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확장과 전력기기 병목: FOM에서 BTM으로의 구조 전환
1. 미국과 유럽의 동시 위기
미국과 유럽은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이미 **전력수요의 약 8%**를 차지하며, 최근 전력수요 증가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데이터센터의 전원밀도가 높아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과거에는 **고객 접근성(time-to-client)**이 입지의 최우선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전력 가용성(power availability)**이 결정적 요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전력시장에도 즉각적인 가격 신호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PJM 용량경매(2026–27년 공급연도)**는 규제상한인 329.17 $/MW-day로 마감해 전년 대비 22% 급등, 데이터센터 중심의 피크부하 5.5 GW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Utility Dive 기사 링크).
대규모 용량비용 증가는 소비자 요금의 **추가 상승 리스크(일부 지역 30%+)**를 낳고 있으며, 실제로 CAISO·MISO·PJM 등 주요 시장의 **유효 예비율(peak summer effective spare capacity)**은 2028E 기준 임계치에 근접할 것으로 시뮬레이션된다고 한다.
골드만삭스 참고 |
2. 변압기·전력기기 병목
AI 데이터센터, IRA 기반 제조업 리쇼어링, EV·재생에너지 확산이 겹치면서 변압기 수요가 2019년 대비 급증했다. 전력 변압기는 +116%, 발전소용 Step-up 변압기는 +274%, 분배 변압기는 +80% 증가했으며,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전력 변압기 약 30%, 분배 변압기 약 6%**의 부족이 발생했다. 가격은 **+45~95%**까지 급등했고, 납기 역시 수년 단위로 지연되고 있다.
https://transformers-magazine.com/tm-news/us-transformer-market-faces-severe-bottlenecks/ |
여기에 구리 관세 부담, GOES(Grain-Oriented Electrical Steel)의 단일 공급망 리스크, 숙련 인력 부족까지 겹치며 원가·납기 압력이 해소되기 어렵다. OEM들이 18억 달러 규모 증설을 발표했지만, 데이터센터와 공업전력 수요의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공급 격차 해소까지 최소 3~5년 이상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3. 유럽의 ‘투자 쇼크’
유럽은 열파(heatwave), 노후 전력망, AI 및 재생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밀어붙이며 전력위기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35년 누적 투자 수요는 €2.2조(베이스), 리스크 완충을 고려하면 €2.8조에 달하며, 이는 2016–25년 €1.4조 대비 1.6~2.0배 증가한 수준이다 .
Powering Up Europe: The risk of a power crisis in Europe…(보고서 본문) |
발전·백업 투자의 구성은 **재생에너지 83%, BESS 10%, CCGT 7%**로 배분되며, 송배전(T&D) 투자만 €1.2–1.4조에 달한다. 또한 계절·기상 변동성 심화로 2029–30년 예비율이 ‘제로’에 수렴할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
이런 구조 속에서 핵심 전력기기 공급은 이미 미국이 선주문으로 글로벌 라인을 선점했기 때문에, 유럽은 미국과 동등하거나 더 높은 단가를 지불해야 빠르면 2027년 하반기부터 공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Powering Up Europe: The risk of a power crisis in Europe |
Powering Up Europe: The risk of a power crisis in Europe |
4. FOM에서 BTM으로의 전환과 규제 변화
전력망 연결 지연과 송전 병목이 심화되면서, 데이터센터 발전 허가를 내주려면 자체 발전원과 마이크로그리드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규제 관행이 북미 주·지방정부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FOM(Front-of-the-Meter) 중심 대규모 계통 투자에서 BTM(Behind-the-Meter) 기반의 현장 단위 전원·저장·배전 체계로의 구조적 전환을 촉발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FERC(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도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간 BTM 코로케이션(co-location) 방식에 대해 점진적으로 긍정적인 검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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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C 위원 Willie Phillips는 AWS–Susquehanna 원전과 데이터센터 간 ISA 거부에 대해 비판하며, co-location은 그리드 신뢰성과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DatacenterDyna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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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0일, FERC는 PJM 내 데이터센터 co-location 구조를 다루는 **공개 검토 절차(Show Cause Order)**를 개시했다(FE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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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ility Dive는 co-location이 전력망 연결 지연을 회피하고 저비용 데이터센터 가동을 가능케 하는 대안이라 분석했으며, 규칙 확정은 올해 안에 가능하지만 일정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Utility D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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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AI 태스크포스 공동의장 Jay Obernolte 의원은 FERC에 co-located 데이터센터 지원 규칙을 신속히 마련하라는 서한을 보냈다(Reuters).
아직 공식 승인은 아니지만, 제도 검토가 본격화되며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전략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5. 전력기기 수요 구조의 변화
이러한 BTM 전환은 전력기기 산업의 **총량 축소가 아닌 ‘구성의 이동’**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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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 초고압 변압기, GIS, 장거리 송전선 등 대형 송변전 설비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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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 중저압 변압기, 배전반, 인버터·컨버터·PCS, EMS, UPS/ESS, 보호계전·스위치기어 등 분산형 전력전자 기기.
데이터센터는 **99.999% 가동(five-nines)**을 요구하기 때문에 순간 정전에도 치명적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중화·무정전·마이크로그리드 CAPEX를 자체적으로 부담하게 되며, 이는 BTM 구조 덕분에 오히려 전력기기 산업 호황이 지속될 가능성을 높인다.
결론
AI 데이터센터 확장은 전력망 병목과 송전 지연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체 발전원과 마이크로그리드 보유 요구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FERC는 아직 공식 승인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BTM 코로케이션 구조를 제도적으로 개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데이터센터 전력 전략뿐 아니라 전력기기 산업 전반의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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