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국토부 예산안이 발표되었는데, 내용을 훑어보다 흥미로운 점이 있어 기록해둔다.
2026년 국토부 예산안과 서울 주택시장 파급효과 분석
1. 개요
2026년 국토교통부 예산안은 공공분양 축소와 임대 확대라는 명확한 기조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분양 융자가 크게 줄어든 반면, 다가구 매입임대 출자와 임대주택(리츠·융자) 지원은 대폭 확대되었다.
여기서 공공분양 융자는 신축 아파트 분양 시 추첨을 통해 선정된 수요자가 분양 대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융자 성격의 자금이다. 따라서 이 항목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신규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동시에 서울 도심 내 신축 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희소해지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정부는 앞으로 신규 아파트 건설·분양보다는 기존 저층주택(빌라·다가구)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식에 정책의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급탄력성이 낮은 서울 주택시장 구조를 고려하면, 이러한 변화는 중기적으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 예산안 변경의 구체 내용
2.1 공적주택 관련 주요 항목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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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분양 융자: 2025년 1조4,716억 → 2026년 4,270억, -71% 축소
→ LH 등 공공사업자의 분양주택 건설자금에 투입되는 주택도시기금 융자가 대폭 줄었다. -
다가구 매입임대 출자: 2,731억 → 5조6,382억, +1,964% 폭증
→ 신축 빌라·다가구를 LH가 매입해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사업에 대한 자본성 지원이 크게 늘었다. -
임대주택 리츠 출자: 4,500억 → 7,200억, +60%
→ 임대주택을 보유·운영하는 공공·민관 리츠 출자 확대를 통해 임대주택의 보유 플랫폼을 넓히는 방향이다. -
임대주택 융자: 12조4,780억 → 14조4,584억, +15.9%
→ 민간·공공 임대사업자에게 저리 자금 공급을 확대해 임대재고 확충 및 유지보수를 지원한다. -
수요측 보완: 청년 월세 20만원 지원을 상시화, 주거급여 기준 임대료 상향
→ 자가 이전 수요 일부를 임차 선택으로 유도하면서 월세 시장 안정을 도모한다.
2.2 왜 이런 재배치가 이루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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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성: 빌라·다가구 매입은 아파트 신축(3~5년) 대비 단기간 내 체감 공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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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PF 리스크 관리: 공공분양 신축은 토지비·공사비 상승, 분양가 규제 등으로 재무 리스크가 크다. 반면 매입임대는 성과 가시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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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취약계층 지원: 임대주택 재고를 직접 확충해 저소득층 주거비 부담 완화를 우선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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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 처리: 일부 예산은 준공 후 미분양 매입에 쓰여 시장의 하방 리스크를 흡수한다.
3. 서울의 주거밀집도와 도시 구조적 특성
일반적 상식은 아파트를 더 많이 지으면 서울 주거밀집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울 도심 내 (*한국형) 아파트를 더 지을수록 오히려 주거밀집도가 낮아져 주거부족 문제가 심화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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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용적률과 넓은 커뮤니티 공간: 아파트 단지 중심 개발로 단위 면적당 주거밀집도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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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출입 제한: 단지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도시 전체 보행 동선이 단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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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 기피: 상업과 주거가 분리되어 도시 효율성이 떨어진다.
반면 파리·런던·도쿄 등은 주상복합 중심의 고밀도 연속 개발로 주거밀집도와 도시 효율성이 모두 높다.
3.1 무엇을 의미하는가?
간단히 요약하면, 서울 도심의 용적률은 제도상·실현상 모두 주요 해외 도시 대비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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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반 주거지 150~300%대, 준공업지역 400% 내외, 특별 인센티브(역세권 복합개발 등) 적용 시에야 **최대 700%**까지 가능. 그러나 실제 달성치는 평균 법정의 약 70%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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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주거지역도 100~500%, 상업핵심은 **1,300%**까지 허용. 즉, 서울 대비 훨씬 높은 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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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직접적인 용적률 대신 37m(약 12층) 높이 제한. 보통 블록 개발 시 300~500% 정도의 실효 밀도 달성.
따라서 서울은 평균 달성 밀도가 낮고, 특별한 인센티브가 있어야만 고밀 개발이 가능하다 보니, 공공분양 축소와 신축 파이프 약화 같은 정책 변화가 가격에 더 크게 전가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공공분양 축소와 아파트 신축 파이프라인 약화는 서울 도심 내 대형 아파트 단지 희귀도를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Seoul: 인구밀도 약 15,866명/㎢, 세대밀도 약 72 HH/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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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23 wards: 인구밀도 15,742명/㎢, 세대밀도 약 82 HH/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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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city): 인구밀도 19,900명/㎢, 세대밀도 약 93 HH/ha
3.2 사례분석
사례 1.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979년 준공, 4,424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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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용적률: 약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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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면적: 약 43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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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수: 4,424세대 (평균 전용면적 80㎡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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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 주거용적률: 약 150% 수준 (주거전용면적/대지)
분석:
은마아파트는 4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이지만, 넓은 중앙 광장·조경·도로가 단지 안에 포함돼 있어 실제 주거순수용적률은 법정 대비 70%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세대밀도는 103세대/ha 수준으로, 같은 면적을 블록형 다세대·연립으로 채웠을 때(150~200세대/ha)에 비해 낮은 편이다. 즉, 아파트 단지 특유의 커뮤니티 공간 확보 구조가 전체 밀도를 낮추는 사례다.
사례 2. 도쿄도 신주쿠구 니시신주쿠 고층주거지 (2000년대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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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용적률 상한: 상업지역 1,20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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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개발 사례: 니시신주쿠 5초메 주상복합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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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수: 약 1,200세대, 전용 40~70㎡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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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 세대밀도: 300~350세대/ha
분석:
동일 면적에 서울 은마아파트보다 3배 이상 많은 세대가 입주할 수 있다. 이는 도쿄가 주상복합·고밀 블록개발을 허용하면서, 상업시설·주거시설이 혼합된 구조를 택했기 때문이다. 단지 내부에 별도의 광장·도로망을 크게 할애하지 않고, 도시 전체 보행·상업망과 연결시킨 것이 특징이다.
요약 비교
서울 사례
(1)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2019 준공, 1,297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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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용적률: 약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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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 세대밀도: 약 180~200세대/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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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고급 주상복합이지만 단지 내부 녹지·커뮤니티 공간 비중이 크고, 외부와 단절된 구조.
(2) 마포 레미안푸르지오 (2014 준공, 3,785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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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용적률: 약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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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밀도: 약 150세대/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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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대규모 재개발 아파트 단지지만 법정 대비 실효 밀도가 낮음. 단지 폐쇄성이 뚜렷.
해외 사례
(3) 파리 리브 고슈(Rive Gauche) 개발지구 (1990년대~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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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체계: 높이 제한 37m (≈12층), 평균 용적률 3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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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밀도: 250~300세대/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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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블록형 개발로 주거·상업·사무 혼합. 녹지는 블록 내 공용 광장·거리로 배치해 도시 동선과 연계.
(4) 도쿄 마루노우치·긴자 주상복합 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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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용적률: 1,00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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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밀도: 300~350세대/ha 이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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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초고밀 주상복합. 상업·업무·주거가 혼합되어 있으며 지하철·보행 네트워크와 일체화.
3.3 비교포
3.4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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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단지형 개발 → 법정 용적률 대비 실효 밀도 낮음, 도시 동선과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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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리·도쿄): 블록형·주상복합 → 실효 밀도 높음, 도시 전체 효율·연속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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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서울에서 공공분양 축소·신축 감소는 단순히 물량 부족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밀도 제약이 중첩되어 가격 상승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구조임.
4. 시장 메커니즘(전가 경로)
서울은 단기 공급탄력성(Es)이 매우 낮은 시장이다. 따라서 정책 충격이 가격에 빠르게 반영된다. 이번 예산 재배치의 경로는 크게 네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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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경로: 공공분양 축소 → 아파트 신축 감소 → 12~24개월 후 준공물량 축소 → 매매시장 희소성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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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로: 다가구 매입임대 확대 → 매매 가능한 재고 감소 → 아파트 희소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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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금융 경로: 정책대출 축소 → 단기 매수여력 감소. 그러나 금리 하락기에는 공급축소 효과가 증폭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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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구조 경로: 주상복합 기피·용적률 규제 유지 → 공급탄력성 더 낮아짐 → 동일한 공급충격의 가격효과 확대
5. 정량 감도 분석
간단한 비교정태 모형으로 **ΔP/P ≈ 유효공급 변화율 ÷ (Es + |Ed|)**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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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수요탄력성 |Ed|=0.7, 공급탄력성 Es=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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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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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0.5% 감소 → +0.5~0.7%p 가격상승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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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1.0% 감소 → +0.9~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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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2.0% 감소 → +1.8~2.5%p
또한 공공분양 융자 축소분(약 1조원)을 가구당 건설비 1.53억원으로 환산하면 **3.5만~7만 가구의단기(6~12개월)는 규제·금리에 영향받지만, 준공물량 부족으로 하방 경직성 유지. 중기(12~24개월)는 프라임 아파트 프리미엄 확대 가능성. ‘잠재 공급 축소’**에 해당한다. 이 중 서울 몫은 제한적이지만, 도심 양질 아파트의 희소성은 확실히 강화될 것이다.
6. 부문별 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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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거래: 단기(6~12개월)는 규제·금리에 영향받지만, 준공물량 부족으로 하방 경직성 유지. 중기(12~24개월)는 프라임 아파트 프리미엄 확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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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시장: 월세 안정에는 기여하나, 매매시장 하방은 크게 막지 못함. 전세가율 회복 시 매수세 전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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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정비사업: 공공분양 축소로 민간 재건축이 핵심 변수. 규제완화가 없으면 공급지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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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금융: 공공분양 축소로 일부 시공사 매출 가시성 악화. 대신 임대리츠·운영형 부동산은 수혜. PF시장엔 긍정·부정 요인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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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자산군 차별화: 도심·학군·역세권 아파트 강세, 외곽 단지 약세. 빌라·다가구는 임대자산화로 매매가치 제한.
7. 전망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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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시나리오: 금리 보합–소폭 하락, 규제 점진 완화 → 서울 도심 아파트 가격 +1~3%p 상승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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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방 시나리오: 금리 급락·재건축 가속 → 희소성 프리미엄 강화 → 상승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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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방 시나리오: 금리 재상승·경기 둔화·민간 대규모 준공 쇼크 → 가격 조정 가능
8. 결론
2026년 국토부 예산안은 아파트 직접공급 축소–임대재고 확대라는 전환점을 보여준다. 이는 서울 도심 아파트의 희소성을 높여 중기적으로 가격상승 압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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