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5일 수요일

생각정리 311 (* 메모리 망상 -2)

또 시장이 발작하고 있다. 이럴 때 주가창만 하염없이 바라보기보다,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을 하나씩 공부하며 생각을 정리해보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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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여전히 AI 메모리 수요를 정적인 변수처럼 다룬다. 연도별 출하량과 수요 증가율을 미리 정해놓고, 그 안에서 공급과 가격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AI 메모리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매일 새로운 모델과 알고리즘, 서비스, 인프라 투자가 등장하면서 수요의 크기와 방향이 계속 달라지는 동적인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모델 구조가 달라지면 필요한 메모리의 종류와 용량이 달라지고, 추론비용이 낮아지면 사용량과 Context 길이가 증가한다. Agent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유지해야 할 작업 상태와 장기기억도 함께 늘어난다. 알고리즘의 효율 개선조차 단위당 메모리 절감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몇 년 뒤의 AI 메모리 수요를 현재의 고정된 가정만으로 추정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연도별 증가율 하나를 정확히 맞히는 일보다, AI의 성능과 비용, 활용 범위가 변화할 때 메모리 수요가 어떤 경로로 다시 확장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에서 출발해 관련 연구와 자료를 하나씩 살펴보고, Scaling law와 알고리즘 혁신이 장기적으로 AI 메모리 수요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핵심 요약


이 글의 핵심 주장은 AI 알고리즘이 발전해 작업당 메모리 사용량이 줄어들더라도, AI의 활용 범위와 작업시간이 더 빠르게 확대되면서 사회 전체의 메모리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 Scaling Law가 계속 작동하는 이유


현실 세계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규칙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희귀한 사건과 복잡한 예외도 끝없이 남아 있다. 모델·데이터·연산량을 늘리면 일반적인 패턴을 넘어 드문 조건과 예외까지 더 세밀하게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성능 개선 속도는 둔화되더라도 Scaling Law 자체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 연산보다 중요한 것은 연산을 통해 축적한 기억


연산은 지능을 직접 만들어내는 저장장치라기보다, 데이터 속에서 세계의 구조를 찾아내는 수단이다. 이렇게 발견한 구조는 모델 가중치와 Context, Agent의 현재 상태, 외부 장기기억 등의 형태로 저장된다. 결국 AI 성능은 더 많은 계산뿐 아니라 계산을 통해 발견한 정보를 얼마나 잘 저장하고 다시 꺼내 쓰는가에 좌우된다. 

3. 범용 Agent가 발전할수록 메모리 상한은 계속 높아짐


AI가 수행하는 업무의 종류가 많아지고 작업시간이 길어질수록 유지해야 하는 중간 상태와 과거 경험이 누적된다. 특히 미래에 어떤 정보가 필요할지 미리 알기 어려운 범용 Agent는 단일 목적 AI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정보를 보존해야 한다. 다만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것보다 무엇을 압축하고, 보존하고, 삭제할지를 판단하는 기억의 선택 능력이 중요해진다. 

4. 알고리즘 효율화가 전체 메모리 수요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음


MoE, KV Cache 양자화, 가치함수, RAG와 같은 기술은 작업당 연산량이나 메모리 사용량을 낮춘다. 그러나 절감된 자원은 더 긴 Context, 더 많은 동시 사용자, 더 큰 모델, 더 복잡하고 장시간 수행되는 업무에 다시 투입될 수 있다. 따라서 봐야 할 지표는 AI 한 번당 메모리 사용량보다 효율 개선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전체 AI 작업량이다. 

5. 가치함수는 메모리를 줄이기보다 Agent의 작업시간을 늘릴 가능성


가치함수가 발전하면 불필요한 탐색과 reasoning token, 순간적인 KV Cache 사용량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Agent의 신뢰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짧은 작업을 넘어 수백·수천 단계의 장기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유지해야 할 업무 상태와 중간 결과, 경험 데이터와 장기기억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6. 메모리 수요는 HBM에서 전체 계층으로 확산


AI 메모리 수요는 HBM에만 집중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모델 가중치와 KV Cache: HBM

  • Agent의 현재 업무 상태와 Cache Offload: 서버 DRAM

  • 장기 경험과 원본 업무 기록: NAND·SSD

  • 로봇·자동차·개인 디바이스의 Edge AI: LPDDR·Edge NAND

AI가 학습과 단기 추론을 넘어 장기 업무와 개인별 경험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발전할수록 메모리 수요도 계층형으로 확장된다는 논리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


AI 효율화는 메모리 수요를 낮추는 기술이라기보다, AI가 더 많은 사용자와 더 긴 업무, 더 넓은 세계를 다룰 수 있게 만들어 전체 메모리 수요의 범위를 확장하는 기술이라는 것이 글의 결론이다.




Scaling Law의 근원과 AI 메모리 수요의 확장


AI는 왜 더 많이 계산하고, 더 많이 기억할수록 똑똑해지는가


지난 글에서는 Physical AI의 발전을 감정과 가치함수, 경험과 정체성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조금 더 가까운 시점의 질문을 다뤄보고자 한다.

Scaling law는 왜 여전히 AI 성능 향상에 효과적인가?
그리고 알고리즘이 발전해 AI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수록 메모리 수요는 줄어들까?
오히려 더 커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Scaling law의 본질은 더 많은 계산이 그 자체로 지능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지 않다. 현실 세계에 숨어 있는 더 많은 구조와 예외를 연산을 통해 찾아내고, 이를 모델의 가중치와 Context, 외부 기억에 축적할수록 예측 오차가 낮아지는 현상에 가깝다.

동시에 알고리즘 혁신은 작업 하나에 필요한 연산량과 메모리 사용량을 낮춘다. 그러나 낮아진 비용은 AI의 보급 대수와 작업량, 작업시간, 기억해야 할 경험의 범위를 더 빠르게 늘릴 수 있다. 단위당 효율 개선과 전체 메모리 수요 증가는 충분히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관련 글: 생각정리 307 - 메모리 망상


I. Scaling law는 왜 아직도 작동하는가


1. Scaling law를 가장 단순하게 이해하는 방법


Scaling law는 모델의 파라미터와 학습 데이터, 연산량을 늘릴수록 AI의 예측 오차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감소하는 경험적 관계이다.

이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L(C)=L+aCβ

  • (L(C)): 주어진 연산량에서의 예측 오차

  • (C): 학습이나 추론에 투입한 연산량

  • : 현재 데이터와 모델 구조에서 접근할 수 있는 오차의 한계

연산량을 두 배로 늘린다고 성능이 두 배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성능 개선 폭은 점차 작아진다. 다만 충분히 넓은 구간에서는 모델과 데이터, 연산량을 늘릴수록 오차가 꾸준히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된다.

여기서는 학습과 추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학습 Scaling은 더 많은 파라미터와 데이터, 학습 연산을 사용해 더 우수한 기본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다.

  • 추론 Scaling은 학습을 마친 모델이 답변 후보를 더 많이 생성하고, 스스로 수정하고,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정답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다.


두 방식 모두 추가 연산을 성능 향상에 사용하지만, 학습 Scaling은 모델 자체의 능력을 높이고, 추론 Scaling은 이미 가진 능력을 더 효과적으로 꺼내 쓴다는 차이가 있다.

https://arxiv.org/html/2408.00724#S2.F2

관련 자료: Kaplan et al., Scaling Laws for Neural Language Models, Inference Scaling Laws, Scaling LLM Test-Time Compute Optimally


2. 연산은 지능을 직접 만드는 대신 세계의 구조를 찾아낸다


더 많은 GPU와 전력을 투입하면 지능이 자연스럽게 생성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연산은 정보를 보존하는 저장장치가 아니라, 데이터 안에서 반복되는 패턴과 관계를 찾아내는 수단이다.

학습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에서 반복되는 구조를 찾는다 → 찾은 구조를 모델의 가중치에 압축한다 → 추론할 때 이를 다시 꺼내 사용한다


AI가 학습을 마친 뒤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과거에 소비한 연산량이 아니라, 그 연산을 통해 만들어진 파라미터와 내부 표현이다. 더 많은 계산은 데이터에 숨어 있던 세계의 구조를 더 세밀하게 발견하고, 이를 모델 안에 축적할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서 가중치는 원문 데이터를 그대로 보관하는 데이터베이스와는 성격이 다르다. 수많은 사례에서 반복되는 문법과 개념, 사물 사이의 관계, 특정 조건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분산된 형태로 압축한다.

예를 들어 모델은 비와 젖은 도로에 관한 모든 문장을 그대로 외우는 대신, 여러 사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관계를 내부 표현으로 만든다. 모델의 용량과 학습 데이터가 늘어나면 일반적인 관계뿐 아니라 이를 뒤집는 세부 조건과 예외까지 더 많이 구분할 수 있다.


https://arxiv.org/html/2102.06701#S1.F1
특히 Figure 1b가 데이터 증가에 따라 세계의 함수를 더 세밀하게 근사한다는 설명

관련 자료: Hoffmann et al., Training Compute-Optimal Large Language Models, Bahri et al., Explaining Neural Scaling Laws, A Neural Scaling Law from the Dimension of the Data Manifold


3. 현실은 규칙적이지만 끝없이 많은 예외를 가진다


Scaling law가 오랫동안 작동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실 세계의 성격에 있다.


세상이 완전히 무작위라면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학습해도 일반화할 수 있는 규칙을 찾기 어렵다. 반대로 몇 개의 단순한 법칙만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작은 모델도 금방 성능의 상한에 도달했을 것이다.

현실은 그 사이에 위치한다. 반복되는 구조가 충분히 많아 학습할 수 있으면서도, 드문 사건과 예외, 여러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이 계속 남는다. 모델의 용량과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새롭게 학습할 대상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자연어와 현실의 사건은 대체로 긴 꼬리 분포를 가진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와 일반적인 상황은 작은 모델도 비교적 쉽게 익힌다. 이후 성능을 더 높이려면 빈도가 낮은 개념, 드문 예외, 여러 조건이 동시에 결합된 관계까지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작은 모델은 “비가 오면 길이 젖는다”는 관계를 배울 수 있다. 정확도를 더 높이려면 다음 조건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 도로에 지붕이 있는가

  • 기온이 영하인가

  • 배수 상태는 양호한가

  • 노면의 재질은 무엇인가

  • 바람의 방향과 강도는 어떠한가


모델이 커질수록 현실을 더 세밀한 조건부 구조로 나누고, 일반적인 규칙에서 벗어나는 상황까지 설명하게 된다. 성능 개선 폭은 느려져도 추가로 배울 대상은 계속 남는다.

관련 자료: Neural Scaling Laws Rooted in the Data Distribution, The Quantization Model of Neural Scaling, An Exactly Solvable Model for Emergence and Scaling Laws


4. 오차가 멱법칙으로 감소하는 이유


이이 현상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현실의 패턴을 자주 나타나는 순서대로 배열해볼 수 있다.

p(r)rα

여기서 rr은 패턴의 빈도 순위이다. 작은 모델은 자주 등장하는 상위 패턴부터 학습하고, 모델과 데이터가 커지면 빈도가 낮은 패턴과 드문 예외까지 차례로 학습한다.

모델이 상위 KK개의 패턴을 학습했다고 가정하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오류는 KK 이후에 남아 있는 희귀 패턴의 합으로 볼 수 있다.

L(K)Lr>Kp(r)K1α

모델 크기와 연산량이 늘어날수록 학습 가능한 패턴의 수 KK도 증가한다. 그 결과 잔여 오차가 멱법칙 형태로 완만하게 감소할 수 있다.

이 모형은 모든 LLM의 작동 원리를 완전히 설명하는 이론이라기보다 Scaling law를 이해하기 위한 직관적인 틀이다. 동시에 평균적인 손실은 부드럽게 낮아지는데 특정 능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도 설명해준다.

하나의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여러 하위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모델이 필요한 하위 능력을 하나씩 습득하다가 마지막 조건까지 갖추는 순간, 외부에서는 새로운 능력이 갑자기 출현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Scaling 과정에서 능력이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능력을 구성하는 여러 하위 조건이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일 수 있다.

관련 자료: The Quantization Model of Neural Scaling, Neural Scaling Laws Rooted in the Data Distribution


5. 학습을 마친 모델도 더 오래 생각하면 성능이 좋아질 수 있다


학습을 마친 모델은 하나의 질문에 항상 같은 답을 내놓지 않는다. 정답 경로를 생성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여러 경로를 탐색하고 비교하면서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다.

추론 Scaling에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포함된다.

  • 더 긴 reasoning을 수행한다.

  • 여러 후보 답변을 병렬로 생성한다.

  • 중간 결과를 검토하고 잘못된 경로를 수정한다.

  • Verifier나 Reward Model로 후보의 우열을 평가한다.

  • 여러 Agent의 답변을 비교하고 통합한다.

  • 어려운 문제에 더 많은 추론 자원을 배분한다.


기본 모델이 정답 후보를 만들 수 있고, 검증 과정이 후보의 우열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면 추가 추론은 실패 확률을 낮춘다.

다만 추론 시간을 무한히 늘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모델이 정답 경로를 생성하지 못하거나 검증기가 잘못된 답을 가려내지 못하면 추가 연산은 같은 오류를 반복할 수 있다.

따라서 추론 Scaling의 핵심은 오래 생각하는 시간 자체보다 어떤 문제에 얼마나 많은 연산을 배분하고, 어느 경로를 계속 탐색하며, 언제 중단할지를 판단하는 능력에 있다. 이 지점에서 추론과 가치함수가 연결된다.

관련 자료: Simple and Provable Scaling Laws for Test-Time Compute, Scaling Test-Time Compute for LLM Agents


II. Scaling law는 어떻게 메모리 수요로 이어지는가


1. AI가 사용하는 기억은 한 종류가 아니다


Scaling law를 메모리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와 연산, 기억의 관계가 보다 분명해진다.

DataComputePattern DiscoveryMemoryInferenceData \rightarrow Compute \rightarrow Pattern\ Discovery \rightarrow Memory \rightarrow Inference


데이터는 세계에 대한 관찰을 제공한다. 연산은 관찰 속에서 반복되는 구조를 찾는다. 찾아낸 구조는 여러 형태의 메모리에 저장되고, 추론 과정에서 현재 질문과 결합되어 답변이나 행동으로 이어진다.

AI의 기억은 크게 세 층으로 나눠볼 수 있다.


Scaling law는 연산을 통해 발견한 세계의 구조를 더 큰 모델과 메모리 체계에 축적할수록 예측 오차가 낮아지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Scaling law 논문이 직접 내린 정의라기보다 관련 연구를 메모리 관점에서 재구성한 표현이다.


관련 자료: Scaling Laws for Neural Language Models, MemOS: An Operating System for Memory-Augmented Generation, Explaining Neural Scaling Laws


2. 세상을 완벽하게 복제하려면 저장량은 계속 증가한다


현실에서는 매 순간 새로운 정보가 생긴다. 사람들의 대화와 행동, 기업의 의사결정, 가격 변화, 기후, 기술, 제도는 과거 데이터만으로 완전히 복원할 수 없는 새로운 상태를 만든다.

새로 발생하는 정보를 손실 없이 모두 저장하려면 필요한 메모리는 시간에 따라 누적된다.

M(T)0TInew(t)dt

새롭게 생성되는 정보량이 계속 0보다 크다면 세상을 완벽하게 복제하기 위한 총저장량도 계속 늘어난다.

현실은 경로 의존적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같은 사건이라도 그전에 어떤 일이 있었고, 당사자가 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미래에 어떤 질문이나 목적이 주어질지 알 수 없다면 현재는 사소해 보이는 정보가 나중에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특정 업무만 수행하는 AI는 필요한 정보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반면 어떤 질문과 목표가 주어질지 미리 정해지지 않은 범용 AI는 불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구분하기 어렵다. 범용성이 높아질수록 보존해야 할 정보의 범위도 넓어진다.

관련 자료: Claude Shannon, 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 Planning and Acting in Partially Observable Stochastic Domains, Generative Agents


3. 더 많은 기억이 곧 더 높은 지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관찰한 모든 장면을 같은 해상도로 기억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현상은 하나의 개념이나 규칙으로 압축한다. 중요도가 낮은 세부 정보는 잊고, 예상과 달랐던 사건이나 감정적으로 중요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남긴다.

AI도 모든 데이터를 현재 Context에 넣는 방식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관련성이 낮은 정보와 반복된 도구 출력, 오래된 실패 기록이 Context를 채우면 중요한 단서가 희석되고 추론 속도와 정확도가 함께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AI의 지능은 기억의 총량과 함께 다음 능력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 반복되는 사건에서 공통 구조를 추출하는 능력

  • 개별 경험을 더 작은 표현으로 압축하는 능력

  • 현재 목표와 관련된 기억을 정확히 검색하는 능력

  • 중요도가 낮아진 기억을 삭제하거나 다시 요약하는 능력


AI 메모리가 하나의 거대한 저장공간보다 계층형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현재 작업에 필요한 정보는 빠른 메모리에 두고, 장기 경험과 원본 기록은 대용량 저장장치에 보관한 뒤 필요한 순간에 일부만 불러오는 방식이다.

AI의 지능은 기억의 총량보다 필요한 정보를 올바른 형태로 저장하고, 적절한 순간에 다시 불러오는 능력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

https://ar5iv.labs.arxiv.org/html/2304.03442#S3.F5


관련 자료: Memory as Action, MemGPT, Titans: Learning to Memorize at Test Time


4. 메모리가 충분해도 완벽한 예측에는 도달하기 어렵다


과거 정보를 빠짐없이 저장해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현실에는 관찰하지 못한 숨은 변수와 측정 오차, 인간의 새로운 선택, 확률적 사건이 존재한다.

일부 동적 시스템에서는 초기 조건의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확대된다. 현재 상태를 무한한 정밀도로 측정할 수 없다면 완벽한 모델을 가정해도 장기 예측에는 오차가 남는다.

현실의 Agent 역시 세상의 실제 상태를 직접 보는 대신 불완전한 관찰을 바탕으로 현재 상태를 추정한다. POMDP 이론에서는 Agent가 과거의 관찰과 행동을 이용해 현실에 대한 확률적 믿음 상태를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AI가 추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는 모든 불확실성의 제거보다, 제한된 관찰과 메모리 안에서 현재 상태를 최대한 정확히 추정하고 남은 불확실성을 반영해 행동하는 것이다.

관련 자료: Edward Lorenz, Deterministic Nonperiodic Flow, The Limits of Machine Prediction, Planning and Acting in Partially Observable Stochastic Domains


5. 범용성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메모리의 상한도 멀어진다


체스 AI는 현재 보드와 제한된 경기 이력만으로 작동할 수 있다. 정해진 공정만 수행하는 제조 로봇도 필요한 환경 정보의 범위가 비교적 좁다.

범용 Agent는 상황이 다르다. 앞으로 어떤 질문과 목표가 주어질지 알 수 없고, 과거의 어떤 정보가 새로운 업무에 필요해질지도 사전에 판단하기 어렵다. 투자 분석에서는 중요하지 않았던 정보가 법률 판단에서는 핵심이 될 수 있고, 평범한 대화가 몇 년 뒤 사용자 관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이를 개념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Memory DemandWorld Scope×Task Diversity×Time Horizon×Required Accuracy

AI가 다루는 세계의 범위와 업무의 다양성, 작업의 시간적 길이, 요구되는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필요한 메모리의 실질적인 상한은 계속 멀어진다.

  • 다루는 세계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저장해야 할 정보가 증가한다.

  • 수행하는 업무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필요한 기억의 종류도 다양해진다.

  • 작업시간이 길어질수록 유지해야 할 중간 상태와 경험이 누적된다.

  • 요구되는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드문 예외와 세부 조건까지 보존해야 한다.


https://arxiv.org/html/2606.06448#S4.SS7.F9
작업시간과 사용자 History가 길어질수록 Agent의 장기기억 비용과 저장량이 누적된다는 본문의 주장을 직접 뒷받침


관련 자료: Generative Agents, Agent Memory: Characterization and System Implications of Stateful Long-Horizon Agents


6. 결국 핵심은 기억의 선택이다


범용 Agent는 새로운 사건을 관찰할 때 저장 여부와 형태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 미래 행동에 다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가

  • 기존 세계모델의 예상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

  • 실패나 위험을 설명하는 중요한 예외인가

  • 다른 기록으로부터 복원할 수 있는가

  • 원본을 남겨야 하는가, 요약만으로 충분한가

  • 활성 Context에 둘 것인가, 외부 기억으로 옮길 것인가

  • 언제 삭제하거나 더 짧게 압축할 것인가


이러한 판단은 추론과 분리된 부가 기능에 머물기 어렵다. 무엇을 기억할지 결정하는 행위 자체가 Agent의 핵심 행동정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AI에게 메모리는 정보를 계속 쌓기만 하는 창고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무엇을 남기고 압축하고 잊을지 결정하는 동적 시스템에 가깝다.

세상이 새로운 정보를 계속 만들어내는 한 시스템 전체의 저장 수요는 열려 있다. 그러나 지능의 질은 기억의 양보다 선택과 검색의 정확도에서 크게 갈릴 것이다.

https://arxiv.org/html/2510.12635#S3.F2

관련 자료: Memory as Action, Google Research, Titans and MIRAS, MemGPT


III. 알고리즘이 발전하면 메모리 수요는 줄어들까


1. 단위당 효율과 전체 수요는 구분해야 한다


AI가 모든 경험을 원본 그대로 저장하고, 매번 전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면 비용과 전력, 지연시간이 빠르게 증가한다. 범용 AI와 장기 Agent가 대규모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억을 선택하고 압축하며, 필요한 일부만 불러오는 알고리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알고리즘 혁신은 작업 하나에 필요한 연산량과 메모리 사용량을 줄인다. 동시에 비용과 속도, 정확도를 개선해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었던 기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전체전체 메모리 수요를 개념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Total Memory Demand=AI Deployment×Task Volume×Task Horizon×State per TaskMemory Efficiency


이는 물리 법칙이나 산업 표준 모델이 아니라 수요의 방향을 설명하기 위한 분석식이다.

알고리즘이 작업당 메모리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AI 보급 대수와 작업량, 작업시간, 작업당 유지해야 할 상태가 그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전체 메모리 수요는 확대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핵심 질문은 “AI 한 번 실행에 필요한 메모리가 줄어드는가”보다 “효율 개선으로 얼마나 많은 새로운 AI 작업이 생겨나는가”에 가깝다.

관련 자료: OpenAI, Measuring the Algorithmic Efficiency of Neural Networks, IEA, Efficiency Should Always Be the First Answer


2. MoE는 연산 효율과 메모리 용량을 분리한다


MoE는 여러 Expert를 모델 안에 유지하면서 입력에 따라 필요한 일부만 활성화하는 구조이다.

Dense Model에서는 각 토큰이 모델의 대부분 파라미터를 통과한다. MoE에서는 토큰의 성격에 맞는 일부 Expert만 사용한다.

Total ParametersActive Parameters per TokenLimited


이 구조를 사용하면 모델이 보유한 전체 지식 용량은 크게 늘리면서 토큰 하나를 처리하는 연산량의 증가는 제한할 수 있다.

다만 당장 활성화되지 않은 Expert도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 저장돼 있어야 한다. 전체 파라미터와 Expert 저장공간이 늘고, Expert 사이의 데이터 이동과 통신도 중요해진다.

MoE는 알고리즘 효율화가 메모리 수요를 일방적으로 줄이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토큰당 연산량을 낮추는 대신 더 큰 모델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면서 시스템의 Memory-to-Compute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관련 자료: Switch Transformers, Google Research, Mixture-of-Experts with Expert Choice Routing


3. 가치함수는 탐색을 줄이지만 작업시간을 늘릴 수 있다


가치함수는 현재 상태나 행동 경로가 장기적으로 얼마나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를 평가한다. 강화학습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개념이며, AlphaGo 역시 Value Network로 현재 바둑판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평가해 탐색 범위를 줄였다.

앞으로 중요한 돌파구는 정해진 게임을 넘어 열린 현실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범용 가치함수일 가능성이 높다. 장기 작업이 끝나기 전에 현재 경로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경로를 조기에 중단하며, 새로운 상황에도 평가 기준을 일반화하는 능력이다.

가치함수가 정확해지면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탐색해야 할 경로가 줄어든다.

100개 경로의 탐색5개 유망 경로의 집중 탐색


이에 따라 reasoning token과 순간적인 KV Cache 사용량은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 전체의 변화는 반대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가치함수가 Agent의 신뢰성을 높이면 지금보다 훨씬 길고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10단계 이후 오류가 누적되는 Agent가 1,000단계의 작업을 수행하게 되면 순간 탐색량이 줄더라도 유지해야 할 업무 상태와 중간 결과, 과거 경험, 장기기억은 크게 늘어난다.

가치함수의 가장 큰 경제적 효과는 추론 토큰 절감보다 AI가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시간적 범위를 늘리는 데서 나타날 수 있다.

관련 자료: Google Research, AlphaGo and Value Networks, Mastering the Game of Go with Deep Neural Networks and Tree Search, Scaling Test-Time Compute for LLM Agents


4. 메모리 압축은 남는 공간보다 더 큰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


KV Cache 양자화도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KV Cache의 정밀도를 낮추면 토큰당 필요한 메모리를 줄일 수 있다. 이때 확보된 공간은 비어 있는 상태로 남기보다 더 긴 Context와 더 큰 Batch Size, 더 많은 동시 사용자를 처리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NVIDIA는 FP8 KV Cache를 NVFP4로 낮춰 메모리 사용량을 50% 줄이고, 이를 Context 길이와 Batch Size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시했다. 단위 작업의 효율 개선이 전체 메모리 절감보다 서비스 규모를 키우는 여력으로 전환되는 사례이다.

과거 알고리즘 효율 개선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OpenAI의 연구에 따르면 AlexNet 수준의 성능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학습 연산량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약 44분의 1로 감소했다.

같은 성능을 훨씬 적은 연산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지만, 절감된 자원은 더 큰 모델과 새로운 AI 기능을 만드는 데 다시 투입됐다.

https://developer.nvidia.com/blog/optimizing-inference-for-long-context-and-large-batch-sizes-with-nvfp4-kv-cache/#how-kv-cache-impacts-performance


알고리즘 효율 개선의 산업적 의미는 기존 작업의 원가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낮아진 비용과 향상된 성능이 과거에는 실행할 수 없었던 새로운 수요를 만든다는 데 있다.

https://arxiv.org/html/2602.22603#S4.F5

관련 자료: NVIDIA, Optimizing Inference with NVFP4 KV Cache, OpenAI, Measuring the Algorithmic Efficiency of Neural Networks


5. AI에서는 제본스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제본스 효과는 효율 개선으로 서비스 가격이 낮아지고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전체 자원 소비가 예상보다 적게 감소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다.

AI에서는 가격 하락과 함께 성능 향상이 동시에 발생한다.

Algorithmic InnovationCapability/JouleCost/TaskAddressable Tasks


알고리즘이 좋아지면 같은 질문을 더 싸게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더 복잡하고 긴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AI가 단순한 질문 응답에서 업무 전체의 수행으로 이동하고, 필요할 때만 호출하는 도구에서 계속 작동하는 Agent로 바뀌며, 기업별 공용 AI에서 사용자별 개인 Agent로 분화할 수 있다.

따라서 AI에서는 효율 개선이 가격을 낮추는 가격효과와 수행 가능한 업무를 넓히는 성능효과를 동시에 만든다. AI 수요의 증가폭이 일반적인 에너지 서비스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이유이다.

이는 현재까지 확정된 산업 법칙이라기보다 알고리즘의 효율 향상과 AI 활용 범위 확대를 연결한 가설이다. 다만 MoE, KV Cache 압축, 추론 효율 개선에서 이미 그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자료: IEA, Efficiency and Rebound Effect, OpenAI, AI and Efficiency


6. 알고리즘별로 수요가 늘어나는 메모리는 다르다


알고리즘 혁신이 전체 메모리 수요를 확대하더라도 모든 메모리 제품이 같은 방식으로 수혜를 받지는 않는다.


활성 가중치와 KV Cache가 늘어나면 HBM 수요가 강해진다. Agent의 현재 상태와 Cache Offload가 증가하면 서버 DRAM의 역할이 커진다. 장기 경험과 업무 기록, 원본 데이터가 누적되면 NAND와 SSD가 중요해진다. 소형 모델이 자동차와 로봇, 개인 디바이스로 확산되면 LPDDR과 Edge NAND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

결국 AI 메모리 수요는 HBM 한 제품에 머무르기보다 학습과 순간 추론, 장기 작업, 경험의 영구 저장을 연결하는 계층형 수요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 자료: Switch Transformers, NVIDIA, KV Cache Quantization, MemGPT


IV. 가치함수는 기억을 줄이기보다 기억의 질을 바꾼다


정확한 가치함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상태만 보는 것으로 부족할 수 있다. AI는 과거의 어떤 초기 신호가 실패로 이어졌는지, 특정 사용자가 어떤 결과를 선호했는지, 비슷해 보이는 두 상황이 실제로 왜 다른 결과를 만들었는지를 학습해야 한다.

가치함수의 정확도는 과거 경험과 현재 상태, 행동 이후의 장기 결과를 연결하는 능력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치함수는 기억을 없애는 기술보다 기억을 관리하는 기술에 가까워질 수 있다. 어떤 경험을 저장하고, 어떤 기억을 다시 불러오며, 무엇을 잊을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ExperienceValue EvaluationSelective MemoryBetter DecisionMore DeploymentMore ExperienceExperience \rightarrow Value\ Evaluation \rightarrow Selective\ Memory \rightarrow Better\ Decision \rightarrow More\ Deployment \rightarrow More\ Experience

이 순환이 형성되면 Agent 보급과 메모리 수요는 서로를 강화한다.

  1. 더 많은 Agent가 실제 업무에 배치된다.

  2. Agent가 더 많은 경험과 결과 데이터를 만든다.

  3. 가치함수가 중요한 경험을 선별해 기억한다.

  4. 축적된 경험이 이후 의사결정의 정확도를 높인다.

  5. 높아진 신뢰성이 다시 Agent의 보급과 작업시간을 늘린다.

장기 Agent는 모든 경험을 현재 Context에 담을 수 없다.

  • 즉시 필요한 가중치와 KV Cache는 HBM에 둔다.

  • 현재 업무 상태와 Cache Offload는 DRAM에 둔다.

  • 장기 경험과 원본 기록은 NAND와 SSD에 보관한다.

  • 필요한 순간에 관련 기억의 일부만 검색해 불러온다.

가치함수가 발전할수록 순간적인 무차별 탐색은 줄어들 수 있다. 동시에 더 긴 시간 동안 유지해야 할 경험과 상태가 늘어나면서 메모리의 역할은 단순한 추론 보조장치에서 Agent의 지속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인프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 자료: Google Research, Pre-training Generalist Agents Using Offline Reinforcement Learning, Memory as Action, SideQuest: KV Cache Management for Long-Horizon Agentic Tasks


V. 결론


Scaling law가 여전히 작동하는 이유는 현실 세계에 반복되는 구조와 끝없이 많은 예외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델과 데이터, 연산량을 늘리면 자주 등장하는 규칙을 넘어 희귀한 패턴과 복합적인 조건까지 더 많이 학습할 수 있다. 성능 개선 폭은 점차 줄어들어도 추가로 배울 대상은 계속 남는다.

이 과정에서 연산은 데이터 속 구조를 찾고, 메모리는 찾아낸 구조와 현재 상태, 과거 경험을 보존한다. AI가 다루는 세계와 업무의 범위가 넓어지고 작업시간이 길어질수록 모델 가중치와 KV Cache, Agent 상태, 외부 장기기억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알고리즘 혁신은 작업 하나에 필요한 연산과 메모리를 줄일 것이다.

  • MoE는 토큰당 활성 연산량을 낮춘다.

  • 가치함수는 불필요한 탐색을 줄인다.

  • KV Cache 압축은 같은 용량에서 더 긴 Context를 처리하게 한다.

  • RAG와 계층형 기억은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불러오게 한다.


그러나 효율 개선은 AI의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수행 가능한 업무의 경계를 넓힌다. 더 많은 사용자가 더 많은 Agent를 더 오랫동안 실행하고, 각 Agent가 더 많은 상태와 경험을 유지하게 된다면 사회 전체의 메모리 수요는 오히려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핵심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Deployment Growth+Task Volume Growth+Task Horizon Growth+State Growth>Memory Efficiency ImprovementDeployment\ Growth + Task\ Volume\ Growth + Task\ Horizon\ Growth + State\ Growth > Memory\ Efficiency\ Improvement

특히 범용 가치함수가 발전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reasoning token의 절감보다 AI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시간적 범위가 길어지는 데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AI 한 개가 순간적으로 사용하는 자원은 줄어들 수 있지만, 사회 전체가 유지해야 하는 Agent의 수와 작업 상태, 사용자별 경험, 장기기억은 크게 늘어난다.

결국 Scaling law와 알고리즘 혁신, 메모리 수요는 하나의 순환구조로 연결된다.

더 많은 연산은 세계의 구조를 더 정교하게 찾아낸다. 알고리즘 혁신은 이를 더 적은 비용으로 저장하고 활용하게 한다. 낮아진 비용은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시간의 범위를 넓히고, 그 결과 사회 전체가 유지해야 할 지식과 경험, 상태의 총량은 다시 증가한다.


AI가 발전할수록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큰 저장공간만이 아니다. 무엇을 구조로 압축하고, 어떤 경험을 보존하며, 무엇을 잊을지를 판단하는 더 크고 정교한 동적 메모리 체계이다.

세상을 완벽하게 복제하려면 메모리는 계속 증가한다. 그러나 지능은 세상을 모두 저장하는 능력과 같지 않다. 완벽한 예측은 충분한 메모리만으로 달성하기 어렵고, 범용성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기억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따라서 AI 메모리의 장기적인 핵심은 저장 용량의 확대와 함께 기억의 선택으로 수렴한다.

무엇을 기억하고,
언제 불러오며,
무엇을 잊을지를 결정하는 능력이
AI의 성능과 메모리 산업의 수요 구조를 함께 바꿔갈 가능성이 높다.

관련 자료: Memory as Action, Titans: Learning to Memorize at Test Time, Agent Memory: Characterization and System Implications


내용이 길고 복잡하더라고
정리두면 언젠간 쓸때가 꼭 찾아오긴 하더라.


=끝

생각정리 310 (* CXMT IPO)

CXMT IPO와 관련된 리서치 자료를 기록해본다.
개인적으로 CXMT 관련된 공급과잉 우려는 과장이라고 생각된다.

CXMT IPO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월 35만 장은 Micron급 DRAM 생산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CXMT의 성장을 가볍게 볼 필요는 없다. CXMT는 이미 중국 최대 DRAM 업체이자 글로벌 4위 업체로 성장했고, DDR5·LPDDR5/5X와 서버용 DRAM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CXMT IPO를 둘러싼 우려에는 웨이퍼 생산능력, 실제 양품 비트 생산량, 고부가 DRAM 경쟁력을 동일시하는 오류가 존재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음과 같다.

CXMT는 범용 DRAM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자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월 35만 장의 웨이퍼 생산능력이 Micron과 동등한 DRAM 생산량이나 HBM 경쟁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CXMT,
자국 내 서버 비중은 늘었으나 HBM 진입은 아직 무리.
기술 및 수율문제로 마진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고, 개선 여지도 충분치않아보임.
But, 범용 DRAM 가격 사이클과 중장기 공급 증가 리스크를 높이는 변수는 맞아보임.


1. 기존 기사와 CXMT 주장의 핵심


최근 Tom’s Hardware 기사는 CXMT가 2026년 말까지 월 35만 장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확보해 Micron의 약 38.5만 장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사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 CXMT가 2026년 말 월 35만 장의 DRAM 웨이퍼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 중국 정부가 CXMT의 기술을 JHICC, Swaysure, XMC 등 자국 업체에 공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중국 전체 DRAM 생산능력이 월 60만 장까지 증가할 수 있다.

  • 미국의 MATCH 법안과 추가 수출통제가 시행되면 증설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 추가 생산량의 상당 부분은 중국 내수에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CXMT 역시 IPO 관련 상하이거래소 제출 문서에서 자신을 중국 1위, 글로벌 4위 DRAM 업체로 규정했다. Omdia 기준 2025년 4분기 DRAM 매출 점유율은 **7.67%**로 제시됐다.

CXMT는 DDR4·LPDDR4X에서 DDR5·LPDDR5/5X로 제품군을 확대했고, 서버·모바일·PC·자동차 시장의 주요 고객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CXMT가 더 이상 실험적인 중국 DRAM 업체가 아니라는 평가는 맞다.

다만 원자료인 SemiAnalysis는 CXMT가 Micron에 근접한 것은 “오직 웨이퍼 생산능력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라고 명시했다.

SemiAnalysis가 예상한 CXMT의 글로벌 비트 출하 점유율은 2025년 약 9%에서 2027년 12%로 증가하는 수준이다. 웨이퍼 CAPA 점유율과 실제 DRAM 비트 출하 점유율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 DRAM CAPA가 미국·일본·대만 합계를 넘어선다”는 비교는 DRAM의 핵심 생산국인 한국을 제외한 지리적 비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한국 생산능력을 제외한 숫자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 비교로서 의미는 제한적이다.


2. ASUS가 지적한 CXMT DDR5의 성능 문제


Wccftech가 소개한 ASUS 테스트에서는 CXMT DDR5의 다음과 같은 약점이 확인됐다.

  • 동일 클럭에서 SK하이닉스 DDR5보다 성능이 낮았다.

  • 생산 배치에 따른 실리콘 성능 편차가 컸다.

  • 전압을 높여도 성능이 충분히 향상되지 않았다.

  • 메모리 타이밍을 조이기 어려웠다.

  • 고품질 IC를 선별하는 과정이 빅3보다 어려웠다.


CXMT 기반 모듈이 8,600MT/s까지 동작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배치 간 편차와 고성능 Bin 선별 난도다.

이는 CXMT DDR5가 일반적인 PC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부 독립 테스트에서는 일반적인 DDR5-6000 환경에서 비교적 양호한 성능을 보였다. 따라서 ASUS 결과는 “CXMT DDR5 전체가 불량”이라는 증거라기보다 공정 균일성·전압 마진·고성능 제품 수율이 아직 빅3보다 낮다는 증거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2025년 Tom’s Hardware 보도에서도 당시 CXMT의 16Gb DDR5 Die가 삼성전자 제품보다 약 40% 크고 수율은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전해졌다.

같은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Die 수가 적고 수율까지 낮다면, 웨이퍼 투입량이 같더라도 실제 판매 가능한 DRAM 비트는 크게 줄어든다.


3. 월 35만 장이 Micron급 생산력을 의미하지 않는 이유


DRAM의 실질 생산능력은 다음과 같이 계산해야 한다.

유효 생산량 = 웨이퍼 투입량 × 웨이퍼당 Die × 수율 × 고성능 Bin 비중 × 가동률


CXMT 35만 장과 Micron 38.5만 장을 단순 비교하면 CXMT의 웨이퍼 CAPA는 Micron의 약 91%다.

하지만 이 수치는 완성된 DRAM이나 실제 출하 비트를 의미하지 않는다.

CXMT는 같은 웨이퍼에서 생산하는 판매 가능 비트가 적다


CXMT는 상대적으로 오래된 공정에서 더 큰 Die를 생산한다. Die 면적이 크면 동일한 300㎜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수가 감소한다.

여기에 수율과 고성능 Bin 비중까지 낮다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발생한다.

  • CXMT: 웨이퍼 투입량은 크지만 웨이퍼당 양품 비트가 적음

  • Micron: 웨이퍼 투입량이 비슷해도 미세공정·수율·고성능 제품 비중이 높음

따라서 35만 WPM은 Micron과 비슷한 공장 크기를 의미할 수는 있어도 Micron과 같은 생산력이나 이익 창출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술 공유가 생산능력 복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DRAM 기술은 설계도와 공정 레시피만 이전한다고 복제되지 않는다.

실제 양산에는 다음과 같은 역량이 필요하다.

  • 장비별 미세 조정과 공정 통합

  • 결함 원인 분석과 수율 학습

  • 공정 균일성 및 오염 관리

  • 장비 유지보수와 부품 조달

  • 신뢰성 검증과 고객 인증

  • 수천 단계 공정 사이의 암묵적 제조 노하우


따라서 CXMT가 다른 중국 업체에 기술을 공유하더라도 CXMT 수준의 생산성과 수율을 재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HBM에서는 Micron과의 차이가 훨씬 크다


SemiAnalysis는 CXMT의 HBM3 8단 수율을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 전공정 Wafer Sort 수율: 약 35%

  • 후공정 적층·패키징 수율: 약 70%

  • 전체 수율: 약 25%


특히 HBM4 16단은 새로운 DRAM 공정과 Base Die, 인터페이스, 적층 공정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 연산보다 실제 수율이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



12단과 16단은 단순히 DRAM Die를 더 쌓는 작업이 아니다. 적층 수가 증가할수록 열응력, 휨, Die 균열, TSV 연결 불량, 본딩 결함 가능성이 누적된다.

따라서 HBM4 16단 수율은 공개된 CXMT 양산 수치가 아니라 HBM3 8단 수율을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 추정치다.

그럼에도 의미는 분명하다.

CXMT가 HBM 웨이퍼 CAPA를 늘리더라도 16단 HBM4의 판매 가능한 최종 생산량은 투입 웨이퍼 대비 10%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SemiAnalysis에 따르면 2025년 말 CXMT의 HBM 배정 CAPA는 전체 약 26.5만 WPM 중 약 0.5만 WPM에 불과했다. IPO 모집자금 사용처에도 별도의 HBM 양산 프로젝트가 명시돼 있지 않다.

중국 CAPA 증가가 글로벌 가격 폭락으로 직결되기도 어렵다


CXMT의 증설은 중국 모바일·PC·일반 서버 DRAM의 수입 대체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추가 공급의 상당 부분은 중국 내수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수율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CXMT가 HBM보다 범용 DRAM에 웨이퍼를 우선 배분할 경제적 유인도 크다.

SemiAnalysis 역시 CXMT의 증설을 반영하면서 DRAM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CXMT는 범용 DDR5·LPDDR 가격의 상단을 제한할 변수이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 및 고부가 서버 DRAM 가격을 즉시 붕괴시킬 변수는 아니다.


4. 장비 국산화와 수출통제라는 병목


DRAM 수율 개선에는 노광장비뿐 아니라 식각, 증착, 세정, 이온주입, 열처리, CMP, 계측·검사 장비가 모두 필요하다.

중국 장비 국산화율은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https://t.me/HANAchina


GS

GS


첨부 자료의 수치는 원출처와 산정 기준을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 내 전체 매출 점유율과 첨단 DRAM 공정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장비 비중도 다르다.

다만 중국 장비 국산화가 공정별로 매우 불균형하다는 방향성은 타당하다. 특히 노광과 계측·검사, 일부 증착 공정의 취약성이 크다.

별도의 Morgan Stanley 추정치를 인용한 Tom’s Hardware 보도에서도 CXMT 공장의 장비 국산화율은 약 20%로 제시됐다.

미국 수출통제는 노광장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BIS는 2024년 12월 식각·증착·노광·이온주입·열처리·계측·검사·세정 등 24개 장비 유형과 HBM에 대한 추가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따라서 CXMT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ASML의 DUV 장비를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수율 개선을 위해서는 다음이 모두 필요하다.

  • 식각·증착 장비의 공정 반복성

  • 계측·검사 장비의 결함 검출 능력

  • 장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 해외 엔지니어의 유지보수

  • 부품 및 소모품의 안정적인 조달

  • 신규 공정에 맞춘 장비 간 통합


첨단 DRAM은 특정 장비 한 대가 아니라 전체 장비 생태계의 완성도가 수율을 결정한다.

주요 전공정 장비사의 최근 중국 매출 비중

글로벌 장비사들의 중국 비중은 낮아지는 추세지만 아직 상당히 높다. 기준일은 2026년 7월 16일이다.


자료: ASML Q2 2026, Applied Materials Q2 FY2026, Lam Research March 2026, KLA FY2026 3Q 10-Q, Tokyo Electron FY2026

표에서 확인되는 첫 번째 사실은 글로벌 장비사들이 중국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Lam Research와 Tokyo Electron의 중국 매출 비중은 여전히 약 34%다. Applied Materials와 KLA도 각각 27%, 24.3%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ASML의 2026년 2분기 중국 시스템 매출 비중은 14%까지 하락했다.

다만 이 수치를 CXMT의 장비 접근성으로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장비사의 중국 매출에는 다음 수요가 함께 포함된다.

  • 레거시 로직·파운드리 장비

  • 전력반도체 및 아날로그 반도체 장비

  • 기존 Fab의 부품·서비스·업그레이드

  • 디스플레이 및 특수공정 장비

  • CXMT가 아닌 다른 중국 반도체 업체 매출


따라서 Lam Research의 중국 비중이 34%라는 사실은 CXMT가 첨단 식각·증착 장비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중국 비중 하락에는 비중국 매출 증가 효과도 있다


Tokyo Electron의 중국 비중은 FY2025 41.7%에서 FY2026 34.1%로 하락했고, ASML은 2026년 1분기 19%에서 2분기 14%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 매출 감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AI 투자 확대에 따라 한국·대만·미국의 DRAM, HBM, 선단 로직 장비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매출의 분모가 커진 효과도 상당하다.

ASML의 2026년 2분기 시스템 매출 구성은 다음과 같다.

  • 한국 43%

  • 대만 30%

  • 중국 14%

  • 미국 9%

  • 일본 4%


한국과 대만이 ASML 시스템 매출의 **73%**를 차지했다. 장비사들의 한정된 생산능력이 한국·대만의 HBM과 선단공정 투자에 우선 배정되고 있는 것이다.

ASML의 중국 비중 14%는 전체 매출이 아니라 신규 장비 중심의 Net System Sales 기준이다. 반면 Applied Materials, Lam Research, KLA는 서비스 등을 포함한 전체 매출 기준이다. 따라서 업체 간 수치를 기계적으로 평균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ASML


테스트 장비에서도 중국 비중은 낮다


Advantest와 Teradyne는 엄밀히 말하면 전공정 장비사가 아니라 웨이퍼·패키지 테스트 장비사다. 다만 DRAM과 HBM의 최종 양품 수율을 결정하는 핵심 공급망이므로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자료: Advantest FY2025 실적, Teradyne Q1 2026 10-Q

Advantest의 17.3%는 2026년 1~3월 중국 매출 568억 엔을 전체 매출 3,281억 엔으로 나눈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Advantest의 대만 매출은 1,888억 엔으로 전체의 57.5%에 달했다. AI 가속기와 HBM 관련 테스트 장비 수요가 대만·한국에 집중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장비업체의 Booking도 여유롭지 않다


Lam Research는 2026년 WFE 시장을 약 1,400억 달러로 전망하면서 산업 전반의 공급 제약이 장비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ASML은 2025년 말 약 388억 유로의 수주잔고를 보유했고,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수요를 근거로 2026년 매출 전망을 430억~450억 유로로 상향했다.

Tokyo Electron은 2026~2027년 WFE 시장을 연간 1,500억~1,700억 달러로 예상했고, Applied Materials도 2026년 반도체 장비 사업이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장비 공급사의 생산능력은 다음 수요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 한국의 HBM 및 첨단 DRAM 투자

  • 대만의 AI 가속기·선단 로직 투자

  • 미국의 신규 Fab 투자

  • 일본의 선단 로직 및 메모리 투자

  • 유럽의 반도체 공급망 투자

  • 중국의 레거시 및 국산화 투자


따라서 자금이 있다고 원하는 장비를 즉시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즉, CXMT 중국 첨단반도체 수율개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2026년 35만 WPM과 이후 증설은 구분해야 한다


중국이 모든 외산 장비에서 완전히 봉쇄된 상태는 아니다. 이미 설치된 장비와 기존 발주 물량, 수출통제 대상이 아닌 레거시 장비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CXMT의 증설을 다음과 같이 구분할 필요가 있다.

  • 2026년 35만 WPM: 기존 장비와 이미 발주된 장비, 신규 Fab의 초기 램프업을 통해 접근 가능

  • 2027년 이후 추가 증설: 첨단 장비·부품·서비스 접근성 때문에 불확실성 확대

  • 기존 G4 수율: 양산 학습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 가능

  • G5·1a 이하 공정: 멀티패터닝과 계측 난도 상승으로 개선 속도 둔화 가능

  • HBM 수율: 전공정뿐 아니라 적층·패키징·테스트 장비까지 병목이 확대


따라서 수율이 더 이상 개선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지만, 개선 속도가 기존 추세대로 유지된다고 보는 것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5. CXMT 생산량 점유율 재추정


아래 모델은 명목 웨이퍼 CAPA가 아니라 양품 비트 기준 생산량 점유율을 추정한 것이다.

양품 비트 생산성 지수에는 다음 요소가 포함된다.

  • 공정 미세화에 따른 웨이퍼당 비트

  • 수율

  • 고성능 Bin 비중

  • 배치 간 편차

  • 가동률과 고객 인증


지수 100은 물리적 수율 100%가 아니라 선두업체의 양품 비트 생산성을 100으로 놓은 상대지수다.

CAPA 가정

CXMT의 2026년 CAPA를 280으로 적용한 이유는 보도된 35만 WPM이 2026년 말 명목 CAPA이기 때문이다. 연평균 실제 투입량은 설치·인증·램프업을 고려해 더 낮게 잡았다.


양품 비트 생산성 지수

CXMT의 생산성 지수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가정한 이유는 기존 공정에서의 수율 학습을 인정하면서도 다음 제약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 첨단 장비와 계측 장비 접근 제한

  • G5·1a급 공정 램프업 난도

  • DDR5 배치 간 편차

  • 고성능 Bin 선별 능력

  • HBM 생산비중 확대에 따른 수율 희석




생산량 기준 시장점유율


이는 5개 주요 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모델이다. Winbond 등 소규모 업체를 포함하면 CXMT 점유율은 약 0.2~0.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





결론: CXMT는 위협이지만 위협의 영역이 다르다


CXMT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있는 업체가 아니다. 중국 내수와 모바일·PC·범용 서버 DRAM에서는 실제 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범용 DRAM 공급 증가와 가격 사이클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시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월 35만 장의 웨이퍼 CAPA가 곧 Micron급 DRAM 생산력이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준의 HBM 경쟁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다음 네 가지다.

  1. 35만 WPM은 연말 명목 웨이퍼 CAPA이지 양품 비트 생산량이 아니다.

  2. CXMT는 수율·Die 크기·고성능 Bin·공정 균일성에서 빅3보다 뒤처져 있다.

  3. HBM3 8단에서 약 25%로 추정되는 전체 수율은 HBM4 16단에서 10% 안팎까지 낮아질 수 있다.

  4. 2027년 이후 증설과 첨단공정 수율 개선은 장비 수출통제와 글로벌 장비 공급 부족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장비사의 중국 매출 비중이 여전히 14~34%라는 사실은 중국이 모든 외산 장비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매출에는 레거시 공정과 기존 장비 서비스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동시에 장비사들의 제한된 생산능력은 한국과 대만의 HBM·첨단 DRAM·선단 로직 투자에 우선 배정되고 있다.

따라서 CXMT IPO를 한국 메모리 산업의 즉각적인 붕괴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

CXMT는 2030년 범용 DRAM 생산량 점유율 10~14%를 확보할 수 있는 경쟁자다. 그러나 고부가 서버 DRAM과 HBM에서는 웨이퍼 CAPA보다 수율·공정 생산성·장비 접근성·고객 인증의 격차가 훨씬 중요하며, 이 격차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글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최근 AI 보안 이슈가 다시 시장의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특히 중국이 Anthropic과 OpenAI의 첨단 AI 기술을 탈취하고 있다는 아래 기사 내용을 계기로, 이를 메모리 보안 문제와 연결해 왜 중국산 메모리가 자유진영의 핵심 AI 시스템에 채택되기 어려운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으로 글을 마무리해본다.




How China is ripping off cutting-edge AI from Anthropic, OpenAI — and threatening US national security

How China is ripping off cutting-edge AI from Anthropic, OpenAI — and threatening US national security


중국산 메모리가 AI 시스템에 채택되기 어려운 이유


DRAM은 현대 컴퓨팅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 보안 취약 지점 중 하나다.
암호화 키, 사용자 데이터, AI 모델 가중치와 추론 결과 등 핵심 정보가 모두 메모리를 거쳐 처리되기 때문이다.



1. 실행 중인 핵심 정보가 집중되는 공간


DRAM은 시스템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정보를 임시로 저장하는 작업 공간
이다. 운영체제, 실행 중인 프로그램, 사용자 데이터는 물론 암호화 키, 로그인 세션, 인증 토큰, 페이지 테이블과 같은 민감한 정보도 대부분 DRAM을 거쳐 처리된다.

저장장치에 보관된 데이터는 암호화되어 있더라도, CPU가 이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복호화된 상태로 DRAM에 올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격자가 DRAM의 데이터를 읽거나 일부 내용을 변조할 수 있다면,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인증 우회, 권한 상승, 시스템 제어권 탈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DRAM의 취약성은 메모리 자체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시스템의 핵심 정보가 한곳에 집중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DRAM이 침해될 경우 피해 범위가 매우 커질 수 있다.


2. DRAM 셀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안정한 구조


DRAM은 미세한 커패시터에 저장된 전하의 유무를 통해 0과 1을 구분한다. 그러나 커패시터에 저장된 전하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기 때문에, DRAM은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리프레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하나의 셀이 저장할 수 있는 전하량은 줄어들고, 셀 사이의 물리적 간격도 좁아진다. 이 과정에서 인접 셀 간 전기적 간섭과 누설전류의 영향이 커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Rowhammer다. 특정 메모리 행을 반복적으로 활성화하면 인접 행의 전하 상태가 흔들리면서 비트 값이 바뀔 수 있다. 공격자가 이러한 비트 플립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면 페이지 테이블이나 권한정보를 변경해 시스템 권한을 탈취할 가능성이 생긴다.

즉, DRAM은 완전히 디지털적인 저장장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세한 전하를 이용하는 아날로그적 물리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공정 미세화와 집적도 향상이 진행될수록 성능과 용량은 개선되지만, 셀 안정성과 보안 검증의 난도는 함께 높아진다.


3.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즉시 사라지지 않는 문제


DRAM은 일반적으로 휘발성 메모리로 분류된다. 그러나 전원을 차단한다고 해서 저장된 데이터가 즉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셀에 남아 있는 전하는 일정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으며, 온도를 낮추면 데이터가 소멸하는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

이를 악용한 공격이 Cold Boot Attack이다. 시스템 전원을 차단한 직후 메모리 모듈의 내용을 읽어 암호화 키, 인증정보, 사용자 데이터 등을 복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저장장치가 강력하게 암호화되어 있어도, 실행 중인 시스템의 DRAM에서 암호화 키가 탈취되면 전체 보안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디스크 암호화를 넘어 메모리 암호화, 키 보호, 전원 종료 시 메모리 초기화와 같은 추가적인 방어체계가 필요하다.


4. AI 시스템에서는 DRAM의 보안 중요성이 더욱 커짐


AI 시스템에서는 DRAM 계열 메모리의 역할이 기존 서버보다 훨씬 커진다. CPU 서버의 DDR뿐 아니라 GPU와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과 GDDR도 모두 DRAM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AI 모델을 학습하거나 추론하는 과정에서는 모델 가중치, 사용자 입력 데이터, 중간 연산 결과, 캐시 데이터가 대규모로 메모리에 저장된다. 특히 기업용 AI와 클라우드 AI에서는 기업 내부문서, 고객정보, 금융·의료 데이터처럼 민감한 정보가 메모리를 통해 처리될 수 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여러 사용자와 서비스가 동일한 GPU, 메모리 컨트롤러, 가속기 인프라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용자 간 데이터 유출, 모델 가중치 탈취, 추론 결과 변조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AI 모델은 일부 비트가 변조되는 것만으로도 출력 정확도나 안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DRAM 보안은 단순히 데이터를 읽지 못하게 하는 암호화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가 변경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무결성 검증과 사용자별 메모리 격리까지 포함해야 한다.



결국 DRAM은 실행 중인 핵심 정보가 집중되고, 미세한 전하를 기반으로 동작하며, 전원 차단 이후에도 일부 데이터가 잔존할 수 있다는 구조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AI 시스템의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자원 공유가 더해지면서, DRAM은 현대 컴퓨팅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 보안 취약 지점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중국산 DRAM의 성능과 수율이 개선되더라도, 설계·제조 과정과 보안 기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지, 국가 차원의 공급망 위험에서 자유로운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결국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정부·금융·국방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산 메모리는 범용 소비자 제품에서는 사용이 확대될 수 있지만, 높은 보안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AI 서버와 첨단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핵심 메모리로 채택될 가능성이 상당 기간 제한될 수 있다.

이상 마바라 블로거



(*CXMT 공급과잉 소리는 이제 그만..)

=끝
 

2026년 7월 13일 월요일

생각정리 309 (* 국무회의, 발전, 전력설비, 전력요금)

퇴근 후 집에서 아내와 저녁을 먹으며 국무회의 생중계 영상을 봤다.

전력설비와 전기요금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던 중,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답답함이 밀려왔고 결국 나도 모르게 버럭 짜증을 내고 말았다. 이후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도대체 무엇이 나를 그렇게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차분히 되짚어봤다.

나는 왜 정부 관계자들이 전력설비와 전기요금 정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내용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답답함과 짜증부터 느끼는 것일까.

어쩌면 이러한 감정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에너지 산업과 정책을 조금 더 많이 이해하고 있다는 건방진 자만심에서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직접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제약을 충분히 알지도 못하면서, 몇 가지 숫자와 산업구조를 안다는 이유로 상대의 발언을 쉽게 단순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경계할 필요도 있지 않나 싶다. 

다만 감정을 한 차례 걷어내고 다시 들어봐도 여전히 답답함이 남았다. 정책이 지향하는 목표와 이상적인 방향은 그럴듯했지만, 실제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이해관계의 충돌, 상업성과 인프라 제약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래의 글은 그 순간 느꼈던 짜증을 정당화하기 위한 기록이라기보다, 내가 무엇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정리한 생각에 가깝다.

https://www.youtube.com/watch?v=QZ_xb6VoXmY&t=605s


남는 전력을 활용하면 된다는 말에 빠져 있는 비용


정부가 제시하는 전력 수요관리 정책의 방향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들린다.

전력이 남는 시간에는 가격을 낮추고 부족한 시간에는 가격을 높여 수요를 이동시킨다. 전기차, 히트펌프, ESS와 VPP를 활용해 기존 발전설비의 이용률을 높이고, 피크 수요만을 위해 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는 부담을 줄이자는 구상이다.

정책적 목표만 놓고 보면 반대하기 어렵다.

다만 현실에서는 전력이 남는다는 사실과 그 전력을 필요한 장소에서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존재한다.

이번 논의에서는 가격 신호와 수요관리의 기술적 가능성은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됐지만, 실제 상업성을 결정하는 송전망 투자, 토지 보상, 배전망 증설, 인허가 지연, 소비자 설비비와 금융비용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 전력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발전소를 짓는 행위보다 발전한 전력을 실제 수요처까지 전달하는 과정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 글: 생각정리 296

1. 남는 발전용량과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은 다르다


전력은 특정 시간에 발전량이 남는다고 해서 전국 어디에서든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재화가 아니다.

전기가 경제적 가치를 가지려면 발전지역과 수요지역 사이에 충분한 송전선로, 변전소와 배전망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발전량이 충분하더라도 송전선로가 포화돼 있거나 변전소 접속용량이 부족하면, 값싼 전력을 필요한 지역으로 보낼 수 없다.

따라서 전력의 실질적인 잉여 여부는 단순한 전국 발전량이 아니라 다음 조건을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발전량 × 시간대 × 지역 × 송전망 여유 × 변전·배전망 수용 능력

국제에너지기구 역시 수요반응과 저장설비가 전력시스템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이 효과를 실현하려면 전력망과 시장제도, 디지털 인프라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출처: IEA, Electricity 2026: Flexibility (IEA)

실제 한국에서도 발전설비는 존재하지만, 전기를 수송할 송전망이 부족해 발전소 출력을 제한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충남 서해안의 발전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추진됐지만, 2003년 사업 착수 이후 2024년 최초 가압까지 21년이 걸렸다. 사업 지연기간만 146개월에 달했다.

한전은 이 기간 서해안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이를 수송할 전력망이 부족해 발전제약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출처: 한국전력,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준공 (한국전력공사)

이 사례는 발전용량이 남는다는 표현이 발전단의 설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요처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의 비용은 발전비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발전비
+ 송전선로 건설비
+ 변전·배전설비 투자비
+ 토지 및 선하지 확보비
+ 주민 보상비
+ 인허가 비용
+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이 모든 비용을 더한 결과가 수요처에 도달하는 전력의 실질적인 비용이다.

생각정리 92 (*반도체, 전력문제, 병림픽3)

실질적인 비용함수를 모두 생략한 채 유휴 발전용량만 이야기한다면,
태양에너지는 우주에 무한히 존재하니 인류가 에너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에너지를 필요한 장소와 시간에 얼마의 비용으로 전달하고 사용할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2. 송전망은 전기공사가 아니라 장기 개발사업이다


대규모 송전선로는 계획을 세운 뒤 곧바로 착공할 수 있는 설비가 아니다.

한국전력이 제시한 표준공기만 보더라도 765kV 송전설비는 약 10년, 345kV는 약 9년에서 9년 3개월, 154kV는 약 6년 6개월에서 7년 6개월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주민 협의와 인허가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산정된 표준기간이다.

출처: 한국전력, 가공 송전선로 건설절차 (한국전력공사)

실제 송전망 건설에는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주민대표와 지방자치단체 협의, 주민설명회, 환경영향평가, 관계부처 협의, 전원개발사업 승인, 용지매수와 개별 인허가가 포함된다.

국토계획법, 도로법, 농지법과 산지관리법 등 여러 법률도 동시에 적용된다.

송전망 건설기간은 순수한 시공기간보다 토지 확보와 주민 협의, 행정절차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출처: 한국전력, 송전선로 입지선정·인허가 절차 (한국전력공사)

결국 송전망 사업은 전선을 설치하는 기술적 프로젝트를 넘어선다.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의 노선이 여러 행정구역과 사유지를 통과하고, 토지 소유자와 지역 주민,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 중앙정부와 건설사업자의 이해관계가 겹친다.

전기를 소비하는 수도권과 산업단지는 송전망 건설의 편익을 얻지만, 철탑과 변전소를 수용하는 지역 주민은 재산권 제약, 경관 훼손과 공사 불편을 부담한다.

전력망의 편익은 수요지역에 집중되는 반면, 물리적 비용은 경유지역이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3. 지상화와 지하화 모두 비용함수가 무겁다


지상 송전선로는 철탑 부지와 선하지를 확보해야 한다.

경관 훼손과 재산권 침해, 전자파에 대한 우려와 주민 반대가 발생하고, 송전선로 주변지역에 대한 재산적 보상과 지역지원 비용도 필요하다.

한전의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에서도 송전선로 선하지 보상과 권원 확보비용, 전용 개폐소 부동산의 매입·임차비용을 접속비용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출처: 한국전력,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반대로 송전선로를 지하화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지중 송전망은 경관 훼손과 철탑 관련 민원을 줄일 수 있지만, 전력구와 관로, 맨홀, 고압 케이블 설치가 필요하다. 도심에서는 도로 굴착, 교통 통제, 기존 상하수도·통신시설 이설과 도로 원상복구 비용까지 추가된다.

한국전력도 지중송전을 전력케이블을 전력구와 관로, 맨홀 등에 설치하는 별도의 지하 전력망으로 구분하고 있다.

출처: 한국전력, 송배전사업—가공송전과 지중송전 (한국전력공사)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신규 송전선로의 지중화 비용은 일반적으로 가공선로보다 약 3~10배, 기존 가공선로를 지중화하는 비용은 약 1.5~5배 높을 수 있다.

지역의 토질, 전압, 인건비, 터널과 냉각설비 필요 여부에 따라 비용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출처: 미국 에너지부, Undergrounding Transmission and Distribution Lines (The Department of Energy's Energy.gov)

결국 지상화는 토지와 주민 수용성 비용이 크고, 지하화는 토목공사와 설비비용이 크다.

어느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발전소에서 수요처까지 전력을 이동시키기 위한 비용은 발전단가와 별도로 발생한다.

4. 한국형 알박기와 보상 협상의 시간가치


앞선 글에서는 대형 전력망과 인프라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한국형 ‘알박기’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모든 송전망 사업에서 투기적 토지 선점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송전선로나 변전소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병목 부지가 존재하고, 토지 소유자의 동의와 권리 확보가 전체 사업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는 일부 토지 소유자의 협상력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노선이 공개되거나 개발 가능성이 알려지면 토지 선점과 지분 분할, 보상 기대가 발생할 수 있다. 사업자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민원과 소송, 인허가 지연과 노선 변경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사업을 서둘러 높은 보상을 수용하면 총사업비가 상승한다.

이 부분은 사업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지만, 토지 권리 확보가 접속비용과 사업기간에 직접 반영된다는 구조 자체는 한전의 이용규정에서도 확인된다.

출처: 한국전력, 접속설비용 부동산 및 지상권 처리기준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문제는 보상비 자체보다 지연기간 동안 전체 프로젝트의 비용이 복리처럼 증가한다는 점이다.

토지 협의 지연
→ 인허가 지연
→ 착공 지연
→ 이자비용 증가
→ 자재비·인건비 재산정
→ 추가 보상 요구
→ 총사업비 재상승

송전망이 완공되지 않는 동안 발전소의 출력제약과 산업단지·데이터센터의 접속 지연도 계속된다.

따라서 사업 지연의 경제적 비용은 송전망 건설비에만 머무르지 않고, 발전제약과 기업 투자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으로 확대된다.

한국의 토지 보상과 인허가 구조를 고려하면, 남는 발전용량을 수요처까지 끌어오는 총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5. 발전소가 놀고 있다는 표현도 신중하게 봐야 한다


피크 시간에 대비해 건설된 발전소가 평상시 충분히 가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가동률이 낮은 발전설비와 이에 지급되는 용량요금을 모두 낭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전력시스템은 폭염과 한파, 발전기 고장, 송전망 사고와 예상보다 빠른 수요 증가에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예비자원을 보유해야 한다.

용량시장은 발전사업자에게 실제 생산한 전력량만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대기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보상하는 구조이다.

출처: FERC, Understanding Wholesale Capacity Markets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용량요금이 적정한지, 특정 발전원에 과도한 보상이 지급되는지는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를 단순히 놀고 있는 발전소에 지급하는 비용으로만 해석하면 정전 위험과 계통 신뢰도에 대한 보험가치가 제외된다.

예비력을 너무 적게 확보하면 정전과 가격 급등 위험이 커지고, 지나치게 많이 확보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고정비가 늘어난다.

용량요금은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낭비라기보다, 어느 정도의 공급 안정성을 얼마의 비용으로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6.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비용을 없애기보다 재배분한다


시간대별 전기요금은 수요를 전력이 남는 시간으로 이동시키는 데 유효한 정책이다.

IEA는 수요 유연성이 피크 발전설비와 전력망 투자 부담을 낮추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출처: IEA, Scaling Up Demand Flexibility (IEA)

다만 이 효과는 소비자가 실제로 전력 사용시간을 변경할 수 있을 때 발생한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과 데이터센터처럼 연속 운전이 필요한 시설은 전력가격이 높아도 설비 가동을 쉽게 중단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도 일부 연산을 다른 시간이나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지만, 서버와 냉각설비, 네트워크의 기본부하는 24시간 유지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낮에 사람이 없거나 저장설비가 없다면 전기가 싸더라도 소비를 크게 늘리기 어렵다.

전기가 저렴한 시간대로 소비를 이동하려면 다음과 같은 설비가 필요하다.

스마트계량기
+ 통신망
+ 자동제어 시스템
+ 가정용 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
+ ESS 또는 축열설비
+ 새로운 요금 정산시스템

FERC도 수요반응을 전력가격이나 인센티브에 따라 정상적인 소비패턴을 변경하는 행위로 정의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시간별 사용량을 측정·전송할 수 있는 첨단계량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출처: FERC, 2025 Assessment of Demand Response and Advanced Metering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결국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전력시스템의 비용을 제거하기보다 가격 변동 위험과 설비투자 부담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이전한다.

자동제어와 저장설비를 갖추고 사용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소비자는 혜택을 얻지만, 전력 사용시간을 변경하기 어려운 소비자는 높은 피크요금을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7. 히트펌프의 기술적 효율과 상업성은 별개의 문제다


히트펌프는 기술적으로 에너지효율이 높은 설비다.

외부의 열을 이동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기를 직접 열로 바꾸는 전열기보다 투입전력 대비 난방효율이 높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효율적이라는 사실과 소비자에게 경제적이라는 사실은 서로 다르다.

히트펌프의 상업성은 초기 설치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상대가격, 건물의 단열성능, 난방수 온도, 외기온도와 사용패턴에 따라 달라진다.

IEA도 히트펌프의 높은 초기 구매·설치비를 보급 확대의 주요 장애물로 평가하고 있으며, 상당수 국가가 보조금과 저리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출처: IEA, The Future of Heat Pumps (IEA)

한국 아파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제약이 발생한다.

실외기와 축열조 설치공간
+ 바닥난방·온수배관 연결
+ 세대별 전기 인입용량 증설
+ 단지 변압기와 배전설비 보강
+ 공용부 공사와 입주민 동의
+ 소음·진동 및 유지보수 문제

IEA 역시 기존 건축물의 구조, 건물주와 임차인의 이해관계, 설치인력 부족과 건축규제를 히트펌프 보급의 주요 비가격 장벽으로 분류한다.

출처: IEA, Key Barriers to Heat Pump Deployment (IEA)

히트펌프가 대규모로 보급되면 도시가스 난방수요가 전력수요로 이동한다.

낮 시간에 충분한 축열이 이뤄지지 않거나 한파에 난방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면 겨울철 저녁 전력 피크가 새롭게 형성될 수 있다.

IEA도 히트펌프 확산이 전력수요를 증가시키므로 효율 향상뿐 아니라 전력망 계획과 수요관리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처: IEA, Heat Pump Expansion and Grid Planning (IEA)

결국 히트펌프의 경제성은 기기의 효율계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초기 설치비
+ 배관·전기공사비
+ 배전망 보강비
+ 유지보수비
- 가스비 절감액
- 전기요금 절감액
- 정부 보조금

이 계산이 기기 수명 전체에서 양의 값을 가져야 보조금 축소 이후에도 자발적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8. VPP는 무료 발전소가 아니라 복잡한 운영사업이다


VPP는 전기차, 배터리, 히트펌프, 태양광과 산업체 부하를 하나로 묶어 전력시장에 참여시키는 구조다.

개념적으로는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도 피크 수요를 줄일 수 있어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VPP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아니다.

분산된 자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고객별 사용제약을 반영하면서 전력시장 가격과 배전망 상황에 맞춰 원격 제어해야 한다.

미국 에너지부도 VPP의 상업화를 위해 고객 확보, 기기 간 상호운용성, 시장 접근, 규제 정비와 금융조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출처: 미국 에너지부, Pathways to Commercial Liftoff for Virtual Power Plants (The Department of Energy's Energy.gov)

수요감축 성과를 측정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소비전력을 얼마나 줄였는지 계산하려면 수요반응이 없었을 경우 해당 소비자가 얼마나 사용했을지를 나타내는 기준선이 필요하다.

기준선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면 실제 절감 없이 보상만 받을 수 있고, 너무 낮게 설정하면 참여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미국 에너지부도 수요반응의 비용효과를 평가할 때 고객의 정상적인 소비량을 추정하는 기준선 설정이 핵심 문제라고 설명한다.

출처: 미국 에너지부, A Framework for Evaluating the Cost-Effectiveness of Demand Response (The Department of Energy's Energy.gov)

VPP의 연결대상이 수백만 개의 가정용 기기와 전기차로 확대되면 사이버보안도 독립적인 비용항목이 된다.

기기 인증, 통신 암호화, 네트워크 분리, 공급망 보안, 침해사고 대응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체계가 필요하다.

출처: 미국 에너지부, Cybersecurity Baselines for Distribution Systems and DER (The Department of Energy's Energy.gov)

결국 VPP의 상업성은 다음과 같은 비용함수로 평가해야 한다.

전력시장 수익
- 소비자 보상
- 배터리 열화비용
- 통신·계량·제어 시스템 비용
- 고객 확보 및 이탈관리 비용
- 예측오차와 불이행 비용
- 사이버보안 및 규제준수 비용

이 값이 안정적으로 양의 값을 가져야 VPP가 발전소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된다.

(할 수 있겠냐고..)

9. 전기요금 개편은 경제학보다 정치경제의 문제다


가정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저소득층에는 에너지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안은 경제학적으로 정합성이 있다.

다만 실제 가구의 전력소비는 소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구원 수, 주택 면적과 단열성능, 노인과 영유아 거주 여부, 재택근무, 의료기기 사용과 지역별 기온에 따라 소비량이 달라진다.

따라서 가정용 요금을 인상하고 소득 하위계층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면, 지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전력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중간소득 가구가 큰 부담을 질 수 있다.

OECD도 전기와 난방 에너지 관련 세금과 가격 부담이 소득 대비 저소득층에 더 크게 작용하는 역진적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출처: OECD, The Distributional Effects of Energy Taxes (OECD)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는 것도 단순하지 않다.

전력 다소비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보호할 필요는 있지만, 산업용 요금 인하분을 가정용 요금이나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면 새로운 교차보조가 발생한다.

반대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계속 낮게 유지하면 기업의 에너지효율과 공정개선 투자 유인이 낮아질 수도 있다.

전기요금에는 다음 목표가 동시에 얽혀 있다.

산업 경쟁력
+ 물가 안정
+ 한전의 재무구조
+ 취약계층 보호
+ 발전·송전망 투자 회수
+ 에너지효율 개선
+ 탄소감축
+ 지역 간 비용배분

모든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요금체계는 존재하기 어렵다.

누군가의 요금을 정책적으로 낮추면 다른 소비자가 더 부담하거나,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거나, 전력회사의 부채로 미래에 이연해야 한다.

가격 신호는 전력소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 자체를 없애주지는 않는다.

10. 필요한 것은 방향성이 아니라 전체 비용함수다


전력 수요관리, 다이내믹 프라이싱, 히트펌프와 VPP를 확대하려는 정책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

수요 유연성은 피크 수요를 완화하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하며, 일부 발전소와 전력망 투자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경제성을 입증하려면 기대편익만이 아니라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먼저 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다음과 같다.

회피 가능한 발전소 투자비
+ 연료비 절감
+ 송전망 혼잡 완화
+ 탄소배출 감소
+ 에너지 수입 감소

여기에서 다음 비용을 차감해야 한다.

송전·배전망 증설비
+ 지상·지하 전력배선 및 토목공사비
+ 토지 취득과 선하지 보상비
+ 주민지원과 피해보상비
+ 인허가 및 환경평가 비용
+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 스마트계량기와 자동제어 설비비
+ 히트펌프·ESS·축열조 지원금
+ VPP 운영과 소비자 보상비
+ 배터리 열화와 유지보수비
+ 사이버보안과 정산비용
+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 변동 위험

(*쓸때 없는 소리하지말고 대규모 전력 수요처(*chip fab, AI D/C) 인근 부지에 복합화력발전소나 지으세요..) 

특히 한국에서는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토지 선점, 알박기, 보상 협상, 지역 민원과 지방정부의 이해관계를 비용함수의 중심에 포함해야 한다.

발전소에서 전력이 남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값싼 전력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그 전력을 수도권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까지 전달하기 위해 대규모 배선공사와 토목공사를 시행하고, 수많은 토지 소유자와 지역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며, 보상비와 장기간의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최종 전력비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력망 투자는 단순한 전기공사가 아니라 토지개발·인허가·금융·정치적 이해관계가 결합된 초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결국 이번 논의는 전력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는 담론으로는 설득력이 있다.

다만 실제 투자안과 사업모델의 관점에서 보면 CAPEX, 송전망 연결비용, 토지 보상, 배전망 증설, 보조금 의존도와 공사 지연에 대한 계산이 부족하다.

전력정책은 방향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력이 남는 장소와 필요한 장소를 연결해야 하고, 그 사이에 놓인 모든 토지와 이해관계자, 인허가와 금융비용을 통과해야 한다.

이 현실적인 제약을 생략한 채 남는 전력을 활용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건너뛴 설명에 가깝다.

=끝

생각정리 308 (* 버크셔, 애플, 메모리 IDM -2)


“SK하닉은 ‘돈나무’…韓정부·워싱턴 모두 흔들고 싶어해” 블룸버그 칼럼
뭔 뒷북 기사냐.. 
 그리고 내가 그간 이해하고 들은바에 따르면 끌려다닌건 IDM메모리사가 아니라 정부였는데..

위 컬럼처럼 이번 정부를 무능한 사회주의적 정부로만 규정하는 시각은 다소 과장돼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정부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기업으로 묘사하는 것 역시 현재의 협상 구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정치권과 메모리 IDM 기업들의 투자 논의, 세액공제 확대, 인프라 지원과 규제 완화 과정을 계속 추적해보면, 양측의 관계는 일방적인 요구와 수용이라기보다 국내 투자와 고용을 제공하는 기업과 세제·인프라·규제 지원을 제공하는 정부 사이의 협상에 가깝다.

특히 현재 메모리 공급과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상력은 과거보다 훨씬 강해졌다. 정부가 대규모 국내 투자를 필요로 하는 만큼, 기업들도 투자 지역과 시기, 자금조달 구조, 세제 혜택을 두고 상당한 조건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이번 투자의 최종 수혜자는 메모리 IDM 기업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부 지원을 통해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도 생산능력과 시장 지배력은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 시장에 공개되지 않았거나 이미 공개됐지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지원 조건과 자본조달 구조도 상당 부분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애플이 중국의 공급망과 정부 지원을 활용해 자본효율성을 높였던 사례와 비교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서남권 투자가 실제로 얼마나 무거운 CAPEX 부담으로 이어질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IDM은 CAPEX가 무거워 애플이 될 수 없는가


애플의 중국 생산망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생각해보는 ‘순 CAPEX’의 경제학


앞선 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높은 이익률을 단순한 메모리 가격 상승의 결과로만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AI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공정기술·수율·첨단 패키징·고객 인증에서 만들어지는 진입장벽이 유지된다면 메모리 IDM의 정상 이익 수준도 과거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가장 먼저 제기될 수 있는 반론은 명확하다.

애플은 CAPEX가 가벼운 사업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막대한 설비투자를 반복해야 하는 IDM이다. 따라서 애플처럼 높은 ROE와 ROIC, FCF 마진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다.

반도체 IDM은 팹 건물과 클린룸, 노광·식각·증착 장비, 전력과 용수 설비까지 직접 부담한다. 기술 전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미 보유한 장비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다만 이 반론은 애플의 낮은 CAPEX가 만들어진 배경과, 향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질 투자부담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

애플도 생산설비에 적지 않은 자본을 투입했다. 다만 제조에 필요한 전체 자본을 애플 혼자 부담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최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핵심 생산설비는 직접 통제하되, 팹 외부 인프라와 일부 자금 부담은 정부·지방정부·외부 투자자와 분담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1. 애플은 정말 CAPEX가 필요 없는 기업이었을까


1-1. 애플도 생산설비와 공정장비에 직접 투자했다


애플은 단순히 제품을 설계하고 폭스콘에 도면만 넘긴 기업이 아니었다.

애플의 2016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제품 툴링과 제조공정 장비에 직접 투자했고, 그 장비의 상당 부분을 외주 생산업체 공장에 설치했다고 명시했다. 장기적인 부품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공급업체에는 선급금도 지급했다.

2016회계연도 애플의 CAPEX는 약 128억달러였다. 당시 매출 2,156억달러의 약 **5.9%**에 해당한다.

애플의 CAPEX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포함됐다.

  • 제품 생산용 금형과 툴링

  • 제조공정 및 검사 장비

  • 데이터센터

  • 사옥과 정보시스템 인프라

  • 애플스토어 관련 시설


중국에 위치한 애플의 장기 유형자산도 2016년 말 약 78억달러에 달했다. 애플은 중국 소재 장기자산의 상당 부분이 제품 툴링과 제조공정 장비라고 설명했다. (SEC)

따라서 애플을 생산설비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 순수한 무자산 기업으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다음에 가깝다.

애플은 제품 경쟁력과 생산 수율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전용장비에는 투자했지만, 제조 생태계 전체의 고정자산과 노동력을 연결재무제표 안에 모두 보유하지 않았다.


생각정리 105 (* Apple in China)
 


1-2. 공장·노동력·운전자본은 공급업체가 부담했다


애플은 제품 설계, 운영체제, 브랜드, 유통과 가격결정권을 통제했다.

반면 실제 생산에서는 폭스콘과 페가트론 등 외주 생산업체가 다음 부담을 맡았다.

  • 대규모 공장 건물

  • 범용 조립설비

  • 생산직 인력과 기숙사 운영

  • 현장 재고와 운전자본

  • 성수기 인력 확충

  • 공장 운영과 생산관리


비용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애플은 부품과 완제품 구매가격을 통해 생산업체에 비용과 마진을 지급했다.

그러나 공장과 인력, 재고를 직접 보유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고정자산과 운전자본 부담은 애플의 재무제표 밖에 남았다.

애플은 핵심 생산장비에 선택적으로 투자하면서도 노동집약적 조립과 범용 생산자산은 공급업체에 맡겼다. 이 구조가 자산회전율과 ROIC, FCF 전환율을 높이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애플은 2016년에도 거의 모든 하드웨어 제품의 최종 조립을 주로 아시아에 위치한 외주업체에 의존한다고 공시했다. (SEC)


1-3.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가 제조 인프라를 분담했다


애플의 중국 제조 생태계는 애플과 폭스콘의 자본만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2016년 뉴욕타임스가 중국 정부 내부자료와 관계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한 정저우 ‘iPhone City’ 사례를 보면, 중국 지방정부는 폭스콘 공장과 주변 근로자 주택 건설에 15억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지원 범위는 단순한 토지 제공에 머무르지 않았다.

  • 공장과 근로자 기숙사 건설 지원

  • 도로와 발전소 건설

  • 에너지 및 운송비 보조

  • 생산라인 근로자 모집과 훈련

  • 수출 목표 달성 장려금

  • 세제 감면

  • 사회보험료 부담 축소

  • 시정부의 2억5,000만달러 대출

  • 인근 공항 확장에 100억달러 이상 투자 계획


정저우 지방정부는 폭스콘의 초기 5년간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이후 5년간은 일반 세율의 절반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력가격 할인과 물류비 보조, 신규 고용 보조금도 제공됐다. (Public Services Alliance)

형식적으로 이러한 혜택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애플이 아니라 폭스콘이었다.

애플 역시 폭스콘과 지방정부 사이의 구체적인 보조금 협상에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며, 개별 지원 규모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스콘 공장이 사실상 iPhone 생산을 중심으로 운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의 지원은 결과적으로 애플 공급망 전체의 생산원가와 자본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1-4. 애플의 CAPEX가 가볍게 보였던 이유


애플이 매출과 이익 규모에 비해 낮은 CAPEX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조업에 필요한 자본이 세 주체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제조공정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면서도, 제조 생태계 전체의 자산과 인력을 직접 소유하지 않았다.

결국 애플의 낮은 회계상 CAPEX는 생산에 자본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 필요한 자본을 공급업체와 공공부문에 효율적으로 분산한 결과에 가까웠다.

2016년 애플은 128억달러의 CAPEX를 집행하고도 약 531억달러의 FCF를 창출했다.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자본의 상당 부분이 애플 본사의 재무제표 밖에서 공급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구조이다. (SEC)


결국 지난 12년 동안 애플은 낮은 설비투자 변동성과 높은 FCF 성장, 폭스콘은 빠른 설비투자 확대와 높은 현금흐름 변동성이라는 상반된 자본배분 구조를 보여준다.


1-5. 애플의 낮은 CAPEX를 해석할 때 핵심


애플의 자본효율성을 온전히 브랜드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만의 결과로 해석해서는 부족하다.

브랜드와 생태계가 높은 가격과 반복 구매를 가능하게 했다면, 중국 공급망은 이를 대규모로 생산하면서도 애플이 부담해야 할 고정자산과 노동집약도를 낮췄다.

즉, 애플의 높은 ROIC와 FCF 마진은 다음 세 요소가 결합된 결과였다.

**강력한 브랜드와 가격결정력

  • 외주 생산을 통한 자산부담 분산

  • 중국 정부의 인프라·세제·노동 지원**

이는 애플의 경제적 해자가 소비자 수요 측면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공급망을 설계하고 자본부담을 배분하는 능력에도 존재했다는 의미이다.


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서남권 투자도 민관 분담 구조이다


최근 발표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에서도 유사한 자본부담 분산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애플과 달리 핵심 생산공정을 외주화할 수 없다.

웨이퍼 투입부터 전공정, 수율 관리와 HBM 생산까지 직접 통제해야 하므로 팹과 핵심 장비에 대한 투자부담은 여전히 기업에 남는다.

그러나 전체 프로젝트 투자액과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순현금 투자액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2-1. 기업 투자와 정부 지원이 하나의 MOU에 담겼다


2026년 6월 삼성전자와 SK그룹, 앰코는 정부와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발표된 장기 투자계획은 다음과 같다.


SK는 서남권에 메모리 메인 팹 2기와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삼성은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중요한 점은 기업의 투자계획과 정부의 지원정책이 별도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상호협력과 지원을 전제로 한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다만 896조원은 장기간에 걸친 총계획이다. 구체적인 착공 시점, 연도별 투자금액과 자금조달 방식은 아직 모두 확정된 것이 아니다.


2-2.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는 정부가 최대 100% 지원한다


반도체 팹은 건물과 장비만 있다고 가동할 수 없다.

대규모 전력과 초순수, 폐수처리, 송전망, 도로와 물류망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이 인프라까지 기업이 모두 부담하면 팹 장비 외에도 막대한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과 용수 등 핵심 기반시설 구축비를 최대 100%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특별법 시행령도 전력·용수·폐수처리·도로 등 기반시설 비용을 총사업비의 50% 이상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전액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비수도권 클러스터는 지원 과정에서 우대된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현재 계획에는 다음 지원이 포함돼 있다.

  • 발전설비와 송전망 구축

  • 하루 65만t 규모의 공업용수 확보

  • 폐수·폐기물 처리시설

  • 산업단지와 도로 조성

  • 공공지원 임대부지 검토

  • 교통·주거·교육 등 정주 인프라

  • 인허가와 보상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이는 팹 전체 투자에서 기업이 직접 부담해야 할 비생산 인프라 비용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는 구조이다.


2-3. 지역별 차등세제와 투자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서남권 투자기업과 근로자에게 지역별 차등세제를 도입하겠다는 방향도 공식 발표했다.

기존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와 별도로, 비수도권 투자에 추가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해 수도권 대비 불리한 입지 조건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이다. 다만 지역별 추가 공제율과 구체적인 적격자산 범위는 후속 입법과 시행령·고시에서 확정돼야 한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여기서 세액공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액공제는 장비 구입가격 자체를 즉시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보조금과는 다르다. 기업이 우선 투자를 집행한 뒤, 납부할 법인세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CAPEX는 현금흐름표에 먼저 반영되지만, 이후 법인세 부담이 감소하면서 투자의 세후 실질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2-4. SK하이닉스는 합작법인을 통해 외부 자본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정부의 인프라·세제 지원에 더해 외부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리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증손회사를 설립하려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호남 팹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더라도 외부 투자자와 지분을 나누기 어려웠다.

당정은 비수도권 첨단산업 사업장에 대해서는 증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SK하이닉스는 호남 팹을 별도 법인이나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하고 다음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 전략적 투자자의 지분 투자

  • 재무적 투자자의 자본 참여

  • 합작법인 차원의 프로젝트 금융

  • 정책금융과 지역성장펀드


이는 SK하이닉스 모회사가 프로젝트 전체 비용을 FCF에서 단독으로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다만 현재는 법안 추진 단계이며, 외부 투자자와 구체적인 지분구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


2-5. 이번 지원은 단순한 세액공제보다 범위가 넓다


이번 서남권 프로젝트를 단순히 “반도체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으로만 이해하면 전체 구조를 놓치게 된다.

정부 지원은 다음 영역을 모두 포괄한다.


애플이 중국에서 핵심 전용장비를 부담하면서 공장·노동력·도로·전력·물류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공급업체와 지방정부에 분산했다면, 서남권 프로젝트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핵심 생산설비를 직접 부담하되 외부 인프라와 일부 자금조달 부담을 공공부문 및 투자자와 나누게 된다.


FCF 관점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시장은 대규모 반도체 투자계획이 발표되면 전체 금액을 기업의 미래 현금유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구분해야 할 숫자는 세 가지이다.

1. 총 프로젝트 투자액

팹, 장비, 발전설비, 송전망, 용수, 도로와 산업단지까지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이다.

2. 기업의 회계상 CAPEX

기업이 직접 취득하고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건물과 장비 투자액이다.

3. 기업의 실질 순현금 투자부담

정부 지원과 세액공제, 외부 지분투자와 정책금융 등을 반영한 뒤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경제적 비용이다.

이를 간단히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총 프로젝트 투자액
− 정부·지방정부 인프라 지원
− 투자세액공제와 보조금
− 외부 투자자의 지분자금
− 정책금융
= 모회사의 실질 순현금 부담

세액공제는 투자 시점과 세금 감소 시점이 다르고, 합작법인이 연결 대상이면 일부 CAPEX와 부채가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주가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언론에 발표되는 총사업비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주에게 귀속되는 실질적인 자기자본 부담이다.


3. 애플·중국 공급망과 메모리 IDM·한국 정부의 비교


두 구조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애플은 최종 조립을 외주화할 수 있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핵심 반도체 공정과 수율 리스크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본부담을 분산한다는 경제적 구조에는 유사한 부분이 있다.


핵심은 애플과 메모리 IDM이 같은 사업이라는 주장이 아니다.

대규모 제조업의 경제적 CAPEX는 반드시 한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전부 부담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애플은 생산자본을 공급업체와 중국 지방정부에 분산하면서 높은 자본효율성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핵심 팹과 장비는 직접 소유하겠지만, 토지·전력·용수·도로·세후 투자비용과 일부 투자자본을 정부 및 외부 투자자와 분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IDM은 여전히 CAPEX가 무거운 사업이다


여기서 지나친 단순화는 경계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애플과 같은 자산경량형 기업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 지원만으로 메모리 IDM의 구조적 CAPEX 부담이 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CAPEX가 무겁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ROE·ROIC와 FCF 마진의 지속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도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투자된 자본에서 얼마의 이익을 창출하는지, 전체 투자 중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몫이 얼마인지, 그리고 CAPEX가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인지 미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성장투자인지를 함께 봐야 한다.


결국 봐야 할 것은 총 CAPEX가 아니라 CAPEX 이후 남는 현금이다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투자된 자본이 얼마의 초과이익을 창출하며, 그 투자 이후에도 주주에게 귀속되는 현금이 얼마나 남는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막대한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가운데,

  • 정부가 팹 외부 인프라를 부담하고

  • 투자세액공제가 실질 투자비용을 낮추며

  • 외부 자본이 일부 프로젝트 투자액을 분담하고

  • 장기공급계약과 높은 진입장벽이 설비 가동률을 뒷받침한다면


전체 CAPEX가 증가하더라도 FCF가 모두 소진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과거보다 높은 이익률이 유지되고 순 CAPEX 부담이 분산된다면, 투자 이후 남는 현금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그 현금이 부채 감소에만 머무르지 않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연결된다면, 메모리 IDM에서도 다음과 같은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속 가능한 초과이익
→ 높은 영업현금흐름
→ 공공 인프라·세제 지원을 통한 순 CAPEX 부담 완화
→ FCF 확대
→ 배당 및 자사주 소각
→ 주당가치 상승

애플의 높은 자본효율성을 단순히 “CAPEX가 없는 회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듯, 메모리 IDM의 미래를 단순히 “CAPEX가 무거운 산업이기 때문에 FCF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지 않나 싶고, 

AI 수요가 꺾이지 않는 한 (*개인적으로 이전글을 근거로 난 꺾일거라고 보지않는다.) 메모리 재고 RISK는 IDM사가 부담하기 보다는 SCA, LTA 비중을 높여가는 전방 수요처들이 Taking 하는게 좀 더 맞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