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4일 수요일

로마, 이탈리아

로마 제국의 흥망과 오늘날 로마의 위상


1. 로마 제국의 부상과 분단


로마 제국
은 기원전 2세기 이후 천 년 이상 지중해 세계를 지배했다. 광범위한 도로망, 세련된 조세 시스템, 노예 노동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경제는 제국의 번영을 이끌었다. 


그러나 영토의 과대 확장, 노예경제의 한계, 세금 부담과 자영농 몰락은 내부 균열을 심화시켰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285년 제국을 동서로 분할했고, 콘스탄티누스는 330년 수도를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옮겨 분열을 제도화했다.

2. 서로마의 몰락과 동로마의 존속


476년, 게르만 장군 오도아케르가 마지막 황제를 폐위하며 서로마 제국은 멸망했다. 군사력은 용병 의존으로 약화되었고, 황제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은 금화 경제, 관료제, 무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천 년을 더 존속했다. 결국 1453년 오스만 제국의 대포 앞에 콘스탄티노폴리스가 함락되며 역사의 막을 내렸다.

3. 로마의 몰락 본질


로마의 몰락은 정치적 분열, 경제적 위기, 군사적 약화라는 내부 요인과 게르만족 대이동, 오스만 제국의 압박이라는 외부 요인이 결합한 결과였다. 집중과 확장은 성공의 원천이었지만, 동시에 과부하를 낳아 몰락으로 이어졌다.


중세 봉건사회의 붕괴와 서구 열강의 부상

1. 십자군 원정의 파급

십자군 전쟁은 기사와 귀족의 몰락을 불러왔다. 장기간의 원정은 귀족들의 재정을 고갈시켰고, 토지는 상인·금융가에게 넘어갔다. 대신 상업과 금융을 장악한 중상 계층이 부상했다.

2. 흑사병과 노동 가치의 상승

14세기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절반을 사라지게 했다. 노동력이 급격히 줄면서 농노의 협상력은 높아졌다. 농노 해방, 임금노동 확대, 길드의 성장은 봉건적 토지경제를 무너뜨리고 화폐경제·상업경제를 확대시켰다.

3. 근대국가 체계의 형성

봉건제가 붕괴하면서 프랑스·잉글랜드·스페인은 중앙집권적 군주국가로 전환했다. 국왕은 세금·군사·법을 장악했고, 상인·금융가의 지원을 받아 근대적 재정-군사국가를 구축했다. 이 기반 위에서 대항해시대와 식민지 개척,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근대 패권의 길이 열렸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영광과 한계


1. 조기 번영

이탈리아 도시국가는 십자군과 동방무역을 통해 유럽을 선도했다. 베네치아는 해상무역으로 번영했고, 피렌체는 금융과 예술의 중심지로 르네상스의 진원지가 되었다.


2. 중앙집권 지연과 외세 개입

그러나 이탈리아는 도시국가·공국·교황령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잦은 내전 속에서 프랑스·스페인·합스부르크 같은 외세가 개입했다. 각 도시국가는 독립을 지키기 위해 외세와 손잡으면서 스스로 통일의 기회를 놓쳤다.


3. 무역 축 전환과 제도화 실패

16세기 이후 무역 중심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이동했다. 이탈리아의 금융은 유럽을 지배했지만, 국가 차원의 제도화에 실패했고, 패권은 암스테르담과 런던으로 넘어갔다.


4. 산업혁명 시차

1861년 이탈리아가 통일했을 때는 이미 영국과 프랑스가 산업혁명을 거쳐 세계적 패권국으로 자리 잡은 뒤였다. 이탈리아는 후발 산업화 국가에 머물렀다.


서구 열강과 이탈리아의 대비

  • 정치: 서구 열강은 중앙집권, 이탈리아는 도시국가 분열.

  • 경제: 서구는 봉건 토지경제에서 화폐·상업경제로 전환, 이탈리아는 금융 선도에도 제도화 실패.

  • 군사·재정: 서구는 국채·중앙은행으로 군사-재정국가 구축, 이탈리아는 도시 단위의 파편화.

  • 무역: 서구는 대서양 체제 장악, 이탈리아는 지중해에 묶임.

  • 종교와 권력: 서구는 세속 주권 강화, 이탈리아는 교황령이 중앙집권을 제약.


종합 결론

서구 열강은 십자군과 흑사병이라는 위기 속에서 노동 가치 상승, 귀족 몰락, 상인·금융가 계층의 부상을 경험했고, 이를 토대로 중앙집권적 근대국가를 빠르게 형성했다. 반면 이탈리아 도시국가는 조기에 부와 문화를 선도했으나, 분열과 외세 개입, 제도화 실패, 타이밍 상실로 근현대 패권국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결국,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서구 열강은 패권을 장악했고, 기회를 놓친 이탈리아는 문화적 영광을 남긴 채 정치·경제적 주도권을 상실했다.



로마와 이탈리아의 현재에 대한 관찰과 한국과의 비교


1. 변화를 거부하는 도시, 로마


로마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이의 말처럼, “로마는 20년간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지하철 노선이 하나 늘어난 것이 유일한 변화”라는 평가는 상징적이다. 실제로 로마는 시간이 멈춘 도시라 불릴 만큼 변화가 더디다. 성베드로 성당을 비롯한 고대·중세의 문화유산은 여전히 도시의 중심이며, 이탈리아의 정체성은 이를 후세에 보존해 전하는 것이라는 사명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2. 문화유적과 관광도시로서의 한계


이탈리아 전역은 마치 거대한 문화유적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관광산업의 현대적 발전은 정체되어 있다.

  • 관광 서비스: 레스토랑 메뉴는 단조롭고, 서비스·품질에 비해 가격은 지나치게 높다.

  • 프랜차이즈 유입 지연: 스타벅스, KFC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도 코로나 이후에야 하나둘 들어왔다.

  • 도시 관리 미흡: 정비사업이 부진해 도시 전반이 깔끔하지 못하다.


즉, 이탈리아의 문화관광 수입은 잠재력에 비해 과소평가되어 있으며, 글로벌 서비스 표준과도 거리가 있다.


3. 보수적·폐쇄적 문화와 지하경제


이탈리아 사회에는 지하경제와 비리 문화가 깊게 뿌리내려 있다. 이로 인해 공식 통계와 실제 경제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며, 이는 국가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폐쇄성과 보수성은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현대적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4. 청년 세대의 좌절과 이탈


이탈리아의 높은 소득세(약 40%), 높은 물가와 자산 가격은 청년층의 사회적 상향 이동을 가로막는다.

  • 계층 이동 차단: 부는 상속으로 되물림되고, 20~30대 청년은 높은 연봉을 받아도 세금과 생활비 부담으로 실질적 축적이 어렵다.

  • 두뇌 유출: 청년들은 더 낮은 세율과 높은 사회적 이동성을 제공하는 미국이나 EU의 유명 대학·도시로 떠난다.

결국 이탈리아는 정체된 사회로 인식되며, 젊은 세대의 활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5. 종합 평가 –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한계


이탈리아는 여전히 2천 년 전 로마 제국의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은 문화유산의 보존이 국가적 정체성의 핵심 과제가 되었고, 현대적 개혁과 발전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 긍정적 측면: 문화유산을 후세에 전하는 보존의 사명.

  • 부정적 측면: 폐쇄적 문화, 지하경제, 높은 세율, 경직된 계층 구조 → 사회 정체와 청년 유출.

즉, 이탈리아는 과거의 영광을 지키는 동시에 현대적 경쟁력 확보에 뒤처진 나라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


이탈리아 사례와 한국의 부동산·조세 구조 비교


1. 이탈리아의 현실

  • **높은 소득세(약 40%)**에 비해 부동산·상속세 등 자산 과세는 낮음.

  • 그 결과, 노년층·자산가 계층은 부를 유지·상속하고, 청년층은 높은 세율과 생활비로 상향 이동이 차단됨.

  • 불균형은 지하경제, 비리, 두뇌 유출로 이어져 사회 전체가 정체된다.

2. 한국의 현 상황

  • 한국 역시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갖고 있다.

  • 양도소득세는 낮고, 부의 이전은 상속세 중심으로 과세된다.

  • 청년층은 이미 소득세·사회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구조 속에 놓여 있다.

  • 정치적으로는 노년층·자산가 표심을 고려해 재산세·상속세 완화 가능성이 높다.

3. 잠재적 위험 – 이탈리아식 정체 사회

향후 한국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로 인해 조세 확충이 필요해질 경우, 인구가 적은 청년층이 과세 타깃이 될 위험이 크다.

  • 노년층·자산가: 재산세·상속세는 낮아져 부의 고착화 심화.

  • 청년층: 소득세·사회보험료 부담 증대 → 가처분 소득 축소.

  • 결과: 세대 간 자산 격차 고착, 사회적 이동성 제한, 이탈리아처럼 정체된 사회로 변모할 가능성.


4. 결론

  • 이탈리아는 높은 소득세, 낮은 자산 과세, 지하경제 구조 속에서 청년층이 떠나고 사회 활력이 정체되었다.

  • 한국도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와 소득세 편중 현상을 안고 있어, 재정 악화 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위험이 있다.

  • 따라서 한국은 자산 과세의 공정성 강화, 세대 간 균형 있는 조세 구조 개편 없이는 이탈리아식 사회 정체를 피하기 어렵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