차를 90일간 보류해 달라고 FERC에 요청했다. 대규모 부하 규칙과 별도로 진행 중인 Co-location 규칙을 함께 정리하고,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자체 Tariff 개정안인 Section 205 Filing을 11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PJM)

FERC 역시 처음부터 운영자가 구체적인 Tariff 개정 계획을 제시할 경우 최대 90일의 Abeyance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월요일에 일부 Compliance Filing이 제출되더라도, PJM의 핵심 설계는 11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그렇다고 월요일의 의미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절차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최종 문구보다 미국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어떤 방식으로 전력시스템에 편입하려 하는가이다.

PJM이 제시한 개념안은 New Services Request 절차를 약 12개월로 단축하고, 모든 Network Upgrade가 완료되기 전에 사용할 수 있는 Interim Deliverability와 통제 가능한 Non-Firm Service를 검토하는 방향이다. 핵심은 데이터센터를 무조건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부로 먼저 연결하고 필요할 때 Grid Withdrawal을 제한하는 구조다. (PJM)

이는 미국의 정책 방향이 다음과 같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Wait for Full Grid Capacity
→ Connect Earlier with Conditions
→ Curtail, Self-Supply or Switch During Stress

BTM은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수단이다.


2. BTM의 본질은 발전비 절감이 아니라 Time-to-Power 단축이다


BTM 자가발전을 한다고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수 있는 전력 총량에 동일한 전력이 한 번 더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회사로부터 공급받던 전자를 현장 가스터빈이나 가스엔진이 대신 공급할 뿐이다. 전력의 공급 주체는 달라지지만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 자체는 그대로다.

그럼에도 BTM은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

데이터센터가 Grid Interconnection을 기다리느라 3년 뒤에 가동되는 대신, 현장 발전을 이용해 18개월 뒤에 가동될 수 있다면 BTM은 18개월의 AI Compute 매출을 앞당긴다.

따라서 BTM의 가치는 단순한 발전단가 비교로 계산할 수 없다.

**BTM의 경제적 가치
= 앞당겨진 AI 매출과 Gross Profit

  • 전력공급 신뢰성의 Option Value

  • 추가 발전설비·연료·환경비용**

AI 데이터센터의 Economic Value per MW가 높을수록 개발자는 비싼 발전설비와 높은 연료비를 감수할 수 있다.

가스터빈이나 엔진 발전의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가 Grid Power보다 높더라도, 데이터센터 가동 지연으로 잃게 되는 경제적 가치보다 작다면 BTM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BTM 수요를 움직이는 것은 전력가격만이 아니다.

Cost of Electricity보다 Cost of Delay가 더 중요해지는 시장이다.

이 차이는 발전기 업체의 Pricing Power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일반적인 발전사업자는 터빈 가격을 프로젝트의 예상 전력판매가격과 비교한다. 반면 Hyperscaler는 발전기 가격을 지연될 AI Compute Revenue와 비교할 수 있다.

같은 터빈이라도 구매자의 경제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3. Grid Queue가 짧아지면 Equipment Queue가 길어진다


BTM은 전력망 접속 병목을 완화하지만, 물리적인 공급능력을 새로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Grid Queue를 우회한 프로젝트는 곧바로 다른 제약조건에 부딪힌다.

Gas Turbine
→ Reciprocating Engine
→ Generator
→ Transformer
→ Switchgear·Breaker
→ Microgrid Control
→ Gas Pipeline·Compression
→ Permitting

순서로 병목이 이동한다.

대형 캠퍼스의 전력공급 방식은 프로젝트 규모와 가동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Wärtsilä는 데이터센터 전력시장을 설명하면서 대략 50~400MW 규모를 중속 가스엔진이 경쟁력을 갖는 구간으로, 400MW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를 Heavy-Duty Gas Turbine이 주로 담당하는 구간으로 구분한다. 대규모 캠퍼스도 처음부터 1GW를 한 번에 건설하기보다는 100~200MW 단위로 단계적으로 가동하기 때문에 엔진과 터빈이 함께 사용될 수 있다. (Wärtsilä)

가스엔진은 모듈 단위로 추가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빠른 단계적 가동이 가능하다. 가스터빈은 대규모 전력에서 효율과 운영비 측면의 장점이 있지만, 제작과 EPC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BTM 시장은 한 가지 발전기술이 독점하기보다 다음과 같이 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초기 Energization과 단계적 증설은 엔진·Genset
→ 대규모 장기 Baseload는 가스터빈·CCGT
→ 순간 변동과 전환은 Battery·UPS·Control System

실제 주문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Cummins는 2026년 6월 West Texas의 AI 캠퍼스에 천연가스 Genset을 이용한 BTM Prime Power System을 공급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장비 인도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되며, 단순 비상발전기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주 전원으로 사용되는 구조다. (Cummins Inc.)

Wärtsilä는 미국 데이터센터 관련 3개 프로젝트에서 총 1.2GW의 주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중 789MW는 42대의 50SG 엔진을 이용해 데이터센터에 연속적인 Primary Power를 공급하는 프로젝트이며, 회사는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핀란드 생산능력을 35% 확대하고 있다. (Wärtsilä)

Caterpillar도 2026년 2분기 Power Generation 매출 증가가 데이터센터용 대형 왕복엔진과 터빈 판매에서 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Power & Energy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17%, 부문이익은 30% 증가했으며, 가격 인상 효과도 실적에 기여했다. (Caterpillar Inc.)

대형 가스터빈에서는 제조 Capacity의 제약이 더 분명하다.

GE Vernova의 Gas Power 장비 Backlog와 Slot Reservation은 2026년 1분기 100GW에서 2분기 116GW로 증가했다. 반면 회사의 연간 가스터빈 생산능력은 2026년 3분기 기준 20GW 수준이며, 2028년 24GW, 2030년 3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GE Vernova)

116GW를 모두 데이터센터 수요로 볼 수는 없다. Utility와 산업용 발전 수요가 함께 포함된 숫자다.

그러나 이 차이는 오히려 병목을 강화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자신들끼리만 발전설비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Utility의 노후 발전소 교체, 전력수요 증가, 제조업 리쇼어링, Grid Reliability 투자와 동일한 생산라인을 두고 경쟁한다.

결국 BTM이 확산될수록 희소자원은 발전기 자체를 넘어 발전기의 제조 Slot이 된다.

가동 시점이 중요한 Hyperscaler에게 2028년 인도 Slot과 2031년 인도 Slot은 전혀 다른 상품이다. 따라서 장비 예약계약은 단순한 구매계약이 아니라 Time-to-Power에 대한 Option의 성격을 갖는다.

GPU Allocation 경쟁이 발전기 Factory Slot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4. 더 큰 수혜는 발전설비보다 전력기기 전체에서 나타날 수 있다


BTM을 가스터빈이나 엔진만의 수요로 보는 것은 범위를 지나치게 좁힌다.

발전설비가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그 전력을 AI Server에 바로 공급할 수는 없다.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력은 전압을 조정하고, 보호하고, 변환하고, 분배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BTM Power Island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

Generator·Alternator
→ Step-Up·Step-Down Transformer
→ Medium·High Voltage Switchgear
→ Circuit Breaker·Protection Relay
→ UPS·Battery·Busway
→ Microgrid Controller
→ Cooling·Power Quality System

더 중요한 것은 BTM이 반드시 완전한 Off-Grid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FERC와 PJM이 검토하는 구조는 BTM 발전을 보유한 데이터센터가 평상시에는 Grid에서 일부 전력을 공급받고, 계통이 부족한 시간에는 인출량을 제한하거나 자체 발전으로 전환하는 Hybrid System에 가깝다.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이 경우 데이터센터는 현장 발전설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BTM 발전소를 구축하기 위한 전력기기가 먼저 필요하고, 향후 정식 Grid Connection이 완성되면 Substation과 Interconnection Equipment가 추가로 필요하다.

따라서 BTM은 송배전 투자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전력기기 투자를 두 단계로 앞당기고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1단계: On-site Prime Power와 Microgrid 구축
2단계: Grid Interconnection과 Hybrid Operation 구축

한 캠퍼스가 현장 발전과 Grid Interface를 모두 보유하면 MW당 Electrical Content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현재 주문 데이터도 이러한 방향을 보여준다.

GE Vernova는 2026년 2분기에 Electrification 부문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주문 27억 달러를 확보했고, 상반기 누적 주문은 50억 달러를 넘었다. 이는 2025년 연간 데이터센터 주문의 두 배 이상이다. Electrification의 장비 Backlog도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GE Vernova)

Eaton의 Electrical Americas 부문은 2026년 2분기 12개월 평균 주문이 41% 증가했고, Backlog는 전년 대비 33% 늘었다. 회사는 이전 분기부터 데이터센터 Momentum을 주문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Eaton)

Schneider Electric도 2026년 상반기 데이터센터가 수요 증가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2분기 Energy Management 매출은 유기적으로 18% 증가했고, 그룹 매출과 수익성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chneider Electric)

이것은 단순한 경기순환적 주문 증가로 보기 어렵다.

미국 에너지부는 Transformer, Circuit Breaker, Substation Component, Power Electronics의 공급망 부족으로 핵심 전력기기의 Lead Time이 2년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평가한다. 일부 Transformer 가격은 지난 5년 동안 4~9배 상승했다. (The Department of Energy's Energy.gov)

BTM이 확대되면 이 부족한 장비가 Grid Utility와 데이터센터 현장 발전에 동시에 필요해진다.

즉 BTM은 발전기 수요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공급이 부족한 전력기기 산업에 새로운 수요층을 추가한다.


5. Backup Power가 Prime Power로 전환되면 수익의 질도 달라진다


과거 데이터센터의 엔진과 Genset은 주로 비상발전용이었다.

정전이 발생할 때만 가동되기 때문에 장비 판매 이후의 운전시간과 Service 수요가 제한적이었다.

BTM에서는 성격이 달라진다.

엔진과 터빈이 데이터센터의 Primary Power 또는 장기간의 Bridge Power로 사용되면 가동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장비 신뢰성, 연료효율, Maintenance, Spare Parts, Remote Monitoring, 장기 Service Agreement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진다.

Wärtsilä는 Off-Grid 데이터센터 발전소가 높은 운전시간을 갖기 때문에 장비 판매뿐 아니라 장기 Service와 Lifecycle Margin 측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설명한다. (Wärtsilä)

이 변화는 Earnings 구조에도 중요하다.

BTM 확대
→ Prime Power 장비 주문 증가
→ 장비 가격과 선수금 상승
→ Installed Base 확대
→ 부품·정비·장기서비스 증가
→ Revenue Visibility와 Lifecycle Margin 개선

단순한 Backup Generator 판매보다 Prime Power와 Microgrid Solution의 매출 규모가 크고, 장기 서비스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발전설비 업체가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자에서 데이터센터의 Power Availability를 보장하는 사업자로 이동하는 것이다.

전력기기 업체도 마찬가지다.

Transformer나 Switchgear 하나를 판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데이터센터의 전체 Power Architecture를 설계하고 제어하는 Solution Provider가 더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갈 수 있다.

따라서 BTM에서 중요한 기업은 단순히 가장 많은 터빈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다.

Generation + Electrification + Control + Service

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더 큰 경제적 Rent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6. 산업의 인과관계는 발전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BTM이 전력기기 산업의 Earnings로 연결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AI Task Demand 증가
→ Economic Value per MW 상승
→ Time-to-Power의 가치 상승
→ BTM·Co-location 채택 증가
→ 엔진·터빈·발전기 주문 증가
→ Transformer·Switchgear·UPS·Control 주문 증가
→ 장비 Lead Time과 가격 상승
→ 수주잔고와 매출 가시성 개선
→ Product Mix와 Service Mix 개선
→ Margin·Cash Flow 증가
→ Valuation Premium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단순한 주문액이 아니다.

투자자는 다음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첫째, Backlog가 실제 생산량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는가이다. 주문이 많더라도 공장 Capacity를 확대하지 못하면 매출 인식은 지연된다.

둘째, 가격 상승이 원자재·인건비·증설비용보다 큰가이다. 장기 계약에서 원가 상승을 전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Backlog의 수익성이 달라진다.

셋째, Backup과 Prime Power의 Mix가 어떻게 변하는가이다. Prime Power 비중이 높아질수록 장비당 매출과 Service Revenue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발전장비와 전력기기를 함께 판매할 수 있는가이다. Hyperscaler는 부품 하나보다 빠르게 가동할 수 있는 Integrated Power Solution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

결국 산업의 핵심 KPI도 달라진다.

Order Growth보다 Factory Slot
Backlog보다 Margin Quality
Equipment Sales보다 Service Attachment
Installed MW보다 Energized MW

가 더 중요해진다.


7. 가장 강한 반론은 수요가 아니라 실현률에 있다


이 Thesis가 틀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이유는 전력 공급이 갑자기 충분해지는 것이 아니다.

발표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실제로 모두 건설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대규모 부하 대기열에는 중복 신청, 초기 단계 프로젝트, 전력 확보를 위한 선점성 요청이 포함될 수 있다. EPRI의 데이터센터 전력 전망도 Low Scenario에서는 건설 중인 프로젝트와 Advanced Planning 프로젝트의 일부만 완공되고, High Scenario에서는 더 많은 프로젝트가 공급망과 인허가 제약을 극복한다고 가정한다. (Powering Intelligence)

Model과 Chip의 효율 개선이 Task 증가보다 빨라지거나, AI의 실제 Monetization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 개발자는 예약한 발전설비 Slot을 취소하거나 프로젝트를 연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장기간 쌓인 Backlog는 강점이 아니라 취소와 가격 정상화 위험으로 바뀐다.

두 번째 위험은 인허가다.

FERC는 Interstate Transmission과 Wholesale Tariff를 다루지만 발전소 입지, 대기오염 허가, 소매 전력요금과 상당수 환경 규제는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으로 남아 있다. FERC가 BTM의 송전시장 규칙을 정리하더라도 현장 가스터빈, 엔진, Gas Pipeline이 자동으로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세 번째 위험은 BTM의 조건이 예상보다 엄격해지는 경우다.

PJM의 구상처럼 신규 대규모 부하가 충분한 신규 발전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계통이 부족한 시간에 부하를 줄이거나 현장 Backup Resource로 전환해야 할 수 있다. Network Upgrade와 Resource Adequacy 비용도 데이터센터에 더 직접적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PJM)

이 경우 BTM은 값싼 우회로가 아니라

발전설비를 직접 확보하고, 계통비용을 부담하며, 필요할 때 부하까지 조절해야 하는 조건부 서비스

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이 발전기와 전력기기 수요를 반드시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Data Center가 자체 공급능력과 신뢰성을 입증해야 한다면 더 많은 On-site Generation, Storage, Control, Protection Equipment가 필요할 수 있다.

규제가 느슨해져도 장비가 필요하고, 규제가 엄격해져도 Compliance를 위한 장비가 필요하다.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병목이 전력기기 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결론: BTM은 전력의 천장을 높이지 않지만 희소성의 가격을 높인다


8월 17일에 미국의 완성된 BTM 정책이 한 번에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FERC는 지역별 차이를 인정하고 있고, PJM은 90일의 추가 시간을 요청했다. 가장 중요한 PJM의 Tariff 설계는 11월 초에서 중순에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책의 큰 방향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모든 Network Upgrade와 신규 발전소가 완성될 때까지 데이터센터를 기다리게 하는 방식만으로는 AI 전력수요를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Flexible Load

  • Conditional Interconnection

  • Co-location

  • Behind-the-Meter Generation

  • Bring Your Own Capacity**

를 결합해 데이터센터를 먼저 연결하고, 시스템이 부족한 시간에는 Grid Withdrawal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BTM은 새로운 전력을 무한히 추가하지 않는다.

대신 미래에 공급될 전력을 현재로 앞당긴다.

그리고 앞당겨진 MW의 경제적 가치가 높을수록 Hyperscaler의 발전설비와 전력기기에 대한 지불의사도 높아진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BTM이 완전한 Off-Grid의 장기 해법이 아니라 Grid Connection이 완성될 때까지의 Bridge이자 이후에도 유지되는 Hybrid Power Architecture로 자리 잡는 것이다.

가장 과소평가된 부분은 BTM이 가스터빈 수요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발전에는 엔진·Generator뿐 아니라 Transformer, Switchgear, Breaker, UPS, Busway, Protection System, Microgrid Control이 필요하다. 이후 Grid에 연결될 때는 또 다른 Substation과 Interconnection Equipment가 필요하다.

따라서 BTM은 전력망 투자를 대체하기보다 MW당 전력기기 투입량을 늘릴 수 있다.

가장 큰 비대칭적 기회는 BTM 규칙의 제도화와 Hyperscaler의 장비 Slot 선점이 제조 Capacity 증설보다 먼저 진행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희소성의 Rent는 발전소 운영자에게만 가지 않는다.

가스터빈 제조사
→ 중속엔진·Genset 업체
→ Generator·Transformer 업체
→ Switchgear·UPS·Cooling 업체
→ Microgrid·Control 업체
→ 장기 Service 사업자

로 넓게 분산된다.

반대로 가장 큰 위험은 실제 AI 수요가 현재 프로젝트 Pipeline에 미치지 못하거나, Model·Chip 효율 개선으로 필요한 Firm MW가 예상보다 작아지는 경우다.

결국 확인해야 할 것은 발표된 데이터센터 GW가 아니다.

실제로 계약된 발전설비 MW, 확보된 Factory Slot, 설치된 전력기기, 그리고 가동을 시작한 Energized MW다.

AI 산업의 경쟁 단위는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Intelligence per Token
→ Task per Dollar
→ Task per MW
→ Economic Value per MW
→ Economic Value per Energized MW-Year


결국 전력의 시간가치가 높아질수록 그 시간을 앞당겨주는 발전기·엔진·전력기기의 희소성과 경제적 가치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끝

2026년 8월 12일 수요일

생각정리 339 (* Naver x Nvidia, Neocloud)

NAVER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있어 관련 리서치를 기록으로 남겨본다.

NAVER × NVIDIA를 다시 보다

Agentic AI, Asset-light Capital, CLOUD Act가 바꾼 판단


지난 NAVER AI Factory 글의 첫 문장은 사실상 “Good luck, Naver..”였다.

당시 나는 NAVER가 제시한 AI Factory 계획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봤다. 1GW Capacity에서 20조원의 매출과 20% 후반대 영업이익률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느껴졌고, NVIDIA와의 협력 역시 NAVER만의 독점적인 관계라기보다 수많은 Cloud Partner 가운데 하나가 추가되는 정도로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과거 두나무 인수 사례처럼 불리한 사업을 떠안았거나, 젠슨 황의 립서비스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NVIDIA 입장에서 NAVER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큰 문제가 없는 One of them에 불과하다고 봤다.

지금도 NAVER가 제시한 1GW·20조원 매출·20% 후반대 OPM을 Base Case로 반영하는 데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최근 Nebius의 실적발표와 CoreWeave·Nebius 같은 Neocloud의 전략 변화를 다시 살펴보고, NVIDIA가 AI Factory의 Software와 Financing Layer까지 확장하는 과정을 공부하면서 NAVER × NVIDIA의 산업적 의미에 대한 판단은 상당히 달라졌다.

여기에 미국의 CLOUD Act와 Sovereign AI, Data Sovereignty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을 연결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NAVER가 NVIDIA GPU를 대규모로 구매해 임대하는 저ROIC Infrastructure 사업자가 아니라, 외부 Capital과 NVIDIA의 Compute Stack 위에 지역별 Data·Cloud·Agent·Application을 결합하는 Sovereign AI Production Platform으로 발전할 가능성이다.

이 글은 NAVER AI Factory에 대한 기존 판단을 완전히 뒤집기 위한 글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과거에 무엇을 맞게 봤고, 무엇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봤으며, 어떤 새로운 Evidence 때문에 판단을 얼마나 수정하게 됐는지 정리하기 위한 글이다.


판단 변화 요약


업로드 중: 총 34387바이트 중 34387바이트가 업로드되었습니다.


전략적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크게 올렸다.

그러나 2027~2030년 실적 추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가시성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Strategic Thesis는 상향했지만 Earnings Thesis는 아직 유보적이다.


1. 이전 판단이 틀렸다기보다 분석 단위가 너무 좁았다


NAVER가 모든 MW를 직접 소유한다는 전제


기존 글에서 내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NAVER의 기존 사업과 AI Factory 사업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검색·커머스·콘텐츠·핀테크는 플랫폼을 먼저 구축한 뒤 이용자와 거래가 증가할수록 추가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반면 AI Factory는 GPU, 서버, 네트워크, 냉각설비, 데이터센터, 전력과 금융비용을 먼저 투입한 뒤 고객과 Utilization을 확보해야 하는 자본집약적 사업이다.

당시 내 머릿속의 사업구조는 다음과 같았다.

NAVER Balance Sheet
→ GPU·서버·Data Center 투자
→ 전력과 냉각설비 확보
→ 고객 유치
→ Utilization Risk 부담
→ 감가상각과 이자비용 부담
→ GPU 세대교체 Risk 부담


이 구조에서는 AI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초과이익의 상당 부분이 NVIDIA와 HBM·Networking 공급망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NAVER는 경쟁이 심해지는 AI Cloud 시장에서 고객 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NVIDIA와 부품 공급업체에는 높은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ROIC와 Free Cash Flow가 나빠질 위험이 있었다.

이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1GW라는 숫자보다 계약이 중요하다는 판단도 유지한다


기존 글에서는 NAVER를 CoreWeave와 비교하면서 단순히 “1GW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은 전력이 연결된 Energized MW, 설치된 GPU, 장기 Capacity Reservation, Take-or-pay 여부, 고객 선급금, Cost Pass-through 조항과 실제 매출 Backlog다. 고객이 관심을 보이는 단계와 장기간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계약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판단도 바뀌지 않았다.

NAVER는 아직 Nebius처럼

  • Revenue/MW

  • 계약기간

  • 고객 선급금

  • 계약 Capacity

  • Payback Period

  • Backlog

  • Take-or-pay 조건

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NAVER AI Factory를 Earnings Model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기에는 여전히 정보가 부족하다.


달라진 것은 ‘누가 자산을 소유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과거에는 AI Factory의 경제성을 사실상 다음 식으로 생각했다.

AI Factory Revenue = NAVER가 직접 소유한 MW × Revenue/MW


그러나 지금은 이 식 자체가 잘못된 출발점일 수 있다고 본다.

NAVER가 모든 Physical Capacity를 직접 소유할 필요는 없다.

외부 투자자가 Data Center와 Compute Asset에 Capital을 제공하고, NVIDIA가 Silicon과 Infrastructure Software를 공급하며, NAVER가 Cloud Operation·Customer·Data·Model·Application을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 NAVER가 인식하는 매출은 AI Factory 전체 매출보다 작아질 수 있다.

반대로 NAVER가 투입하는 자기자본과 감가상각 부담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즉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AI Factory 전체의 Gross Revenue가 아니라 NAVER Equity Capital 한 단위가 가져가는 Earnings와 Cash Flow이다.


2. 첫 번째 판단 변화: Neocloud는 단순한 GPU Rental 사업이 아닐 수 있다


AI의 병목이 Model에서 Execution으로 이동하고 있다


CoreWeave와 Nebius를 처음 볼 때는 이들을 대규모 GPU를 확보한 뒤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임대하는 사업자로 생각했다.

GPU 공급 부족이 해소되면 차별화가 사라지고, 구형 GPU 가격은 하락하지만 감가상각과 부채는 남는 구조라고 봤다.

하지만 최근 AI 산업의 발전방향을 보면 Compute 수요는 더 이상 일회성 Training이나 단순 Inference에서 끝나지 않는다.

AI는 점차 다음과 같은 Production Loop로 이동하고 있다.

Model
→ Agent
→ Tool Use
→ Execution
→ Verification
→ Evaluation
→ Retry
→ Learning

Agent가 장시간 작업하고, 외부 시스템을 사용하며, 결과를 검증하고, 실패하면 다시 실행하는 구조에서는 같은 업무를 완료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Compute와 다양한 Runtime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개의 Token을 생성했는지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검증된 작업을 안정적으로 완료했는가

가 더 중요한 경제적 단위가 된다.

내가 Neocloud를 단순 GPU Rental이 아니라 Model과 Silicon 사이에서 AI의 실행과 반복개선을 담당하는 Merchant AI Factory로 다시 보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Software Attach의 목적은 Software 매출 자체가 아니다


CoreWeave와 Nebius가 Software Layer를 강화하는 이유를 단순히 높은 Valuation Multiple을 받기 위한 전략으로만 보면 부족하다.

Software는 Training, Inference, Evaluation, Sandbox, RL, Agent Runtime을 하나의 Workflow로 연결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Workload를 결합하면 Training 수요가 낮은 시간에는 Inference와 Evaluation을 배치하고, Inference가 낮은 시간에는 Batch Processing이나 Synthetic Data Generation을 수행할 수 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구조가 만들어진다.

Software Attach
→ Workload Diversity
→ Utilization 상승
→ 동일 MW에서 더 많은 Compute 판매
→ Revenue/MW 상승
→ Gross Margin 개선
→ ROIC 개선

즉 Software의 가치는 별도의 SaaS 매출보다 기존 Compute Asset의 경제성을 높이는 것에 있을 수 있다.

Nebius가 Open Model의 Fine-tuning과 Inference, Quantization, Orchestration, Search와 Grounding을 연결하려는 것도 같은 방향이다.

고객이 Model을 교체하더라도 Training History, Evaluation Trace, Runtime Configuration, Inference Endpoint와 Capacity Workflow는 플랫폼에 남는다. 이 과정에서 Neocloud는 일종의 Execution Gravity를 만들 수 있다.


이 논리를 NAVER에 적용하면 기존 자산이 다르게 보인다


NAVER는 순수한 AI Infrastructure Startup이 아니다.

검색, 커머스, 지도, 결제, 콘텐츠, Cloud, HyperCLOVA X, Digital Twin과 Robotics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Application 자산과 AI Factory가 다소 분리된 사업처럼 보였다.

그러나 Agentic AI가 확산될수록 NAVER의 기존 서비스와 Data는 AI Factory의 Utilization을 높이는 내부 Workload이자 외부 고객을 확보하는 Product Layer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Loop가 가능하다.

NAVER Search·Commerce·Map Data
→ Domain Model·Agent 개발
→ NVIDIA 기반 Training·Post-training
→ 검색·쇼핑·광고·지도 서비스에 배치
→ 실제 사용자 행동과 Outcome 축적
→ Evaluation·RL Data 생성
→ 추가 Training과 Inference
→ 다시 Compute Consumption

이 구조에서는 Software와 Application이 Compute를 소비하고, Compute가 다시 더 좋은 Software와 Application을 만든다.

NAVER가 이 Loop를 외부 기업과 정부에 Platform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면 AI Factory는 단순 GPU Rental이 아니라 Data–Model–Execution–Application이 연결된 Production Infrastructure가 된다.


다만 Execution Layer의 주인이 NVIDIA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반론이 있다.

NVIDIA의 DSX는 단순한 GPU Reference Architecture가 아니다.

DSX는 Chip, System, Networking, Power, Cooling, Infrastructure Software와 운영체계를 하나의 AI Factory Stack으로 통합한다. DSX OS는 Lifecycle Management, Runtime Consistency, Health Automation, Resiliency, Scheduling과 Multi-tenant Operation을 제공하고, DSX MaxLPS는 제한된 전력 안에서 Token Throughput/MW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NAVER 역시 DSX 위에서 HyperCLOVA X를 NVIDIA Nemotron과 결합하고, NemoClaw 기반 Agent Platform과 Cosmos 기반 Seoul World Model을 개발할 계획이다.

따라서 NAVER가 DSX를 설치하고 NVIDIA Software를 재판매하는 데 그친다면 Switching Cost와 Execution Gravity는 NAVER가 아니라 NVIDIA에 쌓일 수 있다.

NAVER가 별도의 경쟁우위를 만들려면 NVIDIA Stack 위에 다음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

  • Local Data와 Domain Context

  • Enterprise Connector

  • Identity와 Permission

  • Local Regulation과 Governance

  • Application Workflow

  • Evaluation Dataset

  • Human Approval과 Audit

  • 실제 업무 결과와 Outcome History


모델과 Hardware는 NVIDIA가 공급하더라도 고객의 업무 의미와 실행결과가 NAVER Platform 안에 축적되어야 한다.


3. 두 번째 판단 변화: Brookfield가 Capital Structure를 바꿀 수 있다


200MW보다 중요한 것은 $9bn의 외부 Capital이다


2026년 7월 NAVER, NVIDIA와 Brookfield는 NAVER의 NVIDIA DSX AI Factory를 기존 55MW에서 2028년 200MW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NVIDIA는 NAVER에 $1bn을 투자할 계획이며, Brookfield는 프로젝트에 최대 $9bn을 공급하는 Nonbinding Term Sheet를 체결했다. NVIDIA 투자는 NAVER가 NVIDIA 투자와 별도로 최소 $9bn의 확정 Financing을 확보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200MW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NAVER가 AI Factory 구축비용 전부를 자신의 Balance Sheet로 부담하지 않을 가능성이 공식화됐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기존 구조는 다음과 같았다.

NAVER Capital
→ Data Center
→ GPU
→ Customer
→ Revenue

앞으로 가능한 구조는 다음에 가깝다.

Brookfield Capital·Physical Infrastructure
× NVIDIA Silicon·Networking·DSX
× NAVER Operation·Customer·Data·Application

Brookfield는 Data Center, 전력과 장기 실물자산 투자에 필요한 자본을 제공한다.

NVIDIA는 Accelerator와 Network뿐 아니라 AI Factory Architecture와 Runtime Software를 제공한다.

NAVER는 Data Center 운영, Cloud Platform, 고객 확보, Model과 Agent, Sovereign AI Application을 담당한다.


NVIDIA도 GPU 판매를 넘어 Financing과 Revenue Sharing으로 이동하고 있다


NVIDIA는 2026년 7월 AI Cloud의 대규모 Multi-tenant AI Factory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Revenue Sharing과 Credit Support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공개했다.

모델 개발기업이나 AI Startup의 장기 Compute 계약만으로 Financing이 어려울 경우 NVIDIA가 AI Cloud와 자본 제공자 사이에서 계약 안정성과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향후 발생하는 Cloud Revenue의 일부를 공유하는 구조다.

NAVER–Brookfield 거래가 이 구조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NVIDIA의 방향은 분명하다.

NVIDIA는 GPU Vendor에서 AI Factory Platform·Demand Aggregator·Financing Enabler로 확장하고 있다.

NVIDIA가 모든 AI Factory를 직접 소유할 필요는 없다.

대신 외부 자본과 Cloud Partner를 연결해 더 많은 NVIDIA Capacity가 더 빠르게 구축되고, 그 위에서 지속적으로 Token이 생산되는 생태계를 만들면 된다.

NAVER는 이 생태계의 지역 사업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Asset-light는 매출을 줄이고 ROIC를 높일 수 있다


Brookfield가 대부분의 Physical Asset을 소유하고 NAVER가 운영·Platform Revenue를 가져가는 구조라면 NAVER가 회계상 인식하는 매출은 AI Factory 전체 매출보다 작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GW에서 20조원의 Gross Compute Revenue가 발생하더라도, NAVER가 그중 일부 Operating Fee와 Platform Take Rate만 인식한다면 회사 매출은 20조원보다 크게 작아진다.

그러나 NAVER가 투입한 자기자본과 감가상각, 금융비용 역시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에게 중요한 식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NAVER AI Factory Equity Value
= NAVER-funded Capacity의 Infrastructure Earnings
+ Partner-funded Capacity의 Platform Take Rate
+ Model·Inference·Agent Software Revenue
+ Sovereign AI·Physical AI·Application Revenue
− NAVER가 실제 부담하는 Invested Capital

즉 1GW가 모두 NAVER 매출로 잡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NAVER가 자기자본을 얼마나 적게 투입하면서 AI Factory에서 발생하는 Economics를 얼마나 많이 가져갈 수 있는가

가 더 중요하다.


아직 Asset-light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지나치게 앞서가면 안 된다.

Brookfield의 $9bn은 아직 Nonbinding Term Sheet다. 최종 계약에서 NAVER가 장기 임차료, 최소 Capacity 사용료, 수익률 보장 또는 추가 출자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 NVIDIA의 $1bn 투자 역시 선행조건이 붙어 있다.

따라서 이번 발표만으로

  • NAVER의 CapEx가 거의 없다

  • Project Financing이 완전히 Non-recourse다

  • NAVER가 높은 Platform Margin을 확보한다

  • Brookfield가 모든 잔존가치 Risk를 부담한다

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최종 계약에서 Asset Ownership, Debt Guarantee, Lease Commitment, Revenue Share, Minimum Payment와 Residual Value Risk를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존 Bear Thesis 가운데 하나였던

“NAVER가 수십조원의 AI Infrastructure를 전부 자기자본으로 구축해야 한다”

는 전제는 상당히 약해졌다.


4. 세 번째 판단 변화: Sovereign AI는 단순한 Data Localization이 아니다


CLOUD Act의 핵심은 데이터 위치보다 Control이다


2018년 3월 23일 미국에서 CLOUD Act가 포함된 법률이 발효됐다.

CLOUD Act는 미국의 관할 대상인 전자통신·Remote Computing Service Provider가 보유·관리·통제하는 데이터에 대해, 적법한 법적 절차가 있다면 데이터가 미국 안에 있는지 해외에 있는지와 무관하게 제출의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다만 이를

“미국 회사를 사용하면 미국 정부가 어느 나라의 데이터든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

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CLOUD Act에 따른 접근에는 법적 절차가 필요하며, 핵심 판단기준은 사업자가 미국 관할에 놓이는지와 해당 데이터가 그 사업자의 Possession, Custody or Control 안에 있는지다. 미국 법무부 역시 CLOUD Act가 어떤 사업자가 미국 관할 대상인지 자체를 새롭게 확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투자 관점에서 중요한 결론은 남는다.

Data가 어느 국가의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지만으로는 완전한 데이터 주권을 설명할 수 없다.

누가 Encryption Key를 관리하는지, 누가 Control Plane을 운영하는지, 누가 Remote Access 권한을 가지는지, 데이터에 대한 법적·실질적 Control을 누가 보유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NVIDIA GPU를 사용한다고 데이터가 자동으로 미국 관할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CLOUD Act의 문언을 기준으로 보면 NVIDIA GPU를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NVIDIA 또는 다른 미국 사업자가 고객 데이터에 대한 실질적인 Possession·Custody·Control을 갖는지가 더 중요하다.

즉 NAVER가 현지 법인 또는 JV를 통해 다음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미국 CSP와 다른 Sovereign Architecture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

  • Data는 현지 Data Center에 저장

  • Encryption Key는 현지 고객 또는 JV가 관리

  • Control Plane은 현지에서 운영

  • 미국 본사의 관리자 접근을 기술적으로 제한

  • 현지 인력이 운영과 장애 대응을 담당

  • Model Weight와 Fine-tuning Data를 현지에서 통제

  • 고객 Workflow와 Application도 현지 Platform에 배치

이는 법률적으로 개별 계약과 법인구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다.

NAVER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미국 관할 리스크에서 자동으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미국 내 법인, 계약관계, 지원조직과 실제 데이터 통제구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NAVER의 Sovereign AI 경쟁력은 단순한 국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술·계약·법인·운영구조를 얼마나 실제로 분리할 수 있는가

에서 발생한다.


Sovereign AI는 여러 단계로 나누어야 한다


Sovereign AI를 단순히 자국 Data Center에서 AI를 운영하는 것으로 정의하면 NAVER의 차별화는 크지 않다.

AWS, Microsoft, Google과 Oracle도 Local Region, Local Key Management, Partner-operated Cloud, Dedicated Region과 Air-gapped Cloud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Microsoft는 Azure Local을 통해 Local 또는 Disconnected 환경을 지원하고 있으며, Google Distributed Cloud는 Public Internet이나 Google Cloud 연결 없이 운영할 수 있는 Air-gapped Option을 제공한다. AWS 역시 European Sovereign Cloud와 Dedicated Local Zone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Sovereign AI를 다음과 같이 나눌 필요가 있다.


Data Residency만 중요하다면 미국 CSP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요구조건이

Data must stay here

에서

Foreign operator must not access it

그리고 다시

Foreign government must not be able to compel the operator controlling it

로 이동하면 사업자 선택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법인구조와 운영주체 자체가 Product Feature가 된다.


Sovereignty-sensitive Workload가 별도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모든 AI Workload가 높은 수준의 주권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Marketing, Customer Service, Coding이나 공개정보 기반 Application은 가격과 성능, 개발자 Ecosystem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반면 다음 영역에서는 Data와 Operation의 통제권이 구매조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정부와 공공행정

  • 국방과 안보

  • 금융과 중앙은행

  • 의료와 국민 데이터

  • 국가 Digital Twin

  • 전력·교통·통신 등 Critical Infrastructure

  • 제조업의 핵심 설계·공정 데이터

  • Physical AI와 Autonomous System

이 시장에서는 가장 좋은 Model이나 가장 싼 Token만으로 사업자가 결정되지 않는다.

어느 나라의 사업자가 운영하는지, 누가 Access 권한을 보유하는지, 장애·제재·분쟁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NAVER가 미국 CSP 전체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Sovereignty-sensitive Workload라는 별도의 시장이 커질 경우, 미국계 Neocloud보다 유리한 Position을 확보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5. 중동과 아시아에서 NAVER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위치


사우디에서 NAVER는 갑자기 GPU를 팔러 들어가는 회사가 아니다


NAVER의 사우디 진출과정을 다시 보면 중요한 순서가 보인다.

NAVER는 2024년 Aramco Digital과 Sovereign AI, Cloud, Super App과 Smart City 관련 MOU를 체결했다. 같은 해 사우디 정부 및 NHC와 주요 도시의 Digital Twin Platform 구축을 시작했다.

2025년에는 메카·메디나·제다 3개 도시, 약 6,800㎢와 92만 개 이상의 건물을 대상으로 한 Digital Twin Platform의 초기 구축을 완료했다. 또한 NAVER Cloud와 NHC Innovation은 사우디 현지 JV인 NAVER Innovation 설립 계약을 체결했고, 이 JV는 Digital Twin을 기반으로 주거·교통 등 생활서비스를 연결하는 Map-based Super App의 개발과 운영을 추진한다.

즉 NAVER의 사우디 진입경로는 다음과 같다.

정부 관계와 Project 수주
→ Digital Twin Infrastructure
→ Spatial Data 축적
→ Smart City Application
→ Local JV 설립
→ Super App과 Cloud
→ Sovereign AI
→ AI Factory

이 구조는 단순한 GPU 판매보다 훨씬 중요하다.

국가의 도시·교통·주거 Data와 Application Workflow 안으로 먼저 들어간 뒤, 그 위에 Cloud와 AI Infrastructure를 추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규제 방향도 Local Control을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의 Personal Data Protection Law는 해외 데이터 이전 자체를 전면 금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외 이전 시 사우디의 국가안보와 핵심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해외에서도 적절한 보호수준과 Safeguard가 확보되어야 한다. 민감정보를 지속적·대규모로 해외 이전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Risk Assessment가 요구된다.

사우디 National Cybersecurity Authority의 Cloud Cybersecurity Controls도 Data Localization 관련 요구사항을 반영하도록 업데이트됐다. 정부기관의 Cloud 도입 지침 역시 Data Classification에 따라 Service Provider를 선정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사우디가 모든 데이터를 반드시 국내에만 두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금융·도시·Critical Infrastructure처럼 민감도가 높은 Workload일수록 Local Data, Local Operation과 Local Governance의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NAVER가 이미 Digital Twin과 현지 JV를 통해 Government Workflow와 Local Partner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이 시장에서 의미가 있다.


동남아에서도 같은 구조를 복제하려 하고 있다


NAVER Cloud는 2025년 NVIDIA와 함께 동남아 Sovereign AI 시장을 공략하고, LLM·Infrastructure·Application 영역의 현지 Partner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NAVER는 자신이 AI Service, Data, Supercomputing, Cloud와 Data Center를 아우르는 End-to-end Value Chain을 보유하고 있어 국가별 기술 수준과 정책요구에 맞춘 Sovereign AI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6년 NAVER와 NVIDIA의 협력도 한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양사는 아시아·중동·유럽을 대상으로 Gigawatt-scale AI Factory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글로벌 수요 발굴에서 Capital 협력까지 사업 Risk와 성과를 공유하는 파트너십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아직 회사의 목표와 실제 계약을 구분해야 한다.

다만 NAVER가 단순히 한국에서 NVIDIA GPU를 구매하는 고객이 아니라, NVIDIA Stack을 지역별 Sovereign AI 사업으로 연결하는 Operator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이전보다 분명해졌다.


NVIDIA가 NAVER를 필요로 할 이유도 달라진다


NVIDIA가 원하는 것은 가능한 많은 국가와 기업이 NVIDIA GPU, CUDA, Networking, DSX, Nemotron과 Agent Software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NVIDIA가 모든 국가에서 직접 Data Center를 소유하고, 정부와 계약하며, 현지 규제에 대응하고, 기업 Application을 구축하기는 어렵다.

미국 CSP에 대한 정치적·법적 경계가 강한 국가에서는 NVIDIA가 직접 Cloud Operator로 들어가는 것 역시 미국 기업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 경우 NVIDIA에게 이상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Local·Sovereign Capital
× Non-US Regional Operator
× NVIDIA Compute and Software

NAVER가 NVIDIA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자산은 단순한 GPU 구매력이 아닐 수 있다.

Sovereign Market Access

즉 미국 Cloud 사업자에게 국가 Data와 AI 운영권을 전적으로 맡기고 싶지는 않지만, NVIDIA의 최신 Compute를 원하는 국가에 대해 NAVER가 법적·운영적·상업적 중간계층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NVIDIA Technology without a U.S. Cloud Operator

이 구조가 실제로 성립한다면 NAVER의 협상력은 단순한 GPU 고객일 때보다 높아질 수 있다.


6. NAVER가 미국 CSP보다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미국 Hyperscaler도 이미 Sovereign Cloud를 만들고 있다


CLOUD Act와 Data Sovereignty 문제가 커진다고 해서 미국 CSP가 시장에서 자동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니다.

Microsoft는 현지 인력에 의한 Access Approval, 고객관리 Encryption Key, Azure Local과 Fully Disconnected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Google은 Local Partner가 Sovereign Control을 관리하는 모델과 Public Internet에서 완전히 격리된 Distributed Cloud를 제공한다. AWS와 Oracle 역시 별도 Sovereign Region과 Dedicated Cloud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NAVER보다 훨씬 많은 Cloud Service, 개발자, Enterprise Customer, Security Certification과 글로벌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Sovereign AI가 확산된다고 해서 NAVER가 AWS·Azure·Google을 광범위하게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

NAVER의 기회는 더 좁고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미국 사업자가 직접 운영하는 구조를 원하지 않으면서, NVIDIA Compute와 Full-stack AI Platform은 필요로 하는 국가·정부·기업

이 시장이다.


Sovereignty는 기술력 부족을 보완하는 면허가 아니다


고객이 Data Sovereignty를 중요하게 생각하더라도 성능, 안정성, 가격과 Service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사업자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Sovereignty는 기술경쟁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충족한 사업자 사이에서 선택을 바꾸는 추가 경쟁축

에 가깝다.

NAVER가 미국 Neocloud보다 유리하려면 다음 조건이 필요하다.

  • NVIDIA 최신 Architecture를 비슷한 시점에 확보

  • 경쟁력 있는 Token Cost와 Network Performance

  • 장기간 안정적인 Capacity 제공

  • 현지 Data Center와 Local Operation

  • 현지 Regulation에 맞춘 Governance

  • 정부·기업 Application 구축 능력

  • Local Partner와 장기 Customer Relationship

이 가운데 하나라도 부족하면 고객은 결국 더 강한 Hyperscaler나 현지 국영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다.


NAVER의 경쟁우위는 Non-US라는 사실 하나가 아니다


NAVER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잠재적인 장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 Moat가 되지는 않는다.

NAVER가 가질 수 있는 차별화는 다음 요소의 결합에서 발생한다.


이 중 Local Data, Application과 Outcome Loop가 없다면 NAVER는 결국 다른 NVIDIA Cloud Partner와 유사해진다.

반대로 이 Loop가 만들어지면 고객의 Switching Cost는 Hardware가 아니라 Data·Workflow·Governance와 실제 운영이력에서 발생한다.


7. 가장 큰 역설: NAVER도 Silicon Sovereignty는 제공할 수 없다


NAVER의 Sovereign AI는 완전한 기술자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AI Factory의 최하단에는 여전히 NVIDIA GPU, Networking, CUDA와 DSX가 존재한다. NVIDIA는 미국 기업이며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와 외교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NAVER가 현지 Data Center와 현지 JV를 구축하더라도 해당 국가가 Compute Supply Chain까지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

즉 NAVER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Full Sovereignty

가 아니라

Maximum Sovereignty while retaining frontier NVIDIA compute

에 가깝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이 중간지점이 가장 실용적인 선택일 수 있다.

중동이나 동남아 국가가 단기간에 NVIDIA를 대체하는 자체 Accelerator, Networking, Compiler와 Developer Ecosystem을 모두 구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가능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미국 Compute Technology는 활용
→ Data는 자국에 보관
→ Key와 Control Plane은 현지에서 관리
→ Model은 자국 Data로 조정
→ Application과 Workflow는 자국이 소유
→ 현지 JV가 운영권 확보

NAVER가 노릴 수 있는 위치가 바로 이 지점이다.


8. NAVER × NVIDIA의 새로운 산업구조


지금까지의 논리를 하나로 연결하면 다음과 같다.

Agentic AI 확산
→ Training뿐 아니라 Inference·RL·Evaluation·Simulation 수요 증가
→ AI Factory의 상시 운영과 Workload 다양성 확대
→ 대규모 전력·GPU·Capital 필요
→ NVIDIA 혼자 모든 지역의 Data Center와 Distribution을 소유하기 어려움
→ Brookfield 같은 외부 Capital이 Physical Capacity 제공
→ NVIDIA가 Silicon·Networking·DSX·Open Model 제공
→ NAVER가 지역별 Cloud·Data·Agent·Application Layer 담당
→ 현지 정부·기업·JV가 Data와 운영권 통제
→ Software Attach와 Utilization 상승
→ NAVER의 직접 Capital Intensity 완화
→ Revenue/MW와 ROIC 개선 가능

이 구조에서 각 사업자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


여기에서 NAVER의 가장 중요한 전략과제는 명확하다.

NVIDIA와 Brookfield가 만든 AI Factory를 단순히 운영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고객의 Data·Agent·Application이 NAVER Platform에 축적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9. Earnings Model도 MW 중심에서 Take Rate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과거 방식대로라면 NAVER AI Factory 매출을 다음과 같이 계산하게 된다.

Connected MW × Revenue/MW × Utilization

그러나 Asset-light와 JV 구조가 확대되면 이 계산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야 한다.

NAVER 직접투자 Capacity

NAVER-funded MW
× Utilization
× Revenue/MW
× Infrastructure Margin

Partner 투자 Capacity

Partner-funded MW
× Gross Compute Revenue/MW
× Utilization
× NAVER Economic Take Rate

Software·Application

  • Cloud Platform Fee

  • Model Training·Fine-tuning

  • Inference Optimization

  • Agent Platform

  • Sovereign AI Operation

  • Digital Twin·Physical AI

  • Industry-specific Application

  • Maintenance·Governance·Security

이를 합치면 다음과 같다.

NAVER AI Factory Earnings
= Infrastructure Earnings
+ Platform Take Rate
+ Software Attach
+ Model·Agent Revenue
+ Sovereign Application Revenue
− NAVER-funded CapEx와 Operating Cost


따라서 향후 핵심 KPI는 GPU 수나 1GW 목표만이 아니다.


내가 Neocloud를 평가할 때 중요하다고 본 Verified Tasks per MW는 NAVER에도 적용할 수 있다. GPU의 수보다 동일한 전력과 투자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검증된 경제적 결과를 생산하는지가 중요하다.


10. 투자 Thesis는 어디까지 바뀌었는가


Bear Case에서 Conditional Bull Case로 한 단계 이동했다


이전 NAVER AI Factory 판단은 다음에 가까웠다.

성공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Risk를 NAVER가 부담하는 저품질 CapEx 사업일 가능성이 높다. 200MW는 Option Value로 인정할 수 있으나 1GW와 20조원 매출은 Bull Case에 가깝다.


현재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NAVER가 외부 Capital과 NVIDIA Stack을 이용해 지역별 Sovereign AI의 Data·Cloud·Agent·Application Layer를 장악할 수 있다면, AI Factory는 저ROIC GPU Rental이 아니라 Asset-light AI Production Platform이 될 수 있다.


전략적 판단은 회의적 부정에서 조건부 긍정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Earnings Model은 아직 크게 올리지 않는다.


Scenario별로 보면 더 명확하다




현재는 Base와 Bull 사이의 전략적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실적 Evidence는 여전히 Bear와 Base 사이에 가깝다.

이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11. 이 Thesis를 훼손하는 조건


NAVER × NVIDIA Thesis가 틀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조건도 명확하다.

첫째, Brookfield Financing이 실질적으로 NAVER의 Risk를 줄이지 못하는 경우

Brookfield가 투자하더라도 NAVER가 장기 최소임차료와 Capacity 사용의무를 대부분 부담한다면 경제적 Risk는 여전히 NAVER에 남는다.

둘째, 외부 Anchor Customer가 없는 경우

AI Factory Capacity의 대부분이 NAVER 내부 수요에 의존하고, 외부 고객의 Take-or-pay 계약이 없다면 1GW 확장은 공격적인 선투자가 된다.

셋째, NAVER의 Economic Take Rate가 낮은 경우

고객 매출의 대부분이 Brookfield의 자본수익과 NVIDIA의 Hardware·Software Revenue로 귀속되고 NAVER가 낮은 운영수수료만 받는다면 Equity Upside는 제한된다.

넷째, Execution Gravity가 NVIDIA에만 축적되는 경우

고객의 Model, Runtime, Evaluation과 Agent Workflow가 DSX와 NVIDIA Software에만 종속되고 NAVER는 Reseller 역할에 머문다면 Software Moat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섯째, Local Sovereignty가 형식에 그치는 경우

Data Center만 현지에 있고 Encryption Key, Control Plane, Remote Support와 실제 운영권은 외국 사업자가 보유한다면 Sovereign AI의 차별화가 약해진다.

여섯째, 사우디 사례가 다른 국가로 복제되지 않는 경우

사우디 Digital Twin과 JV가 일회성 Project Revenue로 끝나고 동남아·중동의 다른 국가에서 반복되지 않는다면 Global Platform Thesis는 성립하기 어렵다.

일곱째, 미국 CSP의 Sovereign Offering이 충분한 대체재가 되는 경우

AWS·Azure·Google이 Local Partner, Air-gapped Cloud, 현지 운영인력과 고객관리 Key를 이용해 정부의 요구조건을 충족한다면 NAVER의 Non-US Premium은 제한될 수 있다.


12. 앞으로 확인해야 할 데이터


NAVER AI Factory를 판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다음 데이터는 MW 목표가 아니다.

다음 계약과 경제구조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① 실제 고객계약


그리고

② NAVER의 Economic Take Rate


이 두 숫자가 확인되면 NAVER AI Factory가 NVIDIA와 Brookfield가 만든 인프라를 NAVER가 저마진으로 운영하는 사업인지, 아니면 NAVER의 Data·Software·Application이 높은 ROIC를 만드는 Platform 사업인지 구분할 수 있다.


13. 최종 Investment Thesis


지금 NAVER × NVIDIA에 대한 내 투자 Thesis는 다음과 같다.

Agentic AI의 확산은 AI Infrastructure의 경쟁축을 단순 GPU 보유량에서 Training·Inference·Evaluation·Agent Workflow를 안정적으로 통합 운영하는 Execution Layer로 이동시키고 있다. 

NVIDIA는 Silicon과 공통 AI Factory Stack을 공급하지만, 모든 국가의 Capital·Data·Regulation·Enterprise Distribution을 직접 소유하기 어렵다.

NAVER가 Brookfield와 현지 파트너의 Capital을 활용해 Physical Capacity를 확보하고, 그 위에 자신의 Cloud·Local Data·Agent·Application을 결합한다면 AI Factory는 자본집약적 GPU Rental이 아니라 Asset-light Sovereign AI Production Platform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CLOUD Act와 Data Sovereignty에 대한 경계가 강화될수록, 미국 CSP의 직접 운영을 원하지 않지만 NVIDIA의 Frontier Compute는 필요로 하는 중동·아시아 국가에 대해 NAVER가 제3의 Full-stack AI Partner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Thesis의 핵심은 1GW가 아니다.

외부 Capital로 확보한 MW 위에서 NAVER가 얼마나 높은 Software Attach, Customer Ownership과 Economic Take Rate를 확보하는가

이다.

따라서 시장이 NAVER AI Factory를 단순히

“막대한 돈을 들여 NVIDIA GPU를 임대하는 저품질 CapEx 사업”

으로만 평가하고 있다면 지나치게 부정적일 수 있다.

반대로 회사의 1GW와 20조원 매출 목표를 그대로 적용해 NAVER의 Earnings를 추정하는 것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현재 가장 합리적인 판단은 두 극단의 중간에 있다.

NAVER AI Factory는 아직 Earnings Base Case가 아니라 Strategic Option이다. 그러나 그 Option의 질과 성공확률은 Agentic AI, External Capital과 Sovereign AI의 확산으로 이전보다 분명히 높아졌다.

 


글을 마치며


과거에는 NAVER가 NVIDIA에게 그저 수많은 GPU 고객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NAVER가 NVIDIA의 독점적인 Partner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NVIDIA는 CoreWeave, Nebius, SK Telecom을 비롯해 수많은 Cloud·통신·산업기업과 협력할 것이다.

그러나 NVIDIA가 AI Factory 생태계를 세계 각국으로 확대하려 할수록, 단순히 GPU를 구매하는 회사보다 현지 Data와 Application, 정부관계, Cloud 운영능력과 Local Partner Network를 함께 가진 사업자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이 관점에서 NAVER의 역할은 달라진다.

NAVER가 NVIDIA에게 제공하는 것은 Compute 수요가 아니라 Sovereign Market Access일 수 있다.

그리고 NAVER가 가져갈 수 있는 가치는 GPU Rental Margin이 아니라, NVIDIA Compute 위에서 축적되는 Local Data·Workflow·Agent·Application의 경제성일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1GW의 AI Factory를 누가 소유하는가?

보다

그 AI Factory에서 실행되는 Agent와 Application, Data와 Outcome을 누가 소유하는가?

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NAVER가 후자의 영역까지 장악할 수 있다면 AI Factory는 단순한 인프라 신사업을 넘어, 기존 인터넷 플랫폼의 성장 둔화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Physical Infrastructure와 NVIDIA Stack만 남고, 실제 고객의 Data·Workflow·Agent·Outcome이 NAVER Platform에 축적되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자본집약적인 AI Infrastructure 사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 경우에는 과거의 부정적인 판단을 다시 적용해야 한다.

아직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Agentic AI와 Sovereign AI의 확산으로 전방시장의 크기와 전략적 중요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적어도 하나의 의미 있는 장기 Option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마지막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확인하고 싶은 부분은 결국 NAVER라는 회사 자체의 실행역량이다.

산업의 방향이 맞고, NVIDIA와 Brookfield라는 좋은 파트너가 있으며, Sovereign AI라는 순풍까지 불어온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NAVER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남은 질문은 하나다.

NAVER가 이 거대한 산업적 기회를 실제 고객계약과 Software, Data, Workflow의 축적으로 전환할 만큼 충분한 실행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이제 산업 자체를 의심하기보다, NAVER가 그 산업의 성장곡선에 실제로 올라탈 수 있는 회사인지를 확인해야 할 시점에 가까워진 것 같다.


=끝

이모저모

오늘 문득 이전 운용사에서 일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퇴사한 뒤 건너건너 들은 이야기로는 한 임원 운용매니저분이 사내 애널리스트 가운데 내 분석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그분이 나를 유독 아껴주셨던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내 전임자는 숫자에 기반해 천천히 추정하기보다는 정보를 빠르게 캐치하고, 그 정보를 활용해 트레이딩하는 스타일에 가까웠다고 들었다. 반면 그 임원 운용매니저분은 그런 방식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신입이나 어린 주니어 애널리스트가 들어오면 운용매니저들이 자신의 투자 스타일에 맞게 가르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경우는 처음부터 자신과 사고방식이 맞는 주니어를 뽑는 것이라고 한다.

나에게는 공교롭게도 오래전부터 나름의 방식이 있었고, 이러한 내 방식을 위 운용매니저 분께서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셨기에 채용된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되었다.

처음 증권업계에 들어왔을 때 상사가 장난스럽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회사가 그렇게 말하면 꼭 그렇게 다 믿어야 하냐?”

아마 그 말은 내가 지금까지 기업을 보는 방식에도 꽤 큰 영향을 남긴 것 같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숫자를 가지고 혼자 추정해 보는 것을 좋아했다. 회사가 제시하는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전방산업과 후방 공급사, 경쟁사, 산업 데이터들을 하나씩 모아 맞춰 보는 작업이 재미있었다.

[편의점 사업] GS리테일
대학생때 갖고놀던 자료 중 하나

일종의 Mosaic Theory였다.

회사는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시장은 왜 그렇게 믿고 있는지, 그런데 그 설명과 숫자 사이에는 어떤 모순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회사가 틀리고 내가 맞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가 충분히 강하다면 시장의 컨센서스와 다른 숫자를 만드는 데도 별다른 두려움이 없었다.

이런 작업은 이상할 정도로 내 기질과 잘 맞았다. 어쩌면 그 임원 운용매니저분이 나를 좋게 봐주셨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미팅에서 그분이 조금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코멘트를 해주고 싶어도, 너희가 ‘회사가 그렇게 말하던데요’라고 하면 내가 할 말이 없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나는 보통 회사의 말을 전달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만든 추정치를 먼저 이야기했다. 왜 그런 숫자가 나오는지 공급망과 경쟁사, 산업 데이터를 이리저리 끌어와 설명했고, 그러다 보니 그분과 자연스럽게 논쟁도 많이 했다.

덕분에 코멘트를 많이 받을 수 있었고, 동시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아침 미팅 시간 대부분을 나 혼자 잡아먹는 경우가 많았다.

미팅이 끝난 뒤에도 그 운용매니저분은 종종 내 earning model을 따로 요청했다. 나 역시 특별히 숨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만든 모델을 거의 모두 보내드렸다.

지금 생각하면 꽤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나는 지금도 주변 지인들이 요청하면 내가 만든 어닝모델을 대부분 공유한다. 이제는 단순히 어닝을 추정하는 것만으로는 특별한 알파를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블로그에도 여러 분석 글을 비교적 자유롭게 공개하고 있다. 리서치의 내용이나 정보 자체를 남들보다 먼저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적인 알파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정보를 어떻게 연결하고 해석해 투자 판단으로 전환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개별종목 추천이나 권유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들어서는 메모리와 IT 업계에서 기존 유력 정보기관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질이 예전보다 상당히 떨어졌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그 빈틈을 파고들어 새로운 정보업체들이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특별히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

정보가 맞느냐 틀리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요즘은 가끔 그 정보가 어떤 의도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것인지부터 의심하게 된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런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방식이다.

특히 최근 메모리와 광학 인터커넥팅 시장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강해진다.

CPO가 늦어진다는 이야기, Micron이 NVIDIA HBM4 qualification에서 탈락했다는 이야기, Vera SOCAMM2의 메모리 사양이 줄어든다는 이야기, Rubin Ultra의 HBM content가 낮아진다는 이야기.

하나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시장은 그것을 거의 자동적으로 AI 인프라 수요 둔화라는 결론으로 연결한다.

그 과정에서 SemiAnalysis의 공급망 정보가 시장의 내러티브를 만드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최근 몇 달 동안 공개된 NVIDIA, Micron, Coherent, Lumentum의 발표들을 하나씩 맞춰 보면서 오히려 반대의 생각을 하게 됐다.

Spec Down과 Demand Down은 같은 말이 아니다.

오히려 AI 시스템이 너무 빠르게 확대되면서 메모리와 광학 부품의 공급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NVIDIA가 제한된 자원을 더 많은 시스템에 나눠 넣기 위해 시스템 구조를 계속 최적화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SOCAMM2가 대표적인 사례다.

Vera의 메모리 content가 줄어든다는 뉴스만 보면 메모리 수요가 감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급 가능한 LPDRAM 자체가 NVIDIA가 필요로 하는 물량에 크게 못 미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한 시스템에 들어가는 메모리를 줄이는 대신 더 많은 시스템을 생산하는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봐야 하는 것은 단순한 시스템당 메모리 양이 아니다.

Total Memory Bit Demand = System Shipment × Memory Content per System

이다.

Memory Content per System이 떨어져도 System Shipment가 그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면 전체 memory bit demand는 오히려 커진다.

Rubin Ultra의 HBM 사양과 관련된 이야기 역시 비슷하게 보고 있다.

HBM content per GPU가 줄었다는 이야기만 놓고 보면 HBM TAM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HBM 공급 부족 때문에 GPU당 탑재량을 낮추고 그 대신 생산 가능한 GPU 수를 더 늘리는 것이라면 인과관계는 정반대가 된다.

Micron의 HBM4 이야기도 그랬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Micron이 NVIDIA qualification에서 사실상 탈락했고 Rubin 초기 HBM 시장에서 배제된다는 이야기가 꽤 강하게 돌았다.

그런데 이후 Micron은 HBM4가 high-volume production에 들어갔으며 Vera Rubin을 위해 설계됐다고 발표했고, 이후에는 lead customer platform을 대상으로 high-volume shipment가 진행 중이라고 다시 밝혔다.

최종 vendor allocation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적어도 “Micron의 qualification이 실패했기 때문에 Rubin HBM 사업에서 사실상 탈락했다”는 식의 강한 주장을 그대로 base case로 유지하기에는 이후의 공개된 사실들이 잘 맞지 않는다.

CPO도 마찬가지다.

일부 architecture의 mass production 시점이 몇 분기 움직이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optical demand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주장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NVIDIA는 이미 CPO 기반 제품의 production을 이야기하고 있고, Coherent와 Lumentum은 오히려 고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capacity를 얼마나 빨리 늘릴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있다.

NVIDIA가 Coherent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장기간의 구매 commitment와 생산능력 접근권까지 확보하는 행동 역시 나에게는 중요한 signal이다.

수요가 없어서 걱정하는 시장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최근 여러 사건을 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Architecture Change를 Demand Change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

AI 인프라처럼 공급 제약이 심한 시장에서는 오히려 수요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시스템당 component content를 낮추는 선택이 나타날 수 있다.

메모리가 부족하면 한 GPU에 들어가는 메모리를 줄여 더 많은 GPU를 만든다.

HBM이 부족하면 accelerator configuration을 바꿔 제한된 HBM을 더 많은 compute에 배분한다.

Copper I/O와 전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optics와 CPO로 이동한다.

광학 부품의 생산능력이 부족하면 architecture와 ramp sequence를 조절하면서 동시에 laser와 InP capacity를 공격적으로 증설한다.

결국 중요한 인과관계는

Spec Down → Demand Down

이 아니라,

AI Demand ↑ → Supply Constraint ↑ → Per-System Spec Optimization → More Systems Shipped → Aggregate Demand ↑

일 수도 있다.

내가 SemiAnalysis의 분석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적으로 배울 것이 많은 자료도 많다. 그들이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하는 공급망 정보 역시 분명 가치가 있다.

다만 문제는 특정 시점에 포착된 configuration change나 qualification 정보를 시장이 지나치게 높은 확신도로 최종 수요에 대한 결론으로 바꿔버린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헤드라인과 실제 causal driver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거리가 있다.




최근 Alexandr Wang이 반복해서 이야기했던 자신만의 나침반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유난히 머리에 남는다.

남들이 동의하지 않는 사실에 대해서도 스스로 충분히 검증했다면 자신의 판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Consensus가 형성된 다음에 Conviction을 갖는 것이 아니라, Consensus보다 먼저 Conviction을 형성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까지도 그런 방식으로 투자와 분석을 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NVIDIA 젠슨 황의 한 인터뷰를 보다가 조금 다른 방향의 생각을 하게 됐다.

사회자가 AI 시대에 이제 무엇을 두고 똑똑하다, 지능이 높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젠슨 황의 답변이 꽤 오래 남았다.

AI 시대에는 정보와 지식 그 자체가 점점 값싼 commodity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느냐만으로 더 이상 지능이나 유능함을 정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대신 다른 종류의 능력이 훨씬 중요해질 수 있다고 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

사람들이 아직 보지 못하는 미래를 먼저 상상하는 능력.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데이터가 완전히 보여주기 전에 직감적으로 알아차리는 능력.

그리고 그 직감을 혼자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능력.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받아들인 핵심은 대략 이랬다.

지식과 정보가 싸지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희소성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공감, 직감, 상상력, 판단, 소통.

어쩌면 AI 시대의 intelligence라는 것은 이런 것들의 조합에 가까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가 이야기한 능력 가운데 몇 가지는 내가 중요하다고 믿어온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아직 보지 못하는 변화를 먼저 보는 것.

무언가 숫자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끝까지 파고드는 것.

시장과 회사의 설명 사이에서 잘못된 인과관계를 직감적으로 찾아내는 것.

그런 측면에서는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 아주 틀린 방향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동시에 나머지 몇 가지가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공감과 소통.

그 순간 오히려 내가 부족한 지점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의심하는 일에는 익숙하다.

틀린 숫자를 찾는 것도 좋아하고,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전제를 뒤집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 가장 큰 희열을 느낄때는 이전에 믿었던 내 자신의 전제를 뒤집을때인것 같기도 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쌓는 데도 꽤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런데 그것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다.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기보다 왜 틀렸는지를 먼저 찾았고, 어떤 말을 해야 상대방이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하기보다 내 논리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Conviction이라고 생각해온 것의 일부는 분명 강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보는 능력만큼이나,

내가 본 것을 다른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전달하는 능력도 중요한 능력일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이해하려고 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공감과 소통 그리고 직감이라.

말로 쓰고 나니 더 난해하다.

숫자처럼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earning model처럼 셀 하나씩 뜯어보며 고칠 수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래서 오히려 내가 앞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는 조금 더 명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불편한 지점이 추가로 생겼다.

내가 가진 이 성향이 어느 순간부터 지나치게 냉소적인 태도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최근 아내에게도 몇 번 솔직하게 이야기했지만, 요즘의 나는 스스로가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정 집단이나 패거리 문화에 대한 반감도 강해졌다.

사실 나와 직접적인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특정 집단의 의견에 굳이 불편함을 느끼고, 마음속으로 비판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것을 왜 굳이 입 밖으로 꺼내는가 하는 점이다.

그 순간에는 별 생각 없이 이야기하지만, 지나고 나면 스스로에게 불편함이 남는다.

왜 저 말을 했을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아니었을까.

(*이불킥)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왜 이렇게 많은 감정을 사용하는 것일까.

가끔은 이런 부정적인 감정의 근원에 내가 가진 강한 신념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이 자신감이 어느 순간 “나는 맞고 저들은 틀렸다”는 자만으로 미끄러지는 경계는 생각보다 얇다. 아니, 얇다기보다 거의 보이지 않는 선에 가깝다. 

투자에서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 이건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다. 컨센서스를 의심하지 않으면 알파는 나오지 않는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때, 그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불편한 데이터도 보고, 시장이 외면하는 숫자도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습관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까지 번져버릴 때가 있다. 그때부터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을 의심하는 것과 사람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컨센서스를 의심하는 것과 사람 자체를 무시하는 것도 다르다.

내 분석에 대한 확신과, 타인을 쉽게 낮춰보는 태도는 전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 경계가 흐려진다.

“저 사람은 틀렸고 나는 맞다”가 아니라, “저 사람은 애초에 깊이가 없다”는 식으로 생각이 흘러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제일 위험하다. 논리가 아니라 감정이 앞서기 시작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젠슨 황이 말했던 공감과 소통이라는 것이 어쩌면 바로 이런 지점에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내 Conviction을 버리라는 뜻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맥락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내 판단이 맞더라도 그것을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생각해 보면 이것도 꽤 고도의 intelligence일 수 있다.

숫자를 잘 맞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능력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쪽에서는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다.

아마 내가 앞으로 계속 부딪히게 될 문제는 이 경계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애초에 이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얼마나 빨리 자각하느냐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석 방식 자체를 버릴 생각은 없다.

회사도 의심하고, 시장도 의심하고, 전문가의 말도 끝까지 검증하는 태도는 여전히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의심이 사람을 향하는 순간, 모든 게 조금씩 망가진다.

의심은 사실과 구조를 향해야지, 사람의 수준이나 의도를 재단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모든 생각을 굳이 말로 꺼낼 필요는 없다.

내가 옳다고 느끼는 것과, 그것을 반드시 타인에게 증명해야 하는 욕구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 예전에는 그 간극이 거의 없었다. 생각하면 말했고, 말하면 설득해야 한다고 믿었다. 지금은 그게 얼마나 소모적인지 조금씩 알게 된다.

(*이불킥)

어쩌면 성숙함이라는 건 생각을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한 생각을 가지고도 그것을 어디까지 드러낼지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통제라는 게 과연 가능한 건지, 아니면 그냥 감정을 눌러두는 다른 이름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도 한 가지는 조금 알 것 같다.

공감은 Conviction의 반대말이 아니다.

타인을 이해하려고 한다고 해서 내 판단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을 아낀다고 해서 내가 틀렸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정말 강한 Conviction이라면 모든 순간마다 그것을 증명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마음속에 풀리지않은 응어리 답답함이 있어 적어봤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보면 뭐라도 느끼는게 있겠지 않나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