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8일 화요일

생각정리 344 (* China 중국, 가짜정보, 가짜언론)

가끔 인터넷 기사를 읽다 보면 내용보다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제목에는 **[단독]**이 붙어 있는데 정작 본문을 읽어보면 무엇이 새롭게 확인된 사실인지 분명하지 않다. 대신 ‘세계 최초’, ‘압도적’, ‘추월’, ‘충격적’ 같은 형용사가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인터넷에서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생산하는 데 실제로 어느 정도의 진입장벽이 존재하는가.

문뜩 궁금해져 
찾아보니 생각보다 낮았다.

과거 인터넷신문에는 취재·편집인력 5명 이상 상시고용 요건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2016년 이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위헌 결정했다. 현재 시행령상 인터넷신문의 핵심 발행기준은 단지 주간 게재기사의 30% 이상을 자체 생산하고 주 단위로 새로운 기사를 게재만 하면 되는것이였다. (법제처)

과거에는 정보를 생산하고 글의 형태로 가공해 대중에게 배포하는 일 자체가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영역이었다. 제대로 된 취재 조직은 물론 자본과 인력, 기술이 필요했고, 유통 채널과 제도적 제약 역시 상당한 한계비용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확산으로 글을 생산하고 배포하는 기술적·제도적 한계비용은 사실상 ‘0’에 가까워졌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즉시 전 세계에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생성형 AI까지 등장했다.

이제는 글을 배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행위’ 자체의 비용까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문장을 만들고 정리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은 더 이상 희소한 능력이 아니다.

결국 희소성은 ‘글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서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찾아내고, 어떻게 판단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1. 싸진 것은 정보가 아니라 ‘검증하지 않은 정보’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글을 생산하는 비용은 급격히 낮아졌지만, 사실을 검증하는 비용은 그렇게 낮아지지 않았다.

기업의 수백 페이지짜리 공시를 읽고, 지분구조를 따라가고, 펀드의 LP를 확인하고, 기술사양을 비교하고, 정책 원문과 법안을 읽고, 서로 다른 통계의 정의와 분모를 맞추는 일에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재가공하고, 강한 제목을 붙이고, 미래의 가능성을 현재의 기술력처럼 표현하는 일은 점점 쉬워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를 조금 더 세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사실 자체가 틀린 정보다.

‘ㄹㄷ’ 신호에 매도 준비…특징주 기사로 85억 챙긴 기자·회계사 법정에


둘째는 개별 사실은 맞지만 중요한 제약조건을 제거해 완전히 다른 결론을 만드는 Context-free Information이다.

셋째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마치 이미 달성된 기술력처럼 이야기하는 Narrative Inflation이다.

최근 중국 첨단기술 기사에서 내가 더 자주 발견한다고 느끼는 것은 오히려 두 번째와 세 번째다.

중국 기업이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맞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반도체로, 얼마의 전력으로, 얼마나 많은 장비와 자본을 투입해 만들어졌는지가 빠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중국도 만들었다

는 문장이

중국도 미국과 동일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

로 바뀐다.

바로 이 간극이 내가 최근 중국 관련 기사들을 읽으며 가장 의심스럽게 바라보게 된 지점이다.

그리고 질문은 점차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왜 중국 첨단기술에서는 이런 식의 과장된 Narrative가 반복적으로 만들어지고, 또 그렇게 쉽게 소비되는 것일까.


수율90% 9000클럭 달성 CXMT DDR5를 사본 컴붕이들 근황


https://www.theguru.co.kr/news/article.html?no=105676
특정 언론사를 까는건 아님

생각정리 321 (* China DUV, 메모리 시나리오 테스트 )
생각정리 322 (* CXMT, Bonded DRAM)
생각정리 323 (* China’s Token Gap)

가짜정보를 일일히 전부 검증하기란 쉽지않음.


2. 중국 AI의 기술적 문제는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에 만들 수 있느냐’다


나는 중국이 AI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이 첨단반도체를 전혀 생산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상당한 수준의 AI 모델과 반도체, 로봇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문제는 Cost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겨냥한 영역을 보면 이 문제가 상당히 명확해진다. 미국 BIS의 규제 대상에는 Advanced Computing IC뿐 아니라 첨단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식각·증착·노광·이온주입·계측·세정장비와 관련 소프트웨어, 그리고 AI Training과 Inference의 핵심인 HBM까지 포함돼 있다. (Bis)

이는 AI 공급망의 핵심 병목이 어디에 있는지를 역으로 보여준다.

Advanced Process
→ Semiconductor Equipment
→ HBM
→ Advanced Packaging
→ Accelerator
→ Networking
→ Data Center
→ Cloud
→ Model


AI 경쟁력은 이 가운데 하나만 잘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중요한 것은 상류에서 발생한 비효율이 아래 단계로 내려가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AI 인프라에서 Supernode와 Networking이 유난히 중요해지는 이유도 나는 이 관점에서 보고 있다.

Huawei의 Atlas 900 A3 SuperPoD는 최대 384개의 Ascend NPU를 하나의 논리적 컴퓨터처럼 연결한다. Huawei가 공개한 시스템은 12개의 Compute Cabinet과 4개의 Bus Cabinet을 사용하고, LingQu Interconnect를 통해 384개 NPU를 연결한다. (Huawei Enterprise)

이는 분명 상당한 System Engineering 능력이다.

다만 여기서 ‘중국이 Networking으로 NVIDIA의 GPU 우위를 극복했다’고 해석하면 다시 문제가 생긴다.

NVIDIA 역시 GPU만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다. NVIDIA가 10-K에서 설명하는 Data Center 플랫폼은 GPU, CPU, DPU, Interconnect, Switch Chip, Networking Adapter와 Software Stack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으며, 회사 스스로 경쟁요인 가운데 Total System Cost를 명시하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

결국 차이는 Networking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무엇을 Networking으로 연결하고 있는가다.

Chip 자체의 Compute Density와 Memory Bandwidth가 높고 그 위에 Networking을 붙이는 것과, Chip 수준의 제약을 더 많은 NPU와 더 큰 Network Fabric으로 보완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같은 문제가 아니다.

후자의 인과관계는 대략 이렇다.

Chip-level Constraint
→ 더 많은 Accelerator 필요
→ 더 큰 Cluster·Supernode 필요
→ 더 많은 Switch·Interconnect 필요
→ Power·Cooling·Rack 증가
→ Data Center CAPEX 증가
→ Cloud TCO 증가

즉 병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Chip에서 System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AI Cloud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Peak FLOPS라는 숫자 하나가 아니다.

Tokens/$, Tokens/W, Memory Bandwidth, Utilization, Latency, Reliability와 전체 TCO가 중요하다.

따라서 Networking을 이용한 우회전략은 단기적으로 성능격차를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지만, 첨단반도체·장비·메모리의 구조적 열위를 장기간 제거하는 전략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회에는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정리 321 (* China DUV, 메모리 시나리오 테스트 )
생각정리 322 (* CXMT, Bonded DRAM)
생각정리 323 (* China’s Token Gap)


3. DeepSeek의 효율화 역시 ‘격차 제거’가 아니라 ‘제약에 대한 적응’으로 봐야 한다


DeepSeek는 이 논쟁을 대표하는 사례다.

DeepSeek-V3 연구진은 전체 학습에 278.8만 H800 GPU-hours가 소요됐다고 밝혔다. MLA, MoE와 통신 최적화 등을 통해 계산과 통신의 중첩을 높였고, 당시 여러 Benchmark에서 상당한 성능을 기록했다. 흔히 언급되는 557.6만달러 역시 H800 시간당 2달러를 가정한 공식 Training 단계의 계산비용이며, 선행 연구와 실험비용까지 포함한 전체 개발원가는 아니다. (arXiv)

이것은 분명 뛰어난 Engineering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 ‘중국은 Algorithm Efficiency로 Hardware 격차를 구조적으로 극복했다’고 말하는 순간 다시 Narrative가 Fact를 앞서간다.

알고리즘·아키텍처·시스템 최적화가 Compute Constraint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장기적인 독점우위가 되려면 그 기술을 경쟁자가 사용할 수 없어야 한다.

좋은 MoE, Quantization, Attention Optimization, Speculative Decoding, Distributed Training 기법이 발견되면 미국 기업 역시 이를 사용할 수 있다.

그때 경쟁구조는 다시 다음으로 돌아간다.

중국 = Better Algorithm × Constrained Hardware

미국 = Better Algorithm × Better Hardware

알고리즘 혁신이 일시적으로 격차를 압축할 수는 있어도, 기술이 확산되고 양쪽이 같은 혁신을 채택하면 다시 Hardware Productivity가 중요해진다.

더구나 Compute Efficiency가 높아졌다고 산업이 절약된 Compute를 그대로 남겨두는 것도 아니다.

절약된 연산량은 더 큰 모델, 더 긴 Context, 더 많은 Post-training, Reinforcement Learning과 Test-time Compute로 다시 들어간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중요한 질문은,

‘같은 모델을 얼마나 싸게 한 번 학습했는가’가 아니라 ‘같은 1달러와 1와트로 지속적으로 얼마나 많은 Intelligence를 생산할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

DeepSeek를 중국의 기술적 무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폄하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Hardware Constraint가 사라졌다는 증거로 사용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더 정확한 해석은 강한 Hardware Constraint가 있기 때문에 Algorithm과 System Optimization의 한계가치가 훨씬 높아진 것이라고 본다.


4. 로봇에서도 결국 ‘몸’보다 ‘두뇌’의 문제가 다시 등장한다


최근 Unitree를 보면 같은 문제가 로봇에서도 반복되는 모습이 보인다.

Unitree가 강점을 보여온 영역은 Robot Body와 Motion Control이다.

Motor, Joint, Locomotion, Balance와 같은 이른바 ‘Body·Cerebellum’ 영역에서는 중국 제조업의 Supply Chain과 Unitree의 엔지니어링 경쟁력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하지만 범용 Humanoid가 궁극적으로 필요한 능력은 잘 걷고 점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환경을 이해하고, 인간의 명령을 해석하고, 작업순서를 계획하고, 물체와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행동으로 변환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Unitree 자신도 최근 IPO 투자설명서에서 이를 매우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Unitree는 범용로봇을 ‘Brain–Cerebellum–Body’로 구분하고, ‘Brain’을 환경 이해·인지추론·자율적 의사결정·Task Planning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정의한다. 그 기반에는 Machine Vision과 LLM을 포함한 Multimodal Foundation Model이 있다고 명시한다.

회사는 2025년 9월 UnifoLM-WMA-0을, 2026년 1월에는 UnifoLM-VLA-0을 공개했다. 현재는 World Model–Action과 Vision-Language-Action 두 모델 경로를 병행하고 있으며, VLA를 단순한 Vision-Language 이해에서 Physical Common Sense와 Action Capability를 가진 ‘Embodied Brain’으로 발전시키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더 중요한 내용은 Risk Factor에 있다.

Unitree는 자신과 산업 전체가 Embodied Foundation Model에서 충분한 기술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범용로봇의 대규모 상용화 자체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고 명시한다.

결국 Humanoid에서도 다음 구조가 만들어진다.

LLM/VLM
→ World Model
→ VLA/WMA
→ Planning
→ Action Policy
→ Robot Body

저렴한 Actuator와 정교한 Motion Control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General-purpose Robot의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두뇌’를 만드는 Foundation Model과 이를 학습시키는 Compute가 필요하다.

과거 OpenAI의 초기 연구방향도 조금 더 정확하게 보면 흥미롭다.

OpenAI는 2016년 공식 연구목표에서 Household Robot과 Natural-language Agent를 동시에 제시했다. 따라서 ‘원래 로봇회사였다가 LLM의 중요성을 깨닫고 방향을 바꿨다’고 단순화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당시 OpenAI는 로봇 자체를 만들기보다 Robot을 General Learning Algorithm을 개발하기 위한 Testbed로 사용한다는 방향을 명확하게 밝혔다. (OpenAI)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사적 순서가 아니다.

범용로봇의 최종 경쟁력이 결국 General Intelligence Layer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Humanoid Body를 싸게 잘 만드니 Physical AI 시대에는 오히려 미국보다 유리하다’는 주장 역시 중요한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있다.

Robot Body의 Cost Advantage가 곧 Embodied Intelligence의 우위는 아니다.

그리고 이 Brain Layer 역시 결국 다시 Compute와 Cloud로 연결된다.


5. 그런데 기술병목이 이렇게 명확한데 왜 ‘중국 추월론’은 계속 확대되는가


여기서 내가 처음 가지고 있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기술적인 약점은 생각보다 분명하다.

중국 기업들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 기업의 공식 공시를 읽으면 기사 제목보다 훨씬 많은 Risk Factor와 기술적 제약이 적혀 있다.

그런데 공시 밖으로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단계의 기술적 진전이 ‘완전한 국산화’가 되고, 제품의 존재가 ‘미국 추월’이 되고, Benchmark 하나가 ‘패권 이동’의 증거가 된다.

왜 이런 Narrative가 반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나는 처음에는 단순히 클릭 경쟁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더 큰 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바로 Capital Recycling이다.

부동산 이후 지방정부에는 새로운 자본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중국 지방정부의 토지재정 압박은 실제 데이터로 확인된다.

2026년 상반기 지방정부성기금 자체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5.6% 감소했고, 그 가운데 국유토지사용권 양도수입은 9,778억위안으로 31.5% 감소했다. (재정부)

동시에 중국 중앙·지방정부는 반도체, AI, 로봇을 비롯한 전략산업에 정부투자기금과 국유자본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중국 재정부가 스스로 정부투자기금의 Exit 문제를 공식 정책과제로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재정부는 정부투자기금의 ‘퇴출경로가 제한되고 퇴출 메커니즘이 불완전하다’고 지적하면서 S-Fund, M&A Fund, 다층적 자본시장을 활용해 Exit 경로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펀드가 만기에 회수되지 못하면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이 훼손된다는 설명까지 명시했다. (재정부)

더 직접적인 정책도 있다.

2025년 중국의 과학기술부·인민은행·증감회·재정부·국자위 등 7개 부처는 공동으로 ‘고수준 과학기술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과학기술 금융체계 구축’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국유 VC의 장기자본화를 지원하고 Exit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핵심기술을 돌파한 기술기업의 IPO를 우선 지원하고 미수익 기술기업의 상장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외국자본의 중국 기술기업 지분투자와 Cross-border Financing을 확대하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과학기술부)

이것을 보면 기술정책과 자본시장이 서로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정부 스스로 두 영역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고 있다.

기술자립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그 자본을 계속 공급하려면 투자된 지분이 언젠가 회수되고 다시 다음 기술기업으로 이동해야 한다.

여기서 IPO가 중요해진다.


6. CXMT와 Unitree의 IPO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조금 과하게 생각했다.

지방정부가 기술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니, AI Narrative를 띄우고 높은 가격으로 상장시킨 뒤 그 주식을 투자자에게 넘겨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수정해야 한다.

CXMT와 Unitree의 IPO는 기존 주주의 대규모 구주매출이 아니었다.

CXMT의 공모는 전부 신주 발행이었고 기존 주주의 공개매각은 없었다. Unitree 역시 4,044만여주, 상장 후 총주식의 10%를 전부 신주로 발행했고 기존주주의 구주매출은 없었다. (스타)

따라서 IPO 자금은 우선 회사로 들어간다.

이를 곧바로 ‘지방정부가 비싸게 주식을 팔아 현금을 챙기는 거래’라고 설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존 주주에게 IPO Valuation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훨씬 중요하다.

비상장 상태에서는 정부·정책펀드가 보유한 지분의 가격과 Exit 경로가 제한적이다.

상장되면 상황이 바뀐다.

공개시장 가격이 생기고
→ 보유지분에 Reference Valuation이 생기고
→ 보호예수 종료 이후 Exit Route가 만들어지고
→ 주식배분·S-Fund·M&A 등을 통한 회수가 쉬워지고
→ 회수된 자본을 다음 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게 된다.

즉 IPO의 핵심을 단기적인 Fiscal Cash-out보다 장기적인 Capital Recycling Infrastructure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CXMT의 지분구조를 보면 이 문제는 더욱 흥미롭다.

공모 전 5% 이상 주주는 칭후이집전 21.67%, 장신집성 11.71%,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2기 8.73%, 허페이집신 8.37%, 안후이성투 7.91%였다.

이 가운데 장신집성의 실질지배자는 허페이시 국자위이고 안후이성투는 안후이성 국자위가 100% 보유한다. 칭후이집전에도 장신집성이 48.90%를 출자한다. 회사에는 법적으로 단일 실질지배자가 없지만 국가·지방 국유자본과 정책자금이 자본구조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Unitree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왕싱싱이 실질지배자이며 특별의결권 구조를 통해 IPO 후에도 약 65.31%의 의결권을 통제한다. 그러나 주주명부에는 베이징로봇산업발전투자기금, 중국인터넷투자기금 등 여러 정책성 투자주체도 포함돼 있다.


다만 중국의 자본구조를 해석할 때는 서구식 의미의 ‘사적 재산권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보장되는 기업지배구조’와 동일하게 보면 안 된다. 중국은 공산당의 정치·경제적 통제 하에 시장 메커니즘이 결합된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이며, 핵심 전략산업에서는 국유자본과 정책자본이 기업지배구조와 자본배분에 구조적으로 깊게 관여한다.

따라서 단순히 이를 ‘공산당 지분’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부정확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정책성 자본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국가 전략 목표(기술자립, 산업육성, 자본순환)를 반영하는 구조적 이해관계자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분의 명목적 소유구조가 아니라, 이 기업의 가치가 중국의 국가 주도형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고 활용되는가이다.


7. 더 흥미로운 것은 상장 직후의 Float다


그리고 내가 이 가설에서 특히 흥미롭게 보는 부분이 있다.

상장 직후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비율이 극단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CXMT의 상장 후 총주식은 약 668.81억주였지만 최초 거래가 가능했던 주식은 약 45.03억주, 전체의 **6.73%**였다. (SSE)

Unitree 역시 상장 후 총 4.0446억주 가운데 상장 초기 무제한 유통주식은 약 3,008.8만주, **7.44%**에 불과하다. 회사 스스로 상장공고에서 초기 유통주식이 적어 유동성 위험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시나 재무 VIP)

Unitree의 공모가 기준 발행 PER은 219.23배였다. (SSE)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높은 PER 자체가 ‘조작의 증거’라는 것이 아니다.

초기 Float가 7%라면 전체 기업가치의 100%가 시장에 나와 가격발견을 하는 것이 아니라 7% 안팎의 희소한 주식에 대한 한계매수자의 가격이 전체 회사의 Market Cap으로 확장되는 구조가 된다.

여기에,

**AI

  • Humanoid

  • 중국의 대표 기술기업

  • 높은 정책적 중요성

  • 극단적으로 제한된 Float**

가 결합된다.

Scarcity Premium이 만들어지기 매우 쉬운 구조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나는 이것을 ‘주가를 조작했다’고 부르지 않는다.

다만 이런 구조에서는 Narrative의 경제적 가치가 일반적인 기업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처음 이야기했던 언론과 정보시장의 문제가 다시 연결된다.




8. 그렇다면 중국 기술을 과장하는 정보는 누구에게 이익인가


이 질문을 한 번 Incentive 관점에서 뒤집어 봤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을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Narrative가 만들어졌다고 가정해보자.

누가 이익을 얻을까.

기업은 높은 Valuation으로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하기 쉬워진다.

초기 VC와 PE는 높은 Reference Price와 향후 Exit 가능성을 확보한다.

정부·지방 정책펀드는 보유 기술지분의 장부·시장가치와 장기적인 회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본시장은 새로운 기술기업과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정부 산업정책은 민간·외국자본을 기술자립 프로젝트에 동원하기 쉬워진다.

언론과 인플루언서는 ‘미국을 추월한 중국 기술’이라는 강한 Narrative를 통해 Attention을 확보한다.

그리고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AI Theme이 만들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까지 오면 반드시 중앙에서 누군가 ‘가짜뉴스를 만들어라’고 명령할 필요조차 없다는 점이다.

각 주체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도 결과는 같은 방향으로 수렴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Distributed Narrative Inflation, 즉 분산형 서사 인플레이션에 가깝다고 본다.

구조는 대략 이렇다.

Technology Constraint
→ 막대한 Policy Capital 필요
→ 전략기술기업에 대규모 지분투자
→ Exit·재투자 필요
→ 높은 IPO Valuation의 경제적 가치 상승
→ 강한 Technology Narrative의 가치 상승
→ 언론·기업·VC·인플루언서의 과장 유인 증가
→ 높은 Valuation과 신규자본 유입
→ Capital Recycling
→ 다시 기술투자

이것이 지금 내가 가장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순환구조다.


9. 홍콩의 움직임도 이 그림에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최근 홍콩이 Fund와 Family Office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흥미롭다.

다만 이 부분은 과도하게 단순화해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

홍콩의 Eligible Carried Interest 세제혜택은 모든 헤지펀드 매니저의 성과보수를 면세하는 제도가 아니라, 특정 요건을 충족한 운용소득에 한해 세율을 조정하는 구조다. 2026년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제도 확대의 공식 목적 역시 더 많은 Fund와 Family Office를 유치하고 글로벌 자본이 홍콩에서 운용되도록 만드는 것에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는 홍콩의 구조적 위치다. 홍콩은 과거 영국 식민지에서 반환된 이후 일정 수준의 자율성을 유지해왔지만, 현재는 중국 중앙정부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특별행정구로서 정치·외교·안보 측면에서 완전히 독립된 국가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홍콩의 금융정책 변화 역시 본토와 분리된 독립적 전략이라기보다, 중국 전체 금융 시스템의 연장선 위에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중국 지방정부 재정을 위한 외국자본 유입 장치”**라고 단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CXMT와 Unitree 역시 홍콩이 아니라 상하이 STAR Market에 상장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개별 정책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구조적 방향성이다. 중국은 한편에서는 CXMT, Unitree와 같은 전략기술기업의 IPO를 통해 국내 기술기업의 자본조달과 VC Exit 경로를 강화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홍콩을 통해 글로벌 자산운용 자본을 흡수하는 금융 허브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이 두 흐름은 별개의 정책이라기보다, 기술경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 위해 필요한 금융 인프라를 다층적으로 확장하려는 하나의 전략적 방향성으로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즉 홍콩은 단순한 외국자본 유치 창구라기보다, 중국 본토의 기술기업 생태계와 글로벌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중간 금융 허브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홍콩의 제도 변화와 본토의 기술기업 IPO 확대는 서로 다른 정책이 아니라, 같은 구조적 목표—기술경쟁을 지속하기 위한 자본순환 시스템 구축—의 서로 다른 축일 수 있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는 아직 부족하지만, 전체 퍼즐을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한 조각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10. 그래서 내 잠정적인 결론은 ‘중국 기술이 가짜다’가 아니다


여기까지 오면 내가 처음 가졌던 의심도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중국의 기술 자체가 모두 허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Huawei의 System Engineering도 실제 기술이다.

DeepSeek의 Algorithm Optimization도 실제 성과다.

Unitree의 Motion Control과 Robot Body 경쟁력도 실제다.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무시하는 것 역시 잘못이다.

문제는 부분적인 성과가 전체 Stack의 경쟁력으로 과대확장되는 과정이다.

Networking으로 Chip Constraint를 보완했다는 사실이,

‘AI Compute 격차를 해소했다’

로 바뀐다.

효율적인 모델 하나가 나왔다는 사실이,

‘첨단 GPU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로 바뀐다.

잘 움직이는 Humanoid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Physical AI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섰다’

로 바뀐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중국은 곧 AI Full-stack을 모두 자립한다’

는 확정적인 미래로 바뀐다.

내가 문제라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 Claim Expansion이다.

기술적인 실제 성과와 과장된 서사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11. 그리고 그 과장에는 생각보다 강한 경제적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나는 하나의 잠정적인 가설에 도달한다.

중국의 AI 기술을 둘러싼 검증되지 않은 낙관론과 과대포장이 단순히 애국주의나 조회수 경쟁만의 결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기술경쟁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순환 구조와도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이것은 가설이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중국 정부가 언론이나 인플루언서에게 기술을 과장하도록 조직적으로 지시하고, 그 목적이 IPO Valuation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 단계까지 가면 증거보다 이야기가 앞선다.

하지만 그보다 약한 형태의 가설은 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높은 기술기업 Valuation이 중국의 기술자립 금융시스템에 경제적으로 유리하고, 그 결과 중국의 기술적 성공을 확대해석하는 Narrative에 여러 주체의 이해관계가 동시에 정렬될 가능성이다.

누군가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지 않아도 된다.

Narrative가 기업의 Funding을 돕고,

기업가치 상승이 VC와 정책펀드의 Exit Option을 높이며,

높은 Exit Value가 다시 다음 기술기업 투자재원을 만들고,

높은 기술주 Valuation이 해외자본과 개인투자자를 다시 끌어들인다면,

과장된 기술서사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Capital Formation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이 최근 중국 기술기업과 관련된 각종 기사들을 보면서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이유인 것 같다.


12. 결국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기술기사의 제목이 아니다


이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려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는 기사와 논쟁할 필요가 없다.

다른 숫자를 보면 된다.

첫째, 기술을 동일 조건에서 비교해야 한다.

같은 Intelligence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Silicon이 필요한가.

동일 성능을 위해 얼마나 많은 NPU와 Network가 필요한가.

Tokens/$와 Tokens/W는 어느 정도인가.

Cloud TCO는 얼마인가.


둘째, 기술기업의 Valuation과 Float를 봐야 한다.

상장 직후 몇 %의 주식으로 전체 Market Cap이 결정되는가.

Lock-up이 풀린 뒤에도 Valuation이 유지되는가.


셋째, 정책자본의 Exit를 봐야 한다.

CXMT와 Unitree 같은 기업의 보호예수가 종료된 이후 정부·정책펀드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지분을 매각하는가.

회수된 돈은 다시 어디로 들어가는가.


넷째, 최종적으로 ROIC를 봐야 한다.

기술자립을 위해 투입된 막대한 Incremental Capital이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수익을 만들어내는가.

이 네 가지를 추적하면 적어도 ‘미국 추월’이라는 기사 제목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반대 증거도 명확하다.

중국이 첨단반도체와 HBM, 장비의 격차를 Cost Parity 수준에서 실제로 좁히고,

System-level 우회 없이도 경쟁력 있는 Cloud TCO를 확보하고,

정책지원이 줄어든 뒤에도 기술기업이 높은 ROIC를 만들어내며,

Float가 정상화된 이후에도 IPO Valuation이 유지된다면,

내가 가진 의심은 상당 부분 틀린 것이 된다.

(중국 회계를 신뢰할 수 있는가는 별개)

반대로,


기술기사는 계속 ‘추월’을 이야기하는데 Compute Economics의 격차는 줄지 않고,
IPO에서는 낮은 Float와 높은 Valuation이 반복되며,
보호예수 종료 후 정책·VC 자본의 Exit와 재투자가 반복된다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가설은 훨씬 더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결국 내가 궁금한 것은 단순히 ‘중국 기술이 진짜인가 가짜인가’가 아니다.

왜 특정 기술의 한계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성공한 부분만 반복적으로 확대되는가.

왜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래의 국산화가 이미 달성된 경쟁력처럼 이야기되는가.

그리고 왜 하필 지금 중국은 기술기업의 IPO와 VC Exit, 장기자본과 글로벌 자본유치에 이렇게 많은 정책적 노력을 투입하고 있는가.

각각 따로 보면 별개의 현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의 인과관계로 놓으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첨단기술 병목
→ 높은 기술자립 비용
→ 막대한 장기자본 필요
→ 정부·정책펀드의 기술기업 지분투자 확대
→ Exit와 재투자 필요
→ 높은 IPO Valuation의 중요성 상승
→ Technology Narrative의 경제적 가치 상승
→ 과장된 정보가 살아남기 좋은 환경
→ 신규자본 유입과 Capital Recycling


아직 마지막 화살표들을 직접 증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것을 결론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검증하고 싶은 가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중국 관련 기술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점점 한 가지 질문을 먼저 하게 된다.

이 기술이 정말 미국을 따라잡았는가가 아니라,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믿어질 때 누가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는가.

정보의 진위를 판단할 때 기술 자체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정보의 뒤에 있는 Capital Structure와 Incentive Structure까지 함께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중국 AI 기술을 둘러싼 수많은 과장된 Narrative의 내막을 설명하는 데,

‘기술 패권경쟁을 지속하기 위한 자본순환과 높은 기술기업 Valuation의 필요성’

이라는 가설이 내가 찾아본 여러 현상을 가장 일관되게 연결해 주는 설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느낌이 마치 꼭 k-바이오 산업같네

마이클버리와 같은 숏에 모든 운을 맡기는 투자자들이 왜 굳이 나스닥, 미국 AI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중국 AI와 K바이오 같은곳에 기회가 더 널렸을꺼 같은데..?

=끝

생각정리 343 (* Cerebras)

AGI, ASI의 시대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Frontier Lab에서는 AI가 AI 연구 자체를 가속하는 RSI(Recursive Self-Improvement) 연구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고, 최첨단 모델의 성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새로운 모델의 공개와 배포에서도 보안과 통제 가능성이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동시에 LLM 내부에서 우리가 흔히 ‘자아’나 ‘의식’이라고 부르는 현상과 유사한 특성이 나타날 가능성을 탐구하는 연구까지 접하다 보면, 지금의 발전 속도가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AGI와 ASI로 이어지는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많은 부분이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지만, 적어도 AI가 수행하는 작업의 복잡성과 자율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방향성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mergent Introspective Awareness in Large Language Models

이처럼 AI가 급변하는 시점에서 최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기업이 Cerebras이다. 지금까지 AI 인프라 경쟁의 중심이 더 많은 연산능력과 HBM을 중심으로 한 대용량 메모리 계층에 있었다면, Agentic AI가 확산되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기억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생각하고 반응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가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https://x.com/sama

Cerebras가 가진 저지연·초고속 Decode라는 특성은 단순히 Chatbot의 답변을 빨리 보여주는 기능이 아니다. Coding Agent, Cybersecurity, 실시간 Research, Voice AI처럼 여러 번 추론하고 검증하며 즉시 행동해야 하는 산업에서는 Latency 자체가 AI의 생산성과 제품 성능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OpenAI (@OpenAI) / X

따라서 Cerebras를 기존 GPU나 HBM을 대체하는 또 하나의 AI Chip으로 보기보다는, 앞으로 AI Memory Hierarchy가 세분화되는 과정에서 HBM이 대규모 Context와 기억을 담당하고, Cerebras와 같은 SRAM 중심의 저지연 Architecture가 빠른 추론과 반응을 담당하는 새로운 Layer가 형성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이러한 관점에서 Cerebras의 최근 성장, 저지연 inference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수요, Cybersecurity를 비롯한 실사용 사례, 그리고 HBM 중심 Architecture와의 경쟁과 분업 가능성을 살펴본 리서치 기록이다.
 

Cerebras의 급성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HBM 시대에 ‘빠른 디코딩’이 만드는 새로운 시장


Cerebras를 처음 보면 가장 직관적인 설명은 간단하다. NVIDIA GPU보다 훨씬 빠르게 토큰을 생성하는 특수 AI 칩을 만들었고, AI inference 시장이 커지면서 그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Cerebras의 성장 속도를 설명하기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더 중요한 변화는 시장이 ‘빠른 inference’를 단순한 사용자 편의가 아니라, AI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결정하는 하나의 자원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Agentic AI가 확산되면서 AI는 질문에 한 번 답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검색하고, 코드를 작성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다시 판단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환경에서는 한 번의 응답을 10초에서 1초로 줄이는 것이 단순한 UX 개선을 넘어 같은 시간 안에 수행할 수 있는 reasoning·tool call·validation의 횟수를 늘리는 효과를 갖는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반대편도 존재한다. Agent가 장시간 작동하고 context와 KV cache가 계속 커지면 속도보다 메모리 용량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용량 HBM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NVIDIA·AMD 계열의 GPU architecture가 Cerebras와 전혀 다른 강점을 갖는다.

따라서 Cerebras와 HBM의 관계를 누가 누구를 대체하는 경쟁으로 보는 것보다, 앞으로 AI inference가 “대용량 Context를 보관하고 처리하는 계층”과 “최종 답을 극도로 빠르게 생성하는 계층”으로 분리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 Cerebras는 왜 갑자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가


2026.08.13 Cerebras

최근 숫자부터 보면 변화가 상당히 선명하다. Cerebras의 2026년 2분기 Core Revenue는 2억99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그런데 Hardware Revenue는 17% 증가한 8,210만달러였던 반면, Cloud & Other Services Revenue는 1억2,770만달러로 287% 증가했다.

즉 최근 Cerebras의 성장을 단순히 “AI 칩을 더 많이 팔고 있다”고 이해하면 핵심을 놓친다. 회사의 성장축이 Wafer-Scale Engine이라는 하드웨어 판매에서, 그 하드웨어가 생산하는 고속 token을 Cloud를 통해 판매하는 사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2026년 Core Revenue 가이던스를 8억8,000만~8억9,000만달러로 높였고, 2027년에는 Core Revenue가 다시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6월 말 RPO도 254억달러에 달한다.

현재 문제는 수요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공급능력이다. Cerebras는 최근 7개월 동안 2027년 말까지 공급될 600MW 이상의 데이터센터 Capacity를 확보했고 추가 Pipeline은 GW 단위라고 설명한다. 제조 Capacity도 2026년에 10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성장의 인과관계가 나온다.

Fast Inference Demand → Data Center Capacity 확보 → Cerebras System 설치 → High-speed Token 공급 증가 → Cloud Revenue 증가

즉 현재 Cerebras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고 시스템을 설치하느냐가 매출 성장률을 결정하는 병목이다.

물론 숫자의 질을 볼 때는 한 가지 주의해야 한다. 현재 RPO와 성장의 상당 부분은 OpenAI 같은 대형 고객에 기반하며, 회사도 OpenAI가 2027년까지 상당한 매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인정한다. 반면 AWS, Coding, Security 등의 비중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고객 집중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 회사의 주장이다.

따라서 빠른 성장이 곧바로 광범위한 산업 수요가 완전히 검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OpenAI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수요처가 실제 매출로 얼마나 빠르게 확대되는가이다.

또 하나의 성장 배경: HBM·CoWoS·선단공정 병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급망


여기에 Cerebras의 최근 성장을 이해할 때 하나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Cerebras의 공급망 구조가 기존 고성능 GPU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 최첨단 AI GPU를 증산하려면 GPU Logic Chip만 충분해서는 안 된다. 선단 Logic Wafer뿐 아니라 HBM과 CoWoS 같은 Advanced Packaging Capacity가 동시에 확보되어야 최종 AI Accelerator를 출하할 수 있다. 따라서 Logic, HBM, Packaging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공급이 부족하면 전체 시스템 출하량이 제한될 수 있다.

반면 Cerebras의 WSE-3는 TSMC 5nm 공정에서 생산되며, HBM 대신 대규모 SRAM을 Wafer-Scale Processor 내부에 직접 집적하는 구조를 사용한다. Cerebras 경영진 역시 현재 AI 반도체 산업의 주요 공급 제약인 HBM Memory, CoWoS Packaging, 3nm Fab Capacity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급망상의 장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한 5nm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3nm나 그 이하의 최신 선단공정에 비해 Wafer 가격이 낮고 공급 역시 상대적으로 덜 제약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단순화하면 최신 GPU의 공급망은 대략

Leading-edge Logic → HBM → CoWoS → System

이라는 여러 병목을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반면 Cerebras는 상대적으로

5nm Wafer → Wafer-Scale Engine → System

에 가까운 구조이다.

이 차이는 AI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는 현재 환경에서 특히 중요하다. 아무리 inference 성능이 좋더라도 시스템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면 매출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Cerebras는 현재 TSMC로부터 향후 성장에 필요한 Wafer를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제조 Capacity를 2026년 중 10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따라서 Cerebras의 성장 논리는 단순히

“빠른 칩이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한다”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Fast Inference Demand
→ HBM·CoWoS·최선단공정 의존도가 낮은 Supply Chain
→ 상대적으로 빠른 Manufacturing Ramp
→ System Deployment 증가
→ Token Capacity 증가
→ Revenue Growth

라는 공급 측 인과관계까지 포함한다.

물론 이것이 Cerebras에 공급망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Wafer-Scale Processor 자체의 제조 난이도는 매우 높으며 TSMC에 대한 의존도도 존재한다. 또한 Cerebras 경영진이 현재 가장 큰 물리적 병목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보다 데이터센터 전력과 공간이다.

다만 NVIDIA·AMD 계열의 최신 AI Accelerator가 선단 Logic + HBM + Advanced Packaging이라는 여러 공급 제약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Cerebras는 현재 AI 공급망에서 가장 타이트한 일부 병목을 구조적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Capacity 확대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세 가지 설명을 경쟁시켜보면


현재 증거를 종합하면 첫 번째 설명이 Cerebras의 현재 매출 성장을 가장 잘 설명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두 번째와 네 번째 설명이다.


2. 빠른 응답속도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과거 inference speed를 이야기할 때 가장 흔한 설명은 “ChatGPT 답변이 더 빨리 나온다”였다.

이 관점에서는 10초가 1초로 줄어드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수십억달러의 새로운 반도체 시장을 만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

Accelerating GPT-5.6 Sol Ultrafast with OpenAI


하지만 Agent 시대에는 구조가 달라진다.

일반적인 Agent는 다음과 같이 움직인다.

Think → Search → Reason → Tool Call → Observe → Reason → Validate → Act

각 단계 사이에 LLM inference가 들어가면 이전 단계가 끝나기 전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 즉 많은 과정이 Sequential Critical Path 위에 있다.

예를 들어 각 inference 단계가 5초이고 10번의 reasoning loop가 필요하면 모델에서만 50초가 소비된다. 같은 inference가 0.5초라면 5초가 된다.

따라서 Agent에서는 inference latency가 단순히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Task Completion Time을 결정하기 시작한다.

Lovable과 Cerebras가 2026년 8월 발표한 협업은 이 구조를 잘 보여준다. Lovable은 소프트웨어 생성이 하나의 요청이 아니라 planning, scaffolding, component 작성, 오류 수정, 재작성 등이 연결된 연속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일부 latency-sensitive workload를 Cerebras에서 실행하기로 했다. Cerebras–Lovable 발표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중요한 재해석이 가능하다.

빠른 AI는 같은 답을 빨리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 안에 더 좋은 답을 만들 수 있게 한다.

10초의 latency budget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느린 inference에서는 reasoning을 두 번 하고 답을 내야 할 수도 있다. inference가 10배 빨라지면 같은 10초 동안 검색하고, 두 개의 가설을 비교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한 번 더 수정할 수 있다.

Cerebras도 현재 자사 inference의 가치를 단순 interactivity가 아니라 동일한 latency budget 안에서 더 많은 reasoning을 수행하여 output quality를 높이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Cerebras Inference

따라서 Speed의 가치 함수가 변한다.

Latency ↓ → Reasoning Steps ↑ → Validation ↑ → Output Quality ↑

이것이 Cerebras에 대한 가장 중요한 재평가라고 본다.


3. Cybersecurity는 왜 Cerebras의 좋은 실사용 사례인가


이 변화가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산업 중 하나가 Cybersecurity이다.

Coding에서는 응답시간을 10초에서 1초로 줄이면 개발자의 생산성이 좋아진다. 하지만 Cybersecurity에서는 10초를 1초로 줄이는 것이 경우에 따라 공격을 막는 것과 공격 이후 사고 원인을 설명하는 것의 차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CrowdStrike는 2026년 7월 Cerebras와 전략적 협업을 발표했고, Falcon AI Detection and Response(AIDR)에 Cerebras inference를 활용하기로 했다. CrowdStrike는 AI 시대에는 공격자가 여러 domain을 수초 안에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크고 정교한 모델을 실시간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CrowdStrike–Cerebras 발표

보안 시스템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Endpoint·Network·Cloud Telemetry → Log/Data Lake → Relevant Evidence Retrieval → AI Reasoning → Decision → Block/Remediation

여기서 중요한 것은 Cerebras가 수십 PB의 보안 로그를 전부 읽거나 저장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대한 로그는 Data Lake에 저장한다. 특정 공격이 발생하면 관련 Endpoint, Process Tree, Identity, Network Connection, Threat Intelligence 등을 선별해 AI에게 Context로 제공하고, AI는 그 증거를 바탕으로 공격인지 판단하고 추가 조사를 수행한다.

즉,

Huge Security Data ≠ Huge Active LLM Context

이다.

이 차이 때문에 Cybersecurity는 Cerebras의 구조적 약점을 상대적으로 피하면서 장점을 살릴 가능성이 있다.

필요한 사건 Context만 가져온 뒤,

Reason → Check → Validate → Decide

를 최대한 빨리 반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Palo Alto Networks의 Cortex XSIAM도 업계가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XSIAM은 SIEM·XDR·NDR·SOAR 등의 telemetry를 통합 Data Layer에 모으고 Agentic AI가 investigation, threat hunting, multi-step action을 수행하는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Palo Alto Cortex XSIAM Architecture


Cybersecurity에서 Cerebras의 기회는 단순 SIEM 시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핵심은 지금까지 latency 때문에 LLM을 넣기 어려웠던 Inline Decision Loop에 AI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 자체를 확장할 수 있다.


4. 어떤 산업에서 Cerebras의 가치가 추가로 커질 수 있을까


두 번째로 명확한 시장은 AI Coding과 Software Creation이다.

Coding Agent는 코드를 한 번 생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일을 읽고, 계획하고, 코드를 작성하고, 컴파일하고, 오류를 읽고, 수정한다. Lovable뿐 아니라 AWS도 agentic coding을 fast inference가 특히 중요한 workload로 지목하고 있다. Cerebras–Lovable 발표

세 번째는 금융·기업정보·Research Intelligence이다.

AlphaSense는 Cerebras를 Generative Search architecture에 적용하고 있다. Query를 해석하고, Research Plan을 만들고, 여러 문서를 검색하고, 여러 Agent와 Tool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inference latency를 낮추면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자료를 검색하고 더 많은 검증을 수행할 수 있다. Cerebras–AlphaSense 사례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단순 답변 속도가 아니다.

More Searches + More Tool Calls + More Validation within the same waiting time

이 핵심이다.

네 번째는 Voice AI와 실시간 Customer Service이다. 사람과 대화하는 AI에서는 매 문장마다 몇 초씩 기다리게 되면 제품 경험 자체가 무너진다. Cerebras도 coding, research, voice, automation 등을 대표적인 interactive inference workload로 제시하고 있다. Cerebras Inference

다섯 번째 후보는 Robotics와 실시간 산업제어다. AMD와 Cerebras도 2026년 파트너십에서 robotics와 scientific discovery를 low-latency token generation의 잠재 응용영역으로 언급했다. AMD–Cerebras 발표

다만 Robotics에는 중요한 반론이 있다. 로봇의 의사결정 시간이 수십 ms 수준이어야 한다면 Cerebras chip 자체가 아무리 빨라도 Cloud 왕복 Network latency가 병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은 On-premise 또는 Edge와 가까운 Cerebras deployment가 가능할 때 더 현실적인 기회가 된다.

마찬가지로 “저지연이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HFT나 Packet Filtering까지 Cerebras 시장으로 보는 것도 잘못이다. 이 영역은 LLM reasoning이 아니라 FPGA, ASIC, 전통적인 ML이 훨씬 효율적이다.

결국 Cerebras가 필요한 조건은 단순히 Low Latency가 아니다.

LLM Reasoning이 Critical Path에 있고, 그 Reasoning의 지연시간을 줄였을 때 시스템의 실제 결과가 좋아지는 산업이어야 한다.


5. 그렇다면 Cerebras는 왜 모든 inference를 가져갈 수 없는가


여기서 HBM과 비교해야 한다.

Cerebras WSE-3가 빠른 근본 이유는 메모리 구조가 GPU와 다르기 때문이다. WSE-3는 44GB의 SRAM을 chip 위에 배치하고 약 21PB/s의 on-chip memory bandwidth를 제공한다. Cerebras는 모델 weight를 WSE들의 SRAM 가까이에 배치해 decode 과정의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한다. Cerebras WSE-3



https://www.cerebras.ai/cs4

GPU는 다른 선택을 한다.

NVIDIA B300은 GPU당 288GB HBM3e와 최대 8TB/s bandwidth를 제공한다. 이후 GPU architecture 역시 HBM capacity와 bandwidth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long-context와 agentic inference를 동시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Cerebras SRAM bandwidth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21PB/s 대 수 TB/s라고 해서 실제 AI inference가 수백~수천 배 빨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모델 partitioning, compute utilization, interconnect, KV movement, batch scheduling, networking 및 software overhead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차이는 Capacity이다.

SRAM은 매우 빠르지만 비싸고 면적을 많이 차지한다. HBM은 SRAM보다 느리지만 훨씬 많은 정보를 보관할 수 있다.

바로 이 차이가 Long-context Agent에서 중요해진다.

Transformer의 KV Cache는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증가한다.

KV Cache ∝ Batch Size × Active Context Length × Model Size

예를 들어 긴 Context를 가진 Agent 하나는 문제가 없더라도, 이런 Agent를 수십 개, 수백 개 동시에 처리하면 KV memory 요구량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Context ↑ × Concurrency ↑ → KV Capacity 급증

이때 Cerebras의 매우 빠른 SRAM bandwidth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저장할 공간 자체가 부족해지는 Capacity Bottleneck이다.

즉 장시간 Agent라고 무조건 Cerebras에 불리한 것은 아니다.

Long Decode / 많은 Output Token → Cerebras 유리

하지만

Long Persistent Context × High Concurrency → HBM 유리

이다.

Cerebras도 이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Prompt Caching을 통해 반복되는 긴 Prompt의 Prefill 비용을 줄이고 있으며, Sparse Attention 연구를 통해 KV Cache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도 연구해왔다. Cerebras Prompt Caching

다만 Prompt Cache는 주로 반복되는 input processing을 줄이는 방법이지, 장시간 decode 동안 필요한 모든 active KV capacity 문제를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6. Cerebras와 HBM을 경쟁관계로만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


AI 시스템의 메모리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Hierarchy로 볼 수 있다.


Cerebras가 한 일은 본질적으로 이 Hierarchy의 가장 빠른 SRAM Tier를 기존 accelerator보다 극단적으로 크게 만든 것이다.

반대로 NVIDIA의 전략은 HBM을 더 크고 빠르게 만들고 NVLink를 통해 여러 GPU를 하나의 거대한 memory domain처럼 묶는 방향이다.

여기에 Context Memory, CPU DRAM, CXL, Storage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 AI inference는 하나의 chip이 모든 데이터를 들고 처리하는 구조보다,

Storage → Context Memory → HBM / Prefill → Ultra-fast Decode

로 더욱 세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Cerebras 자체가 AWS와 추진하는 architecture도 이 방향이다.

AWS Trainium이 Prompt와 Context를 처리해 KV Cache를 만든 뒤, 이를 Cerebras WSE에 전달하고 Cerebras가 Decode를 담당한다. AWS–Cerebras 발표

AMD와의 협업 역시 유사하다. AMD Helios가 Prefill을 담당하고 Cerebras가 Decode를 담당하는 구조다. Cerebras 경영진은 이 조합이 Cerebras의 speed를 유지하면서 Throughput을 최대 5배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사실 Cerebras의 약점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가장 강한 부분만 떼어내는 전략이다.

HBM/GPU가 잘하는 일을 빼앗으려 하지 않고, Cerebras가 가장 잘하는 Decode만 가져가는 것이다.


7. 그렇다면 어느 산업이 어느 Architecture를 필요로 할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 전체를 Cerebras 산업과 HBM 산업으로 나누면 안 된다는 점이다.

한 기업 안에서도 workload마다 필요한 Memory Hierarchy가 다르기 때문이다.


Cybersecurity를 다시 보면 이 구조가 특히 잘 보인다.

수년간 축적된 모든 보안 로그를 Cerebras SRAM 안에 넣을 이유는 없다.

Data Lake에 모든 로그를 보관하고 → 필요한 Context만 HBM/Prefill Engine이 처리하고 → Cerebras가 빠르게 판단한 뒤 → Security System이 차단한다.

이 구조에서는 HBM과 Cerebras가 경쟁자가 아니라 한 inference pipeline의 서로 다른 계층이 된다.

Coding 역시 비슷하다. 전체 Code Repository와 장기 Agent state는 HBM 또는 별도 Context Memory에 보관하고, 사용자가 기다리고 있는 Coding·Debugging·Validation loop만 Cerebras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반대로 하루 동안 수십만 token의 history를 유지하는 Autonomous Agent 수천 개를 동시에 서비스한다면 Cerebras보다 HBM capacity와 KV-management architecture가 훨씬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 AI chip 경쟁을 판단할 때 단순 tokens/sec benchmark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확인해야 할 숫자는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된다.

Tokens/sec per user
at X Context Length
at Y Concurrent Users
within Z Power Budget

결국 Latency × Context × Concurrency × Power를 동시에 봐야 한다.


8. 결국 시장은 Cerebras와 HBM 중 하나를 선택할까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답은 아니다라고 본다.

Cerebras의 성공이 HBM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고, HBM 수요 증가가 Cerebras의 실패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Agentic AI가 커질수록 두 종류의 메모리 요구가 동시에 증가한다.

Reasoning Token 증가 → Decode Bandwidth 요구 증가

동시에

Agent 수·Context 증가 → KV Cache Capacity 요구 증가

가 발생한다.

첫 번째 문제에서는 Cerebras의 massive SRAM architecture가 강력하다. 두 번째 문제에서는 HBM과 Context Memory가 훨씬 유리하다.

따라서 가장 가능성 높은 Architecture는 다음과 같다.

Large Context / Prefill / KV State
→ HBM·Context Memory

Latency-sensitive Sequential Decode
→ Cerebras 같은 SRAM-centric Accelerator

이런 관점에서 보면 AMD와 AWS가 Cerebras와 Disaggregated Inference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파트너십 이상의 의미가 있다. 두 회사 모두 Cerebras를 GPU나 Trainium의 완전한 대체재가 아니라 Decode Specialist로 이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Cerebras 투자 Thesis에서 가장 과소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Cerebras가 NVIDIA를 대체해야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 AI Compute의 일부이지만 경제적 가치가 가장 높은 Latency-sensitive Decode 시장을 장악해도 충분히 큰 사업이 될 수 있다.


9. 최종적으로 무엇을 봐야 하는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AI inference infrastructure가 workload별로 분화되는 것이다. HBM GPU는 Training, Prefill, Long Context, High Concurrency에서 핵심 지위를 유지하고, Cerebras는 latency-sensitive Decode에서 특화된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재평가가 시급한 부분은 inference speed가 단순한 UX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빠른 inference는 동일한 시간 안에서 더 많은 reasoning, validation, tool call을 가능하게 한다. Cybersecurity에서는 그 차이가 생산성을 넘어 실제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로 전환될 수도 있다.

여기에 Cerebras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 결합된다. 5nm 공정과 on-chip SRAM을 사용하는 구조 덕분에 HBM, CoWoS, 최신 3nm급 Logic Capacity라는 현재 AI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병목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즉 Cerebras의 성장 Thesis는 수요 측면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Fast Decode라는 새로운 수요

  • 공급망 병목을 일부 우회하는 Architecture

  • 데이터센터 Capacity 확대
    = 빠른 Revenue Ramp**

라는 공급과 수요의 결합으로 봐야 한다.

반면 Highest Asymmetric Impact를 갖는 변수는 Long-context Agent의 발전 방향이다.

만약 미래 Agent가 수십만~수백만 token의 Context를 장시간 유지하고 수천 개의 세션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HBM Capacity와 Context Memory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대로 Context Compression, Sparse Attention, External Memory, Retrieval 기술이 발전해 실제 Accelerator가 유지해야 하는 Active KV를 작게 만들 수 있다면 Cerebras가 가진 초고속 SRAM Decode의 적용 범위는 훨씬 넓어진다.

그래서 Cerebras와 HBM의 미래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미래의 Agent가 얼마나 많이 기억해야 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생각해야 하는가.”

많이 기억해야 한다면 HBM이 중요하다.

빠르게 생각해야 한다면 Cerebras가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 AI 산업이 향하는 방향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더 많이 기억하면서 동시에 더 빨리 생각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그림은 Cerebras와 HBM의 승자독식 경쟁이 아니다.

HBM과 Context Memory가 AI의 거대한 기억을 담당하고, Cerebras와 같은 SRAM-centric Accelerator가 그 기억을 바탕으로 가장 빠르게 생각하는 구조.

AI infrastructure가 이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Cerebras의 최근 급성장은 단순히 또 하나의 AI accelerator가 시장에 진입했다는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GPU 하나가 담당하던 inference pipeline이 Memory Capacity와 Decode Speed라는 서로 다른 문제로 분리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글을 마치며


마침 아침에 그동안 NVIDIA, 메모리와 관련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반복적으로 제기해 온 기자와, 그간 성과가 부진했던 펀드매니저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YTD 마이너스 실화...?)

여기에 일부 중국계 매체에서는 Cerebras의 아키텍처를 근거로 HBM의 필요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식의 주장까지 확산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기술 구조와 실제 AI 인프라의 병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결론이 앞선 해석으로 보인다.

=끝

2026년 8월 17일 월요일

생각정리 342 (* LPS, Where Does Value Accrue in the AI Era?)

 

AI가 만든 부가가치는 결국 어디로 가는가


지능의 디플레이션과 물리적 희소성


AI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제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AI가 만들어낸 막대한 부가가치는 결국 누구에게 귀속될 것인가.

현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시기다. AI 산업 전체가 너무 early stage라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Frontier LLM, Application Software, 반도체, Cloud, Data Center, 전력 인프라까지 가치사슬 대부분의 기업이 동시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GS
앞으로 몇년간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ToKen usage

OpenAI CODEX 사용량 폭증

그러나 모든 산업이 그렇듯 성장의 초기 단계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산업이 Mature Stage에 가까워질수록 단순히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기술은 확산되고 경쟁자는 늘어나며, 차별화됐던 기능은 표준화된다.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가격결정력을 좌우하는 것은 누가 가장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누가 가장 희소하고 대체하기 어려운 자원을 통제하고 있는가가 된다.

나는 AI 산업 역시 같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지능은 시간이 갈수록 풍부해지지만, 그 지능을 현실 세계에서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자원은 같은 속도로 늘어날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장기적으로 AI 산업에서 발생하는 Economic Rent의 상당 부분이 어디에 귀속되는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1. Intelligence의 희소성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생성형 AI 산업의 초기에 가장 희소했던 것은 당연히 Intelligence였다.

Bloomberg & Axios

GPT-4 수준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였고, 막대한 GPU와 데이터, 연구인력, 자본을 확보한 Frontier Lab만이 최상위 수준의 모델을 제공할 수 있었다. Intelligence 자체가 희소했기 때문에 모델 공급자가 높은 전략적 가치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AI 산업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이 희소성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최상위 모델 간 성능격차는 점차 좁아지고 있으며, Open-weight Model의 성능 역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Distillation, Fine-tuning, Quantization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거대한 Frontier Model에서만 가능했던 작업의 상당 부분을 훨씬 작은 모델이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있다.

Brady Wang (@BradyWang10) / X

동일한 성능 수준을 얻기 위해 필요한 추론비용은 불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는 AI 산업이 장기적으로 Intelligence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언제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모델이 아니다. 실제 경제활동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특정 업무를 충분히 정확하게, 안정적으로, 그리고 가장 낮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 더 중요하다.

최첨단 Reasoning이나 Scientific Discovery에서는 Frontier Intelligence의 프리미엄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에서 소비되는 AI Workload의 상당 부분이 그렇게 높은 Intelligence를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모델 산업의 경쟁축은 시간이 갈수록

Absolute Intelligence → Price / Performance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Intelligence의 품질은 올라가면서 가격은 내려간다.

쉽게 말하면 지능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2. AI의 가치는 모델에서 실행으로 이동한다


그렇다고 모델이 저렴해지는 것이 AI 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Chatbot 단계에 머물러 있을 때 경제적 가치는 제한적이다. AI가 실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데이터와 연결되고, 판단을 내리고, 다른 Software를 조작하고, Workflow를 실행해 현실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즉 AI의 가치사슬은 점차

Model → Reasoning → Agent → Tool Use → Workflow → Action

으로 확장된다.

Palantir가 Ontology와 FDE를 통해 일찍부터 집중했던 영역도 여기에 있다. 기업 내부의 복잡한 데이터와 업무관계를 구조화하고 AI가 이를 이해한 뒤 실제 업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8t9kLTJfIn8

그러나 AI Agent가 발전하면 이런 실행능력은 점점 더 많은 Platform으로 확산된다.

Frontier Lab은 Model에서 Agent와 Application으로 내려오고, Microsoft·Amazon·Google 같은 CSP는 Cloud와 Data에서 출발해 AI Platform과 Agent로 올라간다. Data Platform과 Enterprise Software 업체 역시 같은 시장으로 진입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Intelligence 자체가 희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Ontology, Agent Framework, RAG, Workflow Orchestration 역시 하나씩 보편화된다.

AI 산업의 상위 Layer에서는 더 많은 경쟁자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질문은 다시 아래로 이동한다.

모델과 Software가 점점 풍부해진다면, 그 모든 AI가 반드시 필요로 하지만 쉽게 늘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3. 결국 모든 AI는 물리적 세계 위에서 작동한다


AI는 Software처럼 보이지만 그 생산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물리적이다.

모델이 작동하려면 Compute가 필요하다.

Compute에는 GPU와 CPU, HBM과 Networking이 필요하다.

그 Hardware를 운영하려면 Data Center가 필요하다.

Data Center에는 다시 전력, 변전설비, 냉각, 광통신망과 토지가 필요하다.

전체 구조를 아래로 내려가 보면 다음과 같다.

Model
→ Agent / Application
→ Cloud
→ Accelerator
→ Data Center
→ Power
→ Grid Connection
→ Land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각 Layer의 공급탄력성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Software는 거의 즉시 복제할 수 있다.

Model 역시 한 번 개발되고 나면 수많은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다.

GPU 생산은 훨씬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Fab, Packaging, HBM Capacity를 증설할 수 있다.

반면 수백 MW에서 수 GW의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 계통접속을 만들고 대규모 데이터센터 Campus를 건설하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속도와 물리적 인프라의 건설속도 사이에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희소성의 중심이 AI Stack 아래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긴다.

4. Power보다 더 중요한 것은 Time-to-Power다


최근 Hyperscaler들의 투자 규모를 보면 AI 산업이 이미 물리적 제약과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icrosoft, Alphabet, Amazon 등은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Computing Capacity를 증설하고 있다. 동시에 일부 기업들은 수요가 현재 확보된 Capacity를 초과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병목을 단순히 전력 부족이라고 표현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미국 전체에 발전설비가 충분하다고 해서 특정 지역의 데이터센터가 그 전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 Factory 하나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Generation
→ Transmission
→ Grid Interconnection
→ Substation
→ Distribution
→ Cooling
→ Data Center Shell
→ Compute

전체가 연결되어야 한다.

그중 하나라도 준비되지 않으면 수십만 개의 GPU가 존재하더라도 Revenue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래서 AI 시대의 진짜 희소자원은 단순한 Power가 아니다.

필요한 시점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Power다.

이것을 조금 더 넓게 표현하면 Time-to-Power, 궁극적으로는 Time-to-Compute라고 할 수 있다.

2028년에 사용할 수 있는 1GW와 2033년에 사용할 수 있는 1GW는 동일한 1GW가 아니다.

AI 기술이 6개월 단위로 발전하고 기업들의 시장선점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5년 먼저 확보된 Capacity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다.

따라서 앞으로 AI Infrastructure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때는 단순한 MW나 GW보다 MW Available Date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5. Land, Power, Shell이 새로운 전략자원이 되는 이유


NVIDIA의 최근 움직임은 이런 변화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Jensen Huang은 AI Factory 구축에 필요한 새로운 전략자원으로 Land, Power and Shell, 즉 LPS를 이야기하고 있다.

Jensen Huang on X: "Securing the Infrastructure of Intelligence" / X


여기서 Land는 단순한 토지가 아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수 있고 전력과 Fiber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부지다.

Power 역시 발전소의 명목상 발전용량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계통에 연결된 전력이다.

Shell은 GPU 서버가 들어갈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건물과 기본적인 전기·기계 인프라를 의미한다.

즉 LPS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Power-ready Land + Grid Connection + Data Center Shell

에 가깝다.

NVIDIA가 SB Energy와 함께 오하이오 PORTS-Pike의 대규모 AI Factory Capacity를 확보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부지와 전력을 먼저 확보하고, 그 안의 Computing System은 기술 발전에 맞춰 계속 교체하는 구조다.

Jensen Huang on X: "Securing the Infrastructure of Intelligence" / X


이 구조의 경제성은 상당히 흥미롭다.

GPU의 경제적 수명은 상대적으로 짧다.

오늘의 최첨단 GPU는 몇 년 뒤 새로운 Architecture로 교체된다.

하지만 제대로 확보된 Power와 Grid Connection, Data Center Campus는 훨씬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오늘 Blackwell이 들어갔던 Data Hall에 다음 세대 GPU가 들어가고, 그 다음 세대의 Accelerator가 다시 들어갈 수 있다.

Silicon은 계속 교체되지만 Energized Site는 남는다.

결국 장기적인 AI Factory의 핵심 자산은 특정 세대의 GPU가 아니라 여러 세대의 Compute를 계속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일 수 있다.

6. AI 시대에는 자본조달 능력 역시 인프라가 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희소자원이 있다.

Capital이다.

수 GW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발전·송전 Infrastructure는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며, 실제 Revenue가 발생하기 수년 전부터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보다

대규모 자본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오랫동안 조달할 수 있는 기업

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Hyperscaler가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Microsoft, Amazon, Google은 단순한 Cloud Software 기업이 아니다.

이들은 거대한 Balance Sheet를 기반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장기 전력계약을 맺으며, Data Center를 건설하고, Network를 깔고, GPU와 자체 ASIC을 구매한다.

그 위에 Storage, Database, AI Platform과 Application을 올리고 이미 확보한 수많은 기업고객에게 Compute를 판매한다.

즉 CSP는

Capital + Land + Power + Compute + Network + Data + Customer

를 하나의 Stack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업자다.

AI Model은 바뀔 수 있다.

오늘 OpenAI를 쓰던 고객이 내일 Anthropic을 사용할 수도 있고, 향후에는 Open-weight Model이나 자체 Fine-tuned Model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모델을 선택하더라도 대규모 Training과 Inference에는 결국 Computing Infrastructure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모델 공급자 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오히려 모든 모델의 수요가 합쳐지는 Aggregate Compute Layer의 전략적 중요성은 커질 수 있다.

7. 더 효율적인 AI가 오히려 더 많은 Compute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직관에 반하는 하나의 중요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AI Model의 효율이 개선되면 Compute 수요가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단위의 Intelligence를 생산하는 비용이 낮아지면 AI를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영역이 훨씬 넓어진다.

예를 들어 동일한 업무를 처리하는 AI 비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AI 사용량이 그대로라면 Compute Demand는 감소한다.

하지만 가격 하락으로 사용 가능한 업무가 열 배로 확대된다면 전체 Compute Consumption은 오히려 크게 증가한다.

AI가 Chatbot에 머물러 있을 때 Compute는 사람이 질문하는 순간에만 사용된다.

하지만 Agent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AI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도 Code를 작성하고, Research를 수행하고, 고객을 응대하고, Supply Chain을 최적화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새로운 작업을 생성한다.

Cost per Intelligence ↓
→ AI Use Cases ↑
→ Intelligence Consumption ↑
→ Aggregate Compute Demand ↑

라는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자동차의 연비가 좋아졌다고 반드시 석유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듯, Intelligence의 가격 하락이 반드시 Compute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경제 전체에 확산되는 Mature Stage에서는 한 단위의 Compute 효율은 높아지면서 동시에 총 Compute Consumption은 훨씬 커지는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8. 그렇다면 AI가 만든 부가가치는 어디에 쌓이는가


여기까지 오면 AI 산업의 장기적인 Value Capture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 지대는 반드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기업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수요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면서 공급은 빠르게 늘릴 수 없는 지점을 통제하는 기업에게 귀속된다.

산업 초기에 그 지점은 Frontier Intelligence였다.

이후 NVIDIA GPU와 HBM, Advanced Packaging, Networking이 중요한 병목으로 부상했다.

앞으로 Compute Supply가 계속 확대된다면 희소성은 Data Center와 Power Infrastructure 쪽으로 더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Model
→ Application
→ Compute
→ Data Center
→ Power
→ Grid Connection
→ Energized Land

여기서 핵심은 어느 특정 Layer가 영원히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 아니다.

병목은 이동한다.

어느 시기에는 GPU가 부족하고, 어느 시기에는 Transformer가 부족하며, 또 다른 시기에는 Gas Turbine이나 Substation이 부족할 수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전력보다 Grid Connection이 더 희소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주민 동의와 인허가가 가장 큰 제약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가격결정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재 가장 높은 Growth를 기록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 아니라 AI Value Chain에서 공급곡선이 가장 가파른 지점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그곳에서 Scarcity Rent가 발생한다.

9. AI Mature Stage에서 나타날 두 개의 가격세계


이 구조는 AI가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과도 연결된다.

AI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Mature Stage에 들어가면 서로 반대 방향의 가격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쪽에서는 Digital Deflation이 나타난다.

Coding, Translation, Research, Design, Accounting, Customer Service와 같은 지식노동의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동일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Intelligence와 Labor의 비용이 낮아진다.

Software를 만드는 비용이 낮아지고 분석의 비용이 떨어지며, 과거에는 고도로 숙련된 사람이 장시간 수행해야 했던 업무를 AI가 훨씬 낮은 비용으로 수행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경제의 Digital Layer에서는 강한 Deflationary Force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 세계는 다르다.

전력망은 API처럼 즉시 확장할 수 없다.

발전소와 변전소, 데이터센터를 Copy & Paste할 수도 없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라도 공급을 늘리는 데 수년이 필요한 자원에는 계속해서 Scarcity Premium이 붙는다.

따라서 AI 시대의 경제는 다음과 같은 이중구조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Intelligence는 싸지고 Physical Scarcity는 비싸진다.

풍부해지는 것의 가격은 내려간다.

희소하게 남는 것의 가격은 올라간다.

AI가 만들어내는 Digital Output의 한계비용이 계속 낮아지는 동시에, 그 Digital Output을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력·계통접속·데이터센터와 같은 Physical Assets의 경제적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10. 생산성 혁명 이후의 자산가격


여기에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변화까지 더하면 더욱 흥미로운 그림이 만들어진다.

장기적으로 AI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장의 적응속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AI를 도입해 더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면 일부 직종에서는 고용과 임금의 조정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생산성의 과실이 자본소유자와 AI Infrastructure 소유자에게 더 많이 귀속될 경우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재교육, 이전지출, 사회보장, 노동시장 지원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이 Digital Goods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힘으로 작용하는 한편, 확대되는 재정과 자본축적은 공급이 제한된 실물자산의 명목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장기적인 자산시장은 단순히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Digital Deflation + Physical Asset Inflation

이라는 조합이 더 중요한 프레임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희소성이다


AI 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장 뛰어난 Model과 가장 강력한 Agent를 찾으려 한다.

물론 기술의 우위는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이 성숙한 뒤 누가 가장 많은 경제적 가치를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부가가치는 풍부해진 곳이 아니라 희소성이 남아 있는 곳에 쌓인다.

AI가 발전할수록 Intelligence는 점점 싸지고 접근하기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

Open-weight와 Closed-weight Model은 경쟁하고, Agent와 Application은 확산되며, Software Layer에서는 지속적인 가격경쟁과 기능의 상향평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Intelligence가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Compute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Compute는 토지 위의 Data Center 안에 설치되어 전력망에 연결되어야 한다.

결국 AI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가장 Digital한 기술이 가장 Physical한 Infrastructure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장기적인 AI 산업의 핵심 수혜자는 단순히 AI Model을 만드는 기업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대규모 Compute를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 CSP, AI Factory를 소유하는 Data Center 사업자, 발전과 전력을 제공하는 사업자, 송배전과 전력기기를 공급하는 기업, 그리고 이미 계통접속과 인허가가 끝난 Powered Site를 확보한 자산 소유자까지 하나의 거대한 AI Infrastructure Value Chain을 형성한다.

이 가운데 누가 가장 많은 가치를 가져갈지는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수요가 급증할 때 누가 공급을 가장 늦게 늘릴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는가.

AI 시대의 희소자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이동할 것이다.

초기에는 Intelligence였다.

그 다음은 GPU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전력, Grid Connection, Data Center Capacity와 Energized Land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가 찾아야 하는 것도 단순한 AI 산업의 승자가 아니다.

다음 단계의 병목을 소유한 기업이다.

결국 AI 시대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특정 Model도, 특정 GPU도 아닐 수 있다.

다른 기업이 몇 년을 기다려야 확보할 Capacity를 이미 가지고 있고, 원하는 순간 그것을 Revenue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

필요한 시점에 Intelligence를 생산할 수 있는 물리적 권리, 즉 Time-to-Compute.

지능은 앞으로 놀라울 정도로 풍부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풍부한 지능을 생산하기 위해 모두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좁은 문이 남아 있다면, AI가 만들어낸 막대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결국 그 문을 소유한 사업자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인프라계층으로 포지션을 점차 옮겨야 하는 시점이 언젠간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먼 미래에)


#글을 마치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너무 당연한 흐름이다.

Alphabet, Meta, Microsoft 같은 대형 기술기업들은 자체 LLM 경쟁에만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으로 ROIC를 확보할 수 있는 AI Data Center와 Cloud Infrastructure에 더 많은 자본과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동시에 CSP들은 FDE와 Application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 서로 다른 Layer에서 사업하던 기업들이 이제 위아래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NVIDIA 역시 단순한 GPU Chip 공급자를 넘어, AI Infrastructure의 자본과 Capacity를 연결하는 일종의 AI Federal Bank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적인 흐름은 결국 공급이 제한적이고 비탄력적인 Physical Infrastructure Layer로 사업의 무게중심이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돈의 흐름도 AI 산업의 가장 아래단, 즉 Infrastructure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일까?

이들 역시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AI가 만들어낼 막대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결국 가장 희소하고, 가장 늦게 증설되며, 모두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물리적 병목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끝

생각정리 341 (* 소부장, Where Does Value Accrue in the AI Era?)

AI 시대, 반도체 소부장의 진짜 해자는 어디에 있는가


가끔 주변에서 먼저 연락이 와 특정 종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최근에는 유독 반도체 장비와 소재, 이른바 소부장 기업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메모리 업황이 회복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Capex가 증가하면 결국 관련 기업의 실적도 따라올 것이라는 관점에서 소부장을 바라봤다.

그런데 최근 AI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기업을 보는 기준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메모리 업황이 좋으냐 나쁘냐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치는 결국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이 질문으로 바라보면 같은 반도체 소부장 안에서도 기업마다 장기적인 경쟁우위의 방향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1. 좋은 반도체 업황과 좋은 장기투자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현재 반도체 업황을 놓고 보면 소부장에 긍정적인 근거는 충분하다.

AI 서버의 확산은 HBM과 선단 DRAM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고, 미세공정과 Advanced Packaging의 난도가 높아질수록 공정 수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식각, 증착, 계측, 검사 등 여러 장비의 Wafer Fab Equipment Intensity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KLA는 EUV, HBM, Advanced Packaging과 선단공정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Process Control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Lam Research 역시 AI가 요구하는 반도체 성능이 높아질수록 제조 과정의 복잡도가 증가하며 장비 수요가 확대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인과관계는 명확하다.

AI 수요 증가 → 반도체 성능 요구 상승 → 제조 난도 상승 → Capex 및 공정 투자 증가 → 장비·소재 수요 증가

이 흐름만 보면 반도체 소부장은 AI 시대의 명확한 수혜 산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기투자를 생각한다면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AI는 단순히 반도체 수요를 증가시키는 기술이 아니다. 동시에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고 수율을 개선하는 방법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이미 제조 과정에서 머신러닝과 AI를 Fault Detection, Advanced Equipment Control, Advanced Process Control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과 공정 변동성 감소를 위한 Digital Manufacturing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설계·공정·장비·품질 데이터를 연결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공정과 장비 운영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Semiconductor AI Factory를 구축하고 있다.

AI가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반도체를 더 많이 필요하게 만드는 Demand Effect이고, 다른 하나는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식과 의사결정의 구조를 바꾸는 Productivity Effect이다.

소부장 투자에서는 후자의 영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 앞으로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보다 데이터가 위치한 곳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는 매일 막대한 데이터가 발생한다.

어떤 Wafer가 어떤 장비를 통과했는지, Chamber 내부의 Pressure와 Temperature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Recipe를 변경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최종적으로 어느 Die에서 Defect가 발생했고 Yield가 어떻게 변했는지 수많은 데이터가 끊임없이 쌓인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이 데이터를 누가 가지고 있는가.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단순한 Data Ownership이 아니라 Data Access, Causal Observability, Actuation Authority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세 가지이다.

무엇이 발생했는지를 볼 수 있는가.
왜 발생했는지를 추론할 수 있는가.
그리고 실제 공정을 움직일 수 있는가.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회사는 여기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

TSMC나 삼성전자 같은 Fab Owner는 공장 전체의 데이터를 볼 수 있다.

노광 공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이후 식각과 증착 공정을 거쳐 최종 수율이 어떻게 나왔는지 Cross-process Data를 연결할 수 있다. 장비 한 대가 아니라 전체 제조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반면 ASML과 같은 장비회사는 Fab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장비 내부를 훨씬 깊게 볼 수 있다.

ASML은 한 대의 노광 시스템에 10만 개가 넘는 Actuator와 Sensor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장비 내부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Overlay와 Alignment를 조정하고, 장비 상태를 진단하며 Predictive Maintenance를 수행할 수 있다.

2026.07.15 ASML

Lam Research 역시 장비에서 초당 수천 개의 Data Point를 수집하고 이를 Equipment Intelligence와 결합해 Chamber Drift, Fleet Matching, Excursion 등을 관리하고 있다.

2026.07.29 Lam Research

따라서 앞으로의 경쟁을 단순히 “제조사와 장비사 중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는가”의 문제로만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가치 있는 데이터가 발생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데이터를 이용해 현실세계에 다시 영향을 줄 수 있는가이다.


3. AI 시대의 희소자원은 Closed Loop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반적인 지식의 희소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특정 장비를 수년간 다뤄본 엔지니어만 알고 있던 Troubleshooting 경험이나 Failure Case, Recipe 설정 방식이 중요한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LLM과 AI Agent가 발전하면 이런 Codifiable Knowledge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정리되고 검색되며 조직 내부에서 공유될 수 있다.

특정 엔지니어 한 명의 머릿속에 존재하던 노하우의 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장비회사의 해자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현상도 가능하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현실을 직접 관측할 수 없다면 행동할 수 없다. 장비 내부에서 실제 플라즈마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Nanometer 단위의 Overlay Error가 발생했는지, Chamber 안에서 어떤 물리적 변화가 있었는지는 결국 Sensor와 Metrology가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AI의 판단을 실제 결과로 연결하려면 Actuator가 필요하다.

Recipe를 변경하고, Laser를 조정하고, Gas Flow와 Pressure를 통제하고, 공정 조건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행동이 올바른 결정이었는지를 다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가장 강력한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Observe → Decide → Act → Verify → Learn

이것이 Closed Loop이다.

AI 이전에는 이 Loop의 중간 단계 상당 부분을 인간 엔지니어가 담당했다.

앞으로는 점차 AI와 Software가 그 영역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AI 시대의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질문 역시 달라진다.

AI가 계속 발전할수록 어느 기업의 시스템 안에 더 많은 행동과 결과가 축적되는가?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

그 기업은 행동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가?

데이터가 많다는 것과 좋은 데이터가 많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수백만 개의 데이터가 있어도 무엇이 Yield를 개선했는지 알 수 없다면 경제적 가치는 제한적이다. 반대로 특정 공정의 결과를 결정하는 물리변수를 독점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직접 제어할 수 있다면 데이터의 양이 훨씬 적더라도 가치가 크다.

AI 시대의 진짜 희소자원은 데이터 그 자체보다 Closed Loop의 지배권일 가능성이 높다.


4. 이 관점에서 보면 소부장 안에서도 기업의 가치가 크게 갈린다


여기에서 소부장을 하나의 업종으로 묶어 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같은 반도체 장비기업이라 하더라도 AI가 경쟁우위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ASML과 같은 기업은 자신의 장비 안에서 발생하는 Sensor Data를 직접 확인하고 장비를 제어할 수 있다. Installed Base가 확대될수록 더 많은 Failure Case와 장비 운영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다시 Software와 장비 성능 개선에 사용할 수 있다.

장비 판매 → 데이터 축적 → 알고리즘 개선 → 장비 성능 향상 → Installed Base 확대 → 추가 데이터 축적

일종의 Physical Data Flywheel이 만들어진다.

KLA도 흥미롭다.

KLA가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Wafer에 존재하는 Defect와 Process Variation을 측정하는 것이다. AI가 공정을 최적화하려면 먼저 결과가 좋아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Measurement와 Verification의 중요성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2026.07.28 KLA

AI가 발전할수록 판단 능력이 Commodity화되더라도 현실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능력은 Commodity화되지 않을 수 있다.

Lam Research와 Applied Materials처럼 Process Chamber 내부에서 직접 Wafer를 가공하는 장비기업도 비슷하다. Sensor와 Software, Process Control을 장비 자체에 깊게 결합할수록 AI는 이들의 경쟁우위를 약화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증폭시키는 기술이 될 수 있다.

2026.08.13 Applied materials

반대로 경쟁우위의 상당 부분이 엔지니어의 경험과 고객사와의 정보 비대칭에 의존했던 장비기업은 다르게 봐야 한다.

고객사가 AI를 이용해 공정을 더 잘 이해하고 Troubleshooting 능력을 내부화할수록 과거 장비업체가 가지고 있던 Know-how의 일부가 고객에게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재업체는 여기에서 또 다른 위치에 있다.

많은 소재기업은 제품이 Fab 내부에서 사용되지만 사용 이후 발생하는 Real-time Process Data에 직접 접근하기 어렵다. 결국 최종적인 Yield와 Defect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는 것은 제조사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순히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은 제조사의 AI 역량이 높아질수록 소재의 성능 차이가 더 정확하게 측정되고 비교되면서 오히려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특정 소재가 고객과 Joint Development 형태로 개발되고, Recipe와 소재 조성 자체가 공정 최적화의 일부로 결합되며 쉽게 Second Source로 전환할 수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소재에서도 중요한 것은 동일하다.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인가, 아니면 고객의 Closed Loop 일부를 지배하는 회사인가.


5. AI는 장비산업의 해자를 없애기보다 ‘해자의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강한 반론이 하나 존재한다.

반도체 공정의 난도가 올라갈수록 오히려 장비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반론이 상당히 타당하다고 본다.

High-NA EUV, Gate-All-Around, HBM, Advanced Packaging처럼 제조 난도가 올라갈수록 개별 장비의 기술적 복잡성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런 영역에서는 AI가 발전한다고 해서 제조사가 장비회사의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AI가 지식을 Commodity화한다고 해서 물리학까지 Commodity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발전 → 장비사 해자 약화라는 단순한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양극화이다.

이미 독점적인 Sensor, Metrology, Control Point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AI를 이용해 기존 경쟁우위를 더 빠르게 강화한다.

반대로 공정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고, Hardware 자체의 기술적 진입장벽도 높지 않으며, 서비스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사람의 경험에 의존했던 기업은 고객사의 AI 역량이 높아질수록 정보 비대칭이 사라진다.

AI는 모든 소부장 기업의 해자를 낮추는 기술이 아니다.

강한 해자는 증폭시키고, 약한 해자는 더 빠르게 드러내는 기술에 가깝다.

그래서 앞으로 반도체 소부장 기업 사이의 Valuation Multiple 역시 단순히 시장점유율과 성장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10%의 성장을 하더라도 하나는 고객 Capex가 증가했기 때문에 발생한 성장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Closed Loop가 강화되면서 고객의 Switching Cost와 자신의 데이터 자산이 동시에 증가하는 성장일 수 있다.

두 성장의 질은 전혀 다르다.


6.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기업을 볼 것 같다


앞으로 반도체 소부장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지표가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Capex 증가율은 아닐 것 같다.

그보다 다음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다.

첫째, 이 기업은 자신만 볼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

고객에게 받은 데이터가 아니라 제품 자체에서 독점적으로 생성되는 Sensor, Metrology, Failure Data가 존재하는지를 본다.

둘째, 그 데이터는 결과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데이터가 많아도 Yield와 Productivity를 결정하는 핵심 원인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가치가 제한적이다.

셋째, 관측만 하는가 아니면 행동까지 할 수 있는가.

AI가 분석한 결과를 실제 장비와 공정 제어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넷째, 결과를 다시 검증할 수 있는가.

자신이 수행한 행동이 실제 Yield, Throughput, Reliability를 얼마나 개선했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Installed Base가 증가할수록 경쟁우위도 함께 증가하는가.

한 고객과 한 장비에서 학습한 데이터를 다른 장비와 다른 고객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데이터는 누적적인 자산이 된다.

마지막 질문은 가장 단순하다.

AI가 지금보다 열 배 더 좋아졌을 때 이 회사는 고객에게 더 중요해질 것인가, 덜 중요해질 것인가.

나는 이것이 앞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해자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7. 결국 중요한 것은 ‘가치의 귀속성’이다


AI 시대의 희소자원은 점차 지능 그 자체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델의 성능은 계속 개선될 것이고 추론비용도 장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축적해왔던 수많은 지식과 경험 역시 점차 검색되고 복제되고 이전 가능한 형태로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지능을 현실세계의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를 다시 관측하고 학습할 수 있는가.

반도체 제조업은 이 질문을 생각하기에 매우 좋은 산업이다.

TSMC와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는 Fab 전체를 관통하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ASML은 Lithography라는 특정 영역에서 매우 깊은 Sensor와 Control Data를 가지고 있다.

KLA는 공정의 결과를 판단하는 Measurement와 Verification 지점을 장악하고 있다.

Lam과 Applied Materials는 Wafer가 실제로 변화하는 Process Chamber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어떤 장비와 소재기업은 고객의 Closed Loop 바깥에 위치한다.

AI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산업에 속했느냐가 아니라 이 Loop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도체 업황이 아무리 좋더라도 모든 소부장 기업을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Capex가 대부분의 기업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고객이 성장해서 함께 성장한 기업과, 시간이 흐를수록 고객에게 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 기업 사이의 차이이다.

장기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분기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을 볼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던질 질문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AI가 계속 발전할수록 이 산업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치는 결국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그리고 그 답이 지속적으로 같은 기업을 가리킨다면,

아마 그곳에 우리가 찾는 장기적인 경쟁우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자료



#글을 마치며


남의 장비와 기술을 뒤로 몰래 가져다 쓰는 것도 모자라 경쟁사 엔지니어까지 몰래 데려와 필요한 기술만 빼낸 뒤 내치는 행태. 정작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대외적으로 깎아내리면서, 실체조차 불분명한 자신들의 기술력은 한껏 부풀려 치켜세운다.

이런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이제는 그만했으면 한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데.

아… 또 냉소적인.. 나쁜 버릇.. 

=끝

2026년 8월 13일 목요일

생각정리 340 (* BTM, Gas Turbin, Gas Engine, Electrical Equipment)

다음주 월요일 2026.08.17 BTM 관련해 의미있는 발표가 나오기전 미리 리서치 기록을 남겨본다. 

BTM이 더하는 것은 전력이 아니라 시간이다


AI의 다음 병목이 발전기·엔진·전력기기로 이동하는 이유


AI 경쟁의 단위는 점차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Intelligence per Token
→ Task per Dollar
→ Task per MW
→ Economic Value per MW


기업은 모든 업무에 가장 지능적인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다. 업무의 난이도와 오류 비용에 따라 모델을 배치하고, 여러 종류의 Chip과 데이터센터에 Workload를 Routing하면서 제한된 Compute를 가장 높은 경제적 가치의 Task에 할당한다.

그러나 경쟁 단위가 MW까지 내려오면 새로운 질문이 등장한다.

그 MW를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는가.

2027년에 가동할 수 있는 1MW와 2030년에야 사용할 수 있는 1MW는 동일한 자원이 아니다. AI Compute 수요가 공급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에서는 같은 전력이라도 가동 시점이 빠를수록 훨씬 큰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AI 생산성의 다음 단위는 단순한 Economic Value per MW보다 시간 개념을 포함한

Economic Value per Energized MW-Year

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8월 17일 미국의 대규모 부하 연결 규제 시한과 Behind-the-Meter, 이하 BTM 논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BTM은 미국 전체의 전력량을 새로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대신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공급받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병목은 사라지지 않는다.

Grid Interconnection Queue에서 발전기·엔진·Transformer·Switchgear의 제조 대기열로 이동한다.


1. 8월 17일은 결론의 날보다 방향이 드러나는 첫 관찰일이다


FERC는 6월 18일 PJM, MISO, SPP, CAISO, ISO-NE, NYISO 등 관할 6개 전력시장 운영자에게 대규모 부하 연결 규칙을 정당화하거나 새로운 Tariff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검토 항목은 대규모 부하의 접속 심사, Network Upgrade 비용 부담, Co-location과 BTM 발전, Flexible Load를 위한 새로운 송전서비스, 인접 발전소와 대규모 부하의 통합 심사 등 다섯 가지다. 각 운영자에게 주어진 기본 응답 기간은 60일이며, 그 시한이 8월 17일이다.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그중 가장 중요한 사례는 PJM이다.

FERC가 인용한 PJM 전망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PJM의 Peak Load는 약 32GW 증가하며, 그중 약 30GW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의 가장 큰 실험장이 PJM인 이유다.

다만 8월 17일에 완성된 규칙이 바로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PJM은 7월 28일 해당 절차를 90일간 보류해 달라고 FERC에 요청했다. 대규모 부하 규칙과 별도로 진행 중인 Co-location 규칙을 함께 정리하고,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자체 Tariff 개정안인 Section 205 Filing을 11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PJM)

FERC 역시 처음부터 운영자가 구체적인 Tariff 개정 계획을 제시할 경우 최대 90일의 Abeyance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월요일에 일부 Compliance Filing이 제출되더라도, PJM의 핵심 설계는 11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그렇다고 월요일의 의미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절차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최종 문구보다 미국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어떤 방식으로 전력시스템에 편입하려 하는가이다.

PJM이 제시한 개념안은 New Services Request 절차를 약 12개월로 단축하고, 모든 Network Upgrade가 완료되기 전에 사용할 수 있는 Interim Deliverability와 통제 가능한 Non-Firm Service를 검토하는 방향이다. 핵심은 데이터센터를 무조건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부로 먼저 연결하고 필요할 때 Grid Withdrawal을 제한하는 구조다. (PJM)

이는 미국의 정책 방향이 다음과 같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Wait for Full Grid Capacity
→ Connect Earlier with Conditions
→ Curtail, Self-Supply or Switch During Stress

BTM은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수단이다.


2. BTM의 본질은 발전비 절감이 아니라 Time-to-Power 단축이다


BTM 자가발전을 한다고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수 있는 전력 총량에 동일한 전력이 한 번 더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회사로부터 공급받던 전자를 현장 가스터빈이나 가스엔진이 대신 공급할 뿐이다. 전력의 공급 주체는 달라지지만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 자체는 그대로다.

그럼에도 BTM은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

데이터센터가 Grid Interconnection을 기다리느라 3년 뒤에 가동되는 대신, 현장 발전을 이용해 18개월 뒤에 가동될 수 있다면 BTM은 18개월의 AI Compute 매출을 앞당긴다.

따라서 BTM의 가치는 단순한 발전단가 비교로 계산할 수 없다.

**BTM의 경제적 가치
= 앞당겨진 AI 매출과 Gross Profit

  • 전력공급 신뢰성의 Option Value

  • 추가 발전설비·연료·환경비용**

AI 데이터센터의 Economic Value per MW가 높을수록 개발자는 비싼 발전설비와 높은 연료비를 감수할 수 있다.

가스터빈이나 엔진 발전의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가 Grid Power보다 높더라도, 데이터센터 가동 지연으로 잃게 되는 경제적 가치보다 작다면 BTM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BTM 수요를 움직이는 것은 전력가격만이 아니다.

Cost of Electricity보다 Cost of Delay가 더 중요해지는 시장이다.

이 차이는 발전기 업체의 Pricing Power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일반적인 발전사업자는 터빈 가격을 프로젝트의 예상 전력판매가격과 비교한다. 반면 Hyperscaler는 발전기 가격을 지연될 AI Compute Revenue와 비교할 수 있다.

같은 터빈이라도 구매자의 경제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3. Grid Queue가 짧아지면 Equipment Queue가 길어진다


BTM은 전력망 접속 병목을 완화하지만, 물리적인 공급능력을 새로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Grid Queue를 우회한 프로젝트는 곧바로 다른 제약조건에 부딪힌다.

Gas Turbine
→ Reciprocating Engine
→ Generator
→ Transformer
→ Switchgear·Breaker
→ Microgrid Control
→ Gas Pipeline·Compression
→ Permitting

순서로 병목이 이동한다.

대형 캠퍼스의 전력공급 방식은 프로젝트 규모와 가동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Wärtsilä는 데이터센터 전력시장을 설명하면서 대략 50~400MW 규모를 중속 가스엔진이 경쟁력을 갖는 구간으로, 400MW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를 Heavy-Duty Gas Turbine이 주로 담당하는 구간으로 구분한다. 대규모 캠퍼스도 처음부터 1GW를 한 번에 건설하기보다는 100~200MW 단위로 단계적으로 가동하기 때문에 엔진과 터빈이 함께 사용될 수 있다. (Wärtsilä)

가스엔진은 모듈 단위로 추가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빠른 단계적 가동이 가능하다. 가스터빈은 대규모 전력에서 효율과 운영비 측면의 장점이 있지만, 제작과 EPC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BTM 시장은 한 가지 발전기술이 독점하기보다 다음과 같이 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초기 Energization과 단계적 증설은 엔진·Genset
→ 대규모 장기 Baseload는 가스터빈·CCGT
→ 순간 변동과 전환은 Battery·UPS·Control System

실제 주문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Cummins는 2026년 6월 West Texas의 AI 캠퍼스에 천연가스 Genset을 이용한 BTM Prime Power System을 공급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장비 인도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되며, 단순 비상발전기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주 전원으로 사용되는 구조다. (Cummins Inc.)

Wärtsilä는 미국 데이터센터 관련 3개 프로젝트에서 총 1.2GW의 주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중 789MW는 42대의 50SG 엔진을 이용해 데이터센터에 연속적인 Primary Power를 공급하는 프로젝트이며, 회사는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핀란드 생산능력을 35% 확대하고 있다. (Wärtsilä)

Caterpillar도 2026년 2분기 Power Generation 매출 증가가 데이터센터용 대형 왕복엔진과 터빈 판매에서 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Power & Energy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17%, 부문이익은 30% 증가했으며, 가격 인상 효과도 실적에 기여했다. (Caterpillar Inc.)

대형 가스터빈에서는 제조 Capacity의 제약이 더 분명하다.

GE Vernova의 Gas Power 장비 Backlog와 Slot Reservation은 2026년 1분기 100GW에서 2분기 116GW로 증가했다. 반면 회사의 연간 가스터빈 생산능력은 2026년 3분기 기준 20GW 수준이며, 2028년 24GW, 2030년 3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GE Vernova)

116GW를 모두 데이터센터 수요로 볼 수는 없다. Utility와 산업용 발전 수요가 함께 포함된 숫자다.

그러나 이 차이는 오히려 병목을 강화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자신들끼리만 발전설비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Utility의 노후 발전소 교체, 전력수요 증가, 제조업 리쇼어링, Grid Reliability 투자와 동일한 생산라인을 두고 경쟁한다.

결국 BTM이 확산될수록 희소자원은 발전기 자체를 넘어 발전기의 제조 Slot이 된다.

가동 시점이 중요한 Hyperscaler에게 2028년 인도 Slot과 2031년 인도 Slot은 전혀 다른 상품이다. 따라서 장비 예약계약은 단순한 구매계약이 아니라 Time-to-Power에 대한 Option의 성격을 갖는다.

GPU Allocation 경쟁이 발전기 Factory Slot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4. 더 큰 수혜는 발전설비보다 전력기기 전체에서 나타날 수 있다


BTM을 가스터빈이나 엔진만의 수요로 보는 것은 범위를 지나치게 좁힌다.

발전설비가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그 전력을 AI Server에 바로 공급할 수는 없다.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력은 전압을 조정하고, 보호하고, 변환하고, 분배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BTM Power Island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

Generator·Alternator
→ Step-Up·Step-Down Transformer
→ Medium·High Voltage Switchgear
→ Circuit Breaker·Protection Relay
→ UPS·Battery·Busway
→ Microgrid Controller
→ Cooling·Power Quality System

더 중요한 것은 BTM이 반드시 완전한 Off-Grid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FERC와 PJM이 검토하는 구조는 BTM 발전을 보유한 데이터센터가 평상시에는 Grid에서 일부 전력을 공급받고, 계통이 부족한 시간에는 인출량을 제한하거나 자체 발전으로 전환하는 Hybrid System에 가깝다.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이 경우 데이터센터는 현장 발전설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BTM 발전소를 구축하기 위한 전력기기가 먼저 필요하고, 향후 정식 Grid Connection이 완성되면 Substation과 Interconnection Equipment가 추가로 필요하다.

따라서 BTM은 송배전 투자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전력기기 투자를 두 단계로 앞당기고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1단계: On-site Prime Power와 Microgrid 구축
2단계: Grid Interconnection과 Hybrid Operation 구축

한 캠퍼스가 현장 발전과 Grid Interface를 모두 보유하면 MW당 Electrical Content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현재 주문 데이터도 이러한 방향을 보여준다.

GE Vernova는 2026년 2분기에 Electrification 부문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주문 27억 달러를 확보했고, 상반기 누적 주문은 50억 달러를 넘었다. 이는 2025년 연간 데이터센터 주문의 두 배 이상이다. Electrification의 장비 Backlog도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GE Vernova)

Eaton의 Electrical Americas 부문은 2026년 2분기 12개월 평균 주문이 41% 증가했고, Backlog는 전년 대비 33% 늘었다. 회사는 이전 분기부터 데이터센터 Momentum을 주문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Eaton)

Schneider Electric도 2026년 상반기 데이터센터가 수요 증가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2분기 Energy Management 매출은 유기적으로 18% 증가했고, 그룹 매출과 수익성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chneider Electric)

이것은 단순한 경기순환적 주문 증가로 보기 어렵다.

미국 에너지부는 Transformer, Circuit Breaker, Substation Component, Power Electronics의 공급망 부족으로 핵심 전력기기의 Lead Time이 2년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평가한다. 일부 Transformer 가격은 지난 5년 동안 4~9배 상승했다. (The Department of Energy's Energy.gov)

BTM이 확대되면 이 부족한 장비가 Grid Utility와 데이터센터 현장 발전에 동시에 필요해진다.

즉 BTM은 발전기 수요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공급이 부족한 전력기기 산업에 새로운 수요층을 추가한다.


5. Backup Power가 Prime Power로 전환되면 수익의 질도 달라진다


과거 데이터센터의 엔진과 Genset은 주로 비상발전용이었다.

정전이 발생할 때만 가동되기 때문에 장비 판매 이후의 운전시간과 Service 수요가 제한적이었다.

BTM에서는 성격이 달라진다.

엔진과 터빈이 데이터센터의 Primary Power 또는 장기간의 Bridge Power로 사용되면 가동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장비 신뢰성, 연료효율, Maintenance, Spare Parts, Remote Monitoring, 장기 Service Agreement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진다.

Wärtsilä는 Off-Grid 데이터센터 발전소가 높은 운전시간을 갖기 때문에 장비 판매뿐 아니라 장기 Service와 Lifecycle Margin 측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설명한다. (Wärtsilä)

이 변화는 Earnings 구조에도 중요하다.

BTM 확대
→ Prime Power 장비 주문 증가
→ 장비 가격과 선수금 상승
→ Installed Base 확대
→ 부품·정비·장기서비스 증가
→ Revenue Visibility와 Lifecycle Margin 개선

단순한 Backup Generator 판매보다 Prime Power와 Microgrid Solution의 매출 규모가 크고, 장기 서비스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발전설비 업체가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자에서 데이터센터의 Power Availability를 보장하는 사업자로 이동하는 것이다.

전력기기 업체도 마찬가지다.

Transformer나 Switchgear 하나를 판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데이터센터의 전체 Power Architecture를 설계하고 제어하는 Solution Provider가 더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갈 수 있다.

따라서 BTM에서 중요한 기업은 단순히 가장 많은 터빈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다.

Generation + Electrification + Control + Service

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더 큰 경제적 Rent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6. 산업의 인과관계는 발전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BTM이 전력기기 산업의 Earnings로 연결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AI Task Demand 증가
→ Economic Value per MW 상승
→ Time-to-Power의 가치 상승
→ BTM·Co-location 채택 증가
→ 엔진·터빈·발전기 주문 증가
→ Transformer·Switchgear·UPS·Control 주문 증가
→ 장비 Lead Time과 가격 상승
→ 수주잔고와 매출 가시성 개선
→ Product Mix와 Service Mix 개선
→ Margin·Cash Flow 증가
→ Valuation Premium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단순한 주문액이 아니다.

투자자는 다음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첫째, Backlog가 실제 생산량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는가이다. 주문이 많더라도 공장 Capacity를 확대하지 못하면 매출 인식은 지연된다.

둘째, 가격 상승이 원자재·인건비·증설비용보다 큰가이다. 장기 계약에서 원가 상승을 전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Backlog의 수익성이 달라진다.

셋째, Backup과 Prime Power의 Mix가 어떻게 변하는가이다. Prime Power 비중이 높아질수록 장비당 매출과 Service Revenue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발전장비와 전력기기를 함께 판매할 수 있는가이다. Hyperscaler는 부품 하나보다 빠르게 가동할 수 있는 Integrated Power Solution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

결국 산업의 핵심 KPI도 달라진다.

Order Growth보다 Factory Slot
Backlog보다 Margin Quality
Equipment Sales보다 Service Attachment
Installed MW보다 Energized MW

가 더 중요해진다.


7. 가장 강한 반론은 수요가 아니라 실현률에 있다


이 Thesis가 틀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이유는 전력 공급이 갑자기 충분해지는 것이 아니다.

발표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실제로 모두 건설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대규모 부하 대기열에는 중복 신청, 초기 단계 프로젝트, 전력 확보를 위한 선점성 요청이 포함될 수 있다. EPRI의 데이터센터 전력 전망도 Low Scenario에서는 건설 중인 프로젝트와 Advanced Planning 프로젝트의 일부만 완공되고, High Scenario에서는 더 많은 프로젝트가 공급망과 인허가 제약을 극복한다고 가정한다. (Powering Intelligence)

Model과 Chip의 효율 개선이 Task 증가보다 빨라지거나, AI의 실제 Monetization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 개발자는 예약한 발전설비 Slot을 취소하거나 프로젝트를 연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장기간 쌓인 Backlog는 강점이 아니라 취소와 가격 정상화 위험으로 바뀐다.

두 번째 위험은 인허가다.

FERC는 Interstate Transmission과 Wholesale Tariff를 다루지만 발전소 입지, 대기오염 허가, 소매 전력요금과 상당수 환경 규제는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으로 남아 있다. FERC가 BTM의 송전시장 규칙을 정리하더라도 현장 가스터빈, 엔진, Gas Pipeline이 자동으로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세 번째 위험은 BTM의 조건이 예상보다 엄격해지는 경우다.

PJM의 구상처럼 신규 대규모 부하가 충분한 신규 발전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계통이 부족한 시간에 부하를 줄이거나 현장 Backup Resource로 전환해야 할 수 있다. Network Upgrade와 Resource Adequacy 비용도 데이터센터에 더 직접적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PJM)

이 경우 BTM은 값싼 우회로가 아니라

발전설비를 직접 확보하고, 계통비용을 부담하며, 필요할 때 부하까지 조절해야 하는 조건부 서비스

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이 발전기와 전력기기 수요를 반드시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Data Center가 자체 공급능력과 신뢰성을 입증해야 한다면 더 많은 On-site Generation, Storage, Control, Protection Equipment가 필요할 수 있다.

규제가 느슨해져도 장비가 필요하고, 규제가 엄격해져도 Compliance를 위한 장비가 필요하다.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병목이 전력기기 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결론: BTM은 전력의 천장을 높이지 않지만 희소성의 가격을 높인다


8월 17일에 미국의 완성된 BTM 정책이 한 번에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FERC는 지역별 차이를 인정하고 있고, PJM은 90일의 추가 시간을 요청했다. 가장 중요한 PJM의 Tariff 설계는 11월 초에서 중순에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책의 큰 방향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모든 Network Upgrade와 신규 발전소가 완성될 때까지 데이터센터를 기다리게 하는 방식만으로는 AI 전력수요를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Flexible Load

  • Conditional Interconnection

  • Co-location

  • Behind-the-Meter Generation

  • Bring Your Own Capacity**

를 결합해 데이터센터를 먼저 연결하고, 시스템이 부족한 시간에는 Grid Withdrawal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BTM은 새로운 전력을 무한히 추가하지 않는다.

대신 미래에 공급될 전력을 현재로 앞당긴다.

그리고 앞당겨진 MW의 경제적 가치가 높을수록 Hyperscaler의 발전설비와 전력기기에 대한 지불의사도 높아진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BTM이 완전한 Off-Grid의 장기 해법이 아니라 Grid Connection이 완성될 때까지의 Bridge이자 이후에도 유지되는 Hybrid Power Architecture로 자리 잡는 것이다.

가장 과소평가된 부분은 BTM이 가스터빈 수요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발전에는 엔진·Generator뿐 아니라 Transformer, Switchgear, Breaker, UPS, Busway, Protection System, Microgrid Control이 필요하다. 이후 Grid에 연결될 때는 또 다른 Substation과 Interconnection Equipment가 필요하다.

따라서 BTM은 전력망 투자를 대체하기보다 MW당 전력기기 투입량을 늘릴 수 있다.

가장 큰 비대칭적 기회는 BTM 규칙의 제도화와 Hyperscaler의 장비 Slot 선점이 제조 Capacity 증설보다 먼저 진행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희소성의 Rent는 발전소 운영자에게만 가지 않는다.

가스터빈 제조사
→ 중속엔진·Genset 업체
→ Generator·Transformer 업체
→ Switchgear·UPS·Cooling 업체
→ Microgrid·Control 업체
→ 장기 Service 사업자

로 넓게 분산된다.

반대로 가장 큰 위험은 실제 AI 수요가 현재 프로젝트 Pipeline에 미치지 못하거나, Model·Chip 효율 개선으로 필요한 Firm MW가 예상보다 작아지는 경우다.

결국 확인해야 할 것은 발표된 데이터센터 GW가 아니다.

실제로 계약된 발전설비 MW, 확보된 Factory Slot, 설치된 전력기기, 그리고 가동을 시작한 Energized MW다.

AI 산업의 경쟁 단위는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Intelligence per Token
→ Task per Dollar
→ Task per MW
→ Economic Value per MW
→ Economic Value per Energized MW-Year


결국 전력의 시간가치가 높아질수록 그 시간을 앞당겨주는 발전기·엔진·전력기기의 희소성과 경제적 가치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