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회의문화에서 배운 기록과 검증의 힘
2019년에 읽은 아마존의 사내 회의문화에 대한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아마존에서는 회의 전 발제자가 보통 6페이지 분량의 내러티브 메모를 작성한고 한다. 회의가 시작되면 참석자 전원이 약 30분 동안 묵묵히 그 메모를 읽고, 이후에야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된다고 한다.
이 방식은 발표자가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게 만들고, 참석자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논의를 시작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추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미국 AWS에 입사한 친구와 화상통화를 하는 중 관련 회의문화가 잠깐 나왔었는데, 여전히 이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며, 실제 현장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문화라고도 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이 문화를 배우고 싶다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이러한 습관은 회의뿐 아니라 투자 같은 개인적인 영역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순간적으로 스쳐 가는 아이디어는 기록하지 않으면 금세 증발한다.
또한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실수는 쉽게 잊고, 운 좋게 얻은 성공은 과장해 기억하곤 한다.
특히 투자의 세계에서는 이런 편향이 더욱 두드러져,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착각하는 과신 효과를 불러오고 이는 잘못된 투자 습관과 오류를 교정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
이런 편향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록이며,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와 검증: “일단 적고, 나중에 확인하라”
회사에서는 가끔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역발상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의 첫 반응은 부정적이다. 새로운 제안이 통념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그건 불가능하다”라는 말이 가장 먼저 튀어나온다.
나 역시 고치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습관이 있다. 기존의 상식이나 통념에 반하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본능적으로 반박의견을 섣불리 내는 습관이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지키고자 하는 습관이 있다. 바로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일단 팬부터 집어들고 종이에 모두 기록해 두는 것이다. 단순히 흘려듣지 않고 꼼꼼히 받아 적는 습관인 것이다.
이후 자리에 돌아와 그 기록을 다시 꺼내어 관련 데이터와 통계를 하나씩 찾아 검증해 보면, 놀랍게도 내 초기 판단이 틀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오히려 화자가 옳았던 경우가 많았고, 그런 아이디어들이 실제 투자 성과로 이어진 적도 많았다.
아이디어에 대해 즉각적으로 옳고 그름을 단정 짓는 습관은 좋지 않다. 일단 기록해 두고 나중에 차분히 검증하는 태도가 더 유용하다.
순간적인 반박보다 기록과 검증이 더 큰 가치를 남긴다.
이재명 대통령의 “15년” 발언과 검증 부족
엊그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100일 기자회견을 보며, 나는 대통령의 발언에서 마치 나 자신의 좋지 않은 습관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원전 건설에는 15년이 걸린다”**라는 발언이 그랬다. 그러나 실제 자료를 살펴보면, 이는 검증되지 않은 단편적 주장에 불과하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911517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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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원전 건설 소요 시간은 보통 10~15년이라고 하지만, 이에는 부지 선정·안전성 심사·주민 수용성 확보 등 **계획·허가 과정(5~10년)**이 크게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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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물리적 건설 기간은 5~7년 수준이며, 한국은 APR1400 기준으로 세계 최단 기록(5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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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처럼 국제적으로 원전 확대가 ‘우호적으로 밀어붙여지는’ 상황이라면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어 5년 내 완공도 가능하다.
즉, 대통령의 “15년” 발언은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 해외 사례를 단순히 차용한 것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검증 과정이 결여된 결과이다.
이는 자신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과신에서 비롯된 과오이며, 결국 정책 판단에서 매우 위험한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도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 검증되지 않은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특히 에너지 정책 영역에서만큼은 시대 흐름과 부합하지 않는 수치에 근거한 주장과 정책이 유독 많다는 점이 더욱 의아하게 다가온다.
복합화력발전소 인허가·착공의 필요성
이재명 대통령의 또 다른 발언인 **“당장 공급 가능한 에너지원은 친환경밖에 없다”**는 주장은, 사실상 친환경·넷제로 목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고정된 통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모두 복합화력발전소를 브릿지(bridge)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이라는 장기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과 전력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이다.
복합화력은 몇 가지 이유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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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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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에는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복합화력발전소는 3~5년 내 가동이 가능하다. 급격히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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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력 수급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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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전기차 확산으로 수도권 전력 수요는 신형 원전 수십 기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송배전망 확충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인근 복합화력발전소 인허가와 착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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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전략산업의 안전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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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AI, 데이터센터 같은 첨단 산업은 전력 공급이 곧 경쟁력이다. 원활한 전력 공급은 사실상 산업 보조금과 같은 효과를 가지며, 복합화력은 이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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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친환경 넷제로”를 유일한 해답으로 전제하는 에너지 정책은 이미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 실용성과 데이터에 근거한 정책, 그리고 브릿지 에너지로서의 복합화력 발전소 조기 착공만이 다가올 전력난을 막고 국가 경쟁력을 지키는 길이다.
변화하는 세상에 필요한 태도: 기록과 검증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고정관념과 편향에 사로잡히기 쉽고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판단으로 이어진다.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듯,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정치·경제·기술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화에 맞추기 위해서는 객관적 통계와 수치에 기반한 끊임없는 검증이 필수적이다. 과거의 경험과 통념에만 의존하는 순간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정세를 면밀히 살피고, 데이터를 근거로 스스로의 판단을 교차 검증하는 태도야말로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역량이다.
에너지 정책과 시대착오적 접근
특히 에너지 정책처럼 실용성이 우선되는 분야에서 이념적 편향이 개입되면 국제적 흐름과 역행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의 정책이 주변국과 달리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마치 고속도로에서 모든 차량이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데, 자신만 반대로 달리면서 “다른 차들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상황과 같다. 정상적이라면 먼저 내가 잘못된 차선을 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글로벌 흐름과 한국의 괴리
현재 대한민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에너지 정책은 국제적 기준에서 보아도 다소 괴이하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모두 원전과 복합화력을 브릿지(bridge)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며, 장기적인 목표인 친환경·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현실적인 차선을 밟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친환경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주장에 매달린 채, 오히려 국제적으로 검증된 차선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두고 꾸준히 이념에 치우친 정책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당사자와 주변 인물들만 모를 뿐, 시장은 이미 이를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근거로 제시되는 수치와 자료가 객관적이지 않고, 시대착오적 발상과 결합되어 제시되기 때문이다.
필요한 태도: 실용성과 검증
정말로 실용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면, 무엇보다도 사실과 다른 수치나 객관성이 결여된 자료를 근거로 정책을 설계하는 주변 인사들의 주장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
그것이 잘못된 정책 결정을 막고,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을 세워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맺음말
아마존의 회의문화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記錄과 檢證. 기록은 왜곡된 기억을 바로잡고, 검증은 잘못된 결정을 줄인다. 이 원칙은 회사 생활, 투자, 나아가 국가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통령의 “15년” 발언은 기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오류의 전형적 사례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기록하고 검증하며, 시대에 맞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글을 마치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주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되고, 점차 고집이 굳어지며 자신의 과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곤 한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능력은 서서히 둔화되고, 미래를 향한 기대와 희망보다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향수에 더욱 마음이 기울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성향은 투자자의 시선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고정관념은 사고를 제한하고, 과거 경험에 기댄 통계적 오류는 판단을 흐리며, 변화에 대한 저항감은 결국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나이가 들수록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며,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으려는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과 함께 러시아 속담으로 이번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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