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0일 화요일

생각정리 90 (* 해외투자 점검4, 반도체)

최근 Agentic AI 확산으로 테크·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 앞선 글에서 메모리 사이클이 과거와 수요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다를 수 있음을 지적했으며, 이번 글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보다 구체적 상상을 기록해본다. 

결론적으로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환경에서 패키징 중심의 성능·집적도 향상과 에너지 소모 급증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메모리·장비·전력 인프라 전반의 수요 곡선을 재정의한다.


1. 무어의 법칙 이후: 패키징과 GPU가 여는 새로운 사이클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한 TSMC의 칩 엔지니어들은 CPU 중심 무어의 법칙의 한계를 일찍 인지했고, 그 결과 엔비디아는 GPU 아키텍처 고도화, TSMC는 첨단 패키징에 전력을 기울였다. 미세공정이 진전될수록 물리 법칙의 제약이 두드러지면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사이클의 초입에 서 있다.

관련된 내용으로는 ASML의 Investor Day에서 제시된 관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과거처럼 “칩당”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2년마다 2배 늘어나는 무어의 법칙이 아니라, “패키지당”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2년마다 2배 증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일종의 매슬로우 법칙 개념)이 미래의 지형을 설명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무어의 세계에서는 2년마다 에너지 소모가 약 60% 감소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AI 필요 에너지가 2년마다 5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더 나아가 AI 시대 전체 필요 에너지가 2년마다 16배 증가한다는 가정도 있다. 

이는 과거 대비 약 8배 빠른 속도의 에너지 수요 증가이며, 칩당 에너지 절감은커녕 칩당 필요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필연적으로 비용과 전력 소비 문제가 전면으로 부상한다.



2. 과거의 경험칙을 넘어: AI 시대 반도체 가격 패러다임 전환

이 변화는 반도체 가격 형성의 ‘오래된 공식’을 무력화한다. 공정 미세화가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Bit growth가 증가하고 칩당 가격이 하락하던 과거의 경험칙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봉착한 현재, 자연스러운 Bit growth·칩당 가격 하락·에너지 감소의 연쇄 공식이 붕괴하였다.

반면 AI 고도화에 따라 필요한 메모리 칩의 절대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과거와 달리 칩 가격의 구조적 상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3. 선단공정의 역설: 효율 종결, 캐파·테스트의 확장


투자 관점에서의 함의는 분명하다. **종합반도체회사(IDM)**는 AI 시대의 잠재 이익을 크게 흡수할 위치에 있으며, 무엇보다 반도체 장비업체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 특히 과거 선단공정·미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Bit growth 증가분이 더 이상 자동으로 확보되지 않는 환경에서, 앞으로는 Bit growth 1단위당 필요한 장비 투입(장비 집약도)이 구조적으로 상승한다.

4. 투자 전략, P/F 변화


우리의 투자 전략도 위의 함의만큼이나 명확하다. 시장이 아직 감지하지 못한 이전과 다른 구조적 변화선제적으로 포착하고, 그 변화에 과감히 베팅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우리 회사의 해외 P/F는 AI 소프트웨어 비중을 낮추고, AI 하드웨어—특히 메모리와 반도체 장비—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하였다.

해외투자 점검 3 (*이전)

선단공정 전환이 자동으로 에너지 절감으로 연결되던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필요 에너지 증가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에 진입했으며, 이는 에너지, 인프라 산업 전반에 대한 capex 상향조정으로 이어진다.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전력 수요 예측치 다수는 Agentic AI의 본격화(예: 2025년 3분기 이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우리는 상향 수정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다. 전력망과 에너지 공급이 물리적 한계에 직면하면 전력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SMR과 대형 원전의 ROI를 빠르게 개선하여 인허가 프로세스 가속을 촉발할 수 있다.

아울러 컨설팅 보고서의 통계·전망은 과거 데이터의 단순 결합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접근은 지정학 변화, 기술 변곡, 사회 변화 방향과 같은 핵심 변수를 충분히 내재화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예측과 자본 배분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변수의 재정의를 전제로 해야 하며, 우리는 이를 P/F 운용 전 과정에 반영한다.

요약하면, 패키지 중심 집적도 가속에너지 수요 폭증이라는 이중 전환이 진행 중이며, 그 결과 메모리·장비·전력 인프라 전반에서 장기적 수요 체인 상향과 가격 구조의 재편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메모리 사이클은 과거의 단순 순환이 아니라, 물리·아키텍처·에너지라는 3중 축의 구조 변화가 반영된 새로운 사이클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가 시장 컨센서스로 인정되기 이전, 곧 대세화되기 전 단계에서 선행해 베팅을 한다. 


Lam Research



요점: Agentic AI → NAND 중심 데이터 폭증 → 3D NAND 고층화(400L→1,000L 경로)·고집적 패키징 강화가 맞물리면, **Lam Research(램리서치)**는 본업인 식각·증착·세정AP(첨단 패키징) 전후공정에서 동시 수혜가 커진다.

Tokyo Electron




요점: Agentic AI로 인한 메모리·로직 수요 폭증은 2nm, 3nm·HBM·첨단 패키징 램프를 앞당겨 TEL의 선단 에칭·증착·3D 집적·코터/디벨로퍼 등 핵심 장비와 필드솔루션 매출을 구조적으로 확대한다.



Advantest



요점: Agentic AI → 메모리/HBM 수요 폭증 & HBM4/HBM4E, N2 본격화 → 칩렛·KDG 중시로 웨이퍼 소트·다이레벨 테스트 인서션 급증 + SLT·핸들러·DI 동반 확대 → **Advantest(어드반테스트)**의 SoC/메모리 테스터 수요가 구조적으로 가속된다.


KLA



요점: Agentic AI 확산으로 HBM4·N2 선단로직·첨단 패키징(AP) 투자가 동시에 커지면, 공정제어(Process Control) 강도가 더 올라가므로 KLA 장비 수요는 구조적으로 동행 상승(상회 가능)

Seagate Technology



요점: Agentic AI → LLM 에이전트·멀티모달 파이프라인이 학습/미세조정·추론 로그·체크포인트·시뮬레이션·생성 데이터를 대량 생산 → 핫(SSD)만으로는 비용/TB 한계 → 하이퍼스케일러가 **웜/콜드 티어 객체저장(nearline)**을 확장 → $/TB가 가장 낮은 고용량 HDD로 캐파 증설 집중

SeagateHAMR 30→40(→50)TB로 드라이브/랙당 캐파를 대폭 상향해 TCO 우위 제공 + 7대 CSP 중 4곳 클라우드용 HAMR 완전 인증으로 채택 가속 + 수급 개선·BTO·신세대 우대가격으로 가격/믹스/마진 동시 개선

→ 결론: Agentic AI 데이터의 영속 저장 수요가 고용량 nearline HDD로 흘러가며 Seagate 수요와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상승

(이하동문)

Western digital



Sandisk



#글을 마치며


예전에 잠깐 함께 근무했던 분께서 최근 2주간의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운용자금 상당부분을 한 번에 잃었다는 소식을 다리건너 전해 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전환점 변곡의 순간엔 언제나 희비가 엇갈리지 않나 싶다. 

구조적 전환을 빨리 읽고, 포지션을 신속히 바꾸는 사람에게는 변곡의 순간이 곧 초과수익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공식에 묶이지 않고, 최신 데이터로 가설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나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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